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결산>지름의 역사 2007년 2월

1월에 이어 역시 폭주해버린 2월. 그 지름의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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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에 이어 계속되는 Koda Kumi의 '12주 연속 발매 싱글 모으기'. 4장을 추가하면서 이제 총 10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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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역시 모으기가 시작된 Nakashima Mika의 국내 정식발매 음반들. 저렴하게 입수한 싱글 3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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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게 본 일본영화 '허니와 클로버'의 OST. 일본영화의 매력인 잔잔한 감동처럼, 잔잔한 음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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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N(Nine Inch Nails)'의 리믹스 앨범 2장. 요즘 이쪽 음악에는 시들해졌지만, 이 아저씨 아직 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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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에 이어 모두 모아버린 '빅뱅'. 세번째 싱글과 라이브 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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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에 입수했던 'DIVA'보다 괜찮더라. 귀에 익은 명곡들을 부른 'Sarah Brightman'의 'Class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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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04로 충격적인 변신을 보여주었던 Jewel. 0304보다 이전에 발매된 앨범 'Spirit'은 그냥 소장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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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15주년 기념 15장의 싱글로 불을 지르게 했던 '라르크(L'arc~en~ciel)'. 그들의 최절정이었던 'Ark'와 'Ray' 중 'R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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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장르에 대한 탐색. 중고로 저렴하게 입수한 'YMCK의 Family Racing'. 8비트 사운드의 묘한 매력, '패미리(Family)'는 패미콤에 대한 오마쥬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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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는 높지 않았지만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던 곡이 여럿있었던 '플라워'의 3집. 제목처럼 밴드사운드에 충실한 앨범 'Band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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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들을 만한 목소리를 들려준 '빅마마'의 3집 'For the people'. 휘성, 거미, 빅마마(원티드 1집을 제외하면)로 이어지던 유사 제목 시리즈는 휘성의 이적으로 이 앨범에서 끝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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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송비 절약을 위해 끼어넣었던 'SAT'라는 여가수의 싱글. 'M(민우)'와 함께한 곡은 들을 만한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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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텔뮤직에서 적극 밀고 있는 두 밴드 '허밍 어반 스테레오'와 '더 멜로디'. 역시 그 기대에 저버리지 않고 드라마와 영화 OST에서 활약을 보여주었다. '허밍'의 3집은 지난 앨범들보다 세련되어진 느낌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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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EP로 큰 기대를 모았던 '로켓다이어리'. 하지만 솔직히 'District 13'은 실망. 저렴하게 구입했다는 점은 위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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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집이 괜찮았고 저렴하게 판매중이어서 입수한 '메이 세컨(May Second)'의 2집 'Blue Marble'. 하지만 결국 소장용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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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담 SEED'를 너무 재밌게 보고 있었기에, 오프닝이 수록되어있다고 해 입수한 'Tamaki Nami'의 싱글 모음집 'Graduation~singles'.

2월 역시 폭주는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아쉬운 점은 소장용으로 전락한 음반들은 1월에 비해 더 많았다는 점. 반성이 필요하다. 꼭 듣는 음반만 사자. 아니면 소장가치가 충분하거나.

2007/11/24 20:28 2007/11/24 20:28

요조 with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 - My name is Yozo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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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광고매체의 트렌드였던 커다란 사탕을 문 얼굴과 카우보이 모자 그리고 만화같은 말풍선. 독특한 앨범커버의 주인공 '요조'를 아시나요? 얼마전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드라마 '커피 프린스 1호점'에서 'Go Go Chan'를 불렀던 여가수라면 아시려나요?

바로 그 여가수, 바로 '요조(Yozoh)'의 앨범이 정식발매 되었습니다. 이미 인디씬의 인기밴드 중 하나인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와 공동작업한 앨범 'My name is Yozoh'가 바로 요조의 데뷔앨범이구요. 직접 방청했던 'EBS 스페이스 공감'에서 인기 가능성을 엿보고, 얼마후 인기검색어 순위에 올랐던 '마이네임이즈요조'를 보았던 때가 벌써 1년이나 되었네요. 이만 각설하고 앨범커버처럼 상큼한 노래를 들려주는 수록곡들을 살펴보도록 하죠.

첫곡 'My Name is Yozoh'는 제목만 봐서는 요조숙녀의 자기소개서가 되겠지만, ‘요조숙녀’의 ‘요조’가 아니라는 소개처럼 요조의 엉뚱함을 엿볼 수 있는 곡입니다. '빨간 우산, 파란 우산'은 동요에서 차용한 느낌이지만 '원하는 걸 줄게'는 엉뚱하게도 어린 시절에 들었던 '빨간 휴지, 파란 휴지'의 귀신 이야기를 떠올리게 합니다. 그리고 이 애정공세(?)는 세 가지 소원을 들어준다는 램프의 요정과도 닿아있습니다.

이런 엉뚱함은 ‘슈팅스타’에서도 이어집니다. ‘중랑천에서 무술 연습하는 주성치’도 만나고 ‘강 위에서 춤추는 모습’도 볼 수 있는 코믹하고 엉뚱한 상상력의 세계를 들려줍니다. 이런 독특함은 멤버 소개가 곁들여진 곡' 그런지 카'에서도 드러납니다. 만화 속 캐릭터같은 소개는 절로 웃음 짓게 합니다.

하지만 소규모아카시아밴드와 함께한 작업물이기에 소규모의 영향은 어쩔 수 없어 보입니다. 소규모의 영향이 농후하게 보이는 트랙들도 포진하고 있는데 '사랑의 롤러코스터'와  '꽃'이 바로 그렇습니다. '사랑의 롤러코스터'는 요조의 꺾기는 능청스러운 트로트같습니다. 물론 그 점에서 요조만의 재치는 놓치지 않았지만요. 사랑을 힘겨운 오름과 순식간의 내림이 있는 롤러코스터에 비유한 재치는 많은 사람들이 공감을 느낄 법하네요.  이미 컴필레이션 앨범으로 소개되었던 '꽃'은 노골적으로 '소규모' 2집의 연장선에 있을 법한 곡입니다. 그럼에도 요조의 목소리로 듣는 그 느낌은 소규모의 2집과는 또 다른 느낌입니다.

