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새벽 - 보옴이 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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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2월 말, 예고도 없이 찾아온 푸른새벽의 두번째 정규앨범이자 마지막 앨범이 되어버린 '보옴이 오면'.

공연도 별로 없이 갑자기 발매된 두번째 앨범만으로 이별을 고하니 많은 이들이 아쉬웠겠지만, 사실 생각해보면 double disc로 발매된 EP 'Submarine Sickness + Waveless'에서 이들의 행보는 예견되었을지도 모릅니다. 눈으로 덮힌 벌판에 한 그루의 나무만 쓸쓸히 서있는 자켓과 그 아래 쓰여진 '보옴이 오면'. 봄을 기다리며 리뷰를 시작합니다.  

'intro', 그야말로 인트로입니다. '이별만은 아름답도록'이라지만 마지막을 고하는 앨범의 intro로는 너무나 밝은 느낌입니다. 밝다 못해 희망적이고 진취적입니다. 푸른새벽, 두 멤버의  앞 길이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Undo', 도입에서부터 앞선 intro의 연장선에 있다는 점을 느낄 수 있는 곡입니다. intro에서 느꼈겠지만 1집과는 많이 달라졌습니다. 1집에서는 기본적으로 기타가 중심이 되었지만, 1집과 2집을 잇는 EP 'Submarine Sickness + Waveless'에서 보였던 키보드나 신디사이저 중심의 변화가 확연히 느껴집니다.

'사랑', '푸른새벽'의 대표곡 '스무살'에 필적할 만한 아니 뛰어넘을 만한 '임팩트'를 가진 곡입니다. dawny의 '나른한 슬픔'이 느껴지는 목소리가 너무나 매력적인 곡이구요. 나른하게 진행하는 보컬은 후렴에서는 황량한 슬픔으로 바뀝니다. 그 황량함은 앨범 자켓에서 보이는 눈으로 덮인 쓸쓸한 벌판과 싱크로율 100%에 가깝네요. 조용한 방안에서 듣다가 숨이 먿을 듯하고 주체할 수 없는, '텍사스 들판의 소떼처럼 몰려오는 공허함'을 느꼈습니다. 후렴에서는 'Maximillian Hecker'의 'Dying'이 떠오르더군요. "I'm dying"이라는 외치는 모습과 겹쳐지네요.

'하루', 앞선 두 곡이 dawny의 보컬에 상당히 의존하는 곡이었다면 이곡에서 보컬의 비중은 줄어들고 연주가 중심입니다. 앞선 두곡이 더블 EP 중 'Submarine Sickness'의 연장선이라면 이 곡은 'Waveless'의 연장선이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더블  EP 중 'Submarine Sickness'는 dawny의 스타일이고, 'Waveless'는 sorrow의 스타일이라고 본다면 대충 맞지 않을까하네요.

'우리의 대화는 섬과 섬사이의 심해처럼 알 수 없는 짧은 단어들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너무나 긴 제목의 곡입니다. 아마 제가 지금까지본 우리나라 노래 중 가장 긴 제목이 아닐까하네요. 주도권은 다시 dawny쪽으로 기울었지만 두 사람사이의 균형이 느껴집니다. 다른 좋은 곡들이 있지만, 이 곡이 제가 '푸른새벽'에게 바라던 모습들과 가장 닮아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모든 것의 끝은 새로운 시작'이라는 가사처럼 이번 푸른새벽은 앨범이 끝이라도 다른 모습으로 만날 수 있지 않을까요?

'이별', 시작이 왠지 EP에도 수록되었던 '빵'이 떠오르는 곡입니다. 담백함과 기교가 적절히 어우러진 보컬이 매력적으로 곡의 길이가 짧다는 점이 아쉬울 정도네요.

'딩', 특이한 제목과 나긋나긋한 보컬이 인상적인 곡입니다. 처음 앨범을 들었을 때, 예전에 Demo로 들었을 때의 거친 느낌과는 많이 달라서 처음 들었을 때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Tabula Rasa', 파스텔뮤직의 컴필레이션 앨범에 실렸던 곡입니다. 보컬과 기타 연주에서 2집보다는 1집과 EP 사이에 있을 법한 분위기를 들을 수 있습니다.

'오후가 지나는 거리', dawny의 보컬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곡입니다. 3분이 좀 안되는 짧지 않은 곡이지만 interude같은 느낌이 드네요. 단조롭다고 할까요.

'명원', EP 수록곡 '별의 목소리' 시리즈의 연장선에 있는 느낌이 드는 곡입니다.

마지막 곡 '보옴이 오면', 봄이 오면 하고 싶은 바람들을 노래하는 곡입니다. 가사의 처음 dawny의 목소리가 '보옴'으로 늘어지는 부분에서는 아른한 그리움이 느껴집니다. '봄'이 아닌 '보옴'으로 늘어져 화자에게는 그 그리움만큼이나 바람들도 너무나 멀어보입니다. 우린 언제쯤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아늑한 '빵'에서 공연하는 '푸른새벽'의 모습을.

아쉽습니다. 많은 사랑를 받았던 밴드가 고작 2장의 앨범과 1장의 EP만 내고 사라진다니 아쉽습니다. 아쉽지만 이것이 우리나라의 언더그라운드 씬의 현실이기도 하니 착찹하기도 하네요. '보옴이 오면'이라는 제목처럼 봄은 너무나도 멀어 보이지만 언젠가 두 사람을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립니다.

기다리는 이들에게 남겨진 앨범 '보옴이 오면'. 가만히 듣다보면 우리에게 '보옴'이 오지 않을까요? 그날을 기다립니다. 별점은 4개입니다.
2007/01/17 10:37 2007/01/17 10:37

묵공 - 2007. 1. 15.

