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 오브 스틸 (Man of Steel) - 2013. 6. 22.

'워너(Warner bros.)'와 'DC' 연합은, 이미 '마블(Marvel)'의 '엑스맨(X-men)'을 멋지게 스크린으로 옮겼던 '브라이언 싱어' 감독을 영입하여, 히어로 무비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슈퍼맨(Superman)' 시리즈를 성공적으로 리부트하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웁니다. 하지만 1년 앞선 2005년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에 의해 '배트맨 비긴즈(Batman Begins)'로 성공적으로 리부트된 배트맨 시리즈와는 달리, 2006년 '슈퍼맨 리턴즈(Superman Returns'가 기대 이하의 반응을 보여주면서, 암흑기를 벗어나나 싶었던 슈퍼맨 시리즈는 또 다시 후속편에 대한 소문만 수년동안 이어지는 암흑기를 이어가게 됩니다. (엑스맨 시리즈의 세 번째 영화를 포기하고 '슈퍼맨 리턴즈'를 선택했던 브라이언 싱어 감독의 선택은, 결국 '엑스맨 : 최후의 전쟁(X-Men : The Last stand)'가 여러 면에서 시리즈가 쌓은 명성에 먹칠하는 영화로 탄생하면서, 결과적으로 미국 양대 코믹스의 영화를 말아먹는 결과를 초래했죠.)

소문만 무성하던 후속작은 영화 '300'과 '왓치맨(Watchmen)'으로 감각적인 액션과 영상을 보여주었던 '잭 스나이더' 감독을 영입하면서 또 다시 '리부트'를 선택했습니다. 제목은 슈퍼맨 시리즈 처음으로 제목에 '슈퍼맨'이 들어가지 않는 '맨 오브 스틸'이 되었고, '다크 나이트(Dark Knight)' 삼부작으로 배트맨 시리즈를 완벽하게 리부트하는 동시에 '히어로 무비는 오락 영화'라는 고정관념을 뛰어넘어 걸작 반열에 올려놓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제작에 참여하면서, 개봉 전부터 여러모로 우려보다는 기대가 큰 영화가 되었죠. 사실 잭 스나이더 감독도 '300' 이후로는 흥행성적은 신통치 않았지만 그래픽 노블을 원작으로한 '왓치맨'도 매니아들 사이에서는 호평을 받았던 작품이었기에, 그가 만드는 새로운 슈퍼맨은 기대하기에 충분했습니다.

뚜껑을 연 '맨 오브 스틸'은 슈퍼맨의 기원을 설명하는데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었습니다. '배트맨 비긴즈'처럼 새로운 시리즈로 리부트하면서 세계관을 탄탄하게 구축하기 위함일텐데, 제작자로 참여한 크리스토퍼 놀란의 입김이 어느 정도 작용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최근 히어로 무비에서도 영웅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은 보편적인 내용이 되었는데, 이 영화에서도 지구인과 외계인, 클락 켄트와 칼-엘이라는 정체성 사이에서 고뇌하는 모습이 그려지고, 이와 관련하여 영화 내내 청년 클락 켄트가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들은 드라마에도 꽤 신경썼음을 알 수 있게합니다. 슈퍼맨의 두 아버지, 각각 클락 켄트의 양아버지 '조나단 켄트'와 칼-엘의 친아버지 '조-엘'로 등장하는 '케빈 코스트너'와 '러셀 크로'의 연기도 이 영화의 완성도를 높입니다. 특히 조나단 켄트의 마지막 모습은 짧은 분량이지만, 뜨거운 부성애가 느껴질 만큼 케빈 코스트너의 연륜이 느껴지는 연기력을 볼 수 있는 장면입니다.

 액션도 상당히 볼 만합니다. 영화 '300'처럼 정지화면을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적의 타격에 벽을 뚫고 날라가는 등, 다소 과정된 액션은 놀란 감독의 다크 나이트 삼부작에서는 볼 수 없었던 시원시원한 액션을 보여줍니다. '어벤져스'가 '트랜스포머' 시리즈의 도시 전투 장면들처럼 3인칭 시점에서 다수의 아군과 적들이 충돌하는 액션 자체의 화려함을 보여준다면, '맨 오브 스틸'의 액션들은 근접 격투 위주로 흘러가면서 '매트릭스' 시리즈에서 보여준 과장된 액션들을 떠오르게 합니다. 주연 '헨리 카빌'은 정체성으로 고민하는 슈퍼맨의 어두운 면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강인한 액션을 보여주기에 적절한 캐스팅이라고 생각되네요.

전반적으로 무난한 완성도를 보여주지만 몇몇 가지는 좀 아쉽습니다. 시리즈의 시작부터 슈퍼맨과 같은 크립톤 행성 출신의 강력한 적 '조드 장군'을 등장시켜서 앞으로 어떤 어떤 적을 등장시킬지 우려가 됩니다. 슈퍼맨 역시 너무나 강력함을 보여주었기에, 아무리 생각해도 슈퍼맨의 적으로 가장 잘 알려진 '렉스 루터'같은 '지구인'은 적수나 될 수 있을지 의문이 듭니다. 더불어 조드 장군의 오른팔로 등장하는 '피오라(안체 트라우)'가 주연급 조연으로서 이 영화에 등장하는 여자 배우들 가운데 가장 뛰어난 미모와 동시에 너무나 강렬한 액션을 보여주어서, 영화의 클라이막스가 되어야하지만 약간 허무하게 끝나는 조드 장군과의 마지막 전투가 더욱 시시하게 보이는 점입니다. 여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로이스 레인(에이미 애덤스)'도 지적인 미녀이지만 '슈퍼맨의 그녀'로서는 아쉽습니다.

아쉬운 점들이 있지만, 가장 비현실적인 히어로들 가운데 하나인 '슈퍼맨'을 비교적 현실적이고 완성도 있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속편은 더욱 기대될 수 밖에 없습니다. 부디 잭 스나이더 감독을 비롯한 교체 없는 캐스팅으로 후속편이 이어지기를 기대합니다. 별점은 4개입니다.

2013/08/03 18:30 2013/08/03 18:30

Priscilla Ahn - A Good Day (2008)

사용자 삽입 이미지

artist : Priscilla Ahn

album : A Good Day

disc : 1CD

year : 2008

꾸미지 않은 자연을 닮은 우아한 목소리 'Priscilla Ahn'의 debut album 'A Good Day'

Priscilla Ahn, 우리에게는 낮선 이름이었지만 친숙하게 다가올 수 있었던 것은, 그녀가 한국인 어머니와 미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한국계'라는 점일 것이다. 더불어 우리에게는 'Jazz의 명가'로 유명한 label 'Bluenote'이 선택한 Musician이라는 점도 우리의 '묘한 애국심'을 자극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 배경을 떠나 그녀는 debut album 'A Good Day'가 들려주는 소리들 만으로도 호감을 사기에 충분하다고 하겠다.  우아하면서도 편안한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그녀의 음성은 울창한 숲의 인위적으로 꾸미지 않은 자연스러움과 아늑함을 담고 있다. Folk를 기반으로 하는 이 앨범의 대표곡이라고 할 수 있는 첫 track 'Dream'은 다분히 그녀 내면의 소탈함과 외로움을 담고 있지만 미래에 대한 희망을 그려내어, 마치 외로운 한국계 '촌뜨기'에서 명가 'Bluenote' 소속의 Musician으로 당당히 성장하여 꿈을 이룬 그녀 자신의 이야기를 고백하는 듯하다. 외톨이들이지만 친구가 되어보자고 노래하는 'Wallflower' 역시 쓸쓸함과 희망을 모두 그려낸다. 다른 track들도 마찬가지여서 편안한 분위기를 유지하지만 그 뒤에 존재하는 그림자 역시 놓치지 않는다. 마음이 진정이 되지 않을 때, 조용히 마음을 다독여주는 편안한 그녀의 음성과 함께 마음의 평온을 찾아보는 방법도 좋겠다.

