


껍질을 깨고 일어나, 잠든 겨울을 깨우는 'Sentimental Scenery(센티멘탈 시너리)'의 스페셜 앨범 "There is nowhere else in the world".
"Harp Song & Sentimentalism"과 "Soundscape"로 서정적인 일렉트로니카를 들려주었던 '센티멘탈 시너리'가 전작들과는 조금 다른 스페셜 앨범을 들고 찾아왔습니다. 첫 두 앨범 사이에 2년 정도의 간격이 있었기에 Soundscape 이후 약 10개월만에 발매된 이 앨범은 센트멘탈 시너리의 음악을 기다려온 이들에게 깜짝 놀랄만한 겨울 선물이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따근따근하게 배송된 앨범을 받아들었을 때 가장 눈에 띄었던건 뭐니뭐니해도 역시 독특한 일러스트입니다. 지난 두 앨범과 마찬가지로 일본의 그래픽 아티스트인 Marumiyan'의 작품입니다. 하지만 화사했던 지난 두 앨범과는 다르게, 하얀 바탕 위로 그려진 섬세한 소묘와도 같은 검은 풍경은, '겨울'을 떠올리면서도 현실이 아닌 희미한 꿈 속에서나 보았을 법한 낯섬과 이질감을 느끼게 합니다. 그렇기에 이 앨범의 제목이 우리말로 '세상 어디에도 없는...' 즈음이 될 'There is nowhere else in the world'일 수도 있겠네요.
연주곡으로만 채워진 이 앨범을 여는 'November'는 제목에서부터 겨울의 시작을 담고 있습니다. 그리고 'Olafur Arnald'의 곡이 떠오리기도 하는 피아노 연주와 서정적인 현악은 짧지만 겨울의 감성을 물씬 느끼게 합니다. 센티멘탈 시너리를 일렉트로닉 계열의 뮤지션으로만 알고 있는 팬들에게는 낯설 수 있겠지만 다른 예명으로 뉴에이지 음반을 발표하기도 했던 그의 경력을 생각한다면, 알려지지 않았던 그의 또 다른 모습이 나타나는 징조라고 할 수있겠습니다.
'November'가 뉴에이지였다면 이어지는 'View'는 분위기를 완전히 바꾸어 포스트 락 사운드를 들려줍니다. 피아노, 신디사이저, 일렉트로닉 기타 및 드럼 등 다채로운 악기로 꾸려가는 사운드는 북유럽 겨울의 숲을 담은 사진에서나 봤을 법한, 광활한 설원과 그 설원에 맞닿아 펼쳐진 눈 덮인 침엽수림의 광경(View)을 보는듯 합니다. 유명한 곡인 'First Noel'은 첫 곡과 마찬가지로 피아노 연주가 중심이되는 트랙으로 파스텔뮤직의 크리스마스 앨범 'Merry lonely Christmas & happ new year'로 이미 소개가 되었었죠.
'Beautiful Dream'는 분위기를 달리하여 상당히 진취적인 인상을 주는 곡입니다. 피아노 연주와 밴드 연주가 어우러진 소리는 기존 센티멘털 시너리의 곡들과 그나마 가까운 느낌이기도 하지만, 'Steve Barakatt'과 뮤지션들의 음악에서 들을 수있는 '크로스오버'적인 시도에 더욱 가깝습니다. 이 앨범 수록곡 가운데 가장 밝은 곡이기도 한데, 그런 점에서 '아름다운 꿈'은 로맨틱한 꿈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꿈'에 이어지는 곡은 공교롭게도 '무의식'을 뜻하는 'Unconscious'입니다. 배경음악으로 흐를 법한 어느 째즈곡처럼 조용하지만 오밀조밀하고 흐르는 진행은 수면주기 가운데 REM 수면기에 볼 수 있는 안구의 빠른 움직임(Rapid Eye Movement)처엄 느껴집니다.
'These Moments'부터 'Snowy Field'까지 일련의 곡들은 어느 영화 속 장면들의 배열같은 느낌을 줍니다. 멜로영화의 가장 중요한 한 장면 뒤로 흐를 법한 'These Moment'는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합니다. 벚꽃이 흩날리던 어느날 헤어진 옛연인은 수 년이지나, 그 길위에서 우연히 마주치게 됩니다. 서로 다른 방향을 향하여 걸으며 스쳐가지는 그 순간, 그날의 벚꽃 대신 눈이 내리고 담담한 애절함으로 두 사람을 감싸고, 찬란했던 시간들은 두 사람만의 기억 속에서 주마등처럼 스쳐갑니다. 그리고 그리고 그 애절함은 아롱아롱 눈물이 되고 또 다른 두 사람만의 기억이 됩니다. 언제쯤 '이 순간들'은 끝이 날까요? 또 언제쯤 '이 순간들'이 다시 찾아올까요? 듣고 있노라면 감상적이면서도 정적인 상상과 의문을 갖게 됩니다.