12월 24일에 '중천'을 보았었지만 리뷰를 미루다미루다 결국 못썼군요.. '김태희'도 나오고'중천' 나쁘지는 않은 영화였는데 망해서 좀 아쉽네요.

정말 오랜만에 조조영화를 보았습니다. '안성기'가 등장하는 중국영화 '묵공'.

사실 한국 배우 '안성기'와 '최시원'이 중국어 연기를 어떻게 하는지가 가장 궁금했는데, 목소리를 들어보니 '안성기'는 직접했네요. '최시원'은 목소리를 모르니 알 수 없지만 왠지 성우 더빙 같기도 했어요.

'유덕화'는 나이가 들어도 아니, 나이가 들 수록 매력이 더 해가네요. 광고에서는 '항엄중'으로 등장하는 '안성기'와 함께 그가 연기한 '혁리'가 주연인 듯했지만, 사실 '유덕화' 혼자 주연이네요. 그의 여자가 될 뻔했던 '일열'을 연기한 '범빙빙'은 영화에 하도 미인이 등장하지 않아서 그런지 이쁘네요.

전쟁 장면은 그럭저럭입니다. '반지의 제왕', '알렉산더' 등의 헐리우드 영화에 비하면 박진감은 떨어지지만, 빠지는 점은 없기에 좀 더 사실적이라고도 할까요?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는, 작년에 보았던 영화 '킹덤 오브 헤븐'이 좀 떠오르기도 하더군요. '묵가'의 사상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지만 '킹덤 오브 헤븐'의 주인공들이 세우려했던 '이상주의'와 비슷하다고 할까요? 물론 다른 점도 있어보입니다만.

전쟁에서 누가 이기든 결국 약한 백성들은 희생될 뿐입니다. 백성을 위하는 길이란 전쟁을 하는 것도, 전쟁을 안하는 것도 아닙니다.  위정자들이 모두 사라지고 아무도 통치하는 않는 것이 백성을 괴롭히지 않는 길입니다. 영화에서 보여지는 '묵가'는 왜곡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도가'와 닮아있는 느낌이네요.

모두를 사랑하는 것은 아무도 사랑하지 않는 것이랍니다. 모두를 구하려했던 '혁리'는 자신을 사랑하는 여인조차도 구하지 못했죠. 이상주의는 목표가 될수 있을 뿐, 방법은 될 수가 없나봅니다. 별점은 4개입니다.

크레딧을 보니 원작이 일본의 만화인가보네요. 한중일 합작 영화였나요?

2007/01/15 13:56 2007/01/15 13:56

전체주의, 그 불온한 움직임의 가성능

2005년에 썼던 '이상주의, 전체주의, 히틀러'의 연장선에 있다고 할 수도 있겠다. 그 글이 과거에 있었던  전체주의에 대한 이야기었다면, 지금은 앞으로 일어날 수도 있을 그것에 대한 이야기다.

2002년, 대한민국을 휩쓸었던 '붉은 함성'을 기억하는가? 2002년  이후에도 종종 TV를 통해 볼 수 있었던 2002년의 영광들, 그리고 그 화면을 보면서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기분을 느껴보았는가? 그리고 대정벌을 이뤄낸 '광개토대왕'의 드높은 기상에 그리움을 느껴보았는가? 공감한다면 한번쯤은 귀 기울여보자. '붉은 광기(狂氣)'와 '무의식 속의 국가주의'를.

과거 정부가 국민을 통제하기 위해 '3S', 즉 'Sex, Screen, Sports'를 이용했다는 것 들어본 적이 있으리라. 의도적이건 우연이건 2002년 월드컵의 성공은 이 '3S' 중 'Sports'를 제대로 활용한 사례로 보인다. 모든 TV와 신문은 온통 '월드컵' 뿐이었고, 국민들의 머릿 속도 역시 그랬다. 그 덕에 무능한 정부와 정치인들, 불안한 경제에 대한 불만들은 모두 망각한 한 해였다.

어떻게 그렇게 쏠려갈 수 있었을까? 온 국민을 사로잡고, 거리마다 언청난 자발적인 인파를 동원한  '붉은 함성' 혹은 '붉은 광기'라고도 부를 수 있는 그것은 무엇이었을까? 국민 전체의 무의식 속에 자리잡고 있는 어떤 불안과 불만에 대한 '국가주의적 표출'은 아니었을까?

국가간의 전면적이고 소모적인 전쟁이 잠시 사라진 지금,또 자본주의를 업은 다국적 기업들이 맹활약하면서 국가간의 경계와 국가의 의미가 점점 모호해져가는 지금, '월드컵'을 통한 국가간의 대결은 대단히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국가대표팀'은 희미해져가는 '국가'에 대한 국민의 생각의 재교육, 강화하고 '월드컵 축구'는 그야말로 국가를 대신하는 '전쟁'과도 다를 바 없다. 그에 대답이라도 하듯, 정말로 '월드컵'은 수 많은 세계인을 광기로 몰아 놓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대한민국'에서 보여준 그 '광기'의 크기는 충분히 세계를 놀라게 할 수 있는 것이었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평화를 사랑하는 민족'이라고 한다. 침략 전쟁을 일으킨 일이 거의 없기에 그렇게 부르지만, '국사'를 배우면서 그런 '나약함'에 불만을 느낀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그런 상황은 현대에도 다르지 않아서 세계 초강대국들에 둘러쌓여 있고, 위로는 우리의 '불만 많은 형제'가 있기에 국민의 느끼는 '잠재적 불안 혹은 불만'은 적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경제 상승율을 뛰어넘어 치솟는 물가와 하루가 멀다고 생겨나는 사회문제들은 더 이상 '경제 성장만이 행복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사탕발림이 거짓이었음이 드러났고, 앞서 이야기했던 '국외적 불만(혹은 불안)'과 더불어 '국내적 불만(혹은 불안)'으로 커가고 있다.

