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티 블루 Sentimental talker in 12월 26일 숲의 큐브릭

연말 '숲의 큐브릭 출동' 시리즈 네 번째는, 정말 오랜만에 단독 공연을 하는 '미스티 블루(Misty Blue)'의 순서였습니다. 26일과 27일, 이틀간 각기 다른 컨셉의 공연이 예정되었지요. 26일은 'Sentimental Talker'라는 제목으로 팬미팅을 겸한 공연이었고 27일은 'Sentimental Listener'라는 제목으로 제목처럼 노래를 들려주기 위한 컨셉이었죠.

늦은 7시에 시작된 공연은 '미스티 블루'의 '은수'와 '경훈' 외에도 기타 세션으로 예고되었던 '재주소년'의 '유상봉'군과 한희정의 이틀간의 공연에서 세션을 했던 드럼 '홍준'과 피아노 '진아'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첫 곡은 사계절 연작 EP 중 봄에 해당하는 "1/4 Sentimental Con.Troller - 봄의 언어(이하 봄 EP)"에 수록된 '동경 센티멘탈 클럽'으로 시작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지난 11월 미스티 블루의 홈페이지에서 팬미팅을 언급하면서, 팬미팅 제목으로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쓴 글 제목이기도 해서 감회가 남달랐습니다. 가사는 이 날을 위해 특별히 개사해서 불렀기에 더욱 좋았지요.  

이어지는 곡은 "2/4 Sentimental StoryTell(h)er - 여름, 행운의 지휘(이하 여름 EP)"의 수록곡인 '빗방울 연주'였습니다. '미스티 블루표' 보사노바라고 할 수 있는 곡이죠. 다음은 봄 EP, 여름 EP 순서였으니 가을 EP인 "3/4 Sentimental Steady Seller - 가을의 용기(이하 가을 EP)"의 수록곡이 나오겠다고 생각했지만, 세 번째는 바로 '위로'였습니다. 1집 "너의 별 이름은 시리우스 B(이하 시리우스)"의 수록곡으로, 그래도 그 멜랑콜리는 가을의 순서에 어울리는 곡이었죠. 이어 아직 나오지 않은 겨울 EP를 대신하여 미스티 블루의 첫 EP "4℃ 유리 호수 아래 잠든 꽃(이하 유리호수)"의 곡들이 이어졌습니다. 먼저 'the Little Drummer Boy'로 EP에서는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의 '민홍'이 도와주었었는데, 공연에서는 슈퍼세션(?) '유상봉'군이 도움을 주었습니다. 그의 역할은 원래는 원곡처럼 '은수'의 보컬을 돋보이게 하는 역할이었데, 그만 그의 어둡지 않은, 해맑은 음성덕분에 은수의 보컬은 더 어둡게 들리고 말았습니다. 이어서 'Lullaby for Christmas'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크리스마스가 지나기는 했지만, 그래도 크리스마스의 온기를 다시 느낄 수 있는 곡이었죠. 작은 소녀의 기도같은 가사가 인상적이구요.

2006년 1월초에 발매된 EP '유리호수'의 곡들과 이에 대한 설명이 이어져서 무려 약 4년 만에 열리는 'EP 발매 공연'같은 기분이 들기도했습니다. 앞선 두 곡에 이어 1집 '시리우스'에도 수록되었던 'Daisy'을 EP 버전에 가깝게 들을 수 있었습니다. 다시 사계절 연작 EP로 돌아와서 쟁글거리는 기타 연주가 '미스티 블루표'인 여름 EP의 'Moderate Breeze'가 이어졌죠. 26일 공연은 팬미팅을 겸했다고 했는데, 진정 팬미팅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특별한 무대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바로 미스티 블루 홈페이지를 통해 공모된 팬들의 사연을 읽어주는 순서였죠. 두 팬의 사연이 낭독되었고 소정의 선물이 증정되었습니다. 운좋게도 저도 선물을 받을 수 있었죠.

게스트로는 바로 24일, 25일 같은 장소인 '숲의 큐브릭'에서 단독 공연을 했던 '한희정'이었습니다. 그녀는 그녀의 노래르 들려주기 보다는 은수와 함께 듀엣으로 두 곡을 들려주었습니다. 이미 앞선 두 차례의 공연을 본 '파스텔뮤직의 노예(?)'들을 위한 배려였을까요? 한 곡은 하루 지난 크리스마스를 위한 'Santa baby'이었고 다른 한 곡은 두 사람에게 전혀 기대하지 못했던 파격적인 커버곡 'Shut up and let me go'였습니다. 사실 지난 Dawny Room Live에서 미스티 블루가 게스트로 등장하여 같이 불렀던 '화요일의 실루엣' 정도를 기대했기에 더욱 놀라웠습니다. 1부의 마지막은 여름 EP의 수록곡 '빨간 벽돌집 바이엘'이었습니다.

사연 소개와 게스트가 있었던 1부와는 달리 공연으로만 진행된 2부는 1부에 비해 짧았습니다. 시작은 가을 EP의 수록곡으로 미스티 블루의 노래답지 않게 긴장감이 가득한 '가을의 용기'였죠. 이어 미스티 블루에게 큰 애착이 있는 곡인지, 공연에서 종종 듣게되는 'Cherry'가 이어졌습니다. 가을 EP의 타이틀 곡 '하나'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 곡에 대한 설명도 들을 수 있었는데, 은수가 어린시절 만났던 '이쁜 언니'에 대한 이야기라고 합니다. 상당히 심오한 느낌의 가사에 어리둥절해던 사람들은 이 꿈같은 이야기를 듣고 궁금증이 풀렸을 법합니다. 정규 셋리스트의 마지막 곡은 1집과 같은 제목의 곡 '너의 별 이름은 시리우스 B'였습니다. 마지막 곡으로서 미스티 블루다움이 느껴지는 선곡이었습니다.

너무나 오랜만에 만날 수 있었던 단독 공연이었기에 당연히 앵콜요청이 이어졌고, 제가 가을 EP에서 가장 좋아하는 곡 '지상에서의 마지막 인연'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길지 않은 시간이 지났다고 생각되었지만 공연은 어느덧 2시간이 넘게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그만큼 미스티 블루에 대한 기다림이 길었고, 공연이 좋았다는 의미였겠죠. 27일의 'Sentimental listener'가 남아있었지만 그래도 더 많은 곡을 들을 수 없던 점은 못내 아쉬웠습니다.
2010/01/12 20:50 2010/01/12 20:50

2NE1 솔로 활동 중간평가

2009년 상반기를 지배한 여성 아이돌 그룹이 '소녀시대'였다면 하반기를 지배한 여성 아이돌 그룹은 '2NE1'이라고 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84년 생인 박봄과 다라의 나이를 생각하면 아이돌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겠지만) 그리고 다라, 박봄, CL&민지로 나뉘어 솔로 활동을 보여주었다. 간단한 중간 평가를 해보자.

Kiss(Feat. CL) - 산다라

산다라가 첫 솔로 활동을 보여준 점은, 2NE1의 인기의 50%이상을 차지한다는 그녀의 입지를 생각할 때 의외는 아니었다. 귀여운 외모 외에는 2NE1내에서 서브보컬로 그다지 두드러지는 않는 모습을 보여준 그녀. 모 맥주의 CM송으로 만들어진 이 곡으로 산다라가 아닌 누가 불렀어도 무난했을 곡. 현상유지, 별점 3개.

YOU AND I - 박봄

2NE1으로 데뷔하기전 솔로 데뷔가 예상되기도 했던 메인보컬 박봄의 솔로 데뷔는 당연한 것이었다. 2NE1에서 메인보컬인 그녀의 역할을 보여주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았기에 솔로로서는 보컬리스트로서의 역량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되었지만... 그녀가 지향한다는 모습을 보여주기에는, 폭발적이지 못한, 오토튠의 냄새까지 나는 보컬은 YG가 그녀를 솔로로 데뷔시키지 못한 이유가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유명무실, 별점 2개.

