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배러투모로우 in 11월 3일 클럽 빵 (2)

사진을 보다보면 세 멤버가 모두 머리에 '흰 무엇'을 쓰고 있는데, 바로 추석때 배를 싸고 있던 스티로폼을 재활용해서 만든 모자라고 합니다. '민'이 멘트 중에 관객들에게 몇 개 씌워주었는데 저도 쓰게 되었습니다. 조금 난감했지만 재밌었어요.

이어서 '신밧드의 모험'이 이어졌습니다. 이 곡의 백미인 '사악한 마법사의 웃음소리'가 빠져서 아쉬웠지만 그래도 좋았습니다.

또 두 곡을 연달아 들려주었는데, 한 곡은 'smoking woman'이었고 다른 한 곡은 제목이 길어서 생각이 나지 않네요.

앵콜곡은 역시 기다렸다는 듯, '고기반찬'이었습니다. 탬버린을 치느라 이때는 사진을 찍지 못했지요. 앵콜이 너무 뻔해지는데 다음에는 '고기반찬'을 미리하고 깜짝 앵콜이 있는 것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 오늘도 '호라'와 '민'의 활기찬 액션을 볼 수 있었습니다.

2006/11/04 03:15 2006/11/04 03:15

어배러투모로우 in 11월 3일 클럽 빵 (1)

세번째는 '오늘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어배러투모로우'였습니다. 공연을 할 수록 인기가 급상승 중인데, 이날도 예상보다 관객이 많았던 것은 '어배러투모로우'때문은 아니었을까요?

보통 첫곡이던 '악사의 음악'이 아닌, '복학생'으로 첫곡을 시작했습니다. '나도 학생이 되고 싶다~'라고 외치는 부분은 만화 '요괴인간'의 주제곡에서 '나도 인간이 되고 싶다~'에서 착했나 봅니다.

그리고 '이벤트'가 있었습니다. 관객들을 위해 '가나초콜렛'을 나누어주었습니다. 한국이 가나한테 자꾸 져서 '가나초콜렛'은 안먹겠다 다짐했었지만, 맛있었습니다.

이어서 '호라'의 재밌는 코러스(?)가 돋보이는 'fishing man'과 과격한 가사와 '복숭아'의 '파파파'가 인상적인 곡 'C8'이 이어졌습니다.

2006/11/04 02:22 2006/11/04 02:22

DJ 안과장 in 11월 3일 클럽 빵

두번째는 오랜만에 보는 'DJ 안과장'이었습니다. 처음 보았을 때는 혼자서 여러가지를 하느라 많이 부산하고 보는 입장에서도 조마조마 했었는데, 이제는 많이 안정된 느낌입니다. 그동안 차곡차곡 내공이 쌓였나봅니다.

'DJ 안과장'의 음악들에서도 그 내공이 엿보여지면서 즐겁고 좋았습니다. 클래식과 성악곡을 샘플링한 점은 인상적이었어요. 앵콜로 준비한 '기타를 매고'를 분위기에 휩쓸려 그냥해버리는 바람에 앵콜 요청에 무반주로 '노래방 18번'이라는 '송골매'의 노래를 들려주었습니다. 제목이 생각나지 않네요.

2006/11/04 01:31 2006/11/04 01:31

카카키오 in 11월 3일 클럽 빵

목요일에 '빵'에 갔다가 입구에서 '헤븐리(Heavenly)'의 일정이 취소된 것을 보고 그냥 돌아왔었는데, 금요일 공연에서는 출연진이 갑자기 바뀌는 일이 없길 바라면 또 다시 '빵'으로 갔습니다. 1시간을 잡고 갔는데 너무 빨리 도착해서 7시를 조금 넘어 도착했는데 다행히 출연진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첫번째는 '카카키오'였습니다. 아니, 이번에도 '봄로야'와 함께 했으니 '로야와 카오'라고 해야겠네요. 언제나 성실한 모습이고 '빵' 뮤지션들 중에서도 거의 최고로 성실한 이미지의 '카카키오'가 실수를 연속으로 하는 바람에 재밌는 공연이 되어버렸습니다.

곡 수는 많지 않았지만 형식상 1부와 2부로 나누어서 진행되었는데, 1부는 '카카키오' 혼자 노래하고 연주하는 공연이었습니다. 그래서 뻘쭘하게도 '봄로야'는 옆에 내내 앉아있었죠. 그냥 2부에 등장했어도 좋지 않았을까 합니다.

