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채화같은 영화가 떠오르는 음악, Olafur Arnalds의 'Eulogy for evolution'

아이슬란드의 뮤지션 'Olafur Arnalds'는 그의 국적만큼이나 우리에게는 낯선 이름입니다. 아이슬란드가 바로 'Sigur Ros'의 고향이라고 하면 고개를 끄덕일 사람이 조금 있겠습니다. 'Bjork'이 바로 아이슬란드 출신이라고 하면 아마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이겠죠. 언급한 Sigur Ros나 Bjork같은 고규의 독특한 뮤지션들을 보유하고 있는 아이슬랜드 출신답게  Olafur Arnalds도 평범하지 않은 음악을 들려줍니다. 특히 그는 Sigur Ros의 유럽 투어에서 오프닝 뮤지션으로도 무대에 올라선 경력이 있습니다. 그리고 Sigur Ros와 다른 색깔이지만 그만큼 서정적인 음악을 들려줍니다.

파스텔뮤직의 라이센스를 통해 우리나라에 소개된 음반은 'Eulogy of Evolution'입니다. 우리말로는 어색하지만, '진화을 향한 찬양'정도가 되겠습니다. 또 독특한 점은 수록곡 모두가 단지 숫자로 된 제목을 갖고 있다는 점입니다. 어떤 일련번호라고 생각하면 혹시 이 뮤지션이 작곡한 곡을 첫번째부터 숫자를 붙였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마지막곡에서 무려 3천번이 넘는 제목을 갖고 있기에, 한 음악가가 평생 작곡해도 불가능해 보일 법한 숫자를, 1987년 생이라는 비교적 젊은 나이의 그가 그렇게 많은 곡을 작곡했다고 생각하기에는 힘듭니다.

앨범을 들어보면 혹시 영화같은 영상물에서 쓰이는 장면의 컷 번호가 아닐까 하는 추측을 하게 합니다. 피아노 연주 중심에 현악이 더해진 그의 음악은 잔잔하고 서정적인, 전형적인 유럽영화(특히 프랑스)을 떠오르게 합니다. 특히 하루 종일 비가 내리는 칙칙한 날씨의, 수채화 같은 장면을 떠오르게 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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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꺼풀 위로 아른거리는 햇살에 눈을 뜬 주인공의 이런 나레이션으로 시작해야할 법합니다. "그는 이제 없다." 이별인지 사별인지 알 수 없지만 슬프게도 그녀는 홀로 남겨졌습니다. 애써 태연하려고 하지만 쉽지않습니다. 그 슬픔을 잊기 위해 그녀는 다시 음악에 몰두합니다.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그녀는 그 시간 속에서 그와 함께 했던 수많은 기억들 속에서 기쁨을 찾아내어 한 곡의 음악으로 승화시킵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슬픔은 물러가고 그녀는 평온을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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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이슬이 나뭇잎을 타고 떨어지는 이른 새벽, 한 남자가 침엽수로 울창한 숲을 걷고 있습니다. 안개가 일어나는 숲 속에서 길을 잃을 법하지만 그는 무엇인가를 좇고 있습니다. 그가 있는 이 숲과 그가 걷는 이 길에 남겨진 기억들, 그 기억들의 흔적을 좇고 있습니다. 순간 발걸음을 멈추고 숨도 멈춥니다. 두 사람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함께 하던 공터 한가운데 섭니다. 공허한 시선이 머무는 곳은 어디일까요? 주위를 돌아보던 그는 아득한 기억 속으로 빠져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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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그러운 아침, 두 남녀가 공원을 산책합니다. 바닥을 뒤덮은 낙엽들과 조금은 두터운 외투가 늦가을임을 알립니다. 기나긴 공원의 산책길, 그리고 그 옆으로 유유히 흐르는 강...강물처럼 두 사람 발걸음도 흘러갑니다. 멈추지 않는 강물처럼, 두 사람의 시간도 영원하기를 두 사람의 각자의 마음 속에 빌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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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씩 비가 내리는 어느 흐린 날, 한 여자가 한 남자를 뒤를 조심스레 쫓고 있습니다. 그는 뒤쫓는 그녀의 존재를 모른 체, 어디론가 향하고 있습니다. 이 남자는 뒤를 쫓는 여자의 옛 애인으로 몇 년전 그의 가족을 포함한 모든 사람들로부터 사라져 죽은 줄로만 알고 있던 사람입니다. 그는 기억을 잃었는지, 그녀가 이 추적을 시작하기전 마주쳤지만, 그저 스쳐지날 뿐이었습니다. 몇 개의 건널목들과 좁은 골목길들을 지나 그가 도착한 곳은 어느 집, 한 여인이 마중나와 뜨거운 포옹을 나눕니다. 그의 기억 속에서 이제 그녀의 자리는 없고, 이 여인만이 자리하고 있는 듯합니다. 그녀의 머릿속에서만이 그와 함께 했던 순간들이 스쳐지납니다. 지금 그녀가 할 수 있는 일, 해야할 일은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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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년 후의 미래, 지구는 환경파괴와 여러 전쟁들로 모든 생명체가 살 수 없는 환경이 되었고, 몇몇 선택받은 인류는 지구 상의 남은 모든 종의 유전자 정보를 담은 우주선을 타고 항해를 시작합니다. 그렇게 수년, 망망대해보다도 더 넣은 광활한 우주를 십수년간 찾아헤맸지만 남은 인류와 생명체들이 살아갈 만한 또 다른 행성은 보이지 않습니다. 우주선의 모든 승무원들은 죽을 날만을 기다리는 사형수처럼, 끊없는 무기력에 빠져 헤어나지 못합니다. 그 순간 레이더가 찾아낸 몇 광년 떨어진 행성 하나. 지구와 비슷한 태양을 갖고 있고, 공기와 물, 모두 생명체가 살아가기에 적당합니다. 아직 수광년 떨어져있지만, 인류 최고의 기술이 집약된 우주선이라면 수 개월내에 도착이 가능합니다. 모든 승무원들은 환호성을 지르고, 우주선은 전속력으로 항해를 시작합니다.

2010/09/19 22:45 2010/09/19 22:45

기쁨과 슬픔의 잔상들, Azure Ray의 Hold on Love

'파스텔뮤직'의 'the Greatest Album of All Time Series'로 정식 발매된, 여성 듀오 'Azure Ray'의 마지막 정규 앨범 'Hold on Love'.

'Azure Ray'의 약력에 대해서는 따로 설명하지는 않겠습니다. CD에 포함된 속지나 온라인 음원 사이트에 잘 소개가 되어있으니까요. 2001년 첫 앨범을 발표하고 2004년 세 번째 앨범을 끝으로 해체한 Azure Ray는 전부터 일부 매니아들 사이에서 좋다는 입소문이 있었지만,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와 해외 드라마에 이들의 노래가 수록되면서 한국에서는 좀 더 대중에게 알려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소개하려는 앨범 Hold on Love는 이들 음악의 정점이라고 생각됩니다.