이 두 불만들을 잊게 하고 자긍심까지 심어준 '2002년 월드컵의 영광', 그리고 영광과 함께 정체를 드러낸 '광기'. 아마도 아직까지도 '단일 민족 국가'에 가까운 우리나라, '한민족' 고유의 정서라는 '한(恨)', 그 울분의 '국가주의적 표출'이 아닐까?

자 모든 재료가 갖추어졌다. '국외적 그리고 국내적인 불만들'혹은 '단일 민족의 울분'과 '잠재된 엄청난 광기'. 어쩐지 제 2차 세계대전을 일으켰던 독일의 상황이 떠오른 사람은 나 뿐일까? 그렇다면 이제 필요한 것은 그 재료들을 잘 이용할 '주술사의 혀'와 우리 민족의 운이 좋다면 얻을 수 있을 '기가 막힌 상황들'이다.

'기가 막힌 상황들'을 이야기하자면, 그 중 하나가 바로 '극적인 통일'이다. 민족 정서가 완전히 완해되지 않은, 너무 멀지 않은 미래에 이것이 이루어진다면 '훌륭한 촉매'가 될 것이다. 지구 상에 유일한 '한민족 단일 국가'의 도래는 국내적으로는 '국가의식'과 더불어 '민족의식'을 고취시키기에 충분하고 국외적으로는 주변 강대국의 위협이 될 수도 있다.  또 통일 이후에 찾아올, 남북한의 사회경제적 격차같은 문제들은 '국내적 불만' 가중시킬 것이고, 우리나라의 높아진 위상은 주변국들의 역사왜곡과 국경문제 등에 일침을 가하면서 '국외적 불만'도 커질 것이다. 다른 '기가 막힌 상황'으로는 세계를 뒤집을 만한 '신기술의 발견'이 있겠다. 아마도 '혁신적인 에너지 기술'이나 신무기, 신물질의 발견 정도라면 날개를 달아주기에 충분하다.

이제 마지막, '주술사의 혀'가 필요하다. 바로 사리사욕에는 눈 멀지 않은 '이상 군주', 온 국민의 사랑을 받는 '광기어린 지도자'가 필요하다. 아마도 그는 지독한 '이상주의자'이자 냉철한 '국가주의자', 뜨거운 '민족주의자'일 것이다. 앞서 언급했던 글 '이상주의, 전체주의, 히틀러'의 내용처럼, 역사 속에서 '국가주의'와 '민족주의'는 '전체주의'와 야합(野合)한 경력이 있고 '이상주의'에게 '전체주의'의 유혹은 너무다 달콤하다 못해, 지구 상에서 '이상(理想)'을 이룩할 '유일한 방법'으로까지 보인다.

과연 우리나라에서 그런 '지도자'가 탄생할 수 있을지 의문이기는 하지만, '아돌프 히틀러'와 그의 부하였던 '파울 요제프 괴벨스'같은 인물이 등장한다면, 그때 '불만들'은 주변 세계로 눈을 돌리게 될 것이고 '광기'는 속으로 쌓아두었던 불을 뿜기 시작할 것이다. 한반도를 둘러싼 상황들은 불만의 방향을 돌리고 책임을 지워 온 국민들의 의식과 무의식 속 '폭발직전의 화약고'를 터뜨리기에 너무나 매혹적이다. '한(恨)의 광기'와 더불어 이 땅의 남성들은 한번은 '군사훈련을 받았다는 점'도 그 시기에는 큰 무기가 될 것이다.

그날이 온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도 '이상주의'에 살짝 발가락을 담그고 있는 나 자신도 '주술사의 혀'에 이끌려 전장으로 뛰어가지 않을까 싶다.

'대중선동'의 전문가 '파울 요제프 괴벨스', 매우 매혹적인 인물이다. 한번 검색해 보시라. 그리고 그의 연설 동영상을 보시라. 그것을 보면서 미국의 락밴드 'Marilyn Manson'과 그의 노래들이 떠오른 사람이 또 있을까? 'Marilyn Manson'의 노래들을 들으면서 '선동성(煽動性)'을 느껴보았는가? 그가 '나치(Nazis)'에게 빌려온 것은 단순히 겉으로 드러나는 패션만이 아닌라, 선동성도 있었다.
2007/01/14 13:08 2007/01/14 13:08

정이현 - 달콤한 나의 도시

'달콤한 나의 도시', 30대 여성의 연애와 결혼에 대한 이야기?.

난 20대다. 난 남성이다. 난 연애하지 않고 있고, 결혼은 하지 않았다. 30대 여성에 대한 환상이 있는 것도 아니다. '정이현'이라는 이 책의 작가도 모른다. 사실 광고문구나 책 표지에 끌려서 산 점도 없지 않다. 표지와 책 속의 일러스트는 만화가 '권신아'의 작품이다.

도시적 느낌과 인터넷 시대의 문화가 글 곳곳에서 들어나 읽기는 수월하고 재밌다. 주인공 '오은수'와 그녀의 단짝 친구들, 그리고 그녀들을 스쳐가는 남자들의 이야기. 30대 도시인들의 삶, 어쩌면 한국판 'Sex and the City'라고도 할까?

아둥바둥 잡으려하는 것은 놓치고, 목표하지 않았던 것들은 일어난다. 결국 할 수 있는 일은 삶이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 흘러가는 수 밖에.

아직 끝나지 않은 성장. 사람은 죽을 때까지 성장해야하나보다. 30대에서도 그 성장은 멈추지 않는다. 성장이 끝나지 않은 만큼 결말도 나름대로 '쿨'하다. 역시 요즘은 '쿨'이 대세. 어떤 것도 선택하지 않는 것이 '쿨'인 걸까?

추천할 정도는 아니지만, 시간때우기로는 부족하지 않다.

