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혼돈 내 20대의 비망록... live long and pros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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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나침반1 - 황금나침반
'반지의 제왕'의 경우 세 편 모두 DVD를 gift set으로 소장하고 있을 정도로 좋아하지만 원작은 전혀 읽어보지도 않았고 '나니아 연대기'는 첫 번째 영화를 보고 책으로 모두 읽은 터라, '황금나침반' 시리즈는 영화를 보기 전에 원작을 읽어 비교하면서 보는 재미를 누려보고 싶었다.
'나니아 연대기'처럼 어린 '리라'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시작은, 조금은 쉽고 유치한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했다. 주인공의 배경과 우리의 현실 세계와는 비슷하면서도 다른, '다중우주(Multiverse)이론' 속의 또 다른 지구같은 '황금나침반'의 세계를 그려내는 도입부는 1권의 1/3가까이를 차지할 정도로 장황했다. 하지만 불필요한 묘사는 배제하고 사건의 전개와 그에 대한 이해를 쉽게 하며 빠르게 전개되는 글은 지루함을 느낄 수 없게 하였다. '데몬', '말하는 곰', '마녀'같은 이 소설만의 환타지적 요소와 '비행선','소립자', '오로라'같은 과학적 요소가 결합하여 만들어내는 이야기는 시종일관 무거운 분위기의 '반지의 제왕'이나 '성인용'이라 하기에는 조금 유치할 수 있는 '나니아 연대기'의 중간 정도의 무게랄까? 특히 '말하는 곰'인 '이오레크'가 등장하는 전투장면의 묘사는 이 소설의 결코 '어린이용'이 아님을 느끼게 한다.
총 3개의 장으로 이루어진 '황금나침반'은 도입부 성격의 1장을 지나면 더 긴박하게 진행된다. 옥스퍼드에서 볼반가르를 거쳐 스발바르로 이어져는 주인공의 여정은 점점 긴박해지고, 어린이답게 유쾌하기보다는 '운명'이라는 험난한 길을 따라 주제는 점점 무거워진다. 그리고 마지막의 반전은 소설의 흐름 내내 독자에게 고정시켜 놓았던 소설 속 인물들의 '선과 악', '아군과 적군'을 혼동하게 하고, 주인공 '리라'의 궁극적인 '운명의 임무'는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하며 1권의 끝을 알린다.
화려한 볼거리는 없지만 황금나침반의 기본적인 내용을 이해하고 등장인물들을 소개하는, 긴 도입부를 영화에서는 어떻게, 얼마나 많은 시간을 들여 그려낼지 궁금하다. 환타지 대작이라면 당연히 기대할 만한 엄청난 스케일의 전투씬은 아직 1권이라 그런지 볼 수 없다. 하지만 '황금나침반'과 다루는 '리라'와 천진난만하면서도 위험천만한 '지혜와 용기', 그리고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할 만한 '이오렉'의 위용을 제대로 그려낸다면, 긴장과 스릴을 제공하기에 부족함이 없겠다.
소설의 내용을 예고편과 비교해보았더니 다른 점이 벌써 눈에 뜨인다. 영화에서 금발의 '니콜 키드먼'이 '마리사 콜터'역을, 흑발의 '에바 그린'이 '마녀 세라피나'역을 맞았다. 하지만 소설 속에서 두 인물의 머리색은 반대여서 마리사는 흑발, 세라피나는 금발이다. 그리고 예고편의 몇몇 장면들 역시 소설 속의 비슷한 상황과는 다르게 각색되었는데, 어떻게 어색함 없이 진행될지 궁금하다.
1권의 마지막에 뜻하지 않은 배신을 행하고 반전을 겪는 '리라의 모험'은 앞으로 어떤 곳에서 펼쳐지게 될지 기대하게 된다. 리라의 진정한 모험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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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결산>지름의 역사 2007년 6월
5월에 비해 CD구입량이 급감한 6월.
