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토일 삼일 연속 홍대 출동의 마지막이자, 연말 '숲의 큐브릭 출동' 시리즈의 첫번째는 바로 '타루'의 어쿠스틱 라이브 공연 '어쿠스틱 타루'였습니다. 'Swinging Popsicle'과 함께하여 참 좋았던 앨범 발매 공연과 기대에 비해 여러모로 아쉬웠던 예스24 팬미팅으로 롤러코스터같은 모습을 보여준 그녀였기에, 이번 공연은 기대 반, 우려 반이었습니다. 그리고 미니앨범은 일렉트로니카, 1집은 팝락 성향의 앨범으로 어쿠스틱과는 거리가 있는 곡들을 담고 있기에 '어쿠스틱'을 표방한 이 공연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궁금했죠.
20일 드디어 공개된(?) '어쿠스틱 타루'는, 이제는 타루의 '절친'이라고 할 수 있는 키보드 세션 '오박사(오수경)'의 피아노 연주로 시작했습니다. 멋진 피아노 연주곡이었는데 범상치 않은 음악적 능력으로 '오박사'라는 별명이 붙은 그녀답게, 자작 탱고곡을 들려주었습니다. 예전에 만들어둔 곡으로 '어쿠스틱 타루'를 위해 갑자기 다시 연주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오랜만의 연주라 그런지 실수가 있었고, 그녀는 성에 차지 않았는지 타루와 관객들의 양해를 구하고 다시 한 번 연주해서 소원성취하였습니다. 총 두 곡을 들려주었는데 다른 한 곡도 그녀의 자작 탱고곡이어서 그녀의 탱고에 대한 사랑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본격적인 '어쿠스틱 타루'가 시작되었습니다. 첫곡은 바로 'Kiss Kiss'였고 조금은 의외였습니다. 제 개인적인 취향떄문일 수도 있겠지만, Kiss Kiss는 왠지 마지막 곡이나 앵콜곡 정도로 쓰일 '비장의 카드'같은 느낌이 강한 곡이었는데, 처음부터 꺼내드는 '초강수'를 동원했기 때문이죠. 아무튼 오박사의 감미로운 연주와 함께 듣는 Kiss Kiss는 너무 좋았습니다. 이제는 Kiss Kiss하면 '스위트피'가 불렀던 리메이크 버전 보다도 타루의 부른 버전이 먼저 떠오를 정도로요. 이어서 미니앨범 'R.A.I.N.B.O.W'에서 유일하게 어쿠스틱으로 부를 만한 'Yesterday'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공연을 하는 타루의 모습은 조금 불안해보였습니다. 최근 열과 두통에 시달리고 있는지, 스스로 컨디션이 좋지 않다고 이야기하는 그녀의 모습은 안스러웠죠. 과연 공연을 무사히 마칠 수 있을까 걱정이 되기도 했구요. 두 곡을 깔끔하게 들려준 그녀를 위해 지원군이 등장했습니다. 바로 '꼬꼬마스'라는 삼인조 여성 보컬 팀으로 타루 외에 두 명의 여성이 무대 위로 올라왔죠. 타루를 포함한 꼬꼬마스 세 사람과 오박사까지, 무대위에 오른 네 사람 모두, 스웨터나 원피스, 셔츠 등 모두 상의를 빨간 색으로 통일하여 가까이 다가운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예상하지 못했던 '꼬꼬마스'의 등장은 참으로 신선했습니다. 'Altogether alone'을 시작으로 크리스마스 캐롤 'Ashanti'의 'Hey Santa', 타루의 '연애의 방식', Mocca'의 'Sing', 그리고 '카니발'까지 아름다운 세 사람의 화음을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이벤트성의 프로젝트로만 머물지 않고 '꼬꼬마스'의 정식 앨범이 발매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생겼습니다. 이어 1부의 마지막으로 저렴한(?) 게스트로 꼬꼬마스의 한 명인 '송희란'과 남성 기타리스트 '류석원' 공연을 볼 수 있었스니다. 두 사람의 보컬이 어우러진 'Jason Mraz'의 'Lucky'는 솔로들의 가슴을 후벼팔 기세였으나 감미로운 원곡의 보컬과 비교했을 때 남성 보컬은 아쉬웠습니다. 이어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달구는 'Joyful joyful'을 들을 수 있었죠.
오박사와 함께 등장한 2부에서는 지금까지 타루가 쌓아두었던 미발표 자작곡들을 다수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녀가 감히 '어쿠스틱 타루'라는 제목으로 공연을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을 발견할 수 있었죠. 그녀는 먼저 제목이 정해지지 않은 두 곡을 정해주었습니다. 한 곡은 'Dynamic Life(가칭)'로 가사처럼 역동적인 인생을 꿈꾸는 곡이라고 하며, 다른 한 곡은 'Show me your love(가칭)'였습니다. 이어 얼마전에 알게되었다는 첼리스트 '세윤'의 연주와 함께 자작곡 '지금이 아니면'을 들려주었습니다. 첼로의 아름다운 선율이 너무나 잘 어울렸던 곡으로 반드시 다음 앨범에 현악과 함께 실렸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어 다시 '꼬꼬마스'가 등장하였고 '비장의 카드'를 꺼내들었습니다. '루왁 블루'라는 제목의 고양이에 대한 노래를 들려주었죠. 그런데 너무나 교태로운 코러스는 미성년자 관람가였던 공연의 등급을 순간 '19금'으로 치솟게 하면서 분위기를 달구었습니다. 꼬꼬마스는 꼭 앨범이 나와야합니다. 한 곡을 들려주고 꼬꼬마스는 다시 퇴장하였고, 타루의 마지막 두 곡이 이어졌습니다 'With you'라는 자작곡에 이어, 마지막 곡은 앨범 수록 예정 1순위 '여기서 끝내자'였습니다. 멜로디와 가사, 모든 면에서 완성단계에 이른 이 곡은 정식 앨범 발매 전에, 조금 더 빨리 '디지털 싱글'의 형태로라도 들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 정도로 이 곡은 애절한 느낌이 좋았고, 타루의 싱어송라이터로서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게하는 곡입니다. 당연히도 앵콜요청이 이어졌고, 타루가 앵콜곡으로 즐겨부르는 '사랑의 찬가'와 또 다른 신곡 'Good night'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무대에 오를 때부터 정말 힘들어보이는 그녀였지만, 다행히도 무사히 공연은 마칠 수 있었습니다. 기대 이상의 120%를 모습을 보여주었던 타루의 '어쿠스틱 타루'는 성원에 힘입어 두 번째 공연이 1월 10일에 예정되어있고, 순식간에 매진이 되었네요. 앞으로 보여줄 더욱 진정한 그녀다운 모습, 싱어송라이터로서의 타루가 기대되는 순간이었습니다. 빨리 앨범을 통해 그녀의 자작곡들을 만났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해지네요. 당당한 그녀, 타루의 행보를 기대해봅니다.
아름다운 혼돈 내 20대의 비망록... live long and pros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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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쿠스틱 타루 in 12월 20일 숲의 큐브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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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스커(Casker) - Your Songs (EP)
네 번째 정규앨범 'Polyesther Heart', 이후 약 1년만에 다시 찾아온 '캐스커(Casker)'의 겨울 선물 'Your Songs'.
'Fragile Days', '정전기'같은 어쿠스틱 친화적인 곡들을 여럿 선보인 '캐스커'가, 올해 8월에 디지털 싱글로 선보인(역시 어쿠스틱 친화적인) '향'이 담긴 EP 'Your Songs'로 찾아왔습니다. 일렉트로니카를 기반으로 하지만 절대 어렵지 않은, 보컬 '융진'의 고품격 분위기와 어우러진 대중 친화적인 사운드를 들려주는 캐스커이지만, 그 음악의 완성도에 비해 대중의 관심은 정말 '잔인할 정도'로 낮은게 현실이었습니다. (뭐, 그렇기에 저와 같은 사람들이 찾아서 음반 리뷰를 쓰고 있겠지만요.)
첫곡 '창밖은 겨울'은 앨범의 시작부터 상당한 인상을 남기는 트랙입니다.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미드템포에 일렉트로닉 팝이라고 할 수 있는 이 곡은 무엇보다도, '현실'과 '꿈'으로 구분되는 이중적인 구성이 인상적입니다. (현실 부분의 가사는 같은 파스텔뮤직 소속 '에피톤 프로젝트'의 곡 '그대는 어디에'가 생각나기도 합니다.) 친구를 만나고 너의 자리는 없다고 스스로 다짐도 하지만 침대에 누워서 눈물이 흐르는 모습을 서글프지만 담담하게 노래하는 '현실 부분'은 차분합니다. 하지만 중간에 삽입되는 꿈 속에서 만나기를 바라는 '꿈 부분'에서는 템포는 빨라집니다. 그리고 차마 현실에서는 멀어지는 뒷모습을 보며 말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이 꿈에서 펼쳐집니다. 하지만 현실과 다르게 서글프게 들리지 않고, 소박하게 바람을 노래합니다.
다시 현실로 돌아온 주인공은 거리를 방황하고 있습니다. 너의 자리는 없다고 했지만 흘린 눈물처럼 쓸쓸함은 어쩔 수 없나봅니다. 어제와는 다르게 오늘 밤에는 잠들지 못합니다. 꿈에서라도 주인공은 어느정도 위로를 얻었던 것일까요? 아니면 쓸쓸함이 잠 못이루게 하는 것일까요? 그런 궁금증에 대한 해답을 생각하기 전에 노래는 시선을 '창 밖의 겨울'로 옮겨가며 끝납니다. 24일 저녁과 25일 저녁 사이에 일어났을 법한 이야기의 가사는, 짧지만 상당한 여백으로 여운을 남깁니다. 독백과도 같이 감정의 변화를 예측할 만한 장치들이 많지만, 직접적으로 감정을 언급하는 부분이 없다는 점이 그렇고, 특히 마지막 가사 '힘없이 창문을 열면 겨울'은 '여백의 미'의 절정으로 다분히 '열린 결말'입니다. 창 밖에 '너'가 서있었을지, 아니면 주인공은 창 밖 커플들의 애정행각을 보면 그냥 그대도 쓸쓸했을지, 또 아니면 아니면 '겨울의 축복'이 주는 위로로 안정을 찾았을지.
'밤의 이야기'는 동양의 밤을 일렉트로니카로 표현하고 있는 트랙입니다. 신서사이저의 음색이나 피아노 연주, 마지막 박에 강조를 둔 세박자와 같은 '동양의 밤'을 표현하기 위한 여러 장치들은 여러 크로스오버/일렉트로니카 계열 뮤지션들이 연장선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캐스커는 '답습'에 그치지 않고 캐스커만의 색채를 입혀서 또 다른 독특한 분위기를 형성해냅니다.
아주 깊은 밤, 하늘에는 세상을 밝게 비추는 둥근 달이 떠있고, 그 달을 바라보며 노래하는 주인공인 서있습니다. 청명한 신서사이저는 밝은 달밤의 이미지와 고즈넉이 쓸쓸한 주인공의 심상도 같이 들려줍니다. '쿵쿵짝' 세박자에서 '쿵쿵'을 담당하는 에그쉐이크 소리는 발자국 소리를, 간간히 저 빠르게 흔들리 에그쉐이크 소리는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 소리를 연장시킵니다. 낭창낭창하게 부르는 '융진'의 목소리는 그런 고즈넉한 달밤의 이미지와 어우러져 한 편의 시조 낭송처럼 들립니다. 여러 일렉트로니카 계열 뮤지션들이 그려낸 동양적 이미지는 서양인이 바라봤음직한, 실크로드 끝에 존재하는 황금으로 이루어진 도시나 한국의 단청이나 중국의 경극처럼 화려한 이미지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캐스커가 그려내는 이미지는 화려함과는 먼, 어두운 달밤과 여백이 존재하는 담백한 수묵담채화라고 해야겠습니다.