2007/01/13 17:18 2007/01/13 17:18

어른아이 - B Tl B 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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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산통을 겪은 후에 발매된, 삼인조 '어른아이'의 데뷔 앨범 'B Tl B Tl'.

밴드 이름이로는 많이 생소할 '어른아이'입니다. 홍대 클럽 '빵' 등에서 조용히 활동해왔고, 밴드가 들려주는 음악 자체도 처음보는 사람들에게 강력한 인상을 주는 음악은 아니기에 한번 듣고 '괜찮았다' 정도로 스칠 수 있었겠구요. 오래전부터 음반 작업을 한다고 들은 듯한데, 11월 말이 되어서야 발매되었으니 그 작업이 상당히 힘들었나봅니다.  

빗소리와 함께 시작하는, 앨범 타이틀과 같은 제목의 첫곡 'B Tl B Tl'은 곡으로 주로 우울하면서도 차분한 음악을 들려주는 '어른아이'의 색깔을 보여주는 곡입니다. 첫곡으로 나쁘지 않지만 좀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첫곡에 '강렬한 인상'(어른아이에게는 좀 어울리지 않을 수도 있지만)이 중요한데, 그런 강렬함을 주기에는 너무 차분하고 쳐지는 느낌이 있습니다.

'Star', 첫곡으로 했으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이 드는 곡입니다. 우울하지 않고 오히려 조금 밝은 느낌도 나는 점이 첫곡으로 괜찮았겠다는 생각이 들게합니다. 도입부의 라디오를 통해듣는 느낌이 나는 보컬과 연주가 조금은 크리스마스가 가까워진 겨울이라는 생각도 들게하네요.

'꿈의 계단', 'Star'에서 시작된 분위기가 이어지면서도 더 몽롱한 느낌입니다. 꿈길을 달리는 듯한 기타 연주와 나즈막히 속삭이는 보컬이 '꿈의 계단'을 걷는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합니다.

'Make Up', 역시나 몽롱한 곡입니다. '꿈의 계단'의 '꿈 속의 몽롱함'아라면 'Make Up'은 '의식과 무의식 사이에 있을 법한 몽롱함'이라고 하고 싶습니다. 초반 낮게 깔리던 보컬이 드럼 연주와 함께 높아지면서 느릿느릿한 행진을 떠오르게 합니다. 차분한 발걸음이랄까요.

'아니다', 개인적으로 뒤에 나올 '상실'과 함께 이 앨범을 처음 들었을 때 가장 마음에 드는 곡입니다. 제목처럼 보컬과 가사에서 '쓸쓸한 실망'이 뭍어납니다. 처절하지 않고 냉정과 달관이 느껴지기에 그 실망이 더 무섭기만 합니다. '띠띠띠', '따따따' 같은 무의미한 가사들에서도 그 쓸쓸함이 진하게 느껴집니다.

'Sad Thing', "I saw you, you in me"와 "it's so sad, sad thing'을 주구장창 외치는 곡입니다. 파스텔뮤직의 컴필레이션 앨범 'Cracker'에 수록되어 익숙한 곡이기도 하구요.

'가까우리?', street noise라는 거리의 소리들과 소음들을 담고 있는 interude같은 트랙입니다. 현대인이 느끼는 '군중 속의 고독'을 전달하려고 한 것일까요? 이어지는 트랙 '상실'과 언관이 있어보입니다.

'상실', 쭈욱 이어져오던 몽롱함을 벗어나 현실이 느껴지는 곡입니다. 수록곡들 중 가장 긴, 뭔가 제대로된 내용을 가사를 갖춘 곡이기도 하구요. 가사에 등장하는 '나'와 '그녀'는 동일한 사람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듭니다. 사라진 '따뜻한 마음'과 '그날의 온기', '삶의 의미' 혹은 '봄'을 상실한 담담한 상실감이 느껴집니다.

'Lethe', 그리스신화 등장하는 '망각의 강'의 이름입니다. 죽은 자는 이 강의 물을 마시고 이승의 기억을 모두 잊는다고 하네요. 연주곡으로 반복되는 멜로디가 '망각'으로 빠져들게 하는 느낌이네요.

'It's raing', 제목에서부터 앨범의 마지막 곡으로 빗소리가 들리는 첫곡 'B Tl B Tl'과 짝을 이루는 곡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제목과는 달리 'B Tl B Tl'에서도 들을 수 있는 빗소리는 들리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앨범에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아마도 비가 내리고 있었나 봅니다.

전체적으로 우울한 곡들이 쭉 이어지는 흔하지 않은 앨범입니다. 우울하고 가라앉는 느낌이 강한 앨범은 처음부터 끝까지 듣기가 좀처럼 쉽지 않은데, 이 앨범은 그렇지 않네요. 건너뛰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편안하게 들을 수 있습니다. 마음을 잡아두는 신비한 호소력이 있다고 할까요? 처음부터 끝까지 '결정적인 한 방'은 찾기 힘들지만 그렇다고 빠지는 점이 있지도 않은, 고르게 분포한 그 무난함이 그 신비함의 핵심 중 하나가 아닐까하네요.

인상적이지 않지만, '파스텔뮤직' 소속의 많은 밴드들 중 '미스티 블루(Misty Blue)' 등과 더불어 '파스텔뮤직'다운 음악적 색깔을 들려주는 밴드 '어른아이'의 데뷔앨범 'B Tl B Tl'. 고요하고 긴 겨울의 밤, 조용한 방 안에서 그 만큼이나 조용한 어른아이의 음악과 함께 하는 건 어떨까요? 별점은 4개입니다.

*이 글의 핵심 내용은 12월 초에 썼습니다. 조금 살을 붙여서 이제야 완성해서 올리네요.
2007/01/04 23:25 2007/01/04 23:25

Humming Urban Stereo - Monochro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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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집과 2집 활동을 정리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Humming Urban Stereo'의 두번째 EP 'Monochrome'.