오랜만에 나온 'Marilyn Manson'의 'Eat me, drink me'. 무조건 지르고 보는 거.
상당히 저렴해서 질러본 '신화'의 'Winter story 2006-2007'. 정규 앨범은 몇장이나 갖고 있지만 스페셜 앨범은 처음.
천천히 모으고 있는 '보아'의 음반들. 이번에는 single 'Sweet Impact'의 CD+DVD 버전.
인디밴드 '허클베리 핀'의 싱글. 배송비지불을 막기위에 껴넣은 싱글.
'David Lanz'의 수작 중 하나라는 'White'. 이미 다른 앨범들로 수록곡 중 몇곡을 알고 있지만 소장용으로.
요즘 '태왕사신기'로 다시 뜨고 있는 일본의 '히사이지 조'의 'ETUDE'. 저렴하게 중고로 입수.
일본의 기타 듀오 'Depapepe'의 'Ciao Bravo'. 청량한 신선함.
미개봉 중고와 일반 중고로 지출에서 선방한 6월. 바로 바람직한 소비생활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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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쿠니 가오리 - 홀리 가든
그녀 소설의 단골 메뉴인 '불륜'은 당연히 들어가고 부메뉴인 '실연'과 '우울'도 빠지지 않는다. 또 언제나 그렇듯이 크고 무거운 이야기를 담고 있는 소설은 아니다. 5년전 실연에서 아직도 헤어나지 못하는 '가호'와 건강해보이지만 '불륜'이라는 위태한 사랑을 하는 '시즈에', 두 친구의 서른살 일상과 소소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실연의 수렁'과 '위험한 사랑', '하룻밤을 보내는 남자들과 이름 모를 여자친구들'과 '정신적 친구들', '잘 차려진 밥상'과 '기능성 식단'...여러가지로 대비는 두 친구의 모습은 겉으로는 '가호'가 더 이상하게 보이지만, 내면적인 안정은 또 다르다. 불안이 엄습하면 '올라잇'이라고 되되이는 '시즈에'가 더 위태롭게 보이는 것은 왜일까?
마지막 장면에서 '가호'가 마지막 남은 홍차잔을 꺼내어 '나카노'에게 차를 대접하는 장면은 결국 다시 현실로 돌아온 가호를 의미하나보다. 그리고 가호와 나카노의 나이차이 '5년', 5년 연하인 나카노의 설정은 가호가 최악의 실연 시건으로 보낸 '5년', 그리고 그 실연 후 지나간 '5년'을 의식한 설정이었을까?
에전부터 그랬지만 에쿠니씨의 소설을 읽은 후, 엄청난 감동이 밀려온다거나 깨닮음을 얻게 된다거나 의지를 굳게 다지게 되지는 않는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여서 깊은 생각 없이 가볍게 읽을 만했다. 시시콜콜한 에피소드를 모아놓은 점은 TV드라마와 닮았달까?
'어떤 모습이 올바른 사랑의 모습일까?'는 우스운 생각인가보다. 아마 누구나 자신이 지금하고 있는 사랑이 가장 '올바른 사랑'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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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결산>지름의 역사 2007년 5월
막바지에 가까워진 Nakashima Mika 콜렉션. 국내에 라이센스로 미 발매된 음반들까지 모으려면 아직 멀었지만, 일본 발매반에는 관심이 없으므로 패스.
영화 '타락천사'의 OST. 물론 소장용.
실망한 너희지만 그래도 사야하는 팬의 마음. Linkin Park의 싱글 'What I've done'.
Paris Match의 5번째 앨범 '♭5'. 수 많은 앨범들에 밀려 소장용이 되어버린 비운.
Nino와 함께한 Round Table의 또 다른 앨범 'April'. 역시 첫인상이 중요한 건지 먼저 입수한 앨범보다는 아니더라.
벼르고 있었다가 저렴하게 구입한 Advantage Lucy의 'Echo Park'. 그 색다른 신선함!
'올해의 앨범' 후보 중 하나, '그림자궁전'의 '그림자 궁전'. 무슨 말이 필요하리.
