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해보자, '숲의 큐브릭'

'파스텔뮤직'에서 발매한 음반들을 들으면서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어요. "파스텔뮤직의 음악들이 계속 흘러나오는 멋진 카페가 있었으면 좋겠네."라고요. 아마도 날씨가 좋은 날 햇살이 잘 드는 1층 혹은 2층의 카페에서였을 거에요. 저만 그런 생각을, 그런 꿈을 갖았던 것은 아니었나봐요. 물론 조금 변질(?)되기는 했지만, 그래도 이루어졌으니까요. 바로 '숲의 큐브릭'으로요.

'숲의 큐브릭'은 그야말로 '파스텔뮤직'에서 직영(?)하는 공간입니다. 약도는 파스텔뮤직 블로그(http://pastelmusiclife.tistory.com/7)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지난주에 직접 잠깐 찾아갔던 '숲의 큐브릭'을 살펴보죠.

숲의 큐브릭은 홍대 '걷고 싶은 거리', 상상마당 근처에 위치하게 있어요. 하지만 '걷고 싶은 거리'가 아닌, 그 옆골목에서 조금 더 들어간 조금 외진 구석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처음가는 발길에 찾기 힘들겠지만, 다행히도 한 번에 기억될 만한 표지가 사람들을 맞이해주네요. (사진을 클릭하면 더 크게 볼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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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냐 넌?


건물로 가까이 접근하면 숲의 큐브릭은 햇살이 잘 들 법한 1층이 아니라, 지하에 위치한 것을 알 수 있죠. 가까이 가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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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엉이 + 원숭이 = 부엉숭이?


지하에 위치한 숲의 큐브릭을 발견했을 때, 우리를 맞이하는 녀석입니다. 숲의 큐브릭 공식 마스코트라고 할까요? '부엉이'와 '원숭이'의 합체 '부엉숭이'라고 불러야겠네요. 그림풍이 왠지 어린시절 어디에선가 보았을 법한, 일본만화의 한 컷같은 느낌이 들어요. '숲의 큐브릭'이 일본어로 써있어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요. 이제 내부를 둘러보죠.


'숲의 큐브릭' 내부의 전경들입니다. 아직은 정식 개장이 아니라 그런지 휑한 느낌입니다. 제가 갔을 때는 저 말고 두 사람이 있었는데 곧 나가더군요. 홀의 중앙에 아무것도 없어서 썰렁했죠. 작은 공연장일 뿐만 아니라 낮에는 카페, 밤에는 바의 역할도 하기에 맥주와 간단한 안주를 주문해 보았어요.


'아사히 생맥주' 한 잔(6000won)과 '숲의 샐러드(8000won)'이었죠. 아사히는 약 400cc 정도가 글라스에 담겨나왔고, 기본 안주로 프레즐처럼 생긴 과자가 나왔습니다. 숲의 샐러드는 소개글이 재밌어서 시켜보았죠. 부담스러운 소스보다는 야채와 치즈로 이루어져 아삭아삭 씹는 맛이 있는, 내용물에 충실 샐러드였고 혼자 먹기에 부담스럽지 않은 양이었습니다. 가볍게 맥주 한 잔에 샐러드 한 접시, 14000원이라는 돈이 결코 적은 돈은 아니지만, 직장인들에게 주말의 가벼운 휴식을 위해 지출하기에 부담이 될 정도는 아닌, 적당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큰 기대 속에 개장한 '숲의 큐브릭', 아직은 뭔가 빠진 느낌입니다. 파스텔리언들의 아지트가 되지에는 아직 부족한 느낌입니다. '숲의 연주회' 벽화(?) 앞 의자들은 테이블에 비해 높아, 혹은 테이블이 너무 낮아, 술을 마시고 샐러드를 먹기에는 불편함이 있더군요. 더불어 아무리 좋은 블로그 툴을 사용한다고 해도 그 안에 담긴 포스트들이 실하지 않으면 방문자를 늘릴 수 없듯, 숲의 큐브릭에도 '실한 포스트'와 같은 알찬 내용물이 필요합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에 비유하여 이야기하자면, 음반과 음원 그리고 공연, 즉 소프트웨어만를 제작해온 장인 '파스텔뮤직'에게 '숲의 큐브릭'이라는 공간은 하드웨어에 대한 새로운 도전이라고 하겠습니다. 그 하드웨어를 가꾸고, 그 안을 채울만한 소프트웨어를 만들어내는 일, 파스텔뮤직이 잘 해내리라 믿습니다. 파스텔리언들의 멋진 아지트가 되리라 기대합니다.
2009/10/20 10:34 2009/10/20 10:34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 in 10월 11일 cafe Veloso

5시 폰부스와 한음파 공연에 이어서 8시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의 공연이 이어졌습니다. 5시 공연과 마찬가지로, 바로 하루 앞서 있었던, 인디씬의 최대 축제 가운데 하나인 '쌈지 사운드 페스티벌'의 여파인지 예약이 매진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자리는 거의 차더군요.

민홍형과 은지누나 두 사람만의 공연이고 더구나 '단독공연'에 가까웠기에, 더욱 기대될 수 밖에 없는 공연이었죠. 소규모의 1집 시절부터 지켜본 한 사람으로 그 시절에 대한 향수라고 할까요? 약 1시간 30분 정도로 예정되어있던 넉넉한 공연 시간을 어떻게 꾸려갈 지도 궁금했습니다. 한 곡 한 곡이 긴 편은 아니고, 만담이 폭발하는 두 사람이 아니기에 많은 곡들이 기대되었죠.

공연의 시작은 바로바로 'Hello'였습니다. 바로 1집의 첫 곡이기도 하죠. 너무나 너무나 오랜만에 듣게되는 곡이기에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아마도 오랫동안 소규모를 지켜봐온 관객들이라면 마찬가지였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리고 그 영향인지 벨로주는 침 삼키는 소리조차 들릴 만큼의 고요 속으로 빠져들있습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곡은 1집의 히트곡 'So Good-bye'였습니다. 담담히 이별을 노래하는 가사, 이 세상에서 마지막 인사가 될 법한 말을 전하는 가사는 오랜만에 라이브로 들으니 더욱 아리게 다가왔습니다.

이어서 특별한 무대가 준비되었습니다. 바로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의 '낭독의 발견' 순서. 얼마전에 모 TV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경험을 살려 두 사람이 준비한 특별한 순서였죠. 첫 번째로 낭독한 책은 바로 '대성당'이었습니다. '레이먼드 카버'라는 작가의 소설로 얼마전 '세계의 끝 여자친구'를 발표한 '김연수' 작가가 번역을 담당한 소설입니다. 자칭 '연빠' 은지누나의 입김으로 낭독하게 되었죠. 낭독 순서는 총 세 번있었는데, 아마도 모두 은지누나의 책들이었을겁니다.

이어서 어떤 앨범들에도 수록되지 않은 '신곡'들이 이어졌습니다. 1집과 2집 사이 즈음의 감수성들이 담겨있는 '별'과 '바다와 국화'는 모두 서정적인 아름다움이 담긴 곡들로 'So Good-bye'를 사랑하는 팬들이라면 분명히 빠져들 곡들이었습니다. 그리고 독특한 제목과 소규모다운 흥겨움이 느껴지는 '안녕 슈퍼맨'이 이어졌죠. 두 번째 낭독은 '정한아' 작가의 단편집 '나를 위해 웃다' 가운데 '휴일의 음악'이었습니다.

이어서 '2집 퍼레이드'로 세 곡이 이어졌습니다. 2집 수록곡 가운데 신파적 요소가 돋보이는 '고양이 소야곡', 너무나 단순한 가사이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하는 '사랑' 그리고 '고양이 소야곡'과 더불어 '동물 시리즈'이지만 분위기는 180도 달라서 너무 신나는 '두꺼비'였습니다. 보통 '두꺼비'에서는 후렴구를 따라하게 마련인데, 이날의 무서운(?) 관객들은 공연에 너무 몰입한 나머지 무소음 모드에 너무도 충실했습니다. 두 사람의 한 음절 한 음절, 한 음 한음에 놀랍도록 집중했다고 할까요? 1부의 마지막은 새로운 '동물 시리즈'인 'Bugs fly again'이었습니다. 영어 가사지만 단순한 가사가 웃음짓게 만드는 곡이죠.

약 10분의 휴식이 있은 후 2부가 시작되었습니다. 2부는 시작은 신곡의 연속으로 시작되었고 첫 곡은 '던져지는 돌'이라는 제목의 곡이었죠.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던져지는 돌같아서 그런 제목이 붙었다나요? 이어 '이런 찰나'와 '착각'이 이어졌습니다. '착각'은 지난 공연에서 들었던 노래로, 소규모의 색깔보다는 민홍형의 솔로 프로젝트 '민홍'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고, 관객과 함께 즉흥적으로 라임(?)을 주고 받으면 더 재밌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마지막 낭독은 '김중혁' 작가의 단편 소설집 '펭퀸 뉴스' 가운데 '에스키모, 여기가 끝이아'였습니다. 앞선 두 낭독과는 다르게, 두 사람이 역할 분담을 하여 삼촌과 조카로 이야기를 하는 방식이 독특했습니다. 민홍형은 바리톤은 삼촌으로서 괜찮았고, 은지누나는 어린 소년의 목소리로 좋았죠.

역시 지난 공연들에서 들었던 신곡 'TV에 나온 사람'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TV에 나온 사람은 다른 사람이 아니라, 종종 그리고 최근 TV를 통해 얼굴을 보여준 두 사람의 이야기가 아닐까 하네요. 이어 3집 수록곡으로 상당한 사랑을 받고 있는 '나무'가 이어졌습니다. 점점 작사에서 민홍형을 압도(?)하는 은지누나의 탁월한 가사가 좋은 곡이죠.

공연의 마지막은 신곡 두 곡, '개나리 본부'와 'Diamond Book'이었습니다. '개나리 본부'는 단순하고 천진한 가사가 재밌는 곡으로, 선정성으로 찌든 요즘 노래들에 개탄하여 만든 곡으로 무료 배포할 계획도 있다고 하네요. 마지막 'Diamond Book'은 금강경에서 얻어온 제목으로 영어 가사이지만 '너는 새이고, 나는 바람이다'하는 명상적인 가사가 인상적인 곡입니다. 개인적으로 가사는 '노장사상'이나 '도교'의 느낌도 나더군요.