Please Don't Go - CL & 민지

old girl들인 산다라의 외모와 박봄의 보컬에 밀려 그다지 큰 주목을 받지 못한 2NE1의 두 young girl의 프로젝트. YG도 각각 내보내기에는 뭔가 불안했는지 두 사람을 함께 내보냈다. 하지만 2NE1보다 더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신나는 리듬, 그리고 주로 랩을 담당하던 두 사람의 나쁘지 않은 보컬까지. 기대이상, 별점 3.5개.

2010/01/05 02:19 2010/01/05 02:19

한희정 Dawny Room Live 3 in 12월 25일 숲의 큐브릭

'숲의 큐브릭 출동' 시리즈 세 번째는 역시 '한희정'의 'Dawny Room Live 3'의 두 번째 시간이었습니다. 이번 Dawny Room Live 3는 이틀로 기획되었기에 하루만 가봐도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틀을 다른 컨셉으로 진행한다기에 모두 예매할 수 밖에 없었죠.

크리스마스답게도 눈내리는 25일의 첫 번째 곡은 그녀의 노래 'Acoustic Breath'였습니다. 첫곡부터 24일과는 다른 시작이었죠. 그리고 '러브레터'와 '브로콜리의 위험한 고백', '우리 처음 만난날'로 이어지는 셋리스트는 24일이 '크리스마스 특집'이었다면 정작 25일은 진정한 그녀의 라이브같은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그녀의 해설을 들을 수 있었는데, 이 곡의 슬픈 느낌은 이별 후의 회상이 아니라, 권태기에 처음 만난 날을 기억하자는 의미라네요.

이어지는 '산책'까지 순서는 달랐지만 모두 24일에 들을 수 있던 곡이었습니다. 하지만 차별화를 두겠다던 그녀의 말처럼 Dawny Room Live다운 공연이 시작되었습니다. 분위기 있게 시작한 곡은 바로 '존 레넌'의 'Oh my love'였습니다. 은은한 Oh my love가 끝나갈 부렵 갑자기 곡은 '달려라 하니'의 주제가로 이어졌죠. 바로 메들리였습니다. '달려야 하니'에서 '아기공룡 둘리'로 이어졌고, '손담비'의 '토요일 밤에'로 이어지면서 분위기를 뜨겁게 달구었습니다. 지금까지 했었던 깜짝 커버곡 모음이라고 할까요? 마지막은 '지구용사 선가드'로 마무리하면서 그녀의 엉뚱한 팔색조 매력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어 게스트 순서가 이어졌습니다. 원래 예정된 게스트가 있었지만, 건강상의 문제로 25일에 참여할 수 없게되었다네요. 그래서 그녀는 기지를 발휘하여 깜짝 게스트를 갑작스럽게 섭외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 게스트는 바로 그녀의 팬들로, 그녀의 홈페이지에 기타연주 동영상을 올린 '하얀상자'군과 인터넷방송을 하는 '세티스'양이었습니다. 그리고 하얀상자의 연주와 세티스와 한희정의 목소리를 '회상'을 들려주었습니다. 이어 한 곡이 더 이어졌는데 바로 '솜사탕 손에 핀 아이'였습니다. 이 곡에서는 깜짝 게스트들이 더 등장하여 관객들 사이에 앉아있던 그녀의 팬들이 일어사 춤과 각종 악기연주를 들려주었습니다. 팬과 함께하는 진정한 팬미팅같은 게스트 공연이었다고 할까요?

24일에 '2009 더러운 Award'가 있었다면, 25일에는 '2009 더니덕후 Award'가 있었습니다. 세 가지 부문에서 시상이 진행되었고 첫 번째는 '앨범' 부문으로 그녀의 앨범을 가장 많이 산 팬에게 상이 주어졌습니다. '시리.'양이 가장 많이 샀으나 한희정의 측근이라는 이유로 탈락하였고 다른 팬에게 상이 주어졌죠. '공연' 부문에서는 가장 공연을 많이 본 팬에게 상이 주어졌구요. 마지막은 바로 '사심' 부문이었습니다. 한희정, 그녀에게 사심이 가장 많은 팬에게 주는 상인데, 왠지 요즘 외롭다는 그녀의 사심이 느껴지는 부문이기도 했습니다. 24일만큼 충격적(?)이지는 않았지만, 재미있었던 시상식이 끝나고 1부의 마지막 곡은 '잃어버린 나날들'이었습니다.

2부의 시작은 커버곡이었습니다. 바로 '에디뜨 피아프'의 'What might have been'로 24일에는 들을 수 없었던 곡이었지요. 24일에도 들을 수 있었던 커버곡 'Cheek to cheek'이 이어지면서,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크게 나지 않았던 1부와는 다르게 조금은 '오늘은 크리스마스'라고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어 24일에도 있었던 신곡 순서가 이어졌습니다. 쓸쓸했던 그녀의 2009년 가을 이야기 '어느 가을', 신곡이라고 하기에는 오래된 '우습겠지만 믿어야 할', 최신곡으로 너무나 아름다운 이별 노래 '잔혹한 여행'이 이어졌죠. 이 곡들은 2010년에 발매될 그녀의 두 번째 EP에 모두 수록될 예정이랍니다. 어느덧 정규 셋리스트의 마지막이 찾아왔고 그녀의 EP 수록곡들로 마무리했습니다. 같은 한 글자이자, 받침의 차이로 큰 의미의 차이가 있는 두 곡 '끈'과 '끝'이었어요.

역시 앵콜은 24일과 마찬가지로 여러곡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24일과 다른 점이라면 좀 더 그녀가 아는 곡들, 바로 그녀의 곡들이 위주가 되었던 점이죠. '넌 여전히 아름답구나'라는 가사가 너무나 마음을 찡하게 만드는 '멜로디로 남아'를 시작으로, 아직 가사가 만들어지지 않은 '따이따이송', '앨리엇 스미스'의 'Between the bars'까지 평소의 그녀와는 다르게 늘어지는 앵콜이였죠. 여기에 무려 세 곡을 더 들려주어서 앵콜이 아닌 3부라고 할 정도였습니다. '거짓말이었어요'라는 가사가 그녀의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자주 인용되는 '드라마', 언젠가 앨범에 수록될 수도 있는 '복숭아라도 사갈까', 진짜 마지막은 '반추'였습니다.

24일, 25일 이틀동안 평소와는 다르게 시크하지 못한 모습을 보여준 그녀. 어쩌면 그녀의 그런 모습은 2009년 많은 공연을 보여주었기에 2010년에는 앨범에 집중하기로 한 그녀가 팬들에게 남기는 아쉬움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앨범 작업을 하게 되면, 더구나 푸른새벽 시절부터 앨범 작업이 빠르지 않았기에, 한동안 팬들과 만나기 어려울테니까요. '끈'과 '끝', 그녀와 그녀의 팬들은 질긴 끈으로 이어져있겠지만, 당분간 만나는 것은 25일로서 끝이 될 테니까요. 2010년에 찾아올 그녀의 새로운 EP를 기대하며, 아쉽지만 2009년의 기억들을 갖고 기다려야 할 때입니다.
2010/01/05 01:42 2010/01/05 01:42

한희정 Dawny Room Live 3 in 12월 24일 숲의 큐브릭

2009년 연말 '숲의 큐브릭 출동' 시리즈 두 번째와 세 번째는 24일과 25일, 이틀 동안 열린 '한희정'의 'Dawny Room Live 3 - 같이 쉬자, 숨!'이었습니다. 지난 'Dawny Room Live 2'를 놓친데다가, '숲의 큐브릭'에서 열리는 그녀의 공연은 처음이있기에 이틀 모두 예매하고 말았죠. 당연히도 70명 한정의 공연은 조기매진되고 말았구요. 빨리 예매했다고 생각했는데도, 인기가 좋은 그녀의 공연이라 입장번호는 30번대였습니다. 하지만 운이 좋겠도 입장해서는 비교적 앞쪽인 세 번째 줄에 앉을 수 있었죠.