장면을 바꾸어 '9 Hours'는 막연히 떠나는 '9시간의 운전'과 같은 곡입니다. 지평선과 맞닿아 한없이 이어지는 길과 창밖으로 스쳐가는 적막한 풍경들, 그리고 혼자만의 시간의 이미지를 그리고 있습니다. 'White Out'은 기억을 찾아 무작정 떠난 여행의 끝에서 반겨주는 세상을 하얗게 덮는 눈과 같은 적막한 기쁨이라면, 'Snowy Field'는 그 눈발이 지나간 후 펼쳐진 설원의 신비함을 맑고 투명하게 그려냅니다.
앨범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곡은 반어적으로 시작의 이미지와 닿아있는 제목의 'Genesis'입니다. 6분이 넘는 곡으로 'View'처럼 포스트 락의 색채가 짙은 곡인데, 피아노와 밴드 그리고 오케스트라가 어우려저 만들어내는 소리는, 밤하늘을 수놓은 수 많은 별들과 그 별들이 펼쳐져있는 우주를 보는듯한, 찬란하고 장엄한 풍광을 만나게 합니다. 또 이 앨범은 이 곡으로 끝이지만 아직 젊은 센티멘탈 시너리에게 지금까지와는 다른 또 다른 행보를 암시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겨울을 위한 이미지 앨범이라고 할 수 있는 "There is nowhere else in the world", 제목 그대로 세상 다른 어떤 곳에서도 들을 수 없는, 센티멘탈 시너리가 미쳐 펼쳐내지 못했던 매력 혹은 마력이 담긴 앨범이자 센티멘탈 시너리가 추구하는 음악의 넓은 스펙트럼 속에서 지금까지 들려주지 못했던 곡들을 담은 소품집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Sentimental Scenery라는 껍질에 가려져 들을 수 없었던 그의 이야기들이 이제 그 껍질을 깨고 세상으로 나오려는 징조일까요? 그리고 저에게는 끝과 새로운 시작이 교차하는 겨울의 끝을 함께했던 앨범이기에 더 마음에 와닿습니다. 당연히도 일렉트로니카가 아닌 다른 장르로도 왕성한 그의 활동을 기대할 수 밖에 없네요. 별점은 4.5개입니다.
낯선 그녀에게서 느껴지는 그의 향기? 트램폴린의 두 번째 정규앨범 'This is why we are falling for each other'.
2008년에 발매되었고 뒤늦게 접했던 '트램폴린(Trampauline)' 첫 정규앨범 'Trampauline'은 탁월한 멜로디였지만, 들려주는 소리에서는 오르골이 들려주는 자장가만큼이나 심심함이 컸던 신스팝 앨범이었습니다. '트램폴린'은 싱어송라이터 '차효선'의 솔로 프로젝트로 시작하였지만 첫 앨범의 그런 심심함을 알아차렸는지, 현재는 앨범 작업 및 공연을 도와주는 기타리스트 '김나은'은 영입하여 '여성 듀오'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김나은은 'I love J.H'의 기타리스트로 앨범을 발표한 경력이 있습니다.) 새로운 멤버의 영입이라는 심기일전에서 드러나듯 간이 덜된 음식처럼 심심했던 소리들은 가볍게 몸을 흔들어도 좋을 만큼 생기를 찾아 돌아왔고, 그 결과물이 바로 이 앨범 'This is why are falling for each other'입니다. 이제부터 이 앨범의 살펴봅니다.
아침해가 떠오르게 나른함 속에서 기지개를 펴듯 앨범을 시작하는 'Little Animal'은 경쾌함을 담고 있습니다. (가사가 어쨌건) 제목이 의미하는 '작은 짐승'에서 연상되는 아기 사자의 경쾌한 사바나 탐험기라고 해도 좋겠습니다. 신디사이저의 소리는 밤하늘을 가득히 수 놓은 별들처럼 빛나고, 일렉트릭 기타 연주는 거친 노을 같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낮게 깔리는 차효선의 나레이션은 디즈이 애니메이션 '라이온 킹'에서 밤하늘에 주인공 '심바'가 만나는 아버지 '무파사'의 목소리 만큼이나 무게감을 담고 있습니다. (곡 제목과 마지막 나레이션 때문에 '라이온 킹'이 생각나고 말았습니다.)