몰락해가던 미국의 'Bluenote'를 살린 사람들이 태평양 건너 일본의 Jazz Mania들이라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일본의 Jazz 사랑은 대단하단다. 그런데 그 이야기가 거짓이 아닌지, 그녀의 discography를 보면 꾸준하게 일본 시장(만)을 겨냥한 EP와 album을 발표해오고 있다. 최근 몇 년사이 국내에도 각종 Music Festival이 많아지면서 그녀도 자주 내한하고 있는데, 한국을 위한 album도 하나 나와주기를 기대해본다.

2013/07/19 14:49 2013/07/19 14:49

스타트렉 다크니스 (Star trek into Darkness) - 2013. 6. 6.

약 4년만에 찾아온 '스타트렉 더 비기닝(Star trek)'의 후속편 '스타트렉 다크니스(Star trek into Darkness)'.

꽤나 잘 만들어진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였지만, 최근 수 년사이에 헐리우드에 부는 '히어로 무비' 열풍으로 잠시 잊혀졌던 시리즈 '스타트렉 더 비기닝'의 후속편이 거의 4년 만에 개봉했습니다. '탄탄한 내용 구성'과 'SF 영화다운 볼거리'를 잘 버무려서, '트레키(스타트렉 시리즈의 팬)'가 아니더라도, 충분한 이해와 재미를 선사했던 전작처럼 후속작 '스타트렉 다크니스'도 과거 스타트렉 시리즈는 물론 스타트렉 리부트의 시작인 '스타트렉 더 비기닝'을 몰라도 충분히 즐길 만 합니다. '평행우주'를 이용하여 스타트렉 시리즈의 '시퀄'이자 '프리퀄'이었던 전작처럼 이번 '다크니스'도 리부트와 리메이크사이를 교묘하게 가로지르고 있습니다. 바로 다크니스의 줄거리는 전혀 새로운 내용이 아닌, 과거 스타트렉 영화 시리즈의 한 작품을 기본으로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최고의 적이라고 할 만한 '칸(베네딕트 컴버배치)'은 이 시리즈를 이끌어가는 두 주인공 '커크(크리스 파인)'와 '스팍(재커리 퀸토)'의 성격을 섞어놓은 느낌의 캐릭터입니다. 초인답게 스팍의 냉철함과 강인함, 커크의 무모함과 열정이 조합된 칸의 모습은 두 주인공이 만들어낼 강력한 시너지 효과를 보여주는 듯합니다. 긴 TV 시리즈를 압축한 느낌이 들 정도로 빠르면서도 짜임새는 놓치지 않는 진행은 여전합니다. 더불어 감독과 배우들이 자주 바뀌는 블록버스터 시리즈들과는 다르게, 감독인 'J. J. Abrams'를 비롯하여 전작의 주연과 친숙한 조연이 대부분 재등장하여 시리즈의 일관성을 주지하는 점은 감독과 배우들이 얼마나 스타트렉을 사랑하는지 느껴지는 부분입니다. 그리고 좋은 시나리오와 감독 및 배우들의 역량이 합쳐저서 좋은 작품을 완성했습니다.

이전 영화 시리즈는 어떠했는지 알수 없지만, 전작이 SF로 꾸며진 액션 어드벤쳐였다면, 이번 다크니스도 SF로 포장하고 있지만 액션 스릴러에 가깝습니다. 물론 SF답게 볼거리도 넉넉하지만, 볼거리보다는 인물사이의 관계와 액션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내용을 놓치지 않는 '스타트렉'의 리부트 시리즈는, 시리즈가 진행될 수록 이야기가 아닌 볼거리에만 의존하여 실망시키는 SF 블록버스터 시리즈들에게 경종을 울리고 있습니다. 인간 대 인간(외계종족이기는 하지만 인간과 동등한 지성체)으로 교감을 이루게된 커크와 스팍이 앞으로 어떤 모험을 보여줄지, 두 사람의 우정이 만들어낼 시너지 효과가 기대됩니다. 후속작도 꼭 나왔으면 하네요. 별점은 4.5개입니다.

*전작부터 스타트렉 시리즈 특유의 '빛번짐 효과(?)'는 전매특허인가요? 그 독특한 효과덕분에 전작의 영상에 대한 기억을 건드리면서 '스타트렉 시리즈구나'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2013/06/27 23:31 2013/06/27 23:31

정은채 - 정은채 (EP)

1. 권순관의 '그렇게 웃어줘' 뮤직비디오에 등장한 여배우를 보았다.
2. 웹서핑으로 어렵지 않게 찾아낸 그녀의 이름은 '정은채'였다.
3. 그녀는 몇 편의 영화에 출였했고, 최근에는 '음반'까지 발표했다.

가끔 우연히 예상하지 않은 곳에서 괜찮은 노래들을 찾아내는 경우가 있는데, 몇년전에 우연히 듣게된 모델 '장윤주'의 데뷔곡 'Fly Away'처럼 지금 소개하는 영화 배우(로 더 유명한) '정은채'의 '소년, 소녀'가 그런 경우라고 하겠습니다. 사실 정은채의 EP는 자주 방문하는 온라인 쇼핑몰에서 얼핏 봤지만 무심코 지나쳤던 음반이었습니다. 하지만 보통 연예인들이 유명 작사/작곡가의 곡으로 팬서비스 정도로 음반을 발표하는 모습과 다르게, 일부 곡을 작곡하고 모든 곡의 가사를 쓴 점과 인디 레이블을 통해 음반을 발표했다는 점을 알게 되었을 때, 그녀의 노래가 궁금하기에 충분했습니다.

EP를 시작하는 첫곡 '이방인'은 어린 시절의 경험이 담겨있는 곡이랍니다. 외국인들의 음성이 가득한 공항의 소음을 배경으로 낮게 울리는 허밍은 쓸쓸함을 그대로 전합니다. "Hello, Hello. I'm fine. thank you, and you?", 반복적으로 홀로 답하는 영어 가사는, 낯선 공간에서 홀로 남겨진 고독함을 어떤 장황한 설명보다 간결하게 반어적으로 전달합니다. 곡이 진행되면서 합류하는 스트링 연주는, 감정이 절제되고 건조한 정은채의 목소리와 대비되어, 그녀의 목소리가 전하는 감정을 극대화합니다.

'이방인'과 더불어 그녀가 작곡한 '잘 지내나요'는 '정은채', 그녀의 투명한 감수성을 느낄 수 있는 곡입니다. 이렇게 천진한 목소리로 노래할 수 있는 보컬이 얼마나 있을까요? 청아한 피아노 연주 위로 노래하는 꾸밈없이 맑은 그녀의 목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마치 서툴게 피아노를 연주하며 노래하는 소녀의 모습을 떠올리게 됩니다. 이별 후에 남은 감정들을 굿굿하고 태연하게 노래하려는 모습에서 소녀는 어느새 숙녀로 성장해갑니다. 그녀가 누구나 한 번쯤은 경험했을 '풋풋하고 미숙했던 이성에 대한 감정'을 회상하면서 이 곡이 썼을 때, 그녀는 조금 더 세상의 쓸쓸함에 대해 알게 되었고, 꼭 그만큼 성숙했으리라 생각됩니다. 우리나라 노래와 영미권 노래들을 모두 즐겨듣다보면 다른 언어로는 전달하기 힘든, 언어 특유의 '감정적 울림'이 느껴지곤 하는데, "How are you doing?" 부분에서도 제목과 같은 우리말 "잘 지내니?"로는 전달하기 어려운 울림느 느껴집니다.(물론 노래가 아닌, 영화 속 대사라면 또 달랐겠지만, 멜로디를 따라야하는 노래에서 우리말 "잘 지내니"는 확실히 불리하다고 생각되네요.)

