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피자 배달 소년의 사고

2007년 4월 즈음의 일이다.

신경외과에 인턴으로 있었던 때로, 당직인 날(인턴이 두 명이어서 보통 격일로 오후 6시부터 off가 있었다.)에 밤 늦은 시간에 오는 전화는 대부분 응급실에서 오는 전화였다. 무슨 일인가 하면, 두개골 안의 출혈로 신경외과에 입원하게된 사람들 옆에서 Bag(bag-valve-mask의)을 짠다거나, EKG(심전도)를 모니터링한다거나, 환자가 무사히 ICU(중환자실)까지 올라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의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마침 그 주에 응급수술이 상당히 많아서 이틀에 한 번정도는 새벽에 응급수술을 하다보면 다시 아침 8시에 시작되는 정규수술을 위해 2시간 정도 자는 것이 고작이었다.

응급실에 올라가보니, 누워있는 사람은 십대 중반 정도로 보이는 얼굴이었다. 척 보아서 오토바이로 인한 교통사고였다. 누적된 피로와 함께 밀려오는 짜증, 그리고 딱 떠오른 생각은 이랬다.

'아, 이 XX는 이 시간에 오토바이타다 사고나고 XX이야."

옆에서 모니터링을 하다 우연히 듣게 된 이야기, 아르바이트로 피자 배달을 하다가 신호 변경에 걸리면서 사고가 났단다. 단순히 겉멋에 빠져 오토바이 타고 노는 녀석인 줄로만 알았는데, 가슴 한 구석이 뜨끔했다.

'빨리빨리', 아마 한국인을 표현하는 대표적인 키워드가 아닐까? 어떤 피자는 몇십분 안에 배달이 안되면 피자를 무료로 주는 정책이 있단다.(지금도 그런지는 모르겠다.) 한국인의 '빨리빨리' 때문에 그런 정책이 있지 않을까? 빨리빨리가 아니었다면 피자 배달 소년의 사고도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한 생명을 구할 수 있다면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에서도 여유있는 삶이 더욱 의미가 있는 일은 아닐지. 
2009/02/25 20:20 2009/02/25 20:20

구스타프 클림트 전시회

사용자 삽입 이미지

2월 6일에 갔었던 '구스타프 클림트'의 전시회 서울 '예술의 전당'에 있는 '한가람 미술관'에서 열렸다.

내가 속물인걸까? 그의 유명한 작품들 'Kiss'나 'Fulfilment'가 없어 참 아쉬웠다.

그나마 유명한 '유디트 1', '은물고기', '아담과 이브'를 본 것이 수확이랄까?

네이버 '컬쳐플러그(링크)'에서도 온라인으로나마 전시되는 작품들을 미리 볼 수 있다.

위에 사진은 출구에 있었던 각종 기념품 판매장에 있었던 그림 중 하나.

당연히 입장해서 사진 촬영은 불가능하기에 이렇게라도 하나 담아 보았다.
2009/02/25 00:23 2009/02/25 00:23

사랑의 단상 chapter. 2 - This is not a love song

파스텔뮤직의 컴필레이션 '사랑의 단상'의 두번째 이야기(chaper 2), 'This is not a love song'

작년에 발매한 독특한 컨셉의 '사랑의 단상'은 파스텔뮤직 소속의 뮤지션들이 주축이 되어 멋진 곡들을 들려주었습니다. 2007년부터 가요계에 불고 있는 '미니앨범 열풍'에 편승하여 9곡을 수록한 미니앨범과 앨범의 중간 정도의 볼륨으로 버릴 곡이 하나도 없을 만한 소위 'well-made 컴필레이션' 이었죠. 해가 바뀐지 얼마 지나지 않은 지금 그 두번째 이야기가 공개되었습니다.

두번째 이야기는 '2009년 파스텔뮤직의 기대주', 'Sentimental Scenery'의 'Compassion'으로 시작됩니다. 투명한 피아노 선율과 함께하는 그의 연주는 Sentimental Scenery가 아닌 다른 이름으로 활동한 그의 경력을 상기하게 합니다. '동정심, 연민'을 의미하는 제목과 희망적인 선율에서 단순히 '슬픈 사랑 노래'가 아닌 다른 분위기가 기다리지 않을까하는 기대도 하게 하네요. 클래식한 감수성과 일렉트로니카의 조화는 Sentimental Scenery를 흔히 일본의 'Daishi Dance'와 비교하게 합니다. 하지만 뉴에이지의 향기가 강하게 느껴지는 트랙에서는 캐나다의 'Steve Barakatt'와 오히려 더 가깝게 느껴지게 하네요. (피아노와 현악, 밴드 사운드의 cross-over는 Steve Barakatt의 'All about us(2002)'같은 앨범에서 편한게 들을 수 있습니다.)