공연 시작 시간이 8시가 지나 아무말 없이 무대 위로 등장한 주인공 '한희정'은 크리스마스를 맞아 유명곡 'What a wonderful world'를 불렀습니다. 그런데 70명의 예매자들의 대부분이 크리스마스 이브에 갈 곳 없는 솔로들이기에 과연 이 곡이 어울리는 곡인지 아이러니했습니다. 지난 공연들과 마찬가지로 예전 '쿨에이지' 멤버였던 베이시스트와 드러머 그리고, 키보디스트 '진아'와 함께 공연은 시작되었습니다. 산뜻한 느낌의 '산책'은 겨울에, 더구나 크리스마스 이브에 들으니 또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이어 또 다른 커버곡 'Cheek to cheek'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평소 조용한 노래만 부르던 그녀가 다른 것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준비한 커버곡이라죠. 째즈 곡으로 왁자지껄한 분위기가 팬들을 위한 작은 파티같은 숲의 큐브릭 공연과 어울렸고, '뺨에 뺨을 맞대고'라는 제목이, 크리스마스 이브에 와닿는 곡이었습니다.

이어서 그녀의 EP 수록곡이자, 제가 '올해의 곡' 가운데 하나로 꼽는 '러브레터'가 은은히 울려퍼졌습니다. 숲의 큐브릭을 찾은 수많은 솔로들을 마음을 대변하고, 그 마음을 촉촉히 적셔주는 너무나 좋은 곡이었죠. 생각해보면 영어제목이지만 영어로 적지 않고, 우리말 발음으로 적음으로서 조금은 촌스러우면서도 절절한, 그런 마음이 잘 표현되지 않았나 합니다. 그리고 발랄한 '솜사탕 손에 핀 아이'가 이어졌습니다. 최근에 그녀의 곡들에는 어울리지도 않지만, 율동을 은근히 중요시하는 그녀는 발구르기와 손뼉치기를 요구했고, 크리스마스 이브의 관객들은 모두 그녀의 노예(?)였기에 그 박자에 맞춰 'Acoustic Breath'가 이어졌습니다. 노예지만 반항아 기질이 있는 관객들은 박자를 조금씩 빠르게 해서 그녀의 숨통를 압박했지요. 부제가 '같이 쉬자, 숨!'이지만 그녀 혼자 숨쉬기에도 벅찼을지도 몰라요. '어쿠스틱 숨(Acoustic breath)'를 쉬느라구요.

게스트로는 이미 공지되었던 '에피톤 프로젝트'가 등장했습니다. 12월 초에 첫 단독 공연을 성황리에 마쳤고, 주옥같은 곡들로 수 많은 여심을 사로 잡은 그였기에, 공연이 참 궁금한 뮤지션이었습니다. 훈남 에피톤이 등장하자, 많지는 않은 여성 관객들의 술렁임이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한희정'과 함께 불렀던 '에피톤 프로젝트'의 대표곡 '그대는 어디에'를 들려주었습니다. 그런데 가사처럼(생각이 날때, 그대 생각이 날때) 생각이 나지는 않는지, 머뭇거림은 이 공연의 소소한 추억거리가 되었죠. 그리고 당연히 캐롤로 'Silver bell'을 듀엣으로 들을 수 있었죠. 그리고 게스트 공연의 마지막은 그의 또 다른 대표곡 '눈을 뜨면'으로 마무리했습니다.

이어 특별 이벤트 '2009 더러운 어워드'가 이어졌습니다. 두 개 부분의 수상이 진행되었는데 첫 번째는 바로 '고독' 부문이었습니다.  가장 고독한 남녀, 두 사람에게 작은 선물과 함께, 그녀의 노래 선물 '우리 처음 만난 날'을 들을 수 있었죠. 두 번째는 바로 '닭살' 부문이었습니다. 오래된 커플들에게 그녀가 특별히(?) 준비한 선물을 주었습니다. 그 선물을 바로 포장된 '브로콜리'였죠. 그녀의 센스를 느낄 수 있나요? 브로콜리를 확인한 주위에 많은 관객들이 웃기시작했고, 선물을 받은 커플들도 한희정의 팬이라면 뜨끔했을 겁니다. 당연히도 그녀가 들려준 노래 선물은 바로 '브로콜리의 위험한 고백'이었죠. 그리고 이번 공연의 하이라이트인 가사 중 "우리 그만 헤어져"에서 때창이 펼쳐졌습니다. 솔로들의 통쾌한(?) 한판승이었다고 할까요?

어워드가 끝나고 다시 노래들이 이어졌습니다. 그녀의 홈페이지를 통해 가사가 공개되었던, 신곡들을 들을 수 있었죠 바로 '어느 가을'이 첫 번째였고, 익숙한 '우습겠지만 믿어야할', 두 버째 신곡은 최근에 가사가 만들어진 '잔혹한 여행'이었습니다. '어느 가을'의 시작전에는 그녀가 가사를 읊조리며 마지막에 '다 외웠다'고 하던 모습이 인상적이었고. '잔혹한 여행'은 세박자의 춤곡같은 멜로디와 '사랑 오 사랑 잔혹했던 여행'이라는 비유가 인상적이었죠.

중간중간에 멘트들도 인상적이었습니다. 'Dawny Room'이라는 공연 시리즈를 시작하게된, 그녀의 10년 전 추억들을 들을 수 있었고, 평소 이야기하지 않았던 그녀의 사랑 이야기들도 아주 조금 들을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에는 당연히도 앵콜 신청이 이어졌습니다. '휴가가 필요해'를 시작으로 신청곡들을 좀 들려주었는데, 영화 '춤추는 동물원'에 삽입된 그녀의 노래 '복숭아라도 사갈까'를 제외하면, 문제는 그녀가 신청곡의 가사를 잘 알고 있지 않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래서 부분부분 얼버무리거나 넘기거나 관객들이 불렀는데, 왠지 지금까지 시크했던 그녀의 노선과는 달라서 좀 의아했습니다. 긴 앵콜임에도 내용은 아쉬웠지만 전체적으로 공연의 진행은 공연에 물이 오른 '한희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다르게 진행될 것이라는 25일도 당연히 기대되었죠.
2010/01/02 03:51 2010/01/02 03:51

어쿠스틱 타루 in 12월 20일 숲의 큐브릭

금토일 삼일 연속 홍대 출동의 마지막이자, 연말 '숲의 큐브릭 출동' 시리즈의 첫번째는 바로 '타루'의 어쿠스틱 라이브 공연 '어쿠스틱 타루'였습니다. 'Swinging Popsicle'과 함께하여 참 좋았던 앨범 발매 공연과 기대에 비해 여러모로 아쉬웠던 예스24 팬미팅으로 롤러코스터같은 모습을 보여준 그녀였기에, 이번 공연은 기대 반, 우려 반이었습니다. 그리고 미니앨범은 일렉트로니카, 1집은 팝락 성향의 앨범으로 어쿠스틱과는 거리가 있는 곡들을 담고 있기에 '어쿠스틱'을 표방한 이 공연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궁금했죠.