2부에서는 '카카키오'의 소개로는 '감성을 자극하는' 곡들로 '봄로야'와 함께 했습니다. 처음에 '카카키오'의 곡들을 들었을 때는 그냥 '힘차다'는 느낌 뿐이었는데, 들으면 들을 수록 좋아지네요. 기회가 되면 앨범도 장만할까 합니다.

2006/11/04 00:46 2006/11/04 00:46

하도 - 우리의 6구역


올해 7월부터 한 달에 하나씩, 꾸준히 결과물들을 발표하고 있는 'TuneTable Movement'의 9월에 발표된 세번째 결과물인 '하도'의 데뷔 앨범 '우리의 6구역'. 올 초에 있었던 작업실 사건을 시작으로 말 많고 탈 많았던 'TubeTable Movement'의 '2006년 문제작'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여기서 '문제작'이란 '하도'의 음악이 나쁘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녹음을 꽤 오래전에 해두고도 9월이나 되서야 나왔기에, 첫 결과물을 발표하기까지 'TuneTable Movement'의 '굴곡 많았던 행군'을 대변하는 앨범이라는 의미입니다.

남녀의 키스를 담고 있는 booklet의 표지와 달리 내부는 '하도'의 이미지 사진들로 가득합니다. '하도'의 열성 여성팬들에게는 팬서비스가 될 수도 있겠습니다. 총 14곡을 담고 있는 앨범의 수록곡을 살펴보겠습니다.

'첫차', 작년 single로 발표되었던 곡으로, 이름 모를 역에 새벽녘에 들어오는 첫차를 알리는 방송과 함께 시작합니다. 앨범의 첫곡이고 제목이 '첫차'이지만 아픈 밤을 지나 돌아가는 화자에게는 서글픈 '막차'나 다름 없습니다.

'길고 지루한 사랑을 꿈꾸다', 낭만적인 제목의 곡입니다. 솔로인 라이브와는 다르게 드럼과 베이스와 함께하면서 좀 더 풍성해지고 포근해진 느낌입니다. 아직 해가 뜨지 않은 새벽의 노래일까요? 가사에서 '아침'이라고 하고 있지만 '아마도 길고 지루한 사랑을 꿈꾸며 잠든'이라는 후렴구 때문에 모두가 꿈나라에 있는 밤을 떠올리게 됩니다. 

'무한의 인파 속에서', 앨범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곡입니다. 조금은 바쁜 기타 연주 위로 유유히 흐르는 첼로 연주가 참으로 매력적입니다. 제목의 '사람의 파도, 인파'가 첼로의 선율이라면, 그 인파 속에서 뒷모습을 쫓는 화자의 바쁜 발걸음은 기타 연주라고 하고 싶네요. 같은 꽃이 피어나도 다른 이름을 부른다는 가사처럼, 모두 '사랑'을 하지만 그 의미는 개개인에게는 다를 수 있나봅니다.

'4월 맑음', 제목부터 상큼한 느낌의 곡으로 가사나 연주나 역시 그렇습니다. 앞선 3곡이 좀 우중충한 곡들이라면, 이 곡은 제목처럼 맑고 행복한 느낌의 곡이죠. 연주는 실황녹음한 느낌이 나는데 아니라고 하네요.

'영하나비', 겨울잠에서 잘못 깨어난 나비의 노래입니다. 때를 잘못 만난 신세 한탄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겠습니다. 나비는 추운 겨울에 깨었으니 잘못하면 얼어죽을 수도 있겠지만 곡은 흥겹게 흘러갑니다. 실로폰, 트라이앵글 같이 친근한 악기와 동요 '나비야'의 인용은 '나비'가 그리는 따뜻한 봄의 느낌입니다. 마지막에 가사가 완성된 문장이 아닌 점과 '나비야'의 끊김은, 결국 '나비의 죽음'을 암시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하도가', '하도'의 조금은 우스운 '자기소개서'같은 곡입니다. 도입부에 목소리가 조금 상기된 느낌이 아쉽습니다. 가사에 대한 논란(?)이 많습니다.

'운명을 믿는다', 아마 이 앨범에서 가장 격정적인 곡이 아닌가 합니다. 도입부 기타 연주부터 빠른데다가, 보컬은 아슬아슬하게 고음을 오릅니다. 비교적 강한 느낌의 드럼도 긴장감을 더해 주고요. 공연에서 종종 보컬의 불안한 모습을 보여주는 곡인데, 앨범에서는 무난하게 흘러가네요. 짝짓기 프로그램에서 남녀가 지목하는 상대가 엇갈리듯, 엇갈린 운명의 수레바퀴가 아쉬울 따름입니다.