'Humming Urban Stereo'는 인터넷을 통해 유명해진 곡 'Banana Shake'가 수록된 데뷔 EP 'Short Cake'로 기대를 모았습니다.  이후 발매된 2CD로 발매된 1집 'Very Very Nice! and Short Cake'는 EP 'Shork Cake'와 '이지린'의 홈페이지(지금은 폐쇄되었지만)에서 100장 한정으로 발매되어 일부 매니아들이 소장하고 있는 EP 'Cove +3'에서 많은 수록곡들을 옮겨와서 정규앨범이라기 보다는 EP 모음집에 가까운 성격의 음반이 되어 아쉬운 점이 많았습니다. 2집 'Purple Drop'도 상큼한 곡들이 수록하고 있었지만 아쉬움은 가시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2집이 발표된지 약 7개월만에 발표된 EP 'Monochrome', 1집과 2집 활동을 정리하는 의미의 EP라기에 약간 기대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받아든 EP 'Monochrome', 확실히 디지팩의 디자인만으로는 앞선 앨범들의 연장선 상에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과연 내용물은 어떨까요?

'님', '이지린'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애절한 '발라드' 곡입니다. 이전까지 Humming Urban Stereo의 곡들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감정들을 담고 있습니다. 가사에서 상당히 한국적인 '한'의 정서가 담겨있는데, 가사를 처음 들었을 때 저는 고등학교 시절 즈음에 읽었던 시조 한 수가 떠올랐습니다.

동짓날 기나긴 밤을 한허리를 베어내어
춘풍 이불 아래 서리서리 넣었다가
님 오신 날 밤이어든 굽이굽이 펴리라

바로 '황진이'의 시조인데, '님'이 들려주는 절절한 감정이 이 시조와 닮아있지 않나요? (첫곡도 소개해야하는데 첫곡에 대해 생각하다 '님'으로 이어지면 그만 머릿속이 하얘집니다.)

'지랄', 제목부터 상당히 도발적인데 이전까지 'Humming Urban Stereo'의 음반들에서 듣기 힘들었던 강한 비트가 인상적인 곡입니다. EP나 2장의 앨범에 수록된 곡들에 '댄서블'한 곡들이 많이 있었지만 그 '가벼운 느낌'은 좀 석연치 않았는데, '지랄'에서는 이전까지와는 다른 '무게'가 느껴집니다.

'Sera Un Zoro', 제목에 '그녀는 여우가 될 거야'라는 뜻을 담고 있는 곡입니다. '이지린'이 부른 '님', '시에나'가 부른 '지랄'과 함께 '허밍걸'이 부른 이곡으로 삼인삼색(三人三色)의 '삼단콤보'가 완성됩니다. 톡톡 튀는 보컬이 상당히 흥겹습니다. 외국어 가사 뿐만 아니라 간간히 들리는 트럼펫과 여러 소리들이 이국적 풍경을 자아냅니다.

'Date', 무엇보다도 샘플링으로 사용한 배경음이 귀에 들어오는 곡입니다. 바로 역사 시뮬레이션 게임 '삼국지'를 해본 사람들이라면 잊을 수 없는 배경음악이죠.

'Say It's So', 'Humming Urban Stereo'다운 신나는 곡입니다. 듣다보면 가벼운 어깨춤이라도 추고 싶어집니다.

'에로 여배우'라는 상당히 선정적인 제목의 곡으로 도입부에서부터 끈쩍한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다분히 '관심 끌기용'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만, 한번 가사를 자세히 고찰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지성과 외모 갖춘 사람이 왜 에로 여배우가 되었을지가 궁금할 수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에로 여배우'라는 사실 만으로 색안경을 끼고 보는 세상을 비꼬고 있는 가사라는 생각이 드네요. 보컬은 '루싸이트 토끼'의 보컬 '조예진'이라고 하네요.

1집과 2집을 정리하는 EP라고 하지만, '정리'보다는 앞으로 찾아올 새로운 변화를 '예고'하는 EP라는 느낌이 더 강합니다. 그만큼 지금까지 들을 수 없었던 새로움을 들을 수 있고, 그 변화가 상당히 반갑고 기대됩니다. 'Humming Urban Stereo'의 음악을 처음 듣는 사람에게 음반을 추천한다면, 데뷔 EP 'Short Cake'과 더불어 이 EP를 추천하고 싶을 정도로요.

2006/11/21 23:32 2006/11/21 23:32

이루마 - h.i.s. monologue (one day diary... 19th septemb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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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간 정규앨범과 비정규 작업 등으로 꾸준히(1년에 앨범 2장 정도) 앨범을 발표하고 있는 '이루마'. 역시 올해도 올 봄에 발매되었던, 비정규 작업인 '봄의 왈츠 classic'에 이어 5번째 정규앨범을 발표했습니다. 이번 정규앨범의 타이틀은 'h.i.s monologue', 부제로 'one day diary... 19th september'를 달고 있습니다. 행여나 혹자는 이렇게 이야기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군대가기 전 하루동안 뚝딱 만들어낸 앨범'이라고...

아기자기한 서정미를 들려주는 '이루마 스타일'을 정립한 두번째 정규앨범 'First Love'와 그 스타일을 이어간 3번째 'From The Yellow Room'에 이어, 작년 11월에 발매된 4번째 'Poemusic'은 '정규앨범'이라고 부르기에는 좀 낯선 소리들을 들려주었습니다. 첫 세장의 정규앨범을 통해 들려주었던 '피아노'를 기본으로 하여 '현악'이라는 양념을 가미한, 전형적인 '이루마 스타일'이 아니었으니까요. '드럼', '기타', '베이스' 등과 함께한 'Cross-over'적인 시도는 지난 정규앨범들의 연장선에서 벗어나있었기에, 정규앨범이라기보다는 이미 2장이나 발표했던  'special album'이라고 불러야 어울릴 법한 것이었습니다. 짜임새 속에서 풋풋한 감성을 느낄수 있었던 'First Love'와는 달리  앨범 전체를 관통하는 '짜임새'가 부족했습니다. 물론 'Poemusic'도 감상용으로 좋은 편이었고 앞선 앨범들에서의 감수성이 느껴지는 'Wonder Boy'같은 곡들도 있었지만,  'Cross-over적인 시도'와 '이루마'다운 감수성이 혼재하면서 '한 편의 이야기'라기보다는 '이리저리 쉬갈겨 쓴 메모들을 모아놓은 느낌'이라고 할까요?