이 앨범이 전체적인 느낌은 '기쁨과 슬픔의 잔상들'이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잡으려고 해도 잡히지 않는 형체들처럼, 기쁨과 슬픔의 감정들을 아스라이 노래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느낌은 네 번째 트랙 'Look to Me'에서부터 확연히 느껴집니다. 슬픔이 지나치면 차마 눈물조차 나오지 않는 것처럼, 처절하게 슬픈 마지막 장면같은 가사와 구슬프게 울리는 목소리는 마음에 담아둘 수 없는 감정을 일으키고, 그 감정을 잡으려고 하면 연기처럼 흩어져버립니다.

이어지는 'The Drinks We Drank Last Night'은 딱히 형용하기 어려운, 하지만 익숙한 소소하고 쓸쓸한 감정들을 노래합니다. 가사에 나오는 파도, 먼지, 바람처럼 익숙하지만 손에 잡히지 않는 존재들처럼 흐르는 감정들도 마찬가지 입니다. 잔잔히 흐르는 바다처럼 잔잔한 연주가 인상적인 'Across the Ocean'은 시간이 지나서 색이 바랜 사진처럼 희미해진 기억의 끝자락을 노래합니다. 희미한 기억의 끝자락 역시, 가장 빛나던 시절의 그림자처럼 남아서 존재하지만 결코 소유할 수 없습니다.

'If You Fall'은 이 앨범 수록곡들 중 가장 밝고 유쾌한 분위기의 트랙입니다. 기쁜 가사에도 그녀들의 목소리는 마냥 환하지만은 않습니다. 조금은 지친 기색이 느껴지고 그림자가 드리워졌다고 할까요? 제목처럼 가정법으로 진행하는 가사는 그 기쁨이 '현실이 아닌 가정'일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그 기쁨의 감정이 마음 속에 딱 담아두기만은 힘든 것이 아닐까요? 다가올 수도 있는, 혹은 그냥 눈 앞에서 지나갈 수도 있는 기쁨의 잔상처럼요.

'의심의 바다'라는 의미심장한 제목의 'Sea of Doubts'은 서정성이 빛나는 트랙입니다. 그 바다를 가로지르는 진취적인 항해를 연상케하는 피아노와 현악은 보컬이 없다면 멋진 뉴에이지 트랙이 될 법하고, 이 곡의 서정성의 튼튼한 받침이 됩니다. 그 바다 위에서 떠오르는 태양, 바로 '그대'만이 이 의심의 바다를 해쳐나갈 수 있는 희망이겠죠. 하늘과 바다가 맞닿는 수평선 끝까지 아무리 나아가도 결국 그 태양에 닿을 수는 없을지라도.

개인적으로 지금까지 소개한 앨범 'Hold on Love'의 네 번째부터 여덟 번째까지, 다섯 개의 트랙들이 바로 이 앨범을 빛나게하는 곡들이라고 생각합니다. 바로 '기쁨과 슬픔의 잔상들'을 노래하는 트랙들이구요. 그런 형용하기 힘든 감정들에서 더 공감이 생기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인생에서도 한 가지 기분만으로 딱 형용할 수 있는 순간보다는 그렇지 않은 순간들이 더 많으니까요. 울다가 웃다가 혹은 울어야할지 웃어야할지 모를 삶의 순간들, 그렇게 손에 잡히지 않는 감정들과 함께 Azure Ray의 음악을 가슴 깊이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2010/09/19 22:42 2010/09/19 22:42

'그 일관성이 좋아', 앨범 자켓, 또 다른 예술의 세계

요즘에는 mp3나 온라인 스트리밍같은 디지털 음원이 보편화 되었지만, 아직도 '앨범'하면 떠오르는 것은 바로 'CD'이다. 각종 음원 압축 기술이 좋아졌다지만, 용량을 줄이기위해 압축을 하면서 음질의 손실이 발생하기에 CD의 음질을 따라갈 수는 없다. 또, CD는 만질 수 없는 가상의 존재같은 '파일'이 아닌 현물이기에 그 자체로서의 소장가치가 분명 존재한다.

CD 속에 담겨있는 음원들, 그 음원의 음악성도 물론 중요하지만 CD를 수집하는 사람들이라면 공감할 만한 또 다른 중요한 점이 있다. 바로 CD를 보호해주고 아름답게 꾸며주는 케이스(디지팩이든 플라스틱 케이스든)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앨범 자켓'이 바로 그것이다.

앨범 자켓이 뭐 대수롭냐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럼 'Beatles'의 그 유명한 앨범 'Abbey Road'의 자켓을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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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평범한 자켓이 얼마나 많이 패러디와 오마쥬의 대상이 되었는지.

각종 시각적 기술이 발달하면서 앨범 자켓은 단순히 포장의 기능 뿐만 아니라, CD 속에 담긴 음악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기능도 담당하고 있다. 먼 곳에서 찾지 말고 우리나라의 자켓을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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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의 마녀', '오지은'의 앨범 자켓들로 좌측부터 '1집', '1집 해피로봇 에디션', '2집'의 자켓이다. '해피로봇 에디션'은 어차피 레이블이 바뀌면서 판매를 위해 자켓을 바뀌었을 수 있겠지만, 1집과 2집만을 비교하면 본인의 얼굴에 정면을 바라보는 얼굴에서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다. 수록곡들도 앨범 자켓처럼 그녀의 자화상 혹은 일기장 같은 노래들이다. 더구나 앨범 타이틀도 1집과 2집 모두 '지은'으로 뮤지션의 고집이 느껴진다.

또 다른 자켓을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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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티 블루'의 앨범 자켓들로 왼쪽부터, 1집 '너의 별이름은 시리우스 B',EP '4℃ 유리 호수 아래 잠든 꽃', EP '1/4 Sentimental Con.Troller - 봄의 언어'의 자켓이다. 자켓에서부터 남다른 안목이 느껴지는데, 일관적으로 한 일러스트 작가의 작품들을 사용하고 있고, 더불어 밴드 로고도 동일하게 사용하고 있어 어떤 연속성이 느껴진다. 1집이 일러스트처럼 풋풋하고 달달하고 멜랑콜리한 소녀의 감성을 표현하고 있고 EP들도 마찬가지여서, 첫 번째 EP는 흰눈처럼 순수한 감수성을 두 번째 EP는 여린 봄의 감정들을 담아내고 있다.

이런 고집있고 꾸준한 모습들, CD를 수집하는 한 사람으로서 너무 즐겁다. 이런 멋을 아는 뮤지션들이 좋다. 음악뿐만아니라 이런 소소한 부분에서도 일관성을 보여주는 뮤지션들이 많아지길 바란다. 앨범 자켓은 이제 단순히 '음반의 포장'이라는 의미를 넘어서 포토그라피, 일러스트레이트, 타이포그라피 등이 융합된 또 다른 예술의 장르라고, 나는 말하고 싶다.

2010/09/19 22:32 2010/09/19 22:32

환상의 짝궁, '센티멘타루(Sentimentaru)'

'센티멘타루(Sentimentaru)'. 제가 'Sentimental Scenery(이하 SS)'와 '타루(taru)'를 합쳐서 부르는 말입니다. 두 사람은 '환상의 짝궁'이니까요. 두 사람의 인연(?)은 '파스텔뮤직'에서 시작됩니다. 타루는 밴드 '더 멜로디'의 보컬로서 파스텔뮤직 소속이었습니다. SS는 이미 몇 장의 디지털 앨범을 발표하였고 입소문을 통해 조금씩 음악을 알리고 있었고, '더 멜로디'가 해체 수순을 밟고 있을 때 즈음에 파스텔뮤직에 영입되었습니다.