이어지는 두 트랙은 이 앨범의 발매 전, 선공개되었던 곡들입니다.

'chapter 1의 주인공'이라고 할만한 'Epitone Project'는 '한희정'과 함께 '그대는 어디에'를 들려줍니다. 두 사람의 화음은 사랑이 지나간 후에 찾아오는 것들에 대해 소소하면서도 절절하게 와닿도록 합니다. Epitone project는 chapter 1에서는 주인공이었지만 chapter 2에서는 아닌가 봅니다. 참여곡은 '단지' '그대는 어디에' 한 곡이네요.

이어지는 'After love'는 이 앨범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Sentimental Scenery라고 각인시킵니다. 단순하지만 명료한 가사와 분명 이별 노래지만 오히려 밝은 느낌의 분위기는 'chapter 1'과는 분명히 다른 분위기임을 확인시킵니다.

'달'은 작년 오디션을 통해 파스텔뮤직에 합류한 '짙은'의 곡입니다. 독특한 바이브레이션의 보컬과 파스텔뮤직 소속의 뮤지션답지 않은(?) 강렬한 연주가 인상적입니다. 이 곡을 듣고 있으면, 떠나야 할 때를 알고, 그것을 받아 들이고, 그렇게 떠나는 것...그것이 사랑이라는 이름의 마지막 미덕이 아닐까  합니다. 짙은은 그 미덕을 너무도 절절히 불러내고 있습니다. 만남이 있으면 이별이 있고, 그 시작과 끝, 그 전부가 아마도 '사랑'이 그 끝 후에 찾아오는 감정들도 결국에 받아들여야 하나 봅니다. 그것이 정말 사랑했고 살아있다는 증거을 테니까요.

'그대 목소리'는 'Lovelybut'이라는 처음 듣는 뮤지션 혹은 밴드의 곡입니다. 따스한 기타연주와 함께하는 편안한 보컬은 겨울밤에 듣기에 좋습니다. 앞으로의 행보를 기대해 보도록 하죠.

진성과 가성으로 멋진 노래를 들려주는 독일 청년 'Maximilian Hacker'는 '놀랍게도' 이 앨범만을 위한 오리지널 곡(?)으로 참여했습니다. chaper 2가 공개되기전 선공개된 'Love Box'가 바로 그 곡입니다. Haker, 그의 목소리는 여느 노래를 간절한 기도로 만드는 신비한 마력이 있습니다.

주인공 Sentimental Scenery는 'Ashes of Love'라는 의미심장한 화두를 던집니다. '사랑의 재'라는 제목만으로는, 사랑의 지나간 자리에 남았을 쓸쓸함을 토로할 것만 같지만, 사실 곡의 분위기는 희망적입니다. 자신의 몸을 불사른 재에서 찬란히 다시 태어난다는 '불사조'처럼, 언젠가 다시 태어날 '사랑', 그래서 이별은 또 다른 시작일지도 모릅니다.

데뷔앨범으로 성숙함(?)을 보여주었던 '루싸이트 토끼'는 '기다리는 하루'로 참여합니다. 이루어질 수 없을 법한 짝사랑, 기다림의 지루함만큼 노래는 감정의 기복없이 유유히 흘러갑니다.

마무리는 '한희정'의 '멜로디로 남아'입니다. 화려하지 않은, 소박한 기타 반주 위에서도 그녀의 음성은 찬란합니다. 사랑노래는 아니지만 사랑에 대한 노래들, 인간이 멸종될 때까지 되풀이 될 화두 '사랑', 아마도 인류의 영원한 멜로디로 남지 않을까요? 별점은 4개입니다.
2009/02/05 05:04 2009/02/05 05:04

After love - Sentimental scenery가 노래하는 사랑 후의 사랑

'사랑의 단상 chapter 2'의 두번째 싱글로 'After love'가 선공개되었습니다. 그리고 첫번째 싱글의 'Epitone Project'와 더불어 향후 수년간 파스텔뮤직을 이끌어나갈 유망주 'Sentimental Scenery'가 이번 주인공입니다. 더불어 뮤직비디오도 공개가 되었는데, 'chapter 1'에서 공개된 뮤직비디오의 후속편이네요.