'너는 가끔 생각이 너무 많다', 보컬이 없는 연주곡으로 쉬어가는 느낌의 곡입니다.

'괜챠니스틱', 앨범에서 가장 재밌는 곡입니다. 재밌는 가사와 효과음들에 귀 기울여 보세요. 배경에서 들리는 목소리는 다 '하도'가 녹음한 일인다역으로 생각됩니다. 제목처럼 '그까이꺼 대충~'만든 곡일지도 모릅니다.

'별가루 샤워', 늘어지는 느낌의 기타 연주와 보컬의 이펙트가 인상적인 곡입니다. 보컬이 이펙트는 정말 하늘에 뿌려지는, 셀 수 없이 많은 별가루의 느낌입니다. 평범해질 수 있는 곡을 범상하지 않게 한 '재치'가 뛰어났다고 할까요?

'우주비행사의 편지', 의지할 곳 없는 우주에서 불의의 사고로 조난을 당한 우주비행사의 노래입니다.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아득히 멀어지는 푸른 점을 바라보며 사랑하는 이들에게 부치는 우주비행사의 마지막 메시지입니다. 키보드의 울림의 아득해지는 느낌을 더합니다.

'화양연화', 첫곡 '첫차'와 함께 single에 수록되었던 곡입니다. '왕가위 감독'의 동명의 영화에서 빌려온 제목처럼 시리게 안타까운 사랑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single에 들어갔던 버전과 비교해서 들어보면 기타 소리가 더 크고 맑아진 느낌입니다.

'동경소년', 역시 single 수록곡으로 연주곡이지만 의미없는 목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끝부분을 자세히 들어보면 의미있는 목소리가 잠깐 들립니다.

'잘자요 좋은 꿈', 밤의 인사처럼 앨범의 마지막 곡입니다. 요즘 마지막 곡은 'Good Night'이 대세인가 봅니다. 코러스로 '그림자궁전'의 홍일점 'stellar'로 추측되는 목소리가 들립니다. 짧고 깔끔한 마지막입니다.

녹음 후 한참이 지나서야 음반으로 나왔기에 아쉬움이 느껴지는 앨범입니다. '하도'의 목이 최상이 아닌 상황에서 녹음한 점도 아쉽습니다. 하지만 조금은 아쉬운 느낌 때문인지, 앨범의 컨셉으로 잡은 '옆집 가수'의 이미지는 놓치지 않고 있습니다.

또 공연을 통해 '하도'의 팬이 된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기에 충분합니다. 반대로 앨범을 듣고 공연을 찾아온 사람들에게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할 만큼, '하도'는 녹음과 발매 사이의 간격을 허비하지 않고 뮤지션으로서 성장해왔습니다. 그러한 성장은 앨범에 실리지 않은, 실릴 수 없었던 좋은 신곡들과 'stellar'와의 프로젝트 'interstellar'로 엿볼 수 있고 홍대 클럽에서 새롭게 찾아올 팬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홍대 클럽 '빵'에서 연상되었다는 가상의 공간, '우리의 6구역'. '하도'는 이 앨범을 통해 6구역에 사는, '소년적 감수성을 소유한 주인공'의 울고 웃는 이야기들을 들려주고 있습니다. 그 가상의 인물은 '하도' 자신의 투영일 수도 있고, '하도'의 노래를 듣는 여러분이 될 수도 있습니다. 별점은 4개입니다.

*소개된 '우리의 6구역' 전 곡은 '하도'의 싸이월드 클럽(http://gkeh.cyworld.com/)에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2006/11/02 23:42 2006/11/02 23:42

로로스(Loro's) - Scent of Orchid


온라인을 통해 발매가 시작된 제 8회'쌈지사운드페스티벌'의 '숨은고수', '로로스(Loro's)'의 single 'Scent of Orchid'. '데미안' 1집, '흐른' EP, '하도' 1집에 이어 'TuneTable Movement'에서 발표하는 네번째 작품.