'타루'는 파스텔뮤직에서 솔로로 활동하기로 하였고 미니앨범을 준비하였습니다. 지금까지 레이블 이름처럼 '파스텔톤의 소녀적 감수성' 위주의 앨범들을 발표해온 파스텔뮤직은 '조금 우울하고 진중한 소녀적 감수성'이 아닌, 타루에게 잘 어울리는 '활기넘치고 발랄한 소녀적 감수성'을 기획했나 봅니다. 그리하여 일렉트로니카 성향을 앨범을 제작하기 위해 신예 SS를 프로듀서로 선입합니다. 그리하여 두 사람의 환상적인 코라보레이션이 시작됩니다.

타루의 미니앨범 'R.A.I.N.B.O.W'를 통해 코라보레이션의 결과는 나타납니다. 'Swinging Popsicle'이 선사한 'Yesterday'와 같은 파스텔뮤직 소속의 '미스티 블루'의 곡 '날씨 맑음'을 제외한 네 곡을 SS가 작곡하고 타루가 작사했습니다. 팝과 일렉트로니카가 적절히 조화되어 미니앨범 수록곡 가운데 백미라고 할 수 있는 'Miss You', 음료 CF에도 삽입되었고 다소 민망한 가사이지만 타루가 불러 어색하지 않은 'Love Today', 너무나 사랑스러운 가사가 인상적인 흥겨운 듀엣곡 '오! 다시', 그리고 SS의 또 다른 재능인 이름 그대로의 센티멘탈한 감수성이 잘 드러나는 '제발'이 그 결과물들입니다.

R.A.I.N.B.O.W의 첫인상은 나쁘지 않은, 평균을 약간 상회하는 정도의 앨범이었습니다. 하지만 들으면 들을 수록 타루의 보컬과 SS의 프로그래밍이 어우러지는 조화가 귀에 들어오면서 그야말로 '완소 앨범' 가운데 하나로 등극하기에 이릅니다. 그 가운데 절정은 바로 Miss You입니다. 다분히 유치할 수 있는 가사이지만, 무게감 있는 비트와 튜닝을 거친 목소리는 그런 유치함을 진중함으로 승화시킵니다. 보컬과 멜로디를 이끄는 기타 연주, 그리고 중심을 잡아주는 비트가 중심이된 곡이지만, 에그쉐이크나 박수소리 같이 경청하지 않으면 듣기 어려운 요소들과 현악이 어우러져 풍성한 바탕을 만들어냅니다. 다른 세 곡과는 달리 충분히 절제된 타루의 보컬도 적절했구요.

이 곡은 SS의 데뷔앨범 'Harp song + scentimental scene'에 SS의 보컬로 수록됩니다. 남자가 불렀다면 더 닭살스러웠을 가사는 영어가사로 바뀌었고, 역시나 타루가 featuring으로 참여했지요. 두 사람의 코라보레이션은 CF를 통해 다시 찬란하게 빛나기 시작합니다.

바로 핸드폰 CF에 배경음악으로 삽입된 'Bling Bling'입니다. CF가 2가지 버전이 있고 그래서 'Bling Bling'도 두 가지 버전이 탄생했습니다. 당연히 '타루 버전'과 'SS 버전'이죠. 반짝 반짝 빛나는 느낌의 'Bling Bling', 타루 버전이 먼저 공개되었고 이어 SS 버전이 공개되었는데, 두 버전은 보컬 외에도 차이가 있습니다. 타루 버전에서 오토튠을 이용해 조금 변조된 타루의 목소리는 저음의 무거운 비트와 무게중심을 이룹니다. 그리고 타루의 목소리는 보컬이라기 보다는 연주처럼 들립니다. SS 버전의 보컬이 생각보다 두드러지게 들리는 것과는 대조적입니다. 두 버전의 조금씩 다른 편곡 때문에 타루 버전이 원래 이 곡의 제작 목적이었던 배경음악으로 더 잘 어울리는 느낌입니다.

제 바람은 환상의 호흡을 보여준 두 사람이 아예 '프로젝트 유닛'을 결성하는 것입니다. Clazziquai의 DJ Clazzi에게 호란과 크리스티나가 있고, Casker의 캐스커(이준오)에게 융진이 있듯, SS에게도 여성 보컬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 적임자는 바로 타루라고 생각합니다. 유닛을 결성하게 된다면 이름은 당연히 '센티멘타루'로 해야겠구요.

앞으로도 두 사람의 멋진 코라보레이션을 기대해봅니다.

'Bling Bling'의 타루 버전 벨소리가 'Bling Bling Can U' 홈페이지(http://blingbling.lgtelecom.com/)에서 2009년 6월 8일까지 무료 다운로드 이벤트 중이니 반짝 반짝 빛나는 벨소리를 설정해보세요.
2010/09/19 22:25 2010/09/19 22:25

Epitone Project - 유실물 보관소

'에피톤 프로젝트(Epitone Project)'의 첫 정규앨범 '유실물 보관소'.

작년 발표된 '긴 여행의 시작'은 컴필레이션 앨범 수록곡들을 모은 '스페셜 앨범'으로 파스텔뮤직에 합류 이후, 정규앨범이 발매되기 전까지 기다림에 목이 마를 팬들을 위한 일종의 팬서비스라고 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리 늦지 않게 발매될 것이라고 생각되었던 정규앨범이 늦어지면서, '긴 여행의 시작'이 아닌, '긴 기다림의 시작'이 되어버렸죠.

앨범을 시작을 여는 트랙은 앨범 제목과 같은 '유실물 보관소'입니다. 신디사이저와 함께 시작되는 고요한 울림은 오케스트라와 일렉트릭기타가 어우러지면서 역동적인 움직임으로 변합니다. 캐나다의 'Steve Barakatt'이 떠오르기도 하네요. 진취적인 사운드와 함께 펼쳐지는 사랑의 순간 순간들. '유실물 보관소', 잃어버린 기억을 찾아떠나는, 또다른 '긴 여행의 시작'이 될지도 모릅니다. 유실물 보관소에 차곡차곡 쌓여있는 기억들, 그 에피소드들을 하나씩 살펴보죠.

"유난히 검은 밤, 그래서 유난히 별이 반짝반짝 빛나던 그 밤. 모든 이야기는 그 밤에 시작되었는지도 몰라요."

'반짝반짝 빛나는'은 이미 여러 앨범에서 피쳐링으로 반짝반짝 빛났던 '루싸이트 토끼'의 '조예진'이 참여한 트랙입니다. 밤거리를 가로지르는 시티팝의 향기는 조예진의 목소리와 어우러져, 루싸이트 토끼의 곡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멋진 분위기를 들려줍니다. 별이 반짝반짝 빛나던 밤, 가로등 아래서 멀어지던 그의 뒷모습에서 무엇을 잃었을까요?

"소중했던 기억들이 스쳐지날 때, 그 순간의 감정은 한숨 섞인 미안함 뿐인 걸... 너는 알고 있니?"

