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규모 아카시아 밴드 in 2009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얼마전에 열렸던 '2009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은 라인업이 공개되면서 그 라인업이 '쌈지 사운드 페스티벌'을 연상시킨다하여 '쌈사포트'라고 불리기도 했습니다. 바로 같은 기간, 다른 곳에서 열리는 '지산밸리 락 페스티벌'로 해외 유명 뮤지션들이 대거 포섭되면서, 국내 뮤지션 위주로 꾸려나게된 결과죠. 한마디로 '안습의 펜타', '패배의 펜타'였습니다. 저는 인천에 거주하고 쌈사포트가 되어 조기예매시 3일권을 6만원에 구입할 수있어서 펜타포트를 선택했죠. 하지만 1일 초대권의 남발로 여러곳에서 초대권을 얻어서 조합하면 3일을 다 볼 수도 있어서 '분노의 펜타'가 되어버리더군요.

첫 날 가장 관심가는 밴드는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였습니다. 그나마 뒤늦게 공개된 라인업에는 원래 마지막 날인 일요일 순서였는데,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페스티벌 시작 1~2일전에 금요일로 바뀌었더군요. 지산쪽으로 분산이 되었을테고, 첫 날에 아직 이른 시간이라 그랬는지, 펜타포트는 한산했습니다.

'고고보이스'의 다음 순서로 무대에 올라온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는 3인조로 올라왔습니다. 작년의 어쿠스틱 공연을 빼면 참 오랜만에 보는데, 민홍형은 역시 기타를, 은지누나는 베이스를 메고 있었고 그리고 요조와 함께 하던 시절 드럼을 담당했던 진호씨가 올라왔습니다. 두 남자는 원래 그 포지션이었지만, 오래 못본 동안 사진으로만 보아온 베이스를 멘 은지누나의 모습 때문에 어떤 다른 음악적 변신이 있었는지 궁금했습니다. (은지누나는 원래 베이시스트였답니다.) 1집과 2집 사이에서 큰 음악적 변화를 보여주고, 2집의 색은 3집과 또 다른 앨범인 '요조'와의 합작 앨범으로 이어졌는데, 멜로디언이나 키보드대신 베이스가 등장했다는 것은 큰 변화를 예고하기에 충분했으니까요.

5곡 내외를 들려주었는데 모두 신곡이었습니다. 4집에 수록될 곡들로 펜타포트에서 처음 들려주는 곡들도 있다나요. 4집의 첫인상은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식 슈게이징'이었다고 할까요? 1집이 '제 1기', 2집과 3집 그리고 요조 합작이 '제 2기'였다면 '제 3기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의 시작'이라고 해야겠습니다. 보컬은 극히 자제하고 신발끝을 바라보며 연주에 집중하는 슈게이징 음악처럼 연주에 상당히 중점을 두었기에, 진짜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인지 낯설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변화가 있었지만 그래도 '소규모다움'을 잃지 않았습니다. 앞선 분위기가 상당히 분위기를 띄워놓은 상태라서 '락 페스티벌'과는 거리가 있었던 소규모의 음악이 걱정이 되었는데, 괜한 걱정이었죠.

쉽게 싱얼롱할 수 있는 소규모만의 특기라고 할 수있는, 단순한 멜로디와 그만큼 단순한 가사, 그리고 소박한 참여를 이끌어내는 소규모만의 마력으로 관객들을 움직였습니다. 관객들은 앞선 밴드때보다도 뜨거웠고, 더욱 많이 모여들어서 '그래도 펜타포트가 완전 망하지느 않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그리고 약 30분의 공연은 너무 짧게도 지나갔습니다. 단독공연이 기대될 뿐이었죠.

소규모의 순서가 끝나고 무대 뒤쪽으로 가니, 다행히도 소규모의 멤버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언제나 관객석을 유심히 보는지, 저보고 맨 앞에서 열심히 봤다고 하는 은지누나의 말은 참 오랜만이고 즐거웠습니다. 아주 예전에 소규모의 단독 공연 뒷풀이때였나, 그때도 그런말을 들었었거든요. 대학생으로 보이는 여자 두 분이 종이에 싸인도 받고 기념 촬영도 하고 가더군요. 영화 때문인지 아니면 방송 때문인지, 12시부터 촬영을 위해 쉬러가는 모습을 뒤로 하고 돌아왔습니다. 오랫동안 함께한 진호씨는 정식 멤버로 영입이 되었더군요.

KBS1 TV에서 지난주 금요일(8월 7일부터)부터 총 3부작으로 매주 한 편씩,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의 음악 여행을 방영하고 있네요.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의 여름 소야곡'이라는 제목인데, 시골의 재래시장에서 만나는 그들의 모습이 낯설지가 않네요. 그들의 편안한 옷차림과 말투, 그 모습들이 시골장의 풍경에 녹아들어서, 마치 '시골사람'처럼 보이더군요. 다큐멘터리 영화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 이야기'도 공개될 예정이라고 하니, 이 기세를 몰아서 가열차게 4집을 내야하는 것이 아닐까 하네요. 빨리 만나고 싶습니다. 소규모의 단독 공연, 그리고 4집.

2005년 어느날 공연 뒷풀이에서 받은 사인씨디. 공연사진은 부실하지만 http://loveholic.net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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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10 22:24 2009/08/10 22:24

Mint Festa(민트페스타) Vol. 21 : Drift in 7월 19일 상상마당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을 1주일 남겨둔 지난 주말, 금토일 3일 연속 홍대 공연 출동으로 전야제가 아닌 '전주제(前週祭?)'를 지냈다고 하겠습니다. 일요일, 그 3일 연속 출동의 대미는 바로 '상상마당'에서 있었던 'Mint Festa(민트 페스타)'의 21번째 이야기(Vol. 21), Drift였습니다. '굴소년단', '오지은', '요조', '해오', 'Alice in Neverland(앨리스 인 네버랜드)'의 라인업은 초호화이자 제가 보고 싶어하는 뮤지션들을 모아 놓은 라인업이었구요. 라인업이 좋아서 아주 빨리 예매를 완료했는데, 초대권을 얻을 기회가 있어서 사실 좀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예상하지 않은 행운이 기다리고 있었죠.

이 초호화 라인업은 '홍대 인디씬의 대표' 수준의 라인업이라고 할 수도 있는데 각 뮤지션들의 앨범이 발매된 레이블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굴소년단'은 '일렉트릭뮤즈' 소속으로 '파고뮤직'을 통해서 EP와 1집이 유통되었고, '오지은'은 본인 자체 레이블 '사운드니에바' 소속이자 '해피로봇' 소속으로 역시 '해피로봇'을 통해 1집의 새로운 이슈와 2집을 발매하였습니다. '요조'는 파스텔뮤직 소속으로 역시 동일 소속사에서 앨범이 발매 및 유통하였고, '해오'는 '롤리팝뮤직' 소속으로 1집은 '비트볼뮤직'을 통해 유통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Alice in Neverland'는 앨범이 '엠넷미디어'라는 거대 자본을 통해 유통되기는 하지만 소속은 '트라이앵글뮤직'입니다. '펑크', '메탈' 등의 소위 '강한 음악 장르'들이 빠지기는 했지만, 그런 장르를 즐겨듣지 않는 제 취향에서는 각 뮤지션들이 대표하는 '파고뮤직', '해피로봇', '파스텔뮤직', '비트볼뮤직', '트라이앵글뮤직'은 홍대 인디씬을 이끌어가는 중요 레이블들입니다. 그래서 이번 민트페스타가 '2009 GMF(Grand Mint Festival) 미리보기'같은 느낌이 들더군요.

