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보다 큰

그림자


나보다 큰 그림자...

나보다 큰 내 삶...

나보다 큰 세상...

나보다 큰 내 운명...

결국 나는 너무나 작아서,

어떤 것도 할 수가 없네요.
2006/12/18 17:08 2006/12/18 17:08

돌이킬 수 없는 것들

두 사람이 있었다.


"어떤 원소는 동물이 먹고 소화하고 배설물되서 바다로 흘러간 후 침전해서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데. 사람을 포함한 모든 동물들은 지금까지 계속 육지에 있는 그 원소를 이용한 거지."

"그럼 육지에서 그 원소가 고갈되면 동물은 모두 멸종되는 건가?"

"아마 그렇겠지."

"슬픈 이야긴 걸. 하긴 그런 일이 있기전에 우린 없어지겠지만."

"뭐, 그렇지. 돌이킬수 없는 건 한 사람의 삶도 마찬가지니."

"정말 돌이킬 수 없는 거야?"

"뭘?"

"그 원소."

"모르지. 지각변동이 일어나서 바다가 육지가 된다면 되돌아가는 게 아닐까?"

"그럼 다행이네."

"삶이란 것도 전혀 되돌릴 수 없지는 않을거야. 물론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겠지만."

"어떻게?"

"윤회(輪廻)를 믿는다면."

"불교에서 죽고난 다음에 다시 태어나는 거?"

"응. 그거."

"좀 다른 거 아냐?"

"되돌린다는 표현이 잘못되으면, 다시 시작하는 거라고 해야하나?"

"그럼, 그때도 우리 만나서 이런 이야기들을 할 수 있을까?"

"모르지. 아마 할 수 없을지도 몰라."

"그건 좀 아쉬운데."

"뭐, 인연(因緣)이라면 다음 삶에서도 이렇게 다시 만날 수 있을거야."

"인연이 아니라면?"

"인연이 아니라는 건 없을거야. 다만 그 인연이 약하다면 그땐 그냥 스쳐지나갈 수도 있겠지."

"그것도 슬픈이야기다."

"걱정마. 내가 널 꼭 알아볼테니."

"정말?"

"응. 하지만 혹시 모르니 너도 꼭 알아봐줘."

"응. 그럴게. 꼭."

언젠가 당신을 다시 만나고 싶습니다.
2006/12/18 10:38 2006/12/18 10:38

눈이 녹으면

두 사람이 있었다.


"눈이 녹으면 몸이 온다고 그랬나?"

"응, 그렇지."

"한 가지 더 있어."

"음. 뭐?"

"눈이 녹으면 더 추워진다는 거."

"그런가?"

"눈이 녹으면서 대기중의 열을 빼앗으니까..."

"그렇겠네. 그렇다면 봄이 되기까지의 산통인 건가."

"뭐, '열병'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

"열병?"

"응, 열병. 고독을 벗어나기까지의 열병."

"음..."

"고독에 머무를 때는 쓸쓸함을 느끼지 못할 때가 많잖아."

"아! 그 고독이라는 겨울이 녹는 봄이 아까워지면 비로소 쓸쓸함을 느끼게 된다?"

"응, 그때가 되어야 그 쓸쓸함이 한꺼번에 찾아오겠지. 계절이 바뀌면서 감기에 잘 걸리듯."

"겁나는데!"

"응?"

"아마, 너무 고독 속에 오래 있던 사람은 그 열병이 찾아오면 죽을지도 몰라."

"그런건가."

"어, 눈이다."

"올해도 느지막하게 오는구나."

"한번 고독 속을 걸어볼까?"

"그래."
2006/12/17 23:08 2006/12/17 23:08

선물



네,

초침은 쉬지 않고 달려갑니다.
두 사람의 침묵은 쉼어감이 없습니다.


네,

어떤 선물도,
어떤 편지도,
어떤 말조차,
그대에겐 근심이라 하시기에
미소를 지을 뿐입니다.


네,

일어설 때입니다.
한숨을 쉬십니다.
돌아설 때입니다.
빗물만 흐릅니다.


네,

초침만 아직도 쉬지 않고 달려갑니다.
두 사람의 침묵은 영원으로 달려갑니다.
2006/12/16 17:21 2006/12/16 17:21

Puzzle

누구나 마음 한가운데 퍼즐을 갖고있어.

삶이란 그 조각들을 찾고 맞춰가는 과정.


어떤 조각이 있어. 아주 중요한.