앨범 제목과도 같은 'Your song'은 앞선 두 곡과는 다분히 다른 분위기입니다. 오토튠의 힘으로 변화된 목소리가 그렇고. 역시 그리움을 노래하고 있지만, 간접적으로 감정했던 두 곡과는 달리 직설적으로 이야기하는 감정이 그렇습니다. Your song이라는 제목에서 '너의 이야기'를 노래할 법했지만, 사실 가사는 주인공의 이야기로 가득 차있습니다. 너에게 들려주고 싶은 노래가 바로 Your song인가봅니다.
이어지는 '향(Alternate Ver.)'는 이미 디지털 싱글로 공개되었던 트랙으로 음원이 아닌 음반으로 소장하고 싶은 팬의 마음을 충족시키고 있습니다. 사랑의 동상이몽과 이별 후에 그가 남긴 '향'을 노래하는 이 곡은 아늑한 느낌의 제목처럼 가장 어쿠스틱한 소리와 감성을 들려주는 트랙입니다. (지난 '향' 디지털 싱글 리뷰를 참고해 주세요.)
그런 어쿠스틱한 느낌을 살려서 더욱 살려서 '향(Acoustic Ver.)'이 마지막 트랙으로 수록되어있습니다. '향'이 가사부터 소리의 요소요소가 좋은 곡이어서 어쿠스틱 버전도 큰 기대를 했지만, 사실 조금 아쉽습니다. 어쿠스틱의 느낌은 더욱 충만해졌지만, 어쿠스틱 버전만의 그 이상을 기대했기에 아쉽다고 할까요? 더 욕심을 내어 보컬을 '융진'이 아닌 객원보컬을 기용해봐으면 어땠을까 합니다. 이 곡에서 만큼은 융진의 보컬도 좋지만. '한희정'같은 조금 매마른 느낌의 보컬이었으면 또 전혀 다른 매력을 발산하지 않았을까요? 그럼에도 어쿠스틱 버전은 충분히 매력적입니다. 디지털 싱글로 기대했던 어쿠스틱 공연을 이렇게 음원으로 실연가능함을 확실하게 들려주고 있고, 최대한 조근조근한 융진의 보컬과 캐스커(이진오)의 코러스는 그윽한 향을 더욱 짙게 하고 있습니다. (다시 생각해보니 간곡한 호소같은 융진의 목소리와는 달리, 한희정이 불렀다면 더 처절하게 들려주었을지도 모르겠네요.)
이어지는 트랙들은 캐스커 본연의 일렉트로니카에 좀 더 충실한 두 곡으로, 4집 'Polyester heart'에 실리지 못한 후보곡이 아니었을까 생각도 듭니다. 어쿠스틱 기타와 브라스가 흥을 돋우는 'Let it shine'은 EP 수록곡 가운데 유일하게 댄서블한 트랙입니다. '녹턴'은 약 50초의 짧은 연주곡으로 이어지는 'Pluto'의 전주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Pluto'는 향의 어쿠스틱 버전을 제외한다면 마지막 트랙으로 앨범 'Polyesther heart'에 수록된 동명의 곡과 비슷한 점이 많습니다. 두 곡 모두 '녹턴'과 '너와 나'라는 피아노 연주의(너와 나에는 더 불어 두 사람의 짧은 가사가 있지만) 전주곡을 갖고있다는 점이 그렇고, 어떤 트랙들보다도 귀에 감기는 트랜스한 연주 위로 흐르는 이별 후에 되묻는 형식의 가사가 그렇습니다. 차가운 소리들이지만 그 속에서 온기를 놓치지 않는, 캐스커식 일렉트로니카를 좋아한다면 마음에 들지 않을 수 없는 요소들로 가득하죠.
'Pluto'라는 제목 선택도 눈여겨볼 만 합니다. 'Pluto, 플루토'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죽음의 신'의 로마식 이름(그리스식은 '하데스')이자, 태양계에서 행성으로 분류되다가 퇴출되어버린 비운의 '명왕성'의 영어 이름입니다. 가장 처음 가사가 '버려지기 전부터 보이지 않던 별'입니다. 지금의 명왕성의 처지를 가장 잘 의미하고 있는 구절이 아닐까 하네요. 태양계에서도 거의 최외곽에 위치하기에 지구에서는 관찰하기 힘들고(보이지 않던), 결국 행성의 지위를 잃은(버려지기 전부터) 명왕성이니까요. 그리고 그 의미가 죽음의 신, 끝을 의미하기에 '이별 노래'의 제목으로도 적절합니다.
'Your Songs'라는 왠지 푸근하면서도 서글픈, 양가감정의 제목은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청자인 우리를 위한 곡들로 채워진 앨범임을 암시할 지도 모릅니다. 두 남녀가 앉아 다과를 즐기고 있는 간결한 자켓의 일러스트도 그렇구요. 이번 EP는 캐스커가 대중에게 다가가기 위해 작심하고 준비하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별점은 4.5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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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iteout (짙은 단독 공연) in 12월 5일 마포아트센터 아트홀 맥
홍대 인근의 클럽들에서 열렸던 지난 공연들과는 다르게 이번 공연은 '마포아트센터'라는, 저에게는 다소 생소한 공간에서 보게 되었습니다. 마포아트센터는, 파스텔뮤직을 비롯한 몇몇 뮤지션들의 공연일정에서 본 기억이 있는 이름이지만, 실제로 가 본 일은 없었으니까요. 약도를 확인하고 지하철 2호선 이대역에서 내려 도보를 선택한 저는, 역시나 '정부의 시설'이라고 느낄 수 있었습니다. 지난 5월에 갔었던 '구로아트밸리'도 그렇고, 대중교통의 접근성과는 거리가 있는 위치는 정말 '대한민국다웠다'고 할까요?
공연의 제목은 'Whiteout'으로 '어두워짐' 혹은 '의식소실'을 의미하는 'blackout'과는 다르면서도 비슷한 뜻으로, '많은 눈이 내려 원근감이 사라지고 공간과 경계의 구분이 모호해지는 현상'을 의미한답니다. 그날따라 오전부터 눈발이 날리는 추운 날이었기에, 선견지명이었는지 탁월한 공연 제목이었죠. 팬클럽을 통해서 조기예매했기에 티켓팅을 하고 확인한 좌석은 OP석 25번, 무려 앞에서 두 번째 줄에 앉게 되었기에 너무나도 생생히 경청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성용욱 혼자 무대에 올랐던 단독공연과는 다르게, 성용욱, 윤형로 두 사람의 '완전체 짙은'의 첫 단독공연이기에 또 어떤 다른 매력을 발산할 지도 궁금했죠.
Whiteout의 시작은 바로 '달'이었습니다. 그리고 무대 위에는 짙은 두 사람과, 계속 세션을 도와주고 있는 키보드의 '오박사(오수경)'과 드러머, 베이시스트 외에도 네 사람을 더 볼 수 있었습니다. 한 사람을 바로 지난 단독공연에서도 세션으로 등장해서 아름다운 첼로 연주를 들려주었던 '성지송'이었고, 다른 세 사람은 현악 세션으로 바이올린 2대와 비올라 1대의 구성으로 성지송의 첼로와 어우려져 현악 4중주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좋은 공연장에서 그에 걸맞는, 그리고 이번 공연을 더욱 특별하게 할 소리들을 들려주기 위한 노력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었습니다.
White의 이미지와는 다르게 '어둠밖에 난 볼 수가 없어'로 시작하는 점이 포인트가 아니었을까 합니다. 짙은의 정규 앨범이 아닌 파스텔뮤직의 컴필레이션 '사랑의 단상'에 수록되었던 곡으로, 싱글로 발표되었던 'December'와 더불어 다음 앨범에는 정식으로 수록되었으면 하는 곡입니다. 이어서 역시 천체 3부작의 하나인 '별, 달, 밤'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면 3부작의 나머지 하나가 궁금해지는 사람들이 있을텐데,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으니 기다려야 합니다.
'a little bit'과 'December'가 이어졌는데, 그 동안 12월이 아님에도 줄기차게 불러온 December는 드디어 제 때를 만나 절정에 달했습니다. 이제 당분간은 공연에서 들려주지 않으려나요? 'Wonderland'에 이어 기타리스트 윤형로가 군대에서 피아노를 치면서 만들었다는 곡을 들려주었습니다. 여러 곡을 만들었다는데, 성용욱의 반대로 대부분 봉인되고 마지막으로 살아남은 곡인가 봅니다. 성용욱은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고 기타 연주와 함께 윤형로의 보컬로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상당히 좋았습니다. 곡이 좋지 않아서 반대한 것이 아나라, (그럴리 없겠지만) 윤형로의 능력을 경계하여 반대했다고 생각했을 정도로요. 윤형로는 눈물을 삼키며(?) 언젠가는 솔로 프로젝트로라도 선보이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바로 아니라고 뒷수습했지요. 밴드 짙은 붕괴의 시발점이 되는 것은 아니겠죠?
1부의 마지막 곡 'Feel alright'은 들으면 들을 수록 매력에 빠져드는 곡으로 차분한 성용욱의 음성과 가사가 지친 마음을 보듬어주는 느낌이 좋은 곡입니다. 1부의 마지막 곡은 처음 듣는 제목의 곡 '빙하'였습이다. 잠깐의 인터미션 후 2부가 시작되었고 게스트(?)로 '시켜서 하는 밴드'가 등장했습니다. 사실 시켜서 하는 밴드는 짙은 두 사람과 세션들이 '좋아서 하는 밴드'을 패러디해서 만든 프로젝트로, 버라이어티한 공연을 위해 준비되었답니다. 그리고 성용욱, 윤형로를 비롯하여 세션 드러머와 베이스, 그리고 키보드 세션의 오박사까지 일렬로 나란히 않아서 어쿠스틱 공연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모습은 바로 지난달 '민트페스타'에서 보여주었던 것이었습니다. '아침'을 시작으로 지난 '민트페스타'에서 오박사의 아코디언 연주가 인상적이었던 '나비섬'과 '괜찮아' 등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시켜서 하는 밴드'가 내려가고 본격적인 2부가 시작되었습니다. 찻집 분위기를 연출했던 1부와는 다르게 좀 더 뜨거운 분위기의 공연을 보여주었죠. 경쾌한 느낌의 'If'를 시작으로, 잡을 수 없는 짙은 안개같은 느낌의 '손톱', '손톱'과 한쌍처럼 이별을 노래하는 손톱의 주인 '그녀'가 이어졌습니다. '짙은'이라는 이름을 처음 기억하게 한 곡 'Rock Dove'는 라이브로 들을 때 더욱 좋았고, 짧지 않았던 공연의 마지막은 'If'이어 경쾌함을 이어가는 곡 'Secret'이었습니다. 단연히도 앵콜 요청은 이어졌고 공연에서 좀 처럼 들을 수 없었던 '이유'를 마지막으로 모든 셋리스트를 마쳤습니다.
