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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볼 레코드 연말정산파티 '내일은 비트볼' in 12월 18일 SSAM
첫 번째는 역시 오프닝으로 '해오'가 등장하였습니다. 날이 추워서 인지, 이틀간 열리는 레이블 공연에서 다음날은 'TV yellow'의 객원으로 또 와야한다고 푸념을 늘어놓은 그는 세 곡을 들려주고 내려갔습니다. '바다로 간 금붕어는 돌아오지 않았다', 'La Bas', '오후 4시의 이별'이 그곳들이었습니다. 얼마전에 있었던 '롤리팝뮤직'의 소개글을 인용하여, '그저 그런 소속사에서 앨범을 발매하여 반응을 못 얻은 홧병'을 이겨내고 내년에는 더 자주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클럽 공연을 통해서요.
이어 깜짝 게스트의 무대가 이어졌습니다. 바로 '대니얼 권'으로 이번 연말정산파티의 웹홍보물에서 앨범을 발매가 함께 홍보되었던 뮤지션이었습니다. 발매 앨범들을 비교적 적극적으로 홍보하지 않느 비트볼 레코드이기에 이런 조금은 소극적인(?) 홍보는 어쩌면 당연했을지 모릅니다. 자작곡인지 카피곡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상당히 감성적인 연주와 노래를 들려주었습니다. 목소리가 좀 더 허스키했다면 좋았텐데, 그 점은 좀 아쉬웠습니다. 아, 더 허스키했다면 제이슨 므라즈의 느낌이 났었으려나요.
이어서 본 공연이 시작되었습니다. 본 공연의 첫 번째는 '훈'이라는 남성 솔로였습니다. 원맨 밴드의 공연이라면 응당 기타나 키보드가 함께하는 것이 보통인데, 어찌된 일인지, 훈은 달랑 마이크만 들고 등장했습니다. '플레이걸'에 이어 또다른 신선한 체험이었다고 할까요? 그는 MR에 맞추어 보컬로서 승부수를 띄웠습니다. 발음도 힘든 '한국형 남성판 Bjork'이라도 해야할까요? 일렉트로닉 사운드에 맞춰 단순하지만 상당히 난이도있는 보컬을 들려주는 모습은 참신했습니다. 음의 높낮이 변화는 마치 오토튠으로 변화시키는 느낌이 들었구요. 라이브 클럽이 아닌, 클럽에서 DJing과 함께 한다면 더 멋진 모습이 아닐까 합니다.
이어 역시 처음 보게되는 '여노'라는 밴드가 등장했습니다. 공연이 끝나고 집에서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여노'는 유명 째즈기타리스트 '조연호'의 원맨밴드라는군요. 여노는 드러머, 베이시스트 외에도 키보드와 DJ(?)와 등장했고 맥북을 무려 3대나 볼 수 있어, 마치 '장비만 좋은 직장인 밴드'의 느낌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많은 장비들은 모두 충실한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위한 도구들이었습니다. 지난 SSAM 공연(All tomorrow's parties, ATP)에서 보았던 'TV yellow'나 이날의 '훈', '여노'처럼 일렉트로닉 사운드가 가미된 음악들이 '비트볼 레코드'의 레이블 색이 아닐까 하네요. '꿈의 전쟁'과 '신경증'을 시작으로, 마침 공연 당일 발매되었다는 1집의 수록곡을 들려주었습니다.
세 번째는 지난 ATP 공연에서 보았던 '얄개들'이었습니다. 의상이나 음악모두 80년대 느낌이라고 했는데, 첫곡 '청춘만만세'를 시작으로 다시 80년대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청춘만만세는 어느 부분에서는 영화 '칵테일'의 주제곡인 'the Beach boys'의 'Cocomo'를 떠오르게 하는 면이 있어요. 20년지기 동네친구들이라는 밴드 멤버들이기에 '얄개들'이라는 다소 촌스럽게 들리는 밴드이름을 선택할 수 있었겠죠? '플레이걸'도 그렇고 비트볼 레코드의 또 다른 코드는 바로 '복고'인가 봅니다.
마지막은 바로 지난 ATP 공연 때 게스트로 처음 보았던 '3호선 버터플라이'였습니다. 생각해보니, 예전에 보컬 '남상아'는 '엘리펀트 808' 이름의 솔로 프로젝트로 본 적이 있었습니다. 지난 공연에서 보였던 외국인 키보드 세션은 보이지 않았고 정규 멤버 네 명만이 등장하였죠. 10주념 기념 EP를 얼마전에 발표하였는데, 10년이라는 세월이 말해주듯, 멤버들의 얼굴에서는 견고한 노련함이 느껴졌습니다.(특히 기타리스트와 드러머) '방파제'와 '무언가 나의 곁에'시작으로 EP의 신곡과 지난 곡들이 어우러진 공연을 들려주었습니다. 정규 셋리스트로 7곡을 들려주었고, 이번 공연의 마지막이자 그들의 인지도를 생각했을 때 당연한 앵콜 요청이 이어졌습니다. 10년이나 된 노장 밴드임에도 보컬 '남상아'를 비롯한 멤버들은 전혀 기대를 안했었는지, 수줍게 좋아하는 모습들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틀간 열리는 이번 공연을 모두 보고 싶었지만, 다음날은 또 다른 공연을 보기로 예정되어있기에 조금은 아쉬웠습니다. '내일은 비트볼'이라는 공연 제목처럼 2010년에는 더 힘차게 도약하는 비트볼 레코드를 기대해보아도 좋지 않을까 합니다.
All Tomorrow's Parties Vol.1 - 청춘의 판도 in 11월 28일 SSAM
짧게 쓰는 11월 28일에 홍대 '라이브클럽 SSAM'에서 있었던 'All Tomorrow's Parties Vol. 1'의 후기. All Tomorrow's Parties(이하 ATP)는 인디씬 중소레이블들의 신인 밴드들을 위해 기획된 공연으로 'Vol. 1'이라는 꼬리처럼 시리즈로 기획되었나 봅니다. 부제는 '청춘의 판도'로 인디씬의 최신 판도를 알리는 공연을 의미하는 것이었을까요? 상당한 수의 밴드들의 공연할 예정이었고 '굴소년단'을 제외하고는 처음이었죠.
첫번째 팀은 '아미(ARMY)'였습니다. 보컬이 정말 특이한 헤어스타일이 인상적이었고, 블루지(bluesy)한 연주위로 대부분의 곡에서 빠지지 않는 하모니카 연주가 인상적이었죠. 의상이나 곡이나 참 '미국음악'의 느낌이었다고 할까요? 하모니카 대문인지, 왠지 미군부대와 미국 컨트리 음악이 떠올랐습니다. 밴드 이름 ARMY처럼요.
두 번째 팀은 '아침(Achime)'이었습니다. 입소문으로만 듣던 밴드인데, 말투나 의상에서는 왠지 '지방에서 서울로 입성한 밴드'의 이미지였습니다. 보컬의 의외의 걸출한 입담이 재밌었고, 평범한 밴드이름과는 다른 음악도 그랬습니다.
세 번째 팀은 '전국비둘기연합'이었습니다. 독특한 밴드 이름때문에 예전부터 궁금했지만 공연을 볼 기회는 없었는데, '평화'를 상징하는 비둘기의 이미지와는 다르게 펑크, 이모코어 등이 녹아든 강렬한 음악을 하는 밴드였죠. 무대 위에서도 기타와 베이스 두 사람이 쉬지 않고 뛰어다녔구요.
네 번째 팀은 '얄개들'이었습니다. 80년대 음악을 한다고 하는데, 정말, 알이 큰 안경과 의상이 80년 대 청춘물에서 나왔을 법한 모습들이었습니다. 그들이 들려주는, 비교적 수줍고 나약한(?) 느낌의 음악들도 그랬구요.
다섯 번째 팀은 게스트인 '3호선 버터플라이'였습니다. 바로 이름으로만 들어오던 전설의(?) 그 밴드였죠. 99년도 즈음에 결성되었다는 경력만큼이나 멤버들의 얼굴에서는 그 연륜이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외국인 키보디스트가 있는 점도 특이했습니다. 하지만 음악은 제 취향은 아닌듯하여서, 제가 지금까지도 이 밴드의 음원도 완전히 들은 적이 없었나 봅니다.
여섯 번째 팀은 '플레이걸'이었습니다. 노란색 제복을 맞춰 입고 등장한 그녀들의 무대는 이날 공연의 하이라이트였습니다. 인디씬에서 무려 '아이돌'을 지향하는 걸그룹입니다. 그리고 그들이 지향하는 사운드는 바로 80년대 복고 사운드였죠. 공연에 앞서 이벤트를 진행하면서 관객들에게 선물을 나눠주었고 더불어 재밌는 입담을 과시했습니다. 그리고 짜여진 각본처럼 부드럽게 이어지는 공연을 보여주었죠. 짜여진 각본이라고 한 건, 엔지니어와 손이 맞지 않아서 정해지 배경음악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런 실수를 실토하고 다시 반복했던 그녀들의 모습은 참으로 신선하고 재밌었습니다. 율동에 맞춰 그녀들이 들려주는 노래는 가사부터 사운드까지 진짜 복고였습니다.
