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99%의 뮤지션이 한 번은 불렀을 곡

수 많은 장르에서 완성도 높은 수 많은 앨범을 양산해낸, 멤버의 수도 알려지지 않은 '천재 전방위 음악 밴드', 'Various Artists'와 수 많은 뮤지션들의 앨범에 장르도 가리지 않고 참여하여 곡을 빛내준 '불세출의 도우미', 'Featuring'에 대한 글이 갑자기 떠올랐다.

아마 두 단어로 포털에서 검색하면 그 글을 찾을 수 있을 듯...

갑자기 떠오른, 그에 뒤지지 않는 대단한 곡, 두 곡.

전세계 뮤지션의 99%가 언젠가 한 번은 실연해보았고, 뮤지션에 따라 전혀 다른 분위기로도 변신해온, 엄청난 곡.

바로....바로!!!

2006/09/23 03:02 2006/09/23 03:02

그리고 소년은 행복하게 살았답니다...'W'의 'Where the story ends'



'대중음악' 혹은 '주류음악', 속칭 '가요계'에서 중고신인이라고 할 수 있는 'Where the story ends'가 'W'로 개명하고 2005년 발매 앨범 'Where the story ends'. 길었던 밴드 이름의 의미 '이야기가 끝나는 곳' 은 대부분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동화의 마지막에 자주 쓰이는 어구라고 한다.

'사랑 노래'가 대부분 아니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가요계'에 노골적인 '사랑 노래'도 없이 도전장을 던진 'W'는 정말 제정신이 아닌 밴드일지도 모르겠다. 기획사에 의해 만들어진 '스타'가 가요계를 점령한 상황에서 대중성과 음악성을 모두 만족시키고, '스타 작곡가'에 의해 만들어지지 않은 '뮤지션에 의한, 뮤지션이 하고픈' 음악을 들려주는 ('W'의 현 소속사이기도 한) '플럭서스 뮤직'의 다른 밴드들 조차도 사랑 이야기가 주류거나 아예 '사랑'을 이름으로 한 밴드도 있는 상황이니...

잡설이 길어졌다. 이 앨범 'Where the story ends'가 들려주는, 흔하지 않은 '소년'의 이야기를 짧게 해볼까한다.

앨범 첫곡부터 '소년세계' 제목부터 소년에 대한 배려가 느껴지고 가사를 들어본다면 면도를 잊은 '수염'과 시큼한 '암내'까지도 빼먹지 않는 '소년 예찬곡'임을 확인할 수 있다.

또렷한 콧날 거뭇한 수염 소년
투명한 숨결 시큼한 향기 소년

기억해다오
윤기 없는 삶에 찌든 채로
이 세상에 길들여진 채로
그저 시시한 어른이 된 후에라도


잠깐 가요계에서 '소년'의 입지를 '소녀'와 비교해서 살펴보면, 대표적인 음악 스트리밍 사이트 두 곡에서 '소년'과 '소녀'라는 키워드로 곡 제목을 검색해본 결과 두 사이트에서 모두 '소녀'쪽이 약 2배에 가까운 검색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소년'은 가요계에서 비선호 대상이었던 것이다. 그마나 다행인 점은 아저씨에 비해서는 좋은 처지였다는 점이었다. '아저씨'와 '아가씨'를 비교 검색해본 결과 '아가씨' 쪽이 약 4배에 달했다. 지방 각지의 '아가씨'를 보유하고 있는 가요계에서의 '아가씨'의 입지와는 달리, '아저씨' 검색결과는 대부분은 동요였다.

'W'는 '소년 찬양'에 그치지 않고 소년에게 용기를 북돋기 위한 dancable한 'Everybody Wants You'를 배치하고 있다.

Boy meets girl, and Girl meets boy, 끝없는 이야기들
마음껏, 내 기운껏, 그래 뭐, 그 까짓 것
Dancing Queen, Dancing Jive, 완벽한 Disco guide
보이니? 너 들리니? 이렇게 Everybody wants you!