20일 드디어 공개된(?) '어쿠스틱 타루'는, 이제는 타루의 '절친'이라고 할 수 있는 키보드 세션 '오박사(오수경)'의 피아노 연주로 시작했습니다. 멋진 피아노 연주곡이었는데 범상치 않은 음악적 능력으로 '오박사'라는 별명이 붙은 그녀답게, 자작 탱고곡을 들려주었습니다. 예전에 만들어둔 곡으로 '어쿠스틱 타루'를 위해 갑자기 다시 연주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오랜만의 연주라 그런지 실수가 있었고, 그녀는 성에 차지 않았는지 타루와 관객들의 양해를 구하고 다시 한 번 연주해서 소원성취하였습니다. 총 두 곡을 들려주었는데 다른 한 곡도 그녀의 자작 탱고곡이어서 그녀의 탱고에 대한 사랑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본격적인 '어쿠스틱 타루'가 시작되었습니다. 첫곡은 바로 'Kiss Kiss'였고 조금은 의외였습니다. 제 개인적인 취향떄문일 수도 있겠지만, Kiss Kiss는 왠지 마지막 곡이나 앵콜곡 정도로 쓰일 '비장의 카드'같은 느낌이 강한 곡이었는데, 처음부터 꺼내드는 '초강수'를 동원했기 때문이죠. 아무튼 오박사의 감미로운 연주와 함께 듣는 Kiss Kiss는 너무 좋았습니다. 이제는 Kiss Kiss하면 '스위트피'가 불렀던 리메이크 버전 보다도 타루의 부른 버전이 먼저 떠오를 정도로요. 이어서 미니앨범 'R.A.I.N.B.O.W'에서 유일하게 어쿠스틱으로 부를 만한 'Yesterday'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공연을 하는 타루의 모습은 조금 불안해보였습니다. 최근 열과 두통에 시달리고 있는지, 스스로 컨디션이 좋지 않다고 이야기하는 그녀의 모습은 안스러웠죠. 과연 공연을 무사히 마칠 수 있을까 걱정이 되기도 했구요. 두 곡을 깔끔하게 들려준 그녀를 위해 지원군이 등장했습니다. 바로 '꼬꼬마스'라는 삼인조 여성 보컬 팀으로 타루 외에 두 명의 여성이 무대 위로 올라왔죠. 타루를 포함한 꼬꼬마스 세 사람과 오박사까지, 무대위에 오른 네 사람 모두, 스웨터나 원피스, 셔츠 등 모두 상의를 빨간 색으로 통일하여 가까이 다가운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예상하지 못했던 '꼬꼬마스'의 등장은 참으로 신선했습니다. 'Altogether alone'을 시작으로 크리스마스 캐롤 'Ashanti'의 'Hey Santa', 타루의 '연애의 방식', Mocca'의 'Sing', 그리고 '카니발'까지 아름다운 세 사람의 화음을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이벤트성의 프로젝트로만 머물지 않고 '꼬꼬마스'의 정식 앨범이 발매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생겼습니다. 이어 1부의 마지막으로 저렴한(?) 게스트로 꼬꼬마스의 한 명인 '송희란'과 남성 기타리스트 '류석원' 공연을 볼 수 있었스니다. 두 사람의 보컬이 어우러진 'Jason Mraz'의 'Lucky'는 솔로들의 가슴을 후벼팔 기세였으나 감미로운 원곡의 보컬과 비교했을 때 남성 보컬은 아쉬웠습니다. 이어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달구는 'Joyful joyful'을 들을 수 있었죠.

오박사와 함께 등장한 2부에서는 지금까지 타루가 쌓아두었던 미발표 자작곡들을 다수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녀가 감히 '어쿠스틱 타루'라는 제목으로 공연을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을 발견할 수 있었죠. 그녀는 먼저 제목이 정해지지 않은 두 곡을 정해주었습니다. 한 곡은 'Dynamic Life(가칭)'로 가사처럼 역동적인 인생을 꿈꾸는 곡이라고 하며, 다른 한 곡은 'Show me your love(가칭)'였습니다. 이어 얼마전에 알게되었다는 첼리스트 '세윤'의 연주와 함께 자작곡 '지금이 아니면'을 들려주었습니다. 첼로의 아름다운 선율이 너무나 잘 어울렸던 곡으로 반드시 다음 앨범에 현악과 함께 실렸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어 다시 '꼬꼬마스'가 등장하였고 '비장의 카드'를 꺼내들었습니다. '루왁 블루'라는 제목의 고양이에 대한 노래를 들려주었죠. 그런데 너무나 교태로운 코러스는 미성년자 관람가였던 공연의 등급을 순간 '19금'으로 치솟게 하면서 분위기를 달구었습니다. 꼬꼬마스는 꼭 앨범이 나와야합니다. 한 곡을 들려주고 꼬꼬마스는 다시 퇴장하였고, 타루의 마지막 두 곡이 이어졌습니다 'With you'라는 자작곡에 이어, 마지막 곡은 앨범 수록 예정 1순위 '여기서 끝내자'였습니다. 멜로디와 가사, 모든 면에서 완성단계에 이른 이 곡은 정식 앨범 발매 전에, 조금 더 빨리 '디지털 싱글'의 형태로라도 들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 정도로 이 곡은 애절한 느낌이 좋았고, 타루의 싱어송라이터로서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게하는 곡입니다. 당연히도 앵콜요청이 이어졌고, 타루가 앵콜곡으로 즐겨부르는 '사랑의 찬가'와 또 다른 신곡 'Good night'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무대에 오를 때부터 정말 힘들어보이는 그녀였지만, 다행히도 무사히 공연은 마칠 수 있었습니다. 기대 이상의 120%를 모습을 보여주었던 타루의 '어쿠스틱 타루'는 성원에 힘입어 두 번째 공연이 1월 10일에 예정되어있고, 순식간에 매진이 되었네요. 앞으로 보여줄 더욱 진정한 그녀다운 모습, 싱어송라이터로서의 타루가 기대되는 순간이었습니다. 빨리 앨범을 통해 그녀의 자작곡들을 만났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해지네요. 당당한 그녀, 타루의 행보를 기대해봅니다.

2009/12/29 02:51 2009/12/29 02:51

마이티 코알라, 한음파, 비둘기우유, 데미안 in 12월 19일 클럽 빵

또 오랜만에 빵을 찾았습니다. '빵'을 중심으로 활동하던, 제가 좋아하던 밴드들을 해체, 무기한 활동 중단, 군입대 등으로 볼 수 없어지면서 빵을 찾던 발길이 뜸해진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오랜만에 보고 싶은 라인업이 19일에 잡혀있기에 다녀왔답니다. 이미 알고 있던, 지난 빵공연에서 보았던 두 밴드 '데미안더밴드(데미안)'과 '한음파' 외에도 궁금했었던 밴드 '비둘기우유'가 라인업에 올라와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마이티 코알라'라는 처음 보는 이름의 밴드까지 총 4팀이 예정되어 있었지요.

하루 전과 마찬가지로 홍대 앞 골목의 바람은 싸늘했고, 공연 시작전 빵에서 만날 수 있는 음료인 따뜻한 유자차를 마시며 몸을 녹였습니다. 토요일이기 때문인지, 저처럼 라인업이 좋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많았는지, 이날의 빵은 빈자리가 많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관객이 들어찼습니다.