파스텔뮤직의 또 다른 유망주 '이진우'가 참여한 '한숨이 늘었어'는 전 앨범의 '그대는 어디에'가 떠오르는 트랙입니다. 푸르고 높은 하늘처럼 청명한 목소리가 빛나는 클라이막스는 '찬란한 슬픔의 한숨'을 표현합니다. '재밌다는 영화를 일부러 찾는' 그의 모습은 '그대는 어디에'에서 '즐겨보는 드라마가 하나 생긴' 그녀의 모습과 많이 닮아있습니다. 그대 생각이 날 때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는 그녀의 모습처럼, 사랑했던 기억이 떠오를 때 그는 미안한 마음과 함께 한숨을 짖구요.


"우리가 다시 함께 할 수 있는 봄이 찾아오길...그대가 없는 세상이라는 사막에서 나를 지키며 선인장처럼 묵묵히 서있을테니..."

익숙한 기타 코드과 함께 시작하는 '선인장'은 여성보컬 '심규선'의 목소리로 불려집니다. 편안한 멜로디 위를 흐르는, 마치 '선인장 재배 지침서(?)' 같이 시작해서 선인장의 시점으로 이동하여 스스로의 모습을 위로하는 가사가 인상적입니다.  슬픔 속에서도 관조하는 듯한, 정말 굿굿한 선인장같은 음색을 들려주는 심규선의 목소리도 인상적이구요. 연가가 되어야 할 법한 기타 연주는, 아주 약간의 습기를 간직했고 적당히 건조한 보컬과 함께 평정심을 유지한 이별 노래를 완성합니다.

기억과 기억들 사이에 존재하는 작은 틈새, 쉽게 지날 수 없는 '좁은 문'을 지나 또다른 유실물로 시선은 옮겨갑니다.

"시리도록 푸른 하늘, 그 하늘 아래서 느껴지는 소중했던 순간들, 그리고 찬란한 슬픔..."

'이화동'은 지난 앨범의 '그대는 어디에'에 이어 다시 한번 '한희정'과 호흡을 맞춘 트랙입니다. 함께 걷던 골목길과 눈이 부신 햇살과 사소한 나뭇잎에서 조차도 느껴지는 함께 했던 시간들은 그야말로 '찬란한 슬픔의 봄'이 아닐 수 없습니다. 차세정과 한희정의 듀엣은 오케스트라와 어우러져 그 슬픔의 찬란함을 더할 나위없이 잘 표현하고 있구요.

'해열제'는 파스텔뮤직의 또 다른 신예 'Sammi'가 목소리를 들려주는 트랙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제목에서는 '재주소년'의 '아스피린'이 떠오르더군요.) 흥겨운 보사노바 리듬과 함께  사랑의 지나간 후에 찾아오는 열병, 그 열병을 위한 해열제는 '눈물을 쏘옥 빼는 일'일까요?

연주곡 '시간'은 서랍속 옛 일기장처럼 이젠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버린 시간들을 담고 있을 법합니다.

"기억해. 기나긴 이별의 겨울을 지나서 다시 찾아올 우리의 봄이 있다는 걸..."

어쿠스틱 기타 연주와 함께 하는 '손편지'는 차세정이 부르는 트랙입니다. 비록 이별이라는 아픔의 겨울을 보내고 있지만, 앞으로 찾아올 따뜻한 봄을 기다리자는 소망이 담겨있습니다. 진솔한 어쿠스틱 기타 연주와 함께 흐르는 목소리에는 사각사각 연필 소리와 함께 써내려가는 손편지처럼, 간절한 진솔함이 담겨있습니다.

'서랍을 열다'는 연주곡이지만 앞선 트랙들과는 많이 다른 분위기로 에피톤 프로젝트의 크로스오버적인 성향을 느낄 수 있는 트랙입니다. 간결하면서도 감성적인 멜로디와 어우러진 묵직한 비트의 그루비함은, '째즈 힙합'을 연상시킵니다. 지난 앨범의 수록곡 '좋았던 순간은 늘 잔인하다'와도 닮아있는데, 그루비함은 간결함과 그루함은 더 합니다. 평범한 어느날 무심코 연 서랍 속에서 발견한 시간의 흔적들, 그 상황에서 밀려오는 추억의 그림자는 어디를 향하고 있을까요?

"우리가 함께 꾸었던 꿈들...결국 모두 나만의 착각이었나요?"

'오늘'은 '선인장'에 이어 다시 심규선이 목소리를 들려주는 트랙입니다. 차분한 어조로 묻는 그녀의 목소리는 깊은 울림의 슬픔을 담아냅니다. (가사에서 Alanis Morissette의 Simple together가 떠오릅니다.) 역시 차분한 피아노 연주는  그녀가 묻는 물음들, 그 하나 하나가 마음을 아리게 하고, 마법이 되어 대답을 건내주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네요.

'봄의 멜로디'는 연주곡으로 '손편지'에서 노래한 '봄'을 들려주는 트랙입니다. 하지만 그 봄의 따뜻한 느낌은 어쩐지 비현실적인 것처럼 들려옵니다. 마치 꿈 속에서나 만날 법한 이미지(들을 법한 멜로디)라고 할까요?

"함께 할 수 없지만, 마음과 마음이 닿아있다면, 어디선가 들을 수 있기를..."

마지막 트랙 '유채꽃'은 차세정의 목소리와 함께하는, '유실물 보관소'의 에필로그와도 같은 트랙입니다. 노래하던 봄은 결국 찾아왔고 화자는 유채꽃이 핀 제주도에 왔습니다. 하지만 슬픔 예감은 왜 틀리지 않는지, 앞선 '봄의 멜로디'가 꿈 속의 멜로디로 들린 것처럼, 화자는 홀로 제주의 언덕에 서있습니다. 담백한 어쿠스틱 기타 연주는 귀를 간지럽히는 바닷바람같습니다. 그 바람 속에 흩날리는 화자의 목소리는 건조하지만, 눈물인지 파도인지 알 수 없는 습기를 머금고 있습니다. 그리움이 펼쳐진 그 길들을 걸으면서 화자는 무슨 생각에 잠겨있을런지요.

기쁨과 슬픔, 웃움과 눈물이 담겨있는 추억을 보관하는 '유실물 보관소'의 주인을 기다리는 기억들(혹은 유실물들)을 살펴보았습니다. 혹시 여러분이 잊고 있었던, 잃어버렸던 기억(유실물)을 발견하지는 않으셨는지요? 혹시 그러셨다면, 오늘은 꼭 찾아가길 바랍니다. 내일 아침 베갯잇에 촉촉히 이슬이 내려앉아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별점은 4개입니다.
2010/09/19 21:39 2010/09/19 21:39

미스티 블루 - 4/4 Sentimental Painkiller - 겨울은 봄의 심장

'미스티 블루(Misty Blue)'의 길고 길었던 1년간의 여정, 그 마지막을 장식하는 사계절 연작 EP의 네 번째, '4/4 Sentimental Painkiller - 겨울은 봄의 심장'.

우선 긴 여정을 무사히 마친 미스티 블루의 두 사람 '경훈'과 '은수'에게 박수치고 싶습니다. 조금 늦기는 했지만, 작년 초에 계획되었던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의 1년 사계절을 관통하는 음악 작업을 무사히 끝내고 네 장의 EP가 세상의 빛을 보게 되었으니까요. 이 전대미문의 프로젝트와 함께한 지난 약 1년의 시간 동안 참으로 수고 많았습니다.

