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20대의 비망록... live long and pros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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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같이 포함되어있는 CD때문에 사두었던 책 '박지윤의 비밀정원', 드디어 꺼내서 읽었다.

사진과 짧은 글들이 담겨있는 가볍게 읽을만한 책이었는데도 한 장 한 장 넘기기가 쉽지 않아서, 몇일이 걸렸다. 제목처럼 비밀일기 같은 이야기들과 사진들.

아름다운 풍경들에 놀라고, 그녀의 멋진 카메라들에 놀란다. 그리고 7집에서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그녀의 감수성, 그 근간을 조금은 알 수 있게되었다.

가수 박지윤이 아니라, 사람 박지윤 혹은 여자 박지윤을 조금 알게 되었다고 할까?


행복해서


너무 행복해서
또 너무 슬퍼
지금이 지나면 모두가 당장에 과거가 되어버리는
이 삶의 현실이
야속할 뿐이야,
다만 내 작은 바람은
먼 훗날 떠올렸을 때
함께 웃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울지말고.
2009/05/27 01:25 2009/05/27 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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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쿠니 가오리'의 작품 중 번역서로서는 단편집 '차가운 밤에'의 다음으로 나온 중단편 모음집 '맨드라미의 빨강 버드나무의 초록', 미루고 미루다가 드디어 다 읽었다. 최근 그녀의 소설은 장편보다는 단편이 더 재미있었기에 기대를 했지만, 사실은 '반짝 반짝 빛나는'의 10년 후 이야기가 실려있다는 점에 더 기대되었다.

'러브 미 텐더'는 지금까지 그녀의 장편 소설들과는 다른 노부부의 지극한 사랑을 보여주는 이야기로, 묘한 감동이 있다. '선잠'은 '한 여름밤의 꿈'같은 사랑이야기로 계절의 변화와 사랑의 변화를 그려낸다. 여주인공은 역시 전형적인 에쿠니 가오리식 케릭터이다. 유쾌한 세 친구들의 이야기 포물선은, 두 남자와 한 여자의 진득한 우정을 모임을 통해 간결하면서도 진중하게 풀어냈다. '재난의 전말'은 역시 전형적인 에쿠니 가오리식 여주인공이 등장하지만, '진드기'라는 재난을 통해 주인공의 내면을 파헤쳐간다. '오지은'의 노래 '날 사랑하는 게 아니고'가 떠오르는데, 주인공이 사랑하는 것은 사랑하고 있다는 기분 혹은 마음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생각하는 에쿠니 가오리식 여주인공은, 작가거나 잡지사 등 출판관련업에 종사하고 목욕을 좋아하고, 몸도 마음도 건강하고 안정적인 직장을 가진 남성과 연애하는, 조금은 수동적이고 의존적인 느낌도 드는 케릭터이다.

'녹신녹신'은 속을 알 수 없는, 아니 어쩌면 비겁한 변명의 나쁜 여자 이야기이고,  '밤과 아내와 세제'는 이 책에 실린 글 중 가장 짧고 남자의 시점에서 이야기하지만 사랑과 결혼에 대한 묘한 여운을 남긴다. 장례식을 좋아하는 아주 독특한 부부의 이야기 '시미즈 부부'는 시미즈 부부와의 교류를 통한 여주인공의 정신적 성숙을 그려내고 있다. 아마 가장 궁금할 '반짝 반짝 빛나는'의 10년 후 이야기는 다른 인물들의 시점으로 진행되는데, 충격적 결말일 수도 있지만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줄이도록 하겠다. '마지막 기묘'한 장소는 같이 늙어가는, 노년기에 있는 세 모녀, 어머니와 두 딸의 이야기로 유쾌하고 활기차다.

지난 단편집 '차가운 밤에'와 마찬가지로 에쿠니 가오리의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던 책으로, 역시나 장편들보다 재밌고 읽기가 편했다. 사놓고 읽지 못했던 그녀의 작품들, 밀린 책들을 이제부터 열심히 읽어야겠다.