3시 30분부터 티켓팅 시작예정이었고 3시가 안되서 도착했을 때는 아직 줄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도착하니 줄이 생기기 시작하였습니다. 저는 세 번째로 서있게 되었는데, 부스에서 벽보(?)를 붙이더니 '오늘의 행운 번호는 마지막 번호 3'이라더군요. 부스에 '멘토스'가 잔뜩 있어서 그걸 주나 했는데, 티켓팅을 시작하니 모든 사람들에게 주더군요. 4시 30분터 입장이 시작 예정이었지만, 리허설이 지연되면서 입장은 조금 늦어졌습니다. 입장할 때 번호표를 보더니 작은 종이 가방을 주더군요. 그 안에는 2만 3천원 상당의 티셔츠와 '스펀지하우스' 초대권 2장이 들어있더군요. 와우! 딱 봐도 이 공연을 예매하는데 지불한 2만5천원을 초과하는 사은품으로 '초대권 신청 못했으니 공연이라도 열심히 보자'는 자기최면에 가까운 동기와 아쉬움은 눈녹듯 사라졌습니다. 한마디로 '동기 상실'이었죠. 스탠딩 공연이었지만 라이브홀은 거의 가득 찼고, 공연은 5시가 조금 지나 막(사실은 스크린)이 올랐습니다.

오프닝은 데뷔앨범 'Lightgoldenrodyellow'를 발표하고 드물게 활동 중인 '해오'였습니다. 2004년 당시 '올드피쉬'의 멤버로 처음 본 기억이 있는데, 무대 위에 선 모습은 정말 오랜만이었고 어덜트 컨템포러리(adult contemporary) 시티팝을 지향하는 '해오'로서는 처음이었습니다. 그의 앨범을 생각하면서 어쿠스틱 공연을 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그 예상을 깨고 밴드로 등장했습니다. 앨범의 첫 곡이기도 한 '바다로 간 금붕어는 돌아오지 않았다'로 시작을 알렸고 '오후 4시의 이별'과 'La Bas'가 이어졌습니다. 총 5곡을 들려주었고, 마지막 두 곡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작은 새'와 앨범 타이틀 '작별'이었습니다. 정말 오랜만이었는데 30분 남짓의 짧은 공연은 너무 아쉬웠습니다. 이번에는 기타리스트로서 일렉기타를 통해 화려한 해오의 모습을 보았으니, 다음번에는 어쿠스틱 사운드를 기대해보죠.

해오 - 오후 4시의 이별(http://loveholic.net/46)
해오 - 작은 새(http://loveholic.net/47)
해오 - 작별(http://loveholic.net/48)

이어 '굴소년단'이 등장했습니다. 아마도 오늘 다섯 팀 중 제가 가장 공연을 많이 본 밴드이지만, 정작 노래는 가장 모르는 밴드가 바로 '굴소년단'이기도 합니다. 공연으로 자주 본 밴드라서 음반으로 들으면 그 맛이 떨어져서 그런 것을까요? 멤버의 변화가 있었는데, 키보디스트가 탈퇴했는지, '어배러투모로우'의 '호라'가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흔하지 않게 레게를 기반으로 그루브한 사운드를 들려주는 이 밴드 역시 1집 수록곡들로 들려주었습니다. 'Yuki Underground'와 'Today mode'로 분위기를 한껏 뛰어놓은 뒤, 무대에는 객원 보컬이 등장했습니다. 바로 'City.M'의 '진영'으로, 굴소년단 1집에서 피쳐링으로 참여한 러브송 '초록빛의 방'을 들려주었습니다. 이어 마지막 곡 'I must love'로 분위기는 절정에 달했습니다. 비록 4곡 밖에 되지 않았지만, 많은 관객에게 '굴소년단'이라는 밴드를 각인시키기에는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굴소년단 - 초록빛의 방(with 진영)(http://loveholic.net/49)

세 번째는 2집 'Festa in Neverland'로 소포모어 징크스를 날려버리고, 일상의 감정들을 꾸준히 들려주는 밴드 'Alice in Neverland'였습니다. 2집의 첫 곡이자 유쾌한 축제의 시작을 알리는 'Welcome to Festa'로 시작했습니다. 굴소년단이 달구어놓았던 뜨거운 분위기는 이 착한 밴드의 '착한 곡'들 덕분에 가라앉았지만, 이 밴드는 자신들의 방법으로 관객들의 귀와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제가 쓴 이 밴드의 앨범 두 장의 리뷰에 직접 리플을 달아주기도 한) 베이시스트(박진우 a.k.a 박연)의 뒷수습이 조금은 어려운 멘트는 역시 은근한 재미가 있었습니다. 역시 이 밴드의 매력 포인트라고 할 수 있는 유려한 멜로디와 진취적 기상이 담긴, 착한 곡 '바람을 타고 온 편지'와 제목의 해석이 재밌는 곡(과연 아침에 하는 인사인지, 잠들기 전에 하는 인사인지) '안녕! 하루'가 이어졌습니다.

이 밴드의 매력을 만드는 중요 요소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하나가 바로 'CF의 여왕(최진경)'이 연주하는 아코디언이 아닐까 합니다. 아코디언은 멜로디언과 더불어 멜로디를 만들어 갈 수 있는 건반악기로서 피아노처럼 세련되거나 맑지는 않지만, '낡은 브라운관으로 보는 명작 만화'같은 어린시절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는 마력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점이 '두번째 달'과는 다른 'Alice in Neverland'가 지향하는 지향점이라고 생각되구요.

하지만 착한 밴드가 꼭 착한 곡을 들려주지 않음을 실토하고는 착하지 않은 곡을 들려주었습니다. 바로 Neverland판 '놈놈놈(착한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의 주제가 'Neverland 횡단열차'였습니다. 착한 곡에서 여왕님이 들려주었던 매력의 중심은, 탱고로 무장한 나쁜 곡에서는 이 밴드의 '마스코트 바이올리니스트(조윤정)'에게 넘어왔습니다. 더구나 구석에 위치한 여왕님과는 달리, 무대의 중심에서 질풍처럼 출중한 실력으로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그녀의 자태는 관객들의 넋을 빼놓기에 충분했습니다. 마지막은 1집 수록곡으로 흥겨운 아이리쉬풍의 '집으로 가는 길'이었고 이 곡을 통해 분위기는 다시  상승했습니다.

