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死)

한동안 너를 잊고 있었다.

잊을 만 할 때면 또 찾아오는 너...


누구나 부정하고 싶은 사실,

결국 모두가 너에게로 향하고 있다.


다가오는 햇살 가득할 날들

또 그럴 수록 넌 그림자를 길게 드리운다.


세상에도 마음에도 평화가 가득한 밤

그리고 눈을 뜨면 옆에 누워 있는 너...


몰래 이불 속을 빠져나오려 하지만

어느새 발목을 움켜잡는 너, 죽음...
2005/03/22 20:06 2005/03/22 20:06

낮은 곳에 머물러...

기나긴 일상에 지쳐 잠자리에 들면

얼어붙은 내 녹아 흐르는 곳


높고 높은 만년설의 봉우리

비바람에 갈고 닦여 무뎌진다 하여도,


내 흐를 마음 속 가장 깊은 곳, 그대

언제나 낮은 곳에 머물러...
2005/03/09 18:56 2005/03/09 18:56

무의미

달이 차고 기울고 내 마음 따라 흐르고

귓가에 스치는 바람, 의미 없는 혼잣말


두 사람사이, 그 사이의 거리

좁혀지지 않는 무한한 거리


세상 어디에나 있다고 하지만

나에게는 아직 보이지 않는 걸...
2005/03/04 18:41 2005/03/04 18:41

붉어진 눈으로 바라보다...

바라보다.

점점 멀어지는 모습

흐려진 점이 되었다.

끝없이 펼쳐진 지평선에 녹아든...

내 마음의 지평선

그 위에 붉게 물든 노을이 되어버린

그 모습.

붉어진 눈으로 바라보다.
2005/01/29 22:20 2005/01/29 22:20

이별을 묻는 당신에게...



언젠가 이별을 묻는 당신에게

이제 제가 먼저 마지막 악수를 건넵니다.

이 생에서는 마지막 인사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다음 생에 만나자는 기약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멀어지는 모습 한참을 바라보다 돌아섭니다.

뒤돌아 멀어져가는 모습 한 번 더 보고싶지만

행여나 더 사랑했음을 들킬까

입 안에 고이는 쓴물 삼키며, 차마 못 다한 말 곱씹으며


그렇게 멀어집니다. 또 그렇게 봄날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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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1/14 01:23 2005/01/14 01:23

길 위에서 만난 그대에게

끝을 알 수 없는 길 위에 쓰러져있는 나에게

당신이 다가와 뭐하고 있냐며 물으십니다.


나는 무엇인가 자세히 보고 있다 대답합니다.

그러면 당신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하십니다.


나는 귀 기울여 소리를 듣고 있다 대답합니다.

그러면 당신은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하십니다.


나는 희미한 향기를 찾고 있다 대답합니다.

그러면 당신은 아무 향기도 나지 않는다 하십니다.


뒤늦은 내 이야기를 꺼내려 할 때 즈음

어느덧 그대는 등을 돌려 한 걸음씩 가십니다.


그대를 기다리고 있었노라고 말해 보아도

그대는 들리지 않으시는지 멀리멀리 가십니다.
2005/01/06 23:10 2005/01/06 23:10

사.실.은(思.失.慇)

잘 지내고 있는지 안부가 묻고 싶어지네요.

안녕하고 건강하게 지내고 있는지요?

이미 몇 년이나 지나 버린 일이라 많이 지워졌지만

하지만 가끔씩 생각나곤 합니다.

좋은 추억이었다고 웃으며 말하기는 아직도 힘들지만,

그렇다고 말 못할 사연이 심각한 이야기가 있는 일도 아닌

이제는 그렇고 그런 옛날 이야기가 되어버렸네요.

너무나 어리석었던 제가 미울 뿐이죠.

좀 더 빨리 알지 못했음이 후회될 뿐이죠.

햇살이 따뜻하던 날 걷던 그 길을 다시 한 번 걷고 싶어지지만

막상 갈 용기가 나지 않아요. 그 길이 아직 남아있는지도 모르겠구요.

그날처럼 바람이 따뜻한 날이면 문득 궁금해져요.

잘 지내고 있는지...

이렇게 묻고 싶어요. 따뜻한 바람에 부쳐...


주석(?) more..

2005/01/04 21:39 2005/01/04 21:39

Be Alive

Koyanagi Yuki의 Be Alive 듣기(클릭^^)


잠들기 전 깨어날 수 없는 아침을 생각한 적이 있었어.

이 세상에 숨쉬고 있는 이유를 알 수 없어 방황한 때가 있었어.

하지만, 저 나뭇가지 끝 작은새에게도 짝이 있듯

나에게는 그대가 있다는 것, 그것이 나를 살아가게해.


기나길 기다림 그리고 그 뒤의 약속,

그것들이 있기에 난 오늘도 하늘을 바라봐.

구름이 걷히고 나면 밝은 햇살이 나에게 인사하겠지.

그리고 또 나는 수 많은 하루를 살아가게 되겠지.


그래도 또 그렇게 나처럼 살아만 있어준다면...

영원한 것은 세상에 없다지. 우리사이의 거리도 그렇다고 믿어.

누구에게나 첫 한 걸음이 어려울 뿐이지.

한 걸음 한 걸음마다, 하루 하루가 그대에게 가까워지고 있어.


살아가야할 이유가 생긴 거야. 나에겐 그대가 내 이유인 거야.

무미건조했을 내 삶에, 웃음과 눈물을 선물할 이유인 거야.


글에 대한 설명 보기 more..

2005/01/02 13:27 2005/01/02 13:27

그렇게 생각해...

난 그렇게 생각해...

순간을 밝히는 네온사인의 빛이 아니라

서서히 붉게 달아올라

인적 드문 길을 밝히는 나트륨등의 빛이라고


그렇게 생각해...

순간 온몸을 적시는 흠뻑 소나기가 아니라

아무도 몰래 조금씩 내려

온 몸이 젖고 나서야 눈치채는 있는 이슬비라고


또 그렇게 생각해...

한 순간 강렬하다가 쉽게 사라지는 향기가 아니라

조금씩 조금씩 나에게 묻어나

어느새 나에게도 배어나는 그런 향기라고


난 그렇게 생각해...사랑은...
2004/12/25 22:01 2004/12/25 22:01

믿음

난 믿고 있습니다.

이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도 언젠가는 우리 꼭 만날 거라고...

비록 이 생(生)에서도, 혹은 다음 생에서도 우린 결국 스쳐지날지 모르지만,

난 믿고 있습니다.

나의 믿음이 지속되는 한, 그대의 믿음이 지속되는 한

우리의 간절한 믿음이 지속되는한,

가나긴, 끊임없이 돌고 도는 삶의 순환 속에서

어느날 우리는 피할 수 없는 운명으로 만나게 될 거라고...

난 믿고 있습니다.

그 믿음이 강한만큼 우리는 만날 수 밖에 없다고

난 믿고 있습니다.
2004/12/22 23:49 2004/12/22 23: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