2009/05/17 16:28 2009/05/17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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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TV 프로그램 '미녀들의 수다(이하 미수다)'의 '4차원 소녀' 혹은 '엽기녀', '후지타 사유리(이사 사유리)'의 독특한 방랑기 '도키나와 코코로'.

'도키나와'는 '도쿄'와 '오키나와'의 합성어이고, '코코로'는 일본어로 마음을 뜻한다. 제목처럼 '오키나와'와 '도쿄' 두 개의 큰 장으로 나눠어져 있다. 사실 수필이라고 하기보다는 사진집, 혹은 화보집에 가까울 정도로 글 보다는 사진이 많다.

오키나와 부분에서는 오키나와의 멋진 풍경과 그나마 얌전한 사유리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쓸쓸한 오키나와의 역사처럼 쓸쓸한 사유리의 마음도 엿볼 수 있다. 도쿄 부분은 우리가 알고 있는, 미수다를 통해서 그리고 그녀의 미니홈피를 통해 알려진 사유리의 '엽기적인 행각들'을 재미있게 볼 수 있다. 하지만 같이 담겨져있는 글들은 그렇지 않다. 사유리가 그런 재밌는 사진들을 찍는 이유를 알 수도 있다. 오키나와가 그나마 먹거리에 대해 조금 자세히 나와있다면, 도쿄에는 사유리가 좋아하는 소품들에 대해서 조금 자세히 나와있다.

그리고 사유리가 쓴 일종의 단편 소설 같은 글들도 읽을 수 있다. 그 글들을 통해 우리에게 비춰진 엽기적인 모습과는 다르게, 꽤나 깊은 생각을 갖고 있는 그녀의 또 다른 모습을 읽을 수 있다. 79년 생이라고 생각하기에는 유치하게 비출 수 있는 행동들을 보여주지만, 또 다른 깊은 내면 세계를 보여주는 그녀를 보면 아름답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도쿄와 오키나와에 대해 여행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는 그냥 화보집 정도로 참고하는 것이 좋겠다. 물론 그녀의 화보집이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강력 추천이다. 가볍게 읽은 수 있는 사유리라는 사람의 '일기장'이라고 생각해도 좋겠다.

감성을 자극하는 좋은 글들이 많이 있지만, '후지타 사유리'를 너무나 잘 보여주는 재밌으면서도 왠지 서글픈 글을 마지막으로 글을 마친다.

아직 만나지 않은 연인에게 보내는 편지


당신과 만난 나는 언제나 웃고 있겠죠.
그리고 당신을 언제나 웃게 해 줄게요.
그리고 무슨 일이 있어도 당신을 지켜줄게요.
나는 항상 당신의 편이에요.
당신을 만난 것이 기뻐서, 내 눈은 항상 촉촉하겠죠.
촉촉한 눈동자에 당신은 어느새 그만 키스하고 싶어지겠죠.
하지만 안 돼. 조바심내면 안 돼.
성질 급한 사람은 싫어요.

내가 좋아할만한 사람이니까 당신은 아마 좋은 사람일겁니다.
당신이 그렇게 잘생긴 사람이 아니더라도,
몸짱이 아니더라도,
데이트는 항상 집 근처의 슈퍼마켓에서 하더라도,
아마 누구보다도 멋진 사람이겠지요.
그리고 100일 기념일에는 장미 꽃다발이 아닌, 나무 한그루를 보내 주세요.
그리고 커플티를 입고, 함께 걸어 주세요.
부끄러워말고 내 손도 잡아 주세요.
그래도 약속해 주세요.
옛 여자 친구 이야기는 하지 마요. 질투 나니까.
그래도 약속해 주세요.
내가 미니스커트를 입으면 혼내 주세요.

그리고 믿어 주세요.
당신이 어떤 인종이든 나는 당신의 나라를 사랑한다는 것을.
그리고 믿어 주세요.
무슨 일이 있어도 나는 당신의 편이라는 것을.

그리고 이해해 주세요.
싸우고 만약 "미워"라고 말해도 내 마음은 누구보다도 당신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그래도 이해해 주세요.
아무리 "강남"이라고 발음을 해도 "한강"이라고 들릴 수밖에 없는 것을.