첫 팀은 네 팀 중 가장 막내라고 할 수 있을 '마이티 코알라'였습니다. 처음보는 이름이라고 했는데, 진짜 밴드의 멤버들은 많아야 20대 중반정도로 어려보였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들려주는 음악은 더욱 신선했구요. 'Mighty love song'을 시작으로 귀여운 보컬과 흥겨운 멜로디를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곡이 3분을 넘지 않아서 상당히 여러곡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귀여운 모던락을 들려주는 이 밴드의 발견은 이날 빵 공연을 본 최고의 수확이었습니다. 이날 공연의 전 공연은 두 달 전이었고 또 그 전 공연은 1년 전이었다고 하니 이 밴드를 볼 기회가 없을 수 밖에 없었네요. 꾸준히 공연하는 모습, 그리고 이날의 미흡했던 점을 보충하여 더 좋은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어지는 팀은 '한음파'였습니다. 빵 공연 한 번과 '벨로주'에서 있었던 어쿠스틱 공연 한 번, 두 번의 공연으로 저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준 밴드이기에 해가 바뀌기 전에 꼭 한 번 더 보고 싶은 밴드였죠. '한음파'는 비교적 많은 사람들이 찾은 빵의 분위기에 부응이라도 하듯, 지난 빵에서 보여주었던 공연보다 뜨거운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1집의 첫곡인 '초대'를 시작으로 '200만 광년으로부터의 5호 계획'이 이어졌습니다. 지난 빵에서 보다도 멤버들의 움직임은 열정적이었죠.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한음파의 매력 포인트는 역시 '마두금'의 존재였습니다. 이날은 친절하게도 마두금의 뜻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고보니 허리춤에 마두금을 걸고 켜는 모습이 꼭 기마자세를 닮은 것이, 마두금이라는 악기가 몽고의 악기라는 점을 다시 상기시켰습니다. 마두금과 함께한 한음파는, '독감'을 시작으로 절정이라고 할 수 있는 '무중력'이 이어졌습니다. 셋리스트는 지난 공연과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더욱 열정적인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세 번째는 '비둘기우유'였습니다. '빵'과 '바다비'의 공연일정에서 이릅으로만 보았고, 1집 발매하였다는 소식을 들을 적만 있는 밴드였죠. '비둘기우유'라는 범상치 않은 이름만큼 어떤 음악을 들려줄 지 궁금했습니다. 전형적인 4인조 구성된 이 밴드는 홍일점인 여성 멤버를 프런트로 내세우고 있었습니다. 피어싱과 망사스타킹에서는 지금까지 빵 여성뮤지션들에게서 느껴보지 못했던 인상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들려주는 음악은 보컬보다는 연주가 중심이된 사이키델릭한 음악들이었습니다. 멤버 구성부터 시작해서, 어떤 점에서는 '그림자궁전'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마지막은 '데미안(데미안더밴드)'였습니다. 빵 대표 밴드답게 이 불사나이들은 분위기를 마지막까지 타오르게할 준비가 되어있었습니다. 하지만 토요일 공연임에도 7시 30분에 시작되었고 앞선 밴드들이 짧지 않은 공연을 보여주어 상당한 시간이 흘러간 때였기에, 데미안이 공연을 시작할 때 즈음에는 몇몇 관객들은 자리를 비웠습니다. 멘트에서 빵에서 공연하는 밴드들 가운데 데미안 멤버들이 유일하게 '형'이라고 부를 수 있는 두 밴드와 같이 공연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하니, 빵에서 공연한 역사가 절대 짧지 않은 데미안임을 생각하면 앞선 두 밴드의 연륜(?)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는 익숙해진 앨범 미수록 곡들 "Funkin' ambrella", "VIntage Dance", "Everybody's every party" 등을 들을 수 있었고 비교적 최신곡 'Floating in Paris"와 "June and july"와 가장 최신곡 "Black out(가제)"까지 이어졌습니다.

역시 'SSAM'을 찾았던 하루 전과 마찬가지로 상당히 추운 날씨였지만, 홍대앞 인디씬의 식지 않는 열기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오랜만에 찾은, 제가 인디음악을 듣던 초창기에 가장 많이 찾아갔던 두 클럽, 많은 밴드들의 요람이 되는 '빵'과 'SSAM'이 많은 사람들이 발길로 더욱 번창했으면 바람입니다. 더불어 좋은 음악을 들려주는 밴드들이 더 많은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2009/12/26 16:51 2009/12/26 16:51

비트볼 레코드 연말정산파티 '내일은 비트볼' in 12월 18일 SSAM

12월 18일, 19일 이틀간 '비트볼 레코드'의 연말정산파티 '내일은 비트볼'이 '라이브 클럽 SSAM'에서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18일에 있었던 '진짜 진짜 좋은거야'에 다녀왔습니다. '해오', '훈', '여노', '얄개들', '3호선 버터플라이'의 라인업으로 사실은 오랜만에 '해오'의 공연을 보기위해 찾았습니다. 몇 주전 다른 밴드의 객원기타리스트로 보기는 했지만, 최근 클럽공연을 거의 안하는 해오이고, 해오로서 무대에 오른 그의 모습이 보고 싶었습니다. 조금 일찍 도했는데, 날이 추워서인지,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지 않아 조금은 걱정이 되었죠. 그리도 '쌤언니(가칭?)'는 반갑게 웃어주셨고, '해오'는 오프닝만 한다고 하여 아쉬움을 안겨주었습니다.

첫 번째는 역시 오프닝으로 '해오'가 등장하였습니다. 날이 추워서 인지, 이틀간 열리는 레이블 공연에서 다음날은 'TV yellow'의 객원으로 또 와야한다고 푸념을 늘어놓은 그는 세 곡을 들려주고 내려갔습니다. '바다로 간 금붕어는 돌아오지 않았다', 'La Bas', '오후 4시의 이별'이 그곳들이었습니다. 얼마전에 있었던 '롤리팝뮤직'의 소개글을 인용하여, '그저 그런 소속사에서 앨범을 발매하여 반응을 못 얻은 홧병'을 이겨내고 내년에는 더 자주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클럽 공연을 통해서요.

이어 깜짝 게스트의 무대가 이어졌습니다. 바로 '대니얼 권'으로 이번 연말정산파티의 웹홍보물에서 앨범을 발매가 함께 홍보되었던 뮤지션이었습니다. 발매 앨범들을 비교적 적극적으로 홍보하지 않느 비트볼 레코드이기에 이런 조금은 소극적인(?) 홍보는 어쩌면 당연했을지 모릅니다. 자작곡인지 카피곡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상당히 감성적인 연주와 노래를 들려주었습니다. 목소리가 좀 더 허스키했다면 좋았텐데, 그 점은 좀 아쉬웠습니다. 아, 더 허스키했다면 제이슨 므라즈의 느낌이 났었으려나요.

이어서 본 공연이 시작되었습니다. 본 공연의 첫 번째는 '훈'이라는 남성 솔로였습니다. 원맨 밴드의 공연이라면 응당 기타나 키보드가 함께하는 것이 보통인데, 어찌된 일인지, 훈은 달랑 마이크만 들고 등장했습니다. '플레이걸'에 이어 또다른 신선한 체험이었다고 할까요? 그는 MR에 맞추어 보컬로서 승부수를 띄웠습니다. 발음도 힘든 '한국형 남성판 Bjork'이라도 해야할까요? 일렉트로닉 사운드에 맞춰 단순하지만 상당히 난이도있는 보컬을 들려주는 모습은 참신했습니다. 음의 높낮이 변화는 마치 오토튠으로 변화시키는 느낌이 들었구요. 라이브 클럽이 아닌, 클럽에서 DJing과 함께 한다면 더 멋진 모습이 아닐까 합니다.

이어 역시 처음 보게되는 '여노'라는 밴드가 등장했습니다. 공연이 끝나고 집에서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여노'는 유명 째즈기타리스트 '조연호'의 원맨밴드라는군요. 여노는 드러머, 베이시스트 외에도 키보드와 DJ(?)와 등장했고 맥북을 무려 3대나 볼 수 있어, 마치 '장비만 좋은 직장인 밴드'의 느낌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많은 장비들은 모두 충실한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위한 도구들이었습니다. 지난 SSAM 공연(All tomorrow's parties, ATP)에서 보았던 'TV yellow'나 이날의 '훈', '여노'처럼 일렉트로닉 사운드가 가미된 음악들이 '비트볼 레코드'의 레이블 색이 아닐까 하네요. '꿈의 전쟁'과 '신경증'을 시작으로, 마침 공연 당일 발매되었다는 1집의 수록곡을 들려주었습니다.

세 번째는 지난 ATP 공연에서 보았던 '얄개들'이었습니다. 의상이나 음악모두 80년대 느낌이라고 했는데, 첫곡 '청춘만만세'를 시작으로 다시 80년대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청춘만만세는 어느 부분에서는 영화 '칵테일'의 주제곡인 'the Beach boys'의 'Cocomo'를 떠오르게 하는 면이 있어요. 20년지기 동네친구들이라는 밴드 멤버들이기에 '얄개들'이라는 다소 촌스럽게 들리는 밴드이름을 선택할 수 있었겠죠? '플레이걸'도 그렇고 비트볼 레코드의 또 다른 코드는 바로 '복고'인가 봅니다.