'아트홀'이라는 이름만큼 홍대인근 클럽들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편안한 소리가 인상적인 공연이었습니다. 현악 4중주의 보조도 편안한 소리에 한 몫을 했다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맨 앞줄이라 그랬는지, 현악 4중주의 소리는 밴드에 가려지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 편안한 좌석은 좋았지만, 고개를 들고 보아야했기에 머리가 좌석에 닿아 졸음이 올 정도로 너무 편안해진다는 점은 단점 아닌 단점이었습니다. 내년 다시 찬바람이 불기 전에 새로운 앨범으로 찾아오겠다는 두 사람, 그 겨울의 시작은 꼭 짙은과 함께하길 바라는 팬들의 바람이 이루어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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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t Festa(민트페스타) Vol. 23 : Horizon in 11월 22일 상상마당
조금 긴 휴식이었습니다. GMF 2009와 숲의 큐브릭에서 있었던 할로윈 밤의 '수다쟁이 잭-오 랜턴'을 마지막으로 3주 정도의 휴식이 있었습니다. 그동안 크게 끌리는 공연도 없었고, 연말을 대비해서 체력 비축을 했다고 할까요? 그리고 11월 22일 다시 '홍대 출격'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하필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22일에 괜찮은 공연들이 겹쳐있더군요 예정되어있던 '민트페스타 vol. 23' 외에 바로바로, 지난 민트페스타에도 출연했었던 '홍대 여신', '한희정'의 단독 공연인 'DawnyRoom Live 2'가 같은 날이었습니다. 눈물을 머금고 민트페스타를 선택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좀처럼 보기 어려운 '브로콜리 너마저'와 'My Aunt Mary'를 한 무대에서 볼 수 있었기 때문이죠.
라인업이 너무나 좋았기에, 역시 벌써 23번째 민트페스타에도 많은 사람이 몰렸습니다. 'Mint Fest vol. 23'의 부제는 'Horizon'으로 '지평선(혹은 수평선)'이라는 의미처럼 인디씬의 지평선을 가로지르는 듯한 다양한 음악의 다섯 팀이 공연을 보여줄 예정이었습니다. '파스텔뮤직' 소속으로 'GMF 2009'의 메인 스테이지인 'Mint Breeze stage'에 오르면서 파스텔뮤직에서 발굴한 남성 밴드로서는 아마도 최초로 성공 괘도에 올랐다고 할 수 있는 '짙은'을 시작으로 주목 받는 신예 '포니', '공감과 청승', 그 사이에서 탄탄한 팬층을 확보하며 입소문이 무서운 밴드 '브로콜리 너마저', 인디씬에서 아직 찾아보기 힘든 '블루지 락'을 들려주는 세렝게티 초원의 전사들 '세렝게티', 마지막으로 대한민국 모던락이 나아가야할 방향을 제시한 'Just Pop'이 한 장만으로도 대한민국 음악사에 각인될 밴드 'My Aunt Mary'까지 역시 푸짐한 차림표였죠.
가장 먼저 무대에 오른 팀은 '짙은'이었습니다. 첫 순서로 등장할 줄은 몰랐는데, '짙은'의 인기가 아직은 오프닝으로 설 수준 밖에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역시 GMF 2009에 이어 '두 사람의 짙은'으로 무대에 올랐고, 얼마전 복귀한 '윤형로'가 바로 이 공연 하루 전인 토요일이 생일이었다는군요. 12월 5일에 있을 단독공연의 영향인지 셋리스트에도 지금까지 보았던 공연들과는 달랐습니다. 첫곡은 오프닝 곡으로 익숙한 '안개섬'이 아닌, '별, 달, 밤'이었죠. '그대여 나의 그대여'라고 낮게 읊조리는 가사는 유독 간절했습니다. 아마도 뒤이어 멘트로 홍보한 12월 5일 단독공연 'Whiteout'에 많은 사람이 찾길 바라는 마음이 담긴 간절함이 었을지도 모르겠네요. 짙은 노래 가운데 제가 가장 좋아하는 'December'가 이어졌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곡이 정규앨범에 수록되지 않은 점은 아쉬울 뿐입니다. 12월이 아닌데도 공연에서 줄창 들려주었던 December, 이제 12월에 있을 공연에서 진정한 그 감성을 느껴보아요.
역시 공연에서 자주 들려주는 'If'에 이어 오프닝으로 자주 들을 수 있었던 '나비섬'에서는 특별한 모습이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Whiteout'에 대한 홍보였을까요? 파스텔뮤직의 '완소 키보드 세션'이라 할 수 있는 '오박사(오수경)' 뒤편에 있던 키보드를 두고 무대 앞으로 내려왔고. 그녀에게 장착된 악기는 키보드가 아닌 아코디언이었습니다. 그리고 무대는 신나는 어쿠스틱 세션이 되었죠. 하지만 아쉽게도 맛보기처럼 한 곡 뿐이었습니다. 이어 '짙은'을 들려주면서 첫 번째 순서의 막은 내렸습니다.
두 번째 팀은 밴드 '포니'였습니다. 올해 8월에 정규 1집을 발표한 신예라고 할 수 있는데, 입소문이 나쁘지 않았기에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궁금했습니다. 그들의 중성적인 이미지는 '데이빗 보위'나 'Suede'가 떠올랐습니다. 묘한 분위기의 곡들도 그랬구요. 처음 듣게 되고 처음 보게 되는 밴드라 곡 제목이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아요. 기다렸던 민트페이퍼에도 셋리스트가 안올라오는군요. 하지만 또 어떤 곡에서는 일본의 밴드 "L'arc~en~Ciel"의 느낌이 나기도 했습니다. 그들의 앨범 자켓에 등장하는 알록달록 곰인형은 이 밴드의 음악색을 표현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세 번째 팀은 기다리고 기다리던 '브로콜리 너마저'였습니다. 이제는 희귀 아이템이 되어버린 싱글(데모) '꾸꾸꾸'부터 EP '앵콜요청금지', 1집 '보편적인 노래'까지 이 밴드의 음반을 꾸준히 모으고 있지만, 저에게 공연과는 유난히도 인연이 없는 밴드라고 하겠습니다. 2006년의 어느 따뜻한 봄 날, 홍대 앞 프리마켓에서 이 밴드의 야외 공연을 본 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으니까요. 그 야외 공연에서는 보컬 '계피', 키보드 '잔디', 기타 '덕원'의 삼인조였고 그 모습을 보고 싱글을 구입한 기억이 있습니다. 그 동안 이 밴드에도 변화가 있어서 기타리스트 '향기'와 드러머 '류지'가 들어왔고, 1집까지 함께 한 보컬 '계피'가 탈퇴했습니다. 계피의 탈퇴 이후 불안하던 보컬이 더 불안해졌다는 이야기들이 있었지만 그래도 이 밴드의 공연은 볼 수 있는 이번 기회를 놓칠 수 없었죠. 혹자들은 '신은 이 밴드에게 뛰어난 작사와 작곡 능력을 주었지만, 공평하게도 안타까운 보컬능력을 주었다'고 평하기도 합니다.
첫곡은 1집의 첫곡이기도 한 '춤'으로 시작했습니다. '공감과 청승사이'라고 표현했는데, 이 밴드만큼이나 청승스러우면서도, 신파적이지 않고 잔잔한 공감을 일으키는 밴드도 없을 법합니다. 그렇기에 '춤'이 시작되자마자 관객들은 술렁이기 시작했습니다. 수 많은 사람들이 '브로콜리 너마저'를 보기위해 왔다고 생각될 정도였죠. '덕원'은 여성멤버들에게 둘러쌓인 '청일점'이자, 수많은 여성팬을 가진 밴드의 리더이기에 '오늘 가장 행복한 사람'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밴드에서 대부분의 작사와 작곡을 담당하는 리더 '덕원'은 EP와 1집의 성공을 바탕으로 이제는 자체 레이블 '스튜디오 브로콜리'를 이끌고 있기도 합니다. '춤'을 잊는 곡은 '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가 이어졌습니다. 앨범에서 '춤'은 메인보컬이 덕원이었지만 이 곡은 바로 계피였기에 공백이 우려되었습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다른 여성 멤버들의 목소리로 공백은 비교적 무난히 채워졌습니다. 1집 앨범 타이틀이, 누구나 공감하고 부를 수 있는 '보편적인 노래'이듯, '극한의 가창력'을 요구하는 곡들이 아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됩니다. '이웃에 방해가...'에서 '향기'의 목소리에 이어 흥겨운 '두근두근'에서는 '잔디'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데모들에서만 들을 수 있는 신곡 두 곡이 이었졌습니다. 첫 번째는 한정 발매된 두 번째 데모 '잔인한 4월'에 수록된 '커뮤니케이션의 이해'였습니다. '붕가붕가 레코드'의 '서울대 카르텔(?)'의 한 축이었던 점이 드러나는 제목으로, 서울대의 어떤 강의의 제목이라고 합니다. 상당히 고지식한 느낌의 제목이지만, 가사는 역시 '브로콜리 너마저'다웠습니다.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마음과 감정들에 대한 생각들을 풀어나가는 가사는 공감하지 않을 수가 없더군요. 더불어 두 번째 데모를 미쳐 입수하지 못한 점이 너무나 아쉬웠습니다. 마지막 곡이자, 두 번째 신곡은 최근에 발매된 세 번째 데모이자 2집 발매전 마지막 데모라는 '브로콜리 O마저'의 수록곡 '이젠 안녕'이었습니다. 다행히도 세 번째 데모는 티켓팅 부스에서 판매 중이었기에 당연히 장만하였죠. 마지막 곡이 끝나자, 마지막 순서가 아니었음에도 앵콜 요청이 쇄도했습니다. '앵콜요청금지'라는 곡이 있지만, 이 밴드에게 앵콜은 절대 금기는 아니었는지, 특히 여성팬들이 좋아하는 '유자차'를 들려주었습니다.
네 번째 '세렝게티'의 순서였지만 잠시 'GMF 2009'에 대한 결산 보고 및 시상식이 있었습니다. 4개 부문에 대해 'GMF'와 '민트페스타'를 주최하는 '민트페이퍼' 홈페이지에서 투표가 진행되었다고 합니다. '최고의 순간'과 '최고의 공연' 2관왕에는 '이적'이, '최고의 루키'에는 '좋아서 하는 밴드'가, '최고의 아티스트'에는 'Tune'이 선정되었고, 시상식과 함께 상품으로는 'GMF 2009 머천다이즈 full set'과 'GMF 2010에 원한다면 출연할 수 있는 권리'가 주어졌습니다. 내년 봄에는 GMF의 봄 버전으로 작게, 'Loving Forest Garden'과 'Cafe Blossom House' 두 개의 스테이지만으로 열리는 공연이 기획 중이라고 하네요.
블루지한 소울 펑크를 들려주는 '세렝게티'는 약 2달 전에 있었던 'Live THEY에 이어 같은 상상마당 무대에서 보게되었습니다. 원색들의 대비가 인상적인 가사의 '꿈 속의 Africa'로 시작된 셋리스트는 2달 전과 약간의 차이는 있었지만 '위가 없어 + Street Life' 등 다시 들을 수 있는 곡들도 있었습니다. acoustic sesseion이기에 조금은 차분했던 지난 공연과는 다르게 더욱 신나게 노는, 아프리카 대지 위를 뛰는 세렝게티 전사들의 모습을 보여주었고 관객도 함께할 수 있어쓰니다.
마지막은 감히 대한민국 인디씬 최고의 밴드들 가운데 한 팀이라고 할 수 있을 'My Aunt Mary'의 순서였습니다. 음악도 음악이지만 무대에 올라선 My Aunt Mary, 세 멤버의 모습은 대단했습니다. 세 사람 다 의류 모델을 해도 괜찮을 정도의 비쥬얼을 갖추고 있었으니까요. 가장 최근 앨범인 5집의 수록곡일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첫곡을 3집 'Just Pop'의 '기억의 기억'으로 시작했습니다. 'Just Pop'은 '제 2회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최우수 모던록' 분야와 '올해의 음반', 2관왕을 차지한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없는 앨범'이라고 하겠습니다. 개인적으로도 2000년 이후 한국 가요의 변화에 있어서 나아가야할 방향을 제시한 앨범이며, 90년대 가요가 진화했어야할 방향에 대한 해답을 인디씬에서 제시한 앨범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90년대 가요의 적통은 현재 속칭 '가요계'가 아닌 인디씬의 여러 밴드들, 이번 '민트페스타'에 출연한 'My Aunt Mary'나 '브로콜리 너마저'같은 밴드들이 이어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어서 역시 3집의 수록곡인 잔잔한 발라드 '4시 20분'이어졌습니다. 가장 좋아하는 3집의 곡을 연속으로 듣게되니 엄청난 호사이었죠. 사실 이번 공연이 당분간 My Aunt Mary의 마지막 공연이라고 합니다. 잠시 쉰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돌아올 때 알려준다네요. 재충전의 시간을 갖기 위함일까요? 아니면 새로운 앨범 작업을 위해서일까요? '당분간 마지막' 공연이기 때문인지, 세 번째 곡 역시 3집의 '파도타기'였습니다. 앨범과는 다르게, 뜨거운 태양 아래 한없이 펼쳐진 수평선으로부터 파도만이 밀려오는 평온한 바다 위에서 유유히 서핑하는 모습을 연상시키는 긴 도입부 편곡으로 감동의 물결을 일으켰습니다. 빼놓고 있었는데, 점점 인기가 높아지는 '슈퍼 세션' 키보드의 '임주연'이 이번 공연에 함께하여 그녀의 연주도 감동에 한몫했죠.