뛰어나고 다양한 음악을 숨은고수 다섯 팀이었지만, 특히 '로로스'는 여느 밴드들과 다른 언더그라운드 씬에서는 '독특한 밴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보통 '보컬'과 '기타'가 밴드의 중심을 이루는 보통 밴드들과는 다른, '키보드'와 '첼로'를 전면에 내세운 밴드 구성부터 독특하다고 하겠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들려주는 음악은 더 독특합니다. '키보드'가 중심이 된 사운드에 '첼로'의 선율이 가미된 '로로스'의 음악은 Rock이 아닌, 언더그라운드 씬에서는 희귀하다고 할 수 있는 'Cross-over'에 가깝습니다.

single 'Scent of Orchid'는 (아쉽게도) 총 세 곡이 수록되어 있는데 한 곡 한 곡 살펴보면,

첫번째, single의 타이틀 'Scent of Orchid'를 의미하는 곡인 '너의 오른쪽 안구에선 난초향이 나'는 '로로스'의 서정미을 느낄 수 있는 곡입니다.  사실 '로로스'의 곡들 중 절반 정도는 '서정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 single에 실리지 못한 '방안에서'와 'It's raining'도 서정미가 물씬 풍기는 곡으로 아마 '너의 오른쪽 안구에선 난초향이 나'와 single에 수록되기 위해 엄청난 경쟁을 하지 않았을까 합니다.

키보드와 첼로의 선율과 드럼의 도움으로 시작되는 도입부는 이 곡이 Newage 곡이 아닌가 하는 착각일 들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이어지는 키보디스트 '도재명'의 보컬은 그런 착각을 환기시킵니다. 보컬의 질감이 라이브 때와는 차이가 나는데, 마치 라디오로 듣는 듯하니 'Radio Edit'라고 해야하겠습니다. 드럼의 소리도 역시 라이브 때와는 차이가 느껴지는데 이어폰으로 들으면 아쉬운 느낌이지만, 스피커의 우퍼를 통해 들으면 또 다른 느낌입니다.

아쉬운 점은 곡이 절정에 오르고 첼로의 서정미가 극에 달하는 부분에서 정작 첼로의 소리가 크지 않다는 점입니다. 그 부분에서 첼로가 좀 더 앞으로 드러났다면 더 진한 감동을 가져다 주지 않을까 하는데, 혹시 데뷔 앨범을 위해 아껴둔 건 아니겠죠?

두번째는 '쌈사페'의 '숨은고수'로 응모할 때 공개되었던 '로로스의 시그널 송'이라고 할 만한, 'My Cute Gorilla'입니다. 리더 '도재명'의 공연 멘트 중에 세번째 'Habracadabrah'와 함께 희열이 느껴지는 곡이라고 했었는데 그래서 두 곡이 실리게 되었나 봅니다. '숨은고수'때 공개된 음원보다 깔끔해진 모습으로 찾아왔습니다.

어린 시절의 친구였던 '고릴라 인형'을 위한 만든 곡으로 가사에서도 그 고릴라에 대한 애정이 절절히 느껴집니다. 가사는 소년이 고릴라에게 이야기하는 형식이지만 반대로, 낡은 고릴라 인형이 소년을 추억하는 곡이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작은 고릴라(키보드)와 그 주위로 우아한 춤을 추는 발레리나(첼로)가 멤돌고, 뒤에서는 북치는 병정(드럼)과 나름대로 사뿐사뿐 걷는 코끼리와 곰(베이스), 그리고 고릴라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개구장이(기타)...이제 소년은 없는 작은 방 안에서 여러 인형들이 소년과의 즐거웠던 시간을 그리워하는 장면이 그려지네요.

세번째, 'Habrahcadabrah'는 'Cross-over 밴드 로로스'의 또 다른 취향을 보여주는 곡입니다. 앞 선 두곡이 '서정성'이 강하다면 이 곡에서는 '로로스'가 추구하는, 경계를 넘어선 음악의 광활함이 느껴집니다. 주문의 한 구절인 'Habrahcadabrah'로 시작되는 곡은, 점점 고조되면서 신비로운 모습을 더해 갑니다. 하지만 주문에 의한 것이 결국 모든 허상이듯, 연기처럼 사라져버리고 말죠.

좋은 곡이 많기에 취향에 따라 이번 single의 선곡이 조금 아쉽게 느껴질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정식 앨범이 아닌 single로서 로로스의 '음악적 취향'과 그들이 추구하는 '다양성'을 세상에 알리기에 탁월한 선곡이라고 생각됩니다.

밴드 '로로스'의 장점은, 멜로디와 리듬을 동시에 유지할 수 있는 '키보드'를 전면에 내세움으로써 보통 밴드의 '리듬파트'를 담당하는 '베이스'와 '드럼'이 '리듬의 유지'라는 고유의 영역에서 자유로워진 데에서 나온다고 생각됩니다. 그 자유로움에 '베이스'와 '드럼'의 멜로디의 영역에 들어와 풍부하고 아름다운 사운드가 가능하게 되었죠.

