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0회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수상곡 살펴보기

2000년대 가요계는 '(통칭)댄스음악'과 '아이돌'이라는 양대 키워드가 중심으로 자리하면서 발라드가 중심이었던 80년대 중후반에서 90년대와는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90년대 싱어송라이터가 중심이된 가요의 적통은 지금의 댄스와 아이돌로 대변되는가요계보다는, 오히려 언더그라운드 음악, 소위 인디음악에서 더 잘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런 90년대 가요계의 적통을 계승하는 사람들은 홍대앞 인디씬에서 싱어송라이터로 시작하거나, 좀더 높은 꿈을 가진(메인스트림에 합류등) 사람들은 가요계로의 등용문으로 '유재하 음악경연대회'의 문을 두드려왔습니다.

가요계에 세련된 화법을 도입한 '유재하'를 추모하며 1989년부터 시작된 '유재하 음악경연대회는' 1회 '조규찬(금상)', 3회 '강현민(현재 러브홀릭스, 은상)', '유희열(현재 TOY, 대상)', 5회 '이한철(동상)' 등 음악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뮤지션들을 배출하며 90년대 초중반 명실상부한 국내 최고의 경연 무대로 자기매김합니다. 하지만 중반 이후 대중에게 두드러지는 뮤지션들을 배출하지 못하면서 대중의 시야에서 멀어져갔죠. 하지만 최근 몇년간 매니아들만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인디씬이 조금씩 대중의 관심을 받게되었고, '디지털 음악의 중심'을 표방하는 '싸이월드 뮤직'이 '유재하 음악경연대회'에 진행에 참여하면서,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게 되었죠. 더불어 최근 유재하 음악경연대회에서 입상한 '오지은', '노리플라이', '허민', '임주연' 등이 인디씬에서 호평을 받고 인터넷 포털사이트와 TV 등 대중매체에 소개되면서 이 경연대회의 가능성을 다시 한번 살펴볼 수 있었죠.

서론이 길었습니다. 2009년 10월 31일 한양대 백남 콘서트홀에서 '제 20회 유재하 음악경연대회'가 열려 본선에 오른 10팀의 공연과 6개 부문의 시상이 진행되었습니다. 6개 부문에서 수상한 6개 팀에 대해 가볍게 살펴보도록 할게요. '대상'을 제외한 5개 부문은 '가요'를 이루는 각 부분을 평가한 상이기에 우열은 없다고 생각하기에, 소개 순서는 무작위입니다.

유재하 음악경연대회가 지향하는 '가요'를 다른 음악들과 구분지어지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할수 있는 멜로디, 그 멜로디를 만드는 작곡을 평가한 '작곡상'은 남성 2인조 '김태균, 염정업' 팀의 '지난 얘기'가 수상했습니다. 맑은 피아노 연주 위로 흐르는 보컬이 인상적인 곡입니다. 피아노와 기타로 이루어진 남성 이인조의 구성이기에 17회 대회에서 수상했던 '노리플라이'가 떠오른다는 사람들이 있는데 저는 두 팀이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비유하지만, 노리플라이의 음악은 '이승환'같다면, 김태균이 작곡한 '지난 얘기'는 '윤종신'이나 '유희열'에 가깝다고 할까요? 두 사람은 저에게는 매우 익숙한 홍대 빵에서 다른 멤버들과 밴드 활동을 한 경력도 있다고 합니다. 청명한 멜로디를 감상하러 가보시죠. 클릭!

유재하표 가요에서 비단 멜로디 뿐만 아니라, 가사 역시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됩니다. 누구나 느낄 수 있는 흔한 감정들이지만, 그것을 언어의 마법으로 승화하여 누구나 세련된 표현으로 바꾼 것이 유재하의 노래들이었으니까요. '작사상'은 '김민지'의 오늘은 '어떤가요'가 수상했습니다. 10명의 본선 진출팀 가운데 여성 솔로는 무려 세 팀이나 되었는데, 여성 솔로라면 으레 피아노 반주가 떠오르는 고정관념과는 다른 일렉트릭 기타 연주한 그녀의 모습이 더 강한 인상을 남기지 않았을까 하네요. 화려하지는 않지만, 몽롱한 꿈길을 걷는 듯한 기타 연주 위로 나지막이 읊조리는 그녀의 모습은 홍대 인근에서 수 많은 공연을 거친 실력자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게 할 정도입니다. 결코 완전히 이해할 수 없는 타인에 대한 가사와 '너의 조각들'이라는 가사 참 좋습니다. 한 편의 시와 같은 가사를 감상하러 가시죠. 클릭!

하나의 '곡'의 완성되기 위해서는 작곡과 작사 과정이 필요하지만, 그 '곡'이 청자에게 전달되기 위해서는 또 다른 요소들, 연주와 가창이 필요합니다. 세밀한 가사보다도 여백과도 같은 연주가 더 많은 의미를 전달하고 깊은 여운을 남기는 경우가 있죠. '연주상'은 '김재훈'의 '믿음'이 수상했습니다. 연주상을 받은 곡이기에 연주에 집중해야겠지만, 우선 그의 목소리가 먼저 귀에 들어옵니다. 바로 저음에서 심히 '김동률'을 연상시키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경력을 보니 뉴질랜드에서 작곡을 공부하다가 이번 대회를 위해 날라온 유학파랍니다. '피아노'라는 음악의 역사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악기를 통해 사랑의 격렬한 감정을 유려한 연주로 완급을 조절하여 표현했기에 수상하게 되지 않았을까 합니다. 불타는 사랑 같은 연주를 감상하러 가시죠. 클릭!

아마도 청자에게 가장 쉽게, 가장 가까이 전달되고, 그렇기에 가장 명확하게 평가되는 요소가 바로 '가창'이 아닐까 합니다. '가창상'은 '홍수정, 반광옥' 팀의 '너의 기억'이 수상했습니다. 얼핏 '정엽'의 목소리를 연상시키는 목소리, '반광옥'은 화재의 프로그램 '슈퍼스타 K'에 도전자로 등장한 경력이 있을 정도의 실력파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니 그가 본선에 오를 때부터 가창상은 따온 당상이 아니었을까요? 개인적으로 남성은 가창력 상위 1%만이 노래 잘 한다고 인정받지만, 여성의 경우 남녀의 본질인 차이로 인해 상휘 10%만 되어도 인정받는다고 생각하기에, 그의 수상이 의미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가 빛날 수 있었던 것은, 또 다른 멤버 홍수정의 탁월한 작사 및 작곡 능력이 있었기에 가능했음을 간과하지 않아야겠습니다. 깊은 음색을 감상하러 가시죠. 클릭!

아무리 좋은 노래라고 하여도 청자들이 사랑해주지 않는다면, 결코 오래 기억될 수 없겠죠. 인기상이라고 할 수 있는 '싸이음악상'은 '황서윤, 이선영' 팀의 '위태로운 이야기'가 수상했습니다. 이 여성 듀오의 피아노 멜로디와 과도한 기교는 자제한 보컬의 어울림은, 웰메이드 가요로서 본선에 오른 어떤 곡들보다도 대중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장점이 됩니다. 부분 부분 보컬과 코러스의 화음도 어필할 만한 점이구요.  싸이음악상 후보를 투표하는 이벤트에서 저도 이 팀을 지목해서 상품을 받았답니다. 싸이음악상 투표 이벤트에 이어 축하메시지 이벤트가 진행중이네요. 클릭!