마치 영화 속에서 보이는 70년대 즈음의 '로라장'에서 들려도 어색하지 않을 법한 '소년 응원가'라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은하철도 999'를 떠올릴 수 밖에 없는 '은하철도의 밤'. 아마 소년의 로망을 위한 곡이 아닐까? 사실 '은하철도의 밤'은 일본의 동화로 '은하철도 999'의 모티브가 되었다고 한다. 이 동화에서 소년 '조반니'는 유일한 친구 '캄파넬라'와 함께 마젤란 은하행 은하철도를 타고 우주 곳곳을 여행하게 된다. 그 사실은 가사에서 확인할 수 있다.

스쳐가는 만남과 또 이별의 추억으로
빛나는 은빛 별들의 바다

마젤란 은하행 열차
푸른 달의 뒤편을 지나

나의 친구 캄파넬라
너의 마음을 잊지 않을게


은하철도를 타고 우주여행, 아마 소년시절 누구나 꿈꾸어 보았을 우주비행사에 대한 철 없던 '소년의 꿈과 로망'을 위한 또다른 찬양가라고 하겠다. 하지만 'W'는 단지 '꿈같은 소년 시절'에만 안주하지 않고 '소년의 성장'에 대해서도 생각하고 있다. 조금 엉뚱한 제목일 수도 있겠지만 '푸른비늘'을 살펴보자.

뛰는 너의 심장은 강철 아가미
여린 너의 솜털은 푸른 비늘로

다시 빛나기 시작해
이제 너는 돌아가네

푸른 너의 바다로 고운 달빛 아래 하얀 거품으로
흩어지는 너의 모습


'성장'을 내포한 가사는 결국 가족과 친구, 학교 등 작은 세상에서 벗어나 더 큰 세상으로 나아가야 하는, 성장해야하는 소년의 운명을 비유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곡, 제목부터 어른도 아이도 아닌 존재가 된 소년 즉, '경계인'으로 소년에게 마지막 충고를 하고 있다.

나의 눈은 밝고 나의 귀는 항상 세상을 향해 열려 있으니
불안하지 않아 두렵지도 않아 언제나처럼 바람이 부는
이 곳에서

나는 어느 쪽도 선택하지 않는 바로 그 길을 선택했으니
때론 끌어안고 때론 구별하며 나의 진심과 나의 균형을
노래할 수 있는 자유

지루한 다툼 차가운 그늘 속에도
나의 진실은 여기 맴돌고 있으니

이젠 사라지길 부디 그러하길 너의 이름과 너의 기억들
다시 보게 되길 나를 달래주던 제주의 바다 또 빛의 대지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


'W'가 들려주는 노래를 듣고 있으면 '소년'은 다른 누구가 아닌 바로 'W'의 멤버들일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럼 이 앨범은 나이든 소년이 나이들 소년에게 보내는, 소년이 소년에게 보내는 편지가 아닐까? 소년의 마음으로 들려주는 노래들, 가요계에서 종종 이야기되는 소녀적 감수성에 빗대어, '소년적 감수성'이라고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2006/09/22 01:08 2006/09/22 01:08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 - 입술이 달빛



2005년 가장 조용한 음악으로 가장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던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의 2집 '입술이 달빛'이 1집 발매 후 약 20개월 만에 발표되었습니다. 2집에서는 성인가요를 소비하는 장년층까지 팬으로 흡수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이 숨어있는 듯합니다.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빠져들 만한 '동요'에서의 착안과 '성인가요 특유의 뽕끼리듬'를 차용하여 승부수를 던졌습니다.