지난 세 장의 EP들이 약 3개월의 간격을 두고 발매했던 점을 생각한다면, '4/4 Sentimental Painkiller - 겨울은 봄의 심장(이하 겨울은 봄의 심장, 혹은 겨울 EP)'은 2월 즈음에 발매될 것으로 생각되었으니, 실제 발매된 3월은 이미 봄이어서 늦은 감이 있습니다. 하지만 봄을 의식한 듯한 부제 '겨울은 봄의 심장'은 그 '늦음'에 대한 항변으로 보이네요. 사계절 연작의 마지막 EP라는 점 뿐만 아니라 이미 2006년 '4℃ 유리 호수 아래 잠든 꽃'을 통해 겨울의 느낌을 물씬 담아냈던 미스티 블루이기에, '겨울은 봄의 심장'은 더욱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긴 여정의 마지막을 시작하는 인트로 성격의 '봄의 심장'은 마치 카세트테잎을 거꾸로 감아서 재생했을 때 들었을 법한 소리들로 시작됩니다. 가사를 통해 반복되는 'how'는 토로의 어려움을 노래합니다. 곡 전반에 흐르는 무거운 공기는 미스티 블루가 음악으로 참여했던 '베스트극장'의 단막극 '동쪽 마녀의 첫번째 남자' 테마곡을 연상시키기도 합니다. 이 곡의 앞 부분은 거꾸로 감아서 들어보고 싶어지네요.

'망각 [Oblivate]'는 이 EP가 겨울을 표방하듯, 앞선 '봄의 심장'과 이어지는 지독한 쓸쓸함으로 시작합니다. 만물이 죽음을 맞이하는 겨울의 이미지처럼 '어둠'과 '무덤'이라는 단어는 '기억의 죽음', 즉 제목 그대로 '망각'을 그려냅니다.

보컬 없이 연주만으로 이루어진 밴드 음악들 가운데 일부를 '슈게이징(shoegazing)'이라고 부르는데, 다분히 '슈게이저'라는 제목은 이 슈게이징에서 차용한 'shoegazer'라고 생각되네요. 그렇기에 '슈게이저'는 조근조근 조용한 음악을 들려주는 이 밴드의 이미지가 담겨있는 제목이 아닐까 합니다. 역시 차분하지만 분위기는 한결 가벼워져서 미스티 블루다운 달달한 쓸쓸함을 들려줍니다.

'조와 울'은 텅빈 공간을 부유하는 먼지처럼 공허한 슬픔을 노래합니다. 겨울 EP를 만드는 동안 두 멤버가 얼마나 많은 우울을 겪었는지 생각하게 합니다. 특히 '행복하니?'라고 묻는 가사와 샘플링하여 수록한 울음소리에서 그 슬픔은 극명해집니다.

'On And On'은 미스티 블루답지 않게도 대부분 영어 가사에 더구나 라킹(Rocking)한 사운드를 들려주는 트랙입니다. 어쩌면 슬픔을 넘어선 분노가 이런 사운드로 표출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낮잠'은 놀랍게도 미스티 블루의 디스코그라피에서 최초로 베이스 '경훈'의 보컬을 들을 수 있는 트랙입니다. 말랑말랑한 멜로디들을 잘도 만들어내는 그의 작곡 능력과는 다르게, 그의 음성은 차운하게 가라앉아 있습니다.

마지막 '기억은 겨울보다 차갑다'는 겨울 EP의 타이틀 곡이라고 할 수 있는 트랙입니다. 쓸쓸히, 조근조근 읊조리다가 한 순간에 폭발하는 보컬과 사운드는 어떤 시에서 노래했던 '찬란한 슬픔의 봄'을 연상시킵니다. '너의 심장이 나의 심장에'라고 차마 끝내지 못한 여운은 어떠한 말보다도 더 깊은 슬픔을 담아냅니다. 너의 심장에서 나의 심장으로... 마음과 마음이 끈이 끊이 없이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은 간절하지만, 그 바람은 이루어지기 힘들기에 쓸쓸합니다.

사계절 연작의 마지막, 겨울 EP를 통해 약 1년에 가까운 미스티 블루의 긴 여정은 막을 내립니다. 만물이 소생하고 활기 넘치는 봄이 아닌, 겨울의 쓸쓸함을 가슴에 담은 슬픔의 봄을 위한 겨울은 역시 미스티 블루다운 해석입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동안, 안타깝게도 미스티 블루의 마지막 행보에 대한 이야기가 들려옵니다. 이제 미스티 블루의 음악들은 음반들로 만 들을 수 없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렇기에 겨울 EP가 그렇게도 서럽게 슬펐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안녕, 미스티 블루... 별점은 4개입니다.

2010/06/17 13:07 2010/06/17 13:07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 in 1월 17일 숲의 큐브릭

2009년 연말 '타루', '한희정', '미스티 블루' 등 파스텔뮤직 소속 뮤지션들의 공연이 푸짐하게 펼쳐졌던 홍대앞 '숲의 큐브릭'은 2010년이 되어서도 그 기세를 놓치지 않고 알찬 공연들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12월에 열려 반응이 너무 좋았던 '타루'의 '어쿠스틱 타루', 그 두 번째 공연(1월 10일)에 이어서 파스텔뮤직의 간판 밴드들 가운데 하나라고 할 수 있는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의 첫 단독 공연이 바로 1월 17일에 숲의 큐브릭에서 펼쳐졌습니다. 사실 작년 10월 31일에 '짙은', '한희정'과 함께 할로윈 공연 '수다쟁이 잭-오 렌턴'에 참여해서 숲의 큐브릭 데뷔 무대를 보여주었지만,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라기 보다는 '더 칼스'로서 오른 무대였기에 이번 공연은 더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곘습니다.

숲의 큐브릭답게 70석 한정으로 예매를 시작하여 순조롭게 매진이된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 이야기'는 사실 며칠 앞서 개봉한 다큐무비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 이야기'를 기념하는 의미도 있는 공연이었습니다. 그렇기에 게스트도 없이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의 무대많으로 진행되었죠. 사실 '요조'가 게스트로 깜짝 등장하는 것도 기대해보았지만, 생각해보니 그 영화에서 요조의 역할이 악역(?)에 가까운 것으로 들었기에, 등장했다면 참으로 어색했을 법도 하네요.

오직 민홍과 은지, 두 사람만으로 진행되는 공연이기에 전반적으로 작년에 '벨로주(Veloso)'에서 있었던 단독 공연과 비슷하게 진행되었습니다. 셋리스트의 순서에는 차이가 있었지만 들려준 곡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구요. 특이한 점은 첫 곡을 커버곡으로 시작했다는 점이었습니다. 최근에 듣고 감명을 받았다는 밴드 'Flaming Lips'의 곡 'Yoshimi battles the pink robots'라는 곡을 은지의 목소리로 들을 수 있었습니다. 탁월한 커버곡이었다고 할까요? 전혀 커버곡임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소규모의 소리에 녹아들었으니까요.