마지막은 바로 지난 ATP 공연 때 게스트로 처음 보았던 '3호선 버터플라이'였습니다. 생각해보니, 예전에 보컬 '남상아'는 '엘리펀트 808' 이름의 솔로 프로젝트로 본 적이 있었습니다.  지난 공연에서 보였던 외국인 키보드 세션은 보이지 않았고 정규 멤버 네 명만이 등장하였죠. 10주념 기념 EP를 얼마전에 발표하였는데, 10년이라는 세월이 말해주듯, 멤버들의 얼굴에서는 견고한 노련함이 느껴졌습니다.(특히 기타리스트와 드러머) '방파제'와 '무언가 나의 곁에'시작으로 EP의 신곡과 지난 곡들이 어우러진 공연을 들려주었습니다. 정규 셋리스트로 7곡을 들려주었고, 이번 공연의 마지막이자 그들의 인지도를 생각했을 때 당연한 앵콜 요청이 이어졌습니다. 10년이나 된 노장 밴드임에도 보컬 '남상아'를 비롯한 멤버들은 전혀 기대를 안했었는지, 수줍게 좋아하는 모습들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틀간 열리는 이번 공연을 모두 보고 싶었지만, 다음날은 또 다른 공연을 보기로 예정되어있기에 조금은 아쉬웠습니다. '내일은 비트볼'이라는 공연 제목처럼 2010년에는 더 힘차게 도약하는 비트볼 레코드를 기대해보아도 좋지 않을까 합니다.
2009/12/24 02:17 2009/12/24 02:17

아바타 (Avatar) - 2009. 12. 19

'타이타닉(Titanic)'으로 영화사에 흥행기록을 갈아치웠던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12년 만의 신작 '아바타(Avatar)'.

수년전부터 제작 소식과 각종 추측이 무성했던 영황 '아바타'는 우선 기대보다는 우려가 매우 컸던 영화였습니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무려 12년만의 신작이라는 점과 감독의 필모그라피에 새로운 행성을 그려낸 본작과 비슷하게, 바닷속 세상을 신비롭게 그려낸 '어비스'라는 작품의 실패가 있었다는 점 때문이었습니다. 이 외에도 오랜 제작 기간이 작품의 뛰어남과는 비례하지 않는다는 점, 너무 많은 정보가 철저하게 비밀리에 진행되었다는 점도 그러했습니다.

그리고 약 두 달전에 드디어 공식 예고편이 공개되었고, 지나친 우려를 잠재울 수 있었지만 마치 '온라인 게임의 동영상'을 보고 있는 듯한 느낌으로 또 다른 논란이 되었죠. 그리고 드디어 이번주 17일 개봉하면서 전세계에 공개되었습니다. 추청 제작비가 최소 '3억 달러(최대 5억 달러)'라는 사상 최고의 제작비답게 영화 내낸 보여지는 CG는 눈을 즐겁게 합니다. 아니, CG라는 사실을 알아챌 수 없을 정도로요. 이미 2000년대 초반 '매트릭스'와 '반지의 제왕', 두 삼부작이 CG의 신기원을 만들어지만 두 영화는 상영시간 내내 전체적으로 어두운 색상들이었는데 반해, '아바타'가 행성 '판도라'의 모습은 원색의 또다른 세상이었습니다.

주인공 '제이크 설리(샘 워싱턴)'은 해병대 출신으로 작전 수행 중 부상으로 하반신 불구가 되었고, 아바타 프로젝트에 우연한 기회에 참가하게 되면서, 행성 '판도라'에서 외계종족의 몸을 통해 새로운 세상과 다시 '걷기'를 경험하게 됩니다. 그리고 '매트릭스'와 같은 거대한 가상현실처럼 '꿈과 현실'의 모호함에 고민하게 됩니다. 둘 다 현실이지만 외계 종족을 통해 겪는 체험은 분명 지금까지와는 다른 현실이기에 꿈이라고 할 수 있죠. 그리고 하반신 불구라는 현실보다 외계 종족을 통해 겪는 꿈이 더욱달콤합니다. 외계종족의 이름이 우리말로 '나비'라는 점은 대단히 흥미롭습니다. 장자가 이야기하는 '호접지몽'이 바로 제이크 설리가 겪는 모습인데, 호접지몽이 바로 '나비의 꿈'이라는 뜻이기에 한국인들에게는 영화 속 상황과 사자성어가 묘한 일치를 이루게 되죠.

올해 개봉한 '디스트릭트 9'에서도 그랬고 이제는 SF영화에서 지구인이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가 되는 모습이 그려지는데 아바타에서도 마찬가지 입니다. 수천명의 지구인 중 주인공(외계인 측 지구인 중 유일한 전투형?)과 양심적인 과학자들과 조종사 등 몇몇을 제외한 지구인의 사고방식, '자원을 위해서 협조하지 않으면 무조건 적'은 마치 미국의 최근 모습(이라크, 아프카니스탄)을 은근히 비꼬고 있습니다. 영화 속에서도 그들은 미국인이고 장소만 지구에서 행성 판도라로 바뀌었을 뿐이죠.

피해자라고 할 수 있는 나비 종족의 모습은 인류의 역사에서 제국주의의 피해자인 아프리카인, 아시아인 그리고 북아메리카 인디안의 모습을 닮아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부족사회에 족장과 주술사, 제정분리로 이끌어가는 사회와 각종 의식들은 아프리카와 북아메리카 등의 부족들을 떠올리게 됩니다. 영혼의 나무를 섬기고 모든 생명체들이 이어져있다는 나비 종족의 사상은, 대지모 신앙과 샤머니즘, 물아일체 사상 등을 볼 수 있고 그들의 부족이름에서는 토테미즘도 느껴집니다.

제목 '아바타(Avatar)'의 이중적 의미도 흥미롭습니다. 신이 인간의 몸을 빌려 현세에 나타나는, '화신(化身)'을 의미하는 본래 뜻이 최근에는 가상사회에서 자신의 분신을 나타내는 뜻으로 사용되고 있죠. 행성 판도라를 침략하는 지구인의 입장에서 인간과 나비 종족의 유전자를 조합하여 탄생시킨 아바타 프로젝트는 분명 가상사회의 분신과 마찬가지 입니다. 후반 영화에서 보여지지만 온라인 게임에서 케릭터가 죽는다고 플레이어가 죽지 않듯이, 아바타가 죽는다고 그것을 조종하던 인간이 죽지 않는 것처럼요. 하지만 나비 종족의 입장에서 아바타 프로젝트를 통해 나타난 '제이크 설리'는 신이 현세에 나타난 '화신', 그 본래의 의미로 다가갑니다. 종족에게 닥친 위기에서 부족을 규합하고 종족을 구한다는 그들의 신화 혹은 전설처럼, 그리고 제이크 설리를 흔들리게하는 나비 종족의 '네이티리'의 증조할아버지처럼 말이죠.

나비 부족 연합을 무참히 괴멸시키던 침략자(인간)의 우세는 행성 판도라의 대자연이 보낸 짐승들의 공격에 의해 역전됩니다. 거대 초식동물들의 돌격은 우아하고 통쾌하며, 포식자 육식동물이 네이티리에게 꼬리를 내리고 교감하는 모습은 아름답고 찡한 감동으로 다가옵니다. 행성 판도라의 모든 것들이 서로 공생하는 '공동체'임을 느끼고 있다는 이야기죠.

역시 저도 지구인이지만 지구인의 대패가 이렇게 통쾌하게 느껴지니, 영화가 전하는 메시지는 충분히 성공적입니다. 화려한 볼거리 외에도, 파멸을 향해 달려가는 지구인에게 자연보호과 공생이라는 중요한 메시지를 다시 전하는 영화 아바타, 별점은 4.5개입니다.

