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어쩌면

그래, 어쩌면.

외롭고 슬픈 모습이,

나에게 가장 어울리는 모습일지도 몰라.

외로움과 슬픔이 없었다면,

과연 내가 수 많은 책과 영화와 음악을 경험하고

수 백 개의 글들을 쓸 수나 있었겠니?


마치 맞지 않은 옷을 입으려는 아이처럼

마치 태양을 향해 날아오르다 추락한 이카루스처럼

너무 욕심을 부린 건지 몰라. 내가.


그렇게 외로움과 슬픔이 나를 움직이는 힘일지도 몰라.

아쉽지만, 외롭고 슬픈 순간에 내가 가장 빛나고

오롯히 내가 온전한 나를 만들어갈 수 있었으니.
2009/04/23 20:51 2009/04/23 20:51

자아분리

자신을 나누는 일, 정말 힘든 일이다.

'아름다운 혼돈'이라는 이름처럼, 방대한 범위의 글들이 난무하는 bluo.net

'카테고리'로 분류는 하고 있지만,

사실 어떤 때는 어떤 카테고리로 넣어야할지 고민이 생길 때가 있다.

from diary에 들어가야할 글인지. at that moment에 들어가야할 글인지.


너무 방대한 범위를 나누기를 몇 번 시도해 보았지만 결과는 번번히 실패였다.

나누어둔 글의 큰 차이가 없었다는 것이 문제였다.


자아를 나눈다는 일. 나누어 서로 다른 쪽에 둔다는 일.

아직도 너무나 힘든 일이다.


몰래 재개봉한 loveidea.net

어느덧 시작된  bluo.net 시즌 2와 함께 나름대로 계획은 짜보았는데,

과연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을런지.


새로운 마음가짐, 새로운 생각들과 함께

다시 한 번 시작해보자. 자아분리(自我分離).
2009/04/14 00:01 2009/04/14 00:01

어느 봄날에.

신기한 일이야.

어제까지만해도 봉오리였던 꽃들이

오늘은 이렇게 활짝 펴있다니.

그렇도 또 한철이 지나가면 눈처럼 떨어지겠지?


우리 삶도 그렇겠지?

시간이라는 긴 계절 안에서

그 계절을 모두 누리지 못하고

한 순간 피었다가 지는 꽃처럼.


그래도 말야.

화려하게 피지는 못한다고 해도,

초라하게 지지는 않았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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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바람.

봄, 바람.

너를 봄. 너를 바람.

2009/04/07 10:50 2009/04/07 10:50

Bye Bye Bye

Bye Bye Bye

예전에 이야기했던 '암흑기' 1년차가 끝나고 드.디.어 2년차가 되었습니다.

2년차가 되었으니 이제 좀 덜 바빠지겠죠.

bluo.net의 '단골메뉴'인 '홍대 클럽 공연 탐방'과 '음반 리뷰'의 활발한 업데이트를 혹시나 기대하신 분들이 있으려나요?

우선 '홍대 클럽 공연 탐방'은 '물리적 한계'에 부딪혔다고 할까요?

'무료서비스'가 아닌 설치형 블로그를 사용하기에 유료 호스팅을 이용 중인데, 이미 올린 사진만 1.5 Gb 가까이 되기에 2 Gb 서비스를 이용하는 저에게는 은근히 부담이 되는 상황입니다.

그리고 거의 1년간 홍대 클럽과 멀어지면서 관심도 멀어졌다고 할까요?

물론 작년에도 아주 가끔 갔었지만, 갈 때마다 느끼는 점이었습니다.

음반은 요즘에도 '아주 열심히'는 아니지만 꾸준히 모으고 있고, 음악도 자주 듣고 있어요.

CD는 어느덧 1200 장을 돌파했더군요.

2002년 말에 기획되어 2003년 초에 홈페이지로 시작한 bluo.net,

만 20세 였던 2002년 말에 제 20대의 기록하기 위해 시작되었어요.