당연히 앵콜요청이 있었고, 2집의 인기곡으로 마무리했습니다. 총 1시간 30분이 넘는 짧지 않은 공연이었지만, 숨막힐 듯한 몰입 때문이었는지 여전히 아쉬웠습니다. 충분한 곡 수와 많은 신곡들, 그리고 새로운 형식의 진행으로, 이날 벨로주를 찾은 팬들의 갈증은 어느 정도 해소가 되었겠죠. 좀 시간이 걸리겠지만, 그래도 4집을 빨리 만나봤으면 좋겠네요. 그리고 이런 좋은 공연들로도 자주 봤으면 좋겠습니다. 오랜만에 만나는 1집 시절의 느낌도 참 좋았구요.

일부 동영상은 역시 http://loveholic.net 에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2009/10/18 12:24 2009/10/18 12:24

Dive to blue (도나웨일 2집 발매 공연) in 9월 27일 club SSAM

파스텔 뮤직 7주년 2nd Stage의 두 번째는 바로 공연 몇 일전 2집 'Dive to blue'를 발표한 '도나웨일(Donawhale)'의 2집 발매 공연이었습니다. 도나웨일은 어떻게 보면 저에게는 인연이 깊은(?) 밴드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2005년 1월에 이 밴드를 알게 되었고 처음 본 곳도 바로 현재 'SSAM'의 옛이름인 '쌈지 스페이스 바람'이었습니다. 파스텔뮤직 소속 이전부터 알았던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나 '올드피쉬', '허밍 어반 스테레오', '푸른새벽'처럼 이 밴드도 어느덧 파스텔뮤직 소속 뮤지션이 되었고 2007년에는 데뷔앨범을 발표하였지만, 활발한 활동 없이 그렇게 잊혀갔습니다.

그러다가 2009년 9월 갑작스런 앨범 소식과 단독 공연 소식으로 찾아왔습니다. 그 동안 멤버 구성에 변화가 있었는데, 작사, 작곡을 담당하는 핵심 두 멤버 '유진영'과 '윤성훈'에 새로운 베이시스트 '정다영'이 참여한 삼인조 밴드가 되어있었습니다. 생각해보면 파스텔뮤직의 소식에 오랫동안 귀 기울여왔지만 이 밴드의 단독 공연 소식은 들은 기억이 없기에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가 되기도 했습니다.

오프닝은 2집 'Dive to blue'의 첫 곡이기도한 '안녕'으로 시작했습니다. 역시 연주곡답게 유진영의 키보드가 돋보이는 곡이죠. 바로 이어서 도나웨일의 곡들 중 가장 먼저 앨범에 수록된(바로 컴필레이션 앨범 'Cracker') 'A spring day'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컬러링으로 인기가 좋았다는, 감상에 빠져들게 하는 서정적인 연주곡 '비오는 밤'과 이서정성을 이어가는, 한 폭의 동양화같은  '눈 내리는 소리'로 키보드의 독무대를 보여주었습니다. 기타가 아닌 키보드를 전면에 내세운 점이 바로 도나웨일이 갖는 다른 파스텔뮤직의 밴드들과의 차이점이기도 하구요.

'Running'은 1집 수록곡으로 가벼운 조깅같은 느낌이 좋았던 곡으로, 바로 다음에 들려준 '언제라도 너에게'와 마찬가지로 '너'에게 닿으려는 마음이 느껴지는 곡들이었습니다. 1부의 마지막 곡은 제목부터 닭살스럽고 가사도 마찬가지인 '우주보다 좋아해'였습니다.

게스트는 왠지 무시무시한 느낌의 여성 락커 '황보령'과 '클라우드 쿠쿠랜드'의 후속편 밴드(?) 'Gloway'였습니다. 황보령은 가사에 재밌는 에피소드가 담긴 '외발 비둘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Gloway는 Glow와 way를 합성한 바로 전날 급조된 밴드명이라고 합니다. 무대에 서면 부족한 멘트에도 기분이 들뜬 모습을 보여주는 보컬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들려준 곡들도 나쁘지 않게 무난했구요.

서정적인 1부와 다르게 달리는 분위기로 꾸몄다는 2부의 시작은 댄서블한 분위기의 'NaNa'로 시작했습니다. 제목처럼 반짝거리는 느낌의 연주가 인상적인 '반딧불소년'과 '파란 행복'이라는 제목이 붙을 뻔한 'Cloud'가 이어졌습니다. 'Cloud'는 종종 번뜩이는 서정성을 들려주는 도나웨일의 매력이 담겨있는 곡으로 2집에서 마음에 드는 곡들 가운데 하나입니다.

강렬한 연주의 '숨막혀'에 이어 1집 수록곡으로 몽환적인 사운드와 음침한 가사를 담담히 읊조리는 보컬이 인상적인 'Echo'와 마지막을 찬란한 서정으로 장식하는 'Shiny day'로 막을 내립니다. 앵콜로는 당연히 2집의 타이틀 곡 '도레미'를 들려주었고 깜짝 게스트(?)의 난입이 있었답니다.

이제 2장의 앨범을 발표했지만, 바로 이 공연이 밴드 '도나웨일'의 첫 단독 공연이었답니다. 2집 밴드이지만, 바로 하루 전에 같은 장소에서 공연한 1집 밴드 '짙은'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인지도 때문인지, '여심'을 노린 짙은의 노선과는 다른 노선 때문인지 SSAM에서 느낄 수 있는 적당히 한산하고 편안한 공연이었습니다. 하지만 2집과 함께 활발한 활동으로 멋진 공연들을 보여주고 또 앨범 홍보에도 힘써서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이 밴드의 음악을 들을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2009/09/30 23:36 2009/09/30 23:36

작은 별, 달, 밤 (짙은 Live) in 9월 26일 Club SSAM

'파스텔뮤직 7주년 기념'의 2nd Stage에는, 1st Stage와 비교했을 때는 소박하게도, 두 밴드의 공연이 준비되었습니다. 바로 '짙은'과 '도나웨일'이었죠. 장소도 '상상마당'과 비교했을 때, 소박한 그리고 친근한 'SSAM'으로 준비되었습니다. SSAM은 정말 오랜만이어서, 홍대에 컴백(?)한 후 처음이었네요.

전철과 지하철이 아닌 좌석버스를 타고 홍대로 향했는데, 토요일이라 교통체증이 심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넉넉하게 시간을 잡았지만, 대략 40분 밖에 걸리지 않아서 오후 4시 10분 경 홍대역에 도착했습니다. 티켓팅이 5시 30분부터라니 너무 많은 시간이 남아서 조금 거리를 걸었지만, 체력 문제로 조금 걷다가 그냥 SSAM으로 향했습니다. 오랜만에 골목골목을 걸어보았는데 많이 변했더군요. 가게도 많아지고 사람도 많아지고, 더 복잡해진 느낌이라 조금은 아쉬웠습니다. 4시 40분이 넘어서 SSAM 도착했으나 아직 리허설 중인듯했고, 일찍 온 사람은 없어서 계단에 앉아서 시간을 보내다보니 티켓팅 시작 시간인 5시 30분이 되었고 당연히도 1번 티켓을 받았습니다.

'작은 별, 달, 밤'은 늦지 않게 시작되었고, 오프닝은 바로 '한희정'이었습니다. 첫 곡은 최근 일련의 공연들에서 애창되는 '우리 처음 만난 날'이었습니다. 그리고 '짙은'의 없는 인연(?)을 이야기하고 그녀가 요즘에 밀고 있는 곡 '러브레터'를 들려주고 내려왔습니다. 두 곡이라 너무 아쉬웠죠.

'짙은'은 '오박사'를 비롯한 밴드 세션들, 그리고 지난번 민트 페스타에서도 출중한 연주를 들려준 미모의 첼리스트 'Eterno 지송(성지송)'과 함께 올라왔습니다. 공연의 문을 여는 곡은 1집의 첫 곡이기도 한 '나비섬'이었습니다. 안개가 '짙은' 새벽같은 노래들을 들려주는 '짙은'의 오프닝 곡으로 더할 나위 없다고 생각합니다. 거기다 아름다운 첼로의 선율까지 더해져, 앨범으로 듣는 소리보다도 더 좋은 소리들은 정말 감동이라고 할까요?

이어지는 'Secret'은 첼로와 함께 하면서 앨범의 원곡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모 핸드폰에 컬러링으로 실리면서 싱글로 공개된 'December'는 원곡도 좋았지만, 지난 공연과 마찬가지로 공연을 통해서 더욱 풍성한 소리로 들을 수 있었습니다. 첼리스트 지송의 연주는 정말 '작은 별, 달, 밤'이라는 요리에 빠져서는 안될 '필수 양념'이라고 해야겠네요.

앞선 곡들에 비해 경쾌한 느낌인, 비운의 드라마 '트리플'의 수록곡 'Tiny little baby'에 이어서 'travis' 커버곡 한곡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은은한 첼로의 선율이 이른 아침에 마시는 차 한 잔 같은 '아침'과 이제는 희귀앨범이 되었고 음원으로도 듣기가 힘든(하지만 어쩐 영문인지 '네이버 뮤직'에서는 들을 수 있는) EP의 타이틀 곡 'Rock doves'에 이어 파스텔뮤직 7주년 기념 컴필레이션 앨범 수록곡 '동물원'이 1부(?)의 마지막 곡이 되었습니다. 'My Aunt Mary'의 리더 'Thomas Cook(정순용)'의 곡으로 짙은의 목소리를 빌려 더욱 세련되고 멋들어지게 되살아났습니다. 첫 곡, '나비섬'과 더불어 가장 마음에드는 노래였습니다. 그런데 '동물원'에 왜 '회전목마'가 있을까요? 놀이동산이 아닌데 말이죠.

사실 2부라고 했지만, 1부와 2부 사이에  또 다른 게스트가 나오거나 한 것은 아닙니다. 세션들이 잠시 내려갔고, 오프닝 게스트인 '한희정'이 다시 등장하여서, 오프닝 두 곡의 아쉬움과 갈증을 풀어주었다고 할까요? '식객' OST에 수록된 두 사람의 듀엣곡 '비밀'을 처음으로 듣는 호사를 누릴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보너스로 짙은 1집의 '손톱'도 두 사람의 목소리로 들을 수 있었죠.