Sentimental Scenery답게 '피아노'의 멜로디위에 '신디사이저'라는 토핑이 추가된 'After love'이지만, 알아듣기 힘든 가사는 이 곡의 제목을 조금은 이해하기 어렵게 합니다. 하지만 파스텔뮤직은 그런 청자들의 마음을 미리 예측했는지, 친절하게도 뮤직비디오를 단서로 제공합니다. 남자 주인공은 지난 뮤직비디오와 같은데 여자 주인공으로는, 반가운 얼굴, 바로 '타루'가 등장하네요.

'나는 그 사람이 아프다'에서 다른 여자 주인공과 함께 사랑과 이별을 보여주었던 남자 주인공은 '나 좋아하는 사람생겼다'라는 낙서(?)로 이 뮤직비디오의 시점이 전작의 중간 정도라고 추측하게 합니다. 전작의 두 주인공의 의상이 여름에서 시작해서 가을로 마무리를 지었는데, 이번 뮤직비디오의 늦여름으로 시작해서 늦가을(혹은 초겨울)로 끝나는 의상도 그런 추측에 힘을 실어주네요. 남자 주인공에게 사랑하는 이가 생긴 후 만난 '타루'와 이별한 후에 만난 '타루'를 보면, 아마도 두 사람은 예전부터 좋은 친구였나봅니다.

'After love', '사랑의 단상'이라는 프로젝트를 달고 나온 곡들 중 가장 밝은 분위기의 곡입니다. 뮤직비디오 마지막의 두 사람의 '포옹', '맞잡은 두 손', '나란히 걷는 발걸음'까지 이 곡의 분위기처럼 희망적입니다. 두 친구의 우정은 '사랑 후의 사랑'으로 발전해 나가려나요?

'사랑', 다 같은 '사랑'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지만, 그렇다고 모두 다 같은 사랑이 아닙니다. 전작 뮤직비디오의 사랑이 '에로스(eros)'였다면, '사랑' 후에 찾아올 또 다른 '사랑'은 '필리아(philia)'가 되지 않을까합니다. 어젠가 에로스로 변할 날이 올지도 모르지만 아직 멀어보입니다. 그래서 이 '사랑', 제법 오래갈 법해 보이지 않나요? 그래서 이 곡도 사랑 노래가 아닙니다. 결코 흔하디 흔한 사랑 노래가 아닙니다.

2008/12/24 21:29 2008/12/24 21:29

그대는 어디에 - Epitone Project 가 묻는 '이별에 대처하는 자세'

파스텔뮤직이 컴필레이션 '사랑의 단상 chaper 2'의 발매에 앞서 온라인 싱글로 'Epitone Project' 의 '그대는 어디에'를 선공개했습니다. 총 9곡이 실렸던 'chapter 1'에 무려 3곡이나 올리면서 이미 파스텔뮤직의 'Epitone 밀어주기'가 강력히 의심되었는데 'chapter 2'의 포문을 여는 싱글도 Epitone Project에게 맡김으로서 기정사실화되는 느낌입니다.

'chapter 1'의 타이틀 곡이었던 '나는 그 사람이 아프다'는 Epitone의 감성에 '타루'의 코러스가 '바람'처럼 어우렸다면, '그대는 어디에'는 아예 '한희정'과의 듀엣이라는 '날개'를 달고 등장했습 니다.

담담한 노래의 첫 소절은 수 많은 영화들 중에서도 어떤 영화를 떠올리게 하네요.

눈물은 보이지 말길

그저 웃으며 작게 안녕이라고

멋있게 영화처럼 담담히

우리도 그렇게 끝내자


바로 '봄날은 간다'의 마지막 장면이 바로 이 첫 소절에서 말하는 영화가 아닐까 합니다.(참고로 '나는 그 사람이 아프다'는 '신카이 마코토'의 작품이 떠오르더군요.)

그렇게도 '멋진' 이별 후에 친해지는 친구들, 드라마, 그리고 추억들...Epitone Project는 역시 이 곡에서도 '나는 그사람이 아프다'와 마찬가지로 묻습니다. '어떻게 해야 하니?'라고. 그가 묻는 '이별에 대처하는 자세'를 알고 있는 사람이 있을까요?. 같이 걷던 길 위, 발걸음을 옮기다 뒤돌아 봅니다. 같이 나란히 걷던 발걸음, 그 잔영들. 그 발걸음의 주인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요?

기대를 했었고 역시 첫 싱글로 그 기대를 실망시키지 않은 '사랑의 단상 chapter 2'의 부재는 'This is not a love song'입니다. 모 드라마로 유명해진 어떤 곡의 제목과 같습니다. 사랑 노래가 아닙니다. 그 사랑이 지나간 자리를 맴도는 단상의 노래입니다. 파스텔뮤직 올스타와 함께 할 본 앨범을 기대해봅니다.