마지막 이 대회 최고의 상이라고 할 수 있는 '대상'은 둘이서 만드는 노래'의 '空(공)'이 수상했습니다. 팀 이름은 '이해인 수녀'의 시에서 인용했다고 하고 사랑을 의미한답니다. 사실 두 사람은 대학생이고 결혼한 부부인, '학생 부부'라네요. 결혼 시기가 점점 늦어지는 요즈음, 대학생 부부인 두 사람의 조화된 호흡이 대상을 만들지 않았을까 합니다. 피아노 반주에 여성 보컬로 평이한 시작이지만, 점점 호흡을 빠르게 하는 피아노 연주는 아프리카 민속 악기 '젬베'와 어우러져 월드뮤직의 기운을 느끼게 합니다. 실용음악을 전공한다는 두 사람이기에 다른 참가곡들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참신한 시도라고 할까요? 이런 월드뮤직의 기운은 가깝게 에스닉퓨전 밴드 '두번째 달'에서 잘 느껴볼 수 있는데, 아마도 비슷하게 피아노와 젬베의 구성 때문이라고 생각되네요. (아이리쉬 휘슬까지 있었다면 정말 청자를 녹여버리지 않았을까 합니다.) 광활한 지평선을 바라보는 듯한 연주 위로 두 목소리의 하모니는 세상을 가득 채운 평화롭고 진취적인 기운처럼 들립니다. '비움'을 의미하는 '공'이지만, 비움으로서 더욱 평온하고 충만해지는 이치가 담긴 노래라고 생각되네요. 마지막으로 감상하시죠. 클릭!

이상 수상곡들을 모두 살펴보았습니다. 투표 이벤트를 놓친 많은 사람들이 음원이 공개되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12월 중에 공개가 된다고 하네요. 당분간은 동영상으로 아쉬움을 달래야겠습니다. 점점 더 대중의 관심과 뜻있는 싱어송라이터들의 참가를 바탕으로, '대한민국 대표 가요제'라고 불릴 만한 '유재하 음악경연대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2009/11/25 19:45 2009/11/25 19:45

미스티 블루 - 3/4 Sentimental Steady Seller - 가을의 용기

'미스티 블루(Misty blue)'의 사계절 연작 EP, 그 세 번째'3/4 Sentimental Steady Seller - 가을의 용기'.

올해 5월에 발매된 봄 EP '1/4 Sentimental Con.Troller - 봄의 언어'와 8월에 발매된 여름 EP '2/4 Sentimental StoryTell(h)er'에 이어, 거의 정확히 3개월의 간격을 두고 가을 EP '3/4 Sentimental Steady Seller'이 공개되었습니다. '봄의 언어'부터 지켜봐온 사람들은 알겠지만, 아니 방금의 소개로도 눈치챌 수 있겠지만, EP들의 제목에는 연속성이 있습니다. 1/4부터 3/4까지 숫자의 크기가 점점 커지고 있고 제목은 모두 'Sentimental'로 시작하여 부제에는 각 계절의 이름이 들어가고 있죠. 당연히도 마지막 겨울 EP는 4/4로 시작하여 'Sentimental XXX - 겨울(의) XXX'가 되겠죠.

'가을의 용기'가 담고 있는 음악을 듣기에 앞서, 1집을 시작으로 지난 미스티 블루의 모든 앨범들이 그러하듯, 앨범 자켓을 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1집부터 함께 해온 일러스트레이터이기에 미스티 블루 음악의 변화 함께 자켓의 변화를 감상하는 것도 또다른 재미가 아닐까 하네요. 봄 EP가 봄에 피는 '진달래꽃'처럼 븐홍색 위주였고, 여름 EP가 '시원한 물'을 연상시키는 푸른색 위주였다면, 가을 EP는 가을답게 '떨어지는 낙엽'을 연상시키는 주황색과 갈색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우선 손이 보입니다. 또 여자아이가 어딘가 숨어있겠죠?

여름 EP의 첫곡 'Picnic'에서 봄 EP의 '4월의 후유증'을 느낄 수 있었다면, 가을 EP의 첫 곡 'Ergo'는 1집 수록곡인 비운의 보사노바, 'Cherry'의 간주가 은은하게 들려옵니다. 이어 들리는 나즈막한 정은수의 허밍과 실로폰 연주는 창문의 맺힌 빗방울처럼 멜랑콜리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인트로 성격이 강한 첫 트랙이 지나면 본격적으로 가을 EP가 시작됩니다. 지난 두 장의 EP와 마찬가지로 총 7 곡이 수록되어 있는데, 첫 트랙을 제외한 여섯 곡운 각각 세 곡씩, 두 부분으로 나울 수가 있습니다. 이 점이 '가을의 용기'가 지난 두 EP와는 다르게 '용기'있게 내세울 수 있는 점이죠.

첫 번째 부분의 첫곡, '청춘지도'는 역시 '미스티 블루'다운 사운드로 시작하는 트랙입니다.  차분한 정은수의 보컬은 다르지만, 꽉 막힌 일상을 노래하는 가사는 지난 여름 EP에도 실렸던 'Slow days'를 생각나게 하는 점이 있습니다. 무한경쟁의 끝에 기다리고 있는 것은 청년실업인, 지금의 청춘들을 위한 노래가 아닌가 하네요.

'지상에서의 마지막 연인'은 아주 인상적인 영화나 소설의 제목일 법한, 마음을 사로잡는 제목부터 인상적입니다. 제목만큼이나 가사도 음미해볼 만합니다. '나에게 네가 처음이었듯이 너에게 나 또한 마지막이길'이라는 구절에서 애처로움이 느껴집니다. 언제나 서로가 서로에게 마지막이 되기를 바라지만, 그 마지막이 지금의 우리가 될 수는 없는 것이 연인이기에, '마지막'이라는 단어는 언제나 위험하면서도 애처롭습니다.

앨범의 부제와도 같은 제목의 '가을의 용기'는 지금까지 미스티 블루의 디스코그라피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독특한 분위기의 트랙입니다. 특히 긴장감을 조성하는 기타연주가 그러합니다. 기타리스트 없이 2인조로 유지되고 있는 미스티 블루의 기타 연주는 세션맨들이 도와주고 있고, 사계절 연작 EP들에서는 EP마다 다른 뮤지션들이 도움을 주고 있는데, '가을의 용기'에서는 같은 파스텔뮤직 소속의 '박준혁'이 도움을 주었습니다. 음조의 변화를 최대한 자제한 정은수의 목소리도 역시 긴장감에 한 몫을 합니다. 작은 변화의 음조 때문인지, 그녀의 목소리는 마치 아코디언이나 하모니카처럼 느껴지기도 하구요. 이 농밀한 분위기는 전혀 미스티 블루답지 않지만, 라이브로는 또 어떻게 들려줄지 너무나 기대되기도 합니다. 가을이 주는 용기에 힘입어, 지금까지 미스티 블루의 노래들과는 다른, 사회적으로 민감한 소재들을 다룬 두 번째 부분이 이어집니다.