그렇기에 이번 앨범의 발매 전부터 기대만큼의 우려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뚜껑은 열렸고 그런 우려를 불식시키기에 충분한 내용물을 담고 있었습니다. 군대가기 전 급하게 만든 앨범이라고 오해할 수도 있을, 지금까지 그의 정규 앨범들 중에 가장 적은, 10곡을 담고 있지만 전체의 플레이 타임은 48분 정도로 절대 짧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많은 이루마의 곡들이 3~4분대였던 점을 생각한다면 이번 앨범의 수록곡들은 평균 5분에 가까우니, 한 곡 한 곡에 얼마나더 시간을 노력을 기울였을지 유추해 볼 수 있겠습니다.

'자, 이제 그의 독백과 함께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h.i.s. monologue', 조용한 전자음과 함께 시작하는 곡입니다. 2분 30초가 안되는 짧은 곡으로 intro의 성격이지만 이번 앨범의 지향점을 간결하게 들려주고 있습니다. '이루마'의 앨범을  모두 들어보았다면, 비슷한 전자음을 들은 기억이 있을텐데 바로 2004년에 발매된 special album인 'Nocturnal lights...they scatter에서 일겁니다. 수록곡들의 제목만으로도 이런 연상이 단순히 '느낌'만은 아니라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습니다.

'one day diary', 이제까지 '이루마'의 곡들은 5분을 넘지 않았지만 이곡은 7분이 넘는 대곡입니다.(참고로 이번 앨범에서는 5분을 넘는 곡이 절반인 5곡이나 됩니다.) 제목처럼 하루를 담아내고 있는데, 하루 중에도 아침, 점심, 저녁에 따라 많은 것이 변하듯, 서로 다른 3부분으로 나눌 수 있고 어찌 들으면 세 곡을 붙여놓았다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긴 재생시간에도 전혀 지루함을 느낄 수 없는데, 세 부분이 마치 전혀 다른 세 곡 같기 때문이죠. 첫번째 부분은 창 밖의 빗소리, 천둥소리와 함께 시작됩니다. 막 잠에서 깨어 눈을 뜬, 어느 비내리는 10월 아침의 곡이죠. 아침이지만 평온하게 흘러가니, 이른 새벽이거나 휴일의 아침일 수도 있겠네요. 이런 날이면 우연히 그리운 얼굴을 보게 될지도 모르죠. 다시 빗소리가 들리면서 곡의 분위기가 바뀝니다. 계속 빗소리가 들리는 것으로 볼 때, 이제는 실외인듯 하네요. 비와 사람들로 붐비는 거리에서 그리운 뒷모습를 발견했을지도 모릅니다. 사람들을 헤치며 좇았지만 결국 인파속으로 사라집니다. 천둥소리가 들리면서 곡의 분위기는 마지막으로 변합니다. 다시 여유가 찾아온 밤이겠죠. 일기를 씁니다. 일기장을 덮고 잠이 듭니다. 하루가 그렇게 또 갑니다.

'Septemberise', 조용한 방에서 CDP로 들어보기를 권하는 곡입니다. 피아노 소리 아래로 낮게 깔리는 '이루마'의 흥얼거림을 들어보세요. 이루마의 음성 뿐만 아니라 소리의 '공간적 배치'도 눈에 띄는 곡입니다. 옆에서 들리는 피아노 소리에 화답하는 듯 잠시 멀리서 들려오는 피아노 소리, 이제까지 이루마의 곡들에서는 들을 수 없었던 '또 다른 시도'네요. 9월을 뜻하는 단어 'September'를 변형해서 만든 단어 'Septemberise', '9월이 되다' 혹은 '9월이 오다' 정도의 뜻을 담고 있을까요? 경쾌한 피아노의 선율에서 시원한 가을의 공기를 느끼며 점점 물들어가는 가로수 사이로 달리는 자전거가 떠오릅니다.

'Lord... Hold My Hand', 제목만큼이나 평온한 느낌의 곡입니다. 제목과는 관계 없이 역시 '가을'이라는 주제와도 잘 어울리는데, 앞선 곡이 '시원하게 달리는 자전거'같은 곡이라면 이 곡은 단풍잎 끝에 찾아온 가을을 느끼며 걷는 '여유로운 늦은 오후의 산책'같은 곡입니다.

'air on D', '이루마의 곡'이라고 하기에는 상당히 특이한 분위기의 곡입니다. 이전까지는 느낄 수 없었던 '불안함' 혹은 '불온함'이 느껴집니다. 느린 피아노의 쓸쓸함과 바탕에 깔리는 소리들의 긴장감이 어우러지면서 그런 불안함이 조성됩니다. 곡이 진행하면서 한 음 한 음  강하게 들려지는 피아노 소리의 비장함은 그런 느낌을 강화시키구요. 이 곡에서도 '소리의 공간적 배치'가 느껴집니다. 사막의 지평선 끝 신기루처럼 멀리서 들려오는, 마치 어느 이교도들의 예식에서 들을 법한 소리들, 그리고 바로 눈 앞에서 펼쳐지는 '무희'의 처절하지만 절도있는 춤사위같은 피아노의 선율...그 신기루는 멀어지는 듯하다 다시 가까워지고 이교도들의 예식은 무희의 춤과 어우러집니다. 한 무리가 된, 그 쓸쓸한 축제는 점점 사라집니다. 6분이나 되는 짧지 않은 곡이지만, 처음느끼는 묘한 분위기에 다시 반복해서 듣게되는 상당히 중독적인 곡입니다. 개인적으로 상당히 마음에 드는 트랙이기도 하구요.