2008/12/13 18:36 2008/12/13 18:36

요조 - Traveler

파스텔뮤직의 '여성 솔로 뮤지션 시리즈(?)'의 일환으로 '한희정'의 데뷔 앨범과 '타루' 데뷔 미니 앨범에 이어 발매되는 시리즈의 세번째 '요조'의 데뷔 앨범 'Traveler'.

거물 인디밴드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와 함께한 'My name is Yozoh'로 '떠오르는 별'로 등극한 '요조'의 솔로 앨범이 드디어 발매되었습니다. 여러 뮤지션들의 앨범에 featuring으로 빛을 냈던 그녀이기에, 그녀의 이름을 건 홀로서기 앨범 'Traveler'를 통해 어떤 그녀만의 음악적 색깔을 보여줄지가 가장 궁금한 점이었습니다. 뒷머리카락을 쓸어올린 멋진 뒷모습의 자켓과 함께 앨범 'Traveler'를 여행해 보겠습니다.

첫곡 'Giant'는 편곡으로 참여한 '캐스커'의 '이준오'의 일렉트로닉한 감수성이 돋보이는 트랙입니다. 전자음들은 미래적 느낌과 신비함을 느끼게 하고, 은은한 오르간 연주는 엄숙함과 고요함 그리고 고풍스러움까지 감미합니다. 날아도 날아도 볼 수 없는 모습, 어디에나 있지만 볼 수 없는 공기처럼 이미 '너'라는 그 큰 세상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fly away'라는 갈망과 그 안에 있길 소망하는 기도같은 느낌은 이율배반입니다.

보사노바와 만난 요조는 넉넉한 분위기의 '아침 먹고 땡'을 들려줍니다. 동요(?)에서 힌트를 얻은 제목과 가사에서 함께 이름을 걸고 앨범을 냈던 소교모 아카시아 밴드의 그림자가 어렴풋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아침, 점심, 저녁까지 깨어있는 동안 자꾸 떠오르는 모습에 대한 그리움을 수줍게 노래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의외였던 타이틀곡 '에구구구'에서는 'Sentimental Scenery'이 편곡으로 참여한 트랙입니다. 이미 같은 파스텔뮤직 소속의 '타루'의 미니앨범에서 프로듀싱 능력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던 Sentimental Scenery는 그의 방대한 음악적 스펙트럼을 느끼게 합니다. 타루의 앨범에서 일렉트로닉한 감수성을 들려주었다면 이 곡을 통해서 더 편안한 팝적 감수성을 들려주고 있습니다. '에구구구'라는 재밌는 의성어는 웃음짓게 하지만 눈물짓게도 합니다. 몸이 아파서 에구구구, 마음이 아파서 에구구구...그 소리를 내는 너와 그 소리를 듣는 나, 두 사람의 기분이 바로 그렇지 않을런지요. 그렇기에 이 곡이 사랑스러운 느낌으로 가득찼음에도 지나간 시간에 대한 그리움처럼 느껴지는 이유가 아닐까 하네요.

'하모니카 소리'는 이미 파스텔뮤직의 컴필레이션 앨범 'We will be together'에 수록되었던 트랙으로 앨범 버전으로 수록되었습니다. 편곡에 참여한 '관영'은 요조의 단독 공연에서 기타 세션으로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의 예고편에 삽입되면서 싱글로 이미 공개된 '모닝 스타'는 작곡에서 익숙한 이름-'히로노부 히라타'-이 보이는 트랙입니다. 밴드 'Swinging Popsicle'의 멤버이자 밴드 팝 느낌의 곡을 많이 작곡하는 '히로노부 히라타'는 이미 타루의 미니앨범에 'Yesterday'의 작곡으로 참여했고 요조의 앨범에서도 역시 달콤한 팝을 들려줍니다. 더불어 이제 설명이 필요없을 Sentimental Scenery의 손길까지 더해져, 요조의 보컬은 이른 아침, 덜 깬 잠 속에서 꿈을 꾸는 듯한 느낌을 만들어냅니다.

'아 외로워'는 제목에서부터 요조의 솔직담백함이 돋보이는 트랙입니다.  우아한 세션과 함께하는 밴드의 여유로운 연주와 이지린의 코러스가 어우러지며 묘한 요조표 째즈를 만들어냅니다. 가사에서는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와 함께 했던 앨범 수록곡 '슈팅스타'에서 들려주었던 '4차원 소녀'의 이미지도 느껴집니다. 이렇게 담백하고 환하게 외치는 '아 외로워'를 듣고 있으니, 정말 그녀가 외로운지 의구심이 생깁니다.