일본에서는 운명의 사람은 빨간 실로 연결되어
있다는 말이 있어요. 그 빨간 실로,
겨울이 되면 당신에게 스웨터를 짜줄게요.
그러니까, 추운 겨울날은 그 스웨터를 입고 나를 안아 주세요.
2009/05/03 00:49 2009/05/03 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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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특별한 인기를 누리고 있는 일본 여성작가 '에쿠니 가오리'의 단편 모음집 '차가운 밤에'.

우리나라에서는 한 귄으로 발매되었지만 사실 이 책은 88년과 93년 즈음에 발매된 두 권의 단편 모음집을 모아 소개하는 책이다. 발표 년도로만 보아도 '에쿠니 가오리', 그녀의 초기 작품 성격과 근간을 알 수 있게 해준다. '차가운 밤에'와 '따스한 접시'라는 두 개의 단편집으로 이루어진 책은 지금까지 국내에 소개된 어떤 작품보다도 더 큰 만족을 선사한다.

유령, 전생과 환생, 변신 등 환상적인 이야기들이 담겨져 있는 '차가운 밤에'는 신비롭지만 가슴 한 켠을 찡하게 울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애완견을 키우는 사람들이라면 코 끝이 찡해질 '듀크'부터 '호접지몽'을 떠오르게 하는 '여름이 오기 전', 눈시울을 뜨겁게하는 유령이야기 '쿠사노조 이야기'와 '마귀할멈', 그리고 머나먼 기억 이전의 기억을 찾아가는 '언젠가, 아주 오래전' 등 지금까지 에쿠니 가오리의 작품에서 느껴볼 수 없었는 감동으로 가득 찬 이야기들로 이루어져 있다. 개인적으로는 지금까지의 어떤 작품들보다도 이 책을 추천하고 싶기까지 하다.


두 번째 부분인 '따스한 접시'에서는 지금까지 국내에 소개된 작품들의 근간이 될 만한 단편들이 차지하고 있다. 연인, 결혼, 불륜과 이혼 등 '냉정과 열정 사이' 이후로 국내에 소개된 그녀의 작품들의 주요 내용들을 군더더기 없는 단편들로 보여주고 있다. 지금까지 소개된 그녀의 소설들이 '지리한 여름의 정오'같았다면 이 단편들은 180도 다르게 쉽고 명료하지만 그녀의 메시지는 정확하게 남겨둔다.

전체적으로 정말 그녀의 작품 세계를 다시 살펴보고 또 다른 모습을 발견하는데 모자람이 없는 작품이다. '에쿠니 가오리'라는 작가에 관심을 갖고 그녀의 작품들에 입문하는 사람들에게는 정말 더 할 나위 없는 단편집이 아닐까 한다. 그만큼 이 책이 담고 있는 이야기들은 아름답고 신비롭다.
2008/02/27 22:56 2008/02/27 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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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트 연대기' 삼부작의 마지막 이야기 '호박색 망원경(the Amber Spyglass)'.

책 앞쪽에 라이센스 내용에 관한 부분을 우연히 보다 알게 되었는데 이 삼부작의 원제는 'His dark materials'란다. 원제는 왠지 미스터리나 공포물일 법한 것이 판타지 소설의 제목으로는 '꽝'이라는 생각이 든다.

1편의 '황금나침반'이나 2편의 '마법의 검'처럼 '호박색 망원경'도 제목으로 선정된 아이템이나 상당한 역할을 하리라 생각되었지만, 섣부른 추측이었다. 앞선 두 아이템의 무게감에 비하면 '호박생 망원경'이 제목으로 선정되었다는 점은 억지로 끼워맞춰진 느낌이랄까?  하지만 그 물건의 주인 '메리 말론'은 주인공급은 아니지만 이야기의 결론에 이르는 중요한 마지막 한 조각을 제공함에는 틀림 없다.