'The Sundeams They Scatter...', 바로 'Nocturnal lights...they scatter'에 같은 제목으로 실렸던 곡입니다. 이전과 비교해보면 한 음 한 음의 음색이 더 선명해졌고, 음의 울림이 더 맑아진 느낌입니다. 비 온 뒤 맑게 개인 아침,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들 사이오 쏟아지는 햇살의 느낌, 제목같은 맑은 느낌입니다.

'Poemusic-Logue', 제목만으로는 전작 'Poemusic'의 연장선에 있거나 전작에 실리지 못한 곡인가 봅니다. 6분 40여초나 되는 역시 긴 곡인데, 만약에 전작에 실렸다면 '베스트 트랙' 중 한 곡이 되었을 만한 곡입니다. 단지 피아노 연주만으로, 속주같은 기교가 없이도 충분한 감정을 전달하는 '이루마의 내공'이 느껴집니다. 지난 앨범들에서 이루마의 대표곡들같은, 멜로디와 음의 아기자기한 배치에 의한 감정 형성이 아닌 피아노 소리가 음이 아닌 울림으로만 남는 공간에서도 감정이 느껴집니다.

'Improvisation', 역시 많이 본 제목이고 '즉흥시'라는 뜻을 가진 곡입니다. 앞에 너무 좋은 곡들이 즐비해 있어 상대적으로 눈에 띄지 않을 수 있지만, 'First Love'보다 성숙함이 강했던 세번째 앨범 'From The Yellow Room' 즈음에서 느낄 수 있었던 '이루마의 느낌'이 있는 곡입니다.

'H.I.S. Heaven', 제목에서나 소리에서나 첫곡 'h.i.s. monologue'의 연장선에 있을 법한 곡으로 다음 곡이 있지만 이 앨범의 마지막 곡이나 마찬가지인 곡입니다. 유유히 흐르다가 격정적으로 변하는 연주은 그 끝에서 '천국'을 발견한 '환희'였을까요?

'He Knows My Name', 보너스 트랙 성격의 곡입니다. 앞선 곡이 마지막곡이라고 했는데, 그 이유는 이 곡이 유명한 외국의 CCM 뮤지션의 곡을 피아노로 편곡해서 연주한 곡이기 때문입니다. 이루마의 곡도 아니거나와 CCM 쪽에서는 좀 유명한 곡이니, 정규앨범에서 정식 수록곡이라고 부르기에는 '함량미달'이라고 할 수 있겠죠. (국내에서도 센세이션일 일으켰고 얼마전에 영화와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된 일본의 만화, 노트에 이름이 적히는 죽는 그 만화를 생각해보면 무서운 제목입니다. '그가 내 이름을 알고 있어!!')

'이루마'라는 이름을 본격적으로 알리기 시작한 2집과 '이루마'를 한국 newage계의 정점에 올려놓았던 3집을 통해 '이루마 = 한국 newage의 새로운 바람' 정도의 등식을 성립시켰다면, 다분히 실험적이었던 4집의 산고를 겪은 후 탄생한 5집 'h.i.s. monologue'을 통해 이루마의 음악세계는 또 다른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2집과 3집으로 대표되는, 그에게 '대중적 인기'를 선사한 '용매'에 special album과 4집의 실험을 통해 터득한 '용질'을 녹여 완성한,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할 만한 앨범 'h.i.s. monologue'로 이제 그는 '젊은 바람'을 넘어서 '거장(巨匠)으로 가는 길'에 한 발을 들여놓고 있습니다. 아직 젊은 그가 '거장으로 가는 길'을 숨죽여 지켜봅시다.

그의 discography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앨범으로 남게될 'h.i.s. monologue', 별점은 4.5개입니다.
2006/11/17 01:56 2006/11/17 01:56

사랑(love)의 대명사, bluo.net?

얼마전에 블로그의 '리퍼러 로그'를 보다가 알게된 일이다.

'love'라는 보통명사로 접속하는 일이 있었다. 그 흔한 단어 love로 여기까지 접속하다니!!

리퍼러 로그를 클릭해보니 '구글 코리아'로 이어졌다.

놀라운 사실은 'love'로 검색했을 때, 첫번째 페이지 맨 위에 있다는 점!!

'전체 웹'으로 검색하면 안되고 '한국어 웹'에 한정지었을 경우만 해당되지만, 놀라운 일이다.

단지 이 블로그 안에서 love를 필명으로만 쓰고 있을 뿐인데!!

이제 블로그 이름을 '사랑의 대명사, bluo.net'이라고 바꾸어야할까?
2006/11/15 21:25 2006/11/15 21:25

한젬마 - 화가의 집을 찾아서

1999년에 발매되었던 '그림 읽어주는 여자'와 2001년에 발매된 속편 '나는 그림에서 인생을 배웠다' 이 후, 정말 오랜만에 출간된 '한젬마'의 책 '화가의 집을 찾아서'와 '그 산을 넘고 싶다'. 구입할까 망설이다가 두 권을 세트로 구입하면 적립금도 각각 구매할 때보다 높기에 '반충동구매'식으로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월야환담 창월야' 등과 함께 구입했던 책이다. '에쿠니 가오리'의 신작을 하루도 안걸려 다 읽은 것에 비하면, 이 책은 조금씩 읽다보니 한 달도 더 걸렸다.

