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루 + Swinging Popsicle @ 상상마당

1막 2장, '파스텔뮤직 7주년 기념 공연 Stage 1'의 두 번째 무대의 주인공들은 '타루'와 'Swinging Popsicle'이 입니다. '타루'의 첫번째 정규 앨범 리뷰에서도 언급했듯이, Swinging Popsicle이 타루 1집의 프로듀서로 참여하여 작곡 및 연주 등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2008년 1월의 5주년 기념 공연에서도 함께 무대에 오른 일이 있기에 '당연한 일'이라고 하겠습니다. 더구나 타루 1집에 이어 Swinging Popsicle의 새 앨범 'Loud Cut'이 한일동시 발매되면서 한국에서는 파스텔뮤직을 통해 유통되기에, 타루의 쇼케이스일 뿐만아니라 Swinging Popsicle의 쇼케이스도 될 것이라고 예상되었습니다.

금요일 공연과는 다르게 토요일 공연은 '스탠딩'이었는데, 파스텔뮤직에서 공개한 공연 예상 시간은 무려, '대략 3시간'이었습니다. 아무리 좋은 공연이라도 서서 보기에는 쉽지만은 않은 시간이었죠. 또 하루 전 공연과는 다르게 압도적인 남성 우위를 보이는 남녀 성비였습니다. 입장시에 나누어준 뱃지처럼 '김타루로 대동단결'이라는 구호를 외치는 '야생타루당'의 당원들 역시 남성이 압도적인가 봅니다.

오프닝 게스트는 '파스텔뮤직'의 신예로 1집을 준비 중인 '이진우'가 올라왔습니다. 7주년 기념 컴필레이션 앨범의 수록곡으로 '델리스파이스'의 곡을 리메이크한 '고백'을 들려주었습니다. 앨범에서는 'Epitone Project'와 '루싸이트 토끼'의 '조예진', 두 사람과 분담하여 불렀던 곡이기에 홀로 부르는 모습이 바빠 보였습니다. 이어 두 번째이자 마지막 곡으로 준비중인 앨범에 수록될 'Sorry'를 들려주었습니다. 그가 갖고 찾아올 앨범에서 얼마나 그의 매력을 들려줄 수 있을지 궁금해지네요.

메인 무대의 첫 번째 팀은 'Swinging Popsicle'이었습니다. '타루'와 비교하면 뮤지션으로서 상당한 선배이기 때문에 Swinging Popsicle이 먼저 오른 점은 조금은 예외였습니다. 물론 '타루'가 공연의 주최인 파스텔뮤직 소속이고, 파스텔뮤직이 Swinging Popiscle과는 지속적으로 돈독한 관객를 유지하여 왔고 Swinging Popsicle로서는 '초대가수' 정도의 입장이기에 그랬겠지만, 이 노련한 밴드의 너그러운 아량에 감탄할 수 밖에 없네요.

전작인 앨범 'Go on'의 수록곡들과 'Snowism', 그리고 '베란다 고양이'이 정도 외에, 그 이전 앨범들은 거의 모르는 저에게는 낯선 곡들이 몇 곡 이어졌습니다. 첫 곡인 라운지음악풍의 'Afterglow'에 이어 Swinging Popsicle다운 팝 넘버들인 'I love your smile', 'サテツの塔'', 'Remember'였죠. 모두 우리나라에서는 발매되지 않은 앨범들에 수록된 곡들로 특히 'Remember'는 상당히 좋았습니다. 언어의 장벽이 있었지만, 흥을 돋우기에는 부족함이 없었죠. 그리고 그 점이 이 밴드의 내공이었구요.

이번 공연은 세 멤버인 미네코, 히라타, 시마타 외에 드러머 세션인 '코지'와 함께하고 있는데, 그는 미네코와 히라타가 대학교 시절에 같이 밴드를 했던 선배라고 합니다. Same University지만 not same age의 강조가 있었죠. 드러머 코지가 잠깐 무대에서 내려갔고, 미네코는 의자에 앉아 두 곡을 어쿠스틱으로 들려주었습니다. 베란다 고양이나 Snowism 만큼은 아니지만, 제법 귀에 익은 '遠い空''과 'Veranda Neko(베란다 고양이)'가 바로 그 두 곡이었습니다.

다시 드러머가 등장했고, 너무나 귀에 익은 멜로디가 시작되었습니다. 바로 앨범 'Go on'의 첫 곡인 'Rainrounds'였죠. 그러고보니 이 곡의 기타 연주나 곡 구성은 타루 1집의 첫 곡 'Night Flying'의 느낌과 닮아있더군요. 당연히 같은 작곡자이니 그렇겠죠. 이어 5주년 기념공연에서도 라이브로 들려주어 신선했던 'Chocholate Sould Music'이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이 때, 공연장의 분위기는 절정에 오르고 있었죠.

'Joy of Living', '靜寂と流星', 'Something New', 'Change', 'I just wanna kiss you'까지 밴드 사운드에 충실한 곡들이 이어졌습니다. 그 중 'Something New'는 제목처럼 신곡이라고 합니다. 사실 이번 앨범 'Loud Cut'은 완전히 새로운 곡들을 담은 '정규 앨범'이라기보다는, 앨범을 통해서는 미발표된 신곡과 지난 인기곡들을 담은 '스페셜 앨범'에 가까운 앨범입니다.

타루의 무대가 시작되기전, 두 번째 게스트로는 조금은 예상했던 '노리플라이(No Reply)'가 등장했습니다. 바로 이 밴드의 보컬 '권순관'이 타루와 함께 노래했기 때문이죠. 그래도 다른 레이블의 유망주를 게스트로 초대하는 파스텔뮤직의 '대인배 기질'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노리플라이의 '앨범 발매 기념 공연', '싸이월드 디지털 뮤직 어워드', 'Live THEY'에 이어 타루의 쇼케이스까지, 최근 상당히 자주 보게되네요. 앞서 이진우도 언급했었지만, 예비군 훈련소를 방물케하는 남성 우위에 조금은 당황한 모습이었습니다.

노리플라이는 앨범 첫 번째 곡인 '끝나지 않은 노래'와 두 번째 곡인 '시야'를 들려주고 내려갔습니다. 곧바로 타루와 함께 불렀던 '내일이 오면'이 이어지리라 기대했는데, 아니었습니다. 노리플라이의 공연은 여성팬이 많고  좌석인데, 이번 공연은 워낙 남성들이 많고 스탠딩이라 반응이 좋았기 때문인지, 두 사람의 모습에서도 전에 느끼지 못했던 열기가 느껴졌습니다. 이 밴드의 노래들은 최근 자주 들었기 때문인지 이제는 조금 따라부르게 되더군요.

드디어 관객 대다수가 기다렸을, 이 날의 주인공 '타루'가 키보드 세션 '오수경'과 등장했습니다. 어둠 속에서 그녀는, 그녀의 1집 쇼케이스를 겸한 파스텔뮤직의 '7주년 기념 공연'이라는 취지에 맞게, 7주년 컴필레이션 앨범에서 그녀가 리메이크했던 'Kiss Kiss'를 들려주었습니다. 워낙 제가 좋아하는 곡이고(스위트피 버전과 타루 버전 둘 다), 싸이월드 뮤직과의 인터뷰에서 이 곡에 대한 그녀의 이야기에 대단히 공감했기에 너무 좋았습니다. 그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이 노래를 들을 때는 정끝별 시인의 <내 처음 아이> 라는 시가 꼭 떠올라요. 내 안에 아직 다 자라지 못한 어린 소녀를 마주하게 되거든요. 사랑을 주세요. 모두 자신안에 있는 유년시절의 이에게 사랑을 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타루>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그래서 제가 파스텔뮤직의 여러 뮤지션들과 그들의 음악을 좋아하는 이유이구요. 그들의 음악에는 분명 '유년시절의 이'를 보듬어주는 무엇이 있습니다. 특히 제가 유독 좋아하는 '미스티 블루'가 꼭 그렇습니다. 1집의 '위로'부터 최근 여름 EP의 '빨간 벽돌집 바이엘'까지 그렇습니다. 타루도 그런 곡들을 쓰는 뮤지션이 되었으면 합니다.

이어 앨범 수록곡 가운데 가장 말랑한 곡이라고 할 수 있는  '연애의 방식'이 이어졌습니다. Kiss Kiss는 1집 수록곡이 아니었으니 그렇다고 해도, 앨범 수록곡에서 Swinging Popsicle이 등장하지 않은 점은 예상 밖에었습니다. 기타를 둘러멘 그녀는 기타 연주와 함께 자작곡 한 곡을 들려주었습니다. '여기서 끝내자'라는 곡으로 기대을 뛰어넘는 몰입도와 감수성에 놀랐습니다. 왜 이 곡은 앨범에 수록하지 않았나요?

오프닝 게스트 '이진우'가 기타 세션으로 등장했고 타루와 함께 'Just Go'를 들려주었습니다. 연주는 좋았지만, 그의 코러스는 소리가 조금 큰 감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추모앨범에 수록되었던 '겨울새'가 이어졌습니다. 이미 예고를 했지만, 눈물을 글썽이는 그녀의 얼굴을 보니 마음은 숙연해졌습니다.

오프닝 게스트부터 기타 세션까지 수고해준 이진우가 내려가고, 드디어 Swinging Popiscle이 무대위로 등장했습니다. 오리지널 밴드와 함께 한 첫 곡은 바로 방방 뛰는 분위기의 'Slow Star'였습니다. 분위기를 바꾸어 방방 뛰는 모습을 보여주는 그녀를 따라 야생타루당원들은 다시 가벼운 마음으로 뛰어올랐습니다. 이어서 새로운 편곡으로 더 신나는 곡이 된 'Yesterday'가 이어졌고 싱얼롱 타임이 시작되었습니다. 절대적 다수를 차지하는 남성팬들의 기세는 좁은 공연장이 아닌, '쌈지 사운드 페스티벌'이나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같이 야외에 방목했다면 슬램이라도 할 기세였습니다. 저는 이렇게 외치고 싶었습니다. '당신의 남동생에게 타루의 노래들 들려주세요. 그리고 그녀의 매력의 노예가 되어 함께 놉시다!'  대한민국 남동생들에게 한 번 즈음은 그녀의 목소리를 들려주어야한다고 생각됩니다.

분위기의 절정은 바로 1집의 타이틀 곡이라고 할 수 있는 'Night Flying'이었습니다. 앨범의 첫 곡이기도 한, 이 곡은 앞으로 타루의 공연에서 언제나 울려퍼질 만한 넘버가 되리라고 생각됩니다. 싱얼롱의 절정이 될 곡이겠구요. 이어서 노리플라이의 권순관이 등장했습니다. 그는 엄청난 열기에 조금은 압도된 분위기였고, 사단을 거느린 타루는 그에게 장난을 쳤습니다. 당연히 '내일이 오면'을 들을 수 있었고 조금은 차분한 분위기가 시작되었습니다. 권순관이 퇴장하고 편안한 팝락 넘버 'Don't let me down', 흥겨운 분위기의 'Talk & Play'와 양심의 판단을 맏기는 '쥐色귀 녹色눈'으로 예정된 순서는 모두 끝났습니다.

