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에 이어 역시 폭주해버린 2월. 그 지름의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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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역시 모으기가 시작된 Nakashima Mika의 국내 정식발매 음반들. 저렴하게 입수한 싱글 3장.

재밌게 본 일본영화 '허니와 클로버'의 OST. 일본영화의 매력인 잔잔한 감동처럼, 잔잔한 음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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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역시 폭주는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아쉬운 점은 소장용으로 전락한 음반들은 1월에 비해 더 많았다는 점. 반성이 필요하다. 꼭 듣는 음반만 사자. 아니면 소장가치가 충분하거나.
1월에 이어 역시 폭주해버린 2월. 그 지름의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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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엉뚱함은 ‘슈팅스타’에서도 이어집니다. ‘중랑천에서 무술 연습하는 주성치’도 만나고 ‘강 위에서 춤추는 모습’도 볼 수 있는 코믹하고 엉뚱한 상상력의 세계를 들려줍니다. 이런 독특함은 멤버 소개가 곁들여진 곡' 그런지 카'에서도 드러납니다. 만화 속 캐릭터같은 소개는 절로 웃음 짓게 합니다.
하지만 소규모아카시아밴드와 함께한 작업물이기에 소규모의 영향은 어쩔 수 없어 보입니다. 소규모의 영향이 농후하게 보이는 트랙들도 포진하고 있는데 '사랑의 롤러코스터'와 '꽃'이 바로 그렇습니다. '사랑의 롤러코스터'는 요조의 꺾기는 능청스러운 트로트같습니다. 물론 그 점에서 요조만의 재치는 놓치지 않았지만요. 사랑을 힘겨운 오름과 순식간의 내림이 있는 롤러코스터에 비유한 재치는 많은 사람들이 공감을 느낄 법하네요. 이미 컴필레이션 앨범으로 소개되었던 '꽃'은 노골적으로 '소규모' 2집의 연장선에 있을 법한 곡입니다. 그럼에도 요조의 목소리로 듣는 그 느낌은 소규모의 2집과는 또 다른 느낌입니다.
‘낮잠’에서 무게 중심은 거의 소규모 쪽으로 기울어져, 소규모의 보컬 ‘은지’가 불렀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을 '소규모다운' 곡입니다. 전반부와 후반부의 다른 느낌이 인상적인데 그 제목으로도 짐작해볼 수 있습니다. 처량하게 꾸벅꾸벅 낮잠으로 빠져드는 전반부와 행복한 꿈을 노래하는 후반부는 마치 '일장춘몽'을 표현하는 듯합니다. 단아한 기타팝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숨바꼭질'도 그런 소규모의 입김이 크게 느껴집니다. 소규모 2집의 '두꺼비'처럼 어린 시절의 놀이를 차용하여 동심의 세계로 이끌지만, 즐거운 '두꺼비'와는 달리 보일 듯 말 듯한 숨바꼭질은 안타깝기만 합니다
그럼에도 충분한 절충선 위에 있는 곡들은 이 공동작업의 매력을 느낄 수 있게합니다. ‘Love’가 그 대표로 소규모와 조우한 요조의 매력을 느낄 수 있습니다. 소규모 스타일의 단촐한 연주 위에 흐르는 요조의 상큼한 목소리는 소규모에서는 느낄 수 없는 또 다른 느낌입니다. 공연을 배제한 앨범 자체만으로 보았을 때 가장 매력적인 곡이기도 하구요.
'바나나 파티'는 요조가 'May'라는 이름으로 참여했던 '허밍어반스테레오'의 'Banana Shake'를 떠오르게 하는 제목입니다. 하지만 함께한 허밍어반스테레오와 소규모가 다른 스타일의 음악을 추구하듯 비슷한 제목과는 달리 다른 분위기의 곡입니다. 길지 않은 가사에서부터 그 차이가 느껴지지 않나요?
하지만 어쩔 수 없는 라이브와 음원의 괴리감은 아쉽습니다. 'My Name is Yozoh'나 '슈팅스타'는 자체로도 흥겨운 곡이지만, 공연을 통한 체험이 더해졌을 때 그 흥이 최고조에 이르는 곡입니다. 하지만 앨범에서 그 흥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는 점은 아쉽습니다. 분위기를 최고조에 이르게 할 부분에서 절정에 이르지 못하고 꺾이는 느낌이니까요. 'Shooting star'나 'My Name is Yozoh'를 공연과 비교하면 무기력하다고 느껴지는 부분도 있구요. 작년 'EBS 스페이스 공감' 방영 후의 분위기를 타지 못한 점도 인디음악을 즐겨듣는 한 사람으로서 아쉬운 부분입니다.