한희정이 퇴장한 후에는 반복으로 중독성있는 후렴구가 인상적인 'If'와 공연 제목으로 잘 울귀먹고 있다는 '별, 달, 밤', 가볍고 여유로운 연주와는 달리 여운을 남기는 가사가 인상적인 '괜찮아'가 이어졌습니다. 지난 공연에서 들을 수 있엇던 두 곡, '트리플'의 수록곡 'Feel alright'과 EP 수록곡 'Wonderland'로 정규 순서는 끝났습니다. 1부가 서정적인 느낌이 강했다면 2부는 보다 락에 가까운 트랙들로 꾸며졌지만, 그 차이는 모호했습니다. 앵콜 요청에 1집의 타이틀 곡 '곁에'를 마지막으로 '작은 별, 달, 밤'의 막은 내렸습니다.

지난 파스텔뮤직 7주년 공연의 맛보기에 이어, 짙은의 매력을 그야말로 짙게 느낄 수 있는 공연이었습니다. 남성들을 사단규모(?)로 대동하는 파스텔뮤직의 '여신 3인방(?)' '한희정', '요조', '타루'와는 전혀 다른 성비의 관객들도 인상적이었죠. 언젠가 찾아올 '큰 별, 달, 밤'도 기대(?)해보죠.

사진은 http://loveholic.net/

2009/09/30 21:30 2009/09/30 21:30

Mint Festa(민트페스타) Vol. 22 : Supernatural in 9월 20일 상상마당

혼자 잔잔하게 즐길 수 있는 음악을 들려주는 뮤지션들로 푸짐하게 꾸며졌던 'Mint Festa(민트페스타)'의 'Vol. 21 Drift'에 이어 두 달만에(원래 두 달마다) 이어진 'Vol. 22 Supernatural'에 다녀왔습니다. 21회가 '흐름'을 의미하는 'Drift'인 것처럼, 인디씬의 큰 흐름들 가운데 중요한 하나를 보여주었다면, 22회의 'Supernatural'은 그 의미처럼 음악이 갖고 있는 '초자연적인' 힘을 보여주었습니다. '상상마당'에서 있었던 뜨거운 현장을 글로 풀어보죠.

더불어 '킹스턴 루디스카', '슈퍼키드', '한희정', '메이트', '장기하와 얼굴들'이라는, 2~3일 동안 열리는 페스티벌이 아니고서는 쉽게 조합하기 힘든 '초자연적인' 라인업을 보여주었습니다. 다섯팀이 모두 다른 색깔 다른 장르의 음악을 들려주는 팀들이기에 그렇고, 장르의 특성상 아직 인지도가 높지 않은 '킹스턴 루디스카' 정도를 제외하면, 현역 인디 밴드들 가운데 홍대 인디씬에서 출발하여 공중파 방송에도 종종 출연하는 인디씬과 메이저의 경계선에 있는 팀들이 포진해있기에 더욱 'Supernatural'했습니다. 이렇게 모아놓으니 차라리 '초자연적'이라기보다는 '부자연스러운'이라고 생각될 라인업이기도 하구요.

먼저 등장한 분위기메이커는 바로 '킹스턴 루디스카'였습니다. 여자 아홉 명이 모이면 모두 '소녀시대'가 되는 것은 아니듯, 무대로 등장한 아홉 명의 남자는 '청년시대'가 아닌 대한민국에서는 독특한 구성의 밴드를 만들었습니다. 기타, 베이스, 드럼, 키보드의 기본 밴드 구성에 퍼커션과 4인조 브라스가 더해진 '브라스 스카 밴드'가 바로 '킹스턴 루디스카'입니다. '스카'하면 참 낯선 장르인데, 저에게는 '스카 펑크'가 더 친숙하게 다가옵니다. 바로 우리나라에서도 조금 인지도가 있는 밴드 'No Doubt'이 초기에 추구했던 장르가 바로 '스카 펑크'이고, 이 밴드의 최고 인기 앨범 'Tragic Kingdom'에 실리지 못한 곡들을 모아 발매한 앨범 'Beacon Street Collection'에서 이 밴드의 초기 사운드를 느낄 수 있었죠.

드럼 외에 별도의 퍼커션 및 4인조 브라스가 함께하는 밴드답게, 시작부터 분위기는 달아올랐습니다. 섹소폰, 트럼펫, 트럼본이 뿜어내는 소리는 복고적이면서도 흥을 돋구는 마력이 숨어있는듯 합니다. 또 퍼커션과 무대를 오가며 노래부르고 추임새를 넣는 멤버의 활약도 대단했습니다. 스카와 레게, 민속음악에서 유래한 장르답게 삶에 대한 애환이 느껴지면서도 그 안에 담겨있는 희망처럼 흥겨운 분위기를 즐길 수 있었죠. 그런 점에서 어르신들의 애환을 구구절절 풀어내는 트로트와 비슷한 점이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마지막에는 대한민국 특유의 '뽕끼'도 느껴졌습니다. 9명이라는 상당한 수의 멤버가 올라서기에는, 지금까지 상당히 넓어보였던 상상마당의 무대가 너무 비좁아 보였습니다. 더 큰 무대에서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으면 좋겠네요.

다음 주자는 바로 '슈퍼키드(Super Kidd)'였습니다. 홍대 인디음악을 처음 알게 되었을 때 '사운드홀릭'에서 '허니첵스'라는 밴드로 출발해서 '슈퍼키드'로 개명 후에 '쇼서바이벌'을 통해 공중파를 타면서 유명세를 얻은 이 밴드의 무대는 엄청났습니다. 앞선 '킹스턴 루디스카'가 잘 덥혀놓은 장작에 기름을 붇고 불을 지폈다고 할까요? '허니첵스'시절부터 이름은 오래 들어왔지만, 이 밴드를 TV가 아닌 무대에서, 다른 뮤지션의 곡이 아닌 자신들의 곡으로 하는 공연은 처음이었습니다. 그리고 과연 '명불허전'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5인조 밴드로서는 기타, 베이스, 드럼의 기본 구성에 특이하게 '보컬 및 랩퍼 및 댄서'를 담당하는 2인을 내세운 이 밴드는 그야말로 무대를 위해 준비된 화약같았습니다. 그리고 역시 준비된 화약고인 관객들을 향해 불을 지피고 뛰어들었죠. 이 밴드의 트레이드 마크라고 할 수 있는 확성기를 들고 코믹 캐릭터같은 '허첵'과 훤칠한 외모이지만 멘트가 웃긴 '파마자징고'는 보컬과 랩, 댄스를 난사하며 종횡무진 무대를 흔들었고 개성만점의 '좌니킴', '헤비포터', '슈카카'는 탄탄한 연주와 코러스를 두 사람을 지원사격했습니다.(좌니킴은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사진이랑 매치가 되지 않던데 체중을 20kg이나 줄였다네요.) 관객들과 일심동체가 되어 손을 높이들고 흔들고 박수치고 뛰는, 그야말로 눈과 귀과 몸으로 즐기는 공연이었죠.

세 번째는 '한희정'이라 쓰고 '여신'이라고 읽히는 그녀, '한희정'이었습니다. 후끈 달아올란던 관객들이 조금 쉬어가라는 배려의 순서였을까요? 첫 곡은 아마도 그녀를 처음보는 사람들을 위한 선곡이었는지 '우리 처음 만난 날'이었습니다. 하지만 앞선 '슈퍼키드'가 지펴놓은 열기에 그녀도 감염되어 2배 가까이 빠른, 제목처럼 신나는 노래가 되었죠. 가사는 사실 그렇게 신나는 곡이 아니지만요. 최근 이별한 사람들과 혹은 계속 혼자였던 사람들을 위한 곡 '레브레터'는 밴드 버전으로 들을 수 있었습니다. EP 수록곡 연타로, 싱얼롱의 시작이었죠.

앞선 밴드들의 영향인지, 즐거운 일이 있었는지 시작부터 멘트 중에 슈퍼키드의 댄스를 따라했던 그녀는 많은 웃음과 더불어 예민한 관객이라면 알아챘을 실수들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래서 러브레터에도 옥의 티가 있었지요. 다행히 비교적 밝은 분위기인 '솜사탕 손에 핀 아이'와 그야말로 시원한 '휴가가 필요해'는 그녀의 기분을 대변하고 있었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브로콜리의 위험한 고백'의 비하인드 스토리, 절절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지난 단독 공연 'Dawny Room Live'와는 많이 다른 분위기의 무대였죠. 조만간 있는 대구 단독 공연에서도 이런 컨셉이려나요? 마지막 곡은 상쾌한 아침공기 같은 '산책'이었습니다.

이어 3인조 남성 밴드 '메이트(Mate)'가 등장했습니다. 최근 방송 및 인터넷을 통해 알려지면서 뜨고 있다는 것을 알고있었지만, 바로 이 밴드를 보고 위해 온 여심들이 상당히 많았나봅니다. '여성 우호감 남성 비호감, 미녀 강추 미남 비추'로 음악을 듣고 있지만, 여심을 뒤흔들만 하더군요. 특히 드러머의 외모가 출중했는데, 프로필을 찾아보니 모델이기도 하더군요. 보컬 겸 기타리스트는 낯이 익은 얼굴이었습니다. 다른 밴드에서 본 적이 있을 법했는데, 역시 프로필을 찾아보니 밴드 '브레멘'의 멤버이기도 했더군요. 그리고 기타와 키보드 두 사람은 바로 '제 14회 유재하 음악 경연대회'에서 각각 수상한 경력도 있구요. 한마디로 상당히 특이한 멤버 구성의 밴드로, '중고 신인'이라도고 할  수 있을 밴드였습니다.

이 밴드의 모습을 보고 음악을 들으면서 또 다른 남성 밴드인 '노리플라이'가 떠올랐습니다. 두 밴드 모두 최근 떠오르고 있는 신예 남성밴드이지만 들려주는 음악에서는 차이가 느껴졌습니다. 노리플라이가 90년대 가요처럼 시적인 화법으로 노래한다면, 메이트는 2000년대 가요처럼 보다 직설적인 화법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노리플라이가 작가주의 인디영화같은 느낌이라면, 메이트는 웰메이드 상업영화같은 느낌이라고 할까요? 아무래도 락발라드풍의 곡들이라 제목이 기억에 남았는데, '그리워', '난 너를 사랑해', 'Come back to me' 등을 들려주었습니다.