당연히도 모든 관객들을 앵콜을 외쳤고, 퇴장했던 타루와 Swinging Popsicle은 다시 무대에 올랐습니다. 그리고 두 곡을 들려주었습니다. 바로 '세탁기'와 'Sad Melody'였습니다. 하지만 독특하게도, Swinging Popsicle의 곡이고 타루가 리메이크한 곡들이기에, 한국어와 일본어로 번갈아 불러 '세탁기 + Snowism'과 'Sad Melody'이 되었습니다. 타루와 미네코가 함께 우리는 두 곡은 앞으로 경험하기 힘든 멋진 앵콜곡들이었습니다. 더불어 앨범을 제작한 오리지널 밴드인 Swinging Popsicle과 함께한 흔하지 않은 공연으로, 타루 1집 및 향후 활동에서 '중요한 이정표'라고 할 수 있는 멋진 공연이었습니다.

3일 연속 공연의 끝, 마지막 날에 뵈요!

2009/09/07 20:50 2009/09/07 20:50

'결코 끝나지 않을 우리들의 이야기' 발매 기념 공연 @ 상상마당

'파스텔뮤직'은 창사 7주년을 기념하여 9월부터 올해 말까지 이어지는 기나긴 공연 시리즈를 준비하였습니다. 총 4개의 'Stage'로 구성되었고 첫 번째 Stage가 9월 4일부터 6일까지 3일간 '상상마당'에서 열렸습니다. 첫 번째는 바로, 역시 7주년을 기념하여 발매된 컴필레이션 앨범 '결코 끝나지 않을 우리들의 이야기'의 발매기념 공연이었습니다. 이 컴필레이션의 부제는 'Hommage to Moonrise'로 이 부제처럼, 바로 '문라이즈 레코드'에서 발매되었고, 얼마전 파스텔뮤직을 통해 재발매된 '스위트피(김민규)'의 첫 번째 앨범 'Neverendingstories(결코 끝나지 않을 이야기들)'에 오마쥬가 담긴 제목이기도 합니다.

이전 컴필레이션 앨범 '크래커'나 '12 songs about you'의 발매기념 공연에서 앨범에 참여했던 대부분의 뮤지션들이 공연에 참여했던 것처럼, '발매 기념 공연'이라고 하여 모든 뮤지션들이 등장한 것을 기대한다면 큰 오해일 수도 있겠습니다. 이번 '발매 기념 공연'에는 참여 뮤지션 중 상대적으로 최근 공연이 없거나 좀 한가한(?) 뮤지션 세 팀이 참여했습니다. 바로 순서대로 '루싸이트 토끼', '재주소년', '짙은'이었습니다.

3일 연속 공연의 시작, 1막 1장의 오프닝을 담당한 '루싸이트 토끼'는 꿈같은 공연으로 초대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는지, '꿈에선 놀아줘'로 문을 열었습니다. 이어 소박한 연애감정을 노래하는 '비오는 날'이 이어졌죠. 두 멤버와 키보드의 세션의 소개도 있었는데, '뭐뭐를 담당한 누구'로 소개하는데 그 담당 영역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요리나 멘트 담당이 있었던거 같은데 이번 소개에서는 빠졌더군요. 그리고 카피곡으로 'Joni Michell'의 'Big Yellow Taxi'가 이어졌습니다. FPM이나 Mondo Grosso의 노래를 카피한 적이 몇 번 있었는데 이 곡은 처음이었습니다. 마지막에 보컬 조예진의 음역 변화로 깜짝 놀랐습니다.

모 건전지의 광고에 등장하는 북치는 토끼에서 영감을 얻어, 토끼의 애환을 담은 '북 치는 토끼'와 '12월'이 이어졌습니다. 1집의 타이틀 곡이었던 12월에 대한 일화로, 2007년 12월 즈음에 라디오 방송에 나간적이 있는데 PD가 12월이 다갔다고 타박을 주었던 이야기를 소개했습니다. 앨범 발매가 2007년 12월 초여서 충분히 홍보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했을 텐데, 그래서 '루싸이트 토끼'는 '뒷 북 치는 토끼'가 되어버린거죠.

역시 '12월'처럼 9월과는 어울리지 않는, 아른한 봄을 노래하는 '봄봄봄'과 마지막 곡이자 2집에 수록될 '손 꼭 잡고'로 순서는 끝났습니다. 10월 경에 앨범 발매와 쇼케이스가 예정되어있는 '루싸이트 토끼'로서는 1집을 정리하는 의미의 공연이었다고 하겠습니다. 이제 다음 공연부터는 2집의 신곡 위주로 꾸려나갈테니 1집의 수록곡은 몇몇만 들을 수 있겠죠.

두 번째는 '재주소년'이었습니다. 문라이즈 레코드에 소속되어 세 장의 앨범을 발매했을 때부터 알고 있었고, 파스텔뮤직 소속으로 발매한 EP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도 갖고 있지만 공연은 처음이었습니다. 두 명의 남자로 이루어진 팀으로 이미지는 그들이 들려주었던 노래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스크린이 오르고 세 곡 '오사카', 'Heart', '마르세유'을 연속으로 들려주었습니다. 그 중에 '마르세유'의 프랑스의 도시 마르세유와 관련된 이야기를 들려주었는데 사실인지 정말 궁금해지더군요.

조용조용한 곡들을 들려주는 두 사람은, 2003년부터 활동하였으니 약 6~7년 정도의 짧지 않은 기간이었지만 멘트에서는 수줍은 모습들을 보여주었습니다. 더구나 두 사람이 서로의 멘트를 중간에 잘라서, 마치 달리기를 하는데 왼발이 오른발에 걸려, 오른발이 왼발에 걸려 자꾸 넘어지는 상황이 연출되었습니다. 물론 재밌었지만요. 이른의 아침의 조깅같은 '간만의 외출'과 너무나 멋들어진 제목의 '그래서 그런지 현실이 낯설었어'을 들려주었습니다. 재밌는 듀오였지만, '그래서 그런지...'에서 은근히 진지한 목소리도 좋았습니다.

7주년 컴필레이션에서 '요조'가 리메이크했던 '귤'도 들을 수 있었는데, 요조 버전과 비슷한 감성이었죠. 컴필레이션에 수록된 신곡 '농구공'과 '이분단 셋째줄'을 들려주고 스크린은 내려왔습니다. '재주소년'이라는 이름은 바로 문라이즈 레코드의 사장이었던 '김민규'가 붙여준 이름이랍니다. 처음 문라이즈 레코드로 데모 테잎을 보냈을 때, 겉에 써있던 '제주대 1학년...'을 보고 '재주소년'이라도 지어주었다네요 '제주'가 '재주'가 된 것은 '지역색'을 지우기 위해서라네요. 저도 '재주소년'이 '제주도'에서 유래되었다고 읽은 기억이 있네요. 그런데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X놈이 번다'에 빗대어 '재주는 소년이 부리고 돈은 사장이 번다'는 실없는 농담이 머릿속에 떠올랐습니다.

재주소년의 음악에서는 야구만화라기보다 야구를 차용한 성장만화였던 'H2'의 작가 '마다치 미츠루'의 작품들처럼 여백의 미가 있으면서도 진중하게 '성장'에 대해 고민하는 흔적이 느껴집니다. 언제쯤 '재주소년'은 '재주청년'이 되어있을까요? 갑자기 '재주중년'이 되어버리지는 않겠죠?

마지막은 '짙은'으로 미모의 첼리스트와 함께 등장하였습니다. 세 팀다 조용한 음악이고 뭔가 '매니악'한 구석도 있어 보이는데 '루싸이트 토끼'가 세 명의 '동인녀'같았고, 재주소년이 그야말로 건프라와 비디오 게임의 '오덕후'같았다고 한다면, 짙은은 'AV 매니아' 정도는 붙여줘야할 법했습니다.(물론 농담입니다.) 개인적으로 짙은의 EP 'Rock Doves'를 발매한 날 클럽 '롤링스톤스2'에서 공연을 보고 EP를 구입했던 기억이 있는데, 여러모로 아쉬웠습니다. 그 당시만해도 그의 보컬에서는 어떤 '과잉'이 있었습니다. 지금과는 다르게 공연에서 과도하게 사용한 '바이브레이션'이 그 과잉이었죠. 그렇게 좋지 않은 첫인상 때문인지, 이후로 그의 공연은 찾아가지 않게 되었죠.

첫 곡으로 '나비섬'을 들려주었습니다. 이어 들려준 '동물원'은 바로 7주년 컴필레이션에 수록된, '토마스 쿡(정순용)'의 곡을 리메이크한 곡으로, 어쩌면 슬프게도, 이번 공연에서 그가 들려준 어떤 곡들보다도 좋았습니다. 밴드 '동물원'의 이야기를 하면서 '다른 모습'을 이야기하기에 '혹시 밴드 이름처럼 술을 마시면 짐승으로 변하기라도 하나' 이런 망상을 했지만, 역시 어림없었습니다. 미모의 첼리스트는 얼마전에 솔로 앨범을 발표한 'Eterno 지송'이라고 합니다. 첼로의 고수라고 하는데, 역시 대단한 연주를 들려주었습니다. 싱글로 발표된 'December'를 들려주었습니다. 그런데 December는 바로 12월로 어찌보면 루싸이트 토끼와 같은 제목이 되네요. 드라마 '트리플' OST에 수록된 'Feel Alright'과 1집의 타이틀 곡 '곁에'가 이어졌습니다. 그가 아끼는 EP 수록곡 'Wonderland'도 들을 수 있었고, '괜찮아'로 첫 째날의 공연이 끝났습니다.

제가 그에게 느꼈던 '과잉의 첫 인상'은 이제 지워야겠습니다. 왠지 클라이막스가 나와야할 법한 곡에서 그 정상까지 올라가지 않는 점은 조금 아쉽지만, 그 나름대로의 '절제의 미덕'을 갖춘 지금의 모습에서 그의 다음 공연이 조금은 기대가 되더군요. 짙은은 'Stage 2'에서 단독 공연이 9월 26일에 예정되어있습니다. 관객들이 퇴장이 끝나고 바로 다음날 공연이 있는 'Swinging Popsicle'이 공연을 위해 상상마당을 찾아오기도 했습니다. 다음 이야기에서 만나죠.

2009/09/07 03:31 2009/09/07 03:31

한희정 Dawny Room Live @ SoundHolic

2009년 8월의 마지막 주 일요일에 있었던 '한희정'의 단독 공연 'Dawny Room Live'.