‘낮잠’에서 무게 중심은 거의 소규모 쪽으로 기울어져, 소규모의 보컬 ‘은지’가 불렀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을 '소규모다운' 곡입니다. 전반부와 후반부의 다른 느낌이 인상적인데 그 제목으로도 짐작해볼 수 있습니다. 처량하게 꾸벅꾸벅 낮잠으로 빠져드는 전반부와 행복한 꿈을 노래하는 후반부는 마치 '일장춘몽'을 표현하는 듯합니다. 단아한 기타팝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숨바꼭질'도 그런 소규모의 입김이 크게 느껴집니다. 소규모 2집의 '두꺼비'처럼 어린 시절의 놀이를 차용하여 동심의 세계로 이끌지만, 즐거운 '두꺼비'와는 달리 보일 듯 말 듯한 숨바꼭질은 안타깝기만 합니다

그럼에도 충분한 절충선 위에 있는 곡들은 이 공동작업의 매력을 느낄 수 있게합니다. ‘Love’가 그 대표로 소규모와 조우한 요조의 매력을 느낄 수 있습니다. 소규모 스타일의 단촐한 연주 위에 흐르는 요조의 상큼한 목소리는 소규모에서는 느낄 수 없는 또 다른 느낌입니다. 공연을 배제한 앨범 자체만으로 보았을 때 가장 매력적인 곡이기도 하구요.

'바나나 파티'는 요조가 'May'라는 이름으로 참여했던 '허밍어반스테레오'의 'Banana Shake'를 떠오르게 하는 제목입니다. 하지만 함께한 허밍어반스테레오와 소규모가 다른 스타일의 음악을 추구하듯 비슷한 제목과는 달리 다른 분위기의 곡입니다. 길지 않은 가사에서부터 그 차이가 느껴지지 않나요?

하지만 어쩔 수 없는 라이브와 음원의 괴리감은 아쉽습니다. 'My Name is Yozoh'나 '슈팅스타'는 자체로도 흥겨운 곡이지만, 공연을 통한 체험이 더해졌을 때 그 흥이 최고조에 이르는 곡입니다. 하지만 앨범에서 그 흥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는 점은 아쉽습니다. 분위기를 최고조에 이르게 할 부분에서 절정에 이르지 못하고 꺾이는 느낌이니까요. 'Shooting star'나 'My Name is Yozoh'를 공연과 비교하면 무기력하다고 느껴지는 부분도 있구요. 작년 'EBS 스페이스 공감' 방영 후의 분위기를 타지 못한 점도 인디음악을 즐겨듣는 한 사람으로서 아쉬운 부분입니다.

그럼에도 이 공동작업 앨범은 충분히 매력적입니다.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의 팬들에게는 소규모의 '음악적 확장'이 되겠고, 모르는 이들에게는 상큼한 여가수의 발견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그리고 '서늘한 쓸쓸함'을 노래하는 여러 파스텔뮤직의 앨범들과는 달리 '따뜻한 유쾌함'을 마음에 선물한다는 점은 이 앨범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됩니다. 믹싱을 마친 버전을 들을 기회가 있었는데, 듣고 난 뒤에 사실 걱정이 많았습니다. 다행히 마스터링 후의 음원에서는 걱정들이 가벼워졌네요. 앨범을 통해 이 음악들을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도 어필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왕성한 공연활동을 보여주길 바라며, 별점은 4개입니다.

2007/11/24 18:36 2007/11/24 18:36

<연말결산>지름의 역사 2007년 1월

<현대 네티즌들에게는 그 어떤 이념이나 믿음보다도 빠져들기 쉽고 끊기 어려운 일이 있으니 바로 지름의 유혹, 일명 '지름신의 강림'이다. 이 지름의 유혹은 쉽사리 벗어날 수 없어, 통장 잔고가 바닥을 드러내고, 카드가 정지가 되며, 마이너스 통장의 마이너스가 최대치가 되는 순간에도 멈추지 못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기도 한다. 이 호환, 마마, 전쟁보다 무서운 '무분별한 지름'이 얼마나 위험한지 널리 알리기 위해 이 글을 작성한다.>

연말결산, 지름의 역사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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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사이트에서 저렴하게 구입한 'M-flo'의 두번째 앨범, 'Expo Expo'. M-flo의 다른 앨범을 많이 들어본 건 아니지만 'Come again' 한 곡만으로도 이 앨범이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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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D사이트에서 저렴하게 판매중이었던 'Koda Kumi'의 12주 연속 발매 싱글 시리즈의 일부. 싱글 자켓에 숫자가 쓰여진 점이 특이해서 알아봤고 결국 '내안의 콜렉터'를 자극하고 말았다. 외모로는 승부하는 일본 여가수로 알았는데 노래도 괜찮고 가창력도 나쁘지 않더라. 'Nakashima Mika'의 라이센스 음반들과 함께 올해 수집의 타켓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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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후반기부터 시작된 'Gwen Stefani 누님의 싱글 모으기'의 연속이다. 나이를 잊고 회춘하여 솔로로 성공하신 Gwen 누님은 역시 대단. 2집의 후속 싱글들이 아직도 국내에 소개되지 않는 점은 나쉽다. No Doubt의 싱글은 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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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발견'이라고 할 만한 'the Wreckers'의 데뷔앨범, 아마 내가 올해 가장 많은 들은 음반이 아닐까? 12월에 신곡이 3곡이나 포함된 라이브 앨범(CD+DVD)이 발매된다는데 꼭 수입되었으면 좋겠다. Michelle Branch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꼭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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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러운 목소리, 편안한 기타 연주와 함께하는 올드 팝으로의 여행 'RIta Calypso'의 'Apocalypso'. 괜찮은 앨범이지만, 'the Wreckers'에 밀려 많이 듣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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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페라계에서 유명한 'Sarah Brightman'이 아줌마의 노래들은 예전부터 궁금했다. 'Diva'는 베스트 앨범답게 '오페라의 유령'부터 유명한 곡들이 많지만, 아직 난 이런 고급스런 취향은 아닌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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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최고 인기의 힙합 앨범이라고 할 만한 'Epik High'의 'Remapping the Human Soul'. 이제 'Epik High'는 'Dynamic Duo'와 함께 대중 힙합을 양분하나 했더니, 다듀가 주춤한 사이 일인자가 되어버린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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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앨범이 더 좋은 '보아'의 일본 싱글 'Key of Heart'. 구입을 미루고 있다가 C사이트에서 저렴하게 올라와 구입. 역시 그냥 소장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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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아는 너희들의 가능성을 알아보았단다.' 정말 오랜만에 구입한 새로운 아이돌 그룹의 음반들, 현재 '거짓말'로 최고의 인기를 얻고 있는 '빅뱅(Bigbang)'의 첫번째와 두번째 싱글과 데뷔앨범.

이어지는 3장의 인디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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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 이상을 들려준 'Fanny Fink'의 'Mr. Rom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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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듣고 봉인된 두 앨범. 기대작이었던 '뭄바트랩'의 'Looking for the Sunrise'와 신선한 느낌을 기대하고 들었지만 아직 부족했던 'Romantic Couch'의 'The House'.

'폭주의 1월'. 작년 후반기부터 두드러진 경향은 싱글의 비율이 늘어났다는 점으로 '내안의 콜렉터'가 눈뜨기 시작했다. 싱글, 듣지 않아도 모으는 재미가 쏠쏠하더라.
2007/11/17 17:16 2007/11/17 17:16

미스티 블루(Misty Blue) - 너의 별 이름은 시리우스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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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에 발표된 앨범들 가운데 기억해야할 앨범, '미스티 블루(Misty Blue)'의 '너의 별 이름은 시리우스B'.

