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루과이

두 사람이 있었다.


"난 어렸을 때, 내 반쪽은 저 밤하늘에 빛나는 별들 중 어딘가에 살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그럼, 어린 왕자라도 지구로 찾아와야하나."

"어린 왕자라... 그럴지도."

"그런데 태양처럼 빛을 내는 별에는 너무 뜨거워서 생명체가 살 수 없어."

"아, 그렇겠네. 미안해요 내 반쪽, 당신은 타 죽었군요."

"아마 그 별에 딸린 어떤 행성에 살고 있을지도. 태양에 딸린 지구에 우리가 살고 있듯."

"아니면 지구 반대편 어딘가에 살고 있을 거라는 생각도 했었어."

"음, 지구 반대편?"

"응, '해피 투게더'처럼."

"왕가위 감독의 '해피 투게더'?"

"응, '홍콩'의 반대편인 '부에노스 아이레스'로 날아간 주인공처럼."

"아, 홍콩의 '대척점'이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 아이레스였지."

"대척점?"

"응, 대척점. 지구의 정반대 지점을 대척점이라고 한데."

"그럼, 한국의 대척점?"

"한국의 대척점은 '우루과이'쯤이라나."

"우루과이?"

"응."

"그럼, 언젠가 가보아야겠는걸."

"있잖아."

"응?"

"나도 예전에 그런 생각한 적이 있었어. 지구 반대편."

"정말?"

"응, 정말."

"그럼 언젠가 같이 우루과이 가는거야?"

"그래야하나. 그런데 그럼, 거기가서 동성연애라도 해야하는건가?"

"뭐?"

"'해피 투게더'라며."

그곳에서 당신을 만나고 싶습니다.
2006/12/20 10:34 2006/12/20 10:34

얼음땡

두 사람이 있었다.


"이봐요!"

"...응?"

"혼자 가는거야? 난 여기 서있는데."

"아, 미안."

"무슨 생각하는데?"

"지난번에 이야기했었던 '열병'에 대해서."

"죽을까봐?"

"아니."

"그럼?"

"봄이 가까워지고 눈이 녹다가 그 봄이 다시 멀어진다면 어떻게 될까?"

"다시 얼어버리겠지."

"응. 눈이 녹다 얼어버리면 얼음이 되겠지. 눈보다 단단한 얼음."

"응. 얼음."

"그 얼음은 말야 쉽게 녹지도 않을거야."

"그렇겠지."

"눈보다 얼음에게 봄은 더 멀겠지?"

"아마 그렇겠지."

"이젠 봄이 온다는 건 정말 두려운 일이야."

"더 심한 열병이 되려나."

"아니. 열병보다도 다시 돌아가야한다는 게."

"무슨일 있어? 의기소침해진 거야?"

"그런건 아니야. 아무튼 봄이란 내겐 너무 먼 이야기인지도 몰라. 이젠,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일지도."

"당연? 어째서?"

"그건 비밀."

"뭐야, 궁금하게해놓고."

"춥고 배도 고픈데 요기나 하러가자."

"그래."

"어? 거기서 뭐해 안갈거야?"

"아까 '얼음'했으니 와서 '땡'해주고가."

"그래 '땡'이다."

그대가 내 마음의 봄이 되길 바랍니다.
2006/12/19 18:55 2006/12/19 18:55

나보다 큰

그림자


나보다 큰 그림자...

나보다 큰 내 삶...

나보다 큰 세상...

나보다 큰 내 운명...

결국 나는 너무나 작아서,

어떤 것도 할 수가 없네요.
2006/12/18 17:08 2006/12/18 17:08

돌이킬 수 없는 것들

두 사람이 있었다.


"어떤 원소는 동물이 먹고 소화하고 배설물되서 바다로 흘러간 후 침전해서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데. 사람을 포함한 모든 동물들은 지금까지 계속 육지에 있는 그 원소를 이용한 거지."

"그럼 육지에서 그 원소가 고갈되면 동물은 모두 멸종되는 건가?"

"아마 그렇겠지."

"슬픈 이야긴 걸. 하긴 그런 일이 있기전에 우린 없어지겠지만."

"뭐, 그렇지. 돌이킬수 없는 건 한 사람의 삶도 마찬가지니."

"정말 돌이킬 수 없는 거야?"

"뭘?"

"그 원소."

"모르지. 지각변동이 일어나서 바다가 육지가 된다면 되돌아가는 게 아닐까?"

"그럼 다행이네."

"삶이란 것도 전혀 되돌릴 수 없지는 않을거야. 물론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겠지만."

"어떻게?"

"윤회(輪廻)를 믿는다면."

"불교에서 죽고난 다음에 다시 태어나는 거?"

"응. 그거."

"좀 다른 거 아냐?"

"되돌린다는 표현이 잘못되으면, 다시 시작하는 거라고 해야하나?"

"그럼, 그때도 우리 만나서 이런 이야기들을 할 수 있을까?"

"모르지. 아마 할 수 없을지도 몰라."

"그건 좀 아쉬운데."

"뭐, 인연(因緣)이라면 다음 삶에서도 이렇게 다시 만날 수 있을거야."

"인연이 아니라면?"