앨범의 타이틀 곡인 'Anthropology'는 독특하게도 '인류학'을 의미하는 제목입니다. '사랑'이라는 감정이 인류에게 축복이라면 제목처럼 '사랑에 빠지는 이유'를 이야기하는 것이 진정한 Anthropology가 아닐까하는 생각도 드는데, 가사를 떠나서 무대위에서 차효선이 보여주는 제자리 걸음과 어깨춤을 따라해도 좋을 만큼 가벼운 춤이 어울립니다. 사실 트램폴린의 노래에서 가사는 '의미 전달'의 목적보다는 '운율을 만들기 위한 장치'에 가깝다는 생각입니다.
'Bike'는 제목만 봐서는 경쾌한 질수가 느껴질 법합니다. 하지만 연주는 왠지 끈적한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가사를 살펴보면 트램폴린의 노래는 전곡이 영어이기에 이 곡도 왠지 분위기있게 들리지만, 사실 이 곡은 손발이 오글오글한 유혹의 노래입니다. 사실 많은 유명 팝송들이 단순 혹은 유치하거나 별 의미없는 가사를 갖고 있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언어에서 오는 문화적 차이 정도가 되겠습니다. (사실 가요의 수 많은 사랑 노래들도 마찬가지이죠.) 장황한 제목의 'Love Me Like Nothing's Happened Before'는 맑게 개인 아침의 조깅만큼 생쾌하게 시작합니다. 앞선 'Bike'가 손발이 오글오글했다면, 이어지는 장황한 제목의 역시 너무 뻔한 수작을 노래합니다. 하지만 단어의 반복은 뻔함 속에서도 사랑에 대한 절실함이 담긴 주문처럼 들립니다.
'A Rose with Thorns'는 지금까지의 트랙들과는 다르게, 서정적인 선율이 특징입니다. 신비로운 윈드차임의 소리나 멜로디를 따라 흐르는 신디사이저의 연주와 서정성을 더하는 기타 연주는 아름다움을 완성하고, 'Enya'의 노래에서나 들었을 법한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가사에서 지난 사랑이 남긴 상처를 '가시 돋힌 장미'에 비유한 점은 참 신선합니다. 그리고 'Rose with Thorns'가 들어간 후렴구를 발음하는 자체가 어떤 운율을 만들어내어 묘한 중독성을 유발하네요. 약자의 의미가 궁금한 'D. B. R'은 신디사이저와 일렉트릭 기타가 한 마디씩 주고 받는 연주가 인상적입니다. 눈물을 뽑아낼 신파극같은 이야기가 담겨있을 법한 가사이지만 담담하면서도 댄서블한 점은 '트램폴린' 음악의 특징이 아닐까 합니다.
'History of Love'는 아름답고 감동적인 신디사이저의 연주가 인상적인 트랙입니다. 서정적이고 ('블레이드 러너'나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와 같은 과거 SF 영화 속에서 비추는 미래들을 보는 일처럼) 미래적이면서 동시에 복고적인 느낌의 신디사이저 연주는 '신디사이저 음악'을 이야기하는데에 빼놓을 수 없는 거장 'Vangelis'의 미래적이고 서사적인 연주들과도 닮은 점이 느껴집니다. 가사는 전혀 그런 내용이 아니지만, 어쩐지 꽃봉우리가 활짝 피어나는 장면을 고속재생으로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게합니다.
'You are My Sunshine'는 신디팝이라기 보다는 IDM에 가까운 트랙입니다. 잔잔한 노래가 흐른 뒤 따르는 신디사이저 연주는 이 앨범의 하이라이트입니다. 신디사이저만이 표현할 수 있는 우주적인 쓸쓸함은 감정을 압도합니다. 드넓은, 끝을 알 수 없는 우주에서 홀로 유영하는 우주비행사의 적막함과 말로 표현할수 없는 먹먹한 기분이 바로 이런 음악이 아닐까요? ('X3'와 같은 우주 비행 시뮬레이션 게임 속에서 비행을 하다가, 문득 행성도 다른 우주선도 보이지 않는 그저 머나먼 별들만이 반짝이는 검은 바다를 바라보며 느끼는 먹먹함이 바로 이렇습니다.) 우주비행사와 지구에 남겨진 그의 애인 사이의, 이제 서로 닿을 수 없는 마음과도 같이 쓸쓸하기만 합니다.