일곱 번째 팀은 'TV yellow'였습니다. 역시 처음 듣는 이름이었지만, 소개영상을 보니 과거 공연을 본 적이 있는 'LP boy'의 새로운 이름이더군요. 그리고 또 반가운 얼굴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Miller Fresh M'에서도 'Starsheeps'의 멤버로 우연히 만났던 '해오'를 이 밴드를 통해서 또 만날 수 있었습니다. 객원기타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더군요. 그리고 TV yellow의 한 멤버 역시 Starsheeps로 봤던 얼굴이었습니다. 밴드 구성에 전자장비로 무장한 이 밴드는 락과 일레트로닉 사이의 사운드로 모던 락을 들려주었습니다. 조만간 나온다는 앨범이 기대됩니다.
여덟 번째 팀은 '굴소년단'이었습니다. 신예들을 소개하는 자리에, 신예라고 하기에는 굴소년단같이 연륜(?)도 있고 음반도 두 장이나 발매한 밴드가 과연 어울리는지 의문이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한국 인디의 현실이고 중소레이블 소속의 비애라고 생각하니 씁쓸하더군요. 역시 굴소단다운 그루브한 사운드를 들려주었고 '민트페스타'에서 '시티엠(Citi.M)'의 '진영'과 들려주었던 'I must love'는 이번 공연의 또 다른 하이라이트였습니다.
아홉 번째 팀 '아폴로 18'을 남겨두고 있었지만 어느덧 시간은 10시를 지나 11시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일정상으로는 밴드당 20분씩 예정되어 10시 20분 종료 예정이었지만 밴드당 공연 20여분에 세팅 5~10분이 소요되면서 상당한 지연은 당연했습니다. 세팅을 시같을 고려하지 않아 라인업은 좋았지만 기획에서 실패안 공연이었다고 할까요? 마루이 좋은 라인업이라도 3시간이 넘는 스탠딩은 정말 힘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결국 마지막 팀은 보지 못하고 귀가할 수 밖에 없었죠. 편향된 인디 음악 청취를 하고 있던 저에게는 오랜만에 신선한 무대였습니다. 과연 이 밴드들이 얼마나 성장할지, 얼마나 대중의 관심을 모을지 지켜봅니다. 이상 '청춘의 판도'였습니다.
공연의 일부를 http://loveholic.net 에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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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iteout (짙은 단독 공연) in 12월 5일 마포아트센터 아트홀 맥
홍대 인근의 클럽들에서 열렸던 지난 공연들과는 다르게 이번 공연은 '마포아트센터'라는, 저에게는 다소 생소한 공간에서 보게 되었습니다. 마포아트센터는, 파스텔뮤직을 비롯한 몇몇 뮤지션들의 공연일정에서 본 기억이 있는 이름이지만, 실제로 가 본 일은 없었으니까요. 약도를 확인하고 지하철 2호선 이대역에서 내려 도보를 선택한 저는, 역시나 '정부의 시설'이라고 느낄 수 있었습니다. 지난 5월에 갔었던 '구로아트밸리'도 그렇고, 대중교통의 접근성과는 거리가 있는 위치는 정말 '대한민국다웠다'고 할까요?
공연의 제목은 'Whiteout'으로 '어두워짐' 혹은 '의식소실'을 의미하는 'blackout'과는 다르면서도 비슷한 뜻으로, '많은 눈이 내려 원근감이 사라지고 공간과 경계의 구분이 모호해지는 현상'을 의미한답니다. 그날따라 오전부터 눈발이 날리는 추운 날이었기에, 선견지명이었는지 탁월한 공연 제목이었죠. 팬클럽을 통해서 조기예매했기에 티켓팅을 하고 확인한 좌석은 OP석 25번, 무려 앞에서 두 번째 줄에 앉게 되었기에 너무나도 생생히 경청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성용욱 혼자 무대에 올랐던 단독공연과는 다르게, 성용욱, 윤형로 두 사람의 '완전체 짙은'의 첫 단독공연이기에 또 어떤 다른 매력을 발산할 지도 궁금했죠.
Whiteout의 시작은 바로 '달'이었습니다. 그리고 무대 위에는 짙은 두 사람과, 계속 세션을 도와주고 있는 키보드의 '오박사(오수경)'과 드러머, 베이시스트 외에도 네 사람을 더 볼 수 있었습니다. 한 사람을 바로 지난 단독공연에서도 세션으로 등장해서 아름다운 첼로 연주를 들려주었던 '성지송'이었고, 다른 세 사람은 현악 세션으로 바이올린 2대와 비올라 1대의 구성으로 성지송의 첼로와 어우려져 현악 4중주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좋은 공연장에서 그에 걸맞는, 그리고 이번 공연을 더욱 특별하게 할 소리들을 들려주기 위한 노력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었습니다.
White의 이미지와는 다르게 '어둠밖에 난 볼 수가 없어'로 시작하는 점이 포인트가 아니었을까 합니다. 짙은의 정규 앨범이 아닌 파스텔뮤직의 컴필레이션 '사랑의 단상'에 수록되었던 곡으로, 싱글로 발표되었던 'December'와 더불어 다음 앨범에는 정식으로 수록되었으면 하는 곡입니다. 이어서 역시 천체 3부작의 하나인 '별, 달, 밤'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면 3부작의 나머지 하나가 궁금해지는 사람들이 있을텐데,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으니 기다려야 합니다.
'a little bit'과 'December'가 이어졌는데, 그 동안 12월이 아님에도 줄기차게 불러온 December는 드디어 제 때를 만나 절정에 달했습니다. 이제 당분간은 공연에서 들려주지 않으려나요? 'Wonderland'에 이어 기타리스트 윤형로가 군대에서 피아노를 치면서 만들었다는 곡을 들려주었습니다. 여러 곡을 만들었다는데, 성용욱의 반대로 대부분 봉인되고 마지막으로 살아남은 곡인가 봅니다. 성용욱은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고 기타 연주와 함께 윤형로의 보컬로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상당히 좋았습니다. 곡이 좋지 않아서 반대한 것이 아나라, (그럴리 없겠지만) 윤형로의 능력을 경계하여 반대했다고 생각했을 정도로요. 윤형로는 눈물을 삼키며(?) 언젠가는 솔로 프로젝트로라도 선보이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바로 아니라고 뒷수습했지요. 밴드 짙은 붕괴의 시발점이 되는 것은 아니겠죠?
1부의 마지막 곡 'Feel alright'은 들으면 들을 수록 매력에 빠져드는 곡으로 차분한 성용욱의 음성과 가사가 지친 마음을 보듬어주는 느낌이 좋은 곡입니다. 1부의 마지막 곡은 처음 듣는 제목의 곡 '빙하'였습이다. 잠깐의 인터미션 후 2부가 시작되었고 게스트(?)로 '시켜서 하는 밴드'가 등장했습니다. 사실 시켜서 하는 밴드는 짙은 두 사람과 세션들이 '좋아서 하는 밴드'을 패러디해서 만든 프로젝트로, 버라이어티한 공연을 위해 준비되었답니다. 그리고 성용욱, 윤형로를 비롯하여 세션 드러머와 베이스, 그리고 키보드 세션의 오박사까지 일렬로 나란히 않아서 어쿠스틱 공연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모습은 바로 지난달 '민트페스타'에서 보여주었던 것이었습니다. '아침'을 시작으로 지난 '민트페스타'에서 오박사의 아코디언 연주가 인상적이었던 '나비섬'과 '괜찮아' 등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시켜서 하는 밴드'가 내려가고 본격적인 2부가 시작되었습니다. 찻집 분위기를 연출했던 1부와는 다르게 좀 더 뜨거운 분위기의 공연을 보여주었죠. 경쾌한 느낌의 'If'를 시작으로, 잡을 수 없는 짙은 안개같은 느낌의 '손톱', '손톱'과 한쌍처럼 이별을 노래하는 손톱의 주인 '그녀'가 이어졌습니다. '짙은'이라는 이름을 처음 기억하게 한 곡 'Rock Dove'는 라이브로 들을 때 더욱 좋았고, 짧지 않았던 공연의 마지막은 'If'이어 경쾌함을 이어가는 곡 'Secret'이었습니다. 단연히도 앵콜 요청은 이어졌고 공연에서 좀 처럼 들을 수 없었던 '이유'를 마지막으로 모든 셋리스트를 마쳤습니다.
'아트홀'이라는 이름만큼 홍대인근 클럽들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편안한 소리가 인상적인 공연이었습니다. 현악 4중주의 보조도 편안한 소리에 한 몫을 했다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맨 앞줄이라 그랬는지, 현악 4중주의 소리는 밴드에 가려지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 편안한 좌석은 좋았지만, 고개를 들고 보아야했기에 머리가 좌석에 닿아 졸음이 올 정도로 너무 편안해진다는 점은 단점 아닌 단점이었습니다. 내년 다시 찬바람이 불기 전에 새로운 앨범으로 찾아오겠다는 두 사람, 그 겨울의 시작은 꼭 짙은과 함께하길 바라는 팬들의 바람이 이루어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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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t Festa(민트페스타) Vol. 23 : Horizon in 11월 22일 상상마당
조금 긴 휴식이었습니다. GMF 2009와 숲의 큐브릭에서 있었던 할로윈 밤의 '수다쟁이 잭-오 랜턴'을 마지막으로 3주 정도의 휴식이 있었습니다. 그동안 크게 끌리는 공연도 없었고, 연말을 대비해서 체력 비축을 했다고 할까요? 그리고 11월 22일 다시 '홍대 출격'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하필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22일에 괜찮은 공연들이 겹쳐있더군요 예정되어있던 '민트페스타 vol. 23' 외에 바로바로, 지난 민트페스타에도 출연했었던 '홍대 여신', '한희정'의 단독 공연인 'DawnyRoom Live 2'가 같은 날이었습니다. 눈물을 머금고 민트페스타를 선택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좀처럼 보기 어려운 '브로콜리 너마저'와 'My Aunt Mary'를 한 무대에서 볼 수 있었기 때문이죠.