하지만 라이브에서 느낄 수 있었던 절정에서의 '드럼'과 '첼로'의 '강렬함'이 single에서는 약해진 점은 참 아쉽습니다. 몇몇 부분에서의 악기 배치도 좀 아쉽구요. 그럼에도 '로로스'의 single 'Scent of Orchid'를 '올해의 필청(必聽) single'이라고 하고 싶습니다. single에서 생긴 이질감은 라이브에 대한 실망이 아닌 기대를 키우기에 충분합니다. 그만큼 '로로스'의 곡들은 탁월하고, 이 밴드의 라이브는 듣는 이를 압도하기에 충분합니다.

'Scent of Orchid'는 온라인에서는 독점으로 향뮤직(http://www.hmusic.co.kr/)에서 구입하실 수 있습니다. 또 '로로스'의 공연이 열리는 클럽에서도 구입하실 수 있습니다만, 수량이 많지 않으니 서둘러 주세요.

* 티스토리 블로그 (http://bluo.tistory.com/)에서 '너의 오른쪽 안구에선 난초향이 나'를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2006/11/02 02:20 2006/11/02 02:20

에쿠니 가오리 - 초록 고양이, 천국의 맛 (언젠가 기억에서 사라진다 해도 中)

첫번째 '손가락'에 이어지는 이야기 '초록 고양이'. 주인공 '모에코'와 그녀의 단짝 '에미'의 이야기.

전혀 다른 이야기로 알았는데, 앞선 '손가락'의 주인공 '기쿠코'나 그녀의 친구들 '유즈', '다이케', '마미코' 등이 등장하는 같은 학교 같은 반에서 일어나는 다른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손가락이 '어른 세계에 대한 고민'이라면 '초록 고양이'는 '친구 관계에 대한 고민'이라 하겠다.

둘도 없는 단짝인 '모에코'와 '에미'하지만 점점 변해가는 '에미'의 정신 상태와 점점 멀어지는 둘의 관계...남자들과는 달리 단짝 친구와 손도 잡고 다니는 여중고생들에게 '친구'는 좀 다른 의미일까? 남자들의 'brotherhood'와는 또 다른, 신비롭게 보일 수 있는 여자들 사이의 '그 무엇'.

세번째 '천국의 맛'은 '키쿠코'의 친구 중 한 명인 '유즈'의 '이성에 대한 고민'같은 이야기.

엄마의 유일한 삶의 기쁨이자 '대리만족'이라고 할 수 있는 '유즈'가 네 명의 단짝들 중 하나인 '다이케'로 부터 소개받은 '요시다'를 만나면서 시작되는 기묘한 관계를 다루고 있다. '자동차'와 '명품'으로 대면되는 엄마의 보호를 벗어나, '걷기만 하는 데이트'와 '소박함'의 '요시다'에 의해 동등한 인간대 인간으로서의 사랑에 눈뜨게 되는 '유즈'의 소박한 로맨스.

개인적으로 '유즈'와 '요시다'의 이야기는 너무 부러웠다. 굳은 날, 바람 속에서 '걷기만 해도 좋은 두 사람'이 너무 부러웠다.
2006/11/01 16:17 2006/11/01 16:17

에쿠니 가오리 - 손가락 (언젠가 기억에서 사라진다 해도 中)

'도쿄타워' 이후 오랜만에 출간된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 '언젠가 기억에서 사라진다 해도'. 이번에도 역시 '에쿠니 가오리 전문 변역가'라고 할 만한 '김난주'씨의 번역이었고 첫장으로 보니 일본에서는 2002년에 출간된 책이었다.

여고생들의 이야기를 담았다는 이번 책은 총 6편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첫번째 '손가락'은 '여고괴담', '고양이를 부탁해'같은 영화들에서 느꼈던 '여고시절'에 대한 동경(?)이 다시 고개를 들게 하는 이야기다.