마지막 곡은 'Be My Mom's Lover'로 어떤 곡보다도 공연을 통해 익숙한 곡입니다. 두 사람의 사랑에 대한 대화 형식으로 이루어진 가사는 적당히 댄서블한 리듬을 통해, 슬픔이나 기쁨과는 다른 종류의 감정 혹은 어떤 깨닳음에 닿는 느낌입니다. 그리고 그 결론은 엄마의 애인이 되어 그리고 가족이 되어 변치 않는 사랑을 하자는 의외의 결론에 도달합니다. 어찌 생각하면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처럼 애절하고 또 어찌 생각하면 우스꽝스럽기도 합니다. 하지만 차효선은 담담하게 노래합니다. 이 앨범의 처음부터 지금까지 쭉 그랬던 어조로요.
인디씬에서 흔하지 않은 신스팝 밴드로, 신디사이저라는 미래적인 느낌이 물씬 나는 소리를 들려주는 악기를 전면에 내세운 트램폴린이지만, 이 여성 듀오가 들려주는 오히려 복고적입니다. 제가 기억하는 20세기 음악들, 80년 대와 90년 대 뿐만 아니라 그전 시대를 빛낸던 장르들(팝, 뉴웨이브, 블루스 등)의 향기를 머금은 신스팝의 작은 잔치가 바로 트램폴린이 지향하는 음악이 아닐까 하네요. 제가 좋아했던 여러 아티스트들의 조각들이 트램폴린의 음악에서 들리고 느껴지네요. 그윽히 깊어가는 가을밤, 서늘한 가을 바람처럼 담담하지만 그리움을 머금은 트램폴린의 앨범과 함께하면 어떨까요? 별점은 4개입니다.
슈퍼스타K 2로 주목받은 '김지수'의 대담하지만 현명한 행보의 시작.
'모로가도 서울로 가면된다'는 속담(?)처럼 과정보다는 결과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대한민국의 편견을 깨고, '슈퍼스타K'는 결과만큼이나 과정에서도, 어떤 면에서는 결과 이상으로 과정에서 뜨거운 관심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그 과정이 빛났기에 (1등만 기억되는 더러운 세상에서) 최종 우승자 뿐만 아니라 탈락자들도 주목을 받았구요. 최종 우승자 발표 후 출연자들의 행보도 대중의 관심사였습니다. 그렇기에 지금 소개하는 '김지수'도 최종 경연까지 살아남지는 못한 '탈락자'이지만 싱어송라이터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주었기에 관심을 받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리고 다른 출연자들과는 다르게 소위 말하는 메이저 기획사가 아닌 인디레이블과 계약을 했기에 그 과정에서 더욱 주목을 받았습니다.
대표 인디레이블 '파스텔뮤직'과 계약한 점은 어쩌면 놀랄 만한 일은 아닙니다. 싱어송라이터를 지행한 그였기에 인디씬에서 수 많은 싱어송라이터들의 앨범을 제작해온 파스텔뮤직을 선택한 점은 여러면에서 현명한 선택이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빠른 결과물을 원하는 메이저 기획사들과는 달리 뮤지션에게 시간과 기회를 충분히 제공하는 파스텔뮤직을 선택한 점은, 나이들어 보이는 얼굴임에도 고작 1990년 출생인 그에게는 뮤지션으로서 꾸준히 발전할 여유를 갖을 수 있다는 장점이 되겠습니다. 더불어 시즌 1의 경연과정에서 언론과 대중이 보여준 엄청난 관심과 다르게 정작 가요계에 정식 데뷔 후에는 큰 주목을 받지 못하고 서서히 잊혀진 점도, 인디레이블을 선택하여 좀 더 자신만의 음악을 선택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리라 생각됩니다.