이어 신곡 '심사숙고'를 비롯하여 지난 앨범들과 앨범에 수록되지 못한 신곡들이 이어졌죠. 최근 진행중인 동요 프로젝트의 한 곡을 또 들을 수 있었구요. 하지만 동요라고 하기에는 지난번에 들었던 '개나리 본부'와는 다르게 뭔가 조숙한 느낌이었다고 할까요? 왠지 그 곡을 듣다보면 아이들이 인생무상을 깨닿고 조숙해져 버릴 것만 같았습니다. 오랜만에 듣게되는 2집 수록곡 '슬픈 사랑 노래'는 다시 '두 사람'이라는 원점으로 돌아온 소규모의 신곡들과 어우러져 1집과 2집 초반의 '초기 소규모'의 향기를 느끼게 했습니다.

또 다른 커버곡으로 지난 할로윈 공연에서 들었던 'Lou Reed'의 'Perfect day'를 역시 소규모안에 녹아든 모습으로 들을 수 있었습니다. 또 다른 수확은 '기타듀오' 소규모의 모습을 볼 수 있었던 점이었습니다. 기타를 담당하는 민홍과는 달리, 멜로디언, 키보드, 피아노, 베이스 등 여러 악기 연주를 들려주었던 은지였지만, 기타를 연주하는 모습은 볼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 날 공연에서 은지는 기타를 연주하면서 기타듀오가 된 소규모의 변신(?)을 볼 수 있었죠. 그리고 2집의 '사랑'을 기타듀오로 들을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 곡이 끝나고 당연히 앵콜요청이 이어졌고, 신곡 가운데서도 1집 시절 소규모의 모습을 떠오르게 하는 곡, '다이아몬드 북'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동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의 네 번째 정규 앨범은 언제쯤 나올 지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들려준 신곡들의 수는 아마도 앨범 하나를 만들기에는 충분하다고 생각됩니다. 빠른 시일에 새 앨범을 만날 수 있었으면 하네요. 그리고 이렇게 소규모 다운 공연들도 종종 볼 수있으면 좋겠구요.

2010/02/01 00:16 2010/02/01 00:16

미스티 블루 Sentimental talker in 12월 26일 숲의 큐브릭

연말 '숲의 큐브릭 출동' 시리즈 네 번째는, 정말 오랜만에 단독 공연을 하는 '미스티 블루(Misty Blue)'의 순서였습니다. 26일과 27일, 이틀간 각기 다른 컨셉의 공연이 예정되었지요. 26일은 'Sentimental Talker'라는 제목으로 팬미팅을 겸한 공연이었고 27일은 'Sentimental Listener'라는 제목으로 제목처럼 노래를 들려주기 위한 컨셉이었죠.

늦은 7시에 시작된 공연은 '미스티 블루'의 '은수'와 '경훈' 외에도 기타 세션으로 예고되었던 '재주소년'의 '유상봉'군과 한희정의 이틀간의 공연에서 세션을 했던 드럼 '홍준'과 피아노 '진아'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첫 곡은 사계절 연작 EP 중 봄에 해당하는 "1/4 Sentimental Con.Troller - 봄의 언어(이하 봄 EP)"에 수록된 '동경 센티멘탈 클럽'으로 시작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지난 11월 미스티 블루의 홈페이지에서 팬미팅을 언급하면서, 팬미팅 제목으로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쓴 글 제목이기도 해서 감회가 남달랐습니다. 가사는 이 날을 위해 특별히 개사해서 불렀기에 더욱 좋았지요.  

이어지는 곡은 "2/4 Sentimental StoryTell(h)er - 여름, 행운의 지휘(이하 여름 EP)"의 수록곡인 '빗방울 연주'였습니다. '미스티 블루표' 보사노바라고 할 수 있는 곡이죠. 다음은 봄 EP, 여름 EP 순서였으니 가을 EP인 "3/4 Sentimental Steady Seller - 가을의 용기(이하 가을 EP)"의 수록곡이 나오겠다고 생각했지만, 세 번째는 바로 '위로'였습니다. 1집 "너의 별 이름은 시리우스 B(이하 시리우스)"의 수록곡으로, 그래도 그 멜랑콜리는 가을의 순서에 어울리는 곡이었죠. 이어 아직 나오지 않은 겨울 EP를 대신하여 미스티 블루의 첫 EP "4℃ 유리 호수 아래 잠든 꽃(이하 유리호수)"의 곡들이 이어졌습니다. 먼저 'the Little Drummer Boy'로 EP에서는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의 '민홍'이 도와주었었는데, 공연에서는 슈퍼세션(?) '유상봉'군이 도움을 주었습니다. 그의 역할은 원래는 원곡처럼 '은수'의 보컬을 돋보이게 하는 역할이었데, 그만 그의 어둡지 않은, 해맑은 음성덕분에 은수의 보컬은 더 어둡게 들리고 말았습니다. 이어서 'Lullaby for Christmas'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크리스마스가 지나기는 했지만, 그래도 크리스마스의 온기를 다시 느낄 수 있는 곡이었죠. 작은 소녀의 기도같은 가사가 인상적이구요.

2006년 1월초에 발매된 EP '유리호수'의 곡들과 이에 대한 설명이 이어져서 무려 약 4년 만에 열리는 'EP 발매 공연'같은 기분이 들기도했습니다. 앞선 두 곡에 이어 1집 '시리우스'에도 수록되었던 'Daisy'을 EP 버전에 가깝게 들을 수 있었습니다. 다시 사계절 연작 EP로 돌아와서 쟁글거리는 기타 연주가 '미스티 블루표'인 여름 EP의 'Moderate Breeze'가 이어졌죠. 26일 공연은 팬미팅을 겸했다고 했는데, 진정 팬미팅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특별한 무대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바로 미스티 블루 홈페이지를 통해 공모된 팬들의 사연을 읽어주는 순서였죠. 두 팬의 사연이 낭독되었고 소정의 선물이 증정되었습니다. 운좋게도 저도 선물을 받을 수 있었죠.

게스트로는 바로 24일, 25일 같은 장소인 '숲의 큐브릭'에서 단독 공연을 했던 '한희정'이었습니다. 그녀는 그녀의 노래르 들려주기 보다는 은수와 함께 듀엣으로 두 곡을 들려주었습니다. 이미 앞선 두 차례의 공연을 본 '파스텔뮤직의 노예(?)'들을 위한 배려였을까요? 한 곡은 하루 지난 크리스마스를 위한 'Santa baby'이었고 다른 한 곡은 두 사람에게 전혀 기대하지 못했던 파격적인 커버곡 'Shut up and let me go'였습니다. 사실 지난 Dawny Room Live에서 미스티 블루가 게스트로 등장하여 같이 불렀던 '화요일의 실루엣' 정도를 기대했기에 더욱 놀라웠습니다. 1부의 마지막은 여름 EP의 수록곡 '빨간 벽돌집 바이엘'이었습니다.

사연 소개와 게스트가 있었던 1부와는 달리 공연으로만 진행된 2부는 1부에 비해 짧았습니다. 시작은 가을 EP의 수록곡으로 미스티 블루의 노래답지 않게 긴장감이 가득한 '가을의 용기'였죠. 이어 미스티 블루에게 큰 애착이 있는 곡인지, 공연에서 종종 듣게되는 'Cherry'가 이어졌습니다. 가을 EP의 타이틀 곡 '하나'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 곡에 대한 설명도 들을 수 있었는데, 은수가 어린시절 만났던 '이쁜 언니'에 대한 이야기라고 합니다. 상당히 심오한 느낌의 가사에 어리둥절해던 사람들은 이 꿈같은 이야기를 듣고 궁금증이 풀렸을 법합니다. 정규 셋리스트의 마지막 곡은 1집과 같은 제목의 곡 '너의 별 이름은 시리우스 B'였습니다. 마지막 곡으로서 미스티 블루다움이 느껴지는 선곡이었습니다.