'교복은 한 사람 한 사람의 생활을 완벽하게 가려준다.'는 소설 속의 문장처럼 교복은 여고생들에게는 남고생들과는 또 다른 의미일 수도 있겠다. 남고생들에게는 소속감과 동료애의 상징 정도라면, 여고생들에게는 자신을 가려주는 차단막이라고 할 수 있을까? 정신발달 상 사춘기 시기에 남성에 비해1~2년 빠른 정신적 성숙을 보인다는 여성인 만큼, 여고생들은 같은 옷에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지만 저마다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여고생의 눈으로 바라본 '어른들의 세계'. 서먹한 아버지와 어머니의 관계, 처음에는 밤이라 볼 수 없었고 다음에는 겨울이라 얼어버려 볼 수 없었던 닛코의 폭포처럼 알 수 없는 어른들의 마음과 세계, 그리고 그와는 동떨어지게 유유히 흘러가는 여고시절.

여고생 '키쿠코'가 늦 가을부터 겨울까지 만났던 '여성 치한' 아키바 치하루. 그녀의 이름에 들어가 가을(秋)과 봄(春), 키쿠코가 그녀를 알지 못했던 '봄'부터 '가을'까지 그녀에게는 또 어떤 이야기들이 숨어있던 것일까?
2006/11/01 13:40 2006/11/01 13:40

골든팝스 in 10월 28일 창천공원

중간에 비보이와 마술 공연이 있었고, 이어서 '골든팝스'의 공연이 이어졌습니다. 드디오 '3인조 골든팝스'를 보게 되었어요. 역시 베이스가 있으니 더 듣기 좋았습니다. 돌아온 소히씨의 스타일은 딱 가을이었습니다.

'골든팝스'도 빨리 드러머를 구해서 더 멋진 모습을 보았으면 좋겠어요.

이때 즈음 되니 바람도 불고 기온도 내려가서 사진을 찍는데 손이 좀 시리더군요.

2006/11/01 00:19 2006/11/01 00:19

그림자궁전 in 10월 28일 창천공원

10월 28일 신촌 현대백화점 뒤쪽에 있는 '창천공원'에서 '문화로 놀이짱'이라는 각종 공연가 열리는 행사가 있었습니다. 매주 여러 공연이 열리나 본데, 제가 가본 적은 처음이었습니다. 마임, 밴드, 비보이, 마술 등 여러 공연이 있었지만, 제 블로그의 성격 상 역시 공연만 사진에 담았습니다.

바로 약 2주만에 보는 '그림자궁전'입니다. 앨범 녹음이 한창인데 오랜만에 야외공연에 참여했습니다. 관객은 너무 적지도 많지도 않았습니다.

예전에 '프리마켓'에서의 야외공연이 좋지 않았기에 좀 걱정이 되었는데, 이번에는 달랐습니다. 물론 좋았지요. 그동안 생긴 관록의 힘이라고 할까요? '그림자궁전'에게도 야외공연을 이끌어가는 '넉살'이 생긴 느낌이었습니다. 하지만 사진에서 알 수 있 듯, 오늘도 '9'의 기타는 줄이 끊어지고 말았습니다.

사진을 정리하며 보니, 멤버들의 표정에서 정말 '가을의 우수'가 느껴졌습니다. 그만큼 그 날의 하늘과 스산한 바람은 그랬어요. 최근 앨범 녹음하면서 다시 부르기 시작한 'Unknown Mountain'은 무르익어가는 가을과 너무나 잘 어울렸어요. 나중에 앨범이 발매되고 리뷰를 쓰면서 'Unknown Mountain'에 대한 해설(?)을 쓴다면 이렇게 쓰게 될 듯하네요.

We just picked up a mountain which we don't even know the name of.
(우리는 이름이 뭔지도 모르는 산으로 들어갔지.)

'사랑'이라는 이름의 거대한 산, '산'이라는 추상적인 단어가 그것을 이루는 돌과 바위와 나무, 그리고 그 속의 크고 작은 동식물들을 모두 아우르는 의미이듯, '사랑'이라는 너무나 추상적인 아름다움에 끌려, 그 속에 숨어있는 크고 작은 가시와 함정과 불화를 모르고 뛰어든 어린 시절...

I shouted on the top. Water was always flowing down.
(정상에서 나는 소리질렀어. 물은 언제나 아래로만 흘렀고.)

산에 오르는 이유, 목표, 끝, 바로 '정상'...'사랑'의 끝, '헤어짐'. 그 사랑의 '정상'에서의 외침, 그리고 언제나 아래로 흐르는 물처럼 역시 아래로 흐르던 눈물. 그 끝에서 아스라이 사그라지던 청춘의 시간들.


제가 '그림자궁전'을 왜 좋아하는지 조금 알 듯도 합니다. 그들의 음악은 '아름다운 혼돈'과 많이 닮아 있거든요.

2006/10/31 23:58 2006/10/31 23: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