클래지콰이의 세번째 정규앨범 'Love child of the century'. 역시 기대했지만 그냥 들을 만한 범작.
영화는 보지 않았지만 음악 감독의 이름만으로도 기대가 된 OST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한 곡 듣고 질러버린 'Gorillaz'의 두번째 앨범 'Demon Days'. 'Blur'는 좋은지 모르겠지만 이 밴드는 좀 끌리더라.
음악이 궁금했던 'The Indigo'. 저렴하게 입수해서 들어본 앨범 'My Fair Melodies'.
'이사오 사사키'를 한국에 알린, 그의 첫 라이센스 발매 앨범 'Missing You'. 'Skywalker'만으로 소장가치는 충분.
'라르크' 전성기의 또다른 반쪽, 'Ark'. 드디어 두 조각을 모두 모았다.
배두나가 출연한 일본 영화 '린다 린다 린다'의 OST. 여고시절에 대한 로망이랄까? 이런 영화가 좋더라.
한국계 미국 뮤지션 'Susie Suh'의 self-titled ablum 'Susie Suh'. 뒤늦게 발견한 보석이랄까? 그 마음을 울리는 목소리와 곡이란.
'Explosion in the sky'라는 밴드의 'All Of A Sudden I Miss Everyone'. 밴드 이름처럼 영롱한 폭발과도 같은 음악.
저렴하게 중고로 구한 '이소은'의 1집. 이로서 이소은의 정규 앨범을 모두 획득.
덤으로 입수한 '스트라이커스'의 EP 'Nothing N' Everything'.
일본 영화 '나나'에서 '레이라'로 출연했던 'Ito Yuna'의 싱글 'Endless story'. '나나'로 출연한 'Nakashima Mika'가 영화에서 불렀던 곡들보다 더 좋았다.
대폭발같지만 지난달과 마찬가지로 싱글과 미개봉 중고가 많아 그나마 선방했던 5월. 하지만 2007년 '지름의 절정'이 되버린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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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대참사 그리고 속죄하는 삶
나는 가끔 성당을 나가지만, 세상에 알려진 큰 종교들의 믿음을 믿지 않는다. 인간만이 신에게 선택받은 종(種)이라고 믿지 않는다. 특정 종교만이 바르다고 믿지 않는다. 신이 인간같은 이성과 의지를 가진 존재라고 믿지 않는다. 신이 인간의 헛된 바람을 들어주리라 믿지 않는다.
진짜 신이 존재한다면, 그 신에게 지구나 대자연처럼 의지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어느 특정 종을 편애하지 않을 것이다. 고로 인간의 바람을 듣지도, 인간의 욕망을 지켜주지도 않을 것이다. 그들이 무엇을 믿던, 믿지 않던 상관하지 않을 것이다.
내가 믿는 신은 도교 혹은 노장사상과 조금은 비슷할 수도 있겠다. 그러니 믿지 않음과 뭐가 다르리...
...
이번에 우리나라, 우리에게 일어난 '바다의 대참사', 서해안 기름 유출 사고를 보면서 속죄하는 삶을 떠올렸다. 나는 어떤 종교가 이야기하는, 태어나면서부터 갖고 있다는 '원죄'를 믿지 않는다. 정말 그런 원죄가 있다면 공평한 신에 의해 인류는 이미 멸망했어야 했다. 하지만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속죄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먹고, 입고, 자는 의식주부터 각종 교통수단과 대중매체와 통신수단까지 현대 문명인의 삶은 결국 처음부터 끝까지 죄가 아닌가 한다. 대부분의 음식은 아직 자연으로부터 오지만, 음식을 가공하는데는 전기가 소모되고 그 전기는 대부분 석유로부터 나온다. 냉난방은 물론이고 우리가 입는 옷의 섬유는 석유로부터 나온다. 수 많은 교통 수단은 석유를 비롯한 화석연료와 그 부산물(가스, 전기)로 돌아가고 사소한 일에도 그것들은 빼놓을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하지만 화석연료와 함께 시작된 새로운 문명은 그만큼의 죄를 쌓아왔다. 각종 오염 물질의 배출과 그로 인한 환경오염과 생태계 변화, 동식물 멸종 등 화석연료 사용에 따른 부작용들... 그것들이 바로 '인간의 원죄'가 아닐까? 그래서 그 죗값으로 멸망에 가까워지고 있지 않은가.