마지막은 '인디씬의 슈퍼스타', '장기하와 얼굴들'이었습니다. '6인조 슈퍼 힙합 밴드'라고 소개했지만 처음에는 두 명이 빠진 네 명만 등장했습니다. 빠진 두 명은 바로 이 밴드의 방점을 찍어주는 '미미 시스터즈'였습니다. 그런데 정치인들의 공약을 비꼬는듯한 곡 '아무 것도 없잖어'는 정말 힙합 밴드의 곡처럼 들렸습니다. 하지만 세박자라 신나는 곡 '오늘도 무사히'에서는 한국형 락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당연히도 '미미 시스터즈'는 등장했고 특유의 율동과 코러스로 '나를 받아주오' 무대는 타오르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기운 빠지는 곡 '정말 없었는지'를 들을 수 있었서 더욱 좋았습니다.

글로 모두 표현할 수 없겠지만, '장기하와 얼굴들'의 무대는 '슈퍼키드'를 뛰어넘는 그야말로 '열광의 도가니'였습니다. 달리는 곡과 쉬어가는 곡을 적절히 배치하여 완급을 조절하였지만, 자칭 '싸구려 밴드'의 기질은 마지막 곡부터 핵폭발을 일으켰습니다. 미미 시스터즈와 함께 특유의 춤과 함께 '달이 차오른다, 가자'와 '별일 없이 산다'를 를 마쳤지만 관객들은 당연히 앵콜은 외쳤고, 싸구려 기질은 무대를 내려갈 여유도 없이 밴드를 돌려세웠습니다. 앵콜로는 초히트곡 '싸구려 커피'와 '기상 시간은 정해져있다'를 들려주었습니다. 프런트 맨 장기하는 스스로 불꽃이 되어 무대를 뛰었고,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뿔테안경은 바닥으로 떨어지기까지 했습니다. 그리고 락 페스티벌도 아닌, 더구나 실내 공연에서 관객을 향해 다이빙하는, 깜짝 놀랄 상황까지 보여주었습니다. 그만큼 공연은 뜨거웠고, 밴드와 관객은 끈끈했습니다.

세 시간이 너는 공연이었지만, 적절한 완급 조절과 뜨거운 분위기로 공연 중에는 다리가 아픔을 느낄 겨를이 없었습니다. 당연히 모든 순서가 끝나고 나가기 위해 딛는 발걸음에서 그 고통들이 몰려왔지만요. 현재 홍대 인디씬에서 가장 뜨겁다고 할 만한 팀들 가운데, 서로 잘 어울리지 않을 것만 같은 팀들을 고의적으로 골라 모아 놓은 것만 같았던, '민트 페스타 Vol. 22'는 그야말로 관객들에게 Supernatural한 힘과 마음을 갖게 하는 공연이었습니다. 다음 민트 페스타도 기대해 보아요!
2009/09/21 23:01 2009/09/21 23:01

파스텔뮤직 + 루비살롱 = 본격만남 @ 상상마당

파스텔뮤직 7주년 기념 공연의 마지막날, 1막 3장은 독특한 컨셉의 공연이였습니다. 바로 두 인디 레이블, '파스텔뮤직'과 '루비살롱'의 뮤지션들이 한 무대에 오르는 공연이었죠. 그래서 제목도 '본격만남'이구요. 파스텔뮤직에서는 '어른아이'와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가, 루비살롱에서는 '이장혁'과 '국카스텐'의 공연이 예정되었습니다.

3일 연속 공연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앞선 이틀의 공연에서 기운을 소진하였는지, 공연장은 한적했습니다. 첫 번째로 '어른아이'가 등장했습니다. 작은 체구에서도 깊은 울림을 가진 목소리로 노래하는 그녀는, 'B TL B TL'로 공연의 시작을 알렸습니다. 셋리스트는 전반적으로 지난 7월에 구로아트밸리에서 있었던 공연과 비슷하게 꾸려나갔습니다. 역시 1집의 '상실'에 이어, '애드거 앨런 포'의 사연을 들려주며 'Annabel Lee'도 노래했습니다. 몇몇 곡에서는 그녀 혼자가 아니라, '한희정'의 단독 공연에서도 특이한 타악기를 연주했던 쿨에이지의 드러머와 언제가 본 적이 있는 외국인 기타리스트 '베니(?)'와 함께 했습니다.

2집의 'Fool'과 'You'가 이어졌고 '아니다'를 마지막으로 스크린은 내려왔습니다. 조인트 공연을 기대했는데 예상외로 일반 공연과 차이가 없었죠. 하지만 어른아이는 다음 순서인 이장혁과 함께 올라와서, 그녀의 곡들과 비교했을 때는 상당히 강렬한 느낌의, 이장혁의 곡 '누수'를 그녀의 목소리로 들려주었습니다. 그야말로 본격만남의 시작이었죠.

이어서 '이장혁'이 등장했습니다. '빵'에서는 홀로 공연하는 모습도 보았었는데, 본격만남에는 밴드와 함께 등장하였습니다. 예전에는 몰랐는데, 창법이 상당히 독특했습니다. '오늘밤은', '청춘', '아우슈비츠 오케스트라', '조' 등을 들려주었는데, 그가 들려주는 노래들에서는 민중가요의 느낌도 났습니다. 본격만남에 충실하게, 아까 어른아이가 그의 노래를 불렀듯이, 그도 어른아이의 노래를 한 곡 들려주었습니다. 바로 'Sad thing'이었습니다. 남자가 소화하기에는 상당히 어려운 곡일텐데, 그래도 무난한 선방이었습니다. 마지막 곡은 당연히도 그의 대표곡이라고 할 수 있는 '스무살'이었습니다. 이 한 곡 만으로도 이장혁의 공연을 볼 가치가 있다고 할 만큼, 그가 전하는 울림은 대단했습니다.

세 번째는 루비살롱의 '국카스텐'이었습니다. 가끔 루비살롱의 공연소식이나 웹서핑 등을 통해 자주 접하는 이름인데 그들의 음악을 듣는 것은 처음이었죠. 앞선 두 뮤지션과는 다르게, 상당히 사이키델릭한 사운드를 들려주었습니다. 괴기스러운 느낌을 내는 연주에 독특한 보컬이 어우러져, B급 공포물이나 B급 슬래셔 무비에 너무나도 잘 어울릴만한 곡들이었죠.

중국식 만화경을 의미하는 독일의 고어에서 유래했다는 밴드 이름처럼, 만화경을 돌릴 때마다 변하는 모습처럼 왜곡된 세상을 노래하고 있다는 느낌이었습니다. '파우스트', '가비알', '미로' 등 제목도 독특했죠. 역시 본격만남의 취지에 맞게 한 곡을 들려주었습니다. 바로 '홍대에서 가장 아름다운 보컬을 들려주는'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의 '고양이 소야곡'이었죠. 역시나 기괴한 느낌이었습니다. 귀엽고 슬픈 고양이가 아니라, 슬픔의 망령이 된 괴물 고양이의 노래였다고 할까요?

마지막은 4집을 준비 중인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였습니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에서와는 다르게, 은지누나(송은지)와 민홍형(김민홍), 두 사람만 등장했습니다. 여러가지 일이 있었나봅니다. 한 동안 함께했던 드러머는 탈퇴했고, '본격만남'을 위해 준비한 국카스텐의 곡은 데이터에 이상이 생겼나봅니다. 아무튼 오랜만에 오붓하게, 아주 오래전 생각이 나는, 두 사람의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로 돌아가 있었습니다. 함께 오래한 그들이기에, 두 사람의 불만인 '부부처럼 보이는 모습'은 어쩔 수 없겠습니다.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의 노래가 계속되는 한, 그런 오해도 계속될 거 같아요.

첫 곡 '생각'은 4집에 수록될 신곡인가 봅니다. '랄라라'의 전형적인 후렴구부터가 '소규모'하면 많은 사람들이 떠올릴 2집의 인상적인 뽕끼 넘버들(1집 초기나 그 이전부터 좋아했던 사람들은 다르겠지만)과는 많이 다른 '미니멀리즘'한 곡이었습니다. 지금까지 대표적인 소규모의 곡들이 왠지 정겹고도 푸근한, 된장찌개는 아니고 아침의 빈 속을 도와주는 누룽지차같았다면, 그 단조로움은 상쾌한 아침 공기와 함께 마시는 결명자차라고 할까요? 이어서 '일곱날들'의 수록곡 '할머니'가 이어졌습니다. 할머니는 소규모가 이번 공연에서 들려준 곡들 중, 유일한 앨범 발표곡이었습니다.

아마도 4집에 수록될 곡들을 들려주었습니다. 그런데 그 곡들은 크게 2가지 분위기로 나뉘는 느낌이었습니다. 한 쪽이 1집의 인기곡들처럼 불 꺼진 방안에서 부르는 독백같은 곡들이었다면, 다른 한 쪽은 지난 펜타포트에서 들려주었던 '소규모식 슈게이징'의 연장선 상으로 보컬로서의 민홍형의 역할이 커진 곡들이었습니다. 어느 쪽도 좋았지만, 두 가지 색이 한 앨범에 녹아들려면 더 손길이 필요해 보였습니다.

곡의 제목들에 대한 설명도 재밌었습니다. 'All the dancer'라는 곡은 댄서들의 희노애락을 노래하는 느낌이었고 오내지 '어둠 속의 댄서'가 생각나는 가사였는데, 민홍형이 'older dancer'의 느낌이라는 말을 은지누나가 'all the dancer'로 알아들어서 제목이 그렇게 되었답니다. 'Diamond Book'은 바로 '금강경'에서 유래한 제목이랍니다. '금강석'이 바로 다이아몬드입니다. 'Bug gly again'은 자연에서 지낸 한 달 동안 조우한 많은 벌레들에서 얻은 제목인가 봅니다. 'Do you like 벌레? Bugs?' 앞의 두 곡은 소규모가 1집 스타일과 가까지는 느낌의 곡들이었습니다.

이외에도 '지금', '착각', '티비에 나온 사람', '안녕 슈퍼맨', '춤'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안녕 슈퍼맨'은 유쾌한 제목처럼 이번 공연에서, 관객과 가까워지는 느낌의 곡이었습니다. '춤'은 미디를 사용한 댄서블한 곡이었는데 다른 뮤지션들의 리믹스 버전이 나온다면 흥미로울 곡이었습니다. 두 사람으로 줄어든 소규모는 매우 분주했습니다. 두 사람의 역할 분담 및 파괴가 돋보였는데, 두 사람모두 보컬과 키보드 연주를 들려주었고, 은지누나는 베이스와 에그쉐이크 민홍형은 기타를 연주하느라 이 밴드의 '정적'인 분위기와 다르게 곡 사이사이는 상당히 '동적'이었습니다.