인디씬의 대표 레이블이 되어가고 있는 '파스텔뮤직'과 한국 음반 시장에 떠오르는 강자 'CJ뮤직'이 손잡아서 발매되는 앨범인 만큼, 앨범 케이스에서도 신경쓴 흔적이 보입니다. 사진과 디자인을 유명작가 '김중만'씨와 '김점선'씨가 맡았다니 1집의 성공이 얼마나 놀랄 만한 것이었나 알 수 있게 합니다. 하지만 1집과 마찬가지로 종이 사이로 CD를 끼워넣어 수납하는 방식은, 스크레치가 생기기 쉽기에, 아쉽습니다. (현재 판매되고 있는, DIgi-pak 1집은 재판입니다.) 1집의 신비주의 전략을 버리고 성급히(?) 얼굴을 드러낸 점도 좀 아쉽기는 하지만, 32페이지에 달하는 가사집 겸 화보집은 왠만한 유명가수의 그것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좋습니다.

'고양이 소야곡', 첫곡부터 '쿵짝 쿵짝 쿵짜자 쿵짝'의 뽕끼리듬을 노골적으로 들려줍니다. 시대극에서 배경음악으로 들을 법한, 기타와 베이스의 뽕끼리듬과 하모니카의 조합은 소위 말하는 '신파'가 떠오르기에 충분합니다. 베이스 리듬이 고양이의 '발걸음'이라면 하모니카는 고양이의 '고독한 심정'이라고 하겠습니다. 달이 밝은 창가는 산책하는, 홀로 쓸쓸하면서도 우아한 고양이를 위한 곡입니다.

'슬픈 사랑 노래', 도입부에 '아~ 슬프도다. 눈물 없이 들을 수 없는 남녀상열지사'라는 연사의 멘트가 들어가도 어색하지 않을 제목 그대로 '슬픈 사랑 노래'입니다. 1집의 'So Good-Bye'의 연장선에 있다고도 볼 수는 곡으로, 시인 김소월의 '진달래꽃'에서 모티프를 얻었다고 생각되는 슬픈 가사는 단촐한 연주로 쓸쓸한 느낌이 더해집니다. 'So Good-bye'가 '돌아선 쓸쓸한 발걸음'이라면, '슬픈 사랑 노래'는 '멀어지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치는 가슴'이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수차례 공연을 통해 이 곡을 들어 오면서, 피아노 솔로가 들어갔다면 더욱 눈물샘을 자극할 만한 '신파'가 되지 않았을까 합니다. '고양이 소야곡'이 들어내놓고 '뽕끼'를 표현한다면, 이곡은 살짝 숨겨두고 있네요.

'오직 지금은 너만', 밴드의 리더 김민홍이 보컬까지 들려주는, 포크팝을 가장한 뽕끼, 혹은 '뽕끼팝'이라고 해야하겠습니다. 아니, 앨범 수록곡들 전부 지향점은 '뽕끼팝'일지도 모릅니다.

'입술이 달빛', 처음에는 후렴구에 들어가는 가사인 '띠뚜떼'라는 제목으로 공개되었던 곡으로 흥겨운 연주와 새침한 보컬과 어우러지면서 뽕끼리듬이 '팝'으로 재탄생하게 되는 곡입니다. 앨범 타이틀로까지 선정된 만큼, '슬픈 사랑의 노래'와 함께 앨범 수록곡들 중 인기 순위 1, 2위를 다투지 않을까합니다.

'사랑', 조용한 사랑 노래입니다. '사랑'과 '해요'만으로 이루어진 가사가 닭살스러울 수도 있지만 닭살스럽지 않게 전달하는 솜씨, 1집의 'Lalala'처럼 자연스럽다고 할까요. 하지만 1집과는 달리 '사랑 타령' 노래가 많아진 점은 조금은 거북스럽기도 합니다. '도'라 말할 수 있는 '도'는 '도'가 아니듯, '사랑'이라 말할 수 있는 '사랑'은 '사랑'이 아니겠건만...

'또 돌아보고', 도입부의 반복적인 가사와 김민홍의 음침한 보컬이 어쩐지 '아마추어 증폭기'의 곡이 아닌가하는 착각이 들게 하는 곡입니다. dancable한 뽕끼 비트(?)와 김민홍의 '트롯' 한 소절은 '장윤정을 위시한 젊은 트롯 가수 대열에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도 본격적으로 합류하겠다는 야심(?)'을 엿볼 수 있습니다. 조금은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라는 놀이가 생각나기도 하구요.