올해 5월 EP '끈'을 발표하고 왕성한 활동을 보여주는 그녀, '한희정'이 지난 6월의 단독공연에서 한, 8월이 끝나기전에 또 공연하겠다는 약속처럼 'Dawny Boom Live'의 후속 공연을 준비했고, 그 제목은 'Dawny Room Live'였습니다. 바로  나흘 전인 수요일(편성표 시간으로, 사실은 목요일 새벽)에 '음악여행 라라라'에 출연해서 '요조'와 함께 '마이클 잭슨'의 'Beat it'을 멋들어진 어쿠스틱으로 편곡해 들려주었기에 기대는 더 했습니다. 딱 1주 전인 23일에는 같은 장소인 'SoundHolic(사운드홀릭)'에서 '요조'의 공연이 있었기에, 그녀들의 음악여행은 더욱 뜻깊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사실 바로 전주의 결방으로 1주일 연기되어 방송했지만.)

Boom에서 Room으로 바뀐 이번 공연은, 좀 더 편안한 Room같은 소리를 들려주겠다는 그녀의 의미가 담겨 있다고 하겠습니다. 저녁 7시 시작인 공연은, 지난 '요조' 공연처럼 예매 입금 순이었고 저는 '요조의 1번'에 이어 '한희정의 4번'을 획득하는 쾌거(?)를 이룩했습니다. 입장 예정시간인 6시 30분에 가까워가자 사람들은 자동적으로 줄을 서기 시작했습니다. 그 자발적인 질서 정연함은 다른 공연들에서는 보기 힘든 '파스텔뮤직' 대표 뮤지션들 공연의 특징이라고 생각됩니다. ('자발적'이라고 했지만, 이제는 파스텔뮤직의 그런 방식에 익숙해진 것일지도 모르죠. 그만큼 뮤지션 층도 팬 층도 두텁다는 얘기.) 입장은 조금 지연되었지만 당연히 앞줄에 앉아서 볼 수 있었습니다. 공연 포스터에는 없던 게스트로 '미스티 블루(Misty Blue)'가 등장한다기에 더욱 기대가 되었죠.

입장하고 나서 만나게된 낮선 상황은, 지금까지 사운드홀릭 공연의 마스코트 와도 같았던 프로젝터를 위한 스크린 대신 커다란 천이 무대 전체를 가리고 있었던 점이었죠. 지금까지 프로젝터 스크린은 옆으로 무대를 살짝 훔쳐볼 수 있었는데, 이 천은 그야말로 천정에서 바닥까지, 왼쪽 끝에서 오른쪽 끝까지 무대를 완전히 가리고 있었습니다. 그 천 뒤에는 무엇이 기대리고 있을지, 마술상자 만큼이나 궁금했죠.

입장이 완료되고 천 위로 영상이 투사되었습니다. 어디선가 차를 타고 도로를 따라 가는 모습이었고, 공연의 제목대로라면 관객들을 한희정의 집으로 데려가는 것이겠죠. 예상대로 어떤 집의 현관문 앞에서 영상은 끝나고 천은 걷혔습니다. 그리고 관객들은 맞은 것은 각종 소품들(?)을 뒤로 하고 노트북 화면을 보고 있는 그녀의 모습이었죠. 더 놀라운 점은 그녀의 헤어스타일이었습니다. Boyish하게 짧아져있는 그녀의 모습은 얼마전의 '음악여행 라라라'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죠. 방송국 개편과 함께 DJ에서 하차하면서 심경의 변화가 생겼던 것일까요?

공연 제목 Dawny Room Live에서 예상했던 것처럼, 그녀는 정말로 무대를 그녀의 방처럼 꾸몄습니다. 노트북을 하던 그녀는 웹서핑을 하면서 리플이라도 보고 있었는지 "한희정 못 생겼다고? 거울이나 보고 살라지", 이런 식의 혼잣말을 했습니다. 웹서핑을 마친 그녀는 노래 연습을 시작했고, 어디선가 다른 악기들의 소리가 들려왔죠. 사실은 널판지 위에 그려진 각종 소품들(TV, 창문, 빨랫대 등) 뒤에는 세션들이 숨어있었고, 옆에서 살찍 보였습니다.

Dawny Room Live의 컨셉인 편안함을 대변하듯, 편안한 곡 '산책'으로 본격적인 Live가 시작되었습니다. 이어서 'be still my heart, my heart be still'라는 후렴구가 인상적인 카피곡 'Be still my heart'가 이어졌습니다. 더불어 공연연습이 이어졌고, 앞으로 계속 한희정 공연의 오프닝 곡으로 사랑받을 'Acoustic Breath'를 제목처럼, 어쿠스틱 기타 연주와 함께 들을 수 있었습니다. 작금의 대한민국을 생각하게 하는 '잃어버린 날들', 각각 '이별 후, 사랑했던 순간에 대한 회상'과 '이별의 순간'을 노래하는 두 곡 '우리 처음 만난 날'과 '브로콜리의 위험한 고백'이 멘트 없이 이어졌습니다. '음악여행 라라라'에서 '하나둘서이너이'가 너무 인상적이었던 곡 '솜사탕 손에 핀 아이'가 역시 그 하나둘서이너이로 시작되었습니다.

그렇게 노래를 들려주던 그녀의 집에 누군가 놀라왔습니다. 바로 같은 소속사이자 절친한(혹은 하다고 생각되는) '미스티 블루'였습니다. 여러 사람들은 데려온 미스티 블루는 앨범 홍보와 홍보를 위한 퀴즈를 내어서 드디어 관객들과의 소통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예전에 한희정과 함께 불렀던 '화요일의 실루엣'을 들려주었습니다.

기억을 되돌리면 2006년 5월 파스텔뮤직에서는 'Love Summer'라는 제목으로 '푸른새벽'과 '미스티 블루'의 조인트 공연을 기획했었습니다. 금요일과 토요일, 이틀에 걸쳐 열렸던 공연으로 각기 다른 장소인 'Live Club SSAM(쌤)'과 클럽 '빵'에서 열렸었죠. 저는 토요일 빵에서 열렸던 공연을 보았어요. 푸른새벽과 미스티 블루는 두 밴드의 대표곡을 한 곡 씩 같이 불렀고, 바로 이 날 들려준 '화요일의 실루엣'이 그 한 곡이었고 다른 한 곡은 '스무살'이었습니다. 미스티 블루는 아직도 활동하지만, 푸른새벽은 더 이상 지구상에 없기에 두 밴드가 함께했던 스무살은 이제는 기억 속에서만 간직해야했죠. 뭐, 한희정의 지난 공연들에서도 그랬듯이, 그녀는 혼자 푸른새벽의 노래를 하지 않기에 기대도 하지 않았지만요. 얼마전에 발매된 여름 EP 홍보곡 '빗방울 연주'를 들려주고 너무 짧아서 아쉬운 게스트 공연은 그렇게 끝났습니다.

이어 EP '끈' 수록곡 '끈'과 '러브레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EP 수록곡들 중에서도 EP의 주제에 가장 부합하는 두 곡이라고 할 수 있는데, '러브레터'는 특히나 제가 좋아하는 곡으로 라이브로 들을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정말 아련하네요. 오래된 슬픔은 언제쯤이나 바스라질 수 있을지. 1부의 마지막 곡은 늦었지만 휴가를 떠나는 기분을 위해 '휴가가 필요해'였습니다. '2부를 위한 복선'이었다고 할까요?

1부와 2부 사이에도 역시 스크린을 통해서 영상을 볼 수 있었습니다. 서울 상암동 즈음에서 어디론가 떠나는 모습이었어요. 동해일까요? 고속도로를 타고 긴 여정의 끝 스크린이 올라가고 2부가 시작되었습니다.

2부에서는 1부의 집안 소품들이 사라지고 왠 모닥불이 가운데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주위로 한희정과 세션들이 그 주위로 둘러앉아있는 상황이었죠. 그리고 신나는 카피곡이 이어졌습니다. 지난 두 번의 공연에서 무려 '토요일 밤에'나 '여름 안에서'같은 파격적이라고 할 수 있는 곡들과 '동요 메들리'라는 의외의 곡들까지 카피해서 들려준 그녀였기에 기대되는 상황이었습니다. 이번에 들려준 곡은 바로 '여행을 떠나요'로 기대가 컸기때문인지, '임팩트'는 약했습니다. 그리고 조용한 분위기의, '캠프파이어의 고전'이라고 할 수 있는 모닥불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번 여름에 휴가를 가지 못한 그녀가 역시 그러지 못한 사람들을 위한 선물이었는데, 즐거운 분위기는 길게 가지 않았습니다. 세션 멤버 소개가 있었는데, 드럼과 베이스의 두 남자는 바로 밴드 '쿨에이지'의 멤버들이었습니다. 귀여운 코러스는 고등학생이라고 하네요. 이 공연의 세션들과 다음 앨범을 녹음할 거라니 기대가 되더군요.

이어서 그녀의 홈페이지를 통해 가사가 공개되어 기대를 하게 만들었던 '반추'을 처음으로 들을 수 있었습니다. 처음 공개하는 신곡이었죠. 이어서 1집과 EP에는 수록되지 않았지만 그녀가 공연에서 종종 들려주었던 '우습겠지만 믿어야할'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내년 초 즈음에 또 다른 EP가 나올 수도 있다고 들은 기억이 있는데, 이 곡이 반드시 실리면 좋겠더군요. 그 정도로 좋았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을 알리는 곡과 정말 제목이 마지막인 곡이 이어졌습니다. '멜로디로 남아'에는 그녀의 노래들, 공연들이 관객들 기억 속에 오래오래 남길 바라는 마음이 담겼있다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제목 그대로 '끝'으로 '정규 셋리스트'는 끝났습니다.

끝났습니다...만 역시나 그녀는 솔직히하게 앵콜곡을 들려주었습니다. 나이가 드니 내려갔다 올라오는게 쉬운게 아니라며, 요즘 앵콜곡으로 애용하는 느낌인 '드라마'와 '나무'로 Dawny Boom Live는 막을 내렸습니다. 10월에 예정되어있는 두 번째 이야기는 또 어떤 컨셉일지 기대가 되네요. Dawny Boom Live vol. 2에서 뵙기로 하죠.

2009/09/05 10:11 2009/09/05 10:11

요조 Live - 내가 노래할께 2 @ 8월 23일 SoundHolic

약 4주 전인, 7월 23일에 '상상마당'에서 열렸던 '민트페스타 vol. 21'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던 '홍대 얼짱' '요조'는 결국 'SoundHolic(사운드홀릭)'에서 열린, 그녀의 단독 공연 '내가 노래할께 2'를 예매하게 만들었습니다. 이번 공연은 지난 파스텔뮤직의 공연들이 티켓팅 순서로 입장을 하기에 티켓팅 한 두 시간 전부터 줄을 서야했던 불편함을 개선하여 예매입금 순서로 입장번호가 배정되기에 여유롭게 사운드홀릭으로 향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상당히 빠르게 예약하고 입금하였다고 생각은 했는데, 입장번호는 무려 1번이었고 당연히 가장 앞줄에서 공연을 감상할 수 있었죠. 티켓팅하느라 기다리고, 입장줄 서느라 기다렸었는데, 이번에는 좌석까지 번호로 배정되어 있어서 사실상 빨리 예약하고 공연 시작 전에만 티켓팅하면 되는, 시간 낭비 없는 절차가 좋더군요.