여성 보컬을 앞세운 3인조의 전형적인 '한국형 모던락 밴드 구성'을 갖춘  '미스티 블루'는 2005년 6월 데뷔 앨범 '너의 별 이름은 시리우스B'를 통해 조용히 등장합니다. 2005년은 이 밴드의 소속 레이블인 '파스텔뮤직'이 다른 레이블 소속 뮤지션의 영입과 새로운 뮤지션의 발굴로 인디씬에서 '공격적인 확장'을 보여준 해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2005년에 '카바레사운드' 소속이었던 '푸른새벽'이 파스텔뮤직을 통해 앨범을 발표했고, 기존 파스텔뮤직 소속이거나 새로 영입된 '허밍어반스테레오', '올드피쉬', '티어라이너', '불싸조', '해파리소년', 'Love & Pop' 등 거의 한 달에 한 장 꼴로 수 많은 밴드들의 앨범이 발매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파스텔뮤직의 행보는 '소규모아카시아밴드'을 영입한 이듬해 초까지 이어집니다.

양질의 앨범을 꾸준히 발매하는 '파스텔뮤직'이 인디씬의 '악의 축'으로 떠오른 시기에, '미스티 블루'의 등장은 그야말로 조용했습니다. 같은 레이블 소속으로, 이미 인기밴드 반열에 오른 '푸른새벽'이나 떠오르는 신예 '허밍어반스테레오'가 더 많은 주목을 끌었고, 조만간 파스텔뮤직이 영입할 '소규모아카시아밴드'도 대단했구요. 하지만 '지나친 확장'으로 레이블만의 색을 잃어가는 듯한 파스텔뮤직에게 '미스티 블루'의 데뷔 앨범은 '파스텔뮤직다움'을 다시 한번 상기시키는 계기였습니다. '파스텔뮤직다움'을 확실하게 정의하기는 어렵지겠지만, '쓸쓸함, 그리움, 설렘의 감정을 진하지 않은 파스텔톤으로 표현한 소녀적 감수성'정도가 되지 않을까합니다.

컴퓨터나 MP3는 생각할 수도 없었고 라디오가 음악생활의 주요 수단이었던 시절을 추억하는 'Radio Days', 초컬릿을 건네는 순간의 설렘을 회상하는 '초컬릿'에서 그런 소녀적이고 그리운 감정들을 느낄 수 있습니다. 피아노와 드럼의 째즈풍 연주와 함께하는 'cherry'에서는 슬픔이 묻어나지만, 화자의 목소리에서 들을 수 있는 그 슬픔은 애절함이기보다는 아련함입니다.

이어지는 'Daisy'는 '화요일의 실루엣', '위로' 등과 함께 이 앨범에서 손에 꼽을 트랙으로 '미스티 블루'다운 매력이 물씬 풍기는 곡입니다. 쓸쓸함과 그리움이 교차하는 분홍과 하늘빛의 감정들, 바로 미스티 블루의 색이 아닐까요? 나른하고 조금은 무덤덤한 고양이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그녀의 고양이'는 가사를 통해 또 목소리를 통해 보컬 '은수'의 표현 방식을 확고히 합니다.

미스티 블루의 곡들에는 계절이나 시간 감각이 명확한 편인데, 앞선 'Daisy'처럼 이어지는 세 곡에서도 알 수 있습니다. 봄의 시작에서 지나간 시간에 대한 그리움을 노래하는 'Spring Fever'에서는 봄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듬해 발매된 EP에 수록된 '날씨맑음'과 괘를 같이 하고, 미스티 블루로서는  흔하지 않은 발랄한 느낌의 '일요일 오디오'에서는 어느 여름 일요일의 설렘이 느껴집니다. 베스트 트랙 중 하나인 '화요일의 실루엣'에서 그 감각은 앞선 두 곡에 비해 명확하진 않지만, 어느 쓸쓸한 가을의 오후일 듯하네요. 낭송하는 듯한, 연기처럼 사라지는 듯한 화법에서 보컬의 매력이 듬뿍 느껴집니다. 감정의 덧없음을 표현한 가사도 일품이구요.

희망차고 경쾌한 '마음을 기울이면'은 수록곡들 가운데 가장 귀를 사로잡은 트랙으로 밝은 보컬과 마음에 속삭이는 듯한 코러스의 교차가 인상적입니다. '거품'은 하루에도 수도 없이 마음 속에 나타났다 사라지는 모습과 그로 인한 괴로움을, '8월의 8시 하늘은 불꽃놀이 중'에서는 사춘기 드라마나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일 법한 모습을 미스티 블루만의 팝적 감수성으로 노래하고 있습니다.

'푸른 그림자'는 '화요일의 실루엣'만큼이나 쓸쓸함의 그림자가 짙은 곡으로, 제목이나 가사의 '회색 빛 날개'처럼 '미스티 블루식 화법'의 특징 중 하나인 회화적 화법이 진하게 느껴집니다. 마지막 트랙인 '위로'는 대미를 장식하는, 가사와 연주에서 완벽하게 '미스티 블루다운' 곡입니다. '슬퍼도 슬픈게 아냐, 기뻐도 기쁜게 아냐, 울어도 우는게 아냐, 웃어도 웃는게 아냐'라는 후렴구는 그야말로 미스티 블루의 감수성과 화법을 명확하게 표현하는 가사입니다. 그런 알 수 없는 감정이 사춘기 소녀의 감성이 아닐까요? 그리고 그런 소녀다움이 '파스텔뮤직의 색'과 일맥상통하는 면이 아닐까요?

지금까지 살펴본 미스티 블루의 감수성을 '파스텔뮤직 감수성'의 '중심이자 표준'이라고 정의하고 싶습니다. 그만큼 그 감수성은 풋풋하면서도 오묘한 소녀의 감수성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또 미스티 블루가 이 앨범을 통해 들려주는 노래들은 '농도 100%의 팝'이라고 하겠습니다.

2005년 6월에 발매되어, 처음 손에 들었을 때는 내용물인 수록곡들보다는 이쁜 일러스트가 담긴 디지팩이 더 끌리는 앨범이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그 알 수 없는 은근한 매력에 점점 빠져들게 되었고 이제서야 리뷰를 작성합니다. 2006년에 EP를 발표한 뒤 긴 휴식기에 들어간 뒤, 컴필레이션 앨범에 참여하여 간간히 근황을 알리고 있습니다. 해가 바뀌고 꽃피는 봄이 오면, 반가운 앨범 소식을 들고 찾아왔으면 좋겠습니다. 농도 100%의 팝, 별점은 4.5개입니다.
2007/11/10 21:26 2007/11/10 21:26

라이브 클럽 빵 컴필레이션 3 'History of B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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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 인근에 위치한 '복합 대안 문화공간', '빵'을 아시나요?

