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am Cara



한번은 누구나 꿈꾸던 그런 날을 꿈꾸었다.

언젠가는 들려주리라...


우리는 그만큼 쓸쓸할 수 밖에 없었는지.

서로에게 이교도가 될 수 밖에 없었는지.

위대한 안배 속에 어떤 외침들이 있었는지.


삶은 저만치 멀고 죽음은 이만큼 가까우니,

언젠가는 보여주리라...


사막의 순례자가 그 끝에서 보았을 영롱함과,

그 봄날에 꿈꾸었던 가장 찬란했던 꿈들과,

가슴에 담아두어야했던 그 많은 이야기들을.

2006/12/03 22:38 2006/12/03 22:38

nothing but everything

현실의 무게
이상의 허상

언어의 가벼움
마음의 뜨거움

그의 오해와
그녀의 무관심

눈물의 희극과
웃음의 비극

2006/11/30 18:56 2006/11/30 18:56

가을 아래서

흐르는 구름은 어디로 향하나요?
정처없는 마음은 어디에 머무나요?

가을, 투명한 하늘의 푸르름 아래서
한없는 부끄러움에 눈을 감습니다.

내가 피고, 그 사이 그대가 지고
다시 그대가 피고, 또 내가 지고

모든 시작에 결국 끝이 따른다면
끝이 없을 그 끝에서 찾아와줄레요?



시리도록 눈부셨던 하늘 아래서 느꼈던 가을...
2006/11/05 17:50 2006/11/05 17:50

빙하(氷夏)


원래 loveidea.net을 위해 2006년 8월 5일 작성된 포스트로, 사이트 폐쇄와 함께 옮겨온 글입니다.
2006/10/24 19:38 2006/10/24 19:38

이제는 꿈꾸지 않아요

이제는 꿈꾸지 않아요.


태양 아래 늘어진 그림자가
하나가 되어버린 그날 이후
이제는 꿈꾸지 않아요.


봄날 새들의 즐거운 지저귐이
구슬픈 노래로 바뀐 그날 이후
이제는 꿈꾸지 않아요.


결국 저 문을 닫고 돌아서서
인고(忍苦)의 겨울이 시작된 그날 이후
이제는 꿈꾸지 않아요.
2006/10/18 19:37 2006/10/18 19:37

언제나 또 어디서나

사랑은 어떻게 찾아오는가.

시나브로 마음 한 구석으로 녹아드는가?

주체할 수 없는 감정의 폭발로 생겨나는가?

...


이제 죽은 사랑 이야기는 하지 않기로 하자.

그럼에도 내 병든 심장은 아직 뛰고있으니...

언제나 또 어디서나...

...

그것이 차가운 밤을 가르는 여명처럼 찾아온다 해도,

혹은 그것이 눈앞을 아른하게 하는 섬광처럼 지나간다 해도,

언제나 또 어디서나...

원래 loveidea.net을 위해 2006년 7월 1일 작성된 포스트로, 사이트 폐쇄와 함께 옮겨온 글입니다.
2006/09/27 19:32 2006/09/27 19:32

마음이 머무는 곳

흩어지는 바람이 머무는 곳 어디입니까?

정처없는 마음이 머무는 곳 어디입니까?


그대의 아련한 향기를 좇아

이른 봄 가지 끝 마지막 눈처럼

거친 파도 해변 위 물거품처럼

흩어집니다. 사라집니다.


그대 마음 머무는 곳, 나 아니지만

내 마음 머무는 곳, 언제나 그대여서...

원래 loveidea.net을 위해 2006년 5월 13일 작성된 포스트로, 사이트 폐쇄와 함께 옮겨온 글입니다.
2006/09/27 19:30 2006/09/27 19:30

어둠속에서

길고 깊은 잠에서 깨어서 눈을 떴을 때,

눈 앞은 온통 어둠 뿐이었다.

사람들이 있었다.

겁에 질린 사람들이 있었다.

모두 어디서 왔는지, 어디로 갈지 모른다고 하였다.

어디선가 날카로운 비명소리가 들렸다.

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비명소리가 이곳 저곳에서 들리더니 점점 가까워졌다.

누군가 하나 둘 쓰러지는 소리,

방향을 알 수 없는 바쁜 걸음 소리들.

무엇인가 배를 가격했다.

사방에서 들려오는 비명소리들.

둔탁한 그것을 잡아 어림짐작으로 사정없이 가격했다.

몇 분이 지났을까.

따뜻하고 끈끈한 액체의 느낌.

나의 피인지 혹은 그것의 피인지.

이제 비명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산발적으로 들리는 소리들.

걸음을 내딪을 때마다 발치에 걸리는 뜨뜨미지근한 것들.

...

갑자기 빛이 몰려왔다.

수 분간의 눈부심...

눈을 떴을 때 눈 앞에 있었던 것들은...
2006/08/28 18:07 2006/08/28 18:07

그래서 그렇게...

텅빈 노트에 그리운 이름을 적어보고...
...
...
...

텅빈 거리에 그리운 모습을 그려보고...
...
...
...

텅빈 마음에 그리운 목소리를 떠올려보고...
...
...
...

그래서 그대는 또 그렇게...

그래서 그대는 또 그렇게...
2006/08/25 16:34 2006/08/25 16:34

길을 묻다



길을 걷다가

한 사람이 길을 묻습니다.

길을 걷다가

다른 사람이 길을 묻습니다.

길을 걷다가

낯선 사람이 길을 묻습니다.



길을 걸어도

그대는 길을 묻지 않으십니다.

길을 물어도

그대라는 길은 알 수 없습니다.

언제쯤이면

그대, 제 길이 되어 오십니까.


'그대, 제 길이 되어 주시겠습니까?'
2006/08/07 02:35 2006/08/07 02: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