2편 마지막에 기대되었던 장엄한 전투는. 텍스트만으로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지만, 다시 만난 '리라'와 '윌'의 모험과 다른 차원의 전혀 다른 지성체 '뮬레파'들과 생활하는 메리의 모습은 나름대로의 재미를 부여한다.

신화와 성경을 빌려 만들어낸 필립 풀먼의 세계는 생각하면 할 수록 복잡하고 어지럽지만, 한편으로는 대단한 상상력이라는 감탄이 나올 만하다. 이 소설을 관통하는 '신'과 '종교'에 대한 조롱 이 3권에서 노골적으로 드러나는데, 수 많은 종교들이 약속한 천국과는 거리가 먼 사후 세계와 죽어가는 늙은이인 '절대자'의 모습은 그 절정이라 하겠다.

세상의 모든 것을 자르고 차원의 문을 만들 수 있는 마법의 검이 '더스트'에 일어나는 혼란의 원인이었고 차원이 문이 열릴 때마다 반대 급부가 생기다는 진실은 '등가교환의 법칙'을 떠오르게 했다. 어른이 되면서 알레시오미터를 다룰 수 없게 되는 리라의 모습과 더스트의 이동은, 어른이 되면 상상력 혹은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자신에 대한 관심으로 옮겨가는 점을 의미하는 것일까?

 자신의 세상에서만 천수를 누릴 수 있다는 세계와 차원의 규칙, 그리고 결국 각자 자신들의 세계에서 이상 세계를 만들어나가야 한다는 결론는 무자비하고 눈 먼 종교에 현혹되어 자신들의 세계를 지옥으로 만들어가는 세상 사람들에게 보내는 작가의 메시지가 아닐까?
2008/02/25 23:26 2008/02/25 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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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는 뒤늦게 소개되지만, '츠지 히토나리'의 작품들 중 아마도 '냉정과 열정 사이 blu' 다음으로 유명하지 않을까 하는 작품이 바로 '안녕, 언젠가'이다. 사실 에쿠니 가오리 등 일본 여류작가들에 비해 번역된 작품에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로 적은 그이지만, 이 소설 속에 실린 시구는 츠지 히토나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소설을 읽기 전에 한 번쯤은 읽어 보았으리라.

현대가 아닌 1975년 개발이 손이 닫기 전인 '태국 방콕'이라는 열대의 이국에서 펼쳐지는 사랑이 이 소설의 주요 내용이다. 이미 약혼자가 있는 유타카에게 매혹적인 여인 토우코의 등장은 '한 여름 밤의 꿈'과 같은 일이었고, '꿈'이기에 깨어날 수 밖에 없다.

지루하고 위태로운 하지만 뜨겁고 매혹적인 두 사람의 사랑은 결국 젊은 혈기의 불장난으로 끝나고 소설은 25년을 뛰어넘는다. 25년이나 지났지만, 차마 잊지 못해 마음 한 쪽을 떼어놓고 살아온 두 사람의 모습은 한 편의 영화로 만들어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의 깊이과 감동을 전한다.

사실 즐겨 읽는 에쿠니 가오리의 작품의 가볍고 건조한 문체보다는 츠지 히토나리의 서정적이고 분명한 문체가 우리나라 사람의 감성에 더 잘 부합하지 않을까 한다. 요즘 TV드라마에서나 볼 만한 신파에 가까워질 수도 있는 내용이지만, 적절한 시대와 장소 그리고 인물 배경 속에 그려지는 그의 이야기는 '신파'라기 보다는 '로맨틱'에 가깝다.

여러 그의 소설에서 그는 남성들만의 세계를 조금씩 보여주고 있지만, 그것은 거칠고 무뚝뚝한 세계가 아닌 남성이라는 딱딱함 속에 숨어있는 부드러움을 찾아 보여준다. 그렇기에 역시 남성인 나에게 그의 글들이 마음에 더 와 닿는지도 모르겠다.

죽음의 순간에 사랑했던 기억을 떠올리게 될까? 아니면 사랑 받았던 기억을 떠올리게 될까? 나는 전자가 되기를 바란다.
2008/01/29 02:02 2008/01/29 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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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나침반'의 두번째 이야기 '마법의 검(the Subtle Knife)'.