그럼에도 이 공동작업 앨범은 충분히 매력적입니다.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의 팬들에게는 소규모의 '음악적 확장'이 되겠고, 모르는 이들에게는 상큼한 여가수의 발견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그리고 '서늘한 쓸쓸함'을 노래하는 여러 파스텔뮤직의 앨범들과는 달리 '따뜻한 유쾌함'을 마음에 선물한다는 점은 이 앨범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됩니다. 믹싱을 마친 버전을 들을 기회가 있었는데, 듣고 난 뒤에 사실 걱정이 많았습니다. 다행히 마스터링 후의 음원에서는 걱정들이 가벼워졌네요. 앨범을 통해 이 음악들을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도 어필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왕성한 공연활동을 보여주길 바라며, 별점은 4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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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2007년 초부터 홍대 클럽가 반가운 이름을 보이면서 드디어 데뷔앨범 '아홉 가지 기분'을 발표합니다. 오랜 공백 끝에, 더구나 레이블을 옮기고 발표한 데뷔앨범을 열어보았을 때의 기분은 사실 기대 반 우려 반이었습니다. 언더그라운드씬에 주력하는 이른바 '지각있는 몇몇 레이블'을 제외하고는, 언더그라운드 출신의 밴들이 대형 음반사를 통해 앨범이 발매되면 밴드 대부분이 고유의 색을 읽고 상업성이라는 미명 아래 그렇고 그런 밴드가 되어버려 왔으니까요. 그런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을까요?
앨범 타이틀과 동일한 '아홉 가지 기분'이라는 제목의 첫 곡은 intro 느낌의 연주곡으로 피아노과 현악이 어우러진 도입부는, 영화음악의 한 부분을 생각나게 합니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저는 '박찬욱' 감독의 영화들에서 멋진 음악을 들려준 '조영욱' 음악감독의 작품들을 생각나더군요. '왜 아홉일까?'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우연일지도 모르겠지만 13트랙이 담긴 이 앨범에서 가사를 가진 곡은 딱 '아홉 곡'이더군요.
이어지는 초반의 세 트랙은 이른바 '몰아치는 느낌'의 곡들인데, 제목부터 '그 기분'을 알 만하게 합니다. 첫 트랙 '아홉 가지 기분'이 서장에 불과했고, 본편의 시작을 알리는 '돌이킬 수 없는'의 힘찬 리듬은 '행진'을 연상시킵니다. 절망을 향한 위태롭고도 흥겨운 행진이라고 할까요? 이어지는 '바늘'은 '몰아침의 절정'에 있는 트랙으로, 한 소절 한 소절 주문을 외우는 듣한 보컬이나 바늘로 인형을 찔러 저주를 내린다는 가사는 다분히 주술적인 분위기를 형성합니다. 무대 위에서 마녀를 영상시킬 만한 밴드의 프런트 우먼 '요나'의 외모처럼 말이죠. 길고 절망적인 냄새를 풍기는 제목의 '어쩌면 처음부터 정해져 있던 이야기'는 어두운 가사와는 다르게 두 박자의 리듬이 '폴카'나 '탭 댄스'를 연상시키는 아이러니한 분위기의 트랙입니다.
앞선 트랙들이 다분히 파괴적인 느낌이 강했다면, 네번째 트랙 'Empty'부터는 그 분위기가 많이 달라집니다. 일렉트로니카를 연상시키는 연주와 후렴에서 요나의 담백한 보컬을 들을 수 있는 'Empty'는 가사에서 제목처럼 공허가 느껴집니다. 일렉트로니카 혹은 트립합으로의 시도를 옅볼 수 있습니다. '사라지지 않는 밤'은 어쿠스틱풍의 곡으로, 파스텔뮤직 소속 어느 밴드의 곡이라고 착각할 수 있을 정도로, 그 분위기는 '네스티요나'라고 하기에는 담백합니다. 하지만 요나의 여린 보컬과 함께하는 그 매력은 짙습니다. 어쿠스틱 스타일로 공연하는 네스티요나의 모습을 상상하고 기대하게 하네요.
'Tete'는 두번째 연주곡으로 '아홉 가지 기분'의 화려함과는 다른, 소박한 슬픔을 들려줍니다. 피아노 솔로에 이어지는 기타 연주는 '슬픈 세레나데'를 연상시키고 앞선 '사라지지 않는 밤'과 이어지면서 앨범이 끝난다는 느낌이 드네요.