파스텔뮤직의 새로운 서브레이블인 '쇼파르뮤직'이 발표하는 첫 앨범인 김지수의 미니앨범은 '슈퍼스타K 2'의 종영 후 김지수를 기다린 팬들에 대한 선물이자, 뮤지션으로서의 시작을 알리는 앨범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글오글한 제목의 첫곡 '명품노래'는 나이에 걸맞지 않게 능글맞은 그를 만날 수 있고, 이어지는 '너무 그리워'에서는 진솔한 가사에 맞게 '뽕끼'가 담긴 노래를 들려줍니다. 'Friday'에서는 좀 더 차분하고 진중한 음성을 들을 수 있고, 디지털 싱글로 먼저 공개되었던 리메이크 곡 'Chocolate Drive'에서는 젊음의 진취적인 기상을 전달하여 보컬리스트로서 김지수의 다재다능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신인임에도 상당히 '맛깔나게' 부른다고 할까요?
'금방 사랑에 빠지다'는 향후 김지수의 싱어송라이터로서의 가능성을 엿보게하는, 이 미니앨범의 유일한 자작곡입니다. 너무나 솔직하게 혹은 노골적으로 '예쁘다, 아름답다, 섹시하다'고 찬사를 보내는 가사는 조금은 유치하게 들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솔직한 가사는 어떤 모습에서도 아름다움을 찾을 수 있다는, 사람은 누구나 아름답다는 보편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해석할 수도 있겠습니다. 곡을 가득 채우고 있는 긍정적인 분위기는 젊음을 느끼게 합니다. 마지막 트랙인 '수수께끼'는 역시 파스텔뮤직 소속인 '요조'와 함께하는 듀엣곡입니다. 아쉽게도 김지수의 개성이 가장 드러나지 않는 곡이라고 할 수 있는데, 요조는 비교적 자신의 페이스를 보여주지만, 김지수의 보컬은 곡에 맞춰가는 모습으로 내공의 차이가 좀 느껴진다고 할까요?
두 번의 경연 과정에서 엄청난 관심을 보여준 '슈퍼스타K'였지만, 경연 후의 관심은 차갑기 그지 없습니다. 우승자였던 '서인국'과 '허각'의 현위치를 생각한다면 '프로의 냉정함'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킨다고 할까요. 사실 끼있고 실력있는 젊은 재능들은 대부분 여러 기획사의 연습생으로, 혹은 각종 가요제 및 인디씬을 통해 데뷔했다고 생각할 수 있기에, 슈퍼스타K는 그런 기존의 시스템에 적응하지 못한 '그들만의 리그'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 비유하자면 슈퍼스타K는 고작 한 지역 고등학교에서 모의고사를 통해 순위를 결정하는 정도라고 할까요? 진짜 수능은 경연이 끝난 후 데뷔를 통해 시작일 뿐입니다. 그리고 독특하게도 인디레이블을 선택한 김지수는 그의 재능과 젊음을 바탕으로 느리지만 좀 더 탄탄한 음악적 바탕을 위한 작업을 시작했다고 할 수 있구요. 이제 진정한 시작일 뿐입니다. 싱어송라이터로서 조금씩 성장해나갈 그의 행보를 지켜봅시다.
뉴욕(New York) 브루클린(brooklyn)에서 날아온 사진엽서, 'Hee Young'의 데뷔 EP 'So Sudden'.
'Hee Young', 우리말로는 '희영' 즈음이 될 이름이로, '희영'이라는 이름은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의 이름이거나 혹은 누구나 주위에 한 사람 정도는 갖고 있을 만큼 흔한 이름입니다. 하지만 지금 소개하는 '희영'이라고 발음하지만, 'Hee Young'이라고 쓰여지는 이름의 주인공은 무척이나 낯설 수 밖에 없습니다. 국내 대표 인디 레이블 가운데 하나이자, 해외 인디 레이블의 음반들을 꾸준히 소개하고 있는, '파스텔뮤직'의 홈페이지에서도 당당히(?) 해외 뮤지션으로 분류되는 그녀이기에 더욱 그렇겠습니다.
해외 뮤지션면서도 최근에 한국에 거주하면서 각종 국내 페스티벌에 등장하여 국내 뮤지션과의 경계를 무너뜨린 'Lasse Lindh'와 같이 정말 흔하지 않은 경우도 있긴 하지만, 당연히 해외 뮤지션이기에 국내에서 활동한 흔적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어떤 인연인지 알 수는 없지만, 단지 지난 겨울에 발매된 컴필레이션 'Merry Lonely Christmas and Happy New Year'에 수록된 리메이크 곡 "I hate Christmas parties"로 국내에도 그녀의 목소리가 소개됩니다. 그리고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시크(chic)한 뉴요커(New Yorker)가 아닌 떠난 사랑에 마음 아파하고 그리워하는, '우리와 다르지 않은' 뉴요커의 모습이었죠. 그리고 뮤지션으로서도 매우 기대되는 첫인상이었습니다.