지난 민트페스타 공연에서 기타리스트 관영과 퍼커션 세션과 함께 3인조로 등장하여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었기에, 이번에도 그런 3인조 공연을 기대하고 자리에 앉았습니다. 시작 예정시간인 6시가 조금 지면서 언제나 사운드홀릭의 공연전이나 인터미션에 만날 수 있는 스크린으로 '노래 연습'이라는 글이 나왔습니다. 이어 스크린 속에서 등장한 요조는, 쓰면 눈이 빙글빙글 돌아갈 법한 큰 뿔테안경을 쓰고 침대에 앉아 마치 '건어물녀'라도 된듯, 기타 반주에 맞춰 '연애는 어떻게 하는 거였더라'를 들려주었습니다. 그리고 '내가 또 노래할께'는 시작되었습니다.

지난 공연처럼 3인조가 아닌, 기타, 베이스, 드럼, 그리고 키보드 세션을 대동하고 등장한 요조는 리메이크 곡 'Sunday'를 들려주었습니다. 첫곡이기 때문인지 지난 공연처럼 재치를 보여주지는 않았죠. 일요일이기 때문에 Sunday를 첫곡으로 선택하였다네요. 그리고 긴 멘트 없이 노래 중심으로 공연은 이어졌습니다. 라디오 진행을 하면서 너무나 말을 하다보니 평소에는 말수가 적어졌다는군요. 어린시절 놀이를 차용한, 보사노바풍의 편안한 '아침 먹고 땡'에 이어 요조의 1집에서 가장 독특한 곡 '바오밥나무'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바오밥나무는 소설 '어린왕자'에 등장하여 별에 뿌리내려 그 별을 파괴시킨다는 나무입니다. 별을 감싸는 바오밥나무처럼 그녀의 목소리가 듣는이를 감싸는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소근거리는 듯한 목소리에 몽환적인 사운드가 만난 '모닝스타'에 이어 깜짝 커버곡이 이어졌습니다. 바로 우리나라에서도 인기가 좋은 'Jason Mraz'의 인기곡 'I'm yours'였습니다. 저도 좋아하는 곡이라 가사를 아는 부분은 따라서 흥얼흥얼할 수 있었습니다. 이어서 지난 공연에서 농밀한 어쿠스틱 사운드로 관객을 압도했던 그 곡 '꽃'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어쿠스틱이 아닌 몽환적인 밴드 사운드로 다시 한번 관객을 사로잡았습니다.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 민홍형의 간결하고 절제된 가사와 곡이 결합한 '꽃'은 요조를 통해 활짝 피어났습니다.

'숨바꼭질'이 이어졌고 요조는 이때부터 어쩐이 울먹이는 표정이었습니다.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와 함께했던 앨범과 그녀의 1집 사이에 있었던 아픈 일이 생각난 것은 아니었을지요. 바로 다음곡이 '그렇게 너에게'였으니까요. 요조를 상당히 좋아하시는 분들은 아실지도 모르겠지만 가사가 상당히 의미심장합니다. 그렇기에 그녀의 울먹이는 표정은 짙어졌습니다. 꽃이 끝나갈 무렵 요조는 갑자기 무대 밖으로 나갔고, 밴드의 연주는 계속되었습니다. 후반부는 꽉 들어찬 몽환적인 밴드 사운드로 편곡된 '그렇게 너에게'는 '꽃'에 다시 관객을 압도했습니다. 곡이 끝나고 스크린이 내려왔고 그렇게 1부가 끝났습니다.

기대하지 않았던, 깜짝 게스트가 등장하였는데, 첫인상은 '주먹 좀 쓰시는 동네 형님'같은 인상의 '김마스타'였습니다. '살롱 바다비'의 공연일정에서 종종 보았던 이름인데 공연은 처음이었죠. 얼마전에 무려 4집을 발표했다고 하네요. 심의를 통과하지 못한 타이틀곡 '1 Shot'을 들려주었고, 방송용 타이틀곡 한 곡을 더 들려주었습니다. 요조와는 같은 동네 주민이라고 하는군요.

이어 시작된 2부는 '요조'하면 빼놓을 수 없는 곡 'My name is Yozoh'로 시작되었습니다. 랩같은 가사는 랩퍼였던 그녀의 과거를 생각나게 했고, 인상적인 기타리프는 흥겨운 곡에 긴장감을 더했습니다. 이어 1집의 타이틀곡, 사랑스러운 웃음과 눈물의 '에구구구'가 이어졌습니다. 요조의 엉뚱함을 생각하면 빼놓을 수 없는 곡이자, 누군가(누구? 주성치!)가 들을까봐 잘 불러야하는 곡 '슈팅스타'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왠지 복고적은 로큰롤 분위기의 연주에 맞춰, 탬버린을 흔들며 함께 낭창낭창 몸짓을 보여주는 그녀의 모습은 편안해 보였습니다. 그 분위기를 이어 흥겨운 로큰롤 사운드의 커버곡이 이어졌는데 바로 'Beatles'의 'Revolution'이었습니다.

노래만 줄창 불렀던 1부와는 다르게, 그녀의 2부 모토는 관객과 함께 즐기는 것이었습니다. 좌석 공연이었지만, 그녀의 요청에 관객들은 모두 일어섰습니다. 요조를 '음란가수(?)'로 만든 '바나나파티'와 4차원 세계의 주민들이 등장하는 가사의 '그런지 카'가 이어졌죠. 사랑에 빠지고 싶게 하는 곡 'Love'에서는 탬버린을 두드리느라 그녀의 허벅지는 고생을 했습니다. 마지막 곡은 제목과는 덜 어울리게 뽕끼가 강한 '사랑의 롤러코스터'가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관객들은 한 사람도 자리에서 일어나 갈 생각은 하지 않고 '앵콜'을 연호했습니다. 요청에 응한 그녀와 밴드는 이번 공연에서 유일하게 어쿠스틱으로 '아 외로워'를 들려주었습니다. 얼마나 그녀가 외로웠으면 이 곡을 앵콜곡으로 준비했을지 궁금하기도 했지만, '사운드체킹'까지 필요한 그녀의 어쿠스틱 밴드는 너무 재밌었습니다. 그리고 그녀 이름으로 발매된 두 장의 앨범의 수록된 곡들의 대부분들 들려준, '내가 노래할께 2'는 그렇게 막을 내렸습니다.

지난 그녀의 단독 공연 '내가 노래할께'에서는 민트페스타에서 보여준 공연과 마찬가지로 3인조 어쿠스틱 밴드로 공연을 진행했다고 하는데, 후속편이라고 똑같은 편성을 보이지 않고 예상를 깨는 밴드와 함께 등장한 그녀의 모습에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그녀의 공연을 못본 오랜 시간 동안, 확실히 그녀의 내공은 몇 갑자나 늘어있었습니다. 앨범으로 듣는 음악과는 차별화된 공연을 보여준다면, 그녀의 공연은 분명 인디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보아야할 공연'이 될 것입니다. 앞으로 더 발전해나갈 그녀의 모습과 다음 앨범이 기대되네요.

사진과 영상은 http://loveholic.net 에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2009/08/25 23:54 2009/08/25 23:54

제 36. 37회 싸이월드 디지털 뮤직 어워드

2009년 8월 20일 서울 어린이대공원에서 열린 '제 36, 37회 디지털 뮤직 어워드(Digital Music Awards ; DMA)'에 다녀왔습니다. 7시부터 행사시작이라고 하기에, 제게는 너무나 먼 어린이대공원까지 부랴부랴 달려갔고 6시 30분경 도착하여 입장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DMA 시상식장인, 어린이대공원 안에 위치한 돔아트홀 입구에 도착하니 막 입장이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Chisette Michele'이라고 길게 씌어진 종이(?)를 나누어주고 있더군요. 누군가 했는데 나중에 밖혀지더군요. 하지만 역시나 DMA는 7시 정시에 시작되지 않고,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지연을 보였습니다.

돔아트홀에 입장 후 지난 '제 34, 35회 DMA'의 영상을 보여주었고, 지난 탐음매니아상 수상자인 '에픽하이(34회)'와 '박지윤(35회)'의 공연 영상을 비롯하여 지난 시상식 볼 수 있었습니다.개인적인 사정으로 지난 시상식에 참여하지 못하여 박지윤을 못 본 점을 아쉽게 하는 영상이었죠. 영상 밑에는 자막으로 이번 시상식 진행자와 출연자들을 알리고 있었습니다. 진행자는 손호영이었습니다. '탐음매니아상' 수상자인 '윤상(37회)'과 '노리플라이(36회)', 'Rookie ot the Month'의 '4minute(36회)'와 'Supreme Team(37회)', 그리고 'Song of the Month'의 'Outsider(36회)'와 '2NE1(37회)'의 이름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수상과는 관계가 없는 이름들, 인지도가 높은 '8eight'과 처음 보는 이름인 '비욘드 더 시크릿'과 '안효식'이 보였습니다.

이제는 DMA의 명물이라고 할 수 있는 '오렌지카펫'이 시작되었습니다. '비욘드 더 시크릿'과 '안효식'은 지난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출신이라고 하네요. 최근 싸이월드에서 진행하고 있는 '제 20회 유재하 음악경연대회'을 염두해둔 섭외가 아닌가하네요. 인기가수라고 할 수 있는 '4minute'과 'Outsider'가 카펫위에 섰을 때 함성을 대단했고, 요즘 가요계의 정상에 있는 '2NE1'의 순서에서는 시상식장이 거의 떠나갈 듯했습니다. 모든 출연자들이 오렌지카펫 위에 슨 모습은 실시간 중계를 통해 시상식 장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진행으로는 예고되었듯이 '손호영'이 등장했습니다. 첫 순서는 오프닝 무대였습니다. 바로 처음 보는 이름들인 '비욘드 더 시크릿'과 '안효식'이 등장하여 한 곡 씩 불렀습니다.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출신답게 발라드곡들을 들려주었습니다. 2000년대부터 가요계가 급격히 댄스 음악 위주가 되었기에, 최근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출신 중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팀이 거의 없는 만큼, 이 팀들이 대중적 성공 가능성은 크지 않아보였습니다.