썡뚱맞은 질문처럼 들리겠지만, 이번에 소개할 앨범은 바로 '빵'에서 발매한 '빵 컴필레이션 3 : History of Bbang'입니다. 빵에 대해 짧게 소개하자면 ,1994년 이대 후문 근처에서 시작하여 2004년 홍대 근처로 자리를 옮긴 복합 대안 문화공간입니다. 왜 '복합'이자 '대안'이냐면, 보통 밴드들의 라이브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다른 라이브 클럽들과는 전시회 및 인디영화상영회도 빈번하게 열리는 곳이 바로 '빵 '이기 때문입니다.
2004년에 홍대 근처로 자리를 옮겼다고 했는데, 제가 빵을 알게 된 때가 그리고 이 블로그 bluo.net을 시작한 때가 바로 2004년 말이기에 '2004년'은 저에게 참으로 의미깊은 해라는 생각이 듭니다.

빵에세 제작한 세번째 컴필레이션인 이번 앨범은, 인디씬에서 발매된 앨범이라고 하기에는 방대한 분량인, 두 장의 CD에 총 31곡을 담고 있습니다. 최근 발매된 '강아지 & 고양이 이야기'와 '12 songs about you'같은 상당한 수준의 컴필레이션들처럼 특정 컨셉에 맞춰지기보다는 순수히 '빵'을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점 또한 독특합니다. 그렇기에 밴드들의 소속 레이블을 초월하여 만들어진 초대형(?) 프로젝트가 되었구요.

31곡이라는 어마어마한 곡수때문에 이 글에서 모두 소개하기는 힘들겠습니다. 빵을 많이 방문했지만, 이 앨범에 참여한 뮤지션 가운데 한번도 못 본 뮤지션들도 몇몇 있을 정도니까요. 제가 관심있는 밴드의 곡 위주로 소개하겠지만, 그렇다고 소개되지 않은 곡들의 완성도나 떨어지거나 하는 건 아닙니다. 단지 제 취향의 문제일 뿐이죠.

남미음악을 들려주는 '소히'의 '물음표 그리고'는 얼마전에 소개했던 '미안해'와 더불어 2집을 기대하게 합니다. 그녀의 1집이 라이브와 스튜디오 녹음의 괴리로 인해 많은 실망을 주었던 터라, 그 이후 보여준 그 간극을 줄여가는 모습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

작년 말에 1집을 발매했던 '어른아이'는 '감기'로 참여했습니다. 제목 옆에 써있는 'since 2000'으로 봐서는 그 즈음에 만들어진 상당히 오랜된 곡인가 봅니다. 더 강화된 듯한 느낌의 밴드 사운드는 라이브나 1집을 통해 보여준 모습들과는 분명 다른 느낌입니다.

'Body Pops'는 '골든팝스'의 작품이라고는 믿기 힘든 곡입니다. 올해 발매된 EP를 통해, 그들의 방향이자 밴드 이름을 통해도 들어나는 복고풍의 팝을 들려주었던 터라, 'Body Pops'에서 들려주는 변모는 놀랍기까지 합니다. 단순한 비트와 짧은 가사의 반복이 제목처럼 몸을 흔들만한 디스코의 세계로 인도합니다. 이미 한국을 초월한 위용의 골든팝스였지만 이 곡을 통해 더욱 확실해졌습니다. 혹은 이 곡이 '골든팝스'의 곡이라기보다는 밴드의 프로젝트 '바디팝스'의 곡이라고 불러야하는 건 아닐까요?

'슈퍼밴드'라고 할 수 있는 '로로스'는 '성장통'으로 참여했습니다. '로로스' 특유의 심금을 울릴 만한 서정성은 여전하지만 보컬의 녹음 상태는 좀 아쉽습니다. 이제 앨범 발매 시한(?)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압도적인 클럽 공연에서의 모습처럼, 과연 앨범을 통해 그들의 포텐셜을 폭발시킬 수 있을지 기대가 큽니다.

'플라스틱 피플'의 'Morning After(alterante version)'은 제목 그대로 'Morning After'의 다른 버전입니다. 원곡은 작년에 발매된 2집 'Folk, Ya!'에 수록되어있고, '플라스틱 피플'다운 쿵짝거리는 포크곡으로 밴드의 리더 '김민규'가 불렀습니다. 하지만 alternate version에서는 같은 곡의 다른 버전이라기보다는 전혀 다른 곡처럼 느껴집니다. 낮게 깔리는 윤주미의 보컬과 일렉기타의 배치는 잘 만들어진 Rock number라고 해도 손색이 없습니다.

'로로스'의 홍일점, '제인'의 솔로 프로젝트 '피카'는 'Open Your Eyes'라는 곡을 부릅니다. 클럽 공연에서 보았던 그녀의 모습과는 또 다른 느낌의 기대 이상의 트랙으로, 살짝 몽환적이면서도 뭔가 탁 트인 기분이 들게 하네요.

긴 휴식을 마치고 서서히 활동을 시작하는 '페일슈'는 'Wait'라는 곡을 들려줍니다. 진솔한 보컬의 음색과 희망찬 스트링에서 어린 시절 라디오에서 들어보았을 법한 올드팝의 향기가 물씬 느껴집니다.

이제는 빵에서 볼 수 없는 '빅데이커민'은 'She's My High'라는 곡을 남겼습니다. 저 단 한번으로 공연으로 인상적인 기억을 남겼던 이 밴드의 곡은 역시 그냥 지나칠 수 없습니다.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한 보컬도 여전하고 쉽게 즐길 수 있는 멜로디 라인도 좋네요.

'Mellville st.'는 영국을 다녀온 후 더 진지해지고 차분해진 '흐른'의 노래입니다. 모두가 무관심하게 스쳐가는 거리 속에서 이방인의 쓸쓸함이 느껴지는 것만 같습니다. 그날따라 하늘은 새파랗게 맑았지만 도시는 모두 잿빛처럼 느껴지지 않았을지요.

'뜨거운 감자'라고 불릴 만한 '어베러투모로우'는 역시 독특한 제목의 '관심법'을 들려줍니다. 독특한 제목이지만 가사는 상당히 진지합니다. 멤버 '호라'가 '추남조합장'이라는 이름으로 모 가요제에서 불렀던 '버스메이트'만큼이나 '현대인의 고독'이 느껴집니다. 관심법이라는 능력이 있으면 참으로 좋을 법도 하지만, 이런 상황이라면 그렇게 좋지만도 않겠죠?