산업혁명 이전, 한 인간이 지구에 행한 오염이 야생동물만큼 극히 적었던 시절의 사람들에게 원죄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하지만, 환경오염 없이는 존립할 수 없는 현대 문명에서,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직간접적으로 오염물질을 배출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원죄란 당연한 이야기가 아닐까? 태어나기 전은 아니지만 태어나면서 우리는 그렇게 죄를 쌓아가고 있지는 않을까? 그렇기에 지구와 자연과 모든 동식물들, 게다가 다른 인간까지, 생태계를 이루는 모든 구성원에게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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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오울프 (Beowulf) - 2007.12.2
액션과 판타지에 목이 말랐던 내가 정말 오랜만에 상영관을 찾게한 영화, '베오울프'. 자정이 넘어선 시간에 부천CGV를 찾아가, 처음으로 '디지털 3D'로 본 영화였다. 예고편을 보고 기대는 했지만 소감은 실망.
컴퓨터의 작은 화면으로 예고편을 볼 때는 몰랐는데, 큰 화면으로 보니 완전한 3D CG로 만들어진 영화였다. 이미 너무 거대한 스케일의 영화들에 눈이 길들여진 후라 그런지, 스케일도 불만이었다. 영화 내내 볼만한 전투씬은 두 번이고, 또 다른 볼거리는 CG로 다시 태어난 '안젤리나 졸리'의 등장 장면 정도였다.
조금은 과장을 좋아하고, 호탕한 젊은 시절의 '베오울프'와 '그렌델'은 고난이도의 격투장면은 등장인물의 동선이나 카메라의 시점은 정말 CG가 아니면 표현하기 힘든 장면이었다. 하지만 '진정한 볼거리'라기 보다는 '맛보기' 정도라고 생각했다. 이후 '그렌델의 어머니'를 만나면 진정한 볼거리가 나올 것이라고 기대헀지만...
자신의 업보와 싸우는 '늙은 베오울프'의 싸움은 힘겨워 보이기만 했다. 영화의 클라이막스라고 하기에는 너무 많이 부족했다. 그냥 3D 게임의 '중간보스'라고 느껴질 정도랄까? 늙은 베오울프는 이 영화처럼 서글프기만 했다.
'그렌델의 어머니'와 '황금뿔잔'이 욕망과 저주를 상징하는 두 소재와는 결말이 나지 않는다. 끝까지 죽지 않고 새로운 왕을 유혹하는 '그렌델의 어머니'는 인간의 '끝없는 탐욕'의 상징일까? 화려하지만 돌려받으면 불행이 찾아오는 '황금뿔잔'은 '과오의 대가'일까?
몇몇 장면에서 움직임이 어색하긴 하지만 멋진 그래픽, 아쉬운 볼거리, 빈약한 내용...별점은 2.5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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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싸이트 토끼 - twinkle twinkle
흔하지 않은 여성 이인조 루싸이트 토끼의 데뷔앨범 'twinkle twinkle'.
작년부터 파스텔뮤직의 레이블 공연에서 혹은 소속 밴드의 단독 공연 게스트로 모습을 보여왔던, '유망주' '루싸이트 토끼'의 앨범이 공개되었습니다. 우선 간단한 소개를 하자면, 기타와 운전을 담당한다는 리더 '김영태'와 보컬과 요리를 담당한다는 '조예진'으로 이루어진 이 86년생 동갑내기로 이루어진 밴드입니다. 보컬 '조예진'은 이미 '허밍 어반 스테레오'의 3집과 '해파리 소년'의 2집에도 객원으로 참여하여 조금씩 이름을 알린 상태죠.