'겁쟁이', 그나마 뽕끼리듬으로부터 가장 자유로운 곡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꽃'과 '칼'로 사랑의 '아름다움'과 '잔인함'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두꺼비', 앨범 수록곡들 중 가장 신나는 곡으로 어린 시절 모래판에서 하곤 했던 '두꺼비집 놀이(?)'에서 착안한 흥겨운 곡입니다. 중간중간의 느끼한 '민홍'의 코러스는 그야말로 두꺼비를 연상시키기에 충분합니다. 공연에서 들었을 때보다는 차분한 느낌입니다. 공연에서 이 곡을 듣게 된다면, 관객과 호흡하는 '뚜껍아 뚜껍아 헌집 줄게 새집 다오'를 외치며 더 빠르고 더 흥겨운 '두꺼비'의 매력에 흠뻑 빠지게 될 것입니다. 삼인자 자리를 놓고 '두꺼비'의 '고양이'와의 치열한 격전이 예상됩니다.

공식적인 마지막 곡 '파티', 점점 풍성해지는 코러스와 청아한 트라이앵글이 앨범을 닫는 곡으로 손색이 없습니다.

9곡 밖에 되지 않는 정식 수록곡들에 대한 보상인 듯, 'bonus track'이 무려 5곡이나 들어있습니다. 정식 수록곡들은 '새발의 피'일 정도로 '사랑타령'인 곡들이 껴있는 점으로 볼 때, 지나친 사랑타령에 대한 반발을 조금이나 무마하려는 안배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5곡 모두 단촐한 어쿠스틱한 느낌입니다.

'사랑을 하다', '오직 지금 너만'보다 '연애의 단계'가 더 발전한 형태의 곡이라고 생각됩니다.

'사랑 시소 버전', 연주는 동일하지만 높아진 음의 보컬과 보컬과 미묘한 음의 차이를 둔 코러스때문에 '시소 버전'이라고 붙었나 봅니다.

'두꺼비 어쿠스틱 버전', 연주로 단촐한 기타 소리만을 들을 수 있는, 본래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의 모습에 가까운 곡이고 혹시나 있을지 모를 어쿠스틱 공연을 위해 준비한 곡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원곡의 느끼한 '두꺼비'를 듣다 여성 '두꺼비'를 들으니 오히려 '개구리'라고 해야 옳은 것이 아닌가 합니다. 그런데 어쿠스틱 버전으로 들으니 '두꺼비'와 진행이 상당히 비슷한 느낌입니다. 중간에 두 곡 사이에서 슬쩍 넘어가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말이죠. '소중히 감싸네~ 두껍아'로 진행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법합니다.

'입술이 달빛 어쿠스틱 버전', 원곡에서 상당히 경쾌한 곡을 어쿠스틱 버전으로 들으니 또 다른 느낌입니다.

'내 사랑 그대여', 제대로 노골적인 제목의 곡입니다. 솔로 청취자들은 이 즈음 왔으면 중간에 첫 곡이나 두번째 곡으로 되돌아 가지 않을까 합니다.

1집의 '기대 이상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새앨범 수록곡 전곡에서 뽕끼리듬을 차용하면서 '뽕끼의 재해석'과 '재탄생'이라는 대단할 수도 혹은 무모할 수도 있는 도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존의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다운 색깔을 유지한, '안정 속의 변화'로 기존 팬들에게는 이질감을 유발하지 않으면서 그들의 지지 기반을 넓혀갈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1집이 젊은 이들이 선호할 만한 '정갈한 정식'이었다면 2집은 모든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구수한 우리음식을 응용한 퓨전요리'라고 하고 싶네요. '영어 가사'의 곡이 많았던 1집과는 달리 전곡이 '한글 가사'인 점도 2집에서의 변화와 그 변화의 의도를 엿볼 수 있게 합니다. 이제 이 밴드의 도전이 대단했느냐 혹은 무모했느냐는, 이제 이들의 음반을 듣는 이들에 귀에 달렸습니다.