그 조각이 없으면 다른 모든 조각으로도 완성할 수 없지.

some says it is a delight.

other says it is a sadness.


그런 조각이 있어. 아주 소중한.

그 조각만 있으면 다른 모든 조각 없이도 완벽할 수 있지.

some says it is the whole

other says it is empty


모르지. 정말 그 조각이 끝인지.

삶이라는 퍼플의 마지막일지, 또 다른 퍼즐의 시작일지.

some says it is a lie

other says it is a truth




I don't know, I can't know

but...

I wanna know...

2006/12/15 23:59 2006/12/15 23:59

사랑받지 않기 위한 눈물겨운 노력


"날 사랑하나요?"

누군가에게 그런 질문을 한 적이 있다. 질문을 받은 사람은 슬픈 미소를 지으며 시에나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 미소가 견딜 수 없어서, 시에나는 재빨리 고개를 흔들고 피아노 앞에 앉았다. 하지만 모차르트도 슈베르트도 브람스도 기억나지 않았다. 그렇게 해서 그 어색하고 슬프고 막연한 침묵이 시작되었다. 두 사람이 무슨 이야기를 할까 망설이는 사이에 침묵은 점점 깊어져서, 마침내 그들의 힘으로 어떻게 할 수 없을 만큼 커져 버렸다. 시에나는 피아노 앞에 가만히 앉아서, 그가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는 소리를 들었다. 눈물은 나오지 않았다. 아주 오래 전의 일이다.

"날 사랑하나요?"

니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질문을 한 적이 있다. 하지만 그 질문은 소리가 되지 못한 채, 니나의 마음속에서만 맴돌았다. 수백 번 혹은 수천 번 정도 회오리바람을 그리며 맴돌았다. 그렇게 맴돌기만 한 질문에 대해 대답을 해줄 사람은 없다. 그래서 질문은 언제까지나 홀로 남아버렸다. 꿈에서조차, 니나는 그 말을 입 밖으로 꺼낼 수 없었다. 그건 그저 홀로 남아버린 질문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건 물어보지 말아야 했다고, 긴 시간이 흐른 후에 시에나는 생각했다. '날 사랑하나요?'라는 말을 꺼낸 그 순간, 사랑은 재빨리 어디론가 달아나버리고, 두 사람 사이에는 끝을 알 수 없는 공허만 남아 있게 되리라는 걸, 시에나도 잘 알고 있었다. 알고 있었는데도 참을 수 없었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이 어느 쪽이래도 상관은 없었다. 어쩌면 제대로 된 대답 같은 건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질문은 그런 거였다. 질문 그 자체로 완결되어야만 하는데, 또한 완결될 수 없는 본성을 지니고 있는 거였다.

그때 물어봤어야 했다고, 몇 번이나 니나는 생각했다. '날 사랑하나요?'라는 질문은 밖으로 나가지 못한 채, 니나의 마음속에 땅을 파고 뿌리를 내리고 싹을 띄우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었다. 그러나 그 열매는 누구의 마음 하나 기쁘게도 슬프게도 하지 못한 채 혼자 시들어, 다시 흙이 되었다. 그리고 세상은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
...

와인을 마신 대니가 소파에서 잠이 든 사이, 시에나와 제이는 정원에 놓인 의자에 나란히 앉아 하늘을 올려다본다. 비가 그친 하늘은 검은 보랏빛을 띠었다가, 빠른 속도로 암흑 속에 잠긴다.

"시작해도 되는 건지 안 되는 건지 생각해볼 사이도 없이, 이미 시작되어버리는 일들이 있어."

낮은 목소리로, 시에나가 말한다.

"그래서 언제나 노력이 필요해."

"무슨 노력이요?"

제이가 묻는다.

"사랑받지 않으려는 눈물겨운 노력."

여전히 TV에서는 글렌 굴드가 피아노를 연주하고 있다. 혹은 피아노가 글렌 굴드를 연주하고 있다. 그 소리는 아무도 들을 수 없지만, 바흐의 골드베르크가 몇 번이고 되풀이 되고 있다.


<'페이퍼' vol. 132, '경신 section'의 '사랑받지 않기 위한 눈물겨운 노력' 中>

2006/12/14 21:08 2006/12/14 21:08

오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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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그리운 날입니다.

편지를 읽을 수 있다면, 편지를 쓸게요.
노래를 들을 수 있다면, 노래 부를게요.