이 긴 여행의 마지막은 빵의 대표 밴드로 성장한 '그림자궁전'의 'I'm nobody'입니다. 올해 발매된 1집의 수록곡들과는 다른 느낌으로, 그림자궁전의 최근 경향(?)을 살펴볼 수 있는 곡입니다. 가사의 내용을 정확히 알아들을 수는 없지만, 오감(눈, 귀, 코, 손끝 등)으로 느낄 수 있었던 '그대'라는 존재를 잃은 절망감 혹은 존재의 허무함을 'Nobody'라고 표현하는 듯합니다. 한 앨범의 마지막 곡으로 나쁘지 않은 선택이구요.

음반의 제목처럼 특별한 컨셉을 갖고 제작한 음반이 아니기에, '한 앨범'으로서의 응집력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역시나 제목처럼 '빵'의 한 시대를 정리하는 앨범으로서 그 의미는 남다르다고 하겠습니다. 빵을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더욱 더 그렇겠구요. 최근 빵에서 공연하는 주요밴드의 '도감' 및 빵의 최신 경향을 한꺼번에 훓어볼 수 있는 푸짐한 '샘플러'로서도 손색이 없구요.

거침과 세렴됨, 아마추어와 프로, 정지와 흐름... 그 중간 즈음에 '빵'이 있고 '빵 밴드들'이 있고 그들이 열정이 있고 이 앨범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 앨범의 제목은 'history'이지만, 빵은 아직 진행형입니다.  빵을 알고, 빵을 기억하고, 빵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한 장 소장하면 좋을 앨범, 별점은 3.5개입니다. 이번 주말에 '빵'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요?

빵 공식 다음 카페(http://cafe.daum.net/cafebbang/)
빵 사이월드 클럽(http://cafebbang.cyworld.com/)
2007/11/09 21:15 2007/11/09 21:15

네스티요나(Nastyona) - 아홉 가지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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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에 발표한 EP 'Bye Bye My Sweety Honey'로 충격적인 모습을 보여준 밴드 '네스티요나(nastyona)'. 당시 이 EP로 당시 권위가 있다고 할만한 모 음반몰에서도 후한 점수를 받을 만큼 이 밴드의 장래는 밝아보이기만 했습니다.  하지만 그 충격은 정규앨범이라는 꽃을 곧바로 피우지 못하고, 멤버의 이탈과 활동 중단 등의 진통을 겪으면서 점점 리스너들의 기억에서 흐려져 갔습니다.

하지만 2007년 초부터 홍대 클럽가 반가운 이름을 보이면서 드디어 데뷔앨범 '아홉 가지 기분'을 발표합니다. 오랜 공백 끝에, 더구나 레이블을 옮기고 발표한 데뷔앨범을 열어보았을 때의 기분은 사실 기대 반 우려 반이었습니다. 언더그라운드씬에 주력하는 이른바 '지각있는 몇몇 레이블'을 제외하고는, 언더그라운드 출신의 밴들이 대형 음반사를 통해 앨범이 발매되면 밴드 대부분이 고유의 색을 읽고 상업성이라는 미명 아래 그렇고 그런 밴드가 되어버려 왔으니까요. 그런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을까요?

앨범 타이틀과 동일한 '아홉 가지 기분'이라는 제목의 첫 곡은 intro 느낌의 연주곡으로 피아노과 현악이 어우러진 도입부는, 영화음악의 한 부분을 생각나게 합니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저는 '박찬욱' 감독의 영화들에서 멋진 음악을 들려준 '조영욱' 음악감독의 작품들을 생각나더군요. '왜 아홉일까?'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우연일지도 모르겠지만 13트랙이 담긴 이 앨범에서 가사를 가진 곡은 딱 '아홉 곡'이더군요.

이어지는 초반의 세 트랙은 이른바 '몰아치는 느낌'의 곡들인데, 제목부터 '그 기분'을 알 만하게 합니다. 첫 트랙 '아홉 가지 기분'이 서장에 불과했고, 본편의 시작을 알리는 '돌이킬 수 없는'의 힘찬 리듬은 '행진'을 연상시킵니다. 절망을 향한 위태롭고도 흥겨운 행진이라고 할까요? 이어지는 '바늘'은 '몰아침의 절정'에 있는 트랙으로, 한 소절 한 소절 주문을 외우는 듣한 보컬이나 바늘로 인형을 찔러 저주를 내린다는 가사는 다분히 주술적인 분위기를 형성합니다. 무대 위에서 마녀를 영상시킬 만한 밴드의 프런트 우먼 '요나'의 외모처럼 말이죠. 길고 절망적인 냄새를 풍기는 제목의 '어쩌면 처음부터 정해져 있던 이야기'는 어두운 가사와는 다르게 두 박자의 리듬이 '폴카'나 '탭 댄스'를 연상시키는 아이러니한 분위기의 트랙입니다.

앞선 트랙들이 다분히 파괴적인 느낌이 강했다면, 네번째 트랙 'Empty'부터는 그 분위기가 많이 달라집니다. 일렉트로니카를 연상시키는 연주와 후렴에서 요나의  담백한 보컬을 들을 수 있는 'Empty'는 가사에서 제목처럼 공허가 느껴집니다. 일렉트로니카 혹은 트립합으로의 시도를 옅볼 수 있습니다. '사라지지 않는 밤'은 어쿠스틱풍의 곡으로, 파스텔뮤직 소속 어느 밴드의 곡이라고 착각할 수 있을 정도로, 그 분위기는 '네스티요나'라고 하기에는 담백합니다. 하지만 요나의 여린 보컬과 함께하는 그 매력은 짙습니다. 어쿠스틱 스타일로 공연하는 네스티요나의 모습을 상상하고 기대하게 하네요.

'Tete'는 두번째 연주곡으로 '아홉 가지 기분'의 화려함과는 다른, 소박한 슬픔을 들려줍니다. 피아노 솔로에 이어지는 기타 연주는 '슬픈 세레나데'를 연상시키고 앞선 '사라지지 않는 밤'과 이어지면서 앨범이 끝난다는 느낌이 드네요.

이어지는 두 트랙에서 차분함은 역시 이어지지만 그 분위기는 또 달라, 크리스트교의 입장이라면 '이단적'이라고 하겠습니다. 'Judith'는 '클림트'의 그림으로도 유명한 여인, 바로 '유디트'를 영어로 써놓은 이름입니다. 속삭이면서 기도하는 듯한 보컬은, 바로 유디트의 이미지처럼, 경건하면서도 에로틱하다고 할까요. '쓸쓸하고 잔혹한 사랑의 노래'의 분위기라고 하겠습니다. '요단강' 또한 유디트와 마찬가지로 성경에서 볼 수있는 이름입니다. 일종으 '천국으로 건너가는 관문'으로 그리스 신화 속의 저승으로 인도하는 '스틱스강'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노래 속 화자에게는 '천국을 향한 길'이라기보다는 '괴로운 현실을 위한 탈출구'처럼 느껴집니다.