라인업이 너무나 좋았기에, 역시 벌써 23번째 민트페스타에도 많은 사람이 몰렸습니다. 'Mint Fest vol. 23'의 부제는 'Horizon'으로 '지평선(혹은 수평선)'이라는 의미처럼 인디씬의 지평선을 가로지르는 듯한 다양한 음악의 다섯 팀이 공연을 보여줄 예정이었습니다. '파스텔뮤직' 소속으로 'GMF 2009'의 메인 스테이지인 'Mint Breeze stage'에 오르면서 파스텔뮤직에서 발굴한 남성 밴드로서는 아마도 최초로 성공 괘도에 올랐다고 할 수 있는 '짙은'을 시작으로 주목 받는 신예 '포니', '공감과 청승', 그 사이에서 탄탄한 팬층을 확보하며 입소문이 무서운 밴드 '브로콜리 너마저', 인디씬에서 아직 찾아보기 힘든 '블루지 락'을 들려주는 세렝게티 초원의 전사들 '세렝게티', 마지막으로 대한민국 모던락이 나아가야할 방향을 제시한 'Just Pop'이 한 장만으로도 대한민국 음악사에 각인될 밴드 'My Aunt Mary'까지 역시 푸짐한 차림표였죠.
가장 먼저 무대에 오른 팀은 '짙은'이었습니다. 첫 순서로 등장할 줄은 몰랐는데, '짙은'의 인기가 아직은 오프닝으로 설 수준 밖에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역시 GMF 2009에 이어 '두 사람의 짙은'으로 무대에 올랐고, 얼마전 복귀한 '윤형로'가 바로 이 공연 하루 전인 토요일이 생일이었다는군요. 12월 5일에 있을 단독공연의 영향인지 셋리스트에도 지금까지 보았던 공연들과는 달랐습니다. 첫곡은 오프닝 곡으로 익숙한 '안개섬'이 아닌, '별, 달, 밤'이었죠. '그대여 나의 그대여'라고 낮게 읊조리는 가사는 유독 간절했습니다. 아마도 뒤이어 멘트로 홍보한 12월 5일 단독공연 'Whiteout'에 많은 사람이 찾길 바라는 마음이 담긴 간절함이 었을지도 모르겠네요. 짙은 노래 가운데 제가 가장 좋아하는 'December'가 이어졌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곡이 정규앨범에 수록되지 않은 점은 아쉬울 뿐입니다. 12월이 아닌데도 공연에서 줄창 들려주었던 December, 이제 12월에 있을 공연에서 진정한 그 감성을 느껴보아요.
역시 공연에서 자주 들려주는 'If'에 이어 오프닝으로 자주 들을 수 있었던 '나비섬'에서는 특별한 모습이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Whiteout'에 대한 홍보였을까요? 파스텔뮤직의 '완소 키보드 세션'이라 할 수 있는 '오박사(오수경)' 뒤편에 있던 키보드를 두고 무대 앞으로 내려왔고. 그녀에게 장착된 악기는 키보드가 아닌 아코디언이었습니다. 그리고 무대는 신나는 어쿠스틱 세션이 되었죠. 하지만 아쉽게도 맛보기처럼 한 곡 뿐이었습니다. 이어 '짙은'을 들려주면서 첫 번째 순서의 막은 내렸습니다.
두 번째 팀은 밴드 '포니'였습니다. 올해 8월에 정규 1집을 발표한 신예라고 할 수 있는데, 입소문이 나쁘지 않았기에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궁금했습니다. 그들의 중성적인 이미지는 '데이빗 보위'나 'Suede'가 떠올랐습니다. 묘한 분위기의 곡들도 그랬구요. 처음 듣게 되고 처음 보게 되는 밴드라 곡 제목이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아요. 기다렸던 민트페이퍼에도 셋리스트가 안올라오는군요. 하지만 또 어떤 곡에서는 일본의 밴드 "L'arc~en~Ciel"의 느낌이 나기도 했습니다. 그들의 앨범 자켓에 등장하는 알록달록 곰인형은 이 밴드의 음악색을 표현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세 번째 팀은 기다리고 기다리던 '브로콜리 너마저'였습니다. 이제는 희귀 아이템이 되어버린 싱글(데모) '꾸꾸꾸'부터 EP '앵콜요청금지', 1집 '보편적인 노래'까지 이 밴드의 음반을 꾸준히 모으고 있지만, 저에게 공연과는 유난히도 인연이 없는 밴드라고 하겠습니다. 2006년의 어느 따뜻한 봄 날, 홍대 앞 프리마켓에서 이 밴드의 야외 공연을 본 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으니까요. 그 야외 공연에서는 보컬 '계피', 키보드 '잔디', 기타 '덕원'의 삼인조였고 그 모습을 보고 싱글을 구입한 기억이 있습니다. 그 동안 이 밴드에도 변화가 있어서 기타리스트 '향기'와 드러머 '류지'가 들어왔고, 1집까지 함께 한 보컬 '계피'가 탈퇴했습니다. 계피의 탈퇴 이후 불안하던 보컬이 더 불안해졌다는 이야기들이 있었지만 그래도 이 밴드의 공연은 볼 수 있는 이번 기회를 놓칠 수 없었죠. 혹자들은 '신은 이 밴드에게 뛰어난 작사와 작곡 능력을 주었지만, 공평하게도 안타까운 보컬능력을 주었다'고 평하기도 합니다.
첫곡은 1집의 첫곡이기도 한 '춤'으로 시작했습니다. '공감과 청승사이'라고 표현했는데, 이 밴드만큼이나 청승스러우면서도, 신파적이지 않고 잔잔한 공감을 일으키는 밴드도 없을 법합니다. 그렇기에 '춤'이 시작되자마자 관객들은 술렁이기 시작했습니다. 수 많은 사람들이 '브로콜리 너마저'를 보기위해 왔다고 생각될 정도였죠. '덕원'은 여성멤버들에게 둘러쌓인 '청일점'이자, 수많은 여성팬을 가진 밴드의 리더이기에 '오늘 가장 행복한 사람'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밴드에서 대부분의 작사와 작곡을 담당하는 리더 '덕원'은 EP와 1집의 성공을 바탕으로 이제는 자체 레이블 '스튜디오 브로콜리'를 이끌고 있기도 합니다. '춤'을 잊는 곡은 '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가 이어졌습니다. 앨범에서 '춤'은 메인보컬이 덕원이었지만 이 곡은 바로 계피였기에 공백이 우려되었습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다른 여성 멤버들의 목소리로 공백은 비교적 무난히 채워졌습니다. 1집 앨범 타이틀이, 누구나 공감하고 부를 수 있는 '보편적인 노래'이듯, '극한의 가창력'을 요구하는 곡들이 아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됩니다. '이웃에 방해가...'에서 '향기'의 목소리에 이어 흥겨운 '두근두근'에서는 '잔디'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데모들에서만 들을 수 있는 신곡 두 곡이 이었졌습니다. 첫 번째는 한정 발매된 두 번째 데모 '잔인한 4월'에 수록된 '커뮤니케이션의 이해'였습니다. '붕가붕가 레코드'의 '서울대 카르텔(?)'의 한 축이었던 점이 드러나는 제목으로, 서울대의 어떤 강의의 제목이라고 합니다. 상당히 고지식한 느낌의 제목이지만, 가사는 역시 '브로콜리 너마저'다웠습니다.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마음과 감정들에 대한 생각들을 풀어나가는 가사는 공감하지 않을 수가 없더군요. 더불어 두 번째 데모를 미쳐 입수하지 못한 점이 너무나 아쉬웠습니다. 마지막 곡이자, 두 번째 신곡은 최근에 발매된 세 번째 데모이자 2집 발매전 마지막 데모라는 '브로콜리 O마저'의 수록곡 '이젠 안녕'이었습니다. 다행히도 세 번째 데모는 티켓팅 부스에서 판매 중이었기에 당연히 장만하였죠. 마지막 곡이 끝나자, 마지막 순서가 아니었음에도 앵콜 요청이 쇄도했습니다. '앵콜요청금지'라는 곡이 있지만, 이 밴드에게 앵콜은 절대 금기는 아니었는지, 특히 여성팬들이 좋아하는 '유자차'를 들려주었습니다.
네 번째 '세렝게티'의 순서였지만 잠시 'GMF 2009'에 대한 결산 보고 및 시상식이 있었습니다. 4개 부문에 대해 'GMF'와 '민트페스타'를 주최하는 '민트페이퍼' 홈페이지에서 투표가 진행되었다고 합니다. '최고의 순간'과 '최고의 공연' 2관왕에는 '이적'이, '최고의 루키'에는 '좋아서 하는 밴드'가, '최고의 아티스트'에는 'Tune'이 선정되었고, 시상식과 함께 상품으로는 'GMF 2009 머천다이즈 full set'과 'GMF 2010에 원한다면 출연할 수 있는 권리'가 주어졌습니다. 내년 봄에는 GMF의 봄 버전으로 작게, 'Loving Forest Garden'과 'Cafe Blossom House' 두 개의 스테이지만으로 열리는 공연이 기획 중이라고 하네요.