가을의 입구에 그들의 2집, 그것은 2년전 겨울의 중턱에 발매되었던 1집과는 비슷하면서도 다른 느낌입니다.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의 음악이 회색빛과 하늘빛 사이, 그 어느 지점에 있다면 1집이 회색빛에 가까웠다면 2집은 하늘빛에 가까워졌다고 할까요? '고양이 소야곡', '슬픈 사랑 노래' 투톱을 시작으로 중간계투에 '입술이 달빛', 마무리에는 '두꺼비'같은 중독성을 발휘할 만한 곡들을 비치하여 정식 수록곡들 중 Skip 버튼을 누를 겨를이 많지 않아 보입니다. 더구나 서운하지 않을 정도의 bonus track 연장전으로 상당히 괜찮은 앨범의 구색을 갖추고 있습니다. 우려했던 '소포모어 징크스'를 극복했다고 성급하게 결론내리고 싶네요. 라이브로도 앨범에서 들었던 느낌들을 고스란히 가져가면서 더 큰 즐거움을 즐길 수 있기에, 별점은 4.5개입니다. 과연 1집의 '나비효과'에 이은 또 다른 '나비효과'를 보여줄 수 있을지요.

리뷰가 상당히 길어졌네요.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006/09/20 20:52 2006/09/20 20:52

공지영 - 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



작가 '공지영'의 최근작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을 읽고 상당히 실망한 후로, 산문집 '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를 받아보았을 때 다시 실망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물론, 수필같은 산문집에 거의 실망한 일이 거의 없었다는 일말의 기대도 있었지만...

정체가 궁금하고, 또 조금은 부럽기도한 'J'에게 부치는 그녀의 이야기들과 멋진 시구들... 수필에는 거부할 수 없는 매력과 편안함이 있다고 할까? 결국 나는 작가 '공지영'에게 빠져들고 말았다. '수필'이 작가와의 개인적인 이야기까지 나눌 수 있는 어느 한적한 찻집에서의 '대화'라면, '소설'은 가면을 쓴 작가를 찾아서 그 작가가 그런 가면을 쓴 이유를 이리저리 궁리해야만 하는 '가면무도회'라고 할까?

빗방울처럼 혼자였던 그녀의 삶... 하지만 혼자 내리는 빗방울은 결코 없듯이 수많은 빗방울들과 비를 이루며, 가족, 친구,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아가야 할 그녀의 이야기.

그러다가 인사 한 마디 못하고 헤어진 옛사랑이 생가나거든 책상에 앉아 마른 걸레로 윤이 나게 책상을 닦아내고 부치지 않아도 괜찮을 그런 편지를 쓴다면 좋겠습니다. 그때 미안했다고, 하지만 사랑했던 기억과 사랑받던 기억은 남아 있다고. 나쁜 기억과 슬픈 기억도 다 잊은 것은 아니지만 그 나쁜 감정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다만 사랑했던 일과 서로를 아껴주던 시간은 그 감정까지 고스란히 남아서 함께 바라보던 별들과, 함께 앉아 있던 벤치와, 함께 찾아갔던 산사의 새벽처럼 가끔씩 쓸쓸한 밤에는 아무도 몰래 혼자 꺼내보며 슬며시 미소 짓고 있다고, 그러니 오래오래 행복하고 평안하라고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정말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그나저나, J는 누구일까? 남편일까? 아니면 그녀는 천주교 신자이니 'Jesus'의 J일까? 둘 다 아닌 듯한데...
2006/09/16 22:11 2006/09/16 22:11

에레나(Elena) - Say Hello to Every Summer



에레나(Elena)의 솔로 데뷔 앨범 'Say Hello to Every Summer'.