2009/12/22 01:10 2009/12/22 01:10

All Tomorrow's Parties Vol.1 - 청춘의 판도 in 11월 28일 SSAM

짧게 쓰는 11월 28일에 홍대 '라이브클럽 SSAM'에서 있었던 'All Tomorrow's Parties Vol. 1'의 후기. All Tomorrow's Parties(이하 ATP)는 인디씬 중소레이블들의 신인 밴드들을 위해 기획된 공연으로 'Vol. 1'이라는 꼬리처럼 시리즈로 기획되었나 봅니다. 부제는 '청춘의 판도'로 인디씬의 최신 판도를 알리는 공연을 의미하는 것이었을까요? 상당한 수의 밴드들의 공연할 예정이었고 '굴소년단'을 제외하고는 처음이었죠.

첫번째 팀은 '아미(ARMY)'였습니다. 보컬이 정말 특이한 헤어스타일이 인상적이었고, 블루지(bluesy)한 연주위로 대부분의 곡에서 빠지지 않는 하모니카 연주가 인상적이었죠. 의상이나 곡이나 참 '미국음악'의 느낌이었다고 할까요? 하모니카 대문인지, 왠지 미군부대와 미국 컨트리 음악이 떠올랐습니다. 밴드 이름 ARMY처럼요.

두 번째 팀은 '아침(Achime)'이었습니다. 입소문으로만 듣던 밴드인데, 말투나 의상에서는 왠지 '지방에서 서울로 입성한 밴드'의 이미지였습니다. 보컬의 의외의 걸출한 입담이 재밌었고, 평범한 밴드이름과는 다른 음악도 그랬습니다.

세 번째 팀은 '전국비둘기연합'이었습니다. 독특한 밴드 이름때문에 예전부터 궁금했지만 공연을 볼 기회는 없었는데, '평화'를 상징하는 비둘기의 이미지와는 다르게 펑크, 이모코어 등이 녹아든 강렬한 음악을 하는 밴드였죠. 무대 위에서도 기타와 베이스 두 사람이 쉬지 않고 뛰어다녔구요.


네 번째 팀은 '얄개들'이었습니다. 80년대 음악을 한다고 하는데, 정말, 알이 큰 안경과 의상이 80년 대 청춘물에서 나왔을 법한 모습들이었습니다. 그들이 들려주는, 비교적 수줍고 나약한(?) 느낌의 음악들도 그랬구요.

다섯 번째 팀은 게스트인 '3호선 버터플라이'였습니다. 바로 이름으로만 들어오던 전설의(?) 그 밴드였죠. 99년도 즈음에 결성되었다는 경력만큼이나 멤버들의 얼굴에서는 그 연륜이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외국인 키보디스트가 있는 점도 특이했습니다. 하지만 음악은 제 취향은 아닌듯하여서, 제가 지금까지도 이 밴드의 음원도 완전히 들은 적이 없었나 봅니다.

여섯 번째 팀은 '플레이걸'이었습니다. 노란색 제복을 맞춰 입고 등장한 그녀들의 무대는 이날 공연의 하이라이트였습니다. 인디씬에서 무려 '아이돌'을 지향하는 걸그룹입니다. 그리고 그들이 지향하는 사운드는 바로 80년대 복고 사운드였죠. 공연에 앞서 이벤트를 진행하면서 관객들에게 선물을 나눠주었고 더불어 재밌는 입담을 과시했습니다. 그리고 짜여진 각본처럼 부드럽게 이어지는 공연을 보여주었죠. 짜여진 각본이라고 한 건, 엔지니어와 손이 맞지 않아서 정해지 배경음악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런 실수를 실토하고 다시 반복했던 그녀들의 모습은 참으로 신선하고 재밌었습니다. 율동에 맞춰 그녀들이 들려주는 노래는 가사부터 사운드까지 진짜 복고였습니다.

일곱 번째 팀은 'TV yellow'였습니다. 역시 처음 듣는 이름이었지만, 소개영상을 보니 과거 공연을 본 적이 있는 'LP boy'의 새로운 이름이더군요. 그리고 또 반가운 얼굴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Miller Fresh M'에서도 'Starsheeps'의 멤버로 우연히 만났던 '해오'를 이 밴드를 통해서 또 만날 수 있었습니다. 객원기타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더군요. 그리고 TV yellow의 한 멤버 역시 Starsheeps로 봤던 얼굴이었습니다. 밴드 구성에 전자장비로 무장한 이 밴드는 락과 일레트로닉 사이의 사운드로 모던 락을 들려주었습니다. 조만간 나온다는 앨범이 기대됩니다.

여덟 번째 팀은 '굴소년단'이었습니다. 신예들을 소개하는 자리에, 신예라고 하기에는 굴소년단같이 연륜(?)도 있고 음반도 두 장이나 발매한 밴드가 과연 어울리는지 의문이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한국 인디의 현실이고 중소레이블 소속의 비애라고 생각하니 씁쓸하더군요. 역시 굴소단다운 그루브한 사운드를 들려주었고 '민트페스타'에서 '시티엠(Citi.M)'의 '진영'과 들려주었던 'I must love'는 이번 공연의 또 다른 하이라이트였습니다.

아홉 번째 팀 '아폴로 18'을 남겨두고 있었지만 어느덧 시간은 10시를 지나 11시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일정상으로는 밴드당 20분씩 예정되어 10시 20분 종료 예정이었지만 밴드당 공연 20여분에 세팅 5~10분이 소요되면서 상당한 지연은 당연했습니다. 세팅을 시같을 고려하지 않아 라인업은 좋았지만 기획에서 실패안 공연이었다고 할까요? 마루이 좋은 라인업이라도 3시간이 넘는 스탠딩은 정말 힘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결국 마지막 팀은 보지 못하고 귀가할 수 밖에 없었죠. 편향된 인디 음악 청취를 하고 있던 저에게는 오랜만에 신선한 무대였습니다. 과연 이 밴드들이 얼마나 성장할지, 얼마나 대중의 관심을 모을지 지켜봅니다. 이상 '청춘의 판도'였습니다.

공연의 일부를 http://loveholic.net 에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2009/12/20 13:08 2009/12/20 13:08

캐스커(Casker) - Your Songs (EP)

네 번째 정규앨범 'Polyesther Heart', 이후 약 1년만에 다시 찾아온 '캐스커(Casker)'의 겨울 선물 'Your Songs'.

'Fragile Days', '정전기'같은 어쿠스틱 친화적인 곡들을 여럿 선보인 '캐스커'가, 올해 8월에 디지털 싱글로 선보인(역시 어쿠스틱 친화적인) '향'이 담긴 EP 'Your Songs'로 찾아왔습니다. 일렉트로니카를 기반으로 하지만 절대 어렵지 않은, 보컬 '융진'의 고품격 분위기와 어우러진 대중 친화적인 사운드를 들려주는 캐스커이지만, 그 음악의 완성도에 비해 대중의 관심은 정말 '잔인할 정도'로 낮은게 현실이었습니다. (뭐, 그렇기에 저와 같은 사람들이 찾아서 음반 리뷰를 쓰고 있겠지만요.)

첫곡 '창밖은 겨울'은 앨범의 시작부터 상당한 인상을 남기는 트랙입니다.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미드템포에 일렉트로닉 팝이라고 할 수 있는 이 곡은 무엇보다도, '현실'과 '꿈'으로 구분되는 이중적인 구성이 인상적입니다.  (현실 부분의 가사는 같은 파스텔뮤직 소속 '에피톤 프로젝트'의 곡 '그대는 어디에'가 생각나기도 합니다.) 친구를 만나고 너의 자리는 없다고 스스로 다짐도 하지만 침대에 누워서 눈물이 흐르는 모습을 서글프지만 담담하게 노래하는 '현실 부분'은 차분합니다. 하지만 중간에 삽입되는 꿈 속에서 만나기를 바라는 '꿈 부분'에서는 템포는 빨라집니다. 그리고 차마 현실에서는 멀어지는 뒷모습을 보며 말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이 꿈에서 펼쳐집니다. 하지만 현실과 다르게 서글프게 들리지 않고, 소박하게 바람을 노래합니다.