블루지한 소울 펑크를 들려주는 '세렝게티'는 약 2달 전에 있었던 'Live THEY에 이어 같은 상상마당 무대에서 보게되었습니다. 원색들의 대비가 인상적인 가사의 '꿈 속의 Africa'로 시작된 셋리스트는 2달 전과 약간의 차이는 있었지만 '위가 없어 + Street Life' 등 다시 들을 수 있는 곡들도 있었습니다. acoustic sesseion이기에 조금은 차분했던 지난 공연과는 다르게 더욱 신나게 노는, 아프리카 대지 위를 뛰는 세렝게티 전사들의 모습을 보여주었고 관객도 함께할 수 있어쓰니다.
마지막은 감히 대한민국 인디씬 최고의 밴드들 가운데 한 팀이라고 할 수 있을 'My Aunt Mary'의 순서였습니다. 음악도 음악이지만 무대에 올라선 My Aunt Mary, 세 멤버의 모습은 대단했습니다. 세 사람 다 의류 모델을 해도 괜찮을 정도의 비쥬얼을 갖추고 있었으니까요. 가장 최근 앨범인 5집의 수록곡일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첫곡을 3집 'Just Pop'의 '기억의 기억'으로 시작했습니다. 'Just Pop'은 '제 2회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최우수 모던록' 분야와 '올해의 음반', 2관왕을 차지한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없는 앨범'이라고 하겠습니다. 개인적으로도 2000년 이후 한국 가요의 변화에 있어서 나아가야할 방향을 제시한 앨범이며, 90년대 가요가 진화했어야할 방향에 대한 해답을 인디씬에서 제시한 앨범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90년대 가요의 적통은 현재 속칭 '가요계'가 아닌 인디씬의 여러 밴드들, 이번 '민트페스타'에 출연한 'My Aunt Mary'나 '브로콜리 너마저'같은 밴드들이 이어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어서 역시 3집의 수록곡인 잔잔한 발라드 '4시 20분'이어졌습니다. 가장 좋아하는 3집의 곡을 연속으로 듣게되니 엄청난 호사이었죠. 사실 이번 공연이 당분간 My Aunt Mary의 마지막 공연이라고 합니다. 잠시 쉰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돌아올 때 알려준다네요. 재충전의 시간을 갖기 위함일까요? 아니면 새로운 앨범 작업을 위해서일까요? '당분간 마지막' 공연이기 때문인지, 세 번째 곡 역시 3집의 '파도타기'였습니다. 앨범과는 다르게, 뜨거운 태양 아래 한없이 펼쳐진 수평선으로부터 파도만이 밀려오는 평온한 바다 위에서 유유히 서핑하는 모습을 연상시키는 긴 도입부 편곡으로 감동의 물결을 일으켰습니다. 빼놓고 있었는데, 점점 인기가 높아지는 '슈퍼 세션' 키보드의 '임주연'이 이번 공연에 함께하여 그녀의 연주도 감동에 한몫했죠.
네 번째 곡은 4집 수록곡 '랑겔한스'가 이어졌고 잔잔한 분위기의 곡은 마지막이었습니다. 이어서 본격적으로 노는(?) 분위기를 시작하며 역시 4집의 'With'를 들려주었습니다. 너무나 신나는 곡의 분위기에 3집의 이미지와는 괴리감이 있지만, '내게 머물러'와 함께 제가 4집에서 가장 좋아하는 트랙이기도 하죠. 그리고 이 밴드의 디스코그라피에서 이 곡만큼이나 분위기를 띄울 수 있는 곡이 또 떠오르지 않네요. 그리고 다시 3집으로 돌아가서 '럭키 데이'와 '골든 글러브'로 공연의 대미를 장식했습니다. 마지막 밴드이고 당분간 마지막 공연이라기에 당연히도 앵콜요청은 열화와 같았고, 밴드는 그에 보답하여 기다리고 기다리던 '공항 가는 길'을 들려주었습니다. 3집 발매 전에 싱글로도 먼저 공개되었던, My Aunt Mary의 디스코그라피에서 가장 오래 기억되고 사랑받을 곡이 바로 이 곡이 아닐까 하네요. 그렇기에 당연히 리더 '정순용'은 노래 시작 전에 같이 부를 것을 관객들에게 주문했고 노래 중간에 마이크를 관객들에게 넘겨, '감동의 싱얼롱'이 연출되었습니다.(정말 감동이었어요.)
이 밴드의 라이브 실력은 더 이상 좋을 수 없었고 리더인 정순용의 매끄러운 공연의 진행과 더불어, 다른 밴드가 말했다면 관객들이 기분나빴었을 수도 있을 멘트를 상당히 정중하면서도 호소력있게 전하는 그의 능력에도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정말 대단한 리더와 대단한 멤버들을 갖춘, 몇 안되는 밴드가 아닐까 합니다. 더불어 '임주연'의 화려한 연주도 함께해서 너무 좋았죠.
내년 1월 24일 같은 장소로 예정된 '민트페스타 Vol. 24 - Meditation'도 역시 화려한 라인업이 예고되었습니다., 그 부제처럼 잔잔한 음악들을 들려주는 밴드들 위주로 꾸려졌는데, '스왈로우', '플라스틱 피플', '좋아서하는 밴드', 그리고 '재주소년'에다가 무려 'Lasse Lindh'까지 공연에 오른다고 하네요. 이제 '세계로 뻗어나가는 민트페스타'가 되려고 하는 것 일까요? 다음 민트페스타도 기대해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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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쟁이 잭-오 렌턴 in 10월 31일 숲의 큐브릭
할로윈 공연이기에 늦은 8시 시작으로 착각하고 있던 저는, 넉넉하게 약 7시 경에 숲의 큐브릭에 도착하였습니다. 하지만 완전 착각으로 공연은 6시부터 시작되었고 입장 후 맨 뒷자리에 앉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짙은'이 마지막 곡으로 '손톱'을 '한희정'의 키보드 연주와 함께 들려주고 있었습니다. 아쉬웠지만, 다행히도 '한희정'과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의 공연은 놓치지 않은 것이었죠. 하지만 스피커가 앞쪽에만 있었기에 뒷자리에서는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 불편함이 있더군요. 귀청이 떨어질 만큼 큰 소리를 내지 않는 것은 좋았지만, 그 반대 급부로 뒷자리에서는 제대로 감상하기 힘들었습니다. 중간 즈음으로 자리를 옮기니 비교적 잘 들리더군요.
잠깐의 세팅이 지나가고 '한희정'을 대신하여 '레이디 응가'가 등장했습니다. 머리에 '응가'을 올리고 있어서 레이디 응가라나요? 영국에서 온 그녀는 '한국'과 '한희정'을 사랑한다고 영어로 이야기 했습니다 .그런데 너무 긴장을 했는지 영어가 조금 어설프더군요. 하지만 그녀는 능숙하게 그녀가 아름답다(beautiful)고 표현한 한희정의 노래를 능숙하게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가증스러운 가사의 '드라마'와 고독한 자아성찰과도 같은 '나무', 그리고 상쾌한 아침공기같은 '산책', 이렇게 세 곡이 이어졌죠.
그리고 커버곡 시간이 시작되었습니다. 'DawnyRoom Live 2'의 미리보기하고 할까요? 첫 번째 커버곡은 놀랍게도 'Radiohead'의 최대 히트 앨범 'OK computer'의 수록곡 'Exit Music'이었습니다. 버릴 곡이 하나도 없는 앨범 'OK computer'이지만, 'Exit Music'은 제가 특별히 좋아하는 곡이고 노래방에서도 종종 부르는 곡이랍니다. 'For A Film'이라는 꼬릿말이 붙는데 바로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의 엔딩 크레딧으로 사용되었기 때문이죠. 가사도 딱 영화의 마지막 부분을 생각나게하죠. 이어지는 커버곡은 'Lady GaGa'의 'Paparazzi'였습니다. 원곡과는 다르게 어쿠스틱으로 들으니, 섹시하면서도(Pararazzi를 발음할 때, 마지막 zzi 부분) 단아한 느낌이 그녀에게 은근히 잘 어울리는 곡이었습니다.(저에게는 원곡보다 좋더군요.)파파라치같이 집요한 그녀의 팬들에 대한 애증을 표현한 커버곡은 아니었을까요? 많은 커버곡을 들려줄 듯한 DawnyRoom Live 2를 기대해도 좋겠습니다.
DawnyRoom Live 2 엿보기는 두 곡으로 끝나고 다시 '한희정 모드'로 돌아온 레이디 응가는 앨범에 수록되지 않은 두 곡을 들려주었죠. 다음 앨범에 수록되기를 바라는 문의가 끊이지 않는 '우습겠지만 믿어야할'과 가장 최신곡이라고 할 수 있는 '반추'였습니다. '반추'는 그녀의 홈페이지에 잠깐 가사가 올라오면서 예고되었던 곡이기도 하고, 불확실하고 부정확한 '기억'에 대해 노래하는 곡입니다. 마지막과 앵콜곡은 서로 상반되는 제목이지만 결국 맞닿아있는 '우리 처음 만난 날'과 '끝'이었습니다. 길지 않았지만, '푸른새벽' 시절과는 다르게 최근 열심히 공연하는 그녀이기에 아쉽지는 않았습니다. DawnyRoom Live 2를 많이 기대해야겠죠?(저는 못갑니다만.)