이어지는 두 트랙에서 차분함은 역시 이어지지만 그 분위기는 또 달라, 크리스트교의 입장이라면 '이단적'이라고 하겠습니다. 'Judith'는 '클림트'의 그림으로도 유명한 여인, 바로 '유디트'를 영어로 써놓은 이름입니다. 속삭이면서 기도하는 듯한 보컬은, 바로 유디트의 이미지처럼, 경건하면서도 에로틱하다고 할까요. '쓸쓸하고 잔혹한 사랑의 노래'의 분위기라고 하겠습니다. '요단강' 또한 유디트와 마찬가지로 성경에서 볼 수있는 이름입니다. 일종으 '천국으로 건너가는 관문'으로 그리스 신화 속의 저승으로 인도하는 '스틱스강'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노래 속 화자에게는 '천국을 향한 길'이라기보다는 '괴로운 현실을 위한 탈출구'처럼 느껴집니다.
'To my grandfather'는 연주곡으로 EP 수록곡들을 잘 알고 있다면 재밌을 수도 있는 제목입니다. EP 수록곡 제목에서 Mom(mother), father, brother가 등장했었죠. 물론 그 곡들과는 전혀 다르고, 오직 피아노 솔로만으로 연주되는 뉴에이지풍의 트랙으로 자장가의 느낌입니다.
이어지는 두 트랙은 전혀 다른 시도와 분위기를 들을 수 있는데, 이 두 트랙으로 앞으로 이 밴드의 행보를 옅보게 하는 트랙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합니다. '꿈속에서'는 이 앨범에서 유일하게 밝은 곡이자, 역시 유일한 듀엣곡입니다. 이질적인 분위기가 거북하기도 하지만 제목과 재생시간에 주목합시다. 결국 그런 행복도 꿈속에서만 맛볼 수 있는 짧은 기분이겠죠. '잠들 때까지'는 째즈풍의 라운지로 제목처럼 몽롱하고 아늑한 느낌입니다. 나쁜 기억들으로 잠을 이루지 못하는 이들에게도 평온한 잠이 찾아오길 바랍니다.
'포옹'은 심연같은 느낌의 마지막 트랙입니다. 요나가 들려주는 절망과 슬픔 등 나쁜 기분들, 그녀는 그 기분들과 결국 포옹하였나 봅니다. 피할 수 없다면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겠죠.
이 앨범을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파괴와 절망을 향한 비극의 찬가'라고 하고 싶습니다. 앨범 천체적으로 비극처럼 어둡고 쓸쓸한 기운이 돌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러 장르의 곡들을 한 앨범 속에 적절하게 융화시켜 네스티요나만의 '한 흐름'으로 승화시켰기에 그 비극은 찬란합니다.
EP 시절에 보여준 거친 '네스티요나'를 좋아했던 사람들이라면 좀 부드러워지고 대중에 가까워진 이런 모습에 아쉬움이 들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EP에서의 거친 질감을 세련되게 다듬고, 거의 요나 중심이었던 힘의 배분도 밴드 전체로 나누고 영어가사를 탈피한 모습들을 환영하고 싶습니다. 바로 마지막 트랙의 제목처럼 더 많은 사람들과 포옹하기 위한 변화가 아니었을까요? 2007년 반드시 주목해야 할 또 하나의 앨범 '아홉 가지 기분', 별점은 4.5개입니다.
다크엘프 트릴로지의 마지막 '정착(Sojourn)'.
드디어 '언더다크'를 벗어나 전혀 새로운 세계에서의 모험을 시작하는 드리즈트, 그의 선한 마음에서 시작된 행동은 오해와 탐욕으로 인해 그를 어렵게 만든다. 하지만 '사필귀정(事必歸正)'이라고 그의 선한 마음은 결국 선한 지상의 종족들에게 보여진다. 특히 드루이드 '몬톨리오'를 만나 사제의 정을 나누고 신의 선물과도 같은 '자연과의 교감 능력'을 깨우치는 모습은 방황하던 그에게도 지상에서 평온을 찾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인간의 수명은 엘프나 드워프 등 다른 종족들보다 짧기에, 다시 단신이 되고 여행 시작된다. 하지만 대표적인 '악의 종족'이라는 낙인이 있는 '드로우'인 그를 받아주는 곳은 보이지 않고 결국 최북방이라는 '아이스윈드 데일'에서 고독한 정착을 시작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의 운명의 동료라고 할 수 있는 드워프 '부르노'와 인간' 캐티-브리'를 만난다.