This is a poem for you
This is a song for you

오늘은 설레는 날입니다.

매력 하나 없지만 불러준다면, 달려갈게요.
유치한 이야기라도 웃어준다면, 이야기할게요.

오늘은 아니겠지만, 아직은 아니겠지만
오늘같은 어느날, 아니 멀고 먼 훗 날에...

It's a day for you.
It's a day for me.


저도 볼 수 있길 바래요.
오늘 그대가 꿈꾸었던 미래들...
언젠가 저에게 보여주시려나요.

오늘은 꿈꾸는 날입니다.
2006/12/14 00:52 2006/12/14 00:52

모든 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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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가라앉아 있던 기분을 정말 좋게 만든 노래 '캐스커(Casker)'의 '모든 토요일'. 주말이 가까워지면 왠지 들뜨는 기분을 정말 잘 표현한 노래입니다.

오랜 대학생활동안 주말에 별일 없이 지냈고, 최근 2년 동안은 홍대를 방황해서 거의 대인 관계가 최악에 가까워지고 있지만, 그래도 어쩔수 없나봅니다. 나이도 적지않은, 20대 중반이건만 토요일이 가까워지면 조금은 흥분이 됩니다. 특히 날씨가 좋은 날이면 더더욱 그렇지요.

'뭔가 좋은 일이 생기지 않을까?', '뭔가 즐거운 일이 생기지 않을까?'...뭐 그런 일이 정말 생긴 일은 아마도 1년에 한번 있을까 말까 하지만요.

아무 계획이 없는 주말이면, 오랜만에 '반가운 얼굴', '그리운 얼굴'들이 불러주었으면 하는 생각도 듭니다. 요즘처럼 정신없는 때면, 정말 노래가사처럼 어디론가 데려가주었으면 합니다.

부질 없는 기대임을 알면서도 또 기대해봅니다. '모두 토요일에 약속은 있으신가요?'
2006/12/13 02:01 2006/12/13 02:01

Into the Abyss

나의 비명

다시 고개를 드는 너.

나의 눈물과 너의 속삭임.


빛을 가리고 마음을 버리고

이제는 너에게 입맞추고


내 모든 외마디들

차가운 메아리로 울릴

그 끝을 알 수 없는 저 깊고 차가운 바다.

빛도 감정도 죽어버린,

소리도 손길도 닿을 수 없는 해저의 심연 속으로...


가라앉기를...

잊혀지기를...

영원히...

영원히...


먼 훗 날 언젠가 화석으로 기억되기를...

2006/12/12 23:07 2006/12/12 23:07

encoding of 20061203~20061210

12월 3일부터 10일 사이에 추출한 5장의 앨범.

'Maximilian Hecker'의 내한 공연갔다가 산 앨범 두 장. 3집 'Lady Sleep', 좋다! 너무 좋다! 이번 겨울에 애청하게될 음반. 4집 'I'll Be A Virgin, I'll Be A Mountain'은 3집이 너무 좋아서 뒷전. 하지만 'Maximilian Hecker'다운 곡들을 담고 있다. 3집이 좀 물리면 종종 들어야지.

'어른아이', 데뷔 앨범 'B Tl B Tl'. 흔하지 않은, 독특한 케이스에 내용물도 좋다. 처음부터 끝까지 조근조근 차분하고 조용한 곡들로 일관하기가 쉽지 않은데 그러면서도 느껴지는 어떤 호소력. 그래서 지루하지가 않다. 조금은 건조하고 슬픈 울림들. 'Star'부터 '꿈의 계단', 'Make Up', '아니다', 'Sad Thing' 그리고  '상실'로 이어지는 황금라인업.

'캐스커(Casker)'의 세번째 앨범 'Between'. 지난 앨범이 상당히 좋았기에 기대가 컸기에 완전히 만족하기 어렵지만 그래도 상당히 괜찮은 앨범. 보컬 '융진'의 비중이 더 커졌기 때문인지 더 강렬해지고 더 편한 곡들이 많다. 특히 '모든 토요일' 너무 흥겹고 좋구나.

'플라스틱 피플'의 정말 오랜만에 나오는 2집 'Folk, Ya!'. 앞서 소개한 앨범들 때문에 사실 한번 들었다. 쿵짝거리는 플라스틱 피플다운 느낌은 그대로. 더불어 초도 한정으로 제공되는 EP 'Plastic People'도 추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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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2/12 21:52 2006/12/12 21: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