너무나 많은 신곡들을 들었기에, 다음 공연이 기대되었습니다. 당분간은 처음처럼 2인조 소규모가 될 듯하네요. 조만간 공연으로 두 사람을 다시 만날 수 있겠죠. 하지만 본격만남이라는 취지에는 좀 아쉽게, 밴드들 사이에 진정한 조인트 공연은 어른아이와 이장혁의 한 곡 외에는 없어서 아쉬웠습니다. 다음번에 기회가 있다면 더 준비가 필요하겠습니다.

<3일간 공연보다 뒷풀이에 더 많은 시간을 보낸 주말이었습니다. 파스텔뮤직 식구들, 뒷풀이에서 만난 뮤지션들, 아쉽지만 만나지 못한 뮤지션들 모두모두 수고하셨습니다. 파스텔뮤직의 건승을 기원합니다. 파스텔뮤직의 새로운 블로그가 준비 중이니 기대해주세요.>

2009/09/08 23:00 2009/09/08 23:00

타루 + Swinging Popsicle @ 상상마당

1막 2장, '파스텔뮤직 7주년 기념 공연 Stage 1'의 두 번째 무대의 주인공들은 '타루'와 'Swinging Popsicle'이 입니다. '타루'의 첫번째 정규 앨범 리뷰에서도 언급했듯이, Swinging Popsicle이 타루 1집의 프로듀서로 참여하여 작곡 및 연주 등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2008년 1월의 5주년 기념 공연에서도 함께 무대에 오른 일이 있기에 '당연한 일'이라고 하겠습니다. 더구나 타루 1집에 이어 Swinging Popsicle의 새 앨범 'Loud Cut'이 한일동시 발매되면서 한국에서는 파스텔뮤직을 통해 유통되기에, 타루의 쇼케이스일 뿐만아니라 Swinging Popsicle의 쇼케이스도 될 것이라고 예상되었습니다.

금요일 공연과는 다르게 토요일 공연은 '스탠딩'이었는데, 파스텔뮤직에서 공개한 공연 예상 시간은 무려, '대략 3시간'이었습니다. 아무리 좋은 공연이라도 서서 보기에는 쉽지만은 않은 시간이었죠. 또 하루 전 공연과는 다르게 압도적인 남성 우위를 보이는 남녀 성비였습니다. 입장시에 나누어준 뱃지처럼 '김타루로 대동단결'이라는 구호를 외치는 '야생타루당'의 당원들 역시 남성이 압도적인가 봅니다.

오프닝 게스트는 '파스텔뮤직'의 신예로 1집을 준비 중인 '이진우'가 올라왔습니다. 7주년 기념 컴필레이션 앨범의 수록곡으로 '델리스파이스'의 곡을 리메이크한 '고백'을 들려주었습니다. 앨범에서는 'Epitone Project'와 '루싸이트 토끼'의 '조예진', 두 사람과 분담하여 불렀던 곡이기에 홀로 부르는 모습이 바빠 보였습니다. 이어 두 번째이자 마지막 곡으로 준비중인 앨범에 수록될 'Sorry'를 들려주었습니다. 그가 갖고 찾아올 앨범에서 얼마나 그의 매력을 들려줄 수 있을지 궁금해지네요.

메인 무대의 첫 번째 팀은 'Swinging Popsicle'이었습니다. '타루'와 비교하면 뮤지션으로서 상당한 선배이기 때문에 Swinging Popsicle이 먼저 오른 점은 조금은 예외였습니다. 물론 '타루'가 공연의 주최인 파스텔뮤직 소속이고, 파스텔뮤직이 Swinging Popiscle과는 지속적으로 돈독한 관객를 유지하여 왔고 Swinging Popsicle로서는 '초대가수' 정도의 입장이기에 그랬겠지만, 이 노련한 밴드의 너그러운 아량에 감탄할 수 밖에 없네요.

전작인 앨범 'Go on'의 수록곡들과 'Snowism', 그리고 '베란다 고양이'이 정도 외에, 그 이전 앨범들은 거의 모르는 저에게는 낯선 곡들이 몇 곡 이어졌습니다. 첫 곡인 라운지음악풍의 'Afterglow'에 이어 Swinging Popsicle다운 팝 넘버들인 'I love your smile', 'サテツの塔'', 'Remember'였죠. 모두 우리나라에서는 발매되지 않은 앨범들에 수록된 곡들로 특히 'Remember'는 상당히 좋았습니다. 언어의 장벽이 있었지만, 흥을 돋우기에는 부족함이 없었죠. 그리고 그 점이 이 밴드의 내공이었구요.

이번 공연은 세 멤버인 미네코, 히라타, 시마타 외에 드러머 세션인 '코지'와 함께하고 있는데, 그는 미네코와 히라타가 대학교 시절에 같이 밴드를 했던 선배라고 합니다. Same University지만 not same age의 강조가 있었죠. 드러머 코지가 잠깐 무대에서 내려갔고, 미네코는 의자에 앉아 두 곡을 어쿠스틱으로 들려주었습니다. 베란다 고양이나 Snowism 만큼은 아니지만, 제법 귀에 익은 '遠い空''과 'Veranda Neko(베란다 고양이)'가 바로 그 두 곡이었습니다.

다시 드러머가 등장했고, 너무나 귀에 익은 멜로디가 시작되었습니다. 바로 앨범 'Go on'의 첫 곡인 'Rainrounds'였죠. 그러고보니 이 곡의 기타 연주나 곡 구성은 타루 1집의 첫 곡 'Night Flying'의 느낌과 닮아있더군요. 당연히 같은 작곡자이니 그렇겠죠. 이어 5주년 기념공연에서도 라이브로 들려주어 신선했던 'Chocholate Sould Music'이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이 때, 공연장의 분위기는 절정에 오르고 있었죠.

'Joy of Living', '靜寂と流星', 'Something New', 'Change', 'I just wanna kiss you'까지 밴드 사운드에 충실한 곡들이 이어졌습니다. 그 중 'Something New'는 제목처럼 신곡이라고 합니다. 사실 이번 앨범 'Loud Cut'은 완전히 새로운 곡들을 담은 '정규 앨범'이라기보다는, 앨범을 통해서는 미발표된 신곡과 지난 인기곡들을 담은 '스페셜 앨범'에 가까운 앨범입니다.

타루의 무대가 시작되기전, 두 번째 게스트로는 조금은 예상했던 '노리플라이(No Reply)'가 등장했습니다. 바로 이 밴드의 보컬 '권순관'이 타루와 함께 노래했기 때문이죠. 그래도 다른 레이블의 유망주를 게스트로 초대하는 파스텔뮤직의 '대인배 기질'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노리플라이의 '앨범 발매 기념 공연', '싸이월드 디지털 뮤직 어워드', 'Live THEY'에 이어 타루의 쇼케이스까지, 최근 상당히 자주 보게되네요. 앞서 이진우도 언급했었지만, 예비군 훈련소를 방물케하는 남성 우위에 조금은 당황한 모습이었습니다.

노리플라이는 앨범 첫 번째 곡인 '끝나지 않은 노래'와 두 번째 곡인 '시야'를 들려주고 내려갔습니다. 곧바로 타루와 함께 불렀던 '내일이 오면'이 이어지리라 기대했는데, 아니었습니다. 노리플라이의 공연은 여성팬이 많고  좌석인데, 이번 공연은 워낙 남성들이 많고 스탠딩이라 반응이 좋았기 때문인지, 두 사람의 모습에서도 전에 느끼지 못했던 열기가 느껴졌습니다. 이 밴드의 노래들은 최근 자주 들었기 때문인지 이제는 조금 따라부르게 되더군요.

드디어 관객 대다수가 기다렸을, 이 날의 주인공 '타루'가 키보드 세션 '오수경'과 등장했습니다. 어둠 속에서 그녀는, 그녀의 1집 쇼케이스를 겸한 파스텔뮤직의 '7주년 기념 공연'이라는 취지에 맞게, 7주년 컴필레이션 앨범에서 그녀가 리메이크했던 'Kiss Kiss'를 들려주었습니다. 워낙 제가 좋아하는 곡이고(스위트피 버전과 타루 버전 둘 다), 싸이월드 뮤직과의 인터뷰에서 이 곡에 대한 그녀의 이야기에 대단히 공감했기에 너무 좋았습니다. 그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이 노래를 들을 때는 정끝별 시인의 <내 처음 아이> 라는 시가 꼭 떠올라요. 내 안에 아직 다 자라지 못한 어린 소녀를 마주하게 되거든요. 사랑을 주세요. 모두 자신안에 있는 유년시절의 이에게 사랑을 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타루>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그래서 제가 파스텔뮤직의 여러 뮤지션들과 그들의 음악을 좋아하는 이유이구요. 그들의 음악에는 분명 '유년시절의 이'를 보듬어주는 무엇이 있습니다. 특히 제가 유독 좋아하는 '미스티 블루'가 꼭 그렇습니다. 1집의 '위로'부터 최근 여름 EP의 '빨간 벽돌집 바이엘'까지 그렇습니다. 타루도 그런 곡들을 쓰는 뮤지션이 되었으면 합니다.

이어 앨범 수록곡 가운데 가장 말랑한 곡이라고 할 수 있는  '연애의 방식'이 이어졌습니다. Kiss Kiss는 1집 수록곡이 아니었으니 그렇다고 해도, 앨범 수록곡에서 Swinging Popsicle이 등장하지 않은 점은 예상 밖에었습니다. 기타를 둘러멘 그녀는 기타 연주와 함께 자작곡 한 곡을 들려주었습니다. '여기서 끝내자'라는 곡으로 기대을 뛰어넘는 몰입도와 감수성에 놀랐습니다. 왜 이 곡은 앨범에 수록하지 않았나요?

오프닝 게스트 '이진우'가 기타 세션으로 등장했고 타루와 함께 'Just Go'를 들려주었습니다. 연주는 좋았지만, 그의 코러스는 소리가 조금 큰 감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추모앨범에 수록되었던 '겨울새'가 이어졌습니다. 이미 예고를 했지만, 눈물을 글썽이는 그녀의 얼굴을 보니 마음은 숙연해졌습니다.