마지막은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를 대신하여 등장한 '더 칼스(the Kalls)'였습니다. 선글라스에 시크하게 차려입은 민홍형의 모습도 놀라왔지만, 파격적인 화장을 하고 등장한 은지누나의 모습은 정말 놀라웠습니다. 분장(?)을 위해 신사동까지 왕복 3시간 이상 걸리는 수고를 했다고 하니 이 공연을 위해 얼마나 준비했는지 알 수 있었죠. 더 칼스는 레이디 응가와는 달리 더 일찍 한국어 공부를 해서 유창한(?) 한국어를 들려주었죠. 첫 곡은 소규모의 '착각'이었습니다. 요즘 공연에서 자주 듣게되는 곡이기도 한데, 착각하며 살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노래랍니다.
이어서 커버곡 퍼레이드과 시작되었습니다. 'Beatles'와 'John Lennon'의 곡들이었죠. 신나는 'Get Back'을 시작으로 엽기적인 살인을 노래하는 'Maxwell's silver hammer', 단순한 멜로디와 가사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인기가 좋은 'Love', 흥겹지만 Drug(LSD)를 상징한다는 의심을 받는 'Lucy in the Sky with Diamond'까지 영국곡들이었죠. 하지만 마지막은 미국 노래였습니다. 'Velvet Underground'의 'Lou Reed'가 부른 'Perfect Day'였습니다. Beatles 흥겨움은 좋았지만 영국의 로큰롤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저에게는 'Perfect Day'가 최고였습니다. 소규모 음악의 본질적은 느낌과도 닿아있는 기분이었으니까요. 앵콜곡은 두 곡으로 '두꺼비'와 역시 Beatles의 'Love me do'였습니다.
음향도 아쉬웠지만, 조명도 아쉬운 점이 많았습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극악의 조명이라고 생각했던 '빵'이나, 얼마전에 역시 버금가는 극악의 조명이었던 '타'와 더불어 '3대 극악 조명 클럽'이라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어요. 무대에 숲의 큐브릭과 어울리는, 그리고 파스텔뮤직 뮤지션들과 어울리는 괜찮은 조명이 한 두 개있었으면 더 좋겠습니다.
ext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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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fe Blossom House in 10월 25일 GMF 2009
'장기하와 얼굴들'의 순서가 끝나고 반대편으로 달려갔을 때, '소히'의 공연은 이미 시작되어서 첫곡으로 '앵두'를 들려주고 있었습니다. 공연을 본 지는 정말 오래되었고, 이후 CF를 통해서 듣게 되어 반가웠었던 곡이죠. 빵에서 있었던 '하얀 운동화의 추억'이 생각났습니다. 소히씨도 그 하얀 운동화를 기억하고 있을지요. 이어 2집을 준비 중인 그녀가 신곡들을 풀어놓았습니다. 솔직한 감정을 표현하는 '짜릿한 입맞춤'은 그자리에 있던 많은 솔로들의 마음을 울렸으리라 생각됩니다. 이어 '그럼 그렇지'와 '산책', 두 곡의 신곡이 이어졌죠. '산책'은 '이한철'이 그녀에게 준 곡이라고 하네요. 또 한 곡의 익숙한 곡을 듣고 Maximilian Hecker의 공연을 위해 발길을 돌렸습니다. 바로 '사람의 맘을 사로잡는 방법'이었습니다. 이 곡도 CF를 통해나왔었나요? 그녀는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방법을 알고 있는지? 알고 있다면 좀 알려주세요. GMF를 찾은 수많은 솔로들을 구제하는 셈 치고요.
'Maximilian Hecker'의 미성을 듣고 다시 달려온 무대에는 '허민'이 막 올라오려던 참이었습니다. 그녀도 역시 오랜만이었습니다. 3집 발매 기념 공연이 다른 공연과 겹쳐서 가지 못했던 점을 참 애석하게 생각하고 있었기에 이 공연이 더욱 기대되었죠. 첫곡은 그녀의 대표곡이라고 할 수 있는 '강남역 6번 출구 앞'이었습니다. 소히가 질러놓은 솔로들의 마음이 이 곡을 들었다면 조금 위로가 되었을까요? 이어서 제가 그녀의 곡들 중 가장 좋아하는 곡이라고 할 수 있는 '까만 하늘 너의 눈동자는'이 이어졌습니다. 인상적인 그녀의 1집 수록곡들 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인 트랙으로 피아노와 그녀의 노래만 들어간 버전과 오케스트라까지 들어간 버전, 그렇게 두 버전이 수록될 정도로 그녀에게도 상당히 의미있는 곡이 아닌가 합니다. 피아노 연주와 더불어 아름다운 가사가 일품이었고 라이브로 듣는 그녀의 목소리 또한 좋았습니다.
귀여운 가사가 인상적인 'Favorite Song'에 이어 그녀를 처음 알게 해준 곡 '시간이 지나면'이 지나면이 이어졌죠. '바닐라 쉐이크(Vanilla Shake)'로 활동할 당시 그루비한 연주에 코러스가 인상적이었던 이 곡 덕분에 '허민'이라는 이름이 기억 속에 남았으니까요. 그녀의 1집과 2집에는 수록되지 않았다가, 3집에서 드디어 수록되어 반갑기도 한 유서깊은(?) 곡이랍니다. 그리고 제가 그녀의 노래 가운데 두 번째로 좋아하는 곡마저도 이어졌기에 정말 멋진 공연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바로 '멈추지 않는 시간의 끝'이 그 곡이었죠. '까만 하늘 너의 눈동자는'을 이어, 피아노 연주 위로 흐르는 그녀의 차분한 음성은 이제 허민을 떠올리게 하는 전매특허가 아닌가 합니다. 마지막 곡으로 그녀는 '고양이 버스'를 준비했지만, '고양이 버스'가 너무 신나는 곡이기에, 분위기에 젖은 관객들을 생각하여 다른 곡을 들려주었습니다. 바로 3집의 수록곡 '봄이 오면'이었습니다. 봄이 아닌 가을의 밤이라 아쉽기는 했지만, 가을밤은 그렇게 깊어가고 있었습니다.
안녕! 2009년의 GMF! 내년에도 만나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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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t Breeze Stage in 10월 24일~25일 GMF 2009
이동하면서 잠깐 본 밴드들 빼고, 전곡을 감상한 밴드들은 이 틀 동안 모두 5팀이었습니다. 24일 '오지은', '스위트피'였고 25일 '짙은', '장기하와 얼굴들', 'Maximilian Hecker'였죠.
'Loving Forest Garden'에서 'Alice in Neverland'의 공연을 마치고 찾아온 'Mint Breeze Stage'에서는 '홍대 마녀' '오지은'의 순서가 예정되어있었습니다. 하지만 공연 전부터 우려되었던 점은 그녀의 음악이 이렇게나 큰 무대에 어울리냐였습니다. 오히려 방금 있었던 Loving Forest Garden이 그녀의 음악에는 더 어울릴 법했으니까요. '그대'를 시작으로 '익숙한 새벽 3시', '요즘 가끔 머리 속에 드는 생각인데 말이야' 등 잔잔한 곡들로 채워나간 그녀의 공연은 나쁘지 않았지만 밝은 대낮의 넓은 무대 위에서는 뭔가 부족해 보였습니다. 일행 중 한 사람은 '오후 3시를 오전 3시의 분위기로 만들어버린다'라고 불평을 했을 정도니까요.
하지만 후반부에 배치된 곡들이 다행히 분위기를 살렸습니다. '진공의 밤'을 시작으로 그녀를 마녀로 만드는 곡들인 '화'와 '날 사랑하는 게 아니고'는 그런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달래주었죠. 다음날 많은 사람이 모일 것이 명약관화했던, 인디씬의 원로밴드 '언니네 이발관'이나 신인밴드들 가운데서 상당한 인기를 모으고 있는 '노리플라이' 공연에 자리가 부족했던 점을 생각했다면 역시 무대 배치는 아쉬웠습니다. 그녀의 소속사와 GMF의 기획사가 같은 계열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다분히 '오지은 밀어주기'처럼 생각할 수도 있었습니다. '언니네 이발관'같이 더 인지도있고 연륜있는 밴드가 더 작은 무대에 서게 되었다는 점에서 그런 의혹은 더 클 수 밖에 없었죠.
이어 델리스파이스의 리더이자, 인디씬의 '살아있는 화석'이라고도 할 수 있을 '스위트피(김민규)'의 무대였습니다. 세션들과 함께 등장했는데 그 세션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문라이즈 연합군'혹은 '문라이즈 잔당'이라고 해야할까요? '문라이즈'의 대표이자 뮤지션인 '스위트피'를 제외하면 남아있는 유일한 소속 뮤지션인 남성 듀오 '재주소년'의 두 사람이 기타와 코러스로 등장했고, 다른 한 명의 기타 세션은 바로 '슬로우 쥰'이었습니다. 스위트피와 재주소년같이 말랑말랑한 남성보컬의 팝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선물이었죠. 또 독특한 점이 '스위트피'의 순서였지만 '문라이즈 연합군'이라고 언급했듯이 새로운 컨셉으로 공연을 진행했다는 점입니다.
스위트피는 자신의 곡들 '섬', '오! 나의 공주님' 등을 들려주었는데 비단 스위트피의 곡들 뿐만 아니라 재주소년의 곡들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스위트피가 부르는 재주소년의 곡이 아니라, 바로 재주소년의 목소리로요. 두 멤버가 각각 부른 '미워요', '귤'이 기억에 남네요. '스위트피'에게 배정된 시간을 문라이즈 연합군이 공연하는 독특한 방식으로 진행되었는데, 이 방식은 바로 25일에 예정되어있는 '재주소년'의 순서에도 그대로 적용되어, 역시 문라이즈 연합군의 공연이 될 것이라고 하네요. 그러니깐 이틀 동안 1부와 2부로 나누어진 '문라이즈 연합군 공연'이라고 할까요? 하지만 재주소년의 입장에서는 다음날은 또 어떻게 꾸려나갈지 살짝 걱정이되기도 하더군요. '재주는 소년이 부리고 돈은 사장님이 번다'고 사장님(스위트피)의 횡포가 아니었을지요? 물론 그럴리 없겠지만요. 마지막 곡은 주옥같은 스위트피의(스위트피도 카피한 곡이기는 하지만) 'Kiss Kiss'였습니다. 화창한 가을날, 재주소년과 스위트피, '어린왕자 연합군'의 소소하고 수줍은 공연이었죠.