여러 공연을 통해 신인답지 않은 완성도의 곡들과 라이브 실력을 들려주었던 '루싸이트 토끼'는 데뷔앨범을 통해서 그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있습니다. 파스텔뮤직의 '허밍 어반 스테레오'와 '더 멜로디'를 잇는 '유망주'라고 불러도 아까우지 않을 정도로 말이죠. 86년생이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는 데뷔앨범 'twinkle twinkle'을 살펴봅시다.
첫 곡 '수요일'의 깔끔한 연주와 사운드는 새천년이 시작된 후 인기가 급상승한 라운지 음악을 연상시킵니다. 쿨한 느낌의 보컬은 그런 분위기에 힘을 더하구요. 하지만 이어지는 'In My Tin Case'에서는 분위기를 달리하여 소녀의 목소리로 경쾌한 팝 사운드를 들려줍니다. 이런 첫 두 곡의 대비는 크게 두 부류로 분류될 수 있는 수록곡들의 경향을 대표합니다.
첫 번째 큰 경향은 다양한 장르가 녹아든 '라운지'입니다. '수요일'을 시작으로 '12월', '미래도시', '디스코' 등으로 이런 분위기가 연결됩니다. '수요일'은 경쾌하고 가벼운 사운드와는 달리, 부제(Piano Lesson)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피아노 선생에 대한 소녀의 마음을 노래하는 가사의 '부조화'는 흥미롭습니다. 가사 때문에 잘못하면 치기 어린 느낌이 될 수도 있었지만 차가운 어조로 부르는 보컬은 전혀 그런 느낌이 들지 않게 하니까요.
또 다른 큰 경향은 'In My Tin Case', '꿈, 여름', '꿈에서 놀아줘', '봄봄봄' 등에서 느낄 수 있는 소녀적 감수성의 팝입니다. 보사노바 풍의 연주와 풋풋하고 새침한 보컬은, 그리고 영화의 한 장면같은 가사는 그리운 학창시절의 기억으로 이끕니다.
이 앨범의 '추천 트랙' 가운데 하나인 '12월'에서는 차창으로 비치는 네온사인같이 쿨한 도시적 감수성을 느낄 수 있습니다. 세상이 들뜬 크리스마스의 밤거리를 홀로 유유히 스쳐가는 어떤 이의 뒷모습 같습니다. '미래도시'는 제목처럼 미래적인 느낌의, 일렉트로니카 트랙입니다. 아직 소녀티가 남아있는 이 밴드의 두 멤버를 생각한다면 놀랍기도 합니다.
'꿈, 여름'과 '꿈에서 놀아줘', 두 곡 모두 제목처럼 꿈에 대한 노래입니다. '꿈, 여름'은 꿈같이 아득한 여름날 해변의 기억을 노래하고 있고, '꿈에서 놀아줘'는 기다리다 지친 서운함을 꿈에서라도 달래어달라는 투정을 귀엽게 노래합니다.
역시 '추천 트랙'인 '비오는 날'은 보사노바 풍으로 비처럼 깔끔한 연주에 따뜻한 느낌의 보컬이 더해져 '루싸이트 토끼만 매력'을 들려줍니다. 비오는 날의 테마로 쓰여도 손색이 없을 만큼 곡도 가사도 좋습니다.
이어지는 두 곡은 밴드의 이름 때문인지는 몰라도, 제목에 '토끼'가 들어갑니다. '북치는 토끼'는 모 건전지 광고의 토끼 완구에서 모티프를 얻은 곡으로, 유쾌한 겉모습과는 다른 서글픈 내면을 처절하게 노래합니다. 귀여움 속 이면의 루싸이트 토끼식 해석이 흥미롭습니다. 이어지는 '토끼와 자라'는 용궁의 용왕을 위해 토끼간을 구하러 육지로 떠난다는 자라의 전래동화에서 빌려온 제목으로, 인간관계에서 전래동화의 한 장면을 떠올린 재치가 기발하네요.