이어 '탐음매니아상' 시상의 순서였습니다. 하지만 시상식은 다른 무대에서 이미 진행되었고 수상자들의 공연과 인터뷰만 있었습니다. 이번 시상식은 지난 시상식과 비교했을 때, 라이브를 위한 세팅에 신경을 쓴 흔적이 무대 위에서 드러나고 있었는데, 앞선 '비욘드 더 시크릿'도 이 혜택을 보았습니다. 그 세팅은 역시 탐음매니아 수상자를 위한 배려였죠. 먼저 '노리플라이'가 세션 밴드와 등장해서 데뷔앨범 수록곡 가운데 가장 빠른 곡이라고 할 수 있는 '시야'를 들려주었습니다. 그리고 타이틀 곡인 '그대 걷던 길'도 들을 수 있었죠. 큰 무대였지만, '준비된 신인'답게 매끄러운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경향이 '걸그룹'과 '댄스 혹은 힙합'이기에 이 팀의 대중적 성공 가능성은 역시 어두웠습니다.

이어서 이번 DMA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을, 이제는 '가요계의 원로(?)'라고 부를수도 있을 '윤상'이 등장했습니다. 다수의 세션들과 등장한 그의 모습에서 DMA답지 않은 세팅은 바로 윤상을 위한 것이었다고 확신할 수 있었습니다. 첫 곡은 당연히도 얼마전 발매된 6집의 타이틀 곡 '그 눈 속엔 내가'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유창한 멘트로 윤상의 단독 공연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두 번째 곡은 모 CF에서 리메이크해서 더 유명한 '한 걸음 더'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1990년에 발표된 곡인데도 전혀 촌스럽지 않은 느낌은 정말 '20년을 앞서나가는 윤상'의 음악 세계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어 '노리플라이'와 '윤상'의 인터뷰가 이어졌습니다. 인터뷰존 바로 앞쪽 첫 번째 줄에 앉아있던 저로서는, 처음에는 가운데 자리로 배정이 되지 않았던 점을 아쉬워했었습니다. 하지만 바로 앞에 있던 것이 인터뷰존임을 알게 되니 불만이 사라지더군요.

이어서 'International Artist of the Month'라는 해외 뮤지션에 대한 수상이 이어졌습니다. 당연하게도 실제 공연은 없었고 뮤직비디오가 대신하였죠. 입장할 때 보았던 'Chrisette Michele'이라는 이름은 바로 36회 수상자였습니다. ' What you do'라는 곡으로 수상했는데, 우리나라에서도 인기가 좋은 'Ne-yo'가 피쳐링 및 작사를 한 곡이라고 합니다. 지난 시상식에서도 'Ne-yo'가 피쳐링으로 참여한 'Be on you'라는 곡으로 'Flo Rida'가 수상(34회)을 했었던 점을 생각하며느 Ne-yo의 목소리야 말로 '마이다스의 목소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본인의 곡들도 상당히 좋고, 피쳐링한 곡들까지 인기가 좋으니 말이죠. 이 부문의 37회 수상자는 필리핀의 밴드 'MYMP'가 수상했습니다. 얼마전에 CF 삽입곡으로 인기를 모은 인도네시아 밴드 'Mocca'가 우리나라에서 공연을 하기도 했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 동남아 음악에 대한 관심이나 인지도는 상당히 떨어지는 상황이었기에 의외였습니다. 하지만 오로지 '음원 판매량'을 기준으로 하는 가장 공정한 시상식인 싸이월드의 '디지털 뮤직 어워드'였기에, 그러려니했죠.

이제부터는 거의 '음악중심'이나 '인기가요'에 비견할 만한 공연이 이어졌습니다. (물론 지난 시상식이 라인업이 더 대단했죠.) 이번에 신설된 부문인 'Ting's choice Artist'의 시상이 이어졌습니다. ting은 SK텔레콤의 브랜드로 싸이월드 역시 SK계열이기에 이런 상이 만들어졌나 봅니다. 수상자는 바로 '8eight'이었습니다. 최근 '심장이 없어'와 '잘가요 내 사랑'의 연타석 인기로 확고히 인기가수 반열에 든 그들이었기에 수상했으리라고 생각됩니다. 역시 앞서 언급한 두 곡을 들려주었습니다. 음원으로 듣거나 TV로 볼 때는 몰랐는데 라이브 실력이 상당하더군요. 한 명은 남성 보컬, 한 명은 여성 보컬, 한 명은 랩, 이렇게 역할 분담이 잘 되어있었고, 특히 남성 보컬의 목소리는 시원시원하였습니다.

'Rookie ot the Month' 부문 시상이 이어졌고 36회는 바로 '4minute'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에게는 '원더걸스'의 전 멤버 '현아'가 참여한 걸그룹으로 더 잘 알려져있죠. 조만간 미니앨범이 발매 예정으로 아직 정식으로 발표한 곡 'Hot issue'외에는 없기 때문인지, 첫 곡은 걸그룹들이 상당히 많이 사용하는 'Jamelia'의 'Superstar'에 맞춰 앙증맞은(?) 춤을 보여주었습니다. 수상후에는 당연히 'Hot Issue'를 들을 수 있었죠. 음원으로만 듣다가 이들의 무대를 제대로 보는 것은 처음이었는데, 멤버들의 나이가 최고 1990년 생인지라 상당히 귀여운 면이 많더군요. 그만 미니앨범을 사겠다고 다짐하고 말았습니다.

37회 수상자는 '홍대의 동방신기(혹은 언더그라운드의 빅뱅)'이라고 불린다는 'Supreme Team'이 었습니다. 저는 이들의 음악보다는 제가 좋아하는 '키아누 리브스'의 출연작들 가운데 제가 어린시절 좋아했던 영화 '엑설런트 어드벤쳐'에 대한 오마쥬가 느껴지는(영화의 포스터를 따라한) 자켓 이미지로 기억하고 있는 팀이기도 합니다. 주고 받는 랩이 독특한 'Supermagic'으로 분위기는 달아올랐습니다. 'T 윤미래'가 피쳐링으로 참여하여 이 팀의 유명세를 더해주었을 '나만 모르게'는 T가 등장하지 않아 아쉬웠지만, T의 탁월함을 새삼스럽게 다시 생각하게 만들더군요. 하지만 '다이나믹 듀오'와 '에픽하이'에 이어 대한민국 힙합신의 또 다른 기둥이 될 수 있을지 기대가 되는 팀이었습니다. 이어 두 팀의 인터뷰가 이어졌는데, 4minute은 조금은 어이없는 대답으로 역시 어린티가 나더군요. Supreme Team은 의외의 사투리가 재밌었습니다.

드디어 이 시상식의 절정이라고 할 수 있는 'Song of the Month'의 시상이 시작되었습니다. 36회 수상자는 '외톨이'로 혜성처럼 등장하여 깜짝 놀랄만한 의외의 인기를 얻은 'Outsider'였습니다. 첫 곡의 제목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백댄서를 대동한 점부터 시작하여 상당한 퍼포먼스를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두번째 곡 '외톨이'의 랩은 거의 알아듣기 힘들 정도로 빠르지만, 수 많은 여중고생들은 잘도 따라하더군요. 6월 동안 음원을 약 25만 곡이나 팔았다는군요. 개인적으로는 너무 가벼운 목소리의 아쉽기만 합니다. 그런데 어핏보면 '김명민'씨를 닮지 않았나요?

시상식은 대미는 바로 37회 수상자이자 지난 제 34회, 35회에서 이미 삼관왕을 달성했던 '2NE1'의 무대였습니다. 지난 시상식에서 두 개의 상을 안겨주었던 'Fire'로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미니앨범에 수록되었던 다른 곡들을 기대했기에 아쉬웠지만, '다라'를 보고 있으니 마음이 그냥 훈훈해지면서 얼굴에서는 웃음이 떠날 수가 없었습니다. 리더 'CL'의 애교 '2NE1 많이 사랑해 주실거죠?'도 재밌었고, '박봄'과 '다라' vs '민지'와 'CL'로 상당한 나이 차이로 인해 '올드걸'과 '영걸'로 나눌 수 있는 독특한 멤버 구성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했습니다. 마지막 곡은 역시 2NE1을 이 자리에 있게해준, 7월 동안 무려 32만 여곡이 팔렸다는 'I don't care'였습니다. 옆쪽 자리에서는 역시 사진 찍기가 힘들더군요.

상당히 여러팀이 등장했지만 빠른 진행으로 생각보다 빠르게 시상식은 끝났습니다. 즐겨듣지 않는 팀들이 꽤 있었지만 역시 공연을 보는 재미는 음원으로 듣는 재미와는 또 다른가 봅니다. 다음 DMA도 기대가 되네요.

사진은 http://loveholic.net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2009/08/24 21:59 2009/08/24 21:59

Miller Fresh M - Stage 1 in 7월 31일 Platoon Kunsthalle

맥주로 유명한 'Miller'에서 주최하는, 7월의 마지막 날 밤에서 8월의 첫날 새벽까지 이어지는 파티 'Miller Fresh M - Stage 1'에 다녀왔습니다. 'Miller Fresh M'은 단순히 제품의 홍보를 위한 단발성 이벤트가 아닌, 실력있는 일렉트로니카 뮤지션과 그래픽 디자이너들을 선정하기 위한 competition의 목적도 겸하고 있고, 이 선발과정은 1회에 그치지 않고 총 3회에 걸쳐 이어질 것이기에 뒤에 'Stage 1'이라는 부제가 붙었습니다. 최종 선발된 팀은 내년 3월 미국 마이애미에서 열리는 '윈터뮤직페스티벌'에 한국 대표로 참여한다고 하네요.

제가 관심있던 것은 미술작품보다는 역시 '음악'이었고 '맥주'였습니다. 더불어 올해 초에 한번 우연히 지나가다 본 일이 있는, 컨테이너 박스 모양의 건물인 Platoon Kunsthalle의 내부 모습도 궁금했죠. 입장은 7시 30분부터 시작이었지만, 무슨 문제인지 지연되었고 사람들이 모두 입장하기 까지는 1시간 이상이 소요되었습니다. 2천명 내외의 사람들이 초대되었고, 19세 미만은 입장불가였기 때문에 한 사람 한 사람 신분증 검사가 이루어졌기 때문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었죠.

저와 일행들은 상당히 빨리 입장해서 시원한 맥주를 즐기면서 Kunsthalle의 내부도 구경하고 여유롭게 시간을 보냈습니다. 내부에는 전시공간과 작가들을 위한 작업공간, 그리고 Bar와 Room까지 있었고, 옥상에는 바베큐 파티가 가능한 공간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점은 공연과 디제잉을 위한 무대가 상당히 넓었고 원활한 진행을 위한, 각종 장비들을 설치할 부스가 양측에 있는 점이 눈에 띄였습니다.