Alice in Neverland - Welcome to Festa(http://loveholic.net/50)
Alice in Neverland - 안녕! 하루(http://loveholic.net/51)
Alice in Neverland - 집으로 가는 길(http://loveholic.net/52)

나머지 남은 두 팀(?), 아니 두 뮤지션은 바로 '요조'와 '오지은'이었습니다. 앞선 세 레이블에게는 조금 미안하지만, 현실적으로 현재 홍대 인디씬의 양대 산맥이라고 할 수 있는 '파스텔뮤직'과 '해피로봇'를 대표하는 두 뮤지션(더구나 둘다 여성)이기에 누가 마지막에 등장할지도 기대되고, 무대 위에서의 기싸움(?)도 기대가 되었습니다.

네 번째는 '홍대 마녀(혹은 여왕)', '오지은'이었습니다. 앨범 제작을 위한 모금 시절부터 알게된 그녀이기에 다른 팀들과는 인연이 또 다른데, 그녀가 이렇게나 멀리까지 날다니 대단합니다. 첫 곡은 위태하고 위험한 분위기의 '진공의 밤'을 들려주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게스트가 아닌 그녀 자신의 무대에서 기타를 들지 않은, 완전한 여성 락커의 모습으로 보는 건 처음이네요. 이어 보통 앵콜곡으로 즐겨부른다는 1집의 '24'가 이어졌습니다. 단독 공연이 아니기에, 앵콜이 없다는 의미었죠. 예전의 모습처럼 그녀는 어쿠스틱 기타를 둘러매고, '2집에서 한 곡 1집에서 한 곡'의 콤보를 이어갔습니다.  엉뚱하고 솔직한 매력의 '인생론'과 따뜻한 어쿠스틱으로 충만한 '오늘은 하늘에 별이 참 많다'가 이어지면서, 전혀 다른 분위기의 네 곡을 통해 그녀의 다채로운 매력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어서 '콤보의 변칙'으로 2집, 1집의 순서가 아닌 1집, 2집의 순서가 이어졌습니다. 지금의 '갈아먹는 마녀'를 있게한 곡 '화(華)'가 이어졌습니다. 특별하게 만들어진 1집의 타이틀 곡이자, 너무나 오랜만에 듣는 곡이기에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마지막은 2집의 타이틀 곡인 '날 사랑하는 게 아니고'였습니다. 역시 소속 레이블의 위력인지, 한 곡 한 곡이 짧지 않은데도 앞선 팀들보다 많은 6곡을 들려주었고, 더불어 그녀의 입담은 앞선 밴드들이 마치 그녀의 공연을 위한 게스트처럼 느껴지게 했습니다.

오지은 - 진공의 밤(http://loveholic.net/53)
오지은 - 요즘 가끔 머리속에 드는 생각인데 말이야(http://loveholic.net/54)
오지은 - 오늘은 하늘에 별이 참 많다(http://loveholic.net/55)
오지은 - 화(華)(http://loveholic.net/56)

레이블 전쟁의 최종 승자는 파스텔뮤직이었나 봅니다. 마지막은 '홍대 여신' 중 한 명이라고 불리는 '요조'였습니다. 그녀를 알게 된 것은 합작 앨범을 발표한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이하 소규모)'의 공연을 통해서 였습니다. 합작 앨범 'My Name is Yozoh'를 발표하고 소규모와 요조는 각자의 길을 갔고 어느덧 요조는 '여신'으로 성장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2008년 초에 본 그녀의 공연에서는 아직 여신으로서는 미흡한 점이 많았습니다. 그 사이 솔로 1집을 발표하고 수차례의 단독 공연을 갖은 그녀는 어떻게 성장해 있었을까요?

합작 앨범 수록곡 '슈팅스타'를 시작으로 '여신 요조'의 공연은 시작되었습니다. 예상하지 않았던(음반에서도 들을 수 있는), 추임새 '아뵤~'를 '실전'에서 보여준 것을 시작으로 그녀의 엉뚱한 매력은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재주소년의 원곡을 리메이크한 1집 수록곡 'Sunday'에서는 바로 공연 당일이 노래 제목과도 같은 일요일인 점을 착안한 에드립을 보여주었고, 뽕끼가 넘치는 합작앨범의 '사랑의 롤러코스터'가 이어졌습니다. 역시 합작앨범의 '그런지 카'에서는 관객 한 명을 '변태 총각'으로 매도하는 만행(?)을 보여주었습니다.

단독 공연이 아니었지만 요조의 공연은 1부와 2부로 나뉘어졌고, 그 나뉨을 알리는 '자체 게스트 공연(?)'도 있었습니다. 바로 요조의 공연에서 언제나 기타 세션을 해주고 있고, 동남아 순회 공연을 마치고 돌아온 '관영'의 순서였습니다. 요조의 엉뚱함에는 관영의 존재도 한 몫하는 모습입니다. 무대 위의 '요조'는 단순히 솔로 뮤지션 '요조'가 아닌 그녀를 도와주는 세션들과의 긴밀한 관계 속에서 만들어지는 밴드 '요조'가 아닐까 합니다. 좀 이상한 비유일 수도 있겠지만, 밴드 'Marilyn Manson'이 동명 밴드의 카리스마의 주축인 리더 이름이기도, 하지만 음악적으로는 작곡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탈퇴하였다가 최근 앨범에서 다시 합류한) 'Twiggy Ramirez'를 포함한 밴드 전체를 의미하는 이름이 되기도 하는 것처럼요. (요조가 Manson이라면 관영이 Twiggy라고 할까요?)

'바나나파티'이 이어지는 '모닝스타'에서는 그 '요조' 밴드의 농밀함 느낄 수 있었습니다. 원래 맑고 조용한 곡이지만, 공연에서 들려주는 기타와 퍼커션의 불온하면서도 농밀한 기운은 요조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보컬과 어우러지면서 관객을 압도하기에 충분헀습니다. 뽕끼가 조금은 겉힌 '꽃',  솔로의 마지막 곡인 '그렇게 너에게'가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앵콜곡 성격의, 요조의 대표곡 'My Name is Yozoh'로 긴 공연의 문을 닫았습니다. 외모뿐만 아니라, 공연과 그의 일부인 무대 매너에서까지 그녀를 '홍대 여신'이라고 불릴 만한 이유를 알 수 있는 공연이었습니다.