다시 현실로 돌아온 주인공은 거리를 방황하고 있습니다. 너의 자리는 없다고 했지만 흘린 눈물처럼 쓸쓸함은 어쩔 수 없나봅니다. 어제와는 다르게 오늘 밤에는 잠들지 못합니다. 꿈에서라도 주인공은 어느정도 위로를 얻었던 것일까요? 아니면 쓸쓸함이 잠 못이루게 하는 것일까요? 그런 궁금증에 대한 해답을 생각하기 전에 노래는 시선을 '창 밖의 겨울'로 옮겨가며 끝납니다. 24일 저녁과 25일 저녁 사이에 일어났을 법한 이야기의 가사는, 짧지만 상당한 여백으로 여운을 남깁니다. 독백과도 같이 감정의 변화를 예측할 만한 장치들이 많지만, 직접적으로 감정을 언급하는 부분이 없다는 점이 그렇고, 특히 마지막 가사 '힘없이 창문을 열면 겨울'은 '여백의 미'의 절정으로 다분히 '열린 결말'입니다. 창 밖에 '너'가 서있었을지, 아니면 주인공은 창 밖 커플들의 애정행각을 보면 그냥 그대도 쓸쓸했을지, 또 아니면 아니면 '겨울의 축복'이 주는 위로로 안정을 찾았을지.

'밤의 이야기'는 동양의 밤을 일렉트로니카로 표현하고 있는 트랙입니다. 신서사이저의 음색이나 피아노 연주, 마지막 박에 강조를 둔 세박자와 같은 '동양의 밤'을 표현하기 위한 여러 장치들은 여러 크로스오버/일렉트로니카 계열 뮤지션들이 연장선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캐스커는 '답습'에 그치지 않고 캐스커만의 색채를 입혀서 또 다른 독특한 분위기를 형성해냅니다.

아주 깊은 밤, 하늘에는 세상을 밝게 비추는 둥근 달이 떠있고, 그 달을 바라보며 노래하는 주인공인 서있습니다. 청명한 신서사이저는 밝은 달밤의 이미지와 고즈넉이 쓸쓸한 주인공의 심상도 같이 들려줍니다.  '쿵쿵짝' 세박자에서 '쿵쿵'을 담당하는 에그쉐이크 소리는 발자국 소리를, 간간히 저 빠르게 흔들리 에그쉐이크 소리는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 소리를 연장시킵니다. 낭창낭창하게 부르는 '융진'의 목소리는 그런 고즈넉한 달밤의 이미지와 어우러져 한 편의 시조 낭송처럼 들립니다. 여러 일렉트로니카 계열 뮤지션들이 그려낸 동양적 이미지는 서양인이 바라봤음직한, 실크로드 끝에 존재하는 황금으로 이루어진 도시나 한국의 단청이나 중국의 경극처럼 화려한 이미지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캐스커가 그려내는 이미지는 화려함과는 먼, 어두운 달밤과 여백이 존재하는 담백한 수묵담채화라고 해야겠습니다.

앨범 제목과도 같은 'Your song'은 앞선 두 곡과는 다분히 다른 분위기입니다. 오토튠의 힘으로 변화된 목소리가 그렇고. 역시 그리움을 노래하고 있지만, 간접적으로 감정했던 두 곡과는 달리 직설적으로 이야기하는 감정이 그렇습니다. Your song이라는 제목에서 '너의 이야기'를 노래할 법했지만, 사실 가사는 주인공의 이야기로 가득 차있습니다. 너에게 들려주고 싶은 노래가 바로 Your song인가봅니다.

이어지는 '향(Alternate Ver.)'는 이미 디지털 싱글로 공개되었던 트랙으로 음원이 아닌 음반으로 소장하고 싶은 팬의 마음을 충족시키고 있습니다. 사랑의 동상이몽과 이별 후에 그가 남긴 '향'을 노래하는 이 곡은 아늑한 느낌의 제목처럼 가장 어쿠스틱한 소리와 감성을 들려주는 트랙입니다. (지난 '향' 디지털 싱글 리뷰를 참고해 주세요.)

그런 어쿠스틱한 느낌을 살려서 더욱 살려서 '향(Acoustic Ver.)'이 마지막 트랙으로 수록되어있습니다. '향'이 가사부터 소리의 요소요소가 좋은 곡이어서 어쿠스틱 버전도 큰 기대를 했지만, 사실 조금 아쉽습니다. 어쿠스틱의 느낌은 더욱 충만해졌지만, 어쿠스틱 버전만의 그 이상을 기대했기에 아쉽다고 할까요? 더 욕심을 내어 보컬을 '융진'이 아닌 객원보컬을 기용해봐으면 어땠을까 합니다. 이 곡에서 만큼은 융진의 보컬도 좋지만. '한희정'같은 조금 매마른 느낌의 보컬이었으면 또 전혀 다른 매력을 발산하지 않았을까요? 그럼에도 어쿠스틱 버전은 충분히 매력적입니다. 디지털 싱글로 기대했던 어쿠스틱 공연을 이렇게 음원으로 실연가능함을 확실하게 들려주고 있고, 최대한 조근조근한 융진의 보컬과 캐스커(이진오)의 코러스는 그윽한 향을 더욱 짙게 하고 있습니다. (다시 생각해보니 간곡한 호소같은 융진의 목소리와는 달리, 한희정이 불렀다면 더 처절하게 들려주었을지도 모르겠네요.)

이어지는 트랙들은 캐스커 본연의 일렉트로니카에 좀 더 충실한 두 곡으로, 4집 'Polyester heart'에 실리지 못한 후보곡이 아니었을까 생각도 듭니다. 어쿠스틱 기타와 브라스가 흥을 돋우는 'Let it shine'은 EP 수록곡 가운데 유일하게 댄서블한 트랙입니다. '녹턴'은 약 50초의 짧은 연주곡으로 이어지는 'Pluto'의 전주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Pluto'는 향의 어쿠스틱 버전을 제외한다면 마지막 트랙으로 앨범 'Polyesther heart'에 수록된 동명의 곡과 비슷한 점이 많습니다. 두 곡 모두 '녹턴'과 '너와 나'라는 피아노 연주의(너와 나에는 더 불어 두 사람의 짧은 가사가 있지만) 전주곡을 갖고있다는 점이 그렇고, 어떤 트랙들보다도 귀에 감기는 트랜스한 연주 위로 흐르는 이별 후에 되묻는 형식의 가사가 그렇습니다. 차가운 소리들이지만 그 속에서 온기를 놓치지 않는, 캐스커식 일렉트로니카를 좋아한다면 마음에 들지 않을 수 없는 요소들로 가득하죠.

'Pluto'라는 제목 선택도 눈여겨볼 만 합니다. 'Pluto, 플루토'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죽음의 신'의 로마식 이름(그리스식은 '하데스')이자, 태양계에서 행성으로 분류되다가 퇴출되어버린 비운의 '명왕성'의 영어 이름입니다. 가장 처음 가사가 '버려지기 전부터 보이지 않던 별'입니다. 지금의 명왕성의 처지를 가장 잘 의미하고 있는 구절이 아닐까 하네요. 태양계에서도 거의 최외곽에 위치하기에 지구에서는 관찰하기 힘들고(보이지 않던), 결국 행성의 지위를 잃은(버려지기 전부터) 명왕성이니까요. 그리고 그 의미가 죽음의 신, 끝을 의미하기에 '이별 노래'의 제목으로도 적절합니다.

'Your Songs'라는 왠지 푸근하면서도 서글픈, 양가감정의 제목은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청자인 우리를 위한 곡들로 채워진 앨범임을 암시할 지도 모릅니다. 두 남녀가 앉아 다과를 즐기고 있는 간결한 자켓의 일러스트도 그렇구요. 이번 EP는 캐스커가 대중에게 다가가기 위해 작심하고 준비하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별점은 4.5개입니다.

2009/12/19 14:50 2009/12/19 14: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