최근 가요계에 부는 복고바람에 편승하는 제목의 '디스코'는 강한 비트와 속삭이는 보컬이 인상적인 곡입니다. 아마도 '미래도시'와 더불어 가장 의외의 트랙이 아닌가 하네요. 두 트랙은 '캐스커'나 '클래지콰이'에게나 기대할 만한 사운드를 들려주니까요.
마지막은 나른한 기분이 들게하는 '봄봄봄'으로 이미 컴필레이션 앨범 '12 Songs about You'로 소개된 곡입니다. 차분하고 나른한 분위기는 파스텔톤의 동화 속 이야기처럼 느껴지게 하네요.
다양한 분위기를 들려주는 트랙들의 배치는 다소 난잡하다는 느낌이 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보컬 조예진의 신인답지 않은, 선굵은 목소리는 이 앨범의 무게 중심이되어 아기자기하고 오밀조밀한 맛을 느끼게합니다. 또한 메이저 음반사들의 음반들과 비교해도 깔끔하고 세련된 사운드는 프로듀싱에 참여한 뮤지션 겸 프로듀서 '방승철'의 저력도 느낄 수 있구요.
'파스텔뮤직' 밴드다운 파스텔톤의 팝과 한국식 라운지 음악, 이 앨범을 이끌어가는 두 가지 분위기의 밀도있는 조화로 한 트랙도 그냥 넘길 수 없는 응집력을 들려줍니다. 그리고 이 앨범은 기존 파스텔뮤직 소속 팝밴드의 계열을 이으면서도 '허밍 어반 스테레오'와 새로 영입한 '캐스커'를 비롯한 파스텔뮤직의 새로운 바람과도 무관하지 않아, 두 흐름이 만나는 접점에 위치해 보입니다. 그래서 이 앨범은 '반짝' 한 번이 아닌, '반짝 반짝'입니다.
여러 영화와 드라마 그리고 CF에 배경음악으로 일반 대중에게 이름을 알린 '허밍 어반 스테레오'와 '더 멜로디'로 파스텔뮤직의 가요계를 향한 '파스텔 인베이젼(Pastel Invasion)'은 조용히 진행되어 왔습니다. 이 침공에 이제 '루싸이트 토끼'의 이름도 포함되어야겠습니다. 최근 파스텔뮤직에서 발매한 인디밴드의 1집 중에서 대중성과 음악성을 동시에 만족시킬 만한, 가장 고무적인 앨범이 아닌가 하네요. 앨범 타이틀처럼 빛나는 앨범이 되길 바라며, 또 최근에 별점 4개를 준 앨범들의 별을 깎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이 앨범의 별점은 4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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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결산>지름의 역사 2007년 4월
잠잠했던 3월을 지나 모인 자금으로 다시 폭발한 4월. 일명 '미개봉 중고'들을 대거 입수.
기대 속에 발매된 'Linkin Park'의 새 앨범 'Minutes to Midnight'. 한정판으로 입수했지만 솔직히 수록곡들은 아쉽다.
평소 궁금하기도 했기에 저렴하게 입수해서 들어본 'Paris Match'의 'PM2'. 이런 음반들을 찾아들을 수록 일본 음악씬이 부러울 뿐.
예전부터 수집 중인 '보아'와 올해 수집을 시작한 'Koda Kumi'가 함께 했다는 싱글 'the Meaning of Peace'. 보아만 알고 있을 때는 구입할 생각이 없었는데, Koda Kumi에게도 관심이 생기니 입수. 물론 저렴하게.
'박종훈'의 공연은 몇 번 보았는데 그러고 보니 앨범은 한 장도 없었다. 'White'와 'Colors'라는 두 장을 한꺼번에 발매했는데, 그 중 솔로곡들이 담긴 'White'. 참고로 'Colors'는 트리오 앨범이란다.