'To my grandfather'는 연주곡으로 EP 수록곡들을 잘 알고 있다면 재밌을 수도 있는 제목입니다. EP 수록곡 제목에서 Mom(mother), father, brother가 등장했었죠. 물론 그 곡들과는 전혀 다르고, 오직 피아노 솔로만으로 연주되는 뉴에이지풍의 트랙으로 자장가의 느낌입니다.

이어지는 두 트랙은 전혀 다른 시도와 분위기를 들을 수 있는데, 이 두 트랙으로 앞으로 이 밴드의 행보를 옅보게 하는 트랙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합니다. '꿈속에서'는 이 앨범에서 유일하게 밝은 곡이자, 역시 유일한 듀엣곡입니다. 이질적인 분위기가 거북하기도 하지만 제목과 재생시간에 주목합시다. 결국 그런 행복도 꿈속에서만 맛볼 수 있는 짧은 기분이겠죠. '잠들 때까지'는 째즈풍의 라운지로 제목처럼 몽롱하고 아늑한 느낌입니다. 나쁜 기억들으로 잠을 이루지 못하는 이들에게도 평온한 잠이 찾아오길 바랍니다.

'포옹'은 심연같은 느낌의 마지막 트랙입니다. 요나가 들려주는 절망과 슬픔 등 나쁜 기분들, 그녀는 그 기분들과 결국 포옹하였나 봅니다. 피할 수 없다면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겠죠.

이 앨범을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파괴와 절망을 향한 비극의 찬가'라고 하고 싶습니다. 앨범 천체적으로 비극처럼 어둡고 쓸쓸한 기운이 돌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러 장르의 곡들을 한 앨범 속에 적절하게 융화시켜 네스티요나만의 '한 흐름'으로 승화시켰기에 그 비극은 찬란합니다.

EP 시절에 보여준 거친 '네스티요나'를 좋아했던 사람들이라면 좀 부드러워지고 대중에 가까워진 이런 모습에 아쉬움이 들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EP에서의 거친 질감을 세련되게 다듬고, 거의 요나 중심이었던 힘의 배분도 밴드 전체로 나누고  영어가사를 탈피한 모습들을 환영하고 싶습니다. 바로 마지막 트랙의 제목처럼 더 많은 사람들과 포옹하기 위한 변화가 아니었을까요? 2007년 반드시 주목해야 할 또 하나의 앨범 '아홉 가지 기분', 별점은 4.5개입니다.

2007/10/21 03:26 2007/10/21 03:26

다크엘프 트릴로지 - 정착 (the Dark Elf Triology - Sojour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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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엘프 트릴로지의 마지막 '정착(Sojourn)'.

드디어 '언더다크'를 벗어나 전혀 새로운 세계에서의 모험을 시작하는 드리즈트, 그의 선한 마음에서 시작된 행동은 오해와 탐욕으로 인해 그를 어렵게 만든다. 하지만 '사필귀정(事必歸正)'이라고 그의 선한 마음은 결국 선한 지상의 종족들에게 보여진다. 특히 드루이드 '몬톨리오'를 만나 사제의 정을 나누고 신의 선물과도 같은 '자연과의 교감 능력'을 깨우치는 모습은 방황하던 그에게도 지상에서 평온을 찾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인간의 수명은 엘프나 드워프 등 다른 종족들보다 짧기에, 다시 단신이 되고 여행 시작된다. 하지만 대표적인 '악의 종족'이라는 낙인이 있는 '드로우'인 그를 받아주는 곳은 보이지 않고 결국 최북방이라는 '아이스윈드 데일'에서 고독한 정착을 시작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의 운명의 동료라고 할 수 있는 드워프 '부르노'와 인간' 캐티-브리'를 만난다.

위태위태한 드리즈트의 무용담도 볼만 하지만 더욱 흥미로운 점은 '신의 존재'에 대한 의문들이다. 인간의 성향이 신을 만드는가?(혹은 이런 인간 성향의 집합체를 신이라 부르는가?) 신이 인간의 성향을 결정하는가? 신을 믿는 것에는 꼭 그 신에 대한 앎이 필요한가? 신에 대한 앎이 없이 자신의 신념만으로도 미지의 신을 믿는다고 할 수 있나? 각기 다른 성향의 수 많은 신이 존재하는가? 아니면 신은 유일한데 각자가 신을 다르게 받아들여 해석하나?

이런 질문들에 대한 확실한 답은 역시 이 책에서 볼 수는 없다. 하지만 자신의 확고한 믿음은 신에 대한 독실한 믿음과 닮아 있다는 점이다. 결론은 어찌보면 '신은 나무가지 끝에도 있고, 바위 밑에도 있다.'라는 말과 비슷하다고 할까?

드디어 지상에서 그가 찾던 '평온한 정착'에 성공한 '드리즈트'. 하지만 그에게는 아직도 그를 기다리는 수 많은 모험이 기다리고 있다. 긴 '드리즈트의 연대기'의 다른 책들도 조만간 번역되어 나올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2007/10/17 01:00 2007/10/17 01:00

다크엘프 트릴로지 - 망명 (the Dark Elf Triology - Exi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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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엘프 트릴로지'의 두번 째, '망명(Exile)'.

1권의 마지막에서 자신의 고향인 '멘조베란잔'을 떠나온 '드리즈트'. 그래서 곧바로 지상에서의 대모험이 시작되는가 했지만 섣부른 상상이었다. 그에게 지금까지 살아온 곳이 언다다크(Underdark)인지라 차마 지상으로는 나가지 못했나보다.

황량한 '언더다크'에서 말이 없는 그의 친구' 구엔하이버'와 지내면서, 드리즈트는 점점 그를 올바른 길로 이끌었던 성품이 허물어져감을 느낀다. 고독을 통해 그의 내면의 '사냥꾼'은 그를 짐슴처럼 만들고 그의 고뇌는 끝나지 않는다. ('사냥꾼'을 통해 D&D 설정집에 나온 '드리즈트'의 설정 외 '바바리안'이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인간(물론 드리즈트는 인간은 아니지만 이 판타지 세계의 몇몇 종족들은 '유사인종'으로 인간 수준의 지적능력을 보인다.)의 성품이 사회의 성격을 만드는 것일까? 아니면 사회의 성격이 인간의 성품을 결정하는 것일까?' 방황하는 드리즈트를 통해 이런 질문을 던지게 된다.

다정한 노움 '벨워', 사악한 마법사의 마법으로 '후크 호러'가된 페크 '크래커'와 만나면서 '드리즈트'는 '따뜻한 유대관계'에 대한 자신의 '본능적인 그리움'을 알게 되지만, '저주받은 드로우'라는 자신 내면의 죄책감과 자신의 부르는 불행으로 결국 이 친구들과 타의와 자의에 의해 헤어지게 된다. 아버지 '자크나페인'을 두번 죽이게 된 드디어 드리즈트는 다시 고독을 안고 지상 세계로 향한다.