제 '20대의 비망록'이라고  할까요?

그 20대가 벌써 절반이 넘게 지났습니다.

bluo.net도 이제 7년째를 맞네요.

2008년 bluo.net은 열심히 쉬었지만, 잠시 더 쉬어갈까해요.

bluo.net 시즌 1(?)은 여기서 마침니다.

'홍대 클럽 공연'에 대한 포스팅은 이제 거의 없겠지만, 음악, 책, 영화에 대한 글들은 앞으로도 보실 수 있을 거에요.

bluo.net 시즌 2(?) 혹은 다른 블로그에서 만나도록 하죠.

그럼 이만 안녕.
2009/03/04 20:12 2009/03/04 20:12

암흑기

여기는 암흑기랍니다.

레지던트 1년차를 시작한지 1개월이 다 되어가고 있어요.

그 동안 블로그에 신경을 쓸 틈이 별로 없네요.

언제쯤이면 다시 음악도 듣고 리뷰도 쓰고,

홍대에 가서 공연도 보고 사진도 올리고,

그런 여유가 찾아오게 될까요?

올 한 해는 아무래도 암흑기가 계속되지 않을까 합니다.

그래도 계정도 옮기고 도메인 만료 기간은 오래도 남았으니

여기 '아름다운 혼돈'은 계속 열려있습니다.

2008/03/22 19:42 2008/03/22 19:42

듣고 싶은 그 이름.

그리고 부르고 싶은 그 이름.

'너'.

...오직 '너'.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의 '너'를 듣다가-
2007/11/04 18:47 2007/11/04 18:47

허전

지난 1년 동안 내 열쇠고리에는 6개의 열쇠가 달려있었다.

2개는 학교 사물함 열쇠.

2개는 자취방 열쇠.

2개는 집 열쇠.

어제 사물함 열쇠 2개를 반납했고,

자취방 열쇠도 그 방에 새로 들어오는 사람의 손으로 넘어갔다.

이제 열쇠는 달랑 2개남은, 갑자기 너무 가벼워진 열쇠고리.

왠지 허전하다.

나의 일부를 상실한 것처럼.

열쇠고리의 열쇠들처럼,

나도 나의 한 부분들을 이제 떼어낼 순간이 가까워지는 것일까?

모든 열쇠가 떨어져나간 그 순간에,

나는 내가 아닌 다른 내가 되어있을까?

그 순간의 나는 지금의 내가 나라고 부를 수 있는 나일까?

너무 허전하다.
2007/01/23 02:02 2007/01/23 02:02

한량의 최후

사용자 삽입 이미지

지난주에 시험보고 결과를 기다리는라 요 며칠 정말 긴장이 장난 아니었는데 다행이네요. 너무 한량처럼 살았는데 이제 얼마 안남았네요. 의학도가 의학을 공부하는 게 아니라, 한량이 의학을 공부하는 거였는데, 병원을 들어가게 되었으니 희비가 교차합니다.

이제 '의학'이라는 책의 '목차'를 마쳤을 뿐입니다. 뭐, 남은 시간 동안 열심히 놀아야겠습니다.

아, 티스토리 초대권 필요하신 분들 비밀글로 이메일 주소 남겨주세요. 열심히 블로깅하실 분들이 신청해주셨으면 좋겠네요. 선착순 4분께 초대권 보내드릴게요.
2007/01/18 23:21 2007/01/18 23:21

첫 변화

늦잠을 잤다. 세수를 했다.

코피다. 가습기를 틀어놓고 잤는데도.

평소처럼 오른쪽 콧구멍에 손을 가졌갔다.

이런 왼쪽이다.



어렸을 때는 왼쪽에서 코피가 났지만, 무슨 일인지 몇년전부터는 오른쪽에서만 났다.

쌍코피가 났던 한두번은 빼고.