위태위태한 드리즈트의 무용담도 볼만 하지만 더욱 흥미로운 점은 '신의 존재'에 대한 의문들이다. 인간의 성향이 신을 만드는가?(혹은 이런 인간 성향의 집합체를 신이라 부르는가?) 신이 인간의 성향을 결정하는가? 신을 믿는 것에는 꼭 그 신에 대한 앎이 필요한가? 신에 대한 앎이 없이 자신의 신념만으로도 미지의 신을 믿는다고 할 수 있나? 각기 다른 성향의 수 많은 신이 존재하는가? 아니면 신은 유일한데 각자가 신을 다르게 받아들여 해석하나?
이런 질문들에 대한 확실한 답은 역시 이 책에서 볼 수는 없다. 하지만 자신의 확고한 믿음은 신에 대한 독실한 믿음과 닮아 있다는 점이다. 결론은 어찌보면 '신은 나무가지 끝에도 있고, 바위 밑에도 있다.'라는 말과 비슷하다고 할까?
드디어 지상에서 그가 찾던 '평온한 정착'에 성공한 '드리즈트'. 하지만 그에게는 아직도 그를 기다리는 수 많은 모험이 기다리고 있다. 긴 '드리즈트의 연대기'의 다른 책들도 조만간 번역되어 나올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2007년 파스텔뮤직의 컴필레이션 '12 Songs about You'.
이번 컴필레이션은 파스텔뮤직의 공식적인 소개로는 2006년 초에 발매된 'Cracker : compilation for a bittersweet love story(이하 Cracker)'의 연장선 위에 있는 음반이랍니다. 엄연히 따지면 '공식적인 후속작'이라고는 볼 수 없지만, 기획의도나 내용물에서는 충분히 연장선 위에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Cracker'와 마찬가지로 한 작가의 일러스트들과 함께한 음반이라는 점이과 사랑 이야기를 모았다는 점이 그 공통점이라고 하겠습니다. 이번 앨범의 북클릿을 보면 함께한 작가 'Lemarr'의 그림이 낯설지 않은데, 바로 '파니핑크(Fanny Fink)'의 앨범에도 참여했더군요.
디지팩을 보면 연기가 자욱한 고층 빌딩 위로 거대한 남녀가 입맞춤을 하고 있고 그 뒤로 헬리콥터와 전투기가 날고 있습니다. 이런 과장된 표현이 그 순간의 환희를 명료하게 느끼게 합니다. 디지팩 안쪽에 붙어있는 북클릿은 각 곡마다, 한 쪽면에는 일러스트를, 다른 면에는 가사를 배치하고 있습니다. 일러스트가 먼저 그려졌는지 아니면 곡이 먼저 만들어졌는지 알 수 없지만 꽤나 괜찮은 어울림을 보여주고 있구요.
앨범의 문을 여는 첫 곡, '루싸이트 토끼'의 '봄봄봄'은 '눈을 감고 느끼는 따뜻한 봄의 햇살'같은 곡입니다. '루싸이트 토끼'는 '미스티 블루', '어른아이', '파니핑크' 등과 더불어 '정통 파스텔풍(?)여성 삼인조 밴드로, 차분한 노래와 연주가 어우러져 수줍은 고백과 봄의 나른함을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All Right'은 '박준혁'이라는 파스텔뮤직의 신예 뮤지션의 곡으로, Cracker에 참여했고 지금은 해체한 '푸른새벽'의 멤버였던, '한희정'이 참여했다는 점에 더 눈이 갑니다. 제목처럼 헤어짐이 지나가고 회복된 마음을 'All Right'이라고 표현하고 있는데, 두 남녀 보컬이 들려주는 노래는 제목처럼 밝으지만, 그래서 좀 슬프게 들립니다. 빠쁜 건반 연주는 잊기위해 빠쁘게 살아가는 도시의 모습을 비추는 느낌입니다.
'꽃'은 '요조 with 소규모아카시아밴드'의 곡으로, '소규모아카시아밴드(이하 소규모)'의 이름이 featuring이 아닌 with로 붙어있는 만큼 이 밴드의 색을 그대로 들려줍니다. '요조'의 새침한 보컬이 돋보이지만, 곡 자체는 '소규모'의 2집 '입술이 달빛'을 닮아있습니다. 가사에서 '너'를 표현하는 꽃, 바람, 봄 등은 단지 '너'의 소중함뿐만 아니라 시간이 지나면 변할 너의 모습을 담고 있는 건 아닐까요? 시간이 흐르면 꽃이 지고, 바람이 그치고, 계절이 바뀌는 세상의 이치처럼요. 'MINHONG'이라는 이름으로 프로젝트 앨범을 발표했던 '소규모'의 리더 '김민홍'이 '요조'를 만나 '외도'에서 '확장'으로 노선을 변경했다고 할까요. '요조 with 소규모아카시아밴드'는 10월에 1집 발매 예정입니다.