1~2시간을 그렇게 보내다 보니, 어느새 좁지 않은 Kunsthalle는 사람으로 가득찼고, 유명 디자이너 '하상백'이 등장하여 진행을 시작했습니다. 총 8팀의 공연이 준비되어있었고, 첫 팀으로 'Mindbusters'라는 팀이 등장했습니다. 가장 먼저 등장했기에, 그리고 도수나 낮은 맥주이지만 점점 인지능력을 조금씩 잠식해 갔기에, 다른 한 팀을 제외하면 가장 기억에 남는 팀이기도 했습니다. 멋진 디제잉에 맞추어, 그리고 맥주의 알콜에 힘입어 약 2천명에 이르는 사람들은 무아지경에 빠져들었습니다.

그렇게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 보니 너무 덥기도 하여 밖으로 들락날락하다가 아는 얼굴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바로 얼마전에 상상마당에서 공연을 보았던 '해오'씨였습니다. 반가운 마음에 아는 척을 했더니, 놀라면서 혹시 공연하는 것 알았는지 묻더군요. 전혀 몰랐고 깜짝 놀랐습니다. 알고 보니 'Starsheeps'라는, 이번 대회에 참가한 팀의 멤버였고, 안내물을 보니 'mayo'라는 이름이 Starsheeps의 멤버로 있었습니다. '해오'이전에 'Yellowmayonaise'로 솔로활동을 시작한 그의 또 다른 예명이었죠. 그리고 바로 이 팀이 그 날 가장 기억에 남는팀이었습니다.

네 번째 정도로 등장한 Starsheep는 다른 팀과는 차별화된, Mayo의 기타(일렉트릭 & 어쿠스틱)연주가 어우러진 사운드를 들려주었습니다. 관객들의 반응은 그때까지도 뜨거웠죠. 하지만 원활하게 이어지지 못하고 2차례 정도 음악이 끊기는 사태가 발생하여 많은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여덟 팀 가운데 네 팀이 진출하는 Stage 2에서 과연 만날 수 있을까 걱정이 되더군요. 그렇게 Starsheep의 차례가 끝나고 해오씨와 그리고 일행들고 이야기를 하다보니 다음에 나온 팀들은 전혀 관심 밖이더군요. 게다가 시간이 상당히 늦어져 대중교통의 막차시간의 압박과 열기를 뿜어낸 사람들이 삼삼오오 밖에서 담소를 나누러 나갔기에, 초반과는 다르게 조금 한적해진 분위기였습니다.

하지만 분위기는 유명 DJ 'DJ Krush'의 등장으로 다시 한바탕 뜨거워졌습니다. 8 팀의 공연이 끝나고 축하무대로 등장한 그는 역시 이번 대회에 참가한 팀들과는 다른 차원의 사운드를 들려주었습니다. 디제잉에 문외한인 저에게도 부담스럽지 않고 매끄럽게 들릴 정도 였으니까요. 그렇게 새벽은 지나갔고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먼 길을 돌아왔습니다.

피곤하기는 했지만 쉽게 경험하기 힘든, Kunsthalle의 훌륭한 시설과 무대 그리고 뮤지션들의 좋은 음악, 그리고 맛있는 맥주 Miller가 겯들어진 멋진 밤이었습니다. 다음 Stage가 기대되네요.

사진은 http://loveholic.net 에서 보실 수 있어요.

참가팀들의 음악은 밀러 홈페이지 http://www.miller.co.kr/miller_fresh_m/miller_fresh_m/miller_fresh_m.asp 에서 감상하실 수 있어요.

2009/08/13 21:21 2009/08/13 21:21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 in 2009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얼마전에 열렸던 '2009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은 라인업이 공개되면서 그 라인업이 '쌈지 사운드 페스티벌'을 연상시킨다하여 '쌈사포트'라고 불리기도 했습니다. 바로 같은 기간, 다른 곳에서 열리는 '지산밸리 락 페스티벌'로 해외 유명 뮤지션들이 대거 포섭되면서, 국내 뮤지션 위주로 꾸려나게된 결과죠. 한마디로 '안습의 펜타', '패배의 펜타'였습니다. 저는 인천에 거주하고 쌈사포트가 되어 조기예매시 3일권을 6만원에 구입할 수있어서 펜타포트를 선택했죠. 하지만 1일 초대권의 남발로 여러곳에서 초대권을 얻어서 조합하면 3일을 다 볼 수도 있어서 '분노의 펜타'가 되어버리더군요.

첫 날 가장 관심가는 밴드는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였습니다. 그나마 뒤늦게 공개된 라인업에는 원래 마지막 날인 일요일 순서였는데,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페스티벌 시작 1~2일전에 금요일로 바뀌었더군요. 지산쪽으로 분산이 되었을테고, 첫 날에 아직 이른 시간이라 그랬는지, 펜타포트는 한산했습니다.

'고고보이스'의 다음 순서로 무대에 올라온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는 3인조로 올라왔습니다. 작년의 어쿠스틱 공연을 빼면 참 오랜만에 보는데, 민홍형은 역시 기타를, 은지누나는 베이스를 메고 있었고 그리고 요조와 함께 하던 시절 드럼을 담당했던 진호씨가 올라왔습니다. 두 남자는 원래 그 포지션이었지만, 오래 못본 동안 사진으로만 보아온 베이스를 멘 은지누나의 모습 때문에 어떤 다른 음악적 변신이 있었는지 궁금했습니다. (은지누나는 원래 베이시스트였답니다.) 1집과 2집 사이에서 큰 음악적 변화를 보여주고, 2집의 색은 3집과 또 다른 앨범인 '요조'와의 합작 앨범으로 이어졌는데, 멜로디언이나 키보드대신 베이스가 등장했다는 것은 큰 변화를 예고하기에 충분했으니까요.

5곡 내외를 들려주었는데 모두 신곡이었습니다. 4집에 수록될 곡들로 펜타포트에서 처음 들려주는 곡들도 있다나요. 4집의 첫인상은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식 슈게이징'이었다고 할까요? 1집이 '제 1기', 2집과 3집 그리고 요조 합작이 '제 2기'였다면 '제 3기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의 시작'이라고 해야겠습니다. 보컬은 극히 자제하고 신발끝을 바라보며 연주에 집중하는 슈게이징 음악처럼 연주에 상당히 중점을 두었기에, 진짜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인지 낯설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변화가 있었지만 그래도 '소규모다움'을 잃지 않았습니다. 앞선 분위기가 상당히 분위기를 띄워놓은 상태라서 '락 페스티벌'과는 거리가 있었던 소규모의 음악이 걱정이 되었는데, 괜한 걱정이었죠.

쉽게 싱얼롱할 수 있는 소규모만의 특기라고 할 수있는, 단순한 멜로디와 그만큼 단순한 가사, 그리고 소박한 참여를 이끌어내는 소규모만의 마력으로 관객들을 움직였습니다. 관객들은 앞선 밴드때보다도 뜨거웠고, 더욱 많이 모여들어서 '그래도 펜타포트가 완전 망하지느 않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그리고 약 30분의 공연은 너무 짧게도 지나갔습니다. 단독공연이 기대될 뿐이었죠.

소규모의 순서가 끝나고 무대 뒤쪽으로 가니, 다행히도 소규모의 멤버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언제나 관객석을 유심히 보는지, 저보고 맨 앞에서 열심히 봤다고 하는 은지누나의 말은 참 오랜만이고 즐거웠습니다. 아주 예전에 소규모의 단독 공연 뒷풀이때였나, 그때도 그런말을 들었었거든요. 대학생으로 보이는 여자 두 분이 종이에 싸인도 받고 기념 촬영도 하고 가더군요. 영화 때문인지 아니면 방송 때문인지, 12시부터 촬영을 위해 쉬러가는 모습을 뒤로 하고 돌아왔습니다. 오랫동안 함께한 진호씨는 정식 멤버로 영입이 되었더군요.

KBS1 TV에서 지난주 금요일(8월 7일부터)부터 총 3부작으로 매주 한 편씩,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의 음악 여행을 방영하고 있네요.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의 여름 소야곡'이라는 제목인데, 시골의 재래시장에서 만나는 그들의 모습이 낯설지가 않네요. 그들의 편안한 옷차림과 말투, 그 모습들이 시골장의 풍경에 녹아들어서, 마치 '시골사람'처럼 보이더군요. 다큐멘터리 영화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 이야기'도 공개될 예정이라고 하니, 이 기세를 몰아서 가열차게 4집을 내야하는 것이 아닐까 하네요. 빨리 만나고 싶습니다. 소규모의 단독 공연, 그리고 4집.

2005년 어느날 공연 뒷풀이에서 받은 사인씨디. 공연사진은 부실하지만 http://loveholic.net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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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10 22:24 2009/08/10 22:24

Mint Festa(민트페스타) Vol. 21 : Drift in 7월 19일 상상마당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을 1주일 남겨둔 지난 주말, 금토일 3일 연속 홍대 공연 출동으로 전야제가 아닌 '전주제(前週祭?)'를 지냈다고 하겠습니다. 일요일, 그 3일 연속 출동의 대미는 바로 '상상마당'에서 있었던 'Mint Festa(민트 페스타)'의 21번째 이야기(Vol. 21), Drift였습니다. '굴소년단', '오지은', '요조', '해오', 'Alice in Neverland(앨리스 인 네버랜드)'의 라인업은 초호화이자 제가 보고 싶어하는 뮤지션들을 모아 놓은 라인업이었구요. 라인업이 좋아서 아주 빨리 예매를 완료했는데, 초대권을 얻을 기회가 있어서 사실 좀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예상하지 않은 행운이 기다리고 있었죠.

이 초호화 라인업은 '홍대 인디씬의 대표' 수준의 라인업이라고 할 수도 있는데 각 뮤지션들의 앨범이 발매된 레이블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굴소년단'은 '일렉트릭뮤즈' 소속으로 '파고뮤직'을 통해서 EP와 1집이 유통되었고, '오지은'은 본인 자체 레이블 '사운드니에바' 소속이자 '해피로봇' 소속으로 역시 '해피로봇'을 통해 1집의 새로운 이슈와 2집을 발매하였습니다. '요조'는 파스텔뮤직 소속으로 역시 동일 소속사에서 앨범이 발매 및 유통하였고, '해오'는 '롤리팝뮤직' 소속으로 1집은 '비트볼뮤직'을 통해 유통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Alice in Neverland'는 앨범이 '엠넷미디어'라는 거대 자본을 통해 유통되기는 하지만 소속은 '트라이앵글뮤직'입니다. '펑크', '메탈' 등의 소위 '강한 음악 장르'들이 빠지기는 했지만, 그런 장르를 즐겨듣지 않는 제 취향에서는 각 뮤지션들이 대표하는 '파고뮤직', '해피로봇', '파스텔뮤직', '비트볼뮤직', '트라이앵글뮤직'은 홍대 인디씬을 이끌어가는 중요 레이블들입니다. 그래서 이번 민트페스타가 '2009 GMF(Grand Mint Festival) 미리보기'같은 느낌이 들더군요.