그렇게 24일은 'Loving Forest Garden'과 'Mint Breeze Stage'를 돌아다니다가 끝이났습니다. 25일은 개인적인 사정으로 조금 늦게 올림픽공원에 도착했습니다. 3시에 예정되어있는 '짙은'은 순서를 맞춰 Mint Breeze Stage에 입장해서 스탠딩 존에 들어갔지요. 이 날 짙은의 무대는 아주 특별했는데, 바로 짙은의 파스텔뮤직 입사 즈음에 군입대를 한 다른 멤버 '윤형로'가 오랜만에 무대에 서는 날이었기 때문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짙은'을 보컬 '성용욱'의 원맨 밴드로 알고 있지만, 보컬 성용욱과 기타리스트 윤형로의 듀오랍니다. 세션으로는 계속 공연을 도와주고 있는 첼로리스트 '성지송'과 '타루'의 '음악적 짝'이라고 할 수 있는 '오박사(오수경)'가 눈에 띄었습니다.
'Secret', 'December', 'Feel alright' 등 지난 단독 공연에서 들었던 곡들을 좀 더 꽉찬 소리로 들을 수 있었습니다. 2005년에 발매된 EP 수록곡 'Rock Doves'는 두 멤버가 함께 무대에 선 모습을 보며 들으니 또 새로운 느낌이었습니다. 마지막 곡은 짙은의 주목같은 히트곡(?) '곁에'였습니다. 두 멤버가 함께 선 모습은 팬들에게는 아마도 큰 선물이었을 듯합니다. 이제 두 사람이 함께 무대에 오르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겠군요.
이어 '대한민국 최고의 힙합밴드', '장기하와 얼굴들' 순서였습니다. 올해 어떤 페스티벌이고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섭외 1순위 인디밴드답게, 세팅시간동안 사람들은 속속 모여들어서 스탠딩 존은 거의 가득 찼고, 이 밴드의 인기를 다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아무것도 없잖어', '정말 없었는지'같은, 장기하의 표현에 의하면 축축 처지는 노래들로 시작을 했습니다. 처음에는 마스코트라고 할 수 있는 '미미 시스터즈'가 무대에 등장하지 않았는데, 페스티벌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면서 사진을 찍는 이벤트가 있었나 봅니다. 결국 미미 시스터즈도 합류했고, '달이 차오른다, 가자', '별일 없이 산다' 등을 들려준 것으로 기억합니다. 사실 저는 이때 돗자리에 누워 가을날을 만끽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기다리던 'Maximilian Hecker'의 순서가 찾아왔습니다. 최근 일 년에 한 번 씩은 꾸준히 방문하는 그는 올해는 GMF에서 볼 수 있게되었죠. 밴드와 함께했는데, 아시안 투어의 일환으로 우리나라에서는 GMF 공연을 갖게된 것이더군요. 우리나라를 경유해서 중국에 갈 예정으로 그곳에서는 수 차례 공연이 예정되어 있더군요.
이제는 나이를 속일 수는 없지만, 그래도 여전히 여리고 감성적 모습으로 무대에 등장한 그와 그의 밴드는, 다섯 번 째 앨범이 발매된 만큼, 그 앨범의 수록곡들("The space that you're in", "Misery", "Miss underwater", 'Snow white" 등) 위주로 공연은 진행되었습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제가 가장 좋아하는 3집의 수록곡들도 몇 곡 들을 수 있었습니다. 'Summer days in bloom', 'Anaesthesia' 등이었고 저는 나즈막히 싱얼롱할 수 있었습니다. anaethesia의 허밍은 많은 사람들이 함께했으면 좋았을텐데, 그러지 못하는 현실이 아쉬울 뿐이었습니다. 아무래도 거의 서정적이고 조용한 음악들을 들려주는 그이기에 스탠딩 존에 서서 즐기는 사람들보다, 잔디에 앉아 즐기는 사람들이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페퍼톤스'를 보고 싶었지만 한참을 기다려야하고, 더구나 다음날 출근해야한다는 '직장인의 비애'를 안고 집으로 향했습니다. Mint Breeze Stage 사이에 본 'Cafe Blossom House'의 두 뮤지션은 마지막 포스팅으로 하도록 하죠. 그러고보니 'Club Midnight Sunset'을 결국 25일에 잠깐 드른 것 외에는 제대로 본 뮤지션이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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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ing Forest Garden in 10월 24일 GMF 2009
10월 24일부터 25일까지 이틀동안 열린 'Grand Mint Festival 2009(GMF 2009)'는 2007년부터 시작된 GMF의 세 번째 행사로, 드디어 저도 3년만에 GMF에 참가할 수 있게되었습니다. 24일 날씨도 좋은 토요일 11시 30분 경 일행들과 티켓팅 부스에서 만나 티켓딩, 팔찌 착용, 성인인증까지 마치고 '대망의 GMF'로의 여정이 시작되었죠. 하지만, 티켓팅부터 상당히 지체되고 더구나 팔찌를 티켓과 따로 배포해서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었던 점은 정말 아쉬웠습니다.
일행들을 기다리느라, 오프닝은 건너뛰고 벽 넘어로 간간히 들리는 '줄리아 하트'의 노래를 듣다가, 메인 스테이지인 'Mint Breeze Stage'가 아닌, 'Loving Forest Garden'으로 여정은 시작되었습니다. 바로 'Alice in Neverland'가 저에게는 첫 번째 순서였죠. 동그란 무대를 가진 Loving Forest Garden은 Alice in Neverland를 위한 무대처럼 보였습니다. 비좁은 라이브 클럽의 무대와는 다른 동그란 무대는 악기 배치도 좋아 보였구요. 바이올린의 '조윤정'을을 중심으로 하여, 뒷 쪽으로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키보드 및 아코디언의 '최진경', 기타 '염승재', 베이스 '박진우', 드럼 '백선열'로 둘러싼 배치는 몰입감을 높여주었습니다. 이 밴드 음악의 바탕을 만드넨 네 명이 뒤쪽에 위치하고, 방점을 찍는 바이올린이 중앙에 위치하였기에 그런 효과가 나타났겠죠? 베이시스트 박진우의 착한 입담은 여전해서 수록곡들로 이야기를 만들어갔죠.
약 40분간 들려준 음악들은 공연 시간이나 곡 구성에서 '민트 페스타'의 셋리스트와 유사했습니다. 2집의 첫곡이자 축제(GMF)의 시작을 'Welcome to Festa'를 시작으로, GMF의 초대장과 같은 '바람을 타고 온 편지'가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잠수부의 운명'은 제목에 담긴 사연이 궁금했었는데, 나름대로 슬픈(?) 사연이 있다는 것을 알게되었죠. 그리고 축제의 절정이라고 할 수 있는 'Festa in Neverland'와 '토리의 춤'을 연이어 들을 수 있었죠. 하지만 가장 마음에 들었던 곡은 역시 탱고의 매력이 살아있는 '네버랜드 횡단열차'였습니다. 제목에서도 느껴지는 그 '질주 본능'은 경쾌한 바이올린 선율을 따라 상쾌하게 달렸습니다. 마지막은 아이리쉬의 절정 '집으로 가는 길이었습니다. 첫 번째 앨범에 이어 성공적인 두 번째 앨범을 보여준 Alice in Neverland 조만간 또 단독 공연이 있나봅니다. 다음에는 꼭 단독 공연도 보도록 해야겠어요.
Alice in Neverland가 끝나고 드디어 메인 스테이지 'Mint Breeze Stage'로 이동했습니다. 이동중에 마침 Lasse Lindh의 마지막 곡 "C'mon through"가 흐르고 있더군요. 돗자리에 앉아서 본 메인 스테이지의 뮤지션들은 '오지은'과 'Sweet Pea(스위트피)'였습니다. 메인 스테이지는 별도로 포스팅하도록 하죠.
다시 돌아온 Loveing Forest Garden은 '전제덕'으로 이어졌습니다. 사실 '전제덕'에게는 큰 관심은 없었지만 뒤에 이어 '한희정', '장윤주' 그리고 '요조'로 이어지는 여성 뮤지션 삼단 콤보를 보기위해서 미리 자리 확보를 위해서 볼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Loving Forest Garden이 열린 무대 자체가 수용인원이 너무 적다는 문제때문이었습니다. 1천에서 1천 500명 정도가 들어가는 무대인데, 그 자리에 올라오는 뮤지션들의 인지도를 생각했을 때, 그리고 GMF라는 이 특별한 축제를 생각했을 때는 너무 부족한 자리였거든요. 첫 날과 마찬가지로 둘 째 날에도 역시 메인 스테이지만큼이나 라인업이 좋았기에 지속적으로 만석이 되는 사태가 발생했지요. 첫 날에는 전제덕을 시작으로 약 4시간 이상 Loving Forest Garden 안에 있어 몰랐지만, 아마도 역시 만석으로 많은 사람들이 보고싶은 공연을 못 보았을 겁니다.