책 중간중간에 껴있는 드리즈트의 '회상록'에서 나오는 그의 유명한 친구들 '브루노', '울프가르'이 보이는 점으로 봤을 때 긴 드리즈트의 이야기에서 이 작품이 순서로는 첫번째지만, 쓰여진 때는 처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좀 찾아보니 정말 그런가보다. 재밌기는 하지만 이야기의 흐름이 조금은 부자연그럽고 작위적이라고 할까?

이 삼부작의 마지막 이야기에서 드리즈트는 '판타지 영웅'다운 모습을 과연 보여줄 수 있을까?

2007/10/05 21:14 2007/10/05 21:14

12 Songs about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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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파스텔뮤직의 컴필레이션 '12 Songs about You'.


이번 컴필레이션은 파스텔뮤직의 공식적인 소개로는 2006년 초에 발매된 'Cracker : compilation for a bittersweet love story(이하 Cracker)'의 연장선 위에 있는 음반이랍니다. 엄연히 따지면 '공식적인 후속작'이라고는 볼 수 없지만, 기획의도나 내용물에서는 충분히 연장선 위에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Cracker'와 마찬가지로 한 작가의 일러스트들과 함께한 음반이라는 점이과 사랑 이야기를 모았다는 점이 그 공통점이라고 하겠습니다. 이번 앨범의 북클릿을 보면 함께한 작가 'Lemarr'의 그림이 낯설지 않은데, 바로 '파니핑크(Fanny Fink)'의 앨범에도 참여했더군요.


디지팩을 보면 연기가 자욱한 고층 빌딩 위로 거대한 남녀가 입맞춤을 하고 있고 그 뒤로 헬리콥터와 전투기가 날고 있습니다. 이런 과장된 표현이 그 순간의 환희를 명료하게 느끼게 합니다. 디지팩 안쪽에 붙어있는 북클릿은 각 곡마다, 한 쪽면에는 일러스트를, 다른 면에는 가사를 배치하고 있습니다. 일러스트가 먼저 그려졌는지 아니면 곡이 먼저 만들어졌는지 알 수 없지만 꽤나 괜찮은 어울림을 보여주고 있구요.


앨범의 문을 여는 첫 곡, '루싸이트 토끼'의 '봄봄봄'은 '눈을 감고 느끼는 따뜻한 봄의 햇살'같은 곡입니다. '루싸이트 토끼'는 '미스티 블루', '어른아이', '파니핑크' 등과 더불어 '정통 파스텔풍(?)여성 삼인조 밴드로, 차분한 노래와 연주가 어우러져 수줍은 고백과 봄의 나른함을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All Right'은 '박준혁'이라는 파스텔뮤직의 신예 뮤지션의 곡으로, Cracker에 참여했고 지금은 해체한 '푸른새벽'의 멤버였던, '한희정'이 참여했다는 점에 더 눈이 갑니다. 제목처럼 헤어짐이 지나가고 회복된 마음을 'All Right'이라고 표현하고 있는데, 두 남녀 보컬이 들려주는 노래는 제목처럼 밝으지만, 그래서 좀 슬프게 들립니다. 빠쁜 건반 연주는 잊기위해 빠쁘게 살아가는 도시의 모습을 비추는 느낌입니다.


'꽃'은 '요조 with 소규모아카시아밴드'의 곡으로, '소규모아카시아밴드(이하 소규모)'의 이름이 featuring이 아닌 with로 붙어있는 만큼 이 밴드의 색을 그대로 들려줍니다.  '요조'의 새침한 보컬이 돋보이지만, 곡 자체는 '소규모'의 2집 '입술이 달빛'을 닮아있습니다. 가사에서 '너'를 표현하는 꽃, 바람, 봄 등은 단지 '너'의 소중함뿐만 아니라 시간이 지나면 변할 너의 모습을 담고 있는 건 아닐까요? 시간이 흐르면 꽃이 지고, 바람이 그치고, 계절이 바뀌는 세상의 이치처럼요. 'MINHONG'이라는 이름으로 프로젝트 앨범을 발표했던 '소규모'의 리더 '김민홍'이 '요조'를 만나 '외도'에서 '확장'으로 노선을 변경했다고 할까요. '요조 with  소규모아카시아밴드'는 10월에 1집 발매 예정입니다.


'My Girl You Blush'로 참여한 'moi Caprice'는 덴마크 밴드입니다.. 보컬의 음성때문에 첫인상은 영국 'Suede'의 '브렛 앤더슨'이 떠올랐고, 댄서블한 복고풍도 'Suede'를 생각하기에 충분했습니다. 가사도 재밌는데, 술이라도 마시고 고백하라는 독려의 가사는, 역시 댄서블한 음악을 들려주는, 'W(더블유)'의 곡들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앞서 featuring으로도 참여한 '한희정'의 목소리는 그녀의 곡 '우리 처음 만난 날'에서 다시 들을 수 있습니다. 처음 만난 날의 기쁨을 노래한 이 곡은 '푸른새벽'의 우울함과 대비해도 참 좋습니다. 하지만 가사를 잘 음미하면 '우리 처음 만난 날'에 부르는 노래가 아니라 그 날을 회상하는 노래임을 알 수 있습니다. 솔로앨범은 내년을 기약해야 한다는 점이 아쉽네요.


'Sail on Heaven’s Seas'는 'Ben & Jason'이라는 남성 듀오의 곡입니다. 이 달콤한 곡은 우리에게 친근한 '데미언 라이스'나 '앨리엇 스미스'를 떠오르게 합니다. 가사는 어떤 비극을 노래하고 있는데, 화자의 경험이라기보다 화자의 마음 속 이야기를 은유적으로 표현한 느낌입니다. 무서운 이야기를 들려줄 때처럼 음침한 목소리도 인상적입니다. 앞으로 기대가 되지만, 이 듀오가 이미 해체했다고 하니 이제야 알게 되어 아쉽네요.

‘모노리드’라는 신예 4인조 밴드가 부른 ‘스파티필름’은 예상외로 화초의 이름입니다. 가사는 숨어서 ‘미녀’를 지켜보는 ‘야수’의 마음을 표현하는 듯합니다. 자조적인 곡의 분위기나 보컬의 느낌이 인기밴드 ‘넬’과 비슷합니다.


‘The Saviour’는 가성도, 진짜 목소리도 너무나 멋진 남자 ‘Maximilian Hecker’의 곡입니다. 가사에서 ‘Saviour’라는 단어는 전혀 등장하지 않지만, ‘구원자’를 잃은 절망감을 노래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절망을 노래하는 목소리는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오히려 차분합니다. ‘소란’보다 ‘정적’이 더 무섭게 느껴지는 것처럼, 체념하고 초탈한 마음은 어디로 향할지 알 수 없습니다. 제목의 ‘Saviour’나 가사의 ‘Father’때문에 마지막 기도처럼 느껴지기도 하구요.