이제 이 EP의 프로듀서로 참여한 '권영찬'이 작곡하고 정은채가 가사를 쓴 3곡이 어어집니다. '달'은 달의 스산한 이미지가 떠오르는 곡입니다. 마지막 곡 '여름바다'는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초여름의 동해와 그 바다에 담긴 추억들이 떠오르는 곡입니다. 그런데 두 곡은 보컬의 색이나 곡의 분위기에서 가수 '박지윤'의 최근 곡들과 많이 겹치는 느낌입니다. 아마도 '박지윤'과 작업하기도 했던 프로듀서의 영향이라고 생각되네요.

EP의 타이틀 '소년, 소녀'는 밴드 'My Aunt Mary'의 보컬 '토마스 쿡(정순용)'이 함께한 곡입니다. 여린 정은채의 보컬과 이제는 연륜(혹은 내공)이 느껴지는 토마스 쿡의 묵직한 보컬은 조금은 어색한 대비를 이룹니다. 하지만 묵직한 토마스 쿡의 음성이 여린 그녀의 음성을 감싸주는 느낌이 들어서, 묘한 조화를 이뤄냅니다. 개인적으로 가수의 역량을 단지 '가창력'으로만 평가하려는 세태는 잘못된 획일화라고 생각하는데, 뛰어난 가창력은 아니지만 자신의 가사를 자신의 목소리로 제법 그럴싸하게 전달하는 '정은채' 그녀의 모습에서 싱어송라이터로서의 발전 가능성이 엿보입니다. 다만 마지막 'ㄹ' 받침의 발음이 부정확한 점은 이 곡을 듣는 내내 아쉽습니다.

그녀의 음악에 대한 순수한 욕심이었는지, 혹은 그녀의 미래를 위한 소속사의 의도된 전략이었는지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배우'의 음반으로서는 꽤나 들을 만하고 진정성이 느껴지는 음반을 들고 배우 '정은채'는 뮤지션으로 찾아왔습니다. 그녀가 이 EP로 뮤지션으로서의 인지도를 얻을 수 있다면, 아마 가을 즈음에는 'GMF 2013'의 '페스티벌 레이디'로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예상해 봅니다. 신인 배우 '정은채'로 신선한 이미지를 간직하고 있는 그녀가 가끔 신선한 자작곡들이 담긴 앨범으로도 만나길 기대해봅니다. 앨범 북클릿 마지막에 실린 그녀의 인사말 '씩씩하고 재밌게 살겠습니다'처럼 말이죠.
2013/06/14 04:11 2013/06/14 04:11

Lucia(심규선) - décalcomanie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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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 Lucia (심규선)

album : décalcomanie (EP)

disc : 1CD

year : 2012

full-length album 수준의 quality와 quantity를 들려주는 Lucia(심규선)의 첫 EP "décalcomanie".

2011년 debut album부터 매년 착실하게 쌓여가는 'Lucia(심규선)'의 discography를 살펴보면, 2013년으로 이제 11년차에 접어든 indie label 'Pastel Music'의 managemnet system도 확실한 성숙기에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 singer-songwriter의 역량에 노래/연주/작사/작곡 등 대부분을 의존하는 기존 indie label들의 album production 방식과는 다르게, label의 주도로 유능한 songwriter-producer와 유망한 vocalist의 collaboration으로 시작하여 자연스레 singer-songwriter의 가능성까지 이끌어내는 일련의 방식은, (물론 indie label의 방식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더 오랜 역사의 music business와 더 방대한 market을 대상으로하는 영미권 label에서는 낯선 방법이 아니다. 아마도 국내 indie label 최초의(혹은 아직까지도 유일한) Pastel Music의 시도는 수차례 시행착오를 거쳐, 'Lucia'를 통해 완성해가도 있다고 할 수 있겠다.

Epitone Project의 2010년 album "유실보관소"에 guest vocal로 참여하여 목소리를 알린 Lucia는, 이듬해인 2011년 Epitone Project가 작/작곡가 겸 producer로 참여하여 두 사람의 chemistry가 돋보인 debut album "자기만의 방"에서 vocalist의 역량을 확실하게 각인시켰다. 하지만 그녀는 vocalist에만 머물지 않고 몇몇 곡의 작사/작곡자에 그녀의 이름을 올리면서 singer-songwriter로서의 가능성도 보였다. 그녀의 가능성을 확인한 Pastel music은 두 번째 full-length album을 서두르기보다는 확실한 singer-songwriter로서의 능력에 담금질을 시작했는데, 그 결과물이 2012년과 2013년에 발표된 두 장의 EP다.

지금 소개하는 EP는 2012년 10월에 발표한 첫 EP "décalcomanie"다. 그런데 수록곡 list를 보면 재미있다. EP 수록곡이 무려 10곡인데, intro나 outro 없이 모두 vocal track으로만 채웠다는 점이다. 최근 수 년동안 가요계를 보면 'full-length album(정규앨범)'이라는 이름을 달고도, intro/outro를 포함해도 10 track이 안되는 '부실한 음반'이 상당히 많았는데, 이 EP는 그런 세태를 비웃는 듯하다. (다만 여기서 말하고 싶은 '부실한 음반'은 비단 track 수가 적을 뿐만 아니라, total play time이 약 74분인 compact disc의 절반도 채우지 않은 경우들이다.) full-length라고 불러도 될 정도의 volume을 가진 이 음반를 굳이 'EP'로 발표한 이유는, 모든 수록곡들이 바로 주제에 집중해서가 아닐까. 여느 여가수들의 음반처럼 '안빈낙도'나 '심심한 위로'를 전하는 곡으로 track 수를 채울 수도 있겠지만, concept album이라고 분류해도 될 정도로 그녀가 집착한 그 주제는 바로 '사랑'이다. 그리고 이 EP는 Lucia가 '사랑'이라는 물감으로 찍어낸 10가지 "décalcomanie"를 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concept album 자체가 흔하지 않지만, 최근의 국내 앨범으로는 '호란'의 band 'Idadi'의 "Songs for Ophelia" 정도를 꼽을 수 있다.)

최근 수준있게 완성한 singer-songwriter의 앨범을 에둘러 'well-made pop'이라고 부르는데, 굳이 그녀가 쓴 자작곡들의 style을 분류하자면 'adult contemporary(이하 AC)'정도가 될 듯하다. 'AC'도 기본적으로 'verse-chorus structure'로 쓰여지는데, 이 EP의 수록곡들도 style과 structure에서 AC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는다. 좋게 말하면 easy listening이 가능하지만, 나쁘게 해석하면 모든 곡이 비슷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그녀의 목소리는 각 곡들에게 생명력을 불어넣어,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구조적 유사성을 극복한다. 그녀의 목소리는 나긋나긋하면서도 힘이 담겨 있고, 우아하면서도 간절함이 깃들어 있다. 그녀의 청명한 목소리(음색) 뿐만 아니라 호흡(발성)과 발음까지, 이토록 완벽하게 자신 '발성기관'을 지배하는 vocalist가 indie scene에 있었던가. 그녀는 한 가지 구종으로도 완벽한 control로 mound를 지배하는 pitcher가 되어 listener를 알고도 strike out를 당하는 hitter가 되게 한다. 그만큼 그녀의 음성과 완급조절은 listener가 그녀의 목소리 자체에 오롯이 집중하게 만드는 마력을 갖고 있다. 그리고 그 음성과 완급조절은 그녀의 써내려간 가사들이 전달하는 의미를 견고하게 한다.