너무나 오랜만에 만날 수 있었던 단독 공연이었기에 당연히 앵콜요청이 이어졌고, 제가 가을 EP에서 가장 좋아하는 곡 '지상에서의 마지막 인연'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길지 않은 시간이 지났다고 생각되었지만 공연은 어느덧 2시간이 넘게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그만큼 미스티 블루에 대한 기다림이 길었고, 공연이 좋았다는 의미였겠죠. 27일의 'Sentimental listener'가 남아있었지만 그래도 더 많은 곡을 들을 수 없던 점은 못내 아쉬웠습니다.
2010/01/12 20:50 2010/01/12 20:50

한희정 Dawny Room Live 3 in 12월 25일 숲의 큐브릭

'숲의 큐브릭 출동' 시리즈 세 번째는 역시 '한희정'의 'Dawny Room Live 3'의 두 번째 시간이었습니다. 이번 Dawny Room Live 3는 이틀로 기획되었기에 하루만 가봐도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틀을 다른 컨셉으로 진행한다기에 모두 예매할 수 밖에 없었죠.

크리스마스답게도 눈내리는 25일의 첫 번째 곡은 그녀의 노래 'Acoustic Breath'였습니다. 첫곡부터 24일과는 다른 시작이었죠. 그리고 '러브레터'와 '브로콜리의 위험한 고백', '우리 처음 만난날'로 이어지는 셋리스트는 24일이 '크리스마스 특집'이었다면 정작 25일은 진정한 그녀의 라이브같은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그녀의 해설을 들을 수 있었는데, 이 곡의 슬픈 느낌은 이별 후의 회상이 아니라, 권태기에 처음 만난 날을 기억하자는 의미라네요.

이어지는 '산책'까지 순서는 달랐지만 모두 24일에 들을 수 있던 곡이었습니다. 하지만 차별화를 두겠다던 그녀의 말처럼 Dawny Room Live다운 공연이 시작되었습니다. 분위기 있게 시작한 곡은 바로 '존 레넌'의 'Oh my love'였습니다. 은은한 Oh my love가 끝나갈 부렵 갑자기 곡은 '달려라 하니'의 주제가로 이어졌죠. 바로 메들리였습니다. '달려야 하니'에서 '아기공룡 둘리'로 이어졌고, '손담비'의 '토요일 밤에'로 이어지면서 분위기를 뜨겁게 달구었습니다. 지금까지 했었던 깜짝 커버곡 모음이라고 할까요? 마지막은 '지구용사 선가드'로 마무리하면서 그녀의 엉뚱한 팔색조 매력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어 게스트 순서가 이어졌습니다. 원래 예정된 게스트가 있었지만, 건강상의 문제로 25일에 참여할 수 없게되었다네요. 그래서 그녀는 기지를 발휘하여 깜짝 게스트를 갑작스럽게 섭외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 게스트는 바로 그녀의 팬들로, 그녀의 홈페이지에 기타연주 동영상을 올린 '하얀상자'군과 인터넷방송을 하는 '세티스'양이었습니다. 그리고 하얀상자의 연주와 세티스와 한희정의 목소리를 '회상'을 들려주었습니다. 이어 한 곡이 더 이어졌는데 바로 '솜사탕 손에 핀 아이'였습니다. 이 곡에서는 깜짝 게스트들이 더 등장하여 관객들 사이에 앉아있던 그녀의 팬들이 일어사 춤과 각종 악기연주를 들려주었습니다. 팬과 함께하는 진정한 팬미팅같은 게스트 공연이었다고 할까요?

24일에 '2009 더러운 Award'가 있었다면, 25일에는 '2009 더니덕후 Award'가 있었습니다. 세 가지 부문에서 시상이 진행되었고 첫 번째는 '앨범' 부문으로 그녀의 앨범을 가장 많이 산 팬에게 상이 주어졌습니다. '시리.'양이 가장 많이 샀으나 한희정의 측근이라는 이유로 탈락하였고 다른 팬에게 상이 주어졌죠. '공연' 부문에서는 가장 공연을 많이 본 팬에게 상이 주어졌구요. 마지막은 바로 '사심' 부문이었습니다. 한희정, 그녀에게 사심이 가장 많은 팬에게 주는 상인데, 왠지 요즘 외롭다는 그녀의 사심이 느껴지는 부문이기도 했습니다. 24일만큼 충격적(?)이지는 않았지만, 재미있었던 시상식이 끝나고 1부의 마지막 곡은 '잃어버린 나날들'이었습니다.

2부의 시작은 커버곡이었습니다. 바로 '에디뜨 피아프'의 'What might have been'로 24일에는 들을 수 없었던 곡이었지요. 24일에도 들을 수 있었던 커버곡 'Cheek to cheek'이 이어지면서,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크게 나지 않았던 1부와는 다르게 조금은 '오늘은 크리스마스'라고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어 24일에도 있었던 신곡 순서가 이어졌습니다. 쓸쓸했던 그녀의 2009년 가을 이야기 '어느 가을', 신곡이라고 하기에는 오래된 '우습겠지만 믿어야 할', 최신곡으로 너무나 아름다운 이별 노래 '잔혹한 여행'이 이어졌죠. 이 곡들은 2010년에 발매될 그녀의 두 번째 EP에 모두 수록될 예정이랍니다. 어느덧 정규 셋리스트의 마지막이 찾아왔고 그녀의 EP 수록곡들로 마무리했습니다. 같은 한 글자이자, 받침의 차이로 큰 의미의 차이가 있는 두 곡 '끈'과 '끝'이었어요.

역시 앵콜은 24일과 마찬가지로 여러곡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24일과 다른 점이라면 좀 더 그녀가 아는 곡들, 바로 그녀의 곡들이 위주가 되었던 점이죠. '넌 여전히 아름답구나'라는 가사가 너무나 마음을 찡하게 만드는 '멜로디로 남아'를 시작으로, 아직 가사가 만들어지지 않은 '따이따이송', '앨리엇 스미스'의 'Between the bars'까지 평소의 그녀와는 다르게 늘어지는 앵콜이였죠. 여기에 무려 세 곡을 더 들려주어서 앵콜이 아닌 3부라고 할 정도였습니다. '거짓말이었어요'라는 가사가 그녀의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자주 인용되는 '드라마', 언젠가 앨범에 수록될 수도 있는 '복숭아라도 사갈까', 진짜 마지막은 '반추'였습니다.