네 번째 곡은 4집 수록곡 '랑겔한스'가 이어졌고 잔잔한 분위기의 곡은 마지막이었습니다. 이어서 본격적으로 노는(?) 분위기를 시작하며 역시 4집의 'With'를 들려주었습니다. 너무나 신나는 곡의 분위기에 3집의 이미지와는 괴리감이 있지만, '내게 머물러'와 함께 제가 4집에서 가장 좋아하는 트랙이기도 하죠. 그리고 이 밴드의 디스코그라피에서 이 곡만큼이나 분위기를 띄울 수 있는 곡이 또 떠오르지 않네요. 그리고 다시 3집으로 돌아가서 '럭키 데이'와 '골든 글러브'로 공연의 대미를 장식했습니다. 마지막 밴드이고 당분간 마지막 공연이라기에 당연히도 앵콜요청은 열화와 같았고, 밴드는 그에 보답하여 기다리고 기다리던 '공항 가는 길'을 들려주었습니다. 3집 발매 전에 싱글로도 먼저 공개되었던, My Aunt Mary의 디스코그라피에서 가장 오래 기억되고 사랑받을 곡이 바로 이 곡이 아닐까 하네요. 그렇기에 당연히 리더 '정순용'은 노래 시작 전에 같이 부를 것을 관객들에게 주문했고 노래 중간에 마이크를 관객들에게 넘겨, '감동의 싱얼롱'이 연출되었습니다.(정말 감동이었어요.)
이 밴드의 라이브 실력은 더 이상 좋을 수 없었고 리더인 정순용의 매끄러운 공연의 진행과 더불어, 다른 밴드가 말했다면 관객들이 기분나빴었을 수도 있을 멘트를 상당히 정중하면서도 호소력있게 전하는 그의 능력에도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정말 대단한 리더와 대단한 멤버들을 갖춘, 몇 안되는 밴드가 아닐까 합니다. 더불어 '임주연'의 화려한 연주도 함께해서 너무 좋았죠.
내년 1월 24일 같은 장소로 예정된 '민트페스타 Vol. 24 - Meditation'도 역시 화려한 라인업이 예고되었습니다., 그 부제처럼 잔잔한 음악들을 들려주는 밴드들 위주로 꾸려졌는데, '스왈로우', '플라스틱 피플', '좋아서하는 밴드', 그리고 '재주소년'에다가 무려 'Lasse Lindh'까지 공연에 오른다고 하네요. 이제 '세계로 뻗어나가는 민트페스타'가 되려고 하는 것 일까요? 다음 민트페스타도 기대해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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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티 블루 - 3/4 Sentimental Steady Seller - 가을의 용기
올해 5월에 발매된 봄 EP '1/4 Sentimental Con.Troller - 봄의 언어'와 8월에 발매된 여름 EP '2/4 Sentimental StoryTell(h)er'에 이어, 거의 정확히 3개월의 간격을 두고 가을 EP '3/4 Sentimental Steady Seller'이 공개되었습니다. '봄의 언어'부터 지켜봐온 사람들은 알겠지만, 아니 방금의 소개로도 눈치챌 수 있겠지만, EP들의 제목에는 연속성이 있습니다. 1/4부터 3/4까지 숫자의 크기가 점점 커지고 있고 제목은 모두 'Sentimental'로 시작하여 부제에는 각 계절의 이름이 들어가고 있죠. 당연히도 마지막 겨울 EP는 4/4로 시작하여 'Sentimental XXX - 겨울(의) XXX'가 되겠죠.
'가을의 용기'가 담고 있는 음악을 듣기에 앞서, 1집을 시작으로 지난 미스티 블루의 모든 앨범들이 그러하듯, 앨범 자켓을 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1집부터 함께 해온 일러스트레이터이기에 미스티 블루 음악의 변화 함께 자켓의 변화를 감상하는 것도 또다른 재미가 아닐까 하네요. 봄 EP가 봄에 피는 '진달래꽃'처럼 븐홍색 위주였고, 여름 EP가 '시원한 물'을 연상시키는 푸른색 위주였다면, 가을 EP는 가을답게 '떨어지는 낙엽'을 연상시키는 주황색과 갈색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우선 손이 보입니다. 또 여자아이가 어딘가 숨어있겠죠?
여름 EP의 첫곡 'Picnic'에서 봄 EP의 '4월의 후유증'을 느낄 수 있었다면, 가을 EP의 첫 곡 'Ergo'는 1집 수록곡인 비운의 보사노바, 'Cherry'의 간주가 은은하게 들려옵니다. 이어 들리는 나즈막한 정은수의 허밍과 실로폰 연주는 창문의 맺힌 빗방울처럼 멜랑콜리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인트로 성격이 강한 첫 트랙이 지나면 본격적으로 가을 EP가 시작됩니다. 지난 두 장의 EP와 마찬가지로 총 7 곡이 수록되어 있는데, 첫 트랙을 제외한 여섯 곡운 각각 세 곡씩, 두 부분으로 나울 수가 있습니다. 이 점이 '가을의 용기'가 지난 두 EP와는 다르게 '용기'있게 내세울 수 있는 점이죠.
첫 번째 부분의 첫곡, '청춘지도'는 역시 '미스티 블루'다운 사운드로 시작하는 트랙입니다. 차분한 정은수의 보컬은 다르지만, 꽉 막힌 일상을 노래하는 가사는 지난 여름 EP에도 실렸던 'Slow days'를 생각나게 하는 점이 있습니다. 무한경쟁의 끝에 기다리고 있는 것은 청년실업인, 지금의 청춘들을 위한 노래가 아닌가 하네요.
'지상에서의 마지막 연인'은 아주 인상적인 영화나 소설의 제목일 법한, 마음을 사로잡는 제목부터 인상적입니다. 제목만큼이나 가사도 음미해볼 만합니다. '나에게 네가 처음이었듯이 너에게 나 또한 마지막이길'이라는 구절에서 애처로움이 느껴집니다. 언제나 서로가 서로에게 마지막이 되기를 바라지만, 그 마지막이 지금의 우리가 될 수는 없는 것이 연인이기에, '마지막'이라는 단어는 언제나 위험하면서도 애처롭습니다.
앨범의 부제와도 같은 제목의 '가을의 용기'는 지금까지 미스티 블루의 디스코그라피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독특한 분위기의 트랙입니다. 특히 긴장감을 조성하는 기타연주가 그러합니다. 기타리스트 없이 2인조로 유지되고 있는 미스티 블루의 기타 연주는 세션맨들이 도와주고 있고, 사계절 연작 EP들에서는 EP마다 다른 뮤지션들이 도움을 주고 있는데, '가을의 용기'에서는 같은 파스텔뮤직 소속의 '박준혁'이 도움을 주었습니다. 음조의 변화를 최대한 자제한 정은수의 목소리도 역시 긴장감에 한 몫을 합니다. 작은 변화의 음조 때문인지, 그녀의 목소리는 마치 아코디언이나 하모니카처럼 느껴지기도 하구요. 이 농밀한 분위기는 전혀 미스티 블루답지 않지만, 라이브로는 또 어떻게 들려줄지 너무나 기대되기도 합니다. 가을이 주는 용기에 힘입어, 지금까지 미스티 블루의 노래들과는 다른, 사회적으로 민감한 소재들을 다룬 두 번째 부분이 이어집니다.
두 번쨰 부분의 첫 곡은 서거한 '노무현' 대통령을 추모하는 컴필레이션 앨범인 '그대없는 그대곁에' 수록되었던 '한 밤의 꿈'입니다. 추모 앨범에 수록되었기 때문에 화자가 이야기하는 '그대'가 누군지 알 수 있지만, 사실 추모 앨범에 실리지 않았다면 그냥 '이별 노래'라고 생각했을 곡이죠. 가사의 뉘앙스에서 '그대'의 의미는 상당히 중의적입니다. 마치, '만해 한용운'의 '님의 침묵'에 등장하는 '님'처럼 말이죠. '그대'와 '님', 모두 개인의 특별한 연인이 될 수도 있지만, 좀 더 큰 존재로 생각할 수 있으니까요. 망각과 후회의 동물이라고 할 수 있는 우리 인간, 후회는 했지만 망각하지는 않아야겠스니다. 여름 EP에 수록된 'Slow days'에 이어 '한 밤의 꿈'도 컴필레이션이 아닌, 정식 음반에 수록되면서 미스티 블루의 긴 동면 동안, 분양(?)한 아이들을 찾아오는 느낌이네요. 겨울 EP즈음에는 '한 쪽 빰으로 웃는 여자'도 만나볼 수 있지 않을까요?
'하나'는 가을 EP의 타이틀 곡으로 성적 소수자들을 위한 노래라고 합니다. 무거운 주제을 수 있지만, 타이틀 곡답게 비교적 흥겨운 연주을 들려주고, '여름궁전'처럼 '고난극복형' 가사에서도 직접적 언급이 없기에 사전 정보가 없다면 알아채기에는 난이도가 있습니다. '너'와 '내(나)'가 혼란스러운 가사나, '내 몸과 영혼이 서로 닮은 모습을 하고 있지 않아'로 시작되는 후렴구에서 '하나'의 의미를 알 수 있습니다. 밴드의 음악적 색을 유지하면서, '다름'을 '틀림'으로 인지하는 한국 사회가 고쳐나아가야 할 것을 은유적으로 노래하는 미스티 블루의 솜씨가 제법입니다.
마지막 곡은 'Baby P'라는 독특한 제목의 트랙입니다. Baby P는 2006년 영국에서 태어나서 생모와 계부의 학대 속에 약 18개월의 삶은 마감한 'Peter Connelly'의 코드네임(?)입니다. 가장 행복해야할 시기에, 누구보다도 지옥같았던 삶을 살다가 죽은 Baby P의 이야기처럼, 이 곡의 분위기는 시종일관 무겁습니다. Baby P를 추모하는 레퀴엠처럼, 지금까지의 미스티 블루의 어떤 노래들보다도 무겁습니다. '꽃으로도 태어나지 말고 닳을 수 없는 빛나는 별로 태어나기를'이라는 마지막 추모사는 참혹했던 Baby P의 이야기를 안다면 고개를 끄덕일 만합니다. 격양된 정은수는 목소리는 주술사의 저주처럼 들리는 부분도 있습니다. 어떤 문구가 떠올랐습니다. '나는 죽어서 천국에 갈 것이다 왜냐하면 지옥에서 살았기 때문이다.' 누가 한 말인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Baby P가 마지막 말을 남겼다면, 이 말을 하지 않을까 합니다.