두 번쨰 부분의 첫 곡은 서거한 '노무현' 대통령을 추모하는 컴필레이션 앨범인 '그대없는 그대곁에' 수록되었던 '한 밤의 꿈'입니다. 추모 앨범에 수록되었기 때문에 화자가 이야기하는 '그대'가 누군지 알 수 있지만, 사실 추모 앨범에 실리지 않았다면 그냥 '이별 노래'라고 생각했을 곡이죠. 가사의 뉘앙스에서 '그대'의 의미는 상당히 중의적입니다. 마치, '만해 한용운'의 '님의 침묵'에 등장하는 '님'처럼 말이죠. '그대'와 '님', 모두 개인의 특별한 연인이 될 수도 있지만, 좀 더 큰 존재로 생각할 수 있으니까요. 망각과 후회의 동물이라고 할 수 있는 우리 인간, 후회는 했지만 망각하지는 않아야겠스니다. 여름 EP에 수록된 'Slow days'에 이어 '한 밤의 꿈'도 컴필레이션이 아닌, 정식 음반에 수록되면서 미스티 블루의 긴 동면 동안, 분양(?)한 아이들을 찾아오는 느낌이네요. 겨울 EP즈음에는 '한 쪽 빰으로 웃는 여자'도 만나볼 수 있지 않을까요?

'하나'는 가을 EP의 타이틀 곡으로 성적 소수자들을 위한 노래라고 합니다. 무거운 주제을 수 있지만, 타이틀 곡답게 비교적 흥겨운 연주을 들려주고, '여름궁전'처럼 '고난극복형' 가사에서도 직접적 언급이 없기에 사전 정보가 없다면 알아채기에는 난이도가 있습니다. '너'와 '내(나)'가 혼란스러운 가사나, '내 몸과 영혼이 서로 닮은 모습을 하고 있지 않아'로 시작되는 후렴구에서 '하나'의 의미를 알 수 있습니다. 밴드의 음악적 색을 유지하면서, '다름'을 '틀림'으로 인지하는 한국 사회가 고쳐나아가야 할 것을 은유적으로 노래하는 미스티 블루의 솜씨가 제법입니다.

마지막 곡은 'Baby P'라는 독특한 제목의 트랙입니다. Baby P는 2006년 영국에서 태어나서 생모와 계부의 학대 속에 약 18개월의 삶은 마감한 'Peter Connelly'의 코드네임(?)입니다. 가장 행복해야할 시기에, 누구보다도 지옥같았던 삶을 살다가 죽은 Baby P의 이야기처럼, 이 곡의 분위기는 시종일관 무겁습니다. Baby P를 추모하는 레퀴엠처럼, 지금까지의 미스티 블루의 어떤 노래들보다도 무겁습니다. '꽃으로도 태어나지 말고 닳을 수 없는 빛나는 별로 태어나기를'이라는 마지막 추모사는 참혹했던 Baby P의 이야기를 안다면 고개를 끄덕일 만합니다. 격양된 정은수는 목소리는 주술사의 저주처럼 들리는 부분도 있습니다. 어떤 문구가 떠올랐습니다. '나는 죽어서 천국에 갈 것이다 왜냐하면 지옥에서 살았기 때문이다.' 누가 한 말인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Baby P가 마지막 말을 남겼다면, 이 말을 하지 않을까 합니다.

'가을의 용기'라는 부제처럼, 수 많은 고달픈 청춘에서 부터 성적 소수자, 학대에 노출된 아이들 등 많은 사람들을 위한 위로의 노래로 가득합니다. 3개월의 기다림은 또 이렇게 7개 트랙으로 마무리됩니다. 또 3개월이 지난 2010년 2월 즈음에는 사계절 연작 EP의 마지막으로 만날 수 있겠죠. 4/4, 이제 마지막 기다림만이 남았습니다. 사계절 연작 EP라는 거대한 프로젝트를 위해 1년동안 '창작의 고통'과 '마감의 고통'을 함께 격고 있는 미스티 블루의 두 사람이, 긴 레이스의 마지막까지 지치지 않고 막판 스퍼트를 올려주었으면 합니다. 더불어 겨울 EP에는 어떤 기타 세션이 도와줄지도 궁금합니다. '4℃ 유리 호수 아래 잠든 꽃'에서 도움을 주었던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의 '김민홍'을 섭외하면 재밌겠다는 생각도 드네요. 별점은 4.5개입니다.

*은수누나의 블로그에서 있었던 가을 EP 제목 맞추기 퀴즈에서 제가 'Sentimental Stead Seller'를 맞추고 말았습니다. 겨울 EP의 제목은 무엇일까요? 저는 'Sentimental Serial Killer'를 밀어봅니다.
2009/11/23 23:10 2009/11/23 23:10

신종플루 백신 접종을 맞으며

어제(수요일) '신종플루(신종독감)'에 대한 백신을 접종받았습니다. 이번주부터 전국의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접종이 시작되었다고 하는데, 제가 일하는 병원에서는 수요일에 우선 환자에 직접 접촉하는 의사와 간호사 및 직원들을 대상으로 1차 접종을 시행하였습니다. 아직 병원에 입고된 백신의 양이 충분하지 않은지, 환자들과 직접 접촉하지 않는 일반직원들은 다음주에 접종을 받을 수 있다고 하네요.

몇 일 전, 출근길 버스안에서 전세계적으로 신종플루로 사망한 사람들의 수가 5000명이 넘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전세계적으로 이 '신종플루'로 인해 난리도 아니죠.  5000명, 물론 적은 수가 아닙니다. 하지만 조금 더 깊이 생각해봐야하지 않을까 합니다. 수 개월동안 사망자 수가 5000명입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전세계적으로 교통사고로 죽는 사람들이 얼마나될까요? 하루에 5000명은 충분히 넘지 않을까요? 지구상에 기아로 인해 하루 세 끼를 챙겨먹지 못하는 사람들이 10억 가까이 된다고 합니다. 극심한 기아를 겪고 있는 아프리카만 보더라도 기아로 하루에 5000명은 충분히 죽고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 수나, 기아로 인한 사망자 수에 난리법석을 피우지 않습니다. 신종플루로 인한 첫 사망자가 발생했을 때부터 교통사고와 기아로 목숨을 잃은 수는 최소 수백배는 될텐데 말이죠.

물론 기아는 현재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아직 먼 이야기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으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는 말이 있듯, 우리의 일이 아니기에 무감각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교통사고는 이야기가 다릅니다. 우리나라도 좁은 국토에 비해 터무니 없이 많은 차와 그로 인한 교통체증과 에너지 낭비, 그리고 매일 끊이지 않는 교통사고와 함께하고 있습니다. 2008년 우리나라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한 사람의 수는 483명이라고 합니다. 8월 중순 신종플루 첫 사망자가 발생했고 총 30여명의 신종플루 사망자가 발생한 현재까지 약 2개월 반의 시간이 흘렀는데, 올해도 그 추세가 달라지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면 같은 기간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신종플루 사망자의 약 3배에 가까운 100명은 되지 않을까요? 무려 3배나 위험한데도 우리는 3배나 난리법석이지는 않습니다. 당장 모든 자동차들을 격리수용하고 자동차들에게 기름 공급을 중단하는 등의 조취를 취하고 있지도 않구요.