가습기를 틀어놓고 자면 코피가 거의 안나는데 무슨일인지.

아마 가습기가 없었다면 난 일년 12개월 중 3개월 정도는 코피를 달고 살았을 것이다.

건조한 공기는 내 코에게 피를 부른다.



왼쪽에서 코피가 나는 게 얼마만인지.

2007년의 첫 아침.

새해의 첫 변화는 그렇게 찾아왔다.

주로 숨쉬는 콧구멍이 20~30분마다 교대로 바뀐다고 하는데,

몇년만에 바뀐 코피나는 콧구멍의 교대도 의미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2007/01/01 22:55 2007/01/01 22:55

언어의 마법

언어(言語)란 참으로 불완전하다. 특히 사람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란 더욱 그렇다. 일상에 쏟아내는 무수한 말들, 그런 말들이 우리의 생각과 감정과 상황을 얼마나 표현할 수 있을까? 또 얼마나 무관심하고 거짓되고 상처가 되는 말들이 많을까? 남의 말보다 내 자신의 말을 못 믿기에 나는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말을 많이 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말하는 것보다는 듣는 것을 좋아하는 내 취향도 그런 이유일 것이다. 불완전한 언어를 경계하지만, 우습게도 말을 듣는 것은 몇 시간이라도 할 자신이 있다. 물론 따분한 강의나 설명은 아니다. 그냥 일상의 이야기들을. 말을 잘 하는 사람보다는 말을 잘 들어주는 사람이 되는 것이 내 소박함 꿈이기도 하다.

역시 언어란 참 불완전하다. 그런데 그런 점이 언어의 매력이기도 하다. 물론 칭찬 한 마디가 곰을 구르게 한다지만 그런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 노랫말에 대한 이야기다. 감정의 흐름을 담고 있는 노랫말, 가사(歌辭)는 노래가 표현하는 '감정의 흐름' 중 한 면을 잘라내어 펼쳐놓은 것이라고 할까? 그 단면을 불완전한 언어로 표현하기에 가사도 불완전할 수 밖에 없다. 그렇기에 듣는이의 상상이 발휘될 수있다. 직접적인 혹은 간접적인 경험들과 그 경험을 바탕으로한 상상력으로 가사는 듣는이의 마음 속에서 한 단면이 아닌 '완전한 흐름'으로 되 살아난다. '언어의 불완전함', 그 빈틈이 듣는이로 하려금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한다.

좀 다른 샛길로 빠져서, 노래를 이루는 가사 뿐만 아니라 선율 혹은 멜로디도, '흐름의 재구성'의 한 재료가 될 것이다. 가사가 '흐름의 한 단면'이라면 선율은 그 '흐름의 뼈대'같은 것이라고 하겠다. 수 많은 단면 중 '가장 중요한 단면(가사)'와 '전체적인 뼈대(선율)'로 노래의 재구성은 이루어진다.

물론 개인의 경험과 상상력에 따라 재구성되는 그 흐름은 많이 다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보다 엄선된 단어와 문장들로 이루어진 가사일수록 노래를 만든 사람이 전하려는 흐름과 듣는이의 상상 속에서 재구성되는 흐름이 많이 비슷하지 않을까? 아마도 그런 가사가 더 좋은 가사들 중 하나가 아닐까?

딴 이야기가 좀 길었다. 비단 노래 뿐만 아니고 글도 마찬가지라고 생각된다. '언어의 불완전함', 그래서 언어는 매력적이다. 그래서 더 많이 읽고 싶고 더 많이 듣고 싶다. 그리고 좀 욕심부려서, 좋은 글들을 쓰고 싶다. 나아가, '불완전함의 재구성', 더 멋진 나만의 재구성을 위해 더 많이 느끼고 더 많이 경험하고 더 많이 생각하고 싶다. 더 아름답게 상상하고 싶다.
2006/12/31 23:27 2006/12/31 23: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