3시 30분부터 티켓팅 시작예정이었고 3시가 안되서 도착했을 때는 아직 줄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도착하니 줄이 생기기 시작하였습니다. 저는 세 번째로 서있게 되었는데, 부스에서 벽보(?)를 붙이더니 '오늘의 행운 번호는 마지막 번호 3'이라더군요. 부스에 '멘토스'가 잔뜩 있어서 그걸 주나 했는데, 티켓팅을 시작하니 모든 사람들에게 주더군요. 4시 30분터 입장이 시작 예정이었지만, 리허설이 지연되면서 입장은 조금 늦어졌습니다. 입장할 때 번호표를 보더니 작은 종이 가방을 주더군요. 그 안에는 2만 3천원 상당의 티셔츠와 '스펀지하우스' 초대권 2장이 들어있더군요. 와우! 딱 봐도 이 공연을 예매하는데 지불한 2만5천원을 초과하는 사은품으로 '초대권 신청 못했으니 공연이라도 열심히 보자'는 자기최면에 가까운 동기와 아쉬움은 눈녹듯 사라졌습니다. 한마디로 '동기 상실'이었죠. 스탠딩 공연이었지만 라이브홀은 거의 가득 찼고, 공연은 5시가 조금 지나 막(사실은 스크린)이 올랐습니다.

오프닝은 데뷔앨범 'Lightgoldenrodyellow'를 발표하고 드물게 활동 중인 '해오'였습니다. 2004년 당시 '올드피쉬'의 멤버로 처음 본 기억이 있는데, 무대 위에 선 모습은 정말 오랜만이었고 어덜트 컨템포러리(adult contemporary) 시티팝을 지향하는 '해오'로서는 처음이었습니다. 그의 앨범을 생각하면서 어쿠스틱 공연을 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그 예상을 깨고 밴드로 등장했습니다. 앨범의 첫 곡이기도 한 '바다로 간 금붕어는 돌아오지 않았다'로 시작을 알렸고 '오후 4시의 이별'과 'La Bas'가 이어졌습니다. 총 5곡을 들려주었고, 마지막 두 곡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작은 새'와 앨범 타이틀 '작별'이었습니다. 정말 오랜만이었는데 30분 남짓의 짧은 공연은 너무 아쉬웠습니다. 이번에는 기타리스트로서 일렉기타를 통해 화려한 해오의 모습을 보았으니, 다음번에는 어쿠스틱 사운드를 기대해보죠.

해오 - 오후 4시의 이별(http://loveholic.net/46)
해오 - 작은 새(http://loveholic.net/47)
해오 - 작별(http://loveholic.net/48)

이어 '굴소년단'이 등장했습니다. 아마도 오늘 다섯 팀 중 제가 가장 공연을 많이 본 밴드이지만, 정작 노래는 가장 모르는 밴드가 바로 '굴소년단'이기도 합니다. 공연으로 자주 본 밴드라서 음반으로 들으면 그 맛이 떨어져서 그런 것을까요? 멤버의 변화가 있었는데, 키보디스트가 탈퇴했는지, '어배러투모로우'의 '호라'가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흔하지 않게 레게를 기반으로 그루브한 사운드를 들려주는 이 밴드 역시 1집 수록곡들로 들려주었습니다. 'Yuki Underground'와 'Today mode'로 분위기를 한껏 뛰어놓은 뒤, 무대에는 객원 보컬이 등장했습니다. 바로 'City.M'의 '진영'으로, 굴소년단 1집에서 피쳐링으로 참여한 러브송 '초록빛의 방'을 들려주었습니다. 이어 마지막 곡 'I must love'로 분위기는 절정에 달했습니다. 비록 4곡 밖에 되지 않았지만, 많은 관객에게 '굴소년단'이라는 밴드를 각인시키기에는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굴소년단 - 초록빛의 방(with 진영)(http://loveholic.net/49)

세 번째는 2집 'Festa in Neverland'로 소포모어 징크스를 날려버리고, 일상의 감정들을 꾸준히 들려주는 밴드 'Alice in Neverland'였습니다. 2집의 첫 곡이자 유쾌한 축제의 시작을 알리는 'Welcome to Festa'로 시작했습니다. 굴소년단이 달구어놓았던 뜨거운 분위기는 이 착한 밴드의 '착한 곡'들 덕분에 가라앉았지만, 이 밴드는 자신들의 방법으로 관객들의 귀와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제가 쓴 이 밴드의 앨범 두 장의 리뷰에 직접 리플을 달아주기도 한) 베이시스트(박진우 a.k.a 박연)의 뒷수습이 조금은 어려운 멘트는 역시 은근한 재미가 있었습니다. 역시 이 밴드의 매력 포인트라고 할 수 있는 유려한 멜로디와 진취적 기상이 담긴, 착한 곡 '바람을 타고 온 편지'와 제목의 해석이 재밌는 곡(과연 아침에 하는 인사인지, 잠들기 전에 하는 인사인지) '안녕! 하루'가 이어졌습니다.

이 밴드의 매력을 만드는 중요 요소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하나가 바로 'CF의 여왕(최진경)'이 연주하는 아코디언이 아닐까 합니다. 아코디언은 멜로디언과 더불어 멜로디를 만들어 갈 수 있는 건반악기로서 피아노처럼 세련되거나 맑지는 않지만, '낡은 브라운관으로 보는 명작 만화'같은 어린시절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는 마력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점이 '두번째 달'과는 다른 'Alice in Neverland'가 지향하는 지향점이라고 생각되구요.

하지만 착한 밴드가 꼭 착한 곡을 들려주지 않음을 실토하고는 착하지 않은 곡을 들려주었습니다. 바로 Neverland판 '놈놈놈(착한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의 주제가 'Neverland 횡단열차'였습니다. 착한 곡에서 여왕님이 들려주었던 매력의 중심은, 탱고로 무장한 나쁜 곡에서는 이 밴드의 '마스코트 바이올리니스트(조윤정)'에게 넘어왔습니다. 더구나 구석에 위치한 여왕님과는 달리, 무대의 중심에서 질풍처럼 출중한 실력으로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그녀의 자태는 관객들의 넋을 빼놓기에 충분했습니다. 마지막은 1집 수록곡으로 흥겨운 아이리쉬풍의 '집으로 가는 길'이었고 이 곡을 통해 분위기는 다시  상승했습니다.

Alice in Neverland - Welcome to Festa(http://loveholic.net/50)
Alice in Neverland - 안녕! 하루(http://loveholic.net/51)
Alice in Neverland - 집으로 가는 길(http://loveholic.net/52)

나머지 남은 두 팀(?), 아니 두 뮤지션은 바로 '요조'와 '오지은'이었습니다. 앞선 세 레이블에게는 조금 미안하지만, 현실적으로 현재 홍대 인디씬의 양대 산맥이라고 할 수 있는 '파스텔뮤직'과 '해피로봇'를 대표하는 두 뮤지션(더구나 둘다 여성)이기에 누가 마지막에 등장할지도 기대되고, 무대 위에서의 기싸움(?)도 기대가 되었습니다.

네 번째는 '홍대 마녀(혹은 여왕)', '오지은'이었습니다. 앨범 제작을 위한 모금 시절부터 알게된 그녀이기에 다른 팀들과는 인연이 또 다른데, 그녀가 이렇게나 멀리까지 날다니 대단합니다. 첫 곡은 위태하고 위험한 분위기의 '진공의 밤'을 들려주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게스트가 아닌 그녀 자신의 무대에서 기타를 들지 않은, 완전한 여성 락커의 모습으로 보는 건 처음이네요. 이어 보통 앵콜곡으로 즐겨부른다는 1집의 '24'가 이어졌습니다. 단독 공연이 아니기에, 앵콜이 없다는 의미었죠. 예전의 모습처럼 그녀는 어쿠스틱 기타를 둘러매고, '2집에서 한 곡 1집에서 한 곡'의 콤보를 이어갔습니다.  엉뚱하고 솔직한 매력의 '인생론'과 따뜻한 어쿠스틱으로 충만한 '오늘은 하늘에 별이 참 많다'가 이어지면서, 전혀 다른 분위기의 네 곡을 통해 그녀의 다채로운 매력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어서 '콤보의 변칙'으로 2집, 1집의 순서가 아닌 1집, 2집의 순서가 이어졌습니다. 지금의 '갈아먹는 마녀'를 있게한 곡 '화(華)'가 이어졌습니다. 특별하게 만들어진 1집의 타이틀 곡이자, 너무나 오랜만에 듣는 곡이기에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마지막은 2집의 타이틀 곡인 '날 사랑하는 게 아니고'였습니다. 역시 소속 레이블의 위력인지, 한 곡 한 곡이 짧지 않은데도 앞선 팀들보다 많은 6곡을 들려주었고, 더불어 그녀의 입담은 앞선 밴드들이 마치 그녀의 공연을 위한 게스트처럼 느껴지게 했습니다.

오지은 - 진공의 밤(http://loveholic.net/53)
오지은 - 요즘 가끔 머리속에 드는 생각인데 말이야(http://loveholic.net/54)
오지은 - 오늘은 하늘에 별이 참 많다(http://loveholic.net/55)
오지은 - 화(華)(http://loveholic.net/56)

레이블 전쟁의 최종 승자는 파스텔뮤직이었나 봅니다. 마지막은 '홍대 여신' 중 한 명이라고 불리는 '요조'였습니다. 그녀를 알게 된 것은 합작 앨범을 발표한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이하 소규모)'의 공연을 통해서 였습니다. 합작 앨범 'My Name is Yozoh'를 발표하고 소규모와 요조는 각자의 길을 갔고 어느덧 요조는 '여신'으로 성장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2008년 초에 본 그녀의 공연에서는 아직 여신으로서는 미흡한 점이 많았습니다. 그 사이 솔로 1집을 발표하고 수차례의 단독 공연을 갖은 그녀는 어떻게 성장해 있었을까요?

합작 앨범 수록곡 '슈팅스타'를 시작으로 '여신 요조'의 공연은 시작되었습니다. 예상하지 않았던(음반에서도 들을 수 있는), 추임새 '아뵤~'를 '실전'에서 보여준 것을 시작으로 그녀의 엉뚱한 매력은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재주소년의 원곡을 리메이크한 1집 수록곡 'Sunday'에서는 바로 공연 당일이 노래 제목과도 같은 일요일인 점을 착안한 에드립을 보여주었고, 뽕끼가 넘치는 합작앨범의 '사랑의 롤러코스터'가 이어졌습니다. 역시 합작앨범의 '그런지 카'에서는 관객 한 명을 '변태 총각'으로 매도하는 만행(?)을 보여주었습니다.