잔잔하고 평온한 호흡으로 간절함을 노래하는, 이 album이 있게 한 '사랑'의 발단, '소중한 사람'을 지나면 전형적인 'verse-chorus structure'로 들려주는 3곡이 이어진다. 'I Can't fly'는 발음과 발음, 단어와 단어에서 들리는 완벽한 완급조절이 돋보이고, 부드러운 음성 속에 강한 의지가 느껴지는 '그대의 고요'는 그 호소력 덕분에 EP의 title 'Savior'보다 더 title처럼 들린다. 전작의 수록곡 'Sue'의 변주처럼 들리는 'Savior'의 고독함과 간절함은 listener의 감정을 흠뻑 적시기에 충분하다. 이 전형적인 구조는 최근의 노래들보다 2000년 이전의 노래에 가깝게 들리는데, 그래서 이 구조와 다른 무엇보다도 노래를 빛나게 하는 그녀의 '가창력'은, 뛰어난 가창력으로 1990년대 adult contemporary music의 마지막 전성기를 빛낸 Diva들, 'Mariah Carey'와 'Celine Dion'이 떠올리기에 충분하다. (또 이는 EP를 AC로 분류하고 싶은 이유이기도 하다.)

격양된 음성과 빠른 tempo로 사지 말단까지 전해지는 사랑의 기쁨을 효과적으로 전하는 '필로소피'를 지나면 앨범의 후반부에 접어든다. 사실 10 track은 '사랑의 기쁨'과 '사랑의 슬픔'으로 나누어 2장의 disc에 담아 각각 EP로 발매해도 될 volume이었는데, 그렇게 하지 않은 점은 2013년 올해 발표된 두 번째 EP을 생각한다면, 결과적으로 '담금질'의 한 chapter를 온전히 완결하겠다는 의지와 후속 album을 위한 왕성한 창작력 및 결과물들의 완성도에 대한 자신감이 아니었을까. Lucia와 '짙은'의 아름다운 harmony가 돋보이는 'What Should I Do'와 날카로우면서도 처연한 비유의 가사가 인상적인 'I Still Love'에서도 곡에 완벽하게 녹아드는 그녀의 음성은 빛난다. 그런데 이 두 곡에서도 1990년대의 익숙한 그림자가 느껴지는데, 바로 'Mr. Big'의 'To Be With You'와 'Richard Marx'의 'Can't Help Falling In Love' 같은 곡들이다. (전작도 그런 점이 옅게 존재했지만) 1990년대 향수를 뜸뿍 느껴지는 점은 Pastel Music이 설정한 Lucia의 소비층이, 일반적인 indie music 소비층인 '20대~30대 초반'보다 높은, 88서울올림픽 이후 급격한 문물개방과 맞물려 1990년대 영미권 Pop Music을 흡수한 '30대~40대 초반이상'이라는 생각을 들게 한다. (이는 1990년 3월에 첫방송을 시작한 '배철수의 음악캠프'세대라고 봐도 되겠다.)

R&B style의 '보통'은 제목과는 다르게, 수록곡 가운데 그녀의 singer-songwriter의 역량이 가장 빛나는 곡이다. midtempo의 rhythm 위로 '사랑의 설램'을 표현해내는 그녀의 음성과 완벽한 완급조절은 listener의 심박동수까지도 synchronization(동기화)되어 황홀경으로 안내하기 충분하다. 특히 그녀의 vocal이 저음의 chorus와 대비되는 부분에서는, 그녀의 목소리를 봄날의 어린아이처럼 들뜬 감정을 아른하게 그려낸다. 처절한 절망과 간절함이 교차하는 감정의 회오리를 효과적으로 표현해낸 '연극이 끝나기 전에'와 마지막 track답게도 공허와 알 수 없는 공허함이 전해지는 '신이 그를 사랑해'로 EP "décalcomanie"는 막을 내린다.

EP 전곡에 걸쳐 piano 및 string을 비롯한 모든 연주가 상당히 제한적으로 절제되어 사용됐는데, 이는 그녀의 vocal을 상대적으로 더욱 부각시켜 listener가 오롯이 그녀의 음성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하려는 고민이 엿보이는 부분이다. mixing 및 mastering을 포함한 기술적인 부분에서도 그 점을 위해 상당한 공을 들였으리라 생각되는데, 이런 노력들 덕분인지 그녀의 음반은 Epitone Project와 함께 audiophile의 사랑을 받는 몇 안되는 indie label의 음반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Pastel music이 설정했으리라 예상되는 소비층의 연령대와 보통 30대 이상인 audiophile들의 연령대가 겹치는 점은 우연만은 아니리라. indie label에서 전혀 indie답지 않은 음악을 들려줘서 일까? audiophile의 우호적인 평가와는 다르게, 전반적으로 Pastel music 소속 artist에 대한 비평가들의 평가가 박하다는 점은 irony다. 사실 "décalcomanie"라는 제목을 보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바로 "Rorschach test"였다. Pastel music과 Lucia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이 음반을 "단지 '얼룩'으로 볼 것인가?" 혹은 "의미가 있는 '그림'으로 볼 것인가?"는 이제 listener의 몫이다.

더불어 전도유망한 illustrator 'Kildren'이 artwork 참여한 booklet은 CD 구매자들을 위한, 국내에서 가장 CD packaging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label이라고 할 만한 pastel music의 '심심한 배려'라 하겠다.


*Pastel music은 고음질의 flac을 DVD로 발매해주었으면 좋겠다.

*참고문헌

more..

2013/05/25 05:38 2013/05/25 05:38

페퍼톤스(Peppertones) - Beginner's Luck

'페퍼톤스(Peppertones)'의 discography에서 전환점이 될 네 번째 정규앨범 "Beginner's Luck".

남성 2인조 밴드 '페퍼톤스'는 2004년 3월 EP "A Preview" 발표하고 'Next Big Thing'으로 큰 기대와 함께 데뷔하였습니다.  2013년, 올해로 데뷔 10년을 채워가는 이 듀오는 지금까지 4장의 정규앨범과 2장의 EP를 발표하였고, 그 기대만큼의 꾸준한 성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지금 소개하려는 앨범은 2012년 4월에 발매된 네 번째 정규앨범 "Beginner's Luck"입니다. 앨범을 소개하기에 앞서, 이 밴드의 디스코그라피를 살펴보면 재밌는 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바로 총 6장의 앨범이 특정한 두 시기에 발매되었다는 점입니다. 첫 EP "A Preview"와 첫 정규앨범 "Colorful Express"가 각각 2003년 3월과 2005년 12월에 발표되었고, 후속 앨범들은 이 두 시기에 번갈아가면 발표되었습니다. 자세히 살펴보면, 2집 "New Standard"가 2008년 3월에, 3집 "Sounds Good!"이 2009년 12월에, 4집 "Beginner's Luck"이 2012년 4월, 그리고 가장 최근에 발매된 두번째 EP "Open Run"이 11월에 발매되어, 3/4월과 11/12월에 번갈아 발매된 점을 확인할 수있습니다. 각각 봄과 겨울쯤이라고 볼 수 있는데, 여름이나 가을에 녹음을 시작하여, 모든 작업이 순조롭게 끝나면 겨울에 발표되고, 그렇지 않고 미뤄진다면 이듬해 봄에 발표된다고 추측해볼 수도 있겠습니다.

수록곡 리스트를 살펴보면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바로 '페퍼톤스표 음악'의 한 축이었던 '여성 객원보컬'이 참여한 곡이 단지 하나라는 점입니다. 페퍼톤스의 데뷔 당시에 인디밴드로서 과감한 객원보컬의 참여는 분명 신선한 시도였습니다. 하지만 앨범의 숫자가 늘어가면서, 객원보컬의 목소리는 곡에 상큼함을 더해주는 점 외에는 오히려 이 밴드의 정체성과 음악적 발전에 있어서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했을 듯합니다.