요조 - 슈팅스타(http://loveholic.net/57)
요조 - Sunday(http://loveholic.net/58)
요조 - 그런지 카(http://loveholic.net/59)
요조 - 바나나파티(http://loveholic.net/60)
요조 - 꽃(http://loveholic.net/61)

앞서 오지은이 앞선 밴드들을 게스트로 느껴지게 했는데, 요조는 그런 오지은 마저도 게스트로 느껴지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압도적으로 많은 8곡(관영의 부른 곡까지 합한다면 9곡)을 들려줌으로서 레이블 전쟁(?)의 승자는 '파스텔뮤직'과 '요조'임을 확인시켰습니다. 하지만 요조가 부른 곡들이 대부분 '소규모'와 합작 앨범 수록곡이거나 리메이크 곡이어서 싱어송라이터 '요조'를 보여주기에는 분명 미흡한 공연이었습니다. 그리고 상당한 완성도의 음반들을 다수 발매하고 있는 '파스텔뮤직'이지만 최근 공연 기획에서는 '해피로봇'에 비해 아쉬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에 분발이 필요하겠습니다. '양질의 음반'도 분명 중요하지만, 인디씬 자체는 '활발한 공연'을 통한 청취자(혹은 소비자)들과의 긴밀한 상호작용을 통해서 유지될 수 있다고 저는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제 취향의 밴드들, 더구나 서로 다른 빛깔의 음악을 들려주는 밴드들이 5팀이나 등장하기에, 3시간이 조금 넘는 스탠딩의 시간이 힘들게 느껴지지 않았던 멋진 공연이었습니다.
2009/07/23 17:43 2009/07/23 17:43

피카, 폰부스, 미내리, 데미안 in 7월 18일 클럽 빵

금요일 보다 비가 덜 내린 7월 18일 토요일, 오랜만에 홍대 '빵' 공연에 다녀왔습니다. 6월 6일에 있었던 '인디 루트 페스타' 이후 처음 가는 빵은 '피카', '폰부스', '미내리', '데미안' 이렇게 네 팀의 공연이 잡혀있었습니다. 공연 시작은 7시 30분이었고 빵에는 약 1 시간 정도 일찍 도착했는데, 비가 내려서인지 미리 들어온 사람들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공연이 시작될 때 즈음부터 슬슬 사람들이 들어와서 약 20명이 넘는 관객들이 자리를 채웠습니다.

'로로스'의 홍일점 '피카'가 오프닝을 담당했습니다. 로로스의 음악과는 많이 다른 그녀 많은 세계를 들려주었죠. 가사가 거의 다 영어고 한국어 발음도 좀 알아듣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서, 제목이나 가사는 거의 모르겠더군요. 요즘 방학이라 그런지, 직업으로 학원 강사(아마도 영어?)를 하고 있는 그녀에게 스트레스가 많나 봅니다. 제도 그녀의 강의를 들어보고 싶어지네요.

이어서 남성 5인조 '폰부스'가 등장했습니다. 언젠가 온라인 음반샵에서 앨범이 발매된 것을 본 기억이 있지만, 이들의 곡을 들어보는 것이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빵에서 공연을 시작한지는 얼마되지 않았나 봅니다. 추구하는 장르는 모르겠지만, 저에게는 펑크로 들리는 곡들을 들려주었습니다. 아마도 이 밴드를 보러온 관객들이 꽤 있었나 봅니다.

세 번째는 '미내리'가 등장했습니다. 미내리의 전신인 밴드 '페인트 박스'를 공중캠프에서 처음 본 때가 벌써 4년이나 되었네요. 그 때와는 보컬을 제외하고는 다른 사람들입니다. 베이시스트는 한때 그림자궁전의 멤버였던 '황규성'군이 담당하고 있고 드러머는 '오!부라더스'의 드러머였고 최근에는 '플라스틱 피플'과 함께하는 '오주연'군이었습니다. 상당히 열정적인 무대를 보여주었습니다. 어떤 점에서는 무기한 활동 중단 중인 '그림자궁전'이 생각나기도 했어요.

마지막은 '데미안(데미안더밴드)'였습니다. '빵'이 홍대로 이사오기 전부터 빵과 함께했던(그 시절에는 멤버가 조금 달랐지만) 데미안은 이제 빵의 터줏대감이라고 할 수 있는 밴드입니다. 제가 이 밴드를 처음 본 2005년부터 지금까지 멤버의 변화 없이 꾸준하게 활동을 하는 빵 밴드는 데미안이 거의 유일하지 않나 하네요. 오래전부터 느껴온 점이지만, 데미안 멤버들 사이에는 정말 끈끈하고 진득한 뭔가가 있나봅니다.

원래 순서대로라면 데미안이 세 번째고 미내리가 마지막이지만, 지난 번에 두 밴드가 같이 공연했을 때 데미안이 먼저해서 이번에는 마지막으로 올라왔다고 합니다. 1집 'Onion Taste'를 발매하고 2006년 11월의 고별 공연이 마지막이었으니 정말 오랜만인데, 그 동안 상당히 많은 곡을 만들었나 봅니다. 'Wolf', 'I becone to you', 'fucking umbrella', 'Vintage Dance' 등 대부분 처음 듣는 곡들이었습니다. 'Wolf'의 인상은 강렬했고, 'Vintage Dance'는 제목처럼 댄서블하여 데미안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언제쯤 이 곡들을 모아서 2집을 낼지 궁금해지네요.

정말 정말 오랜만에 찾는 (특별한 행사난 페스티벌의 일환으로서가 아닌) 빵 정규 공연이었습니다. 앞으로 종종 가고 싶지만, 시간이 될지. 또 라인업이 저랑 맞을지 모르겠네요.

공연 영상은 http://loveholic.net 에서 역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2009/07/22 01:40 2009/07/22 01:40

심심한 위로의 복숭아 in 7월 17일 2nd Floor

엄청난 폭우가 내리던 2009년 7월 17일 금요일 홍대에 다녀왔습니다. 바로 오랜만에 공연 소식을 알린 '심심한 위로의 복숭아'를 보기 위해서 였습니다. '2nd Floor(http://2floor.co.kr)'라는 카페에서 열린 공연이었고, '옥상달빛'이라는 여성 듀오와 함께 하는 공연이었습니다. 7시부터 입장이고 8시부터 공연 시작이라는데 처음 가보는 곳이라 좀 서둘러 갔습니다. 자세한 약도는 못보고 '상상마당' 근처라고만 알고 찾아보기로 하였죠.

하지만 상상마당 빌딩 근처를 몇 바퀴 돌았지만 '이층집(2nd Floor)'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빗발은 점점 굵어져서 바지는 물론 단화까지 완전히 젖어서 양말까지 물에 빠진 모양이 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더 문제는 7시가 넘었는데도 이층집은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죠. 혹시나 해서 상상마당 옆 길을 건너서 롤링홀 쪽으로 향해 보았습니다. 비도 너무 많이 내리고, 못찾으면 그냥 갈 생각이었죠. 그러나, 롤링홀 쪽으로 가는, 주차장 길 오른쪽에 바로 이층집이 보이더군요. 반갑게 들어가니 7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지만 제가 첫 손님이었나 보더군요. '옥상달빛'은 리허설 중이었구요.

공연시작 시간이 가까워지면서 넓지 않은 카페의 자리들은 대부분 주인을 찾았습니다. 관객들은 대부분 옥상달빛을 보러온 듯했고, 역시 이 여성 듀오를 보러온 '올드피쉬'의 'Soda'씨도 만났답니다. '심심한 위로의 복숭아(이하 복숭아)'는 옥상달빛의 리허설이 다 끝나고 도착했고 8시가 거의 다 되어서 간단한 세팅 후 복숭아의 공연이 시작되었습니다.