그렇게 해가 지나고 그녀의 이름이 흐릿해질 때 즈음, '너무나 갑자기(So Sudden)' 그녀의 데뷔 EP가 발매되었습니다. 좋은 첫인상이 없지만 그녀의 곡이 아닌 리메이크였기에, 첫인상과는 다른 그녀의 모습을 또 '너무나 갑자기' 만나게 될까 조심스레 앨범을 열어봅니다.
첫곡 "Are You Still Waiting?" 꽤나 친숙한 기타 연주로 시작됩니다. 기타코드의 유사성 때문인지 'Russian Red'의 인상적인 "Cigarettes"가 떠오르기도 합니다. 교태로운 코러스와 더불어 왠지 해외 뮤지션의 곡이라는 기분이 들게 하네요. 간결하지만 조밀한 진행은 활기찬 뉴욕의 모습을 떠올린다고 할까요? 빨리감기로 뉴욕 어느 거리의 인파와 교통의 흐름을 보고있는 기분입니다. 그 활기찬 거리의 분위기만큼이나 생기넘치면서도 수줍은 사랑을 노래합니다.
타이틀 곡 "So Sudden"은 분위기를 달리하여 진지한 이별 노래입니다. 피아노와 기타가 함께하는 멜로디는 영화 '뉴욕의 가을'에서 봤을 법한, 단풍이 아름다운 뉴욕 센트럴파크에서의 산책을 꿈꾸게 합니다. 하지만 그 산책은 외로운 발걸음입니다. 그 쓸쓸함은 앨범 자켓을 보면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녀와 그, 두 사람이 포옹하고 있는 모습인데, 자세히 보면 그녀의 왼손은 그의 등을 쓰다듬고 있지만, 그의 오른손은 그녀의 등에서 어색하게 떨어져있습니다. 그리고 그는 테두리로만 그려져 있어서, '환상'이나 '유령'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가사를 생각한다면... 네, 그는 '사라지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이 노래는 그렇게도 서글픕니다.
이어지는 "Do You Know"도 쓸쓸함이 그득합니다. 허스키한 그녀의 목소리로 읊조리는 가사는 서글픔보다는 체념이 담겨있고, '-der'와 '-ders'로 맞춘 각운은 씁쓸한(bitter) 화자의 마음을 간접적으로 표현하는 듯합니다. "Solid on the Ground"는 단촐한 연주이지만 흥겨운 멜로디가 분위기를 띄우는 곡입니다. 첫 곡에서 'watet molecules', 'evaporating'이나 이 곡에서 'solid'같은 단어의 선택은 Hee Young이 물리학이나 과학 전공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하는 추측을 하게합니다.
"On the Wall"은 마지막 곡으로 3분이 되지 않는 짧은 구성으로 앨범을 닫는 역할을 하면서도 여운을 남기면서 그녀의 정규앨범을 기대하게 합니다. 다음으로는 "Are You Still Waiting?"는 "So Sudden"의 우리말버전이 담겨있는데 바로 한국판을 위한 특별한 선물입니다. 영어 노래를 우리말로 번역하면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피할 수 없는 어감이나 감정 표현의 차이 때문에 어색해지기 쉬운데, 두 곡은 그런 함정에 빠지지 않았습니다. 특히 "So Sudden"의 경우에는 일부러 모든 가사를 우리말로 번역하기보다는 일부는 영어로 남겨두어 완벽한 감정 전달을 들려줍니다. '바람직한 번역의 예'라고 할까요?
'Hee Young'의 그녀의 살아가고 사랑하는 이야기들이 담긴, 사진엽서같은 노래들은 여기서 끝을 맺습니다. 중복되는 곡을 제외하면 총 5곡의 짧은 EP이지만, 'Hee Young'이라는 이름을 가진 뮤지션이 탁월한 싱어/송라이터라는 인상을 남기기에는 부족함이 없어 보입니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한국계 여성 뮤지션이라면 'Priscilla Ahn'이 먼저 떠오르겠고, 좀 더 음악을 듣는 사람이라면 'Susie Suh'도 떠올릴테지만, 이제 'Hee Young'이라는 이름도 기억해야겠습니다. 언제가 있을지도 모를 그녀의 내한 공연과 정규앨범도 슬며시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