앨범을 여는 첫곡 'For All Dancers'는 제목처럼 댄서블한 곡입니다. 헐리우드 B급 무술영화에서나 들을 법한 기합소리로 시작되어, '사용 설명서'같은 나레이션까지 포함하고 있는 이 곡은, 확연히 달라진 페퍼톤스의 사운드를 들려줍니다. 이전 발랄한 이미지와는 다르게 일렉트로닉과 락이 결합된 역동적이고 강렬한 사운드는 앞으로 듣게 될 변화들의 예고편이라고 할 수있습니다.

앨범 타이틀 '행운을 빌어요'는 기존의 장점과 새로운 변화가 융합된 '새로운 페퍼톤스표 음악'을 들려줍니다. 기존의 대표곡들의 가볍고 경쾌한 연주와는 다르게, 강렬해진 연주와 보컬은 이 밴드가 지향하는 장르적 변화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3집까지 이 밴드가 들려주었던 '일렉트로닉 팝'과 '팝락'과는 다른, 견고한 '락' 사운드를 들을 수 있는데 그런 '새로운 시작'을 알리기위해 '초심자의 행운'을 뜻하는 앨범 제목을 붙였나봅니다. 어휘에서는 페퍼톤스 고유의 개성이 아직 남아있지만, 가사가 전달하는 메시지에서는 그런 변화는 또렷합니다. 이전까지 '소소한 생활의 즐거운 발견'을 노래하는 곡들이 주류를 이뤘던 점과는 달리, '행운을 빌어요'는 '뜨거운 사랑 노래'라고 할 수있겠습니다. '시작이 있으면 언제나 끝이 있고, 그 끝은 또 다른 시작으로 이어진다'는 잊고 있었던 진리를 다시 일깨워주는 가사는, 이별을 인종의 인류애로 승화시킵니다.  1집의 'Fake Traveler'나 2집 'New Hippie Generation'처럼 두 멤버가 보컬을 욕심낸 곡들이 있었지만, 이렇게 뜨거운 열기가 넘치는 곡은 처음이라고 생각되네요. 따라부르기 어렵지 않은 가사와 흥겨운 멜로디가 주는 강한 호소력은, 수 년 혹은 십수 년 후에도 이 밴드가 왕성하게 활동한다면 이 곡이 콘서트들에서 '절정의 싱얼롱'을 장식하리라 예상하게 합니다.

'러브앤피스'는 제목이 주는 따사로움 만큼이나 자유롭고 평온한 느낌의 곡입니다. 무엇보다도 째즈의 즉흥연주(잼)만큼 자유분방한 느낌의 연주가 인상적입니다. 하지만 그 자유분방함 넘어 복잡한 설계를 생각한다면, 어느때보다도 음향적인 면을 치밀하게 고려했는지 엿볼 수 있습니다. 앨범 전반에서 들을 수 있는 견고해진 연주 뿐만 아니라, 과거 앨범들에서 언제나 아쉬웠던 믹싱과 마스터링에서도 확실히 나아진 점들을 느낄수 있습니다. 앞선 '행운을 빌어요'가 '뜨거운 이별 노래'였다면 '러브앤피스'는 '추억에 잠겨 짓게된 옅은 미소'같은 노래라고 하겠습니다. 'Robot'은 제목에서 일렉트로닉 팝정도 오해할 수도 있겠지만 차분한 모던락 트랙입니다. 이 앨범에서는 확연하게 이전보다 많아진 사랑 노래들을 들을 수 있는데, 이 트랙도 '로봇'처럼 얼어붙은 마음이 봄바람같은 사랑에 녹아내리는 상황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Wish-List'는 두 멤버가 번갈아 나열하는 그들의 '위시리스트'가 인상적인 노래입니다. 곡의 진행이나 유유저적의 가사에서는 2집의 'New Hippie Generation'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이 곡이 전하는 진정한 '자유와 평화'에 대한 갈망도, '행운을 빌어요'에서도 이야기했던 '인류애'의 연장선에 있다고 하겠습니다. 긴장감 넘치는 추격전 같은 연주와는 어울리지 않는 제목의 '아시안게임'은 페퍼톤스의 변화를 가장 뚜렷하게 담아낸 트랙입니다. 질주하는 펑크락 사운드의 공격적인 연주와 역시 도발적인 가사는 전혀 다른 밴드의 곡을 듣고 있는 기분이 들게합니다.

지난 앨범에서도 불안했던 두 사람의 보컬은 이번 앨범에서야 '뛰어나지는 않지만 비교적 안정적'이라고 할 수준에 도달했지만, 깊은 울림과 여운을 전하기에는 아직도 부족하게 들립니다. 그 부족함을 누구보다도 잘 인지하고 있는 두 사람이기에, 이 앨범에서 가장 서정적인 곡인 '검은 산'에서 유일하게 '여성 객원보컬'로 여성 듀오 '랄라스윗'의 '김현아'의 목소리를 빌려왔습니다. 가사 속 화자의 나이를 쉽게 가늠하기 어렵게 하는 김현아의 목소리는 '검은 산'이라는 묘한 이미지와 어우러져 애잔한 감정을 효과적으로 전달합니다. 그리움이 가득한 뭍어나는 가사를 읊조리는 김현아의 목소리에서는 단어와 단어에서, 그리고 행간에서도 그 절절함이 느껴집니다. 하지만 그 목소리에의 울림은 어쩐지 애잔하면서도 공허합니다. '검은 산'이 그대에게 가는 길을 막는, 결코 넘을 수 없는 장애물처럼 들립니다. 그렇기에 이 곡이 전하는 심상은 너무나도 쓸쓸하고 먹먹합니다.

여름의 바캉스 시즌을 노렸는지, 페퍼톤스답지 않게 노골적인 제목의 'BIKINI'는 제목처럼 '행운을 빌어요'와는 또 다른 의미로 '뜨거운' 트랙입니다. 이 곡에서도 참신한 시도가 녹아있는데, (페퍼톤스가 처음으로 시도한) 오토튠을 적당히 사용한 감각적인 랩과 세련된 연주는 '페퍼톤스가 이토록 트랜디한 락밴드였나?'하는 생각까지 들게합니다. '남녀상열지사'를 노래하는 가사에서 '호기심 가득한 소년의 감성'으로 시작했던 페퍼톤스가 어엿한 '청년 취향'의 밴드로 성장했음을 실감하게 합니다. 놀이기구가 떠오르는 제목의 '바이킹'은 제목처럼 지난 앨범들의 채취가 조금은 남아있는 트랙입니다. 신나는 놀이동산이 떠오르는 제목과 다르게 차분한 어쿠스틱 연주와 경험에서 우러나온 '성숙한 단어 선택(밥솥, 건배)'이 돋보이는 가사는, 추수를 앞둔 가을의 들판처럼 익어가는 페퍼톤스의 음악적 역량을 그려냅니다.

outro를 남겨둔 마지막 곡 '21세기의 어떤 날'은 어려모로 '행운을 빌어요'와 닿아있는 곡입니다. '행운을 빌어요'에서 끝에서 이어지는 새로운 '시작'을 노래했다면, 이 곡에서는 또 다시 '끝'을 노래합니다. '행운을 빌어요'가 전혀  새로운 '음악적 시작'을 하는 밴드 자신에게 행운을 비는 곡이었다면, 이 곡에서는 팬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더불어 선사시대의 동굴 벽화에서 시작되어 21세기 전파를 지구 밖 우주로 쏘는 행동까지, 누군가에게 기억되길 바라는 '인류의 보편적 소망'도 노래합니다.