'가을의 용기'라는 부제처럼, 수 많은 고달픈 청춘에서 부터 성적 소수자, 학대에 노출된 아이들 등 많은 사람들을 위한 위로의 노래로 가득합니다. 3개월의 기다림은 또 이렇게 7개 트랙으로 마무리됩니다. 또 3개월이 지난 2010년 2월 즈음에는 사계절 연작 EP의 마지막으로 만날 수 있겠죠. 4/4, 이제 마지막 기다림만이 남았습니다. 사계절 연작 EP라는 거대한 프로젝트를 위해 1년동안 '창작의 고통'과 '마감의 고통'을 함께 격고 있는 미스티 블루의 두 사람이, 긴 레이스의 마지막까지 지치지 않고 막판 스퍼트를 올려주었으면 합니다. 더불어 겨울 EP에는 어떤 기타 세션이 도와줄지도 궁금합니다. '4℃ 유리 호수 아래 잠든 꽃'에서 도움을 주었던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의 '김민홍'을 섭외하면 재밌겠다는 생각도 드네요. 별점은 4.5개입니다.
*은수누나의 블로그에서 있었던 가을 EP 제목 맞추기 퀴즈에서 제가 'Sentimental Stead Seller'를 맞추고 말았습니다. 겨울 EP의 제목은 무엇일까요? 저는 'Sentimental Serial Killer'를 밀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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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쟁이 잭-오 렌턴 in 10월 31일 숲의 큐브릭
할로윈 공연이기에 늦은 8시 시작으로 착각하고 있던 저는, 넉넉하게 약 7시 경에 숲의 큐브릭에 도착하였습니다. 하지만 완전 착각으로 공연은 6시부터 시작되었고 입장 후 맨 뒷자리에 앉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짙은'이 마지막 곡으로 '손톱'을 '한희정'의 키보드 연주와 함께 들려주고 있었습니다. 아쉬웠지만, 다행히도 '한희정'과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의 공연은 놓치지 않은 것이었죠. 하지만 스피커가 앞쪽에만 있었기에 뒷자리에서는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 불편함이 있더군요. 귀청이 떨어질 만큼 큰 소리를 내지 않는 것은 좋았지만, 그 반대 급부로 뒷자리에서는 제대로 감상하기 힘들었습니다. 중간 즈음으로 자리를 옮기니 비교적 잘 들리더군요.
잠깐의 세팅이 지나가고 '한희정'을 대신하여 '레이디 응가'가 등장했습니다. 머리에 '응가'을 올리고 있어서 레이디 응가라나요? 영국에서 온 그녀는 '한국'과 '한희정'을 사랑한다고 영어로 이야기 했습니다 .그런데 너무 긴장을 했는지 영어가 조금 어설프더군요. 하지만 그녀는 능숙하게 그녀가 아름답다(beautiful)고 표현한 한희정의 노래를 능숙하게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가증스러운 가사의 '드라마'와 고독한 자아성찰과도 같은 '나무', 그리고 상쾌한 아침공기같은 '산책', 이렇게 세 곡이 이어졌죠.
그리고 커버곡 시간이 시작되었습니다. 'DawnyRoom Live 2'의 미리보기하고 할까요? 첫 번째 커버곡은 놀랍게도 'Radiohead'의 최대 히트 앨범 'OK computer'의 수록곡 'Exit Music'이었습니다. 버릴 곡이 하나도 없는 앨범 'OK computer'이지만, 'Exit Music'은 제가 특별히 좋아하는 곡이고 노래방에서도 종종 부르는 곡이랍니다. 'For A Film'이라는 꼬릿말이 붙는데 바로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의 엔딩 크레딧으로 사용되었기 때문이죠. 가사도 딱 영화의 마지막 부분을 생각나게하죠. 이어지는 커버곡은 'Lady GaGa'의 'Paparazzi'였습니다. 원곡과는 다르게 어쿠스틱으로 들으니, 섹시하면서도(Pararazzi를 발음할 때, 마지막 zzi 부분) 단아한 느낌이 그녀에게 은근히 잘 어울리는 곡이었습니다.(저에게는 원곡보다 좋더군요.)파파라치같이 집요한 그녀의 팬들에 대한 애증을 표현한 커버곡은 아니었을까요? 많은 커버곡을 들려줄 듯한 DawnyRoom Live 2를 기대해도 좋겠습니다.
DawnyRoom Live 2 엿보기는 두 곡으로 끝나고 다시 '한희정 모드'로 돌아온 레이디 응가는 앨범에 수록되지 않은 두 곡을 들려주었죠. 다음 앨범에 수록되기를 바라는 문의가 끊이지 않는 '우습겠지만 믿어야할'과 가장 최신곡이라고 할 수 있는 '반추'였습니다. '반추'는 그녀의 홈페이지에 잠깐 가사가 올라오면서 예고되었던 곡이기도 하고, 불확실하고 부정확한 '기억'에 대해 노래하는 곡입니다. 마지막과 앵콜곡은 서로 상반되는 제목이지만 결국 맞닿아있는 '우리 처음 만난 날'과 '끝'이었습니다. 길지 않았지만, '푸른새벽' 시절과는 다르게 최근 열심히 공연하는 그녀이기에 아쉽지는 않았습니다. DawnyRoom Live 2를 많이 기대해야겠죠?(저는 못갑니다만.)
마지막은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를 대신하여 등장한 '더 칼스(the Kalls)'였습니다. 선글라스에 시크하게 차려입은 민홍형의 모습도 놀라왔지만, 파격적인 화장을 하고 등장한 은지누나의 모습은 정말 놀라웠습니다. 분장(?)을 위해 신사동까지 왕복 3시간 이상 걸리는 수고를 했다고 하니 이 공연을 위해 얼마나 준비했는지 알 수 있었죠. 더 칼스는 레이디 응가와는 달리 더 일찍 한국어 공부를 해서 유창한(?) 한국어를 들려주었죠. 첫 곡은 소규모의 '착각'이었습니다. 요즘 공연에서 자주 듣게되는 곡이기도 한데, 착각하며 살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노래랍니다.
이어서 커버곡 퍼레이드과 시작되었습니다. 'Beatles'와 'John Lennon'의 곡들이었죠. 신나는 'Get Back'을 시작으로 엽기적인 살인을 노래하는 'Maxwell's silver hammer', 단순한 멜로디와 가사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인기가 좋은 'Love', 흥겹지만 Drug(LSD)를 상징한다는 의심을 받는 'Lucy in the Sky with Diamond'까지 영국곡들이었죠. 하지만 마지막은 미국 노래였습니다. 'Velvet Underground'의 'Lou Reed'가 부른 'Perfect Day'였습니다. Beatles 흥겨움은 좋았지만 영국의 로큰롤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저에게는 'Perfect Day'가 최고였습니다. 소규모 음악의 본질적은 느낌과도 닿아있는 기분이었으니까요. 앵콜곡은 두 곡으로 '두꺼비'와 역시 Beatles의 'Love me do'였습니다.
음향도 아쉬웠지만, 조명도 아쉬운 점이 많았습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극악의 조명이라고 생각했던 '빵'이나, 얼마전에 역시 버금가는 극악의 조명이었던 '타'와 더불어 '3대 극악 조명 클럽'이라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어요. 무대에 숲의 큐브릭과 어울리는, 그리고 파스텔뮤직 뮤지션들과 어울리는 괜찮은 조명이 한 두 개있었으면 더 좋겠습니다.
ext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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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t Breeze Stage in 10월 24일~25일 GMF 2009
이동하면서 잠깐 본 밴드들 빼고, 전곡을 감상한 밴드들은 이 틀 동안 모두 5팀이었습니다. 24일 '오지은', '스위트피'였고 25일 '짙은', '장기하와 얼굴들', 'Maximilian Hecker'였죠.
'Loving Forest Garden'에서 'Alice in Neverland'의 공연을 마치고 찾아온 'Mint Breeze Stage'에서는 '홍대 마녀' '오지은'의 순서가 예정되어있었습니다. 하지만 공연 전부터 우려되었던 점은 그녀의 음악이 이렇게나 큰 무대에 어울리냐였습니다. 오히려 방금 있었던 Loving Forest Garden이 그녀의 음악에는 더 어울릴 법했으니까요. '그대'를 시작으로 '익숙한 새벽 3시', '요즘 가끔 머리 속에 드는 생각인데 말이야' 등 잔잔한 곡들로 채워나간 그녀의 공연은 나쁘지 않았지만 밝은 대낮의 넓은 무대 위에서는 뭔가 부족해 보였습니다. 일행 중 한 사람은 '오후 3시를 오전 3시의 분위기로 만들어버린다'라고 불평을 했을 정도니까요.
하지만 후반부에 배치된 곡들이 다행히 분위기를 살렸습니다. '진공의 밤'을 시작으로 그녀를 마녀로 만드는 곡들인 '화'와 '날 사랑하는 게 아니고'는 그런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달래주었죠. 다음날 많은 사람이 모일 것이 명약관화했던, 인디씬의 원로밴드 '언니네 이발관'이나 신인밴드들 가운데서 상당한 인기를 모으고 있는 '노리플라이' 공연에 자리가 부족했던 점을 생각했다면 역시 무대 배치는 아쉬웠습니다. 그녀의 소속사와 GMF의 기획사가 같은 계열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다분히 '오지은 밀어주기'처럼 생각할 수도 있었습니다. '언니네 이발관'같이 더 인지도있고 연륜있는 밴드가 더 작은 무대에 서게 되었다는 점에서 그런 의혹은 더 클 수 밖에 없었죠.
이어 델리스파이스의 리더이자, 인디씬의 '살아있는 화석'이라고도 할 수 있을 '스위트피(김민규)'의 무대였습니다. 세션들과 함께 등장했는데 그 세션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문라이즈 연합군'혹은 '문라이즈 잔당'이라고 해야할까요? '문라이즈'의 대표이자 뮤지션인 '스위트피'를 제외하면 남아있는 유일한 소속 뮤지션인 남성 듀오 '재주소년'의 두 사람이 기타와 코러스로 등장했고, 다른 한 명의 기타 세션은 바로 '슬로우 쥰'이었습니다. 스위트피와 재주소년같이 말랑말랑한 남성보컬의 팝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선물이었죠. 또 독특한 점이 '스위트피'의 순서였지만 '문라이즈 연합군'이라고 언급했듯이 새로운 컨셉으로 공연을 진행했다는 점입니다.
스위트피는 자신의 곡들 '섬', '오! 나의 공주님' 등을 들려주었는데 비단 스위트피의 곡들 뿐만 아니라 재주소년의 곡들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스위트피가 부르는 재주소년의 곡이 아니라, 바로 재주소년의 목소리로요. 두 멤버가 각각 부른 '미워요', '귤'이 기억에 남네요. '스위트피'에게 배정된 시간을 문라이즈 연합군이 공연하는 독특한 방식으로 진행되었는데, 이 방식은 바로 25일에 예정되어있는 '재주소년'의 순서에도 그대로 적용되어, 역시 문라이즈 연합군의 공연이 될 것이라고 하네요. 그러니깐 이틀 동안 1부와 2부로 나누어진 '문라이즈 연합군 공연'이라고 할까요? 하지만 재주소년의 입장에서는 다음날은 또 어떻게 꾸려나갈지 살짝 걱정이되기도 하더군요. '재주는 소년이 부리고 돈은 사장님이 번다'고 사장님(스위트피)의 횡포가 아니었을지요? 물론 그럴리 없겠지만요. 마지막 곡은 주옥같은 스위트피의(스위트피도 카피한 곡이기는 하지만) 'Kiss Kiss'였습니다. 화창한 가을날, 재주소년과 스위트피, '어린왕자 연합군'의 소소하고 수줍은 공연이었죠.