'Chocolate Queen'과 'Sad stroy girl'이라는 신곡들로 공연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녀가 수년 째 밀고 있는, 오랜만에 들어서 정겨운 '코끼리송'도 역시 들을 수 있었습니다. 'Holy star'라는 만든지 얼마 안된 곡도 처음으로 들려주었습니다.

어느새 한 아이의 엄마가 된 그녀는 멘트로 아기 이야기도 조금 들려주었습니다. 하지만 오랜만에 하는 공연이라 그런지, 멘트 능력치가 감소된 모양이었습니다. 코끼리송과 마찬가지로 오래된 두 곡 '우리의 기억은 저편에 숨어서'와 '멜로우씨잔혹복수극'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 곡 '엉클(Uncle)'을 할 때는 '옥상달빛'의 템버린 세션을 빌려서 들려주었습니다. 역시 '멜로우씨잔혹복수극'이나 '엉클'은 복숭아 혼자서 하면 맛이 안나고, '어배러투모로우'시절처럼 추임새와 템버린이 필수라고 생각되네요.

'옥상달빛'의 공연은 갑자기 생긴 '다음주에 결혼하는 친구'를 만나기 위해서 볼 수 없었습니다. 검색을 해보니 '빵'에서도 공연을 하는 밴드이고 동영상을 보니 상당히 괜찮더라구요. 다음에 꼭 볼 기회가 있겠죠.

사진은 마음에 드는 것이 없네요. 동영상은 http://loveholic.net 에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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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20 00:29 2009/07/20 00:29

노리플라이(No Reply) 1집 Road 발매 기념 공연 in 7월 11일 SoundHolic

2009년 7월 11일 홍대 앞에 위치한 클럽 '사운드홀릭(SoundHolic)'에서 얼마전에 데뷔앨범 'Road'를 발표 한 노리플라이(No Reply)'의 1집 Road 발매 기념 공연이 있었습니다. 노리플라이는 보컬과 키보드를 담당하는 '권순관'과 기타를 담당하는 '정욱재'로 이루어진 남성 2인조 밴드입니다. 제 17회 유재하 가요제(혹은 유재하 음악 경연 대회)에서 '뒤돌아보다'로 은상을 차지했고 해피로봇 레코드에 입사하여 1집을 발매하게 되었죠.

상당히 인기가 있는지 공연 티켓은 현장 판매 없이 예약 판매로 모두 매진된 상태였습니다. 저는 이번 공연을 초대로 보게되었는데, 초대이기 때문인지 입장번호가 200번이 넘어가서, 좌석은 약 200개이기에 스탠딩으로 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운좋게도 거의 맨 뒤쪽의 의자에 앉을 수있어서 그나마 덜 불편하게 볼 수 있었습니다.

예정된 7시가 조금 지나서 1집의 첫 곡인 '끝나지 않은 노래'로 공연이 시작되었습니다. 이어 싱글 수록곡 'Boy', 컴필레이션 '강아지 이야기'의 수록곡 '강아지의 꿈', 1집 수록곡 'Road'가 이어졌습니다. 큰 인기를 얻어 싱글로 발매되었던 '고백하는 날'을 부를 때는 게스트 '나루'의 난입이 있었습니다.

그의 게스트는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습니다. 1집을 같은 소속사에서 먼저 발매했기에 선배이자, 정욱재의 동네 친구라는 '나루'는 노리플라이 1집에서 함께한 'Violet Suit'를 불렀습니다. 그리고 노리플라이와 세션들의 퇴장이 있었습니다. 따지자면 그 순간이 1부의 마지막이었다고 할까요? 나루는 '강아지 이야기'와 짝을 이루는 컴필레이션 '고양이 이야기'의 '연극'을 들려주었습니다. 자신의 곡들 가운데 가장 인기있는 곡이라네요.

이어서 두 번째 게스트로 '오지은'이 등장했습니다. 오지은은 노리플라이와 같은 유재하 가요제에서 노리플라이의 은상보다 밑인 동상을 차지했었죠. 하지만 노리플라이가 앨범 1장을 낼 동안 2장을 정규앨범을 발표했고 더 큰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오지은은 아무도 없는 무대 위에서 MR과 함께 그녀의 2집 타이틀 곡 '널 사랑하는 게 아니고' 를 들려주었습니다. 참 오랜만에 보는 그녀의 공연이었는데, 기타를 연주하지 않고 노래만 하는 모습은 그녀의 1집 발매 기념 공연 이후로 처음이 아닐까 합니다. 노래만 하는 그녀는 조금은 부담스러운 저질(?) 손동작을 보여주었습니다.

이어서 노리플라이가 다시 세션들과 등장했습니다. 그리고 1집에서 오지은과 함께 헀던 '오래전 그 멜로디'를 들려주었습니다. 그리고 1곡만 같이하는 점은 아쉬웠는지, 오지은 2집 수록곡이자 제목이 너무 긴 '요즘 가끔 머리속에 드는 생각인데 말이야'를 들려주었습니다. 오지은의 가창력은 좋았지만, MR을 사용한 부분은 조금 아쉬웠습니다. 그녀의 무대 매너는 역시 서툰 노리플라이와 비교되는 부분이었습니다. 그 차이 때문에 게스트인 오지은이 더 부각되는 느낌이었구요.

오지은이 퇴장하고 본격적인 2부가 시작되었고 그 시작은 지금의 노리플라이를 있게 한 곡 '뒤돌아보다'였습니다. 이어지는 '솔로 타임'은 두 멤버가 각자 솔로로 노래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권순관은 그의 키보드와 함께 1집 수록곡인 '흐릿해져'를 멋지게 불렀습니다. 이 곡은 제가 이 앨범에서 가장 좋아하는 곡이기도 합니다. 정욱재는 과연 어떤 곡을 부를지 궁금했는데, 그는 밴드의 곡이 아닌 유명곡을 불렀습니다. 바로 'Knockin' on heaven's door'였습니다. 너무나 유명한 곡었고 너무나 유명한 뮤지션들이 커버곡으로 많이 불렀기에 아쉽게도 큰 감동은 없었습니다.

이어서 데뷔앨범의 타이틀 곡인 '그대 걷던 길', 전철을 타면서 느낀 느낌으로 만들었다는 'Fantasy Train'이 이어졌고, 공연의 마지막 곡은 앨범에서 가장 화려했던 'World'로 스트링이 없어도 그 느낌을 잘 살렸습니다.

역시나 앵콜 요청이 있었고 아마도 이 밴드의 최고 인기곡이라고 생각되는, 컴필레이션 '남과 여... 그리고 이야기'의 수록곡 '조금씩, 천천히, 너에게'을 들려주었습니다. 분위기는 고조되어 모든 관객이 일어섰습니다. 그리고 깜짝 게스트로 이 곡을 같이 불렀던 '타루'가 등장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을 갖게 했습니다. 하지만 타루는 끝까지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시야'를 끝으로 공연은 끝났습니다.