앨범을 닫는 outro는 'fine'입니다. 잔잔한 올드팝 넘버의 느낌으로 영어 가사를 읊는 보컬과 그런 느낌을 살려주는 연주는 페퍼톤스의 네 번째 앨범도 여기서 끝임을 실감하게 합니다. 영어 가사의 문맥에서는 '좋은'을 의미하는 형용사 'fine'이지만, 마지막 곡의 제목으로만 본다면 악곡의 '끝'을 의미하는 이탈리아어 'fine'가 될 수 있기에, 'fine'이라는 제목은 다분히 중의적입니다.

앨범의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작사/작곡/편곡/연주/보컬 등 거의 모든 면에서 놀라운 음악적 변화와 성숙으로 가득합니다. 이 밴드의 음악을 신선하고 상큼하게 만들었던 장점들을 포기하고, '신재평'과 '이장원' 두 사람의 밴드를 완성하기 위해 선택한 변화는 결과적으로 대단히 성공적입니다. 벗겨도 벗겨도 새로운 껍질을 드러내는 양파처럼, 페퍼톤스는 치기 어린 재기발랄함을 벗고 밴드의 '장수와 번영(live long and prosper)'을 향한 신선한 껍질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이제야 두 사람이 정말로 입고 싶었던 꼭 맞는 옷을 찾나봅니다. 이 앨범이 밴드 '페퍼톤스'의 디스코그라피에서 가장 중요한 전환점 위에 있을 앨범이 되리라고 예상해봅니다. 페퍼톤스, 두 사람의 또 다른 힘찬 걸음은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프로젝트 밴드'가 아닌 '진정한 락밴드'로서 '두 번째 데뷔'를 시작한 두 사람에게 "Beginner's Luck"을 기원합니다. 이 앨범은 질리지 않고 꽤나 오래 즐겨 들을 듯합니다. 별점은 4.5개입니다.

2013/05/23 00:37 2013/05/23 00:37

Allegrow(알레그로) - Nuit Noire (EP)

검은 밤의 도시를 노래하는 'Allegrow(알레그로)'의 첫 EP "Nuit Noire".

초기 주로 여성뮤지션들을 소개했던 '파스텔뮤직'은 '에피톤 프로젝트'와 '짙은' 등 남성 뮤지션들의 괄목한 만한 성과 이후, 남성 뮤지션 발굴에 더 많은 노력을 할애왔습니다. 그런 노력들은 컴필레이션 앨범 "사랑의 단상" 연작을 통해서 살펴볼 수 있는데, 이 연작의 마지막 2011년에 발매된 "사랑의 단상 Chapter 3. Follow Me Follow You"는 '알레그로(Allegrow)'를 비롯해, '헤르쯔 아날로그(Herz Analog)', '이진우', 그리고 '옆집남자'까지 이전 연작들보다 많은 남성 뮤지션들을 소개하는 앨범이었습니다. "사랑의 단상" 연작은 처음부터 앨범을 발표할 뮤지션들의 음악을 미리 들어보는 샘플러같은 성격도 있는 앨범이었는데, 역시 이 연작의 세 번째에서 소개했던 '헤르쯔 아날로그'는 작년에 EP와 첫 정규앨범을, 알레그로는 올해 2월에 EP "Nuit Noire"를, 그리고 '이진우'는 최근(5월) 첫 정규앨범을 발표했습니다. 같은 해에 2장의 앨범을 발표했다는 점이나 홍보로 보았을 때, 파스텔뮤직에서는 앞서 언급했던 남성 뮤지션들 가운데 '헤르쯔 아날로그'에게 가장 큰 기대를 걸었다고 생각되는데, 제 취향에는 알레그로의 노래들이 더 마음에 드네요.

"사랑의 단상"에서 'Love Today'로 들은 첫인상은 '무난함'과 '기대감'사이에 있었습니다. 하지만 파스텔뮤직 10주년 기념 앨범인 "Ten Years After"에 수록된 '어디쯤 있나요'는 기대감을 갖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리고 그 기대감이 사라지기 전에, 파스텔뮤직은 소속 뮤지션들의 2013년 첫 앨범으로 바로 알레그로의 "Nuit Noire"를 발표했습니다.

'검은 밤'을 뜻하는 앨범의 프랑스어 제목 "Nuit Noire"처럼, 앨범을 여는 첫 트랙은 어스름한 밤이 시작될 즈음의 시간일 법한 'PM 7:11'입니다. 3호선역의 안내방송을 배경으로 시작되는 이 연주곡은 꽤나 경쾌합니다. 정시가 지난 퇴근 시간인 7시 11분 즈음의, 보람찬 하루 일과를 끝낸 경쾌한 마음, 혹은 낮의 일상과는 또 다른 밤의 일상에 대한 기대감처럼 들립니다.

앨범의 타이틀 곡인 'Urban Legend'는 함께한 여가수의 이름과 독특한 제목이 먼저 눈에 띄는 트랙입니다. 바로 같은 소속사의 '한희정'이 참여했고, 제목은 우리말로 하면 '도시 전설' 정도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보통 인류가 도시에 밀집해서 살기 시작하면서 생겨난 근현대를 배경으로 하는 괴담/전설을 '도시 전설'이라고 하는데, 알레그로는 어두운 밤 마음을 어지럽히는 '사랑의 망령'을 이 '도시 전설'에 비유하고 있습니다. 제목이나 가사에서 '공포 스릴러 영화'를 연상시키는데, '망령'이라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을 만큼 강렬한 기타리프가 인상적인 락넘버입니다. 이미 같은 소속사인 에피톤 프로젝트, 박준혁의 곡에서도 아름다운 음성을 들려주었던 한희정은 이 곡에서도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깁니다. 이 곡에서 그녀의 목소리는 바로 그 '망령'의 목소리라고 할 수 있고, '공포 스릴러 영화'를 완성하는 방점입니다. 하지만 그 망령의 목소리가 너무나 아름답다는 점은 또 다른 비극입니다.

'Urban Legend'는 알레그로의 기존 곡들과는 다르게, 상당히 강렬한 인상을 주는 곡이었지만 이어지는 곡들은 대체로 잔잔하게 진행됩니다. 'Under the Fake Sunshine'는 네온사인과 가로등같은 인공적인 빛들을 'fake sunshine(가짜 태양볕)'에 비유하고 도시인 느끼는 '군중 속의 고독'을 노래합니다. '밤'이라는 시간은 사람의 감정을 멜랑콜리하게 만드는 마법을 부리곤 하는데, 피아노와 기타 연주는 그런 밤의 공기를 타고 서정적인 시어(詩語)들을 나열합니다. '긴 밤을 채우는 추억'에서는 누군가 한 번쯤은 경험해보았을 '그리움으로 하얗게 지세운 밤'을 떠오르고, '시간의 강'에서는 '추억과 현실사이의 좁힐 수 없는 간극'을 떠올라 마음을 아리게 합니다. acoustic set의 느낌으로 흘러가는 연주에서 배경음처럼 사용된 synth는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처럼 화자를 위로합니다. 과하지 않게 synth가 사용된 점은 알레그로의 데뷔곡 'Love Today'와의 공통점이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이 곡을 들으면서 올해로 11년차를 맞는 파스텔뮤직의 지난 10년을 생각하게 합니다. '미스티 블루', '푸른새벽', '어른아이' 등 파스텔뮤직의 초기를 대표하는 '여린 소녀적 감수성의 시대'를 지나서, 현재는 '에피톤 프로젝트', '짙은', '캐스커', '센티멘탈 시너리'로 대표될 만큼 남성 뮤지션 중심의 '확장되고 다변화된 음악적 스펙트럼의 시대'로 접어들었습니다. 인디레이블로서는 '장수와 번영(live long and prosper)'를 누리고 있다할 수 있겠는데, 이 곡에서 듣고 느낄 수 있는 '남성의 목소리로 전해지는 여린 감수성'과 '전자음과 어쿠스틱 연주의 조화'는 이 곡을 파스텔뮤직의 초기와 현재사이 즈음에서 그 둘을 이어주는 가교이자 가장 '파스텔뮤직다운' 곡으로 들리게 합니다. '파스텔뮤직다운'이라는 말을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파스텔뮤직의 초기 뮤지션들에 대한 그리움이 갖고 있는 파스텔뮤직의 올드팬들에게 그 그리움을 조금은 달래줄 만합니다.