이 앨범을 구입하기 전까지 '에레나'라는 인물에 대한 정보는 밴드 '코스모스'의 키보디스트였다는 점 뿐이었고, 홍보를 담당하는 '해피로봇'의 블로그를 통해 앨범에 'Espionne'가 참여한 점과 '밤, 테라스'를 들어본 것이 전부였습니다. 새로운 음악에 목말랐던 귀에 '밤, 테라스'는 신선한 느낌이었고 '키보디스트의 솔로 앨범'이라는 점이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여름이 끝나가는 마당에 'Say Hello to Every Summer'라는 여름을 노린 듯한 앨범 제목도 끌렸구요.

앨범 타이틀과 동일한 제목의 첫곡 'Say Hello to Every Summer', 도입부의 진행이 90년대 가요에서 들어보았을 법한 익숙함이 느껴지면서도, 늘어지는 여름에 활기를 불어넣을 만큼 신선함이 느껴지는 곡입니다. 앨범 첫곡으로 탁월한 선택이죠.

이어지는, 제목부터 신나는 '입맞춤의 Swing', 톡톡 튀는 보컬과 어여쁜 코러스의 조화, 보컬만큼이나 어디로 튈지 모르는 키보드와 간간히 달리는 드럼의 조화가 상큼함을 발산하는 곡입니다.

'Holidaymaker', 앞선 두 곡과는 다른 에레나의 보컬의 변화무쌍을 느낄 수 있습니다. 첫 곡이 '따뜻함', 두번째가 '상큼함'이라면, 'Holidaymaker'는 '경쾌함'이라고 표현할 수 있겠습니다. 정신없이 흘러가는 도시를 떠나, 한 손에는 큼지막한 가방 하나와 다른 한 손에는 사랑하는 이의 손을 잡고 초록이 신선한 자연으로 여행을... 보사노바라는 장르의 특징인 듯, 도입부의 리듬이 '소히'의 '앵두'와 비슷하네요.

Interude라고 할 수 있는 '1-2-3-4-5 Carrot', 재치를 느낄 만한 곡입니다.

'물빛의 여름'은 제목과는 달리 조금은 건조한 느낌의 보컬 덕분에 경쾌한 느낌의 연주가 두드러지는 곡으로 끝나가는 여름의 조금은 슬프지만, 단지 슬프지만은 않은 꿈이야기...

'촛불의 미로', 반복되는 코러스가 헤어나올 수 없는 미로를, 조용한 노래는 촛불의 엄숙함을 떠오르게 합니다.

'Lens Flare', 수록곡들 중 가장 강력한 연주와 발랄한 가사는 애니메이션의 주제곡의 느낌입니다.

'토끼구름', 앞선 '1-2-3-4-5 Carrot'에서 당근을 보여주었으니 이제 토끼가 등장할 차례인가 봅니다. 당근바다에 빠진 꿈을 꾸는, 행복한 가을의 토끼를 떠올려보는 것도 좋을 듯...

'밤, 테라스', 매혹적인 보컬에 낭만적인 연주와 가사가 가미된, 너무나 매력적인 곡입니다. 이 곡만 듣고 제가 앨범을 구입했을 정도로 좋아요. 달빛이 운치있는 밤, 경치가 멋진 테라스에서 사랑하는 이와 가벼운 춤을 추며...

'하얀색 행진곡', 경쾌한 피아노 연주와 나즈막한 보컬과 함께 시작되는 역시 너무나 멋진 곡입니다. 듣고 있으면 아련하고 막연한 그리움이 모락모락 피어납니다. 하얀 강아지, 하얀 고양이, 하얀 토끼, 하얀 원피스의 소녀... 잠자리채를 어깨에 걸치고 하얀 행진을...

'밤이 듣는다', 이야기를 주고 받는 듯한 보컬과 코러스의 배치가 멋진 곡입니다. '밤'과의 속삭이는 수다, 쏟아지는 잠, 꿈결의 그리운 목소리...

'Good Night Sweet Heart', '밤이 듣는다'에 이어 '밤'에 대한 곡이자 제목처럼 마지막 곡입니다. 다음 앨범으로 만날 때까지... 좋은 밤!