하모니카 연주로 유명한 '전제덕'이었지만 그의 하모니카 연주를 더욱 빛나게 해주는 것은 뒤에 서있는 기타, 베이스, 드럼, 키보드의 세션 밴드가 아닐까 하네요. 하모니카는 피아노처럼 홀로 완전한 음악을 들려주기에는 부족한 악기이니까요. 하지만 그의 열정이 담긴 연주는 분명 특별한 무엇이 있었습니다. 마지막 곡 'John Lennon'의 'Imagine'에서는 세상을 볼 수 없지만 음악을 통해 세상을 느끼고 이야기하는 그의 마음이 전해지는 듯했습니다. '한국의 스티비 원더'라고 불러야할까요? 하모니카 연주에 이어 이어졌던 그의 노래는, 잘 부른다고 할 수는 없었지만, 그의 장애를 뛰어넘은 역경을 느낄 수 있을 만큼, 정신이 담긴 목소리였습니다.
'홍대 여신'이라 불리는 그녀 '한희정'은 지난 단독 공연 'DawnyRoom Live'와는 다른 모습으로 등장했습니다. 바로 '어쿠스틱 기타'가 아닌 '일렉트릭 기타'가 그녀와 함께하고 있었죠. 무려 6년만에 꺼내든 일렉기타라고 합니다. 하지만 반짝거리는 모습은 6년의 세월을 무색하게 했고, 그녀의 홈페이지에 공개된 사진들처럼 그녀가 GMF를 위해 얼마나 준비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얼마나 공연을 기다렸는지, 세팅으로 배정된 시간이 다 가기도 전에 시작했다가 다시 들어가는 해프닝도 있었습니다. "안녕~!"
첫 곡은 늘 그렇듯 첫 곡다운 제목의 '우리 처음 만난 날'이었습니다. 요즘 자주 보게되는 그녀이지만, 그녀에게는 매 공연마다 처음 만나는 느낌인지 궁금하네요. 이어 귀엽지만 잔인한 '브로콜리의 멘트'가 인상적인 '브로콜리의 잔인한 고백'이 이어졌죠. 밴드 버전에서도 '귀염버전'으로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앨범에는 수록되지 않았지만 빨리 수록되기를 바라는 곡 '우습겠지만 믿어야할'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밴드버전으로 들으니 더 호소력있으면서도 섹시하게(?) 들리더군요. '멜로디로 남아'가 지나가고 1집의 수록곡들이 주르륵 이어졌습니다.
가증스러운(?) 느낌의 '드라마', 나즈막하고 오롯한 외로움이 담겨있는 '나무'에 이어 정말 오랜만에 듣는 're'가 이어졌습니다. 기타대신 미니키보드(?)를 연주하며 요란하고 몽환적인 사운드 위로 흐르는 그녀의 외침을 들을 수있었죠. 역시 최근 자주 듣는 '산책'에 이어 're'와 마찬가지로 밴드로 들어야 제맛인 '잃어버린 날들', 그리고 싱얼롱을 위한 곡 '휴가가 필요해'까지 펼쳐졌습니다. 어쿠스틱 공연인 DawnyRoom Live와는 차별화를 두기위한 전략인지, EP의 어쿠스틱을 위한 곡들 'acoustic breath', '러브레터', '솜사탕 손에 핀 아이'는 들을 수 없었죠. 마지막 곡은 EP의 마지막 곡이기도한 '끝'이었습니다. 조만간 있을 공연에서 또 만나요.
한희정의 공연이 끝나고 약간의 자리 이동이 있었지만 나간 수 만큼 들어와서, 많은 인파는 그대로 유지되었습니다. 바로 다음이 '장윤주'였기 때문이었을까요? '파스텔뮤직의 두 여신' 사이에서 탑모델이었던 그녀가 뮤지션으로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 지 기대되었습니다. 무대에 오른 그녀는 키보드 연주와 함께 공연을 시작했습니다. 연주곡 'Martini Rosso'에 이어 모델로서 그녀의 파리에 대한 사랑이 듬뿍 느껴지는 '파리에 부친 편지'가 이어졌습니다. 그녀의 데뷔앨범에서 인기곡 중 하나죠. 그리고 그렇게도 라이브로 듣고 있었던, 뮤지션으로서의 그녀를 알게해준 바로 그 곡, 'Fly away'가 기타연주와 함께 이어졌습니다. 자칭 '강남 엣지녀'인 그녀의 뮤지션으로서 공연을 통해 느껴지는 첫인상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앨범을 딱 한 장 발표한 그녀이기에 약 40분이라는 공연시간동안 그녀의 모든 곡들이 펼쳐졌습니다. 훌쩍 떠나는 꿈과 같은 'Dream', 조만간 다가올 쓸쓸한 늦가을을 고즈넉이 노래하는 '11월', 밴드로 준비했지만 세션들이 혼자하라고 해서 혼자한다는 '옥탑방'이 이어졌죠. 모델로서 성공을 거둬 현재는 경제적으로 문제가 없을 그녀겠지만, 왠지 유명인사가 되기 전 '배고픈 시절'을 생각하게 하는 곡들이었습니다. 곡이 부족했는지, 아니면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서인지 '연가(비바람이 치던 바다...)'로 싱얼롱 타임이 있었죠. 이어 GMF에 혼자 왔을 수많은 솔로들의 염장을 지르는 'Love Song', GMF가 열린 즐거운 '오늘'에게 노래하는 듯한 '오늘, 고마운 하루', 봄의 열병같은 사랑 이야기 'April'가 이어졌죠. 노래로 느껴지는 그녀의 이미지는 왠지 '나른한 고양이'같은데 그런 느낌이 잘 이어지는 세 곡이었죠. 그리고 마지막 곡은 스스로 무덤(?)을 파는 자기 고백적이면서도 당당한 그녀의 자신감이 느껴지는 '29'이었습니다. 앨범이 발매된지 이제 1년이 되었다고 하니, 아마 지금은 30으로 바꾸어야하지 않을지요? 홍대 인근에서 자주 공연해서 그녀 자신 뿐만 아니라, 그녀의 곡들에 대한 인지도도 높였으면 좋겠네요.
이어 장윤주도 인정한 강북의 '홍대 여신' '요조'의 순서였습니다. 그녀의 순서가 되니 사람들은 더욱 많아져, 무대 바로 앞 좌석이 없는 바닥에도 몇 겹으로 둘러앉은 인파를 보면서 그녀의 인기를 다시 실감하게 했습니다. '내가 노래할게' 시리즈와는 또 다르게, 기타와 키보드 세션 두 명과 함께 등장했습니다. 나중에 밝혀진 사실이지만, 퍼커션 세션에게 개인적인 문제가 생겨서 갑자기 빠지게 되었다네요. 첫 곡은 'My name is Yozoh'와 더불어 그녀의 자기소개서같은 곡 '슈팅스타'였습니다. '아뵤~' 이어 '사랑의 롤러코스터'가 이어졌는데, 그녀의 멜로디언 연주와 더불어 기타와 키보드가 함께하는, 퍼커션이 빠진, 연주는 멜로딕하면서 지난 공연들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그녀는 공연 내내 '퍼커션이 빠진 소리의 빈자리'를 걱정한 듯하지만, 그 빈자리는 거의 느낄 수 없었습니다.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의 '모닝스타'가 지나고, 또 커버곡 한 곡조를 뽑았는데 역시나 그녀의 아끼는, 손대면 베일 듯한 콧날의 소유자, 'Jason Mraz'의 "I'm yours"였습니다. 물론 이 곡도 염장곡이었죠. '숨바꼭질'에 이어 일요일이 아닌 토요일의 무대에 선 그녀의 아쉬움이 조금 느껴지는 'Sunday'의 '일부 Saturday version'도 들을 수 있었죠. 장윤주의 '29'에 이어, 원곡과는 다르게 그녀의 현실이 반영된(현실에 맞게 변형된) 가사 '29살의 길을 걷고 있어'에서 그녀의 현실(?)을 다시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29라는 숫자가 단지 숫자일 뿐이지만, 그래도 심각한 그녀의 '미간 잡기'도 볼 수 있었죠. 지난 단독 공연에서 새로 선보인 아이템 '템버린'이 그녀의 허벅지를 아프게했던, 이쁜 가사의(하지만 역시 염장이 장난아닌) 'Love'이어졌죠. 그러고 보니 요조의 곡들은 가사가 참 야한 듯, 언젠가 그녀의 말처럼 '음란가수 요조'를 새삼 다시 느끼게되었구요. 소규모의 그림자가 담겨있는 '그런지 카'가 준비된 마지가 곡이었습니다. 하지만 폭발적인 인기답게 앵콜 요청이 있었고 그녀는 잡으면 큰일 날 기타를 잡고 한 곡을 뽑았습니다. 지금까지 염장지르던 곡들을 한 방에 물리쳐버린 곡, 바로 '연애는 어떻게 하는 거였더라'가 바로 앵콜곡이었죠. 하지만 그래도 연인들이 부러웠어요.