여기에는 어떤 경제 논리가 숨어있는 것은 아닐까요? 자동차는 이제 현대인의 생활에서 빠질 수 없는 필수품이자 우리나라의 대표 수출품목입니다. 전세계적으로 엄청난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자동차 메이커들과 자동차를 굴러가게 하는 거대 석유자본들(원유 생산부터 정유까지 담당하는 모든 기업들)의 검은 손이 작용한 것은 아닐까요? 반대로 유독 신종플루에 난리법석인 언론들에는 신종플루의 백신과 치료제를 만드는 거대 다국적 제약회사들의 검은 손이 닿아있는 것은 아닐까요? 어떤 검은 손은 언론의 입을 막고, 또 다른 검은 손은 언론을 부추기는 게 아닐까요?

정말 그렇다면 그 뒤에 숨어있을 '자본주의라는 논리' 때문이겠죠. 자본주의의 힘으로 우리는 더 편리한 생활을 하고 있고, 더 긴 수명을 누릴 수 있게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자본주의가 우리를 더 안전하게 하고 더 행복하게 하고 있나요? 자본주의 논리로 지구 반대편에서는 기아가 발생하고, 기아가 없는 곳에서는 교통사고와 같은 또다른 위협들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또 우습게도 고도로 산업화를 이룬 국가들보다 소위 자본주의의 시각으로 '가난한 국가'의 국민들이 더 높은 행복지수를 보인다는 사실은 이미 오래된 이야기입니다. 자본주의가 미래에는 우리를 더 행복하게 할까요? 우리의 마음을 더 배고프게 만들게 행복보다는 욕심으로 가득차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요? 매년 국민의 행복지수와는 전혀 비례하지 않는 '경제 성장율'과 '경상수지 흑자'만을 떠들어대는 언론은 국민들의 눈을 가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자본주의 논리에 따르는 경제 성장만이 행복으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말이죠. 그래서 우리는 더 행복해졌나요? 더 행복해지고 있나요? 앞으로 더 행복해질 수 있을까요?

신종플루에 의한 사망자가 상당히 많아보이지만, 실상 기존의 독감(플루)도 보고되고 통계화 되어 수치로 나타나지 않을 뿐이지, 전세계적으로 보면 신종플루 사망자와 큰 차이가 나지 않을 수 있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현재 신종플루 백신의 충분한 임상 시험 기간을 거치지 못했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구요. 제품을 소비하기 위해 만들어진 광고를 보고 우리는 원하지 않았던 제품을 소비하게 되듯, 전세계 언론을 통한 '신종플루 광고'를 보고 우리는 또 다른 소비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의사들마저도 신종플루 백신의 안전성에 대해 의심을 하는 시각들이 있습니다.
2009/10/29 22:33 2009/10/29 22:33

윈도우7(Windows 7) 런칭 파티에 다녀오다

구글이 서비스하는 텍스트큐브닷컴 블로그들을 통해 알게된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7(윈도우즈7 ,Windows 7) 런칭 파티' 이벤트. IT나 컴퓨터 관련 블로그를 운영하는 것은 아니지만, 참가자 모두에게 증정한다는 선물이 탐나서 응모하고 말았었다. 자격은 비교적 간단해서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으면되고, 응모자들 중 총 777명의 '파워블로거'를 추첨한다나? 응모하고 잊고 있었는데, 지난주에 전화가 왔다. 런칭 파티에 초대되었다고.

마이크로소프트의 '파워블로거 선정 기준'을 알 수는 없으나, 선물 때문에 수 많은 블로거들이 응모했을 이벤트에 초대되었다니 왠지 뿌듯했고, 그 선물에 기뻤다. 선물은 바로 'Windows 7 ultimate version'이기 때문에!

하지만 파티 장소는 좀 멀었다. 무려 서울 광진구 광장동에 위치한 'Melon AX'. 지하철을 타고 시작 시간인 7시가 되지 않아 도착했는데 이미 많은 사람들이 와서 식사를 하고 있었다. 식사는 도시락으로, 한 끼를 때울 만한 밥이 아닌, 과일과 빵 등이 들어있는 '간단한 요기' 정도의 양이었다.

Melon AX 안에서는 MS의 파트너사들(Intel, AMD, NVIDIA, TG 삼보, LG, SAMSUNG 등)의 제품 전시와 각종 이벤트가 1층에서 있었다. 2층에서는 블로거라면 한 번 정도는 들어봤을 '진짜 파워블로거'들과의 간담회(?)가 펼쳐지고 있더라. '판도라 TV'에서 런칭 파티를 생중계한다더니 정말 하고 있더라. 어쩌다가 리포터와 인터뷰까지 하게되어 얼굴이 팔렸다.

7시 50분부터 본 프로그램 시작. 그전에 초대 메일처럼 DJing session이 있었지만, 장소나 무대장치부터 그냥 BGM에 불과한 수준이어서 아쉬웠다. 정말 'Party'를 기대했는데, 사실 '설명회'였달까? MS의 임직원들, 파워블로거들이 무대로 등장하여 Windows 7의 장점을 정말 알기 쉽게 설명 및 시연해주었다. 아, 진행은 개그맨 '변기수'가 등장하여 정말 아주 거친 입담을 들려주어 즐거웠다.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예고된 축하공연 'F(x)'의 무대. LG CYON의 CM송인 'Chocolate Love'와 '라차타'를 들을 수 있었는데, 이 걸그룹의 곡은 현재로서는 이 두 곡이 전부이기 때문에 너무 아쉬웠다. 그러고보니 몇 일전 DMA에서도 딱 두 곡을 들을 수있었지. 왠지 점점 더 정이가는 걸그룹이랄까? 후속곡도 기대중!

하지만 더 엄청난 시간이 기다리고 있었으니, 바로 노트북 추첨의 시간. 총 네 명이 무작위로 선정되었는데, 두 사람이 미리 갔는지 안 온 것인지 행운을 차버리고 말았다. 두 사람의 재추첨은 조금 어처구니 없게도 가장 평범한 이름을 진행자가 불러가 그 이름을 가진 사람이 나와서 갖는 것이었다. 당연히 내 이름은 될 리가...

모든 행사가 끝나고 돌아가는 길. 출구에서 기다리던 Windows 7을 참석자들에게 선물하였다. 하지만 아쉽게도 32비트 버전이라 64비트를 위해 RAM를 업그레이드한 내 컴퓨터에서는 모든 성능을 끌어올릴 수가 없겠다. 한글판도 아니고 영문판이라 더더욱 아쉽지만, 그래도 직접 구입하기 어려운 가격의 '정품'을 얻었다는 점이 어디인가.

파티를 기대했는데, MS 측의 준비나 참석자들이나 파티에는 역부족. 그냥 '시연회'라고 하지. 그래도 마이크로소프트 고마워. 이제 정품 윈도우7 쓸게. 그리고 지금까지 미안했어.(의미심장, 이 글을 보고 있는 우리 대부분 모두가 그럴 듯?)