그렇게 24일은 'Loving Forest Garden'과 'Mint Breeze Stage'를 돌아다니다가 끝이났습니다. 25일은 개인적인 사정으로 조금 늦게 올림픽공원에 도착했습니다. 3시에 예정되어있는 '짙은'은 순서를 맞춰 Mint Breeze Stage에 입장해서 스탠딩 존에 들어갔지요. 이 날 짙은의 무대는 아주 특별했는데, 바로 짙은의 파스텔뮤직 입사 즈음에 군입대를 한 다른 멤버 '윤형로'가 오랜만에 무대에 서는 날이었기 때문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짙은'을 보컬 '성용욱'의 원맨 밴드로 알고 있지만, 보컬 성용욱과 기타리스트 윤형로의 듀오랍니다. 세션으로는 계속 공연을 도와주고 있는 첼로리스트 '성지송'과 '타루'의 '음악적 짝'이라고 할 수 있는 '오박사(오수경)'가 눈에 띄었습니다.
'Secret', 'December', 'Feel alright' 등 지난 단독 공연에서 들었던 곡들을 좀 더 꽉찬 소리로 들을 수 있었습니다. 2005년에 발매된 EP 수록곡 'Rock Doves'는 두 멤버가 함께 무대에 선 모습을 보며 들으니 또 새로운 느낌이었습니다. 마지막 곡은 짙은의 주목같은 히트곡(?) '곁에'였습니다. 두 멤버가 함께 선 모습은 팬들에게는 아마도 큰 선물이었을 듯합니다. 이제 두 사람이 함께 무대에 오르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겠군요.
이어 '대한민국 최고의 힙합밴드', '장기하와 얼굴들' 순서였습니다. 올해 어떤 페스티벌이고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섭외 1순위 인디밴드답게, 세팅시간동안 사람들은 속속 모여들어서 스탠딩 존은 거의 가득 찼고, 이 밴드의 인기를 다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아무것도 없잖어', '정말 없었는지'같은, 장기하의 표현에 의하면 축축 처지는 노래들로 시작을 했습니다. 처음에는 마스코트라고 할 수 있는 '미미 시스터즈'가 무대에 등장하지 않았는데, 페스티벌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면서 사진을 찍는 이벤트가 있었나 봅니다. 결국 미미 시스터즈도 합류했고, '달이 차오른다, 가자', '별일 없이 산다' 등을 들려준 것으로 기억합니다. 사실 저는 이때 돗자리에 누워 가을날을 만끽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기다리던 'Maximilian Hecker'의 순서가 찾아왔습니다. 최근 일 년에 한 번 씩은 꾸준히 방문하는 그는 올해는 GMF에서 볼 수 있게되었죠. 밴드와 함께했는데, 아시안 투어의 일환으로 우리나라에서는 GMF 공연을 갖게된 것이더군요. 우리나라를 경유해서 중국에 갈 예정으로 그곳에서는 수 차례 공연이 예정되어 있더군요.
이제는 나이를 속일 수는 없지만, 그래도 여전히 여리고 감성적 모습으로 무대에 등장한 그와 그의 밴드는, 다섯 번 째 앨범이 발매된 만큼, 그 앨범의 수록곡들("The space that you're in", "Misery", "Miss underwater", 'Snow white" 등) 위주로 공연은 진행되었습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제가 가장 좋아하는 3집의 수록곡들도 몇 곡 들을 수 있었습니다. 'Summer days in bloom', 'Anaesthesia' 등이었고 저는 나즈막히 싱얼롱할 수 있었습니다. anaethesia의 허밍은 많은 사람들이 함께했으면 좋았을텐데, 그러지 못하는 현실이 아쉬울 뿐이었습니다. 아무래도 거의 서정적이고 조용한 음악들을 들려주는 그이기에 스탠딩 존에 서서 즐기는 사람들보다, 잔디에 앉아 즐기는 사람들이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페퍼톤스'를 보고 싶었지만 한참을 기다려야하고, 더구나 다음날 출근해야한다는 '직장인의 비애'를 안고 집으로 향했습니다. Mint Breeze Stage 사이에 본 'Cafe Blossom House'의 두 뮤지션은 마지막 포스팅으로 하도록 하죠. 그러고보니 'Club Midnight Sunset'을 결국 25일에 잠깐 드른 것 외에는 제대로 본 뮤지션이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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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ing Forest Garden in 10월 24일 GMF 2009
10월 24일부터 25일까지 이틀동안 열린 'Grand Mint Festival 2009(GMF 2009)'는 2007년부터 시작된 GMF의 세 번째 행사로, 드디어 저도 3년만에 GMF에 참가할 수 있게되었습니다. 24일 날씨도 좋은 토요일 11시 30분 경 일행들과 티켓팅 부스에서 만나 티켓딩, 팔찌 착용, 성인인증까지 마치고 '대망의 GMF'로의 여정이 시작되었죠. 하지만, 티켓팅부터 상당히 지체되고 더구나 팔찌를 티켓과 따로 배포해서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었던 점은 정말 아쉬웠습니다.
일행들을 기다리느라, 오프닝은 건너뛰고 벽 넘어로 간간히 들리는 '줄리아 하트'의 노래를 듣다가, 메인 스테이지인 'Mint Breeze Stage'가 아닌, 'Loving Forest Garden'으로 여정은 시작되었습니다. 바로 'Alice in Neverland'가 저에게는 첫 번째 순서였죠. 동그란 무대를 가진 Loving Forest Garden은 Alice in Neverland를 위한 무대처럼 보였습니다. 비좁은 라이브 클럽의 무대와는 다른 동그란 무대는 악기 배치도 좋아 보였구요. 바이올린의 '조윤정'을을 중심으로 하여, 뒷 쪽으로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키보드 및 아코디언의 '최진경', 기타 '염승재', 베이스 '박진우', 드럼 '백선열'로 둘러싼 배치는 몰입감을 높여주었습니다. 이 밴드 음악의 바탕을 만드넨 네 명이 뒤쪽에 위치하고, 방점을 찍는 바이올린이 중앙에 위치하였기에 그런 효과가 나타났겠죠? 베이시스트 박진우의 착한 입담은 여전해서 수록곡들로 이야기를 만들어갔죠.
약 40분간 들려준 음악들은 공연 시간이나 곡 구성에서 '민트 페스타'의 셋리스트와 유사했습니다. 2집의 첫곡이자 축제(GMF)의 시작을 'Welcome to Festa'를 시작으로, GMF의 초대장과 같은 '바람을 타고 온 편지'가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잠수부의 운명'은 제목에 담긴 사연이 궁금했었는데, 나름대로 슬픈(?) 사연이 있다는 것을 알게되었죠. 그리고 축제의 절정이라고 할 수 있는 'Festa in Neverland'와 '토리의 춤'을 연이어 들을 수 있었죠. 하지만 가장 마음에 들었던 곡은 역시 탱고의 매력이 살아있는 '네버랜드 횡단열차'였습니다. 제목에서도 느껴지는 그 '질주 본능'은 경쾌한 바이올린 선율을 따라 상쾌하게 달렸습니다. 마지막은 아이리쉬의 절정 '집으로 가는 길이었습니다. 첫 번째 앨범에 이어 성공적인 두 번째 앨범을 보여준 Alice in Neverland 조만간 또 단독 공연이 있나봅니다. 다음에는 꼭 단독 공연도 보도록 해야겠어요.
Alice in Neverland가 끝나고 드디어 메인 스테이지 'Mint Breeze Stage'로 이동했습니다. 이동중에 마침 Lasse Lindh의 마지막 곡 "C'mon through"가 흐르고 있더군요. 돗자리에 앉아서 본 메인 스테이지의 뮤지션들은 '오지은'과 'Sweet Pea(스위트피)'였습니다. 메인 스테이지는 별도로 포스팅하도록 하죠.
다시 돌아온 Loveing Forest Garden은 '전제덕'으로 이어졌습니다. 사실 '전제덕'에게는 큰 관심은 없었지만 뒤에 이어 '한희정', '장윤주' 그리고 '요조'로 이어지는 여성 뮤지션 삼단 콤보를 보기위해서 미리 자리 확보를 위해서 볼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Loving Forest Garden이 열린 무대 자체가 수용인원이 너무 적다는 문제때문이었습니다. 1천에서 1천 500명 정도가 들어가는 무대인데, 그 자리에 올라오는 뮤지션들의 인지도를 생각했을 때, 그리고 GMF라는 이 특별한 축제를 생각했을 때는 너무 부족한 자리였거든요. 첫 날과 마찬가지로 둘 째 날에도 역시 메인 스테이지만큼이나 라인업이 좋았기에 지속적으로 만석이 되는 사태가 발생했지요. 첫 날에는 전제덕을 시작으로 약 4시간 이상 Loving Forest Garden 안에 있어 몰랐지만, 아마도 역시 만석으로 많은 사람들이 보고싶은 공연을 못 보았을 겁니다.
하모니카 연주로 유명한 '전제덕'이었지만 그의 하모니카 연주를 더욱 빛나게 해주는 것은 뒤에 서있는 기타, 베이스, 드럼, 키보드의 세션 밴드가 아닐까 하네요. 하모니카는 피아노처럼 홀로 완전한 음악을 들려주기에는 부족한 악기이니까요. 하지만 그의 열정이 담긴 연주는 분명 특별한 무엇이 있었습니다. 마지막 곡 'John Lennon'의 'Imagine'에서는 세상을 볼 수 없지만 음악을 통해 세상을 느끼고 이야기하는 그의 마음이 전해지는 듯했습니다. '한국의 스티비 원더'라고 불러야할까요? 하모니카 연주에 이어 이어졌던 그의 노래는, 잘 부른다고 할 수는 없었지만, 그의 장애를 뛰어넘은 역경을 느낄 수 있을 만큼, 정신이 담긴 목소리였습니다.
'홍대 여신'이라 불리는 그녀 '한희정'은 지난 단독 공연 'DawnyRoom Live'와는 다른 모습으로 등장했습니다. 바로 '어쿠스틱 기타'가 아닌 '일렉트릭 기타'가 그녀와 함께하고 있었죠. 무려 6년만에 꺼내든 일렉기타라고 합니다. 하지만 반짝거리는 모습은 6년의 세월을 무색하게 했고, 그녀의 홈페이지에 공개된 사진들처럼 그녀가 GMF를 위해 얼마나 준비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얼마나 공연을 기다렸는지, 세팅으로 배정된 시간이 다 가기도 전에 시작했다가 다시 들어가는 해프닝도 있었습니다. "안녕~!"
첫 곡은 늘 그렇듯 첫 곡다운 제목의 '우리 처음 만난 날'이었습니다. 요즘 자주 보게되는 그녀이지만, 그녀에게는 매 공연마다 처음 만나는 느낌인지 궁금하네요. 이어 귀엽지만 잔인한 '브로콜리의 멘트'가 인상적인 '브로콜리의 잔인한 고백'이 이어졌죠. 밴드 버전에서도 '귀염버전'으로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앨범에는 수록되지 않았지만 빨리 수록되기를 바라는 곡 '우습겠지만 믿어야할'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밴드버전으로 들으니 더 호소력있으면서도 섹시하게(?) 들리더군요. '멜로디로 남아'가 지나가고 1집의 수록곡들이 주르륵 이어졌습니다.
가증스러운(?) 느낌의 '드라마', 나즈막하고 오롯한 외로움이 담겨있는 '나무'에 이어 정말 오랜만에 듣는 're'가 이어졌습니다. 기타대신 미니키보드(?)를 연주하며 요란하고 몽환적인 사운드 위로 흐르는 그녀의 외침을 들을 수있었죠. 역시 최근 자주 듣는 '산책'에 이어 're'와 마찬가지로 밴드로 들어야 제맛인 '잃어버린 날들', 그리고 싱얼롱을 위한 곡 '휴가가 필요해'까지 펼쳐졌습니다. 어쿠스틱 공연인 DawnyRoom Live와는 차별화를 두기위한 전략인지, EP의 어쿠스틱을 위한 곡들 'acoustic breath', '러브레터', '솜사탕 손에 핀 아이'는 들을 수 없었죠. 마지막 곡은 EP의 마지막 곡이기도한 '끝'이었습니다. 조만간 있을 공연에서 또 만나요.