'이누야사'의 수록곡으로 알게된 'Hamasaki Ayumi'의 베스트 앨범이라고 할 수 있는 'A Ballads'. 저렴하길레 구입했지만 다른 앨범들에 밀려 결국 봉인.
'Nakashima Mika'의 두번째 앨범 'Love'. 이 아가씨, 목소리나 외모에서 묘한 매력이있다.
'Ryuichi Sakamoto', 이 아저씨 앨범 한 장도 없지만 몇몇 곡을 좋아했는데, 마침 저렴하게 팔고 있는 이 앨범을 발견. 하지만 수록곡들은 원곡과 다르게 편곡된 곡들이더라.
베스트 앨범 2장과 'Heart'가 상당히 좋았던 'S.E.N.S'. 문제는 예전 앨범들이 너무 좋았다는 점.
희귀(?) OST라고 할 수있는 '노트르담의 곱추', 저렴한 가격에 소장용으로 입수.
귀에 익은 곡부타 그렇지 않은 곡까지 소위 말하는 '집시 음악'을 모았다는 'Sergei Trofanov'의 'Gypsy Passion'. 나의 월드뮤직에 대한 호기심이지만 감상용으로 충분한 앨범.
무슨 말이 필요하리 지르고 보는 'Radiohead'의 재발매 EP.
'리스너'보다는 '콜렉터'로 기우는 경향이 확실해지는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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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결산>지름의 역사 2007년 3월
바빴던 3월 그만큼 입수한 음반도 적다. 간단하게 살펴보자.
드라마 음악에 참여하여 활동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티어라이너'. 하지만 난 그의 또 다른 프로젝트의 곡들이 더 좋더라.
뒤 늦게 입수한 '올드피쉬'의 두번째 앨범 'Acoustic Movement'. 따뜻한 전자음악'을 노래했던 그의 음악은 점점 선굵은 비트로 변화하고 있는 듯하다.
'빵' 대표 밴드 중 하나인 '굴소년단'의 'Laughing Aah'. 공연과는 또 다른 느낌. 공연으로 먼저 알게되어 그런지 뭔가 아쉽니다.
뭔가 새로운 음악을 듣고 싶었다. '포스트 락'이 궁금했다. 일본 밴드 'Mono'의 'You are there', 내 갈증을 채워주지는 못했지만 '새로운 세계'를 알게 되었다.
'3월의 5장'은 이 '지름병'이 치유된 것처럼 보이겠지만, 과연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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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규모 아카시아 밴드 - 우리는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입니다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의 세번째 정규 앨범 '우리는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입니다'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이하 소규모)'가 2집 이후 약 14개월만에 3집을 들고 찾아왔습니다. 1집과 2집의 간격이 21개월 정도였던 점을 생각해보면 3집은 빨리 나온 편이죠. 더구나 '요조'와 함께한 '요조 with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의 앨범이 예고된 상황에서, 8월의 한 공연에서 3집 발매를 언급했을 때는 '소규모의 충격'이었습니다. 오른손으로 'My name is Yozoh(프로젝트 앨범)'를 스트레이트로 내밀면서 슬그머니 왼손 훅으로 3집을 날리는 격이랄까요. ‘요조 with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의 앨범 발매 후 약간의 간격을 두고 3집이 발매될 예정이었는데 결국에는 11월 27일 동시 발매가 되네요.
‘우리는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입니다’라는 짧지 않은 제목도 흥미롭습니다. 요조와 함께 한 앨범의 제목이 ‘My name is Yozoh’로 우리 말로 하면 ‘내 이름은 요조입니다’ 혹은 ‘나는 요조입니다’라고 할 수 있으니, 두 앨범이 모두 자기 소개 형식의 제목입니다.