'Happy Birthday'는 여성 듀오 '루싸이트 토끼'가 편곡으로 참여한 트랙입니다. 지나간 사랑의한 생일 축하곡일까요? 행복한 앞날을 바라는 기도처럼, 어두운 방에서 홀로 촛불을 지핀, 주인공 없는 케잌처럼 쓸쓸하기만 합니다. 눈 앞을 가리는 눈물을 통해 망막을 비취는 불빛처럼 아련하기만 합니다.

'바오밥나무'는 예상외로 이 앨범에서 가장 강렬한 느낌의 트랙입니다. 지금까지 앞선 트랙들에서 들려준 푸근한 느낌과는 다른, 어두운 느낌의 요조도 그렇고 무겁고 긴박하며, 트립합 분위기의 연주도 그렇습니다. 높이가 20m, 둘레가 10m, 수령이 5,000년이나 된다는 거대하고 고고한 바오밥나무는 우주를 유명하는 거대한 우주선이 됩니다.

'Sunday'는 '재주소년'의 원곡이 요조의 목소리를 통해 다시 태어난 트랙입니다. 원곡의 힘차면서도 조금은 거친 느낌은 요조의 목소리를 통해서 너무 부드러운 꿈처럼 들립니다. 싱그럽고 아름다운 청춘의 시간을 노래한 가사는 28세(원곡에서는 24세)의 그녀에게 더할 나위 없이 잘 어울립니다.

'하모니카 소리(Belle Epoque ver.)'는 제목 그대로 '벨에포크'와 조우한 트랙입니다. 원곡의 소소하면서도 귓가를 간지럽히던 느낌은 벨에포크를 통해 경쾌하고 아기자기한 곡으로 변신합니다.

무거운 피아노 연주와 시작하는, 마지막 트랙 '그렇게 너에게'는 이 앨범의 첫 곡 'Giant'와 '너'에 대한 그리움으로 수미상관을 이룹니다. 'Giant'와 마찬가지로 꿈같이 아련한 느낌이 서려있습니다. 그럼에도 'Giant'가 희망적인 기도였다면 '그렇게 너에게'는 잡힐 듯하면서도 잡히지 않는 안타까움과 체념이 서려있습니다. 그 아련한 느낌을 잘 표현하낸 요조의 보컬과 Sentimental Scenery의 편곡 모두 멋집니다.

캐스커, 허밍 어반 스테레오, Sentimental Scenery, 재주소년, 벨어포크 등 여러 뮤지션들과 조우하면서 완성된 요조의 'Traveler', 앨범 제목은 이런 조우라는 여행을 통해 성장하는 '음악 여행자'를 의미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너에 대한 이야기들로 가득한 구성을 보면, 너를 찾아가는 여행의 노래들로 결국 'Traveler'의 의미는 '너를 찾아 떠가는 여행자'가 아닐까 합니다. 또 '나'를 비추는 '너'를 통해 그런 여행이 '나'를 찾아가는 여행이 되겠구요.

좀 더 세련되고, 좀 더 편안하게 다가온 그녀의 솔로 앨범 'Traveler', 한 곡 한 곡이 좋아서 건너뛰기할 트랙이 보이지 않습니다. 성공적인 홀로서기, 별점은 4개입니다.

2008/11/09 01:47 2008/11/09 01:47

사랑의 단상 chapter.1 - With or Without you

파스텔뮤직의 새로운 컴필레이션 앨범 '사랑의 단상 chapter.1' 'With or Without you'.

'You', 바로 '너'라는 단어에서, 작년에 발매되어 일련의 공연들로 이어졌던 앨범 '12 songs about you'의 대성공(?)이후 그 앨범의 연장선에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대와 함께 만들어간 기억과 이제 그대 없이 회상하는 추억' - 이 앨범을 한 번 듣고 그리고 떠오른 문구입니다.

첫곡 '바이올렛', 파스텔뮤직의 새로운 식구 'Epitone Project'의 곡입니다. 흐르는 피아노 선율을 따라 꿈꾸는 듯, 아득한 보랏빛 기억 속의 너를 찾아가는 느낌, '너'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는 이 컴필레이션의 인트로같은 트랙입니다.