사진은 역시 http://loveholic.net 에 올린다.
2009/10/23 23:52 2009/10/23 23:52

루싸이트 토끼 - a little sparkle

여성 뮤지션이 유난히 많은 '파스텔뮤직'의 여성 듀오 '루싸이트 토끼', 2집 'a little sparkle'.

2007년 12월에 발매된 '루싸이트 토끼'의 데뷔앨범 "twinkle twinkle"은 그 녹록하지 않은 완성도에도 불구하고 큰 주목을 받지 못했습니다. 전통적으로 11월과 12월은 유명 뮤지션의 기대작들이 줄줄이 발매되는 시기이기도 하며, 루싸이트 토끼의 소속사인 파스텔뮤직 내부에서도 기대작들 사이에 끼인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어버린 앨범이었을 수도 있겠습니다. 한 달 앞선 같은해 11월에  두 장의 기대작,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의 3집 "우리는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입니다"와 '요조'와 함께한 앨범 "My name is Yozoh"이, 같은 12월에는 '스위트피(김민규)'의 3집 "거절하지 못 할 제안"이, 이듬해 1월에는 '인디씬의 블럭버스터'라고 할 수 있는 파스텔뮤직의 5주년 기념앨범 "We will be together"이 연이어 발매되었기 때문이죠. 축구판에서 빅클럽에서 영입된 스타들에 밀려, 출전기회를 잡지 못하는 유망주처럼 말이죠.

하지만 꾸준한 판매고를 보여주고 있는 루싸이트 토끼의 선전은 파스텔뮤직으로서도 중요한 기로가 아니었을까 합니다. 당시 파스텔뮤직의 대표주자들은 대부분 자체 발굴한 유망주가 아닌, 타 클럽(타 레이블)에서 성공을 거두고 영입된 스타들이었으니까요. '스위트피',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 '푸른새벽(그리고 한희정)', '허밍 어반 스테레오' 등은 '파스텔뮤직판 갈락티코'의 구성원들은 한 장 이상의 음반을 발표하고 어느 정도 지지기반을 확보한 상태에서 파스텔뮤직에 영입되었으니까요. 물론 '루싸이트 토끼'에 앞서 '더 멜로디'가 엄청난 기대를 모았고 성공가도를 달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한 장의 정규앨범을 마지막으로 장렬하게 '산화'해버리고 말았습니다.('바이에른 뮌헨'의 '세바스티안 다이슬러'처럼.) 그렇기에 자제 발굴 유망주들이 당당한 주전의 자리를 차지하지 못하고 후보를 전전하다가 사라지는 일처럼, 괜찮은 음악에도 대중의 큰 주목을 받지 못한 여타 '순수 파스텔뮤직산 1집 앨범들'처럼 2집은 '기약없는 약속'이 되었을 지도 모릅니다. 다시 하지만, 루싸이트 토끼는 당당한 스타팅 멤버는 아니더라도, 꾸준히 교체 선수로 얼굴을 보이면서 입지를 확보하고 이제 새로운 앨범으로 찾아왔습니다.

파스텔뮤직 소속 뮤지션들 가운데  장르적으로 중도에 가까운 음악색을 보인 루싸이트 토끼의 1집은, 음악적 온도에서도 파스텔톤의 스카이블루(서늘함과 시원함)와 역시 파스텔톤의 핑크(따뜻함과 사랑스러움)이 적절히 배합된, 천상 파스텔뮤직 앨범이었습니다. 그렇기에 2집에서는 그 균형잡힌 색채가 어떤 변화를 혹은 진화를 들려줄지 궁금했었죠. 최근 드디어 '타루'와 '요조'를 비롯한 파스텔뮤직 자체 발굴 유망주들이 승승장구하고 있는 상황이기에 더욱 그랬습니다. (Senstimental Scenery와 에피톤 프로젝트는 분명 인디씬에서는 '유망주의 나이'이지만 '초특급'인, '초특급 유망주'이기에 갈락티코 2기로 하죠. '호날두'와 '카카'처럼.) 그럼 이제 '파스텔뮤직의 대런 플레쳐(?)'가 될 수 있을지, 루싸이트 토끼의 두 번째 이야기를 살펴보죠.

앨범으로 들어가기 전에, 앨범 제목부터 살펴봅시다. 'a little sparkle'이라는 제목은 단어의 선택이나 의미면에서 상당한 고뇌가 느껴집니다. 1집의 제목이 'twinkle twinkle'이었던 점을 생각하고, 두 제목을 붙이면, 'twinkle twinkle little sparkle'은 Rap의 한 소절처럼 라임이 맞아들어갑니다. 그리고 1집은 '반짝 반짝'이고 2집은 '작은 불꽃(섬광)' 정도로 해석할 수 있기에, 의미적으로도 비슷한 이미지를 연상시킵니다.

첫 곡 '생일'은 1집에 이어 나이에 비해 노숙한 성숙한 음악을 들려주는 이 밴드의 이미지를 이어가는 트랙입니다. 후렴구의 '앞으로 맞이 할 생일보다 지난간 생일이 저점 많아져도, 첫눈에 반했던 그 예쁜 손이 점점 변해도 같이 있어줄게'는, 파릇파릇한 20대 초반의 생일에 나올 말이라기 보다는 청혼하면서 나올 말처럼 들리지 않나요? '재주소년'이 밴드 이름과는 다르게, 이제는 적지 않은 나이임에도 꾸준히 사춘기의 풋풋하고 예민한 감성을 노래하는데에 반해, 공연에서 '여성판 재주소년'이라고 불러주고 싶은 이 밴드는 더 어린 연배임에도 더 노숙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설렘이 아닌 담담하게 이야기하기에, 그런 인상을 더욱 강하게 합니다.

'바보마녀의 하루'는 만화적 감수성이 살아있는 보사노바풍의 트랙입니다. 파스텔톤의 그림들이 연상되는 가사는, 슬며시 미소짓게 만들면서, 그래도 두 사람의 본래 나이는 숨길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이어지는 '손 꼭 잡고'는 이미 여러차례 공연을 통해 소개된 트랙입니다. 어쿠스틱으로만 들을 수 있었기에 그럭저럭 단촐한 곡으로만 들렸었는데, 앨범에서 들으니 그 이미지가 사뭇 다릅니다. 현악 편곡으로 두드러지는 '강약약 중강약약'의 3박자(혹은 빠른 6박자)는 왈츠의 강점을, 살려 꼭 잡은 손의 따뜻함과 설렘을 온전하게 전합니다. 하지만 방정맞지 않은 조예진의 음성은 '내숭 뒤에 숨겨진 설렘 그리고 약간의 두려움'을 부족함 없이 그려냅니다. '봄봄봄'을 이어가는 이 곡은, 정의할 수 없는 '사랑'이라는 단어를 남발하는 싸구려 가요들과는 다르게, '파릇한 새내기'의 소녀적 감성을 완벽하게 포착했다고 해야겠어요. 19대 후반부터 20대 초반까지 여성들의 배경음악으로 많은 사랑을 받지 않을까 예상해봅니다.