전체적으로 어느 한 곡도 그냥 건너뛰기 힘들 정도로 멋진 앨범입니다. 부클릿에서 많이 보이는 이름, 바로 'Espionne'에게 주목해야 해야겠습니다. 12곡 중 절반이 넘는 9곡에 programing 등으로 참여하면서, 그의 숨결이 '구태의연'해질 수도 있는 곡들을 멋들어지게 바꾸어 놓았다고 생각됩니다. 뮤지션의 뛰어난 연주 능력이나 작곡 능력 뿐만 아닌라, 좋은 앨범을 만드는데 핵심적 요소는 좋은 프로듀서를 만나는 것인데, '에레나'와 그녀의 앨범은 그 부분에서도 성공한 듯합니다.

달력으로는 가을이 되었지만 아직도 여름의 열기가 남아있는 요즘, 밤이 면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도 마음은 편하지 많은 요즘, 일상에 활기를 북돋아주는 상큼한 양념같은 '에레나'의 앨범과 함께하는 것은 어떨까요? 별점은 4개입니다.
2006/09/14 23:19 2006/09/14 23:19

월야환담 창월야



뱀파이어, 라이칸스로프, 헌터들의 끊없는 싸움...'블레이드', '언더월드', '반헬싱', 그리고 그 영화들을 혼합하고 독창적인 내용을 더한 '월야환담'

'월야환담'의 1부라고 할 수 있는 '채월야' 전 7권을 읽은 게 2004년인데 2부 '창월야'의 마지막인 10권을 어제서야 읽었다. 9권은 읽은 지, 한참지나서 내용이 좀 앞선 내용이 가물가물 했지만 다행히 마지막 장을 덮을 수 있었다. 더불어 시리즈를 모두 모았다는 뿌듯함까지..

결국 '해피 엔딩 비슷하게 끝나겠지' 했지만, 막상 좀 좋게 끝나니 아쉽다. 파격적으로 비극적인 결말이었으면 어땠을까?

나름대로 방대한 세계를 구축한 '월야환담' 시리즈는 여기서 끝일까? 외전으로 '팬텀'이나 '아르곤'의 과거를 외전 형식으로 만들어도 재밌을 듯하고, '릴리스'의 아버지인 '볼코프 레보스키'의 과거를 풀어나가도 재밌을 듯한데...아니만 부와 권력을 한꺼번에 쥔 '서린'의 이야기를...

어쨌던 결국 뱀파이어, 라이칸스로프, 헌터들이 아웅다웅(?) 살고 있으니, '월야환담'의 세계는 언젠가 다시 되지 않을까?

좀 어지러운 면도 있지만 작가 홍정훈씨 정말 박진감 넘치고 짜임새 있게 잘 쓰는 듯...

'룬의 아이들' 시리즈를 모아볼까 하는데 소장가치 있으려나?
2006/09/06 01:16 2006/09/06 01:16

조삼모사 'interstellar'편



조삼모사 뮤지션 시리즈 제 5탄 'interstellar'편.

얼마전에 공연을 가진 '인터스텔라'에서 '하도'씨의 멘트를 인용.

'솔로'의 중의적 의미가 이번 패러디의 포인트!!
2006/08/29 23:45 2006/08/29 23:45

전경린 - 언젠가 내가 돌아오면



앞부분을 미적미적 읽다가 지난주에 큰 마음 먹고 확 읽어버린 '전경린' 작가의 '언젠가 내가 돌아오면'.

주인공 '혜규' 뿐만 아니라, 혜규의 가족들, '어머니', '혜도', '혜진', '혜미' 그리고 친척과 친구들, '인채', '예경', '순이'... 모두 서로 다른 모습의 '그것'을 하고 있지만 우리는 '그것'을 모두 '사랑'이라 부른다.