한희정의 공연이 끝나고 약간의 자리 이동이 있었지만 나간 수 만큼 들어와서, 많은 인파는 그대로 유지되었습니다. 바로 다음이 '장윤주'였기 때문이었을까요? '파스텔뮤직의 두 여신' 사이에서 탑모델이었던 그녀가 뮤지션으로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 지 기대되었습니다. 무대에 오른 그녀는 키보드 연주와 함께 공연을 시작했습니다. 연주곡 'Martini Rosso'에 이어 모델로서 그녀의 파리에 대한 사랑이 듬뿍 느껴지는 '파리에 부친 편지'가 이어졌습니다. 그녀의 데뷔앨범에서 인기곡 중 하나죠. 그리고 그렇게도 라이브로 듣고 있었던, 뮤지션으로서의 그녀를 알게해준 바로 그 곡, 'Fly away'가 기타연주와 함께 이어졌습니다. 자칭 '강남 엣지녀'인 그녀의 뮤지션으로서 공연을 통해 느껴지는 첫인상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앨범을 딱 한 장 발표한 그녀이기에 약 40분이라는 공연시간동안 그녀의 모든 곡들이 펼쳐졌습니다. 훌쩍 떠나는 꿈과 같은 'Dream', 조만간 다가올 쓸쓸한 늦가을을 고즈넉이 노래하는 '11월', 밴드로 준비했지만 세션들이 혼자하라고 해서 혼자한다는 '옥탑방'이 이어졌죠. 모델로서 성공을 거둬 현재는 경제적으로 문제가 없을 그녀겠지만, 왠지 유명인사가 되기 전 '배고픈 시절'을 생각하게 하는 곡들이었습니다. 곡이 부족했는지, 아니면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서인지 '연가(비바람이 치던 바다...)'로 싱얼롱 타임이 있었죠. 이어 GMF에 혼자 왔을 수많은 솔로들의 염장을 지르는 'Love Song', GMF가 열린 즐거운 '오늘'에게 노래하는 듯한 '오늘, 고마운 하루', 봄의 열병같은 사랑 이야기 'April'가 이어졌죠. 노래로 느껴지는 그녀의 이미지는 왠지 '나른한 고양이'같은데 그런 느낌이 잘 이어지는 세 곡이었죠. 그리고 마지막 곡은 스스로 무덤(?)을 파는 자기 고백적이면서도 당당한 그녀의 자신감이 느껴지는 '29'이었습니다. 앨범이 발매된지 이제 1년이 되었다고 하니, 아마 지금은 30으로 바꾸어야하지 않을지요? 홍대 인근에서 자주 공연해서 그녀 자신 뿐만 아니라, 그녀의 곡들에 대한 인지도도 높였으면 좋겠네요.
이어 장윤주도 인정한 강북의 '홍대 여신' '요조'의 순서였습니다. 그녀의 순서가 되니 사람들은 더욱 많아져, 무대 바로 앞 좌석이 없는 바닥에도 몇 겹으로 둘러앉은 인파를 보면서 그녀의 인기를 다시 실감하게 했습니다. '내가 노래할게' 시리즈와는 또 다르게, 기타와 키보드 세션 두 명과 함께 등장했습니다. 나중에 밝혀진 사실이지만, 퍼커션 세션에게 개인적인 문제가 생겨서 갑자기 빠지게 되었다네요. 첫 곡은 'My name is Yozoh'와 더불어 그녀의 자기소개서같은 곡 '슈팅스타'였습니다. '아뵤~' 이어 '사랑의 롤러코스터'가 이어졌는데, 그녀의 멜로디언 연주와 더불어 기타와 키보드가 함께하는, 퍼커션이 빠진, 연주는 멜로딕하면서 지난 공연들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그녀는 공연 내내 '퍼커션이 빠진 소리의 빈자리'를 걱정한 듯하지만, 그 빈자리는 거의 느낄 수 없었습니다.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의 '모닝스타'가 지나고, 또 커버곡 한 곡조를 뽑았는데 역시나 그녀의 아끼는, 손대면 베일 듯한 콧날의 소유자, 'Jason Mraz'의 "I'm yours"였습니다. 물론 이 곡도 염장곡이었죠. '숨바꼭질'에 이어 일요일이 아닌 토요일의 무대에 선 그녀의 아쉬움이 조금 느껴지는 'Sunday'의 '일부 Saturday version'도 들을 수 있었죠. 장윤주의 '29'에 이어, 원곡과는 다르게 그녀의 현실이 반영된(현실에 맞게 변형된) 가사 '29살의 길을 걷고 있어'에서 그녀의 현실(?)을 다시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29라는 숫자가 단지 숫자일 뿐이지만, 그래도 심각한 그녀의 '미간 잡기'도 볼 수 있었죠. 지난 단독 공연에서 새로 선보인 아이템 '템버린'이 그녀의 허벅지를 아프게했던, 이쁜 가사의(하지만 역시 염장이 장난아닌) 'Love'이어졌죠. 그러고 보니 요조의 곡들은 가사가 참 야한 듯, 언젠가 그녀의 말처럼 '음란가수 요조'를 새삼 다시 느끼게되었구요. 소규모의 그림자가 담겨있는 '그런지 카'가 준비된 마지가 곡이었습니다. 하지만 폭발적인 인기답게 앵콜 요청이 있었고 그녀는 잡으면 큰일 날 기타를 잡고 한 곡을 뽑았습니다. 지금까지 염장지르던 곡들을 한 방에 물리쳐버린 곡, 바로 '연애는 어떻게 하는 거였더라'가 바로 앵콜곡이었죠. 하지만 그래도 연인들이 부러웠어요.
요조 다음 순서는 바로 '조원선'이었습니다만, 저를 비롯한 대규모 인원이 조원선의 공연을 기다리지 않고 밀물처럼 빠져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조원선도 '듣보잡'으로 만들어버리는 인디음악 애호가들의 저력(?)을 다시 느낄 수 있는 장면이었습니다. 후일담을 들어보니, 요조에 비해 상당히(?) 적은 인원이 조원선의 공연을 보았다는군요. Loving Forest Garden에서 하루동안 본 5팀의 공연만으로도 이틀치의 GMF 티켓가격의 본전생각이 나지 않는 하루였습니다. 다른 글들로 GMF 이야기를 이어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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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싸이트 토끼 - a little sparkle
여성 뮤지션이 유난히 많은 '파스텔뮤직'의 여성 듀오 '루싸이트 토끼', 2집 'a little sparkle'.
2007년 12월에 발매된 '루싸이트 토끼'의 데뷔앨범 "twinkle twinkle"은 그 녹록하지 않은 완성도에도 불구하고 큰 주목을 받지 못했습니다. 전통적으로 11월과 12월은 유명 뮤지션의 기대작들이 줄줄이 발매되는 시기이기도 하며, 루싸이트 토끼의 소속사인 파스텔뮤직 내부에서도 기대작들 사이에 끼인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어버린 앨범이었을 수도 있겠습니다. 한 달 앞선 같은해 11월에 두 장의 기대작,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의 3집 "우리는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입니다"와 '요조'와 함께한 앨범 "My name is Yozoh"이, 같은 12월에는 '스위트피(김민규)'의 3집 "거절하지 못 할 제안"이, 이듬해 1월에는 '인디씬의 블럭버스터'라고 할 수 있는 파스텔뮤직의 5주년 기념앨범 "We will be together"이 연이어 발매되었기 때문이죠. 축구판에서 빅클럽에서 영입된 스타들에 밀려, 출전기회를 잡지 못하는 유망주처럼 말이죠.
하지만 꾸준한 판매고를 보여주고 있는 루싸이트 토끼의 선전은 파스텔뮤직으로서도 중요한 기로가 아니었을까 합니다. 당시 파스텔뮤직의 대표주자들은 대부분 자체 발굴한 유망주가 아닌, 타 클럽(타 레이블)에서 성공을 거두고 영입된 스타들이었으니까요. '스위트피',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 '푸른새벽(그리고 한희정)', '허밍 어반 스테레오' 등은 '파스텔뮤직판 갈락티코'의 구성원들은 한 장 이상의 음반을 발표하고 어느 정도 지지기반을 확보한 상태에서 파스텔뮤직에 영입되었으니까요. 물론 '루싸이트 토끼'에 앞서 '더 멜로디'가 엄청난 기대를 모았고 성공가도를 달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한 장의 정규앨범을 마지막으로 장렬하게 '산화'해버리고 말았습니다.('바이에른 뮌헨'의 '세바스티안 다이슬러'처럼.) 그렇기에 자제 발굴 유망주들이 당당한 주전의 자리를 차지하지 못하고 후보를 전전하다가 사라지는 일처럼, 괜찮은 음악에도 대중의 큰 주목을 받지 못한 여타 '순수 파스텔뮤직산 1집 앨범들'처럼 2집은 '기약없는 약속'이 되었을 지도 모릅니다. 다시 하지만, 루싸이트 토끼는 당당한 스타팅 멤버는 아니더라도, 꾸준히 교체 선수로 얼굴을 보이면서 입지를 확보하고 이제 새로운 앨범으로 찾아왔습니다.
파스텔뮤직 소속 뮤지션들 가운데 장르적으로 중도에 가까운 음악색을 보인 루싸이트 토끼의 1집은, 음악적 온도에서도 파스텔톤의 스카이블루(서늘함과 시원함)와 역시 파스텔톤의 핑크(따뜻함과 사랑스러움)이 적절히 배합된, 천상 파스텔뮤직 앨범이었습니다. 그렇기에 2집에서는 그 균형잡힌 색채가 어떤 변화를 혹은 진화를 들려줄지 궁금했었죠. 최근 드디어 '타루'와 '요조'를 비롯한 파스텔뮤직 자체 발굴 유망주들이 승승장구하고 있는 상황이기에 더욱 그랬습니다. (Senstimental Scenery와 에피톤 프로젝트는 분명 인디씬에서는 '유망주의 나이'이지만 '초특급'인, '초특급 유망주'이기에 갈락티코 2기로 하죠. '호날두'와 '카카'처럼.) 그럼 이제 '파스텔뮤직의 대런 플레쳐(?)'가 될 수 있을지, 루싸이트 토끼의 두 번째 이야기를 살펴보죠.
앨범으로 들어가기 전에, 앨범 제목부터 살펴봅시다. 'a little sparkle'이라는 제목은 단어의 선택이나 의미면에서 상당한 고뇌가 느껴집니다. 1집의 제목이 'twinkle twinkle'이었던 점을 생각하고, 두 제목을 붙이면, 'twinkle twinkle little sparkle'은 Rap의 한 소절처럼 라임이 맞아들어갑니다. 그리고 1집은 '반짝 반짝'이고 2집은 '작은 불꽃(섬광)' 정도로 해석할 수 있기에, 의미적으로도 비슷한 이미지를 연상시킵니다.
첫 곡 '생일'은 1집에 이어 나이에 비해 노숙한 성숙한 음악을 들려주는 이 밴드의 이미지를 이어가는 트랙입니다. 후렴구의 '앞으로 맞이 할 생일보다 지난간 생일이 저점 많아져도, 첫눈에 반했던 그 예쁜 손이 점점 변해도 같이 있어줄게'는, 파릇파릇한 20대 초반의 생일에 나올 말이라기 보다는 청혼하면서 나올 말처럼 들리지 않나요? '재주소년'이 밴드 이름과는 다르게, 이제는 적지 않은 나이임에도 꾸준히 사춘기의 풋풋하고 예민한 감성을 노래하는데에 반해, 공연에서 '여성판 재주소년'이라고 불러주고 싶은 이 밴드는 더 어린 연배임에도 더 노숙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설렘이 아닌 담담하게 이야기하기에, 그런 인상을 더욱 강하게 합니다.