앞선 세 트랙이 포근한 핑크의 느낌이었다면 이제, 서늘한 스카이블루의 분위기가 '나에겐'에서부터 시작됩니다.  '1집 비운의 타이틀'인 '12월'의 맥은 간결한 사운드에서, '수요일'의 맥은 쓸쓸한 독백으로 가득찬 가사에서 느껴집니다. 'Driving'은 가사에 등장하는 '도시의 밤'처럼, '12월'의 차가운 도시적 감수성을 이어가는 트랙입니다. 곡 마지막 음의 불협화음도 묘하게 인상적입니다. 'B.I.S.H'는 제목의 의미부터가 궁금해지는 트랙입니다. 사전을 찾아보면, 'bish'는 속어로 '실수' 혹은 '잘못'을 뜻합니다. 철자 사이에 위치한 점은 그 뜻과 더불어 숨겨진 뜻이 있음을 암시하지 않을까요? 곡 전반을 아우르는 처절함은, 1집의 토끼 시리즈 '북치는 토끼'와 '토끼와 자라'처럼 잔혹동화의 이미지를 이어갑니다.

'Letter to Arctic', 즉 '북극에게 부치는 편지'라는 부제가 붙은 '하프물범'은 딱 모 포털 사이트의 웹툰 '그린 스마일'을 떠오르게 합니다. 그 만화의 주인공이 바로 아기 '하프물범'이고, 배경은 '북극'이기 때문입니다. 예상이 맞다면 두 사람도 그 웹툰을 보고 이 곡을 쓰게 되었겠죠? 부분별한 수렵으로 물범들의 개체수가 급감하고, 온난화로 인한 해빙으로 더 먼거리를 헤엄쳐야하는 북극곰이 익사하고 있는 북극의 이야기들... 우리 후손들에게 빌려쓰고 있고 잘 보존하여 돌려주어야할 '행성 지구(Planet Earth)'를 우리는 너무 방만하게 이용하고 있지않나요? 그냥 지구 상에서 인간이 사라지는 날이 다른 지구 모든 생명체에게 '해방의 날'이 아닐까요? 망설임과 설렘의 추억을 노래하는 '잊혀진 이야기'는 반어법의 제목과 가사가 인상적입니다.

이어지는 두 트랙의 제목을 보면, 12월에 발매되어 철지난 타이틀이 되어버린 비운의 타이틀 '12월'의 그림자가 느껴집니다. 더불어 2집은 10월에 발매된다는 강점을 살려, 작정하고 겨울 시즌을 노린 트랙들임을 알 수있습니다. 'Christmas Carol'은 그 단순명확한 제목처럼 행복으로 가득찬, 흥겨운 트랙으로, 내내 기타 뒤에 숨어있던 또 다른 멤버 김선영의 목소리를 또렷하게 들을 수 있습니다. 부제로 '제1탄 크리스마스 트리의 신비한 힘'이 달려있어 제2탄을 찾아보지만 이어지는 'Christmas Next Day'에서도, 앨범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3집에 대한 복선일까요? 그렇다면 '제2탄'은 혹시 '산타클로스의 새까만 음모(혹은 음흉한 속셈)'이 되려나요? Christmas Carol의 다음이기에 'Christmas eve'가 아닌 'Christmas Next Day'가 된 트랙은, 크리스마스 분위기에 휩쓸려 고백하고 실패한 뒤의 착찹함을 노래합니다. 24일에 잠들에서 26일에 일어나는 '회피기동'을 실행한 '솔로부대의 허탈감'을 노래하는 것은 어땠을까요? '어떤 솔로의 노래(신경림 시인의 '가난한 사랑노래' 패러디로, 수많은 버전이 떠도는 것으로 알고 있음)'를 해주면 어땠을까요? 솔로부대를 '사병(이것도 패러디)'으로 거느릴 기회였는데.


"어떤 솔로의 노래" 보기



마지막 트랙 '손'은 앨범 타이틀 '손 꼭 잡고'의 '또 다른 부분'이자 '또 다른 이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손 꼭 잡고'난 뒤 서로의 마음이 열리고 그 두 마음이 통한 뒤 펼쳐질 이야기들이 '손'에 담겨있습니다. '루싸이트 토끼의 범주'에서 가장 강렬한 느낌의 연주는 진취적이며, 어쩐지 '피터팬'이 '웬디'에게 처음 손을 내밀며 '네버랜드'로 날아가자고 이야기하는 모습을 회상하는 모습이 그려집니다. 동시에 피터팬에게 작별을 고하게 '현실(Londun)'으로 돌아와 어른이 된 웬디가 그 첫만남을 회상하는 장면도요. 대반전처럼요. (그리고 음반으로만 들을 수 있는 보너스 트랙 'Sweetest loser'가 이어집니다.)

여기까지 루싸이트 토끼의 2집 'a little sparkle'을 살펴보았습니다. 1집과 마찬가지로 난잡하지 않은 다양함 속에서 역시 밴드 본연의 끈은 놓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화려한 드리블에 이은 돌파(=화려한 연주실력)'나 '강력한 골 결정력(=강렬한 임팩트=앨범 판매를 위한 한 방)'을 갖추지는 않았지만, 충분히 탄탄한 실력과 쏠쏠하고 아기자기한 재미를 선사하는 매력이 다른 파스텔뮤직 소속 뮤지션들과는 차별화된 루싸이트 토끼의 매력이자 강점이 아닐까 하네요. 이제 감독님(사장님)이 한 번 더 밀어주셨으니 '포텐 폭발'할 때입니다. 루싸이트 토끼! 별점은 4개입니다.

2009/10/22 00:36 2009/10/22 00:36

디스트릭트 9 (District 9) in 2009.10.18.

제작자의 이름에 올려진 '피터 잭슨'이라는 이름만으로 초 기대작이 되었던 '디스트릭트 9(District 9)'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감히 제가 올해 본 영화들 중 최고로 뽑겠습니다.

뉴스와 인터뷰, 그리고 자료화면을 교차편집한 전반부는 시사회 후기들처럼 다큐멘터리를 보고 있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 상공에 나타난 엄청난 우주선, 그 우주선을 타고온 외계인은 지구침공이나 우주정복이 목적도 아니었고 압도적인 초능력 시범이나 과학기술을 전수하지도 않습니다. 단지 굶주림에 허덕이는 난민에 불과했죠. 그리고 그들은 요하네스버스의 외계인 난민촌인 '디스트릭트 9(9 구역)'에 거주하게 됩니다.

하지만 20년이 지나면서, 지구에서 변변한 일자리를 구할 수 없었던 외계인들의 거주구역은 그대로 슬럼화되면서 외계인의 범죄는 나날이 증가하고 나이지리아 갱들까지 등장하면서 주변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시한폭탄이 되고 맙니다. 하지만 그들은 남아공의 국민이 아닌 외계인이기에 남아공 정부가 자체적으로 해결 불가능해지자 세계연합의 대리자로서 다국적기업 'MNU'가 외계인 난민촌을 요하네스버스 외곽의 '디스트릭트 10'으로 백만이 넘는 외계인의 이주를 집행할 계획을 세웁니다. 그리고 이야기는 여기서 시작되죠.