요조 다음 순서는 바로 '조원선'이었습니다만, 저를 비롯한 대규모 인원이 조원선의 공연을 기다리지 않고 밀물처럼 빠져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조원선도 '듣보잡'으로 만들어버리는 인디음악 애호가들의 저력(?)을 다시 느낄 수 있는 장면이었습니다. 후일담을 들어보니, 요조에 비해 상당히(?) 적은 인원이 조원선의 공연을 보았다는군요. Loving Forest Garden에서 하루동안 본 5팀의 공연만으로도 이틀치의 GMF 티켓가격의 본전생각이 나지 않는 하루였습니다. 다른 글들로 GMF 이야기를 이어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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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루 팬미팅 in 10월 19일 클럽 타
조금 일찍 도착한 홍대의 거리는, 그야말로 상당히 쌀쌀해서 초겨울의 날씨였습니다. 팬미팅은 7시 30부터 시작예정이었는데, 당첨자 확인 및 입장을 동시에 7시에 시작하기에 기다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원래 계획은 입장 티켓을 받은 뒤, 간단하게 저녁을 먹고 팬미팅에 참석하는 것이었는데 말이죠. 입장 후 30분의 기다림이 지나고 팬미팅이 시작되었습니다. 자리를 마련해준 예스24 관계자분의 안내가 지나고 스크린을 통해 영상이 비춰졌죠. 요조나 한희정의 단독공연때도 그렇고, 요즘 '파스텔뮤직'이 영상을 잘 이용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상 속에는 동대구의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서, 바로 팬미팅이 열리는 클럽 타까지 들어오는 타루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스크린이 올라가고 타루와 그녀의 음악적 동반자 '오박사(오수경, 밴드 1984 소속이기도 함)'가 등장했습니다. 첫 번째 순서는 팬미팅에 응모한 사연들 중 '타루와 함께 여행하고 싶은 곳은?'에 대한 대답들이었습니다. 재치있는 대답부터 장황한 대답까지 여러 글들을 타루의 목소리로 들을 수 있었습니다. 퀴즈 시간이 이어졌고, EA에서 협찬한 USB 메모리를 둘러싼 치열한 신경전이 시작되었습니다. 잘 모르고 있었던 타루에 대한 사실들 알게되었습니다. 더불어 오박사에 대해서도 조금 더 알게되었구요. 이어 이어진 질문 시간에서는 재미를 붙인 오박사의 계속된 질문 뽑기로 상당히긴 시간이 소요되었습니다. 상당히 진지한 이야기들이 나왔구요.
그리고 드디어 기다리던 어쿠스틱 공연이 이어졌습니다. 팬미팅의 시작에 앞서 예고한 셋리스트대로 곡은 진행되었습니다. 오박사의 키보드에 연주에 맞춰 코 앞에 앉은 타루는 "Don't let me down"를 불렀습니다. 들으면 들을 수록 그 매력이 더해지는 곡들이 있는데, 이 곡도 그렇더군요. 그리고 이어지는 곡은 팬미팅 시작에 앞서 상영된 영상의 배경음악으로 흘렀던, 타루가 홀로 부르는 '내일이 오면'이었습니다. 이번에는 기타세션도 등장하였고, 화려한 분위기의 앨범 버전과는 달리 소박한 어쿠스틱에서는 좀 더 가사에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시작부터 내내 상당히 엄숙한 분위기에 진행된 팬미팅에 실망했는지, 타루는 좀 더 편한 분위기를 갖도록 유도했고 사건(?)의 발단이 되었습니다. 가장 앞 줄에 앉은 한 팬은 미리 준비해온 김치전을 비롯한 음식들을 그녀 앞에 풀어 놓기 시작했죠. 막X리까지 등장하여 마치 타루를 앞에 두고 제사를 치루는 장면같았달까요? 그리고 사건은 일어났습니다. 가장 슬픈 곡이라고 할 수 있는 'Sad melody'를 부르다가 그만, 먹는 모습에 타루의 웃음보가 터지고 말았죠.
팬미팅이기 때문에 그럴 수 있겠지만, 팬클럽에서 추첨된 인원이 아닌 대형사이트에서 추첨으로 선정된 인원이기에 문제가 될 수도 있었습니다. 참석한 사람들이 모두 타루의 열렬한 팬이 아닐 수 있기에 프로답지 못한 그녀의 첫인상에 큰 기대가 무너질 수도 있었으니까요. 실수 때문인지, 팬미팅 시작부터 내내 타루 옆에 있었던 오박사는 무척이나 긴장한 모습이었습니다. 다행히도 이어진 '연애의 방식'과 '풍경은 언제나'는 깔끔히 마무리되었고, 앵콜곡으로 '사랑의 찬가'가 이어졌습니다.
짧은 공연이 끝나고 포토타임이 이어졌고, 남은 사인회를 뒤로 하고 금토일 그리고 월요일로 이어지는 외출의 피로 누적으로 집으로 향했습니다. 어쿠스틱 공연의 소득이 있었지만, 진행 상 많이 아쉬운 팬미팅이었습니다. 편안한 만찬은 공연 중이 아닌, 공식적인 순서가 모두 끝나고, 혹은 편안한 사인회 즈음에 시작했어야 좋았을텐데요. 그녀를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 좋지않은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기에 조마조마한 팬미팅이었다고 할까요? 걱정과 우려로 편안한 어쿠스틱이 불편한 자리가 되어버린 상황은 다시 없도록 해야겠구요. 좀 더 편안한 자리에서 즐겁게 놀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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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해보자, '숲의 큐브릭'
'파스텔뮤직'에서 발매한 음반들을 들으면서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어요. "파스텔뮤직의 음악들이 계속 흘러나오는 멋진 카페가 있었으면 좋겠네."라고요. 아마도 날씨가 좋은 날 햇살이 잘 드는 1층 혹은 2층의 카페에서였을 거에요. 저만 그런 생각을, 그런 꿈을 갖았던 것은 아니었나봐요. 물론 조금 변질(?)되기는 했지만, 그래도 이루어졌으니까요. 바로 '숲의 큐브릭'으로요.
'숲의 큐브릭'은 그야말로 '파스텔뮤직'에서 직영(?)하는 공간입니다. 약도는 파스텔뮤직 블로그(http://pastelmusiclife.tistory.com/7)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지난주에 직접 잠깐 찾아갔던 '숲의 큐브릭'을 살펴보죠.
숲의 큐브릭은 홍대 '걷고 싶은 거리', 상상마당 근처에 위치하게 있어요. 하지만 '걷고 싶은 거리'가 아닌, 그 옆골목에서 조금 더 들어간 조금 외진 구석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처음가는 발길에 찾기 힘들겠지만, 다행히도 한 번에 기억될 만한 표지가 사람들을 맞이해주네요. (사진을 클릭하면 더 크게 볼 수 있어요.)
누구냐 넌?
건물로 가까이 접근하면 숲의 큐브릭은 햇살이 잘 들 법한 1층이 아니라, 지하에 위치한 것을 알 수 있죠. 가까이 가보죠.
부엉이 + 원숭이 = 부엉숭이?
지하에 위치한 숲의 큐브릭을 발견했을 때, 우리를 맞이하는 녀석입니다. 숲의 큐브릭 공식 마스코트라고 할까요? '부엉이'와 '원숭이'의 합체 '부엉숭이'라고 불러야겠네요. 그림풍이 왠지 어린시절 어디에선가 보았을 법한, 일본만화의 한 컷같은 느낌이 들어요. '숲의 큐브릭'이 일본어로 써있어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요. 이제 내부를 둘러보죠.
'숲의 큐브릭' 내부의 전경들입니다. 아직은 정식 개장이 아니라 그런지 휑한 느낌입니다. 제가 갔을 때는 저 말고 두 사람이 있었는데 곧 나가더군요. 홀의 중앙에 아무것도 없어서 썰렁했죠. 작은 공연장일 뿐만 아니라 낮에는 카페, 밤에는 바의 역할도 하기에 맥주와 간단한 안주를 주문해 보았어요.
'아사히 생맥주' 한 잔(6000won)과 '숲의 샐러드(8000won)'이었죠. 아사히는 약 400cc 정도가 글라스에 담겨나왔고, 기본 안주로 프레즐처럼 생긴 과자가 나왔습니다. 숲의 샐러드는 소개글이 재밌어서 시켜보았죠. 부담스러운 소스보다는 야채와 치즈로 이루어져 아삭아삭 씹는 맛이 있는, 내용물에 충실 샐러드였고 혼자 먹기에 부담스럽지 않은 양이었습니다. 가볍게 맥주 한 잔에 샐러드 한 접시, 14000원이라는 돈이 결코 적은 돈은 아니지만, 직장인들에게 주말의 가벼운 휴식을 위해 지출하기에 부담이 될 정도는 아닌, 적당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큰 기대 속에 개장한 '숲의 큐브릭', 아직은 뭔가 빠진 느낌입니다. 파스텔리언들의 아지트가 되지에는 아직 부족한 느낌입니다. '숲의 연주회' 벽화(?) 앞 의자들은 테이블에 비해 높아, 혹은 테이블이 너무 낮아, 술을 마시고 샐러드를 먹기에는 불편함이 있더군요. 더불어 아무리 좋은 블로그 툴을 사용한다고 해도 그 안에 담긴 포스트들이 실하지 않으면 방문자를 늘릴 수 없듯, 숲의 큐브릭에도 '실한 포스트'와 같은 알찬 내용물이 필요합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에 비유하여 이야기하자면, 음반과 음원 그리고 공연, 즉 소프트웨어만를 제작해온 장인 '파스텔뮤직'에게 '숲의 큐브릭'이라는 공간은 하드웨어에 대한 새로운 도전이라고 하겠습니다. 그 하드웨어를 가꾸고, 그 안을 채울만한 소프트웨어를 만들어내는 일, 파스텔뮤직이 잘 해내리라 믿습니다. 파스텔리언들의 멋진 아지트가 되리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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