이어지는 한 편의 시같은 제목의 '나는 그 사람이 아프다'는 이 앨범의 타이틀곡으로 역시 'Epitone Project'의 작품입니다. Epitone Project의 목소리를 더 자세히 들을 수 있는데 그의 보이스 컬러는 마치 박진영의 목소리를 연상시킵니다. 피아노 연주와 타루의 코러스, 애절한 가사까지 유명 작곡가들의 발라드 넘버에 뒤지지 않는 감성을 들려주는 멋진 곡입니다. 이 곡을 듣고 있으면 파스텔뮤직의 다음 목표는 인디씬을 넘어서 본격적인 가요계 진출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앨범 소식은 들리지 않고 컴필레이션으로 자주 만나는 '캐스커'는 참으로 얌전한 곡 '여기'로 참여했습니다. 넓디 넓은 우주 속에 홀로 남겨진 느낌, 수 많은 사람들 속에서도 뼈속까지 느껴지는 외로움은 '너'라는 존재 뒤에 찾아오는 필연인 걸까요? 이 세상 어느 곳도 아닌 바로 '여기'에 그대와 함께 하고 싶습니다.

한 장의 앨범을 남기고 소식이 없는 '더 멜로디'는 너무도 직설적인 느낌의 제목인 'You'를 들려줍니다. 보컬 '타루'의 목소리는 이제 그녀의 솔로 프로젝트를 통해 더욱 익숙해졌지만, '더 멜로디'라는 이름은 이제 낯설게 느껴집니다. 클라이막스로 향하는 타루의 놀라운 가창력이 이 곡의 매력을 100%이상 발산하게 합니다.

'Epitone Project의, Epitone Project에 의한 Epitone Project에 위한'이라고 할만큼 이 앨범에서 그의 비중은 두드러집니다. '희망고문'으로 다시 만나는 Epitone Project는 이 컴필레이션의 ‘주인공’이라고 할 만하겠습니다. 감성적이고 감각적인 피아노 선율은 파스텔뮤직에 합류한 새 얼굴의 행보를 기대하게 합니다.

참으로 오랜만에 만나는 일본의 3인조 'Lamp'는 '공상야간비행'을 들려줍니다. 상상 속에서 야간비행을 노래하는 가사일까요? 별이 빛나는 밤, 같은 하늘을 바라보고 누워 상상 속으로 밤하늘을 향해 떠나는 둘 만의 여행이 아닐런지요.

파스텔뮤직을 통해 데뷔한 박준혁은 '도나웨일'의 보컬 '유진영'과 함께 '웃음'을 부릅니다. '동상이몽(同床異夢)'의 두 사람, 같이 있지만 서로 다른 공간에 존재하는 듯한 모순되는 느낌은 역설이게도 이별의 순간에 누구나 느껴보았을 법한 감정이 아닐까 합니다. 서로를 바라보고 있는 듯하지만 사실은 서로의 건너편 모습을 바라고 모습은 빛 바랜 사진들처럼 쓸쓸하기만 합니다. ‘도나웨일’이 아닌  featuring으로 만나는 유진영의 목소리는 또 다른 느낌이네요.

'파니핑크'는 인트로가 인상적인 'River'를 들려줍니다. 파니핑크의 또 다른 발견이라고 해야할까요? 파니핑크다운 느낌이면서도 그 임팩트는 데뷔앨범들의 곡보다 강렬합니다. 슬픔과 아픔을 감내하는 모습, 언제나 유유히 흐르는 강(River)과 같이 지고지순한 마음을 갖길 바라는 마음이 녹아있습니다.

클래식과 현대 음악의 감수성이 너무나도 잘 녹아 들어있는 'Olafur Arnalds'는 'Fok'라는 멋들어진 곡으로 이 앨범을 마무리합니다. 적막과 고요, 그리고 혼자라는 그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느낌이 귀를 통해 가슴에 닿습니다. 앞서 이야기했던 ‘항성과 행성, 그리고 은하들의 하모니가 흐르는, 그 아름다운 우주 속에 홀로 남겨진 느낌’, ‘우주미아’의 느낌을 너무나도 아름답게 표현하는 곡이라고 생각됩니다.

'사랑의 단상'이라는 조금은 난해하고 거창한 주제로 시작한 첫 번째 컴필레이션 앨범은 그 무거운 표지와는 다르게 쉽게 마음에 닿는 내용들을 담고 있습니다. 어떤 시인이 말했던 것처럼 사랑은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닌 가슴으로 하는 것이어서 일까요? 어떤 말들보다도 이런 음악들이 더 짙게 느껴지는 건,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 아닐까요?