상당히 많은 곡들이 지나갔지만 공연시간인 예상보다 길지 않았습니다. 첫 공연은 아니었겠지만, '앨범 발매 기념 공연'이라는 거창한 제목 때문인지 모두 긴장을 했고, 눈에 보이는 실수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더 아쉬운 점은 그 긴장 때문인지 노래와 더불어 공연의 중요 요소이고, 앨범만 듣지 않고 공연을 찾게되는 요소인 '공연의 여백'이라고도 할 수 있는 멘트에서는 많이 부족헀습니다. 그래서 게스트가 더 인상적으로 느껴졌구요. 앨범 수록곡들은 탁월했지만, 더 오래 사랑받는 밴드가 되기 위해서는, 단지 그 곡들을 들려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관객들과 함께 호흡하기 위해서는 그 여백을 적절히 이용할 수 있어야하겠습니다. 이 공연을 통해 좀 더 성숙해진 노리플라이가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2009/07/13 01:22 2009/07/13 01:22

미스티 블루, 어른아이 (with 한희정, 타루) in 7월 10일 구로아트밸리

7월 9일~11일까지 구로에 위치한 '구로아트밸리'에서 '2009 구로아트밸리 인디락 페스티벌'이라는 거창한 이름의 행사가 있습니다. 왜 거창하냐면 '인디락 페스티벌'이지만 공연 기간은 한 곳에서 딱 3일이고, 게스트를 제외한 정식 참여 밴드는 총 8팀(게스트 포함 10팀)이기 때문에 '페스티벌'에서 느껴지는 '성대함'같은 것되는 당연히 거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3일의 공연 가운데 가운데,  7월 10일 공연에 다녀왔습니다. 공연 주제는 '설레임의 상실'로 참여 밴드는 파스텔뮤직 소속의 두 밴드 '미스티 블루'와 '어른아이'이고 게스트로 역시 같은 소속의 '한희정'과 '타루'가 참여했습니다. 특히 '미스티 블루'와 '어른아이'는 파스텔뮤직 소속 밴드 가운데 최근 가장 소식이 뜸했던 밴드들로 두 밴드 모두 올해 5월에 새로운 앨범을 발표했지만 공연 소속은 역시나 없었습니다. 그렇기에 두 밴드의 오랜만의 공연 소식만으로도 상실된 설레임을 회복하기에는 충분했습니다.

시작 예정 시간인 8시가 조금 지나 시작된 공연은 첫 번째 게스트인 '한희정'의 노래로 시작되었습니다. 5월의 EP 발매 기념 쇼케이스와 6월의 단독 공연에 이어 7월의 게스트 출연으로, 최근 그녀의 음악 행보 역사에서 보기 드물게 자주 공연을 하는 '한희정'은 공연 첫 곡으로 나쁘지 않은 1집 수록곡 '우리 처음 만난 날'로 문을 열었습니다.

예전 푸른새벽 시절에도 만담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라디오를 진행하면서 입담이 업그레이드되었는지 점점 능청스러워지는 그녀의 멘트와 무대 매너는 관객들의 긴장을 풀어냈습니다. 이어 새 EP '끈'의 수록곡인 '러브레터'와 '솜사탕 손에 핀 아이'를 연달아 들려주고 무대를 내려갔습니다. 앞선 두 공연에서 첼로를 비롯한 세션들과 함께했던 '러브레터'는 오직 그녀의 목소리와 그녀의 기타연주로만 들으니 조금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좀 더 담백하면서도, 울림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고 할까요? 그녀는 방학이 끝나가는 8월에 또 단독 공연이 예정입니다.

이어 두 번째 게스트가 아니라 '미스티 블루'의 보컬 '정은수'가 키보드 세션과 함께 등장하였습니다. 그리고 사계절 연작 EP 시리즈 가운데 5월에 첫 번째로 발매된 EP '1/4 Sentimental Con.Troller'의 첫 번째 보컬곡 '봄의 왈츠를 위한 시계'를 들려주었습니다. '한희정'과 '정은수'가 같은 날 같은 무대에 서는 것은 2006년 5월에 있었던 '푸른새벽'과 '미스티 블루'의 조인트 공연 이후 처음이 아닐까 하네요.  약 3년만에 무대 위에서 공연을 한다는 '미스티 블루', 이어 1집 수록곡인 '화요일의 실루엣'과 'Daisy'를 들려주었습니다. 이 두 곡은 EP '4℃ 유리 호수 아래 잠든 꽃'에서 리메이크되기도 한 제가 가장 좋아하는 미스티 블루의 곡들입니다.

이번 EP에 참여한 파스텔뮤직의 유망주 '이진우'가 등장하여 EP에 수록된 듀엣곡 '4월의 후유증'과 커버곡으로 'Radiohead'의 'No surprise'를 들려주었습니다. 낮은 톤의 목소리 때문인지 가사가 잘 안들린 점이 조금은 아쉬웠습니다. 이어 역시 EP 수록곡인 '동경 센티멘탈 클럽'을 들려두었는데, 이 곡은 미스티 블루의 감수성에 공감하는 사람들을 초대하고 싶은 마음을 표현했다고 하네요. 미스티 블루의 팬클럽 이름을 이제 '동경 센티멘탈 클럽'으로 바꾸어야할지도 모르겠네요.

이외에도 보사노바풍의 반(半)트롯트 'Cherry', 조금 밝은 분위기 '초컬릿', 'Spring fever' 등 1집 수록곡 위주로 공연이 진행되었습니다. 셋리스트의 모든 곡이 끝나고 조명이 어두워졌지만, 관객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에 힘입어 앵콜곡으로, 준비되지 않은, 미스티 블루의 곡 중 가장 밝은 곡인 '날씨맑음'을 들려주었습니다. 지금 사계절 EP 연작 가운데 두 번째인 '여름의 온도'가 열심히 작업중에 있다고 합니다. 세 번째 EP가 나오고 네 번째 EP의 발매가 임박했을 때 즈음에는 정식 단독 공연도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짧지 않은 공연이었지만, 너무 오랜 기다림을 채우기에는 조금 아쉬웠습니다.

두 번째 게스트 '타루'의 공연이 이어졌습니다. 미스티 블루의 앵콜곡 '날씨맑음'은 그 발랄함 때문인지 타루가 리메이크하기도 했었죠. 굽이 높은 하이힐까지 신으면서 좀 더 성숙해진 모습을 보여준 그녀는 첫 번째 곡으로 제목 미상의 곡을 들려주었습니다. 연인의 다툼을 노래한 곡인데, 지금까지 솔로로서 들려준 곡들보다 차분하고 성숙한 느낌이었습니다. 마침 공연 당일의 그녀의 생일이었다고 하며, 능청스러운 멘트로 분위기를 살렸습니다. (생일은 정말이었습니다.) 나머지 두 곡은 그녀의 첫 EP 수록곡인 'Love today'와 'Yesterday'였고 역시 탁월한 라이브 실력을 보여주었습니다. 8월 경에는 그녀의 첫 앨범이 발매되고 쇼케이스도 있을 예정인가 봅니다.