첫곡 '기다림'은 '민홍'과 '은지', 두 멤버의 편안한 듀엣이 귀에 잡히는 곡입니다. '롤링 폴링'이라는 큰 의미 없어 보이는 가사에서도 편안함과 '동심'이 느껴집니다. 이런 점은 2집부터 보여준 모든 세대가 즐길 만한 노래를 만드려는 의지의 연속이라 생각됩니다. 보컬, 연주, 가사에서 느껴지는 소박함은 이 밴드의 이름에 왜 '소규모'가 들어있는지 다시 느끼게 합네요.
'너에게 반한 날'에서도 편안함은 이어집니다. 제목과 가사에서 파스텔뮤직의 컴필레이션 '12 Songs about You' 수록되었던 '
'소녀 어른이 되다'는 일종의 보너스 같은(?) 민홍의 보컬곡입니다. 쓸쓸함과 그리움의 정서는 이어지는 '너'에서도 계속됩니다. 햇살, 빗물, 바람, 사람...피할 수 없는 '세상'에서 느껴지는 너에 대한 그리움은 수 많은 가요의 '감정의 방출'보다 이런 '울먹이는 미소'에서 더욱 짙게 느껴집니다.
'나무'는 특별할 것 없지만 독특한 곡입니다. 중고교시절 음악교과서에 실렸을 법한 가곡처럼 느끼는 이는 저 뿐일까요? 가사의 탁월함, 그리고 보컬과 연주에서 가요적 장치들이 배제된 점이 그렇게 느끼게 하는 요소가 아닐까 하네요.
'My favorite song'은 여러 점에서 1집을 떠올리게 합니다. 영어 가사도 그렇고 흩어지는 듯한 은지의 보컬과 뒤따르는 민홍의 코러스도 그렇습니다. 이어지는 ‘Show show show’는 수록곡 가운데 가장 신나는 곡입니다. 공연에서도 분위기를 달아오르게 하기에 충분하구요. 요조와의 프로젝트 앨범에 수록될 듯도 했는데 보이지 않더니 결국 3집에서 듣게 되네요.
‘My favorite song’의 한국어 버전을 보너스 트랙으로 본다면 ‘느린 날’이 마지막 곡이 됩니다. 기타 연주 위로 들리는 은지의 보컬은 마치 잔잔한 호수 위로 노를 저어 흘러가는 조각배를 연상하게 합니다. 유유히 흘러가는 여유는 살며시 눈을 감게 합니다. 영화 ‘시월애’에서 ‘IL MARE’를 향하는 조각배를 떠올린 사람이 또 있을까요?
사실 서늘했던 1집이나 흥겨웠던 2집에 비해 이번 3집은 좀 심심하게 느껴집니다. 한 번 듣고 귀를 사로잡을 만한 트랙이 2~3곡 정도 밖에 되지 않구요. 하지만 두 번째 듣고 세 번째 듣고 들으면서 다가오는 건, 심심함보다는 딱 맞는 옷 같은 편안함입니다. 1집과 2집에 이어 느껴지는 그 편안함이 바로 ‘소규모다움’이 아닌가 합니다. 바로 이번 3집에서 그 편안함은 완성에 가까워졌고, 그래서 그들은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인가봅니다. 소규모가 부르면 어떤 곡이라도 '소규모다운 편안함'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요?
'우리는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입니다'라는 정말 단순한 제목이지만, 바로 이 앨범을 정의하기에 딱 어울리는 제목이라고 생각됩니다. 어떤 곡이라도 소규모가 만들었고 소규모가 불렀고, 소규모를 규정하고 있으니까요. 더불어 아직 앨범을 받아보지 않았지만 8인의 작가들과 함께했다는 북클릿도 기대해봅니다. 일러스트, 사진 등 다양한 작품들과 함께한 북클릿은 어떤 모습일런지요. 유명 작가가 참여한 2집보다 더 멋들어진 작품이 되지 않을런지요.
호평과 혹평의 논란이 많은 앨범이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듭니다. 골수팬들은 편안함에 반가워할 수 있겠지만, 처음 소규모의 음악을 접하는 이들이게는 어떻게 다가갈지 걱정도 되네요. 별점은 4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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