11월에 발매된다는 사랑의 단상의 두 번째 이야기가 궁금해집니다. 양질의 컴필레이션들을 발매한 파스텔뮤직의 작품이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어떤 뮤지션들이 참여할지 또 어떤 감성들을 들려줄지… 별점은 4개입니다.

2008/10/26 01:18 2008/10/26 01:18

다크 나이트(the Dark Knight) - 2008.8.8

가장 현실적인 히어로 '배트맨', 그 배트맨 시리즈의 가장 '현실적'이자 가장 '혁신적'인 '다크 나이트(the Dark Knight'.

서로 죽고 죽이는 '두뇌싸움'같은 '조커의 장난'으로 시작되는 오프닝에서는 '프리즌 브레이크'의 '머혼'으로 더 잘 알려진 '윌리엄 피츠너'의 반가운 얼굴이 좋았습니다. 이어지는 장면에서 전작의 '허수아비'로 나왔던 '킬리언 머피'의 모습도 반가웠구요. 속속 등장하는 멋진 전작의 라인업들... 아쉬운 점은 '레이첼'의 배우가 바뀌었다는 점이었지만 크게 거슬리지는 않았습니다. 깜짝 등장한 '진관희'도 순간이었지만 딱 알아보겠더군요.

"Why so serious?".

배트맨과 '애증 관계(?)'라고 할 수 있는 '조커'. 영화에서도 밝히지만 그의 과거에 대한 정보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가 왜 배트맨과 대적하고 배트맨에 집착하는며, 악의 화신이 되려하는지 확실히 알 수도 없구요. 하지만 "Why so serious?"라는 조커의 말처럼 심각할 것 없을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배트맨에 대척점에 확실히 조커가 있다는 점입니다. 비슷하면서도 다른 '배트맨'과 '조커', 둘 다 '가면' 혹은 '화장'이라는 위장을 하고 법의 테두리를 넘어 행동하지만, 한 명은 그 법이라는 규칙을 지키기위해 다른 한 명은 그 규칙을 깨기위해 존재한다는 점은 '동전의 양면'같아 보입니다. 한 쪽이 존재하지 않으면 다른 한 쪽도 존재 할 수 없지만, 서로 반대쪽을 바라보고 있는 점처럼요.

'동전의 양면'

새로 부임한 검사로 등장하는 '하비 덴트', 그의 이름은 이미 '투페이스'의 본명으로 잘 알려진 상태입니다. 그렇기에 법의 테두리 안에서 정의를 구현하는 모습빼고는 배트맨과 흡사한 '절대적 정의감'에 차있는 검사가 악당으로 변하가는 모습은 영화를 보는 내내 기대되는 점이었습니다. 동전 뒤집듯이 변하는 그의 신념, 그리고 좌우 달라 화재 후 '동전의 양면'같은 투페이스의 얼굴까지...배트맨과 조커의 관계가 '동전의 양면'같다면 빛과 어둠에서 정의를 위해 덴트의 삶은는 그 자체가 '동전의 양면'입니다.

"You either die as a hero or live long enough to see yourself becmone villain."

고담시의 영웅이었다가 조커의 도시 전체를 인질로 한 협박에 순식간에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결국 스스로 누명을 쓰는 배트맨의 모습을 보면 조커의 한마디가 절실히 와닿습니다. 그리고 그런 배트맨의 대한 평가의 변화는 -속편이지만, 전편의 제목을 전혀 잇지 않는- 이 영화의 제목 '다크 나이트(the Dark Knight)'를 통해 여실히 드러나고 있습니다. 어떻게 잘 어울리지 않는 두 영단어(물론 배트맨에게는 잘 어울리지만) 'dark'와 'knight'가 이렇게 잘 어울릴 수 있을까요.

'You'll hunt me. You'll condem me. You'll set the dogs on me. But that's waht has to happen.'

스스로 영광을 그늘 속에 숨어, 어둠의 기사로 남는 그의 절절한 '고담시에 대한 사랑'에 마음이 뭉클할 뿐입니다.

150분이라는 짧지 않은 상영시간에 적지 않은 인물들과 에피소드가 엮여있지만, 시종일관 눈을 땔 수 없다는 점은 정말 대단합니다. 더 대단한 점은 그런 톱니바퀴안에서 조커라는 엄청난 악당이 등장함에도 영화에 두드러지는 클라이막스가 없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을 풀 수 없게 한다는 점입니다. 또 사소하게 지나칠 수 있는 몇몇 장면들이 복선이있다니... 후속편이미만 전작의 제목과는 전혀 다른 제목을 쓴 자신감을 알만 합니다. 그리고 그런 자신감은 이 영화를 '배트맨 비긴즈 2'가 아닌 '다크 나이트'로 당당하게 인식시킵니다.