오프닝 게스트부터 기타 세션까지 수고해준 이진우가 내려가고, 드디어 Swinging Popiscle이 무대위로 등장했습니다. 오리지널 밴드와 함께 한 첫 곡은 바로 방방 뛰는 분위기의 'Slow Star'였습니다. 분위기를 바꾸어 방방 뛰는 모습을 보여주는 그녀를 따라 야생타루당원들은 다시 가벼운 마음으로 뛰어올랐습니다. 이어서 새로운 편곡으로 더 신나는 곡이 된 'Yesterday'가 이어졌고 싱얼롱 타임이 시작되었습니다. 절대적 다수를 차지하는 남성팬들의 기세는 좁은 공연장이 아닌, '쌈지 사운드 페스티벌'이나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같이 야외에 방목했다면 슬램이라도 할 기세였습니다. 저는 이렇게 외치고 싶었습니다. '당신의 남동생에게 타루의 노래들 들려주세요. 그리고 그녀의 매력의 노예가 되어 함께 놉시다!'  대한민국 남동생들에게 한 번 즈음은 그녀의 목소리를 들려주어야한다고 생각됩니다.

분위기의 절정은 바로 1집의 타이틀 곡이라고 할 수 있는 'Night Flying'이었습니다. 앨범의 첫 곡이기도 한, 이 곡은 앞으로 타루의 공연에서 언제나 울려퍼질 만한 넘버가 되리라고 생각됩니다. 싱얼롱의 절정이 될 곡이겠구요. 이어서 노리플라이의 권순관이 등장했습니다. 그는 엄청난 열기에 조금은 압도된 분위기였고, 사단을 거느린 타루는 그에게 장난을 쳤습니다. 당연히 '내일이 오면'을 들을 수 있었고 조금은 차분한 분위기가 시작되었습니다. 권순관이 퇴장하고 편안한 팝락 넘버 'Don't let me down', 흥겨운 분위기의 'Talk & Play'와 양심의 판단을 맏기는 '쥐色귀 녹色눈'으로 예정된 순서는 모두 끝났습니다.

당연히도 모든 관객들을 앵콜을 외쳤고, 퇴장했던 타루와 Swinging Popsicle은 다시 무대에 올랐습니다. 그리고 두 곡을 들려주었습니다. 바로 '세탁기'와 'Sad Melody'였습니다. 하지만 독특하게도, Swinging Popsicle의 곡이고 타루가 리메이크한 곡들이기에, 한국어와 일본어로 번갈아 불러 '세탁기 + Snowism'과 'Sad Melody'이 되었습니다. 타루와 미네코가 함께 우리는 두 곡은 앞으로 경험하기 힘든 멋진 앵콜곡들이었습니다. 더불어 앨범을 제작한 오리지널 밴드인 Swinging Popsicle과 함께한 흔하지 않은 공연으로, 타루 1집 및 향후 활동에서 '중요한 이정표'라고 할 수 있는 멋진 공연이었습니다.

3일 연속 공연의 끝, 마지막 날에 뵈요!

2009/09/07 20:50 2009/09/07 20:50

'결코 끝나지 않을 우리들의 이야기' 발매 기념 공연 @ 상상마당

'파스텔뮤직'은 창사 7주년을 기념하여 9월부터 올해 말까지 이어지는 기나긴 공연 시리즈를 준비하였습니다. 총 4개의 'Stage'로 구성되었고 첫 번째 Stage가 9월 4일부터 6일까지 3일간 '상상마당'에서 열렸습니다. 첫 번째는 바로, 역시 7주년을 기념하여 발매된 컴필레이션 앨범 '결코 끝나지 않을 우리들의 이야기'의 발매기념 공연이었습니다. 이 컴필레이션의 부제는 'Hommage to Moonrise'로 이 부제처럼, 바로 '문라이즈 레코드'에서 발매되었고, 얼마전 파스텔뮤직을 통해 재발매된 '스위트피(김민규)'의 첫 번째 앨범 'Neverendingstories(결코 끝나지 않을 이야기들)'에 오마쥬가 담긴 제목이기도 합니다.

이전 컴필레이션 앨범 '크래커'나 '12 songs about you'의 발매기념 공연에서 앨범에 참여했던 대부분의 뮤지션들이 공연에 참여했던 것처럼, '발매 기념 공연'이라고 하여 모든 뮤지션들이 등장한 것을 기대한다면 큰 오해일 수도 있겠습니다. 이번 '발매 기념 공연'에는 참여 뮤지션 중 상대적으로 최근 공연이 없거나 좀 한가한(?) 뮤지션 세 팀이 참여했습니다. 바로 순서대로 '루싸이트 토끼', '재주소년', '짙은'이었습니다.

3일 연속 공연의 시작, 1막 1장의 오프닝을 담당한 '루싸이트 토끼'는 꿈같은 공연으로 초대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는지, '꿈에선 놀아줘'로 문을 열었습니다. 이어 소박한 연애감정을 노래하는 '비오는 날'이 이어졌죠. 두 멤버와 키보드의 세션의 소개도 있었는데, '뭐뭐를 담당한 누구'로 소개하는데 그 담당 영역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요리나 멘트 담당이 있었던거 같은데 이번 소개에서는 빠졌더군요. 그리고 카피곡으로 'Joni Michell'의 'Big Yellow Taxi'가 이어졌습니다. FPM이나 Mondo Grosso의 노래를 카피한 적이 몇 번 있었는데 이 곡은 처음이었습니다. 마지막에 보컬 조예진의 음역 변화로 깜짝 놀랐습니다.

모 건전지의 광고에 등장하는 북치는 토끼에서 영감을 얻어, 토끼의 애환을 담은 '북 치는 토끼'와 '12월'이 이어졌습니다. 1집의 타이틀 곡이었던 12월에 대한 일화로, 2007년 12월 즈음에 라디오 방송에 나간적이 있는데 PD가 12월이 다갔다고 타박을 주었던 이야기를 소개했습니다. 앨범 발매가 2007년 12월 초여서 충분히 홍보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했을 텐데, 그래서 '루싸이트 토끼'는 '뒷 북 치는 토끼'가 되어버린거죠.

역시 '12월'처럼 9월과는 어울리지 않는, 아른한 봄을 노래하는 '봄봄봄'과 마지막 곡이자 2집에 수록될 '손 꼭 잡고'로 순서는 끝났습니다. 10월 경에 앨범 발매와 쇼케이스가 예정되어있는 '루싸이트 토끼'로서는 1집을 정리하는 의미의 공연이었다고 하겠습니다. 이제 다음 공연부터는 2집의 신곡 위주로 꾸려나갈테니 1집의 수록곡은 몇몇만 들을 수 있겠죠.

두 번째는 '재주소년'이었습니다. 문라이즈 레코드에 소속되어 세 장의 앨범을 발매했을 때부터 알고 있었고, 파스텔뮤직 소속으로 발매한 EP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도 갖고 있지만 공연은 처음이었습니다. 두 명의 남자로 이루어진 팀으로 이미지는 그들이 들려주었던 노래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스크린이 오르고 세 곡 '오사카', 'Heart', '마르세유'을 연속으로 들려주었습니다. 그 중에 '마르세유'의 프랑스의 도시 마르세유와 관련된 이야기를 들려주었는데 사실인지 정말 궁금해지더군요.

조용조용한 곡들을 들려주는 두 사람은, 2003년부터 활동하였으니 약 6~7년 정도의 짧지 않은 기간이었지만 멘트에서는 수줍은 모습들을 보여주었습니다. 더구나 두 사람이 서로의 멘트를 중간에 잘라서, 마치 달리기를 하는데 왼발이 오른발에 걸려, 오른발이 왼발에 걸려 자꾸 넘어지는 상황이 연출되었습니다. 물론 재밌었지만요. 이른의 아침의 조깅같은 '간만의 외출'과 너무나 멋들어진 제목의 '그래서 그런지 현실이 낯설었어'을 들려주었습니다. 재밌는 듀오였지만, '그래서 그런지...'에서 은근히 진지한 목소리도 좋았습니다.

7주년 컴필레이션에서 '요조'가 리메이크했던 '귤'도 들을 수 있었는데, 요조 버전과 비슷한 감성이었죠. 컴필레이션에 수록된 신곡 '농구공'과 '이분단 셋째줄'을 들려주고 스크린은 내려왔습니다. '재주소년'이라는 이름은 바로 문라이즈 레코드의 사장이었던 '김민규'가 붙여준 이름이랍니다. 처음 문라이즈 레코드로 데모 테잎을 보냈을 때, 겉에 써있던 '제주대 1학년...'을 보고 '재주소년'이라도 지어주었다네요 '제주'가 '재주'가 된 것은 '지역색'을 지우기 위해서라네요. 저도 '재주소년'이 '제주도'에서 유래되었다고 읽은 기억이 있네요. 그런데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X놈이 번다'에 빗대어 '재주는 소년이 부리고 돈은 사장이 번다'는 실없는 농담이 머릿속에 떠올랐습니다.

재주소년의 음악에서는 야구만화라기보다 야구를 차용한 성장만화였던 'H2'의 작가 '마다치 미츠루'의 작품들처럼 여백의 미가 있으면서도 진중하게 '성장'에 대해 고민하는 흔적이 느껴집니다. 언제쯤 '재주소년'은 '재주청년'이 되어있을까요? 갑자기 '재주중년'이 되어버리지는 않겠죠?

마지막은 '짙은'으로 미모의 첼리스트와 함께 등장하였습니다. 세 팀다 조용한 음악이고 뭔가 '매니악'한 구석도 있어 보이는데 '루싸이트 토끼'가 세 명의 '동인녀'같았고, 재주소년이 그야말로 건프라와 비디오 게임의 '오덕후'같았다고 한다면, 짙은은 'AV 매니아' 정도는 붙여줘야할 법했습니다.(물론 농담입니다.) 개인적으로 짙은의 EP 'Rock Doves'를 발매한 날 클럽 '롤링스톤스2'에서 공연을 보고 EP를 구입했던 기억이 있는데, 여러모로 아쉬웠습니다. 그 당시만해도 그의 보컬에서는 어떤 '과잉'이 있었습니다. 지금과는 다르게 공연에서 과도하게 사용한 '바이브레이션'이 그 과잉이었죠. 그렇게 좋지 않은 첫인상 때문인지, 이후로 그의 공연은 찾아가지 않게 되었죠.