핸드헬드카메라 기법을 적절히 사용하여 다큐멘터리의 느낌을 내면서도 이 신비로운 '외계인'의 실체(?)를 밝히는데 게으르지 않습니다. MNU가 세계 2위의 무기제조업체라는 점과 외계인들이 자신들만 사용할 수 있는 무기를 갖고 있는 것이 드러나면서 이야기 퍼즐의 조각은 완성되죠. 신비한 무기와 그것을 노리는 다국적기업의 움직임, 음모의 냄새가 풀풀 풍기지 않나요?

하지만 영화는 실마리를 풀어나가는 초점의 중심을 정의로운 요원이 아닌, 하루아침에 MNU의 직원에서 지명수배자로 전락한 주인공 '비커스'의 입장에서 풀어나갑니다. 그리고 시작되는 그의 처절한 투쟁이 바로 이 영화의 핵심이죠. 소시민으로서 거대한 시스템(정부, 국가, 혹은 다국적 대기업)에 대항한 투쟁은 이미 여러 영화들에서 그려져왔습니다. 하지만 여기에 '외계인'이라는 SF 소재가 결합되면서 이 영화를 특별하고 화려하게 합니다. 더불어 다큐멘터리 같았던 영화는 액션 영화로 녹아듭니다. 더 이상은 스포일러가 심하니 그만하도록 하죠.

지구인 주인공 비커스와 외계인 주인공 '크리스토퍼'의 신뢰는 개인적으로 어린 시절에 보았던 SF 영화 한 편을 떠올립니다. 지구인과 외계인의 우주전쟁으로 시작되는 영화인데, 지적 생명체가 없는 행성에 불시착한 지구인 조종사와 외계인 조종사가 서로 적이었던 상대에게 마음을 열고 도와가며 행성에서 살아나가는 모습을 보여준 영화였습니다. 그리고 그 외계인은 지구인과는 다르게 남성과 여성이 따로 존재하지 않는 자웅동체로서, 자식을 남기고 죽게되고 지구인 주인공이 그 자식을 아들로서 키운다는 내용이었죠.

영화의 절정에서 외계무기들의 실전 시범(?)에서 보여준 성능은 통쾌하더군요. 그 대상이 누구냐에 관계 없이요. 그리고 큰 여운을 남기는 결말은 혹시나 가능하다면 후속편을 기다리게 합니다. 물론 나온다면 통쾌한 대학살극(?)이 되겠죠. 정부와 대기업, 그리고 언론의 삼위일체가되어 진실을 은폐하고 한 개인을 억압하는 현실은 왠지 남의 이야기같지 않습니다. 볼거리도 볼거리지만, 깊은 여운과 많은 생각할거리를 남긴 영화 '디스트릭트 9' 별점은 5개입니다.
2009/10/20 15:09 2009/10/20 15:09

에쿠니 가오리 - 취하기에 부족하지 않은

최근 약 2 달동안은 책을 잡아도 끝까지 읽기가 어려웠다. 왜 그런지 알 수 없지만, 읽으려고 잡은 책도 몇 페이지를 읽고나면, 덮어놓고 다시 펴 읽게되지 않았달까? 정말 내 마음에도 가을이 왔나? 그러다가 요즈음 몇일 동안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다시 책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가을의 효과인지 버스나 지하철에서 않기만 하면 스르르 눈이 감기던 습관이 조금은 줄어들어서, 앞부분을 읽다가 그만두었던 에쿠니 가오리의 책 한 권을 다 읽을 수 있었다.

'취하기에 부족하지 않은', 2009년 3월에 발매된 책으로 '에쿠니 가오리'의 책으로, '냉정과 열정 사이' 이후로는 신간이 나올 때마다, 책을 사고 있는 유일한 외국 작가다.(베르나르 베르베르도 그랬었지만 이제는 식었달까?) 원래는 진작에 읽었어야했지만, '좌안'과 '우안' 시리즈에 밀리다보니 10월까지 오게되었다. 9월 말에 앞부분을 조금 읽었다가 덮어서 다시 처음부터 읽었다.

역시 '에쿠니 가오리'의 매력은, 이제는 긴 글보다는 짧은 글인지 기대에 비한다면 실망스러웠던 '좌안'과는 달리, 언제나 마음에 들었던 앞던 단편집들과 마찬가지로 이 책 역시 좋았다. 그녀의 소설들에 등장하는 전형적인 '에쿠니 가오리식 여주인공'들의 근본을 찾을 수있다고 할까? 목욕을 좋아하고, 사색에 잠기기를 좋아하고, 술과 담배를 좋아하고, 소소한 것들에서 찾는 재미를 좋아하는 그녀의 주인공들은, 모두 그녀 본인의 투사라고 확인할 수있다.

그녀가 좋아하는 음식들, 좋아하는 색들, 좋아하는 소품들... 좀 더 독자에게 가까이 다가온 그녀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바로 '취하기 부족하지 않은'이 아닐까한다? 그녀의 전형성에 면역이 생긴 독자라도 그녀의 매력에 다시 취하기에 부족하지 않을까 싶다.

2009/10/19 00:16 2009/10/19 00:16

내 사랑 내 곁에 in 2009. 10. 09

'CGV 영등포'에서 타의로 보게 된 '내 사랑 내 곁에'.

별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역시 별 기대를 안하기 잘 한 영화였다. 시작부터 유치 풀풀 풍기는 대사들로 시작하여 결국 신파로 막을 내리는 그저그런, 아니 이제 한국영화에서도 꽤 괜찮은 작품들이 나왔던 것을 생각한다면, 평균을 깎아먹는 영화라고 할 수 있겠다.

'장준혁', '강마에'를 그럴싸하게 소화해낸 배우 '김명민'의 권위적인 느낌의 목소리는, 안타깝게도 영화 속에서 동정심을 유발해하여 눈물샘을 자극해야할 환자의 목소리로는 어울리지 않았다. 눈물샘을 자극하기 보다는 오히려 웃음보를 자극하더라. 다행히 '하지원'의 연기는 이제 발연기를 확실히 벗어났고, 비중있는 조연으로 출연한 '브라운 아이드 걸스'의 '가인'의 연기는 예상보다 나쁘지 않았다. 가인은 은근히 귀엽더라.

루게릭병(amyotrophic lateral sclerosis, ALS)가 재활의학과 영역의 질환에서 흔하지는 않지만, 의사로서 합병증 예방을 위한 보존적 치료 외에는 질환의 근본적인 '치유'를 위해 특별히 할 수 있는 것이 없는 질환이라 조금 답답하기는 헀다. 결말은 너무나 뻔했고 그 과정을 어떻게 풀어나가는지가 궁금했는데, 병원 생활을 그린 부분은 그나마 괜찮았달까.