'My Girl You Blush'로 참여한 'moi Caprice'는 덴마크 밴드입니다.. 보컬의 음성때문에 첫인상은 영국 'Suede'의 '브렛 앤더슨'이 떠올랐고, 댄서블한 복고풍도 'Suede'를 생각하기에 충분했습니다. 가사도 재밌는데, 술이라도 마시고 고백하라는 독려의 가사는, 역시 댄서블한 음악을 들려주는, 'W(더블유)'의 곡들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앞서 featuring으로도 참여한 '한희정'의 목소리는 그녀의 곡 '우리 처음 만난 날'에서 다시 들을 수 있습니다. 처음 만난 날의 기쁨을 노래한 이 곡은 '푸른새벽'의 우울함과 대비해도 참 좋습니다. 하지만 가사를 잘 음미하면 '우리 처음 만난 날'에 부르는 노래가 아니라 그 날을 회상하는 노래임을 알 수 있습니다. 솔로앨범은 내년을 기약해야 한다는 점이 아쉽네요.
'Sail on Heaven’s Seas'는 'Ben & Jason'이라는 남성 듀오의 곡입니다. 이 달콤한 곡은 우리에게 친근한 '데미언 라이스'나 '앨리엇 스미스'를 떠오르게 합니다. 가사는 어떤 비극을 노래하고 있는데, 화자의 경험이라기보다 화자의 마음 속 이야기를 은유적으로 표현한 느낌입니다. 무서운 이야기를 들려줄 때처럼 음침한 목소리도 인상적입니다. 앞으로 기대가 되지만, 이 듀오가 이미 해체했다고 하니 이제야 알게 되어 아쉽네요.
‘The Saviour’는 가성도, 진짜 목소리도 너무나 멋진 남자 ‘Maximilian Hecker’의 곡입니다. 가사에서 ‘Saviour’라는 단어는 전혀 등장하지 않지만, ‘구원자’를 잃은 절망감을 노래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절망을 노래하는 목소리는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오히려 차분합니다. ‘소란’보다 ‘정적’이 더 무섭게 느껴지는 것처럼, 체념하고 초탈한 마음은 어디로 향할지 알 수 없습니다. 제목의 ‘Saviour’나 가사의 ‘Father’때문에 마지막 기도처럼 느껴지기도 하구요.
‘손’은 ‘어른아이’의 곡으로 이 밴드의 여느 곡들보다 밝고 따듯한 느낌입니다. 맞잡은 손은 놓았지만, 그 온기는 남아 가슴을 따뜻하게 한다고 할까요? 보컬도 좋지만 코러스가 상당히 좋습니다. 물론 동일 인물이 불렀지만 코러스를 듣고 있으면 '아름답다'는 생각까지 드네요.
'소규모아카시아밴드'로 참여한 이 앨범의 마지막 곡 '너'와는 '꽃'과 비교하면 다른 느낌입니다. '꽃'이 소규모의 2집처럼 전통가요 노선이라면, '너'는 즐거움으로 오염되지 않은(?), 순수했던 1집에 가깝습니다. 요즈음 1집 시절의 '소규모'가 그리워지는 참인데, '너'가 올해 말에 발매 예정인 3집의 수록곡이고 3집의 방향을 보여주는 곡이라면 기대해도 좋겠네요. 2집에서 시도했던 전통가요와 만남을 시도한 '소규모'는 '요조'가 합류하면서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을 수도 있겠습니다.
제목은 ‘12 Songs about You’이지만, CD플레이어에 넣으면 나타나는 트랙의 수는 13개입니다. 히든 트랙이 한 곡 있다는 얘기죠. 13의 부정적 느낌 때문에 ‘13 Songs about You’라고 조금 이상하게 들려 숨겨놓았을 수도 있겠습니다. 이미 정규 트랙에 참여한 밴드의 곡으로 역시 상당히 좋습니다.
컴필레이션이지만 Skip을 눌러 지나치기에는 아까운 곡들이 많습니다. ‘Cracker’가 짤막한 ‘에피소드’같은 노래들을 담고 있다면, ‘12 Songs about You’는
'요조 with 소규모', '소규모', '한희정' 등 기대되는 파스텔뮤직 음반들에 대한 기다림을 이 앨범으로 달래봅니다. '무슨 Sampler를 돈 주고 사나?'라는 의견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수록곡 뿐만 아니라 디지팩과 북클릿의 디자인에도 세심함을 보여주는 이 앨범은 인디팝을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분명히 소장가치가 있으리라 봅니다. 더구나 수록곡들의 강한 응집력은 처음부터 끝까지 몇 번이고 그냥 듣게하는 마력이 있습니다. 별점은 4.5개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