첫 곡으로 '나비섬'을 들려주었습니다. 이어 들려준 '동물원'은 바로 7주년 컴필레이션에 수록된, '토마스 쿡(정순용)'의 곡을 리메이크한 곡으로, 어쩌면 슬프게도, 이번 공연에서 그가 들려준 어떤 곡들보다도 좋았습니다. 밴드 '동물원'의 이야기를 하면서 '다른 모습'을 이야기하기에 '혹시 밴드 이름처럼 술을 마시면 짐승으로 변하기라도 하나' 이런 망상을 했지만, 역시 어림없었습니다. 미모의 첼리스트는 얼마전에 솔로 앨범을 발표한 'Eterno 지송'이라고 합니다. 첼로의 고수라고 하는데, 역시 대단한 연주를 들려주었습니다. 싱글로 발표된 'December'를 들려주었습니다. 그런데 December는 바로 12월로 어찌보면 루싸이트 토끼와 같은 제목이 되네요. 드라마 '트리플' OST에 수록된 'Feel Alright'과 1집의 타이틀 곡 '곁에'가 이어졌습니다. 그가 아끼는 EP 수록곡 'Wonderland'도 들을 수 있었고, '괜찮아'로 첫 째날의 공연이 끝났습니다.

제가 그에게 느꼈던 '과잉의 첫 인상'은 이제 지워야겠습니다. 왠지 클라이막스가 나와야할 법한 곡에서 그 정상까지 올라가지 않는 점은 조금 아쉽지만, 그 나름대로의 '절제의 미덕'을 갖춘 지금의 모습에서 그의 다음 공연이 조금은 기대가 되더군요. 짙은은 'Stage 2'에서 단독 공연이 9월 26일에 예정되어있습니다. 관객들이 퇴장이 끝나고 바로 다음날 공연이 있는 'Swinging Popsicle'이 공연을 위해 상상마당을 찾아오기도 했습니다. 다음 이야기에서 만나죠.

2009/09/07 03:31 2009/09/07 03:31

한희정 Dawny Room Live @ SoundHolic

2009년 8월의 마지막 주 일요일에 있었던 '한희정'의 단독 공연 'Dawny Room Live'.

올해 5월 EP '끈'을 발표하고 왕성한 활동을 보여주는 그녀, '한희정'이 지난 6월의 단독공연에서 한, 8월이 끝나기전에 또 공연하겠다는 약속처럼 'Dawny Boom Live'의 후속 공연을 준비했고, 그 제목은 'Dawny Room Live'였습니다. 바로  나흘 전인 수요일(편성표 시간으로, 사실은 목요일 새벽)에 '음악여행 라라라'에 출연해서 '요조'와 함께 '마이클 잭슨'의 'Beat it'을 멋들어진 어쿠스틱으로 편곡해 들려주었기에 기대는 더 했습니다. 딱 1주 전인 23일에는 같은 장소인 'SoundHolic(사운드홀릭)'에서 '요조'의 공연이 있었기에, 그녀들의 음악여행은 더욱 뜻깊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사실 바로 전주의 결방으로 1주일 연기되어 방송했지만.)

Boom에서 Room으로 바뀐 이번 공연은, 좀 더 편안한 Room같은 소리를 들려주겠다는 그녀의 의미가 담겨 있다고 하겠습니다. 저녁 7시 시작인 공연은, 지난 '요조' 공연처럼 예매 입금 순이었고 저는 '요조의 1번'에 이어 '한희정의 4번'을 획득하는 쾌거(?)를 이룩했습니다. 입장 예정시간인 6시 30분에 가까워가자 사람들은 자동적으로 줄을 서기 시작했습니다. 그 자발적인 질서 정연함은 다른 공연들에서는 보기 힘든 '파스텔뮤직' 대표 뮤지션들 공연의 특징이라고 생각됩니다. ('자발적'이라고 했지만, 이제는 파스텔뮤직의 그런 방식에 익숙해진 것일지도 모르죠. 그만큼 뮤지션 층도 팬 층도 두텁다는 얘기.) 입장은 조금 지연되었지만 당연히 앞줄에 앉아서 볼 수 있었습니다. 공연 포스터에는 없던 게스트로 '미스티 블루(Misty Blue)'가 등장한다기에 더욱 기대가 되었죠.

입장하고 나서 만나게된 낮선 상황은, 지금까지 사운드홀릭 공연의 마스코트 와도 같았던 프로젝터를 위한 스크린 대신 커다란 천이 무대 전체를 가리고 있었던 점이었죠. 지금까지 프로젝터 스크린은 옆으로 무대를 살짝 훔쳐볼 수 있었는데, 이 천은 그야말로 천정에서 바닥까지, 왼쪽 끝에서 오른쪽 끝까지 무대를 완전히 가리고 있었습니다. 그 천 뒤에는 무엇이 기대리고 있을지, 마술상자 만큼이나 궁금했죠.

입장이 완료되고 천 위로 영상이 투사되었습니다. 어디선가 차를 타고 도로를 따라 가는 모습이었고, 공연의 제목대로라면 관객들을 한희정의 집으로 데려가는 것이겠죠. 예상대로 어떤 집의 현관문 앞에서 영상은 끝나고 천은 걷혔습니다. 그리고 관객들은 맞은 것은 각종 소품들(?)을 뒤로 하고 노트북 화면을 보고 있는 그녀의 모습이었죠. 더 놀라운 점은 그녀의 헤어스타일이었습니다. Boyish하게 짧아져있는 그녀의 모습은 얼마전의 '음악여행 라라라'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죠. 방송국 개편과 함께 DJ에서 하차하면서 심경의 변화가 생겼던 것일까요?

공연 제목 Dawny Room Live에서 예상했던 것처럼, 그녀는 정말로 무대를 그녀의 방처럼 꾸몄습니다. 노트북을 하던 그녀는 웹서핑을 하면서 리플이라도 보고 있었는지 "한희정 못 생겼다고? 거울이나 보고 살라지", 이런 식의 혼잣말을 했습니다. 웹서핑을 마친 그녀는 노래 연습을 시작했고, 어디선가 다른 악기들의 소리가 들려왔죠. 사실은 널판지 위에 그려진 각종 소품들(TV, 창문, 빨랫대 등) 뒤에는 세션들이 숨어있었고, 옆에서 살찍 보였습니다.

Dawny Room Live의 컨셉인 편안함을 대변하듯, 편안한 곡 '산책'으로 본격적인 Live가 시작되었습니다. 이어서 'be still my heart, my heart be still'라는 후렴구가 인상적인 카피곡 'Be still my heart'가 이어졌습니다. 더불어 공연연습이 이어졌고, 앞으로 계속 한희정 공연의 오프닝 곡으로 사랑받을 'Acoustic Breath'를 제목처럼, 어쿠스틱 기타 연주와 함께 들을 수 있었습니다. 작금의 대한민국을 생각하게 하는 '잃어버린 날들', 각각 '이별 후, 사랑했던 순간에 대한 회상'과 '이별의 순간'을 노래하는 두 곡 '우리 처음 만난 날'과 '브로콜리의 위험한 고백'이 멘트 없이 이어졌습니다. '음악여행 라라라'에서 '하나둘서이너이'가 너무 인상적이었던 곡 '솜사탕 손에 핀 아이'가 역시 그 하나둘서이너이로 시작되었습니다.

그렇게 노래를 들려주던 그녀의 집에 누군가 놀라왔습니다. 바로 같은 소속사이자 절친한(혹은 하다고 생각되는) '미스티 블루'였습니다. 여러 사람들은 데려온 미스티 블루는 앨범 홍보와 홍보를 위한 퀴즈를 내어서 드디어 관객들과의 소통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예전에 한희정과 함께 불렀던 '화요일의 실루엣'을 들려주었습니다.

기억을 되돌리면 2006년 5월 파스텔뮤직에서는 'Love Summer'라는 제목으로 '푸른새벽'과 '미스티 블루'의 조인트 공연을 기획했었습니다. 금요일과 토요일, 이틀에 걸쳐 열렸던 공연으로 각기 다른 장소인 'Live Club SSAM(쌤)'과 클럽 '빵'에서 열렸었죠. 저는 토요일 빵에서 열렸던 공연을 보았어요. 푸른새벽과 미스티 블루는 두 밴드의 대표곡을 한 곡 씩 같이 불렀고, 바로 이 날 들려준 '화요일의 실루엣'이 그 한 곡이었고 다른 한 곡은 '스무살'이었습니다. 미스티 블루는 아직도 활동하지만, 푸른새벽은 더 이상 지구상에 없기에 두 밴드가 함께했던 스무살은 이제는 기억 속에서만 간직해야했죠. 뭐, 한희정의 지난 공연들에서도 그랬듯이, 그녀는 혼자 푸른새벽의 노래를 하지 않기에 기대도 하지 않았지만요. 얼마전에 발매된 여름 EP 홍보곡 '빗방울 연주'를 들려주고 너무 짧아서 아쉬운 게스트 공연은 그렇게 끝났습니다.

이어 EP '끈' 수록곡 '끈'과 '러브레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EP 수록곡들 중에서도 EP의 주제에 가장 부합하는 두 곡이라고 할 수 있는데, '러브레터'는 특히나 제가 좋아하는 곡으로 라이브로 들을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정말 아련하네요. 오래된 슬픔은 언제쯤이나 바스라질 수 있을지. 1부의 마지막 곡은 늦었지만 휴가를 떠나는 기분을 위해 '휴가가 필요해'였습니다. '2부를 위한 복선'이었다고 할까요?

1부와 2부 사이에도 역시 스크린을 통해서 영상을 볼 수 있었습니다. 서울 상암동 즈음에서 어디론가 떠나는 모습이었어요. 동해일까요? 고속도로를 타고 긴 여정의 끝 스크린이 올라가고 2부가 시작되었습니다.