우리나라에는 이 시리즈의 대표 이름이 1편의 제목 '황금나침반(the Golden Compass)'으로 소개되었다. 하지만 예전에 일명 '더스트 연대기'라 하며 어떤 판타지 소설의 역자 후기에서 본 기억이 있는데, 바로 이 삼부작의 원래 제목이 아닌가 한다. '더스트'라는 인간의 의식과 관련된 소립자를 따라 펼쳐지는 삼부작 '더스트 연대기', 그 두 번째 이야기의 제목 '마법의 검'은 첫 번째 이야기의 '황금나침반'처럼 이야기의 핵심에 있는 물건이다.

1편에서 '황금나침반'의 주인, '리라 실버텅'의 고독한 모험이었다면, 2편에서는 새로운 아이템 '마법의 검'과 함께 그 검의 주인, '윌(윌리엄 패리)'을 내세워 두 소년소녀의 모험담을 그려낸다.  리라의 세계가 우리의 현실과 닮았으면서도 다른 '대체역사'였다면, 윌의 세계는 바로 우리의 세계이다. 다중우주 혹은 평행우주 속에서 서로 다른 세상(차원)에서 사는 사는 두 사람의 만남과 모험은 1편같은 '어드벤처'라기보다 '스릴러'에 가깝다.

이 두 주인공의 이야기 외에도 1편에서 이름만 등장했던 '그루만 박사'의 정체에 놀랄만한 비밀이 드러나고, 1편에서 반전의 중심이었던 '아스라엘 경'의 야망도 그 모습을 확실히 드러낸다. '신과의 투쟁'에 중심에 서있던 첫번째 세대인 '그루만 박사'와 '아스라엘 경'의 관계에서 리라와 윌의 만남은 필연이었을지 모른다. 기독교를 비롯한 유일신에 대한 신성모독에 가까운 저항을 보여주는 이 소설에서 두 사람의 만남은 또 어떤 방향으로 흐를지.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1편에 이어 꾸준히 등장하는 몇 안되는 조연들 가운데 하나(혹은 둘)인 '리 스코즈비'와 그의 토끼 데몬이 보여준 '리라'에 대한 그의 친부모(아스라엥 경과 콜터 부인)보다 뜨거운 사랑과 장엄한 희생이다. 협곡에서 보여준 '리'의 용기와 희생은 2편에서 눈시울을 뜨겁게 하는 유일한 장면이 아닐까 한다.

'더스트 삼부작'이니까 아직 한 편이 더 남았다. 1편 '황금나침반'이 자체만으로도 반전을 가미한 한편의 완결된 이야기에 가까웠다면, 2편은 어쩐지 절정을 향해 올라가는 산등성이에서 끝나는 느낌이다. 마치 '매트릭스 삼부작'에서 1편 '매트릭스'가 자체로 완결이 되는 이야기였지만, 이어지는 속편들인 '리로디드'와 '레볼루션'인 따로 생각할 수 없는 반쪽들인 것처럼, 2편의 마지막은 의문으로 가득하고 고난의 전조처럼 느껴진다.
2008/01/17 03:35 2008/01/17 03:35

??20?€??鍮꾨쭩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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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의 제왕'의 'J. R. R. 톨킨'과 , '나니아 연대기'의 'C. S. 루이스'와 함께 판타지 3대 거장이라는 '필립 풀먼'의 '황금나침반'.

'반지의 제왕'의 경우 세 편 모두 DVD를 gift set으로 소장하고 있을 정도로 좋아하지만 원작은 전혀 읽어보지도 않았고 '나니아 연대기'는 첫 번째 영화를 보고 책으로 모두 읽은 터라, '황금나침반' 시리즈는 영화를 보기 전에 원작을 읽어 비교하면서 보는 재미를 누려보고 싶었다.