그런점에서 '봄의 목소리'이 곡도 올드팬의 그리움을 자극합니다. '봄의 목소리'라는 제목도 그렇지만, 경쾌한 연주 위를 달리는 달콤씁쓸한 긍정의 감정은 여러모로 '미스티 블루'의 노래들이 떠오릅니다. 그리고 이 곡의 미스티 블루의 목소리로 들으면 어떨까하는 생각도 듭니다. 알레그로의 목소리 역시 담백함으로 부르기에 그런 생각이 더 들지도 모르겠네요. '우리가 스쳐온 서울 밤하늘엔'은 긴 제목만큼이나 긴, 4분이 넘는 연주곡입니다. 역시 제목처럼 창밖으로 점점 멀어지는 서울의 야경과 그위로 펼쳐진 밤하늘을 상상하게 합니다. 앨범의 나머지 두 보컬곡 'Sunflower'와 '너와 같은 별을 보며'에서도 '닿을 수 없는 그리움의 감정'은 지속됩니다. Sunflower에서는 가까이 할 수 없지만 언제나 태양을 바라보는 제목 '해바라기'로 안타까움을 표현합니다. '너와 같은 별을 보며'에서는 아주 멀리 떨어진 별들의 빛이 오랜 시간을 날아서 지구의 하늘을 비추듯, 언젠가라도 '너'에게 닿길 바라는 안타까운 마음을 노래합니다. 이 두 곡들도 여성보컬의 목소리로 들으면 또 어떨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마지막 트랙 '잔향'은 앨범을 닫는 outro입니다. 한희정의 허밍을 들을 수 있는 곡인데, 진한 그리움을 담고 있는 그녀의 울림은, 이 앨범이 전하는 고독과 그리움의 메시지에 대한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알레그로의 첫 EP 'Nuit Noire'는 기대하지 않았던 '보석의 발견'이라고 하겠습니다. 더구나 전업 뮤지션이 아닌, 평범한 회사원으로 뮤지션을 겸업하는 그이기에 더욱 놀랍습니다. 그런 이중생활(?) 때문에 이 EP의 제목이 'Nuit Noire', 즉 '검은 밤'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검은 밤이 내려와, 낮에는 평범한 회사원인 그를 '밤의 음유시인'으로 바꾸어 놓으니까요. 최근 파스텔뮤직에서 주가를 올리고 있는 다른 소속 뮤지션들에 가려져 있었지만, 다른 어떤 뮤지션들보다 그의 다음 앨범이 궁금하고 기대됩니다. 가장 '파스텔뮤직다운' 음악을 들려주는 '알레그로'의 정규앨범을 기대해봅니다.

2013/05/16 05:58 2013/05/16 05:58

오블리비언 (Oblivion) - 2013. 4. 28.

'마이너리티 리포트', '우주전쟁'를 잇는 '톰 크루즈'  주연의 세번째 SF 영화 '오블리비언'.

내가 알고 있는 세상은 진실이 아니다'라는 주제는  SF영화에서 흔하게 쓰이는 주제였습니다. 이런 주제로 성공한 SF영화를 꼽자면 '매트릭스(the Matrix) 삼부작'이 되겠고, 이 주제는 많은 영화들에서 여러 형태로 변형되어 사용되어왔죠. 역시 같은 주제를 담고 있는 '오블리비언'의 내용은 보는 내내 데자뷰(deja vu, 기시감)을 일으킵니다. '매트릭스'를 비롯해, '다크시티(Dark City)' 등 오블리비언의 선배뻘 되는 영화들을 떨쳐버리기는 어렵습니다.

뻔한 주제라면, 볼거리가 중요한 요소인 SF영화에서 그 주제를 어떤 배경으로 어떻게 풀어나가느냐가 중요할 수 밖에 없겠죠. 스크린에 펼쳐지는 -외계인과의 전쟁에서 승리했지만, 달 파괴로 인한 인력의 변화와 핵무기 사용으로- 황량한 지구의 광경과 홀로 남아 발전시설을 지키는 '잭 하퍼 49요원(톰 크루즈)'의 모습은 (홀로 남겨진) 적막함과 (인간 본연의) 고독함을 전하기에  충분합니다. 황폐화된 지구를 떠나 토성(Saturn)의 위성 타이탄(Titan)으로 떠났다는 인류, 그리고 조만간 타이탄으로 떠다는 49의 요원들을 보면서 의문점들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왜 타이탄에서 무척이나 먼 지구에서 에너지를 공급받는가? 왜 '49 요원'들의 기억을 지웠으면 '49'의 의미는 무엇인가? 두 요원으로 지구 전체의 발전시설 관리하는 것이 가능할까? 타이탄으로 이주할 정도의 과학기술력을 갖고 있으면서, 요원들의 거주지와 장비는 그 과학기술 수준을 따라가지 못할까? 위험 지역인 방사능 구역에 가까운 곳이 왜 안전지역에서는 보이지 않는 '숲'이 존재할까?...누구나 이런 의문들을 갖게 됩니다. 그리고 지구로 불시착한 우주선과 그 우주선의 조난자 가운데 잭 하퍼의 기억 속에 등장하는 여인이 나타나면서 의문은 하나씩 풀려갑니다. 지구와 인류의 불편한 진실이 밝혀지면서 '잭 하퍼', 잭 하퍼의 기억 속의 그녀 '줄리아(올가 쿠릴렌코)'. 그리고 살아남은 인류의 지도자 '말콤 비치(모건 프리먼)'의 조합은 여러모로 영화 '매트릭스'를 이끌어가는 '네오(키아누 리브스)', '트리니티(캐리 앤 모스)', 그리고 '모피어스(로렌스 피시번)'가 떠오르게 합니다. 조작된 인류의 기억 그리고 희생을 통하여 얻어지는 인류의 구원도 역시 닮아있습니다.

수 많은 비슷한 주제의 SF영화들도 그렇지만, '오블리비언'에서는 뚜렷한 무신론을 엿볼 수 있습니다. 밝혀지는 49의 의미와 기억을 공유하는 52요원에서 모습에서 인간을 정의하는 것은 (확인 불가능한) '영혼'이 아니라 생명체 내에 기록되고 저장되는 (확인 가능한) '기억'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이는 주연배우 톰 크루즈의 개인적인 신앙과도 어느 정도의 연관이 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영화 자체의 내용보다는 영화가 던지는 숨겨진 메시지와 영상과 어우러지는 음악에 더 관심이 가는 영화가 바로 '오블리비언'이 아닐까 합니다. 황폐한 지구를 보면서 떠오르는 적막함과 고독함에 잘 어우러져 그 감정들을 증폭시키고 전달하는 음악들은, 이 영화를 어느 멋진 뮤직비디오처럼 보이게도 합니다. 이 영화의 감독 '조셉 코신스키'의 전작 '트론:새로운 시작(Tron:Legacy)'에서도 음악감독을 담당했던 '조셉 트라파네스(Joseph Trapanese)'와 프랑스 밴드 'M83'의 멤버 '안토니 곤잘레스(Anthony Gonzalez)'가 함께 만든 음악은 이 영화를 완성시키는 '마침표'라고 할 만큼 뺴어납니다. 영화음악계의 두 거장, '한스 짐머(Hans Zimmer)'의 심장을 울리는 웅장함과 박진감 그리고 '반젤리스(Vangelis)의 미래적이고 우주적인 음향을 적절하게 배합한 배경음악들은 엔딩크레딧까지 짙은 여운을 전합니다.