귀에 익은 가요들을 사용하여 배경음악으로 풀어낸 점은 나쁘지 않았지만, 드라나마나 TV용 영화가 아닌 극장용 영화에서 오리지널 스코어가 빈약한 점은 아쉬웠다. 그리고 하지원이 부른 '내 사랑 내 곁에'를 삽입한 점은 너무나 아쉬웠다. 나중에 음원으로 한 몫 잡아보려고 했던 것일까? 그다지 뛰어나지 않은 가창력이 아닌 하지원의 목소리가 장의를 치루는 그녀의 모습과 겹쳐지면서 '너무 노골적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상조회사들이 난립하고, 그에 따른 부작용들이 조금씩 알려지고 있는데, 이 영화는 상조회사의 이미지를 쇄신하는 2시간 여의 '상조회사 광고'같은 느낌도 들었다. 제 2의 '너는 내 운명'을 노렸을지도 모르지만, 결과는 대 실패. 다행히 미칠 듯한 졸음을 유발할 정도는 아니었기에 별점은 3점. 
2009/10/10 22:48 2009/10/10 22:48

스테프니 메이어 - 트와일라잇 (Twilight)

이미 영화화 되었고 후속편들도 개봉 예정인 영화 '트와일라잇'의 원작 소설 '스테프니 메이어'의 '트와일라잇'을 읽었다. 아직 영화를 보지 않은 상태고, 뱀파이어 소설이라니 기대가 되었다고 할까? 헐리우드 영화, '블레이드' 시리즈와 '언더월드' 시리즈, '반 헬싱'까지 분명 매력적인 소재이고, 우리나라의 장르소설 '월야환담' 시리즈 때문에 미국 뱀파이어물은 어떨지 궁금했다.

아쉽게도 기본적인 플롯은 딱 하이틴 소설처럼 '두 남녀가 만나 첫눈에 반하다'이다. 정말 유치할 수도 있는 사랑이야기라고 할까? 하지만 그 유치한 사랑이야기에 남자가 뱀파이어라는 설정이 더해지면서 변형이된다. 더 무서운 점은 남자주인공이자 뱀파이어인 '에드워드'가 아니라 여자주인공이자 인간인 '벨라'때문이다.

뱀파이어인 에드워드의 인간의 피에 대한 갈망을 뛰어넘는, 인간 벨라의 뱀파이어의 존재에 대한 빠른 이해와 더불어 뱀파이어 피에 대한 갈망은 대단하다. 거의 불노불사에 근접한 뱀파이어가 되기를 원하는 욕망은 인간 본원의, 신이 되기를 원하는 위험한 갈망에 닿아있다고 할까? 바로 이 점이 일반 하이틴 로맨스와 차별화되는 '트와일라잇'의 특징이다.

뱀파이어물이지만 로맨스에 치중하다보니, 액션은 정말 빈약하다. 유혈낭자한 액션의 '월야환담' 시리즈와는 비교가 불가능. 하지만 상당히 읽기 편안한 문체는 나쁘지 않다. 예지능력을 가진 '앨리스'가 본 미래는 무엇이었을까? 세계 각지에 흩어져있는 뱀파이어들은 또 어떤 방식으로 다가올지, 작가는 후속편을 위해 떡밥을 뿌린다.

소설을 읽다가, 소설 속에서 엄청나게 아름답다고 묘사되는 에드워드와 그의 가족들의 실사판(?)이 궁금해서 영화의 캐스팅을 봤는데, 그나마 준수한 에드워드를 빼면 다들 아쉬웠다. 소설의 묘사처럼 더 매력적인 인물들이었으면 했지만, 아마 양키들의 아름다움에 대한 시각과 우리의 시각이 다르니 그런 캐스팅이 나왔겠지. 아, 그리고 제작비도 빼놓을 수 없겠지.
2009/09/10 02:21 2009/09/10 02:21

코코 샤넬 (Coco Avant Chanel) - 2009.08.30

윤하 3집 part 1에 사은품(?)이 었던 '도시락 mp3 무료다운 쿠폰'으로 도시락에서 '캐스커'의 '향'을 다운받으면서 응모한 이벤트에 당첨되어 '무료 예매권(코코 샤넬)'을 받아 보게된 영화 '코코 샤넬(Coco Avant Chanel)'.

세계적으로 유명한, 특히 우리나라에서 사랑받는(열광하는) '명품 브랜드'들 가운데에서도 향수 'Chanel NO. 5'하면 모를 사람이 없을 만큼 확고한 입지을 갖고 있는 'Chanel'의 창립자. '가브리엘 샤넬'의 젋은 시절을 다룬 영화이다. 명품으로 눈을 사로 잡은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가 젊은 여성들의 절대적인 지지을 얻었었기에, 상당히 관객이 많을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조조상영이 아니는 일요일 오전 10시 25분 영화임에도 관객석에는 10자리도 차지 않았다.

가브리엘 샤넬의 20대에서 30대 정도(1910~20년경)를 다루고 있는 영화에서 '오드리 토투'가 연기한 가브리엘 샤넬은 또다른 샤넬인 언니나  주변 사람들보다 대략 80년 정도를 앞서나가는 패션을 보여주고 있다. 화려한 드레스대신 간편하고 시크한 자켓과 바지라던지, 마린룩은 요즘 입어도 촌스럽지 않을듯하다.

역사적으로도 제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에 의해 프랑스가 점령되었을 때, 독일군 애인을 사귀어 호의호식했다고 하여 유럽에서는 인식이 좋지 않은 그녀라고 하는데, 영화 속에서도 남자들에게 자신의 과거, 특히 고아였던 어린 시절에 대해서는 거짓된 모습을 계속보이곤 한다. 감독은 인물을 미화하기 보다는 어느 정도 진실도 보여주려고 한 것일까? 처음 무작정 찾아간 '발장'에겐 어떤 감정이었을지, 그냥 이용 수단이었을까? 진정 사랑하는 것처럼 보였던 "보이" '아서 카펠'에게도 진실을 말하지 않았던 그녀, 같이 보았던 내 동생은 샤넬이 자서전에서도 거짓말을 했던 사람이라고 한다.

그리고 샤넬이 차에 탄 카펠에게 인사를 하고 돌아며 뒷모습을 보여주는 씬은 전형적인 교통 사고 씬인데, 예상을 벗어났다. 전형적으로 , 남녀 두 주인공이 인사(혹은 키스)를 하고 남자 주인공은 차를 몰아가고 여자 주인공은 뒤돌아 들어가다가, 멀리 골목 끝에서 굉음이 들리고 여자 주인공이 돌아보면 바로 남자 주인공이 몰던 차가 뒤집어져 있고, 여자 주인공은 몇 발자국 다가가다가 주저 앉아 울거나, 서서 비명을 지르는 것이 드라마나 영화에서 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뭐, 결국 그 뒷모습이 복선이 되긴 하였지만.

'코코(Coco)'는 그녀가 가수로 일하던 젊은 시절 불렀던 '코코리코'라는 곡에서 따온 별명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코코 샤넬'이라는 제목으로 바뀌었지만, 원래는 'Coco avant Chanel'은 '샤넬 이전의 코코'라는 제목이란다. 브랜드 'Chanel'로 엄청난 디자이너이자 기업인이 되기전의 그녀를 의미하는 제목이겠지? 유럽 영화답게 잔잔한 영상이지만, 큰 감동이나 영감은 없고 조금은 아쉬운 영화이다. 별점은 3.5개.

2009/09/01 13:31 2009/09/01 1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