마지막은 당연히 '어른아이'의 무대였습니다. 이제는 원맨 밴드인 '어른아이'는 각 곡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곁들여진 마치 '앨범 발매 기념 쇼케이스'같은 분위기로 이끌어갔습니다. 너무 힘든 일상생활을 노래한 'B Tl B Tl'이 첫 곡이었고, 이별의 슬픔을 노래한 'sad thing'이 이어졌습니다. '상실'은 이번 공연의 주제인 '설레임의 상실'에서 그 상실과 더불어 얼마전 있었던 사고를 떠올리며 공연 셋리스트에 추가되었답니다. 2집 수록곡으로 강인한 생명력을 가진 꽃 민들레의 심정과 그에 대한 위로를 노래한 '민들레'를 들을 수 있었고, 2집 발매이전에 먼저 공개되어 찬사를 받은, '애드거 앨런 포우'의 동명의 시에서 가사를 가져온 'Annabel Lee'는 역시 감동이었습니다.

1집 수록곡들 많이 들려준 '미스티 블루'와는 다르게 새로 발매된 2집 수록곡 위주로 공연은 진행되었습니다. 하고 싶지 않은 '바보같은 사랑'을 노래하는 'Fool'과 오케스트라 편곡이 너무나 힘들었고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You'와 마지막 곡으로 '서성이네'가 이어졌습니다. 역시 앨범처럼 매우 조용조용하지만 깊은 울림의 공연이었습니다. 앵콜곡으로는 요즈음 그녀가 연습중이라는 커버곡 한 곡을 들려주었습니다.

약 100분 정도로 예상했었지만, 실제로는 약 150분(2시간 30분)동안 진행된 상당히 긴 공연이었습니다. 하지만 다행히 스탠딩이 아니었기에 힘들지는 않았습니다. 소리는 나쁘지 않았지만 조명은 아쉬웠습니다. 미스티 블루의 정은수는 붉은 조명을 얼굴로 받아 달구어진 강철처럼 '달구어진 얼굴'이 되어버리기도 했습니다.

2008년 전까지 종종 있었던 파스텔뮤직의 레이블 공연은 '파스텔뮤직 5주년 기념'으로 있었던 2008년 1월이 마지막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이번 공연은 마치 '파스텔뮤직 레이블 공연'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올해 앨범을 발표한 세 팀과 곧 발매 예정인 한 팀(타루), 총 네 팀과 함께한 이번 공연은 파스텔뮤직의 2009년 한 가운데 서있는, 레이블로서도 나름대로 의미있는 공연이 아니었나 합니다. 홍대에서도 이런 푸짐한(?) 공연이 자주 있었으면 하는 바랍입니다.

2009/07/11 14:30 2009/07/11 14:30

다시 첫번째, 그리고 그 날들(박지윤 콘서트) in 2009년 7월 4일 서강대학교 메리홀

올해 4월 일곱 번째 앨범 '꽃, 다시 첫번째'를 발표하고 꾸준히 활동하고 있는 박지윤의 첫 단독 콘서트가 '다시 첫번째, 그리고 그 날들'이 7월 2일부터 5일까지 나흘간 열립니다. 그리고 저는 세 번째 날인 4일에 다녀왔습니다.

7집을 낸 가수가 첫번째 콘서트라니, 조금은 우습기도 합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박지윤은 아이돌 가수로서 발라드로 시작해서 댄스가수로의 이미지가 강하게 남아있습니다. 그리고 긴 공백기간동안 음악이 아닌 연기 등으로 외도를 했었죠.그녀는 13년이나 되는 그녀의 음악인생에서 처음으로 그녀가 정말 하고 싶은 음악을 하는 앨범으로, 앨범 제목부터 '꽃, 다시 첫번째'로 지었습니다. 음악인생에서 다시 태어난 그녀, 그래서인지 이번 앨범을 통해서 첫번째 콘서트도 이루어졌습니다.

뮤직비디오 혹은 단편영화같이 아름다운 영상과 함께 시작된 그녀의 첫 콘서트는 이번 앨범의 세 곡 '봄, 여름 그 사이', '4월 16일', '잠꼬대'를 연달아 들려주었습니다. 놀라웠습니다. 지금까지도 댄스가수의 이미지가 강한 그녀였지만, 상당한 라이브 실력이었습니다.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가수 13년에 당연한 모습일수도 있겠지만, 그녀의 이번 콘서트에 대한 준비는 가창력 뿐만 아니라 여러곳에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커버곡으로 그녀가 좋아하는 뮤지션인 '레이첼 야마가타'의 'Over and Over'를 들려주었고 예전 인기곡인 '소중한 사랑'과 'Steal away'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미발표곡인 '그대 지금'과 '봄눈'이 이어졌습니다.

2년전부터 기타를 연습했다는 그녀, 기타와 함께 두 곡을 들을 수 있었는데 한 곡은 영화 'Once'의 수록곡이었고 한 곡은 유명곡인데 제목을 모르겠네요. 다시 예전 인기곡인 '가버려', '아무것도 몰라요'를 능청스럽게 불렀고, 각각 4, 5, 6집의 인기곡인 '성인식', '난 남자야', '여자가 남자에게 바라는 11가지'는 메들리로 들을 수 있었습니다. 또 커버곡이 이어졌는데 '데미안 라이스'의 'I remember'와 이벤트와 함께한 'All you need is love'가 이어졌습니다.

다시 그녀의 노래들 '그대는 나무같아', '난 사랑에 빠졌죠', '돌아오면 돼'를 들려준 후 마지막은 바래진 곡(?)인 '바래진 기억에'과 마지막 곡으로 앨범의 마지막 곡이기도한 '괜찮아요'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녀와 세션들이 모두 퇴장하고 어두워졌지만, 관객들은 한 명도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영상이 흐르고 관객들의 박수와 앵콜 요청이 이어졌습니다. 다시 등장한 그녀는 멋지게 두 곡을 들려주었습니다. 바로 그녀의 데뷔곡 '하늘색 꿈'과 그녀의 최고의 인기곡 '환상'이었습니다. 환상을 라이브로 들으니 물론 정말 환상적이었구요.

그녀의 가창력 뿐만아니라, 4인조 밴드 세션과 더불어 '피아노 4중주'(피아노, 첼로, 바이올린 비올라)으로 MR을 사용하지 않고, 기존의 곡들은 이 구성에 맞게 편곡하여 들려주었고 적절한 음향효과까지 사용되어 정말 귀가 즐거운 공연이었습니다. 더불어 배경으로 오프닝과 배경으로 사용된 영상과 조명효과에서도 세심한 손길이 느껴졌습니다.

자신이 정말로 하고 싶은 모양의 음악을 이제서야 시작했다는 그녀, 이 길은 그녀를 대중에서 관심에서 조금 멀어지게 할 수도 있고, 예전만큼의 인기를 주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점은, 많은 가수들이 결국에는 바람직하지 않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요즈음, 그녀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녀가 하고 싶은 음악들을 하고 오랜동안 그 음악들을 팬들과 함께하는 '뮤지션 박지윤'이 되었으면 합니다.