무난한 볼거리와 평범한 내용의 SF영화라고 할 수있지만, 해피 엔딩이라고 하기에는 꽤 무거운 철학적 질문을 던지는 엔딩은 인간이 멸종하기 전까지도 고민할 문제가 아닐까 합니다. 별점은 4.5개입니다. 블루레이로 감독의 코멘터리 등을 수록하여 발매가 된다면 꼭 소장하고 싶은 타이틀이네요.
2013/05/07 18:19 2013/05/07 18:19

아이언맨3 (Iron Man 3) - 2013. 4. 27.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arvel Cinematic Universe)'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아이언맨3(Iron Man 3)'.

'어벤져스(the Avengers)'가 우려와 달리 전세계적으로 흥행에 성공하면서 '마블(Marvel)'사의 어깨는 꽤나 무거워졌을 법합니다. 지난 개별 영화에서 어벤저스를 위한 떡밥에 가까웠던 '캡틴 아메리카(Captain America)'와 '토르(Thor)'나 주연 배우의 교체 등 문제로 후속편에 난항을 겪고 있는 '헐크(Hulk)'와는 달리,  자체적인 스토리라인도 가장 탄탄했던 흥행 성적도 마블 영사화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아이언맨'이기에 '어벤져스' 이후의 개별적인 모습을 보여주는데 꽤나 고민이었겠죠. 그리고 어벤저스에서 보여준 화려한 볼거리로 관객들의 기대치를 높여놓았기에, 내용 뿐만 아니라 볼거리에서도 그랬겠죠.

첨단 기술로 무장한 화려한 장비(슈트, 대저택, 그리고 자동차까지 포함하여)로 키덜트(kidult)들의 선망이라고 할 수 있는 아이언맨, '토니 스타크'는 자신만만했던 지난 모습들과는 달리, 어벤져스에서 외계인들과 전투를 치룬 이후 불안과 공황장애에 시달리는 모습으로 등장합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라고도 할 수 있는 그의 모습은 자연스럽게 어벤저스 세계관과 녹아들면서 한층 더 성숙해지는 치유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이언맨의 새로운 슈트만큼이나 기대하게 되는 점이 바로 새로운 악당이었는데, 이번에는 '엘드리치 킬리언'과 '만다린'이었습니다. 특히 원작 코믹스에서 10개의 반지가 각각 엄청난 능력을 보여주는 '만다린'이었기에 과연 영화속에서는 어떤 영상 효과로 능력이 표현될 지 궁금했는데,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겠는데 '악당은 결국 한 명'이라는 점입니다.

어벤저스로 지구에(특히 미국에) 여러 영웅이 존재한다는 설정 때문인지, 영화 속의 배경은 토니 스타크의 거주지인 플로리다의 마이애미와 내용 전개에 중요 역할을 하는 시골 마을이 위치한 테네시로 정확하게 국한되면서, '아이언맨'은 지구의 영웅도, 미국의 영웅도 아닌 한 지역(미국 마이애미)의 지역 영웅으로 입지가 줄어든 느낌입니다. (각 영웅들이 미국 드라미 'CSI'의 지부라면 영화 '어벤저스'는 CSI 속 지부들이 협조하는 조인트 이벤트라고 할까요?) 영화 속 미국에 여러 영웅이 존재한다고 확인된 상황에서, 각 영웅들의 '구역 정리'가 확실히 필요했나 봅니다. 그리고 어벤져스의 외계인과의 전투를 '뉴욕에서 있었던 일'로 국한시키는 영화 속 대사도 그런 느낌을 확고하게 만듭니다.

볼거리 면에서는 '어벤저스'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원격 조정 슈트와 수많은 슈트들이 원격조정으로 움직이는 '하우스 파티 프로토콜'을 이용하여 전편들보다 화려하고 스케일이 커진 볼거리를 선사합니다. 특히 '하우스 파티 프로토콜'은 토니 스타크가 '어벤저스'에서 수 많은 적들과의 전투를 경험한 후 다수의 적을 상대하기 위해 개발한 원격 조정 슈트의 '확장 기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양하고 강력한 슈트들이 아이언맨의 전투 능력을 상승시키고, 2015년 공개될 '어벤져스2'에서 아이언맨의 활약에 기대감을 갖게 하네요. 별점은 3.5개입니다.

* 이하로는 스포일러가 될 수 있겠네요.

가슴에 박혀있던 파편을 제거하고 팔라듐 원자로까지 사라진 토니 스타크의 마지막 모습은 그의 인격적 성숙과 더불어 아이언맨 시리즈의 마지막 장면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엔딩 크레딧을 보면 '아이언맨은 돌아온다'고 하니, 후속편을 기다려도 되겠습니다.

익스트리미스를 주입하여 영웅급 능력을 보여주는 '페퍼'의 모습은 '만다린'의 정체와 더불어 반전이 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어색하게도 그녀의 사망(?) 씬을 긴 호흡으로 잡지 않는 장면에서, 그녀의 활약은 이미 예고되었다고 할 수 있겠네요.

제가 본 상영관에서는 마블 영화사의 영화를 처음 본 사람들이 많았는지, 이상하게도 엔딩 크레딧 이후의 영상을 확인하지 않고 나가는 관객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역시 엔딩 크레딧 이후의 영상이 짧게 나왔고, 토니 스타크에게 상담을 하면서 곤란해하는 '브루스 배너'를 만날 수 있습니다.

2013/04/29 16:45 2013/04/29 16:45

Yiruma - First Love : repackage (2005)

사용자 삽입 이미지
artist : Yiruma (이루마)

album : First Love (repackage)

disc : 1CD

year : 2005

대한민국 대표 New Age Artist '이루마(Yiruma)'의 대표 album 'First Love'.

이루마는 2000년 대 초반 즈음부터 국내에 불기 시작한 New Age 열풍의 '최대 수혜자'이자 '최대 공헌자'라고 할 수 있다. 운좋게도 그의 debut 시기가 국내에서 New Age라는 genre에 대한 인식와 소비가 확장되던 때와 같이하기에 '수혜자'라고 할 수 있겠고, '여심(女心)'을 끌 만한 깔끔한 외모와 탁월한 작곡 실력으로 연주음반으로는 기대 이상의 음반 판매와 성공적인 전국 concert tour를 통해 New Age의 대중화에 막대한 '공헌자'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최근에는 주춤한 모습이지만, 2001년 debut 이후 지금까지 약 10년 동안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대한민국 대표 New Age artist임에 틀림없다. 2001년 11월에 발표된 'First Love'는 앞서 같은 해 5월에 발매되었던 debut album 'Love Scene'을 향한 대중에 아쉬운 반응에 대한 '회심의 반격'이라고 할 수 있는 두 번째 album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그의 discography에서 최고의 album으로 꼽을 수 있는, '지금의 이루마을 있게 한' album으로서, album의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이루마의 탁월한 감각이 빛나고 있다. 특히 첫 track "I"를 시작으로 일곱 번째 track "When the Love Falls"까지는 그의 set list에도 단골로 등장하는 '이루마식 감성의 향연'이라고 하겠다. 여기서 소개하는 repackage는 First Love의 지속적인 인기에 힘입어 2005년 bonus track과 함께 재발매된 album으로 album 'First Love'와 함께 이루마의 정점이라고 할 수 있는 세 번째 album 'From the Yellow Room'의 인기곡 "Kiss the Rain"의 string version을 수록하고 있다. 서정적이면서도 아기자기한 곡들이 가득한 그의 album은 가족과 함께 감상하여도 좋겠다.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그의 연주로 맑고 투명한 감수성을 느껴보자.

2013/04/24 11:40 2013/04/24 11: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