"인연이 아니라는 건 없을거야. 다만 그 인연이 약하다면 그땐 그냥 스쳐지나갈 수도 있겠지."

"그것도 슬픈이야기다."

"걱정마. 내가 널 꼭 알아볼테니."

"정말?"

"응. 하지만 혹시 모르니 너도 꼭 알아봐줘."

"응. 그럴게. 꼭."

언젠가 당신을 다시 만나고 싶습니다.
2006/12/18 10:38 2006/12/18 10:38

눈이 녹으면

두 사람이 있었다.


"눈이 녹으면 몸이 온다고 그랬나?"

"응, 그렇지."

"한 가지 더 있어."

"음. 뭐?"

"눈이 녹으면 더 추워진다는 거."

"그런가?"

"눈이 녹으면서 대기중의 열을 빼앗으니까..."

"그렇겠네. 그렇다면 봄이 되기까지의 산통인 건가."

"뭐, '열병'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

"열병?"

"응, 열병. 고독을 벗어나기까지의 열병."

"음..."

"고독에 머무를 때는 쓸쓸함을 느끼지 못할 때가 많잖아."

"아! 그 고독이라는 겨울이 녹는 봄이 아까워지면 비로소 쓸쓸함을 느끼게 된다?"

"응, 그때가 되어야 그 쓸쓸함이 한꺼번에 찾아오겠지. 계절이 바뀌면서 감기에 잘 걸리듯."

"겁나는데!"

"응?"

"아마, 너무 고독 속에 오래 있던 사람은 그 열병이 찾아오면 죽을지도 몰라."

"그런건가."

"어, 눈이다."

"올해도 느지막하게 오는구나."

"한번 고독 속을 걸어볼까?"

"그래."
2006/12/17 23:08 2006/12/17 23:08

선물



네,

초침은 쉬지 않고 달려갑니다.
두 사람의 침묵은 쉼어감이 없습니다.


네,

어떤 선물도,
어떤 편지도,
어떤 말조차,
그대에겐 근심이라 하시기에
미소를 지을 뿐입니다.


네,

일어설 때입니다.
한숨을 쉬십니다.
돌아설 때입니다.
빗물만 흐릅니다.


네,

초침만 아직도 쉬지 않고 달려갑니다.
두 사람의 침묵은 영원으로 달려갑니다.
2006/12/16 17:21 2006/12/16 17:21

Puzzle

누구나 마음 한가운데 퍼즐을 갖고있어.

삶이란 그 조각들을 찾고 맞춰가는 과정.


어떤 조각이 있어. 아주 중요한.

그 조각이 없으면 다른 모든 조각으로도 완성할 수 없지.

some says it is a delight.

other says it is a sadness.


그런 조각이 있어. 아주 소중한.

그 조각만 있으면 다른 모든 조각 없이도 완벽할 수 있지.

some says it is the whole

other says it is empty


모르지. 정말 그 조각이 끝인지.

삶이라는 퍼플의 마지막일지, 또 다른 퍼즐의 시작일지.

some says it is a lie

other says it is a truth




I don't know, I can't know

but...

I wanna know...

2006/12/15 23:59 2006/12/15 23:59

오늘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오늘은 그리운 날입니다.

편지를 읽을 수 있다면, 편지를 쓸게요.
노래를 들을 수 있다면, 노래 부를게요.

This is a poem for you
This is a song for you

오늘은 설레는 날입니다.

매력 하나 없지만 불러준다면, 달려갈게요.
유치한 이야기라도 웃어준다면, 이야기할게요.

오늘은 아니겠지만, 아직은 아니겠지만
오늘같은 어느날, 아니 멀고 먼 훗 날에...

It's a day for you.
It's a day for me.


저도 볼 수 있길 바래요.
오늘 그대가 꿈꾸었던 미래들...
언젠가 저에게 보여주시려나요.

오늘은 꿈꾸는 날입니다.
2006/12/14 00:52 2006/12/14 00:52

Into the Abyss

나의 비명

다시 고개를 드는 너.

나의 눈물과 너의 속삭임.


빛을 가리고 마음을 버리고

이제는 너에게 입맞추고


내 모든 외마디들

차가운 메아리로 울릴

그 끝을 알 수 없는 저 깊고 차가운 바다.

빛도 감정도 죽어버린,

소리도 손길도 닿을 수 없는 해저의 심연 속으로...


가라앉기를...

잊혀지기를...

영원히...

영원히...


먼 훗 날 언젠가 화석으로 기억되기를...

2006/12/12 23:07 2006/12/12 23:07

Collision Course

난 지금 우주에 관해 생각해.

우주에 뿌려진 셀 수 없을 많은 별들 중

단 두 별의 운행에 관한 이야기지.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려진

두 별의 충돌에 관한 이야기야.

...

충돌,

그 이후 두 별의 운명의 그들의 몫이지.

하나가 될지 혹은 둘이 될지,

아니면 빛이 되어 사라질지...

yeah, it's a story about...


조금은 슬픈 이야기지.

조금은 기쁜 이야기지.

이제는 그냥 그런 이야기지.

yeah, it's a story about...

2006/12/10 20:33 2006/12/10 20: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