'바보마녀의 하루'는 만화적 감수성이 살아있는 보사노바풍의 트랙입니다. 파스텔톤의 그림들이 연상되는 가사는, 슬며시 미소짓게 만들면서, 그래도 두 사람의 본래 나이는 숨길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이어지는 '손 꼭 잡고'는 이미 여러차례 공연을 통해 소개된 트랙입니다. 어쿠스틱으로만 들을 수 있었기에 그럭저럭 단촐한 곡으로만 들렸었는데, 앨범에서 들으니 그 이미지가 사뭇 다릅니다. 현악 편곡으로 두드러지는 '강약약 중강약약'의 3박자(혹은 빠른 6박자)는 왈츠의 강점을, 살려 꼭 잡은 손의 따뜻함과 설렘을 온전하게 전합니다. 하지만 방정맞지 않은 조예진의 음성은 '내숭 뒤에 숨겨진 설렘 그리고 약간의 두려움'을 부족함 없이 그려냅니다. '봄봄봄'을 이어가는 이 곡은, 정의할 수 없는 '사랑'이라는 단어를 남발하는 싸구려 가요들과는 다르게, '파릇한 새내기'의 소녀적 감성을 완벽하게 포착했다고 해야겠어요. 19대 후반부터 20대 초반까지 여성들의 배경음악으로 많은 사랑을 받지 않을까 예상해봅니다.
앞선 세 트랙이 포근한 핑크의 느낌이었다면 이제, 서늘한 스카이블루의 분위기가 '나에겐'에서부터 시작됩니다. '1집 비운의 타이틀'인 '12월'의 맥은 간결한 사운드에서, '수요일'의 맥은 쓸쓸한 독백으로 가득찬 가사에서 느껴집니다. 'Driving'은 가사에 등장하는 '도시의 밤'처럼, '12월'의 차가운 도시적 감수성을 이어가는 트랙입니다. 곡 마지막 음의 불협화음도 묘하게 인상적입니다. 'B.I.S.H'는 제목의 의미부터가 궁금해지는 트랙입니다. 사전을 찾아보면, 'bish'는 속어로 '실수' 혹은 '잘못'을 뜻합니다. 철자 사이에 위치한 점은 그 뜻과 더불어 숨겨진 뜻이 있음을 암시하지 않을까요? 곡 전반을 아우르는 처절함은, 1집의 토끼 시리즈 '북치는 토끼'와 '토끼와 자라'처럼 잔혹동화의 이미지를 이어갑니다.
'Letter to Arctic', 즉 '북극에게 부치는 편지'라는 부제가 붙은 '하프물범'은 딱 모 포털 사이트의 웹툰 '그린 스마일'을 떠오르게 합니다. 그 만화의 주인공이 바로 아기 '하프물범'이고, 배경은 '북극'이기 때문입니다. 예상이 맞다면 두 사람도 그 웹툰을 보고 이 곡을 쓰게 되었겠죠? 부분별한 수렵으로 물범들의 개체수가 급감하고, 온난화로 인한 해빙으로 더 먼거리를 헤엄쳐야하는 북극곰이 익사하고 있는 북극의 이야기들... 우리 후손들에게 빌려쓰고 있고 잘 보존하여 돌려주어야할 '행성 지구(Planet Earth)'를 우리는 너무 방만하게 이용하고 있지않나요? 그냥 지구 상에서 인간이 사라지는 날이 다른 지구 모든 생명체에게 '해방의 날'이 아닐까요? 망설임과 설렘의 추억을 노래하는 '잊혀진 이야기'는 반어법의 제목과 가사가 인상적입니다.
이어지는 두 트랙의 제목을 보면, 12월에 발매되어 철지난 타이틀이 되어버린 비운의 타이틀 '12월'의 그림자가 느껴집니다. 더불어 2집은 10월에 발매된다는 강점을 살려, 작정하고 겨울 시즌을 노린 트랙들임을 알 수있습니다. 'Christmas Carol'은 그 단순명확한 제목처럼 행복으로 가득찬, 흥겨운 트랙으로, 내내 기타 뒤에 숨어있던 또 다른 멤버 김선영의 목소리를 또렷하게 들을 수 있습니다. 부제로 '제1탄 크리스마스 트리의 신비한 힘'이 달려있어 제2탄을 찾아보지만 이어지는 'Christmas Next Day'에서도, 앨범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3집에 대한 복선일까요? 그렇다면 '제2탄'은 혹시 '산타클로스의 새까만 음모(혹은 음흉한 속셈)'이 되려나요? Christmas Carol의 다음이기에 'Christmas eve'가 아닌 'Christmas Next Day'가 된 트랙은, 크리스마스 분위기에 휩쓸려 고백하고 실패한 뒤의 착찹함을 노래합니다. 24일에 잠들에서 26일에 일어나는 '회피기동'을 실행한 '솔로부대의 허탈감'을 노래하는 것은 어땠을까요? '어떤 솔로의 노래(신경림 시인의 '가난한 사랑노래' 패러디로, 수많은 버전이 떠도는 것으로 알고 있음)'를 해주면 어땠을까요? 솔로부대를 '사병(이것도 패러디)'으로 거느릴 기회였는데.
"어떤 솔로의 노래" 보기
마지막 트랙 '손'은 앨범 타이틀 '손 꼭 잡고'의 '또 다른 부분'이자 '또 다른 이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손 꼭 잡고'난 뒤 서로의 마음이 열리고 그 두 마음이 통한 뒤 펼쳐질 이야기들이 '손'에 담겨있습니다. '루싸이트 토끼의 범주'에서 가장 강렬한 느낌의 연주는 진취적이며, 어쩐지 '피터팬'이 '웬디'에게 처음 손을 내밀며 '네버랜드'로 날아가자고 이야기하는 모습을 회상하는 모습이 그려집니다. 동시에 피터팬에게 작별을 고하게 '현실(Londun)'으로 돌아와 어른이 된 웬디가 그 첫만남을 회상하는 장면도요. 대반전처럼요. (그리고 음반으로만 들을 수 있는 보너스 트랙 'Sweetest loser'가 이어집니다.)
여기까지 루싸이트 토끼의 2집 'a little sparkle'을 살펴보았습니다. 1집과 마찬가지로 난잡하지 않은 다양함 속에서 역시 밴드 본연의 끈은 놓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화려한 드리블에 이은 돌파(=화려한 연주실력)'나 '강력한 골 결정력(=강렬한 임팩트=앨범 판매를 위한 한 방)'을 갖추지는 않았지만, 충분히 탄탄한 실력과 쏠쏠하고 아기자기한 재미를 선사하는 매력이 다른 파스텔뮤직 소속 뮤지션들과는 차별화된 루싸이트 토끼의 매력이자 강점이 아닐까 하네요. 이제 감독님(사장님)이 한 번 더 밀어주셨으니 '포텐 폭발'할 때입니다. 루싸이트 토끼! 별점은 4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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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루 팬미팅 in 10월 19일 클럽 타
조금 일찍 도착한 홍대의 거리는, 그야말로 상당히 쌀쌀해서 초겨울의 날씨였습니다. 팬미팅은 7시 30부터 시작예정이었는데, 당첨자 확인 및 입장을 동시에 7시에 시작하기에 기다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원래 계획은 입장 티켓을 받은 뒤, 간단하게 저녁을 먹고 팬미팅에 참석하는 것이었는데 말이죠. 입장 후 30분의 기다림이 지나고 팬미팅이 시작되었습니다. 자리를 마련해준 예스24 관계자분의 안내가 지나고 스크린을 통해 영상이 비춰졌죠. 요조나 한희정의 단독공연때도 그렇고, 요즘 '파스텔뮤직'이 영상을 잘 이용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상 속에는 동대구의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서, 바로 팬미팅이 열리는 클럽 타까지 들어오는 타루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스크린이 올라가고 타루와 그녀의 음악적 동반자 '오박사(오수경, 밴드 1984 소속이기도 함)'가 등장했습니다. 첫 번째 순서는 팬미팅에 응모한 사연들 중 '타루와 함께 여행하고 싶은 곳은?'에 대한 대답들이었습니다. 재치있는 대답부터 장황한 대답까지 여러 글들을 타루의 목소리로 들을 수 있었습니다. 퀴즈 시간이 이어졌고, EA에서 협찬한 USB 메모리를 둘러싼 치열한 신경전이 시작되었습니다. 잘 모르고 있었던 타루에 대한 사실들 알게되었습니다. 더불어 오박사에 대해서도 조금 더 알게되었구요. 이어 이어진 질문 시간에서는 재미를 붙인 오박사의 계속된 질문 뽑기로 상당히긴 시간이 소요되었습니다. 상당히 진지한 이야기들이 나왔구요.
그리고 드디어 기다리던 어쿠스틱 공연이 이어졌습니다. 팬미팅의 시작에 앞서 예고한 셋리스트대로 곡은 진행되었습니다. 오박사의 키보드에 연주에 맞춰 코 앞에 앉은 타루는 "Don't let me down"를 불렀습니다. 들으면 들을 수록 그 매력이 더해지는 곡들이 있는데, 이 곡도 그렇더군요. 그리고 이어지는 곡은 팬미팅 시작에 앞서 상영된 영상의 배경음악으로 흘렀던, 타루가 홀로 부르는 '내일이 오면'이었습니다. 이번에는 기타세션도 등장하였고, 화려한 분위기의 앨범 버전과는 달리 소박한 어쿠스틱에서는 좀 더 가사에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시작부터 내내 상당히 엄숙한 분위기에 진행된 팬미팅에 실망했는지, 타루는 좀 더 편한 분위기를 갖도록 유도했고 사건(?)의 발단이 되었습니다. 가장 앞 줄에 앉은 한 팬은 미리 준비해온 김치전을 비롯한 음식들을 그녀 앞에 풀어 놓기 시작했죠. 막X리까지 등장하여 마치 타루를 앞에 두고 제사를 치루는 장면같았달까요? 그리고 사건은 일어났습니다. 가장 슬픈 곡이라고 할 수 있는 'Sad melody'를 부르다가 그만, 먹는 모습에 타루의 웃음보가 터지고 말았죠.
팬미팅이기 때문에 그럴 수 있겠지만, 팬클럽에서 추첨된 인원이 아닌 대형사이트에서 추첨으로 선정된 인원이기에 문제가 될 수도 있었습니다. 참석한 사람들이 모두 타루의 열렬한 팬이 아닐 수 있기에 프로답지 못한 그녀의 첫인상에 큰 기대가 무너질 수도 있었으니까요. 실수 때문인지, 팬미팅 시작부터 내내 타루 옆에 있었던 오박사는 무척이나 긴장한 모습이었습니다. 다행히도 이어진 '연애의 방식'과 '풍경은 언제나'는 깔끔히 마무리되었고, 앵콜곡으로 '사랑의 찬가'가 이어졌습니다.
짧은 공연이 끝나고 포토타임이 이어졌고, 남은 사인회를 뒤로 하고 금토일 그리고 월요일로 이어지는 외출의 피로 누적으로 집으로 향했습니다. 어쿠스틱 공연의 소득이 있었지만, 진행 상 많이 아쉬운 팬미팅이었습니다. 편안한 만찬은 공연 중이 아닌, 공식적인 순서가 모두 끝나고, 혹은 편안한 사인회 즈음에 시작했어야 좋았을텐데요. 그녀를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 좋지않은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기에 조마조마한 팬미팅이었다고 할까요? 걱정과 우려로 편안한 어쿠스틱이 불편한 자리가 되어버린 상황은 다시 없도록 해야겠구요. 좀 더 편안한 자리에서 즐겁게 놀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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