단독 공연이 아니었지만 요조의 공연은 1부와 2부로 나뉘어졌고, 그 나뉨을 알리는 '자체 게스트 공연(?)'도 있었습니다. 바로 요조의 공연에서 언제나 기타 세션을 해주고 있고, 동남아 순회 공연을 마치고 돌아온 '관영'의 순서였습니다. 요조의 엉뚱함에는 관영의 존재도 한 몫하는 모습입니다. 무대 위의 '요조'는 단순히 솔로 뮤지션 '요조'가 아닌 그녀를 도와주는 세션들과의 긴밀한 관계 속에서 만들어지는 밴드 '요조'가 아닐까 합니다. 좀 이상한 비유일 수도 있겠지만, 밴드 'Marilyn Manson'이 동명 밴드의 카리스마의 주축인 리더 이름이기도, 하지만 음악적으로는 작곡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탈퇴하였다가 최근 앨범에서 다시 합류한) 'Twiggy Ramirez'를 포함한 밴드 전체를 의미하는 이름이 되기도 하는 것처럼요. (요조가 Manson이라면 관영이 Twiggy라고 할까요?)

'바나나파티'이 이어지는 '모닝스타'에서는 그 '요조' 밴드의 농밀함 느낄 수 있었습니다. 원래 맑고 조용한 곡이지만, 공연에서 들려주는 기타와 퍼커션의 불온하면서도 농밀한 기운은 요조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보컬과 어우러지면서 관객을 압도하기에 충분헀습니다. 뽕끼가 조금은 겉힌 '꽃',  솔로의 마지막 곡인 '그렇게 너에게'가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앵콜곡 성격의, 요조의 대표곡 'My Name is Yozoh'로 긴 공연의 문을 닫았습니다. 외모뿐만 아니라, 공연과 그의 일부인 무대 매너에서까지 그녀를 '홍대 여신'이라고 불릴 만한 이유를 알 수 있는 공연이었습니다.

요조 - 슈팅스타(http://loveholic.net/57)
요조 - Sunday(http://loveholic.net/58)
요조 - 그런지 카(http://loveholic.net/59)
요조 - 바나나파티(http://loveholic.net/60)
요조 - 꽃(http://loveholic.net/61)

앞서 오지은이 앞선 밴드들을 게스트로 느껴지게 했는데, 요조는 그런 오지은 마저도 게스트로 느껴지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압도적으로 많은 8곡(관영의 부른 곡까지 합한다면 9곡)을 들려줌으로서 레이블 전쟁(?)의 승자는 '파스텔뮤직'과 '요조'임을 확인시켰습니다. 하지만 요조가 부른 곡들이 대부분 '소규모'와 합작 앨범 수록곡이거나 리메이크 곡이어서 싱어송라이터 '요조'를 보여주기에는 분명 미흡한 공연이었습니다. 그리고 상당한 완성도의 음반들을 다수 발매하고 있는 '파스텔뮤직'이지만 최근 공연 기획에서는 '해피로봇'에 비해 아쉬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에 분발이 필요하겠습니다. '양질의 음반'도 분명 중요하지만, 인디씬 자체는 '활발한 공연'을 통한 청취자(혹은 소비자)들과의 긴밀한 상호작용을 통해서 유지될 수 있다고 저는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제 취향의 밴드들, 더구나 서로 다른 빛깔의 음악을 들려주는 밴드들이 5팀이나 등장하기에, 3시간이 조금 넘는 스탠딩의 시간이 힘들게 느껴지지 않았던 멋진 공연이었습니다.
2009/07/23 17:43 2009/07/23 17:43

피카, 폰부스, 미내리, 데미안 in 7월 18일 클럽 빵

금요일 보다 비가 덜 내린 7월 18일 토요일, 오랜만에 홍대 '빵' 공연에 다녀왔습니다. 6월 6일에 있었던 '인디 루트 페스타' 이후 처음 가는 빵은 '피카', '폰부스', '미내리', '데미안' 이렇게 네 팀의 공연이 잡혀있었습니다. 공연 시작은 7시 30분이었고 빵에는 약 1 시간 정도 일찍 도착했는데, 비가 내려서인지 미리 들어온 사람들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공연이 시작될 때 즈음부터 슬슬 사람들이 들어와서 약 20명이 넘는 관객들이 자리를 채웠습니다.

'로로스'의 홍일점 '피카'가 오프닝을 담당했습니다. 로로스의 음악과는 많이 다른 그녀 많은 세계를 들려주었죠. 가사가 거의 다 영어고 한국어 발음도 좀 알아듣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서, 제목이나 가사는 거의 모르겠더군요. 요즘 방학이라 그런지, 직업으로 학원 강사(아마도 영어?)를 하고 있는 그녀에게 스트레스가 많나 봅니다. 제도 그녀의 강의를 들어보고 싶어지네요.

이어서 남성 5인조 '폰부스'가 등장했습니다. 언젠가 온라인 음반샵에서 앨범이 발매된 것을 본 기억이 있지만, 이들의 곡을 들어보는 것이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빵에서 공연을 시작한지는 얼마되지 않았나 봅니다. 추구하는 장르는 모르겠지만, 저에게는 펑크로 들리는 곡들을 들려주었습니다. 아마도 이 밴드를 보러온 관객들이 꽤 있었나 봅니다.

세 번째는 '미내리'가 등장했습니다. 미내리의 전신인 밴드 '페인트 박스'를 공중캠프에서 처음 본 때가 벌써 4년이나 되었네요. 그 때와는 보컬을 제외하고는 다른 사람들입니다. 베이시스트는 한때 그림자궁전의 멤버였던 '황규성'군이 담당하고 있고 드러머는 '오!부라더스'의 드러머였고 최근에는 '플라스틱 피플'과 함께하는 '오주연'군이었습니다. 상당히 열정적인 무대를 보여주었습니다. 어떤 점에서는 무기한 활동 중단 중인 '그림자궁전'이 생각나기도 했어요.

마지막은 '데미안(데미안더밴드)'였습니다. '빵'이 홍대로 이사오기 전부터 빵과 함께했던(그 시절에는 멤버가 조금 달랐지만) 데미안은 이제 빵의 터줏대감이라고 할 수 있는 밴드입니다. 제가 이 밴드를 처음 본 2005년부터 지금까지 멤버의 변화 없이 꾸준하게 활동을 하는 빵 밴드는 데미안이 거의 유일하지 않나 하네요. 오래전부터 느껴온 점이지만, 데미안 멤버들 사이에는 정말 끈끈하고 진득한 뭔가가 있나봅니다.

원래 순서대로라면 데미안이 세 번째고 미내리가 마지막이지만, 지난 번에 두 밴드가 같이 공연했을 때 데미안이 먼저해서 이번에는 마지막으로 올라왔다고 합니다. 1집 'Onion Taste'를 발매하고 2006년 11월의 고별 공연이 마지막이었으니 정말 오랜만인데, 그 동안 상당히 많은 곡을 만들었나 봅니다. 'Wolf', 'I becone to you', 'fucking umbrella', 'Vintage Dance' 등 대부분 처음 듣는 곡들이었습니다. 'Wolf'의 인상은 강렬했고, 'Vintage Dance'는 제목처럼 댄서블하여 데미안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언제쯤 이 곡들을 모아서 2집을 낼지 궁금해지네요.

정말 정말 오랜만에 찾는 (특별한 행사난 페스티벌의 일환으로서가 아닌) 빵 정규 공연이었습니다. 앞으로 종종 가고 싶지만, 시간이 될지. 또 라인업이 저랑 맞을지 모르겠네요.

공연 영상은 http://loveholic.net 에서 역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2009/07/22 01:40 2009/07/22 01:40

심심한 위로의 복숭아 in 7월 17일 2nd Floor

엄청난 폭우가 내리던 2009년 7월 17일 금요일 홍대에 다녀왔습니다. 바로 오랜만에 공연 소식을 알린 '심심한 위로의 복숭아'를 보기 위해서 였습니다. '2nd Floor(http://2floor.co.kr)'라는 카페에서 열린 공연이었고, '옥상달빛'이라는 여성 듀오와 함께 하는 공연이었습니다. 7시부터 입장이고 8시부터 공연 시작이라는데 처음 가보는 곳이라 좀 서둘러 갔습니다. 자세한 약도는 못보고 '상상마당' 근처라고만 알고 찾아보기로 하였죠.

하지만 상상마당 빌딩 근처를 몇 바퀴 돌았지만 '이층집(2nd Floor)'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빗발은 점점 굵어져서 바지는 물론 단화까지 완전히 젖어서 양말까지 물에 빠진 모양이 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더 문제는 7시가 넘었는데도 이층집은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죠. 혹시나 해서 상상마당 옆 길을 건너서 롤링홀 쪽으로 향해 보았습니다. 비도 너무 많이 내리고, 못찾으면 그냥 갈 생각이었죠. 그러나, 롤링홀 쪽으로 가는, 주차장 길 오른쪽에 바로 이층집이 보이더군요. 반갑게 들어가니 7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지만 제가 첫 손님이었나 보더군요. '옥상달빛'은 리허설 중이었구요.

공연시작 시간이 가까워지면서 넓지 않은 카페의 자리들은 대부분 주인을 찾았습니다. 관객들은 대부분 옥상달빛을 보러온 듯했고, 역시 이 여성 듀오를 보러온 '올드피쉬'의 'Soda'씨도 만났답니다. '심심한 위로의 복숭아(이하 복숭아)'는 옥상달빛의 리허설이 다 끝나고 도착했고 8시가 거의 다 되어서 간단한 세팅 후 복숭아의 공연이 시작되었습니다.

'Chocolate Queen'과 'Sad stroy girl'이라는 신곡들로 공연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녀가 수년 째 밀고 있는, 오랜만에 들어서 정겨운 '코끼리송'도 역시 들을 수 있었습니다. 'Holy star'라는 만든지 얼마 안된 곡도 처음으로 들려주었습니다.

어느새 한 아이의 엄마가 된 그녀는 멘트로 아기 이야기도 조금 들려주었습니다. 하지만 오랜만에 하는 공연이라 그런지, 멘트 능력치가 감소된 모양이었습니다. 코끼리송과 마찬가지로 오래된 두 곡 '우리의 기억은 저편에 숨어서'와 '멜로우씨잔혹복수극'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 곡 '엉클(Uncle)'을 할 때는 '옥상달빛'의 템버린 세션을 빌려서 들려주었습니다. 역시 '멜로우씨잔혹복수극'이나 '엉클'은 복숭아 혼자서 하면 맛이 안나고, '어배러투모로우'시절처럼 추임새와 템버린이 필수라고 생각되네요.

'옥상달빛'의 공연은 갑자기 생긴 '다음주에 결혼하는 친구'를 만나기 위해서 볼 수 없었습니다. 검색을 해보니 '빵'에서도 공연을 하는 밴드이고 동영상을 보니 상당히 괜찮더라구요. 다음에 꼭 볼 기회가 있겠죠.

사진은 마음에 드는 것이 없네요. 동영상은 http://loveholic.net 에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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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20 00:29 2009/07/20 0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