고향으로 돌아온 혜규,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와 혜규로부터의 '위로'와 '포용'... '죽을 만큼 사랑한다'가 아니라 '사랑하기에 살아간다'...


"영혼이라는 말은 그 속에 존재의 복수를 함유한 단어일 거야. 사랑이 없다면 우린 모두 저마다 혼자인 이교도들이야. 소통이 안돼, 저마다 다른 것을 믿고, 다른 사람의 신념을 사이비라고 일축하지. 난 내가 믿는 것을 세상에 단 한 사람, 혜규 너와 함께 믿고 싶어. 우리가 한 영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사랑이 삶이 되지 못한다고 해도, 그래서 천국의 문 앞에서 되돌아오고 되돌아오는 구름처럼 물처럼 바람처럼, 안개와 눈과 비처럼, 늘 우리 곁을 이렇게 서성이며 감고 도는 것이라 해도, 우리가 하나의 영혼으로 이 세상을 안을 수 있다는 것을 당신과 믿고 싶어."

혜규는 미소를 지었다.

"당신이 믿는 것을 나도 믿어요. 정말 믿어요."


죽도록 슬프지만, 그럼에도 공허를 채울 수 있는 삶의 특별한 어떤 것, 희망, 그 긍정의 힘... 나도 믿고 싶다.

그녀의 다른 소설들이 읽고 싶어졌다.
2006/08/29 23:05 2006/08/29 23:05

쌈지사운드페스티벌 숨은고수 발표 그리고...

드디어 '쌈지사운드페스티벌(이하 쌈사페)'의 '숨은고수' 5팀이 발표되었습니다. 최종오디션까지 참가한 20팀 중 살아남은 5팀은 바로 '골든팝스', '로로스', '스타보우', '카크래셔', '쿨에이지'입니다.

빵에서 주로 활동하는 밴드가 '골든팝스'와 '로로스', 2팀이나 선정되다니, 작년 '그림자궁전'의 숨은고수 선정에 이어 '2년 연속 쾌거'에 '겹경사'가 아닐 수 없습니다. '빵'에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좋은 뮤지션들이 상당히 많다고 생각해 왔었는데, 저만의 생각이 아니었나 봅니다. '로로스'도 '그림자궁전'과 함께 'TuneTable Movement' 소속이니 'TuneTable Movement'로서도 '2년 연속 쾌거'가 되는군요.

지난 토요일과 일요일 헤이리에서 있었던 'Summer Modern Rock Festival'에 두 밴드 모두 참여했었지요. '골든팝스'의 사진은 이미 올렸는데, '로로스'는 가장 마지막에 등장한 밴드라 몇 개의 포스팅을 더 해야 올릴 수 있겠네요.

'쌈사페'는 9월 30일 올림픽공원 88잔디마당에서 열린다고 합니다. 조만간 라인업이 공개된다네요.

그리고 '광명음악밸리축제'의 최종 라인업과 공연 스케쥴이 공개되었습니다. 공식 홈페이지(http://mvalley.org/)에서 확인하실 수 있고 바로 보시려면 클릭해주세요
2006/08/28 20:07 2006/08/28 20:07

경악, 보라인간!!

'미디어다음'에 '보라인간'이라는 사람이 '아고라'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는 내용과 인터뷰를 담은 기사가 올라왔다.

사업가 겸 뮤지션이라고 하는데 뮤지션으로서의 능력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리스너'로서는 정말 대단한 생각이 든다. 그의 글들을 보면서 새로운 것들을 알게 되었고, 하고 싶었던 말들을 대신해주는 글들에서 어떤 '후련함'을 느꼈다.

보라인간 인터뷰(링크)

보라인간이 본 가요계(링크)

보라인간이 본 가요계 2부 -가요계에 대한 오해들(링크)

보라인간이 본 가요계 3부 - 보이지않던 진실(링크)


주말에 집에 돌아가면 침대 머리맡에 고이 모셔둔 '200시간 CD플레이어'를 CD들과 챙겨야겠다.
2006/08/24 01:20 2006/08/24 0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