‘Yellow Train’은 오해를 살 수 있는 이름 ‘빅뱅’의 곡으로 ‘봄봄봄’을 들려준 ‘루싸이트 토끼’의 보컬 ‘조예진’이 참여했습니다. '노란 열차'를 타고 떠나는 아른한 봄여행같은 느낌으로, '조예진'의 목소리는 '봄봄봄'과는 또다른 느낌입니다.
 

긴 제목의 ‘For Once in Your Life Try to Fight for Something’은 앞서 한 곡을 들려주었던 ‘moi Caprice’의 곡입니다. 앞선 곡보다 차분한 이 곡은 '다가가지 못하고 바람보는 모습'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마치 다른 곡처럼 느껴지는 곡 마지막의 에필로그(?)도 인상적인데, 아마 '화자'는 '그녀'에게 달려가고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손’은 ‘어른아이’의 곡으로 이 밴드의 여느 곡들보다 밝고 따듯한 느낌입니다. 맞잡은 손은 놓았지만, 그 온기는 남아 가슴을 따뜻하게 한다고 할까요? 보컬도 좋지만 코러스가 상당히 좋습니다. 물론 동일 인물이 불렀지만 코러스를 듣고 있으면 '아름답다'는 생각까지 드네요.


'소규모아카시아밴드'로 참여한 이 앨범의 마지막 곡 '너'와는 '꽃'과 비교하면 다른 느낌입니다. '꽃'이 소규모의 2집처럼 전통가요 노선이라면, '너'는 즐거움으로 오염되지 않은(?), 순수했던 1집에 가깝습니다. 요즈음 1집 시절의 '소규모'가 그리워지는 참인데, '너'가 올해 말에 발매 예정인 3집의 수록곡이고 3집의 방향을 보여주는 곡이라면 기대해도 좋겠네요. 2집에서 시도했던 전통가요와 만남을 시도한 '소규모'는 '요조'가 합류하면서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을 수도 있겠습니다.


제목은 ‘12 Songs about You’이지만,  CD플레이어에 넣으면 나타나는 트랙의 수는 13개입니다. 히든 트랙이 한 곡 있다는 얘기죠. 13의 부정적 느낌 때문에 ‘13 Songs about You’라고 조금 이상하게 들려 숨겨놓았을 수도 있겠습니다. 이미 정규 트랙에 참여한 밴드의 곡으로 역시 상당히 좋습니다.


컴필레이션이지만 Skip을 눌러 지나치기에는 아까운 곡들이 많습니다. ‘Cracker’가 짤막한 ‘에피소드’같은 노래들을 담고 있다면, ‘12 Songs about You’는
 ‘Cracker’의 수록곡들이 이후에 나온 파스텔뮤직 소속 여러 뮤지션들의 정규음반에서 찾아볼 수 있었던 것처럼, 이번 컴필레이션도 앞으로 발매될 음반들의 'Sampler' 역할도 톡톡히 할 것으로 보입니다.

'요조 with 소규모', '소규모', '한희정' 등 기대되는 파스텔뮤직 음반들에 대한 기다림을 이 앨범으로 달래봅니다. '무슨 Sampler를 돈 주고 사나?'라는 의견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수록곡 뿐만 아니라 디지팩과 북클릿의 디자인에도 세심함을 보여주는 이 앨범은 인디팝을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분명히 소장가치가 있으리라 봅니다. 더구나 수록곡들의 강한 응집력은 처음부터 끝까지 몇 번이고 그냥 듣게하는 마력이 있습니다. 별점은 4.5개 입니다.

2007/10/02 19:33 2007/10/02 19:33

퍼언 연대기 - 드래곤의 탐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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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언 연대기', '용기사 3부작'의 두번 째 '드래곤의 탐색(Dragonquest)'.

원래 제목이 일본의 모 게임과 같은, '드래곤의 탐색'은 '드래곤의 비상'의 마지막 장면에서 7 회년 후의 상황을 담고 있다. '드래곤의 비상'이 퍼언을 위협하는 '붉은 별'과 '사포'에 대한 퍼언인들의 도전이 주요 키워드라면, '드래곤의 탐색'의 키워드는 '갈등'과 '탐색'이라는 두 개의 키워드롤 600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분량에 담고 있다.

첫 권에 비해 방대한 분량은 '연대기'에 걸맞게 긴 시간대를 보여줄 듯하지만, 사실 소설 속에서 흐른 시간은 첫 권에 비해 짧고, '플라르'와 '레사'를 중심으로 흘러가던 첫 권과는 달리 많은 '플라르'의 이복동생 '프로노'와 새로운 용굴모 '브레키', '루사아 성채'의 태수 '잭섬' 등 여러 인물들이 이야기의 중심에 등장한다.

400 회년이라는 시간의 차이에 따른 구시대인과 현시대인사이의 갈등, 용굴과 성채의 갈등, 용굴모와 용굴모의 갈등 등 다양한 갈등이 교차되고 이 '갈등'은 용기사들의 '탐색'과 어우러져 복잡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놓은 기술력을 보유했던 선조들의 기술의 발견, 불도마뱀과 땅벌레의 발견으로 용기사들의 마지막 염원을 한 발 더 나아가지만 결국 선조들이 그 염원을 이루지 못했던 이유를 알게된다.

이런 복잡함 속에서 상당히 농도 짙은(?) 이야기가 등장하고 '사이언스 판타지'답게 중학교 수준의 과학 상식들이 숨에 있어 여러가지 재미를 안겨준다. 그리고 남성중심의 판타지 소설에서 찾아보기 힘든 섬세한 심리묘사는 다시 한번 작가가 여성임을 느끼게 한다.

이야기는 변종이라고 할 수있는 '백색 드래곤'이 탄생하는 에피소드로 끝이난다. 이 '백색 드래곤'은 셋째 권의 제목이기도 하다. 첫째 권의 주인공인 '플라프'와 '레사'의 비중은 점점 줄어든다. '레사'는 두째 권 처음부터 그렇고 '플라르'의 비중도 '새로운 용기사'들에게 나누어진다. 다음 이야기는 다음 세대가 중심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드래곤의 탐색'에서 보여지는 갈등들은 장소가 '퍼언'이고 지금과는 다른 배경들이 많지만, 어느 시대 어느 장소에서난 있을 법한 모습이다. 소설 속에서는 퍼언의 인물들로 대치되었지만, 구세대와 신세대의 갈등이나 사회 지배층과 피지배층의 갈등, 기득권 세력간의 권력 다툼 등 지금도 주변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 소설이 쓰여질 당시에도 역시 이른 갈등들이 있었겠지?

이번 '탐색'의 결과로 퍼언에서 드래곤과 용기사들의 입지는 상당히 줄어들었다. 앞으로 과연 이들이 어떤 활약을 할 수 있을까?
2007/10/01 22:14 2007/10/01 2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