'한국미술에 관한 입문서'같은 책이다. 그렇기에 한 작품에 대한 깊은 내용을 담고 있지는 않지만, 작가들의 인생이나 미술관 등을 지루하지 않게 재조명하고 있다. 미술이나 미술사를 공부하는 사람들에게는 시시한 이야기가 될 수 있겠지만, 나처럼 미술에는 문외한(門外漢)에 가까운 사람들에게는 충분히 신선한 내용이 될 수 있다. 중고등학교 시절에 미술 교과서에서 보았던 '나무와 두 여인'을 그린 '박수근' 화가나 '초충도'를 그린 '신사임당'의 인생에 대해 읽는 기회가 흔하겠는가?

아직 두번째 책 '그 산을 넘고 싶다'를 읽지 않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감정은 '우리미술'에 대한 '자부심'일 수도 있지만 그 보다는 '수치심'이었다. 그 '수치심'은 다름아닌, 현재 한국에 전반적으로 만연해 있는 '문화에 대한 무지' 때문이었다. 매일 정부와 언론은 '문화강국'을 외치고, 모두들 '문화인'인듯 해외 유명 작가의 전시회가 열릴 때마다 구름처럼 사람들이 모여들지만 정작 우리의 문화에 대해서는 그리 소홀한 것일까?

유명작가와 작품이 하루 아침에 하늘에서 떨어진 것일까? 유명작가가 탄생하기까지 문화에 대한 인식과 문화 활동에 대한 지지기반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르고 있는 것일까? 어찌 우리나라는 '베짱이의 노력'으로 '개미의 성과'를 이룩하기만을 바라고 있을까? 눈 앞에 이익이 없다는 이유로 천대되던 미술을 비롯한 문화의 힘이 21세기에 발전의 원동력이라는 것을 뒤늦게 알아챈 한국이지만, 이 책을 보면 '알았다는 것'을 결코 알았다고 할 수 없겠다. 실천이 따르지 않는 앎은 가치가 없으니까.

지역 개발을 이유로 동네 주민에게까지 위협받고 있는 한 작가의 생가를 보면서 안타까울 뿐이다. 옛날의 업적이나 외국의 업적만을 좇을 뿐, 현재의 그리고 우리의 업적을 만들어나갈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우리의 모습은 안타깝기만 하다. 후대에 빈약한 문화유산을 물려받은 후손들이 20세기, 21세기에 한국에 살았던 세대의 무지와 몽매함을 얼마나 비웃을까?
2006/11/10 04:59 2006/11/10 04:59

대형 사이트들과의 조우

사실 저의 근황같은 이야기지만, 제목을 좀 자극적(?)으로 써 보았습니다. 제목이 '대형 사이트들과의 조우'인데, 정말 대형사이트들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우선 '싸이월드'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올 여름즈음에 '싸이월드 뮤직'에서 '탐음매니아'라는 것을 뽑고 있었고, 또 다른 시기에 '싸이월드'의 새로운 서비스 '싸이월드 스테이지'에서 '스테이지 매니아'라는 것을 뽑고 있었습니다. 사실 '탐음매니아'는 큰 관심이 없어서 모르고 있었는데, 예전에 '싸이월드 뮤직'에 올렸던 리뷰 중 하나가 '주간 Best'로 선정된 일이 있었습니다. 그것 때문인지 '싸이월드 뮤직' 측에서 '탐음매니아'에 도전해보라고 쪽지가 왔고 결국 지원했지요. '스테이지 매니아'의 경우에는 우연히 선발한다는 배너를 보게 되었고 '인디문화'를 알리는 일이라고 하기에 지원했습니다.

그런데 9월 말에 두 개 다 덜컥 되었네요. '스테이지 매니아'는 '1기'이고 '탐음매니아'는 '2기'가 되었습니다. 둘 다 분기별로 선정해서 저는 2006년의 마지막 분기인 '10~12월'에 활동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스테이지'나 '뮤직' 모두 리뷰를 올리는데, '스테이지'에는 공연 리뷰를, '뮤직'에는 당연히 음반 리뷰를 올리고 있어요.

'싸이월드 스테이지(http://stage.cyworld.com)'와 '싸이월드 뮤직(http://music.cyworld.com)'에서 종종 저의 글들을 볼 수 있으실 거에요. '뮤직'에 올라가는 리뷰들은 여기의 글들과 차이가 없겠지만, '스테이지'에 올라가는 공연 리뷰들은 여기서는 밴드별로 잘라서 올리는 글들을 하나로 합쳐야하고 '소개되는 밴드를 잘 알지 못한다'는 가정 아래 써야하기에 좀 더 추가되는 내용이 있을 수도 있겠어요.

사이트'들'이라고 했으니 다른 사이트 이야기를 하나 더 할게요. 정말 오랜만에 '예스24 이주의 리뷰'에 '하도'의 '우리의 6구역' 리뷰가 선정되네요. 올해 4월에 '러브홀릭'의 'Nice Dream'이 선정된 후로 정말 오랜만입니다. 2005년에는 리뷰를 쓰는 사람이 적었는지 6, 7, 8월에 연속으로 되었는데 올해는 많이 써도 선정되기가 힘드네요. '예스24'에서 선정된 리뷰들을 위해 '예스24 이주의 리뷰'라는 태그를 추가하였어요.

하지만 첫번째 선정되었던 리뷰는 얼떨결에 선정된 것이기에 어떤 리뷰인지 알 수가 없네요. '에스24'에도 '이주의 리뷰'의 리뷰가 완전히 자리잡기 전이라 기록이 남아있지 않구요.

* 생각해보면 나름대로의 수익모델이랍니다. 싸이월드 활동으로 한 달에 도토리 100개씩, 두 가지를 하고 있어 200개가 들어오고 예스24는 한번 선정되면 3만원 상품권이...
2006/11/07 22:21 2006/11/07 2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