화려한 캐스팅, 볼거리에 잘짜여진 각본까지, 거기다가 영웅물답지 않은 '메시지'까지...별점은 당연히 5개입니다.

*배우가 바뀌었기 때문인지 '레이첼'을 가차없이 죽이는군요. '고든'이 너무 쉽게 죽었을 때는 좀 허망했는데 그런 반전이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네요. 사실 하비 던트의 수송 차량을 운전한 수상한 경찰(?)은 '조커'의 수하라고 생각했으니까요.

*중국은 역시 '짝퉁의 천국'이고, 러시아는 '미녀의 천국'이며 조무래기 악당들은 백인아닌 흑인과 라틴, 히스패닉이네요.

2008/09/06 19:43 2008/09/06 19:43

중국의 허울 좋은, 'One world, one dream'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의 슬로건 'One world, one dream'.
그 슬로건 이 얼마나 헛된 중국인들의 꿈인지는 이번 올림픽의 파문들에 의해 속속히 들어났다.

개막식 불꽃놀이가 CG 합성이었다는 사실부터, 소수민족 어린이들의 사실은 한족(漢族)이었고, 여자아이의 노래는 립싱크(그런데 이건 립싱크인거 딱 티가 나던데요. 개막식 생방송으로 보면서 '립싱크'하고 있다고 느낀 사람도 많을 법.)까지...

아마도 중국이 개최한 베이징 올림픽이 외치는 'One world'는 다분히 중국이 꿈꾸는 '중화(中華)'에 의한 하나의 세상일 법합니다. 다양성이 존중되는 세상이 아닌 '중화'라는 한족이 세상을 지배하는 '하나의 세상'이겠죠.

그리고 'One dream', 이것도 당연히 '한족이 세계 최고의(세상을 지배하는) 민족이 되는 꿈'이겠죠. 소수민족을 가장한 한족의 아이들, 어린아이의 립싱크, 그리고 CG 불꽃놀이... 화합과 공존으로 위장한 중국의 검은 속내는 이렇게 드러나지 않았나 합니다.

그리고 텅빈 관중석과 관중의 비매너까지, 제가 태어나서 TV로 본 올림픽이 몇개 되지 않지만, 아마도 최악의 올림픽 중 하나로 기억되지 않을까 합니다.

2008/08/16 23:30 2008/08/16 23:30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 2008.7.25

'정우성', '이병헌', '송강호' 최고의 주연급 배우를 세 명을 '쓰리톱'으로 내세운 김지운 감독의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반칙왕', '장화, 홍련'과 '달콤한 인생' 등 각기 다른 장르의 영화들을 멋지게 소화해낸 '김지운' 감독의 작품이기에, 또 칸에서 극찬과 일명 '김치 웨스턴'을 만들어냈다기에 이 영화에 대한 기대는 대단했습니다. 그리고 '정우성', '이병헌', '송강호'라는 '꿈의 캐스팅'에 가까운 라인업에 그 기대는 배가 되었구요.

결론적으로 메시지는 크지 않았지만, 충분히 눈을 즐겁게 하고 즐길 만한 영화가 탄생했습니다. 일본 제국주의 시대를 배경으로 했지만, 관객에서 역사의식을 묻지 않는, 어깨에 힘을 빼고 볼 수 있는 오락영화 말이죠. 천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들 '태극기 휘날리며', '실미도', '괴물' 등이 한국 역사의 특수성을 매우 적절히 이용한 작품들이 었지만, 이 영화에서 그 역사는 그저 소품에 지나지 않았다는 점도 좋았습니다. '세계인이 즐길 만한 오락영화를 이제 우리도 만들 수 있구나'라는 생각도 들었구요.

하지만 캐릭터들은 좀 아쉽습니다. '정우성'은 멋진 와이어 액션과 마상 전투를 모여주었지만 액션 외에 캐릭터는 무게감은 좀 떨어지는 느낌입니다. '이병헌'은 대단한 녀석처럼 나오지만 영화 속에서 그의 활약은 조무래기들을 상대로 한 것들 뿐입니다. 세 남자를 연결해주는 중요한 단서 중 하나인, 일명 '손가락 귀신'의 과거 행적들이 좀 더 자세히 보여졌다면 어땠을까하는 생각도 듭니다.

별점은 4개 입니다.

2008/08/09 19:46 2008/08/09 19: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