'나니아 연대기'처럼 어린 '리라'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시작은, 조금은 쉽고 유치한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했다. 주인공의 배경과 우리의 현실 세계와는 비슷하면서도 다른, '다중우주(Multiverse)이론' 속의 또 다른 지구같은 '황금나침반'의 세계를 그려내는 도입부는 1권의 1/3가까이를 차지할 정도로 장황했다. 하지만 불필요한 묘사는 배제하고 사건의 전개와 그에 대한 이해를 쉽게 하며 빠르게 전개되는 글은 지루함을 느낄 수 없게 하였다. '데몬', '말하는 곰', '마녀'같은 이 소설만의 환타지적 요소와 '비행선','소립자', '오로라'같은 과학적 요소가 결합하여 만들어내는 이야기는 시종일관 무거운 분위기의 '반지의 제왕'이나 '성인용'이라 하기에는 조금 유치할 수 있는 '나니아 연대기'의 중간 정도의 무게랄까? 특히 '말하는 곰'인 '이오레크'가 등장하는 전투장면의 묘사는 이 소설의 결코 '어린이용'이 아님을 느끼게 한다.

총 3개의 장으로 이루어진 '황금나침반'은 도입부 성격의 1장을 지나면 더 긴박하게 진행된다. 옥스퍼드에서 볼반가르를 거쳐 스발바르로 이어져는 주인공의 여정은 점점 긴박해지고, 어린이답게 유쾌하기보다는 '운명'이라는 험난한 길을 따라 주제는 점점 무거워진다. 그리고 마지막의 반전은 소설의 흐름 내내 독자에게 고정시켜 놓았던 소설 속 인물들의 '선과 악', '아군과 적군'을 혼동하게 하고, 주인공 '리라'의 궁극적인 '운명의 임무'는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하며 1권의 끝을 알린다.

화려한 볼거리는 없지만 황금나침반의 기본적인 내용을 이해하고 등장인물들을 소개하는, 긴 도입부를 영화에서는 어떻게, 얼마나 많은 시간을 들여 그려낼지 궁금하다. 환타지 대작이라면 당연히 기대할 만한 엄청난 스케일의 전투씬은 아직 1권이라 그런지 볼 수 없다. 하지만 '황금나침반'과 다루는 '리라'와 천진난만하면서도 위험천만한 '지혜와 용기', 그리고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할 만한 '이오렉'의 위용을 제대로 그려낸다면, 긴장과 스릴을 제공하기에 부족함이 없겠다.

소설의 내용을 예고편과 비교해보았더니 다른 점이 벌써 눈에 뜨인다. 영화에서 금발의 '니콜 키드먼'이 '마리사 콜터'역을, 흑발의 '에바 그린'이 '마녀 세라피나'역을 맞았다. 하지만 소설 속에서 두 인물의 머리색은 반대여서 마리사는 흑발, 세라피나는 금발이다. 그리고 예고편의 몇몇 장면들 역시 소설 속의 비슷한 상황과는 다르게 각색되었는데, 어떻게 어색함 없이 진행될지 궁금하다.

1권의 마지막에 뜻하지 않은 배신을 행하고 반전을 겪는 '리라의 모험'은 앞으로 어떤 곳에서 펼쳐지게 될지 기대하게 된다. 리라의 진정한 모험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2007/12/18 17:10 2007/12/18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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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1994년에 발표되었고, 우리나라에는 2007년 10월에 번역되어 소개된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 '홀리 가든'. 30세의 동갑내기 친구 '가호'와 '시즈에'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그다지 나이가 뚜렷하지 않은 다른 작품들과는 달리 나이가 뚜렷한 주인공을 내세웠을까하는 의문이 생길 수도 있겠다. 하지만 1964년 생인 에쿠니 가오리는 이 소설이 발표된 1994년에 30세였다.