24일, 25일 이틀동안 평소와는 다르게 시크하지 못한 모습을 보여준 그녀. 어쩌면 그녀의 그런 모습은 2009년 많은 공연을 보여주었기에 2010년에는 앨범에 집중하기로 한 그녀가 팬들에게 남기는 아쉬움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앨범 작업을 하게 되면, 더구나 푸른새벽 시절부터 앨범 작업이 빠르지 않았기에, 한동안 팬들과 만나기 어려울테니까요. '끈'과 '끝', 그녀와 그녀의 팬들은 질긴 끈으로 이어져있겠지만, 당분간 만나는 것은 25일로서 끝이 될 테니까요. 2010년에 찾아올 그녀의 새로운 EP를 기대하며, 아쉽지만 2009년의 기억들을 갖고 기다려야 할 때입니다.
2010/01/05 01:42 2010/01/05 01:42

한희정 Dawny Room Live 3 in 12월 24일 숲의 큐브릭

2009년 연말 '숲의 큐브릭 출동' 시리즈 두 번째와 세 번째는 24일과 25일, 이틀 동안 열린 '한희정'의 'Dawny Room Live 3 - 같이 쉬자, 숨!'이었습니다. 지난 'Dawny Room Live 2'를 놓친데다가, '숲의 큐브릭'에서 열리는 그녀의 공연은 처음이있기에 이틀 모두 예매하고 말았죠. 당연히도 70명 한정의 공연은 조기매진되고 말았구요. 빨리 예매했다고 생각했는데도, 인기가 좋은 그녀의 공연이라 입장번호는 30번대였습니다. 하지만 운이 좋겠도 입장해서는 비교적 앞쪽인 세 번째 줄에 앉을 수 있었죠.

공연 시작 시간이 8시가 지나 아무말 없이 무대 위로 등장한 주인공 '한희정'은 크리스마스를 맞아 유명곡 'What a wonderful world'를 불렀습니다. 그런데 70명의 예매자들의 대부분이 크리스마스 이브에 갈 곳 없는 솔로들이기에 과연 이 곡이 어울리는 곡인지 아이러니했습니다. 지난 공연들과 마찬가지로 예전 '쿨에이지' 멤버였던 베이시스트와 드러머 그리고, 키보디스트 '진아'와 함께 공연은 시작되었습니다. 산뜻한 느낌의 '산책'은 겨울에, 더구나 크리스마스 이브에 들으니 또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이어 또 다른 커버곡 'Cheek to cheek'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평소 조용한 노래만 부르던 그녀가 다른 것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준비한 커버곡이라죠. 째즈 곡으로 왁자지껄한 분위기가 팬들을 위한 작은 파티같은 숲의 큐브릭 공연과 어울렸고, '뺨에 뺨을 맞대고'라는 제목이, 크리스마스 이브에 와닿는 곡이었습니다.

이어서 그녀의 EP 수록곡이자, 제가 '올해의 곡' 가운데 하나로 꼽는 '러브레터'가 은은히 울려퍼졌습니다. 숲의 큐브릭을 찾은 수많은 솔로들을 마음을 대변하고, 그 마음을 촉촉히 적셔주는 너무나 좋은 곡이었죠. 생각해보면 영어제목이지만 영어로 적지 않고, 우리말 발음으로 적음으로서 조금은 촌스러우면서도 절절한, 그런 마음이 잘 표현되지 않았나 합니다. 그리고 발랄한 '솜사탕 손에 핀 아이'가 이어졌습니다. 최근에 그녀의 곡들에는 어울리지도 않지만, 율동을 은근히 중요시하는 그녀는 발구르기와 손뼉치기를 요구했고, 크리스마스 이브의 관객들은 모두 그녀의 노예(?)였기에 그 박자에 맞춰 'Acoustic Breath'가 이어졌습니다. 노예지만 반항아 기질이 있는 관객들은 박자를 조금씩 빠르게 해서 그녀의 숨통를 압박했지요. 부제가 '같이 쉬자, 숨!'이지만 그녀 혼자 숨쉬기에도 벅찼을지도 몰라요. '어쿠스틱 숨(Acoustic breath)'를 쉬느라구요.

게스트로는 이미 공지되었던 '에피톤 프로젝트'가 등장했습니다. 12월 초에 첫 단독 공연을 성황리에 마쳤고, 주옥같은 곡들로 수 많은 여심을 사로 잡은 그였기에, 공연이 참 궁금한 뮤지션이었습니다. 훈남 에피톤이 등장하자, 많지는 않은 여성 관객들의 술렁임이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한희정'과 함께 불렀던 '에피톤 프로젝트'의 대표곡 '그대는 어디에'를 들려주었습니다. 그런데 가사처럼(생각이 날때, 그대 생각이 날때) 생각이 나지는 않는지, 머뭇거림은 이 공연의 소소한 추억거리가 되었죠. 그리고 당연히 캐롤로 'Silver bell'을 듀엣으로 들을 수 있었죠. 그리고 게스트 공연의 마지막은 그의 또 다른 대표곡 '눈을 뜨면'으로 마무리했습니다.

이어 특별 이벤트 '2009 더러운 어워드'가 이어졌습니다. 두 개 부분의 수상이 진행되었는데 첫 번째는 바로 '고독' 부문이었습니다.  가장 고독한 남녀, 두 사람에게 작은 선물과 함께, 그녀의 노래 선물 '우리 처음 만난 날'을 들을 수 있었죠. 두 번째는 바로 '닭살' 부문이었습니다. 오래된 커플들에게 그녀가 특별히(?) 준비한 선물을 주었습니다. 그 선물을 바로 포장된 '브로콜리'였죠. 그녀의 센스를 느낄 수 있나요? 브로콜리를 확인한 주위에 많은 관객들이 웃기시작했고, 선물을 받은 커플들도 한희정의 팬이라면 뜨끔했을 겁니다. 당연히도 그녀가 들려준 노래 선물은 바로 '브로콜리의 위험한 고백'이었죠. 그리고 이번 공연의 하이라이트인 가사 중 "우리 그만 헤어져"에서 때창이 펼쳐졌습니다. 솔로들의 통쾌한(?) 한판승이었다고 할까요?

어워드가 끝나고 다시 노래들이 이어졌습니다. 그녀의 홈페이지를 통해 가사가 공개되었던, 신곡들을 들을 수 있었죠 바로 '어느 가을'이 첫 번째였고, 익숙한 '우습겠지만 믿어야할', 두 버째 신곡은 최근에 가사가 만들어진 '잔혹한 여행'이었습니다. '어느 가을'의 시작전에는 그녀가 가사를 읊조리며 마지막에 '다 외웠다'고 하던 모습이 인상적이었고. '잔혹한 여행'은 세박자의 춤곡같은 멜로디와 '사랑 오 사랑 잔혹했던 여행'이라는 비유가 인상적이었죠.

중간중간에 멘트들도 인상적이었습니다. 'Dawny Room'이라는 공연 시리즈를 시작하게된, 그녀의 10년 전 추억들을 들을 수 있었고, 평소 이야기하지 않았던 그녀의 사랑 이야기들도 아주 조금 들을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에는 당연히도 앵콜 신청이 이어졌습니다. '휴가가 필요해'를 시작으로 신청곡들을 좀 들려주었는데, 영화 '춤추는 동물원'에 삽입된 그녀의 노래 '복숭아라도 사갈까'를 제외하면, 문제는 그녀가 신청곡의 가사를 잘 알고 있지 않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래서 부분부분 얼버무리거나 넘기거나 관객들이 불렀는데, 왠지 지금까지 시크했던 그녀의 노선과는 달라서 좀 의아했습니다. 긴 앵콜임에도 내용은 아쉬웠지만 전체적으로 공연의 진행은 공연에 물이 오른 '한희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다르게 진행될 것이라는 25일도 당연히 기대되었죠.
2010/01/02 03:51 2010/01/02 03: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