2부에서는 1부의 집안 소품들이 사라지고 왠 모닥불이 가운데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주위로 한희정과 세션들이 그 주위로 둘러앉아있는 상황이었죠. 그리고 신나는 카피곡이 이어졌습니다. 지난 두 번의 공연에서 무려 '토요일 밤에'나 '여름 안에서'같은 파격적이라고 할 수 있는 곡들과 '동요 메들리'라는 의외의 곡들까지 카피해서 들려준 그녀였기에 기대되는 상황이었습니다. 이번에 들려준 곡은 바로 '여행을 떠나요'로 기대가 컸기때문인지, '임팩트'는 약했습니다. 그리고 조용한 분위기의, '캠프파이어의 고전'이라고 할 수 있는 모닥불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번 여름에 휴가를 가지 못한 그녀가 역시 그러지 못한 사람들을 위한 선물이었는데, 즐거운 분위기는 길게 가지 않았습니다. 세션 멤버 소개가 있었는데, 드럼과 베이스의 두 남자는 바로 밴드 '쿨에이지'의 멤버들이었습니다. 귀여운 코러스는 고등학생이라고 하네요. 이 공연의 세션들과 다음 앨범을 녹음할 거라니 기대가 되더군요.

이어서 그녀의 홈페이지를 통해 가사가 공개되어 기대를 하게 만들었던 '반추'을 처음으로 들을 수 있었습니다. 처음 공개하는 신곡이었죠. 이어서 1집과 EP에는 수록되지 않았지만 그녀가 공연에서 종종 들려주었던 '우습겠지만 믿어야할'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내년 초 즈음에 또 다른 EP가 나올 수도 있다고 들은 기억이 있는데, 이 곡이 반드시 실리면 좋겠더군요. 그 정도로 좋았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을 알리는 곡과 정말 제목이 마지막인 곡이 이어졌습니다. '멜로디로 남아'에는 그녀의 노래들, 공연들이 관객들 기억 속에 오래오래 남길 바라는 마음이 담겼있다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제목 그대로 '끝'으로 '정규 셋리스트'는 끝났습니다.

끝났습니다...만 역시나 그녀는 솔직히하게 앵콜곡을 들려주었습니다. 나이가 드니 내려갔다 올라오는게 쉬운게 아니라며, 요즘 앵콜곡으로 애용하는 느낌인 '드라마'와 '나무'로 Dawny Boom Live는 막을 내렸습니다. 10월에 예정되어있는 두 번째 이야기는 또 어떤 컨셉일지 기대가 되네요. Dawny Boom Live vol. 2에서 뵙기로 하죠.

2009/09/05 10:11 2009/09/05 10:11

타루 - TARU

'더멜로디' 출신의, 무지개빛 보컬 '타루(Taru)'의 1집 'TARU' 전격 발매!

깔끔한 음악을 들려주었던 '더멜로디'였지만, '더멜로디'는 별로 정감이 가지 않는 밴드였고 그 시절의 타루에게는 그다지 호감이 가지않았습니다. 밴드의 목소리자 얼굴이라고 할 수도 있을 타루는 '프론트 우먼'으로서 보다는 단지 악기와 비슷한 '보컬리스트로'서 존재하는 분위기였고, 무대를 이끌어나갈 역량도 부족한 모습이었으니까요. 개인적으로는 더멜로디의 음악도 이쁘지만 향기 없는 꽃같은 느낌이었구요. 하지만 더멜로디의 해체 이후 '타루'라는 솔로 뮤지션으로 다시 출발하여 2008년에 발표된 미니앨범 'R.A.I.N.B.O.W'로 그 가능성을 확실히 보여주었습니다. 이 미니앨범에는 같은 파스텔뮤직 소속의 'Sentimental Scenery'가 작곡 및 프로듀싱에 참여하였고, 이후 이동통신사인 LGT의 전용폰 CF 삽입곡(Bling Bling)과 거대 게임기업 EA의 모바일 게임 주제가(시간의 날개) 에서도 환상의 호흡을 보여주었고 타루는 보컬로서 역량을 오르막은 달리게 됩니다.

하지만 이번 정규 1집은 그 '환상의 짝궁'이라고 할 수 있는 Sentimental Scenery가 아닌, 일본의 인디밴드 'Swinging Popsicle'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미니앨범의 수록되었던 곡 'Yesterday'가 바로 타루를 위해 Swinging Popsicle이 선사한 곡이었고, 더 시간을 되돌린다면, 2008년 초에 파스텔뮤직의 5주년 기념으로 있었던 공연에서 'Swinging Popsicle'과 함께 그들의 곡을 우리말로 부르기도 했었기에 타루와 Swinging Popsicle의 조우는 낯설지 않습니다.

첫곡 'Night Flying'은 Swinging Popsicle의 곡답게 신나는 기타연주로 문을 여는 트랙입니다. 가벼운 팝락 사운드드의 활주로 위로 이륙을 시작하는 '타루호'에 승선한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야간비행'을 뜻하는 제목 때문에, 훗날 타루가 라디오 DJ를 하게 된다면 시그널 송으로 사용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귀에 익은 사운드로 시작하는 '세탁기'는 바로 Swinging Popsicle의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알고 있을 'Snowism'의 번안곡입니다. 두 사람 사이에 생긴 인연의 얼룩을 세탁기로 세탁하는 모습처럼 말끔히 지우자는 가사는 '미스티 블루'의 정은수가 썼다고 하네요. 미니앨범에서 타루가 좋아하는 곡인 '미스티 블루'의 '날씨맑음'을 리메이크해 불렀던 점을 생각한다면, 타루와 미스티 블루의 돈독한 관계를 유추할 수도 있겠습니다.

이번 앨범 발표와 함께 뮤직 비디오가 공개된 '연애의 방식'은 노래하는 타루만큼 발랄하고 귀여운 가사가 인상적인 트랙입니다. 여러 드라마의 OST로도 목소리를 들려준 그녀이기에, 이 곡이 청춘연애물의 삽입곡으로도 잘 어울릴 만합니다. 제목이 '연애의 방식'이기에 서로 다른 연애의 방식 때문에 겪는 갈등들을 이해해 나가야하지 않을까요? 제목부터 눈에 익은 'Sad Melody' 역시 Swiniging Popsicle이 불렀던 곡입니다. 파스텔뮤직 5주년 기념 공연에서 Swinging Popsicle의 보컬 '미네코'가 우리말로 번안한 가사로 들려준 일이 있었는데, 가사를 잘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같은 가사라고 생각되네요. 원곡이 상당히 가라앉는 느낌이었는데, 편곡이 달라지면서 그 무거움은 덜해졌습니다. 하지만 타루만의 색깔이 표현되지 못한 점은 아쉽습니다.

모 핸드폰 CF의 모토가 생각나는 'Talk & Play'는 두 번째 앨범을 준비 중인 '나루'가 참여한 트랙입니다. 흥겨운 펑키 사운드, 시원한 타루의 보컬, 그리고 당찬 가사에서는 상당히 대중가요의 색이 짙게 느껴집니다. 스트링으로 고급스러운 느낌을 더한 기타팝 'Just Go'는 강렬한 느낌의 제목과는 다르게 어쿠스틱의 색이 짙은 트랙입니다. Night Flying이 에니메이션의 오프닝 송이라면, 이 곡은 쓸쓸한 분위기 때문에 엔딩송으로도 어울리겠습니다. 그 만큼 만화적 감수성이 느껴진다고 할까요? Night Flying에 이어 달리는 트랙인 '쥐色 귀, 녹色 눈'은, 오해하기 쉬운 제목만의 발음 자체만으로도 상당히 도발적(?)이고 그에 못지 않게 비판적인 가사를 노래합니다. 심오한 제목은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라는 속담을 다르게 표현한 제목일지도 모르죠.

'노리플라이'의 '권순관'이 참여한 '내일이 오면'은 화려하면서도 복고적인 사운드로 시작하는 트랙입니다. 이미 컴필레이션 앨범 '남과 여... 그리고 이야기'의 수록곡 '조금씩, 천천히, 너에게'에서 입을 맞추었던 그들이기에 호흡도 어색하지 않습니다. 달짝지근하지만 달콤하지만은 않은 가사는, 아직도 알 수 없는 정체성 속에서 혼란스러운 키덜트들과 저물어가는 20대의 어딘가에 서있는 모든 이들에게 위로가 될 법합니다. 이어지는 'Daydream'은 요즘 대세인 오토튠을 적절하게 이용한 목소리가 인상적인 트랙입니다. '백일몽' 혹은 '헛된 공상'을 의미하는 제목처럼 행복 속에서 느껴지는 불안, 헛된 기우를 노래하고 있습니다.

'Slow star'는 Swinging Popsicle이 불렀던 일본 게임 주제가로, 발을 구르며 흥얼거릴 만큼 흥겨움이 가득한 트랙입니다. 진한 쓸쓸함과 그리움이 담겨 있는 'Don't Let Me Down'이어 'Yesterday'의 새로운 버전으로 앨범은 끝납니다. 보너스트랙이자 이번 앨범에서 유일하게 Sentimetal Scenery와 함께한 '시간의 날개'는 이미 온라인 싱글로 공개된 곡이지만 반갑습니다. 제목처럼 상쾌하게 날아오르는 타루의 시원한 목소리가 빛나는 트랙이죠.

홍대 인디씬을 넘어서 대중적으로 어필할 만한 사운드와 목소리를 들려주는 타루 1집은, 그래서 '상당히 대중적'입니다. 그만큼 지금까지의 타루를 모르는 사람들도 흥겹게 즐길 만한 트랙들로 가득하구요. 점점 더 무르익어가는 그녀의 가창력도 귀를 즐겁게 합니다.

하지만 정규 1집으로서는 아쉬움이 큽니다. 타루만의 색을 보여주기에는 부족한 점들이 보입니다. 같은 소속의 요조가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와 함께한 'My name is Yozoh'를 발판으로 1집에서는 싱어송라이터로서 좀 더 자신의 색을 보여주었던 점을 생각했기에, 이 앨범에 대한 기대는 높았습니다. 물론 모든 뮤지션이 싱어송라이터가 될 이유는 없지만, 앨범 'TARU'는 목표가 되는 도약점이 아닌, 더 높은 도약을 위해 'R.A.I.N.B.O.W'에 잇는 또 다른 발판처럼 보입니다. 짙은 Swining Popsicle의 색은 역시 같은 소속의 '미스티 블루(Misty Blue)'의 최경훈이 다른 보컬과 함께 'Belle Epoque'라는 이름으로 음반을 발표했던 것처럼, 이번 앨범이 Swinging Popsicle의 Belle Epoque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구요.

아직 타루가 해결하지 못한 숙제를 던지는 1집이라고 하겠습니다. 별점은 4개입니다.

2009/08/27 16:40 2009/08/27 16: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