그녀 소설의 단골 메뉴인 '불륜'은 당연히 들어가고 부메뉴인 '실연'과 '우울'도 빠지지 않는다. 또 언제나 그렇듯이 크고 무거운 이야기를 담고 있는 소설은 아니다. 5년전 실연에서 아직도 헤어나지 못하는 '가호'와 건강해보이지만 '불륜'이라는 위태한 사랑을 하는 '시즈에', 두 친구의 서른살 일상과 소소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실연의 수렁'과 '위험한 사랑', '하룻밤을 보내는 남자들과 이름 모를 여자친구들'과 '정신적 친구들', '잘 차려진 밥상'과 '기능성 식단'...여러가지로 대비는 두 친구의 모습은 겉으로는 '가호'가 더 이상하게 보이지만, 내면적인 안정은 또 다르다. 불안이 엄습하면 '올라잇'이라고 되되이는 '시즈에'가 더 위태롭게 보이는 것은 왜일까?

마지막 장면에서 '가호'가 마지막 남은 홍차잔을 꺼내어 '나카노'에게 차를 대접하는 장면은 결국 다시 현실로 돌아온 가호를 의미하나보다. 그리고 가호와 나카노의 나이차이 '5년', 5년 연하인 나카노의 설정은 가호가 최악의 실연 시건으로 보낸 '5년', 그리고 그 실연 후 지나간 '5년'을 의식한 설정이었을까?

에전부터 그랬지만 에쿠니씨의 소설을 읽은 후, 엄청난 감동이 밀려온다거나 깨닮음을 얻게 된다거나 의지를 굳게 다지게 되지는 않는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여서 깊은 생각 없이 가볍게 읽을 만했다. 시시콜콜한 에피소드를 모아놓은 점은 TV드라마와 닮았달까?

'어떤 모습이 올바른 사랑의 모습일까?'는 우스운 생각인가보다. 아마 누구나 자신이 지금하고 있는 사랑이 가장 '올바른 사랑'이겠지.
2007/12/16 18:52 2007/12/16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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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엘프 트릴로지의 마지막 '정착(Sojourn)'.

드디어 '언더다크'를 벗어나 전혀 새로운 세계에서의 모험을 시작하는 드리즈트, 그의 선한 마음에서 시작된 행동은 오해와 탐욕으로 인해 그를 어렵게 만든다. 하지만 '사필귀정(事必歸正)'이라고 그의 선한 마음은 결국 선한 지상의 종족들에게 보여진다. 특히 드루이드 '몬톨리오'를 만나 사제의 정을 나누고 신의 선물과도 같은 '자연과의 교감 능력'을 깨우치는 모습은 방황하던 그에게도 지상에서 평온을 찾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인간의 수명은 엘프나 드워프 등 다른 종족들보다 짧기에, 다시 단신이 되고 여행 시작된다. 하지만 대표적인 '악의 종족'이라는 낙인이 있는 '드로우'인 그를 받아주는 곳은 보이지 않고 결국 최북방이라는 '아이스윈드 데일'에서 고독한 정착을 시작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의 운명의 동료라고 할 수 있는 드워프 '부르노'와 인간' 캐티-브리'를 만난다.

위태위태한 드리즈트의 무용담도 볼만 하지만 더욱 흥미로운 점은 '신의 존재'에 대한 의문들이다. 인간의 성향이 신을 만드는가?(혹은 이런 인간 성향의 집합체를 신이라 부르는가?) 신이 인간의 성향을 결정하는가? 신을 믿는 것에는 꼭 그 신에 대한 앎이 필요한가? 신에 대한 앎이 없이 자신의 신념만으로도 미지의 신을 믿는다고 할 수 있나? 각기 다른 성향의 수 많은 신이 존재하는가? 아니면 신은 유일한데 각자가 신을 다르게 받아들여 해석하나?

이런 질문들에 대한 확실한 답은 역시 이 책에서 볼 수는 없다. 하지만 자신의 확고한 믿음은 신에 대한 독실한 믿음과 닮아 있다는 점이다. 결론은 어찌보면 '신은 나무가지 끝에도 있고, 바위 밑에도 있다.'라는 말과 비슷하다고 할까?

드디어 지상에서 그가 찾던 '평온한 정착'에 성공한 '드리즈트'. 하지만 그에게는 아직도 그를 기다리는 수 많은 모험이 기다리고 있다. 긴 '드리즈트의 연대기'의 다른 책들도 조만간 번역되어 나올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2007/10/17 01:00 2007/10/17 0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