촬영은 금지라서 공연 중에 사진을 찍을 수 없었고, 공연장 로비에서 돌아가는 그녀의 모습을 몇 장 담았습니다. http://loveholic.net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2009/07/05 18:12 2009/07/05 18:12

Dawny Boom Live (한희정 단독 공연) in 6월 20일 SoundHolic

장마의 시작이라는 '비오는 토요일', 홍대앞 'SoundHolic(사운드홀릭)'에서 있었던 한희정의 "Dawny Boom Live".

사운드홀릭은 제가 홍대 라이브클럽들 중에서 가장 먼저 찾았던 클럽이기도 합니다. 작년 'Alice in Neverland'의 공연이 마지막이었고 최근에 홍대역 출구 근처에서 그야말로 '홍대 정문 앞'으로 이전 하였더군요. 지난달 쇼케이스 공연 때 티케팅을 시작하는 5시에 거의 맞춰서 도착했더니 입장번호가 40번대여서, 이번에는 한 시간 일찍 약 4시경 도착하여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입장번호 5번을 획득, 가장 앞줄에 앉아서 공연을 볼 수 있었습니다. 사운드홀릭은 이전하였지만 분위기는 이전 홍대역 앞 분위기 그대로인 느낌이었습니다. 단지 넓어져서 마치  '확장판'같았다고 해야겠네요.

 입장은 6시 30분경에, 공연은 거의 7시에 맞춰서 시작되었습니다. 오프닝 게스트는 '루싸이트 토끼'였습니다. 약 5개월만에 하는 공연이라고 하고, 2집을 준비하고 있다네요. 나름 만담 듀오인 루싸이트 토끼는 역시 누군가의 압력(?)으로 만담을 들려주었습니다. 첫 곡은 '비오는 날'이었는데, 딱 날씨에 어울리는 곡이었습니다. 그리고 아마도 이 밴드의 가장 인기곡이라고 생각되는 '봄봄봄'과 2집에 수록될 예정인 한 곡을 들려주었습니다. 한층 성숙해진 모습을 보여준 루싸이트 토끼도 자주 공연했으면 좋겠네요.

지난 쇼케이스 때는 멋진 원피스를 입고 등장했지만, 이번 단독 공연 때는 상당히 편안해 보이는 옷차림으로 등장했습니다. 모자까지 매치하면서 마치 여행을 떠나는 사람의 모습같았어요. 산책, 러브레터 등 지난 공연 때와 들었던 곡들을 다시 들려주었어요. 몇 곡이 지나고 갑자기 그녀를 제외한 모든 세션들이 퇴장을 하더군요. 마치 마지막 곡을 하고, 그녀는 그냥 앵콜까지 하고 가려는 분위기였다고 할까요. 하지만 키보드 쪽에 세팅이 이루어지면서, 어떤 기대감을 갖게 했습니다.

그리고 스페셜 게스트로 바로 그녀의 '절친', '네스티요나'의 '요나'가 등장하였습니다. 언젠가 공연에서 두 사람이 함께 공연할지도 모른다고 들은 기억이 있는데 드디어 성사되었지요. 두 사람은 두 곡을 들려주었습니다. 한 곡은 영화 'Sound of Music'의 수록곡으로 유명한 곡인 'My favorite things'였습니다, 요나의 목소리로 듣는 이곡은 역시 상당히 음침하고, 마치 금지된 탐욕을 바라는 분위기였어요. 하지만 상대적으로 대비가 되면서 한희정의 목소리는세상에 바라는게 거의 없는듯한 목소리로 들렸어요. 두 번째 곡은 바로 '멜로디로 남아'로 EP에서 같이 불렀던 '김종완'은 상당히 귀가 간지러웠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리 길지 않게 느껴졌지만, 거의 한 시간 정도의 공연이 지나고 막이 내렸습니다. 하지만 끝나는 분위기가 아니었어요. 바로 단지 '1부'가 끝났을 뿐이었죠. 1부, 2부로 나뉘어져있는 공연, 상당히 오랜만이라고 생각되네요. 기억에는 아주 오래전에 예전 사운드홀릭에서 있었던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의 공연 정도가 생각나구요. 인터미션 동안 스크린에서는 그녀의 사진들을 보여주었고, 배경음악으로 이번 앨범 수록곡들을 미리듣기 형식으로 들려주었습니다.

2부는 'Acoustic Breath'와 함께 시작했습니다. 역시 싱얼롱의 시간이었다고 할까요. 지난 공연의 커버곡이 '손담비'의 '토요일 밤에'로 10대에서 20대 초반을 겨냥했다면 이번에는 더 넓은 연령대를 겨냥한 그녀의 시도가 돋보였습니다. 바로 첫 번째 커버곡은 '심수봉'의 '미워요'였습니다. 구성지게 부르는 그녀의 모습에서, 어쩌면 중년이 넘어선 그녀는 트로트 가수가 되어있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쌩뚱맞은 두 번째 커버곡은 어린이 층과 아직 그녀를 모르는 20대 후반과 30대 초반을 노린 '추억의 만화주제가 메들리'였습니다. 바로 '날아라 슈퍼보드', '아이공룡 둘리', '달려라 하니'로 제 나이 주변의 연령층이라면, 특히 국민학교 세대라면(졸업은 초등학교로 했을지라도 입학은 국민학교로) 기억할 만한 만화들이었습니다.

앨범과 EP 수록곡 몇 곡이 지나고 또 하나의 깜짝 커버곡이 있었습니다. 바로 이제는 전설이 되어버린 힙합 듀오 '듀스'의 히트곡 가운데 하나인, 다가오는 여름에 어울리는 '여름안에서'였습니다. 듀스의 앨범은 2집과 리믹스, 그리고 3집을 CD로 소장하고 있는데, 그녀의 목소리로 듣는 어쿠스틱 버전은 색다르면서도 시원한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 팬으로서 그녀와 새로운 '공감의 끈'을 연결한 것같은 기분이었구요. 마지막 곡은 나무였고, 앵콜 시간에는 '질의 응답 시간'이 있었습니다. 8월, 방학이 끝나기전에 다시 단독 공연이 있을 예정이라네요. 앵콜의 마지막은 아련한 사랑의 추억에 빠져들게 하는 '이문세'의 '옛사랑'을 들려주었습니다.

2시간에 가까운 공연이었지만, 생각해보면 참 빠르게 지나간 공연이었습니다. 공연이 끝나면 허망해진다는 그녀의 말처럼 공연 내내 즐거웠지만, 참 빠른 시간은 역시 아쉽습니다. 하지만 이 공연을 본 팬들은 그렇게 허망하지 많은 안을듯합니다. 재밌고 풍성한 공연, 그리고 그녀와의 공감, 그런 것들을 보고 듣고 얻어가는데 허망하다면 뮤지션에 대한 예의가 아니죠. 콘서트는 음반과는 다르고, 특별하기에 찾게 되는 것 아니겠어요. 그리고 특별한 것은 가끔씩 즐길 수 있어야 그 특별함이 바래지지 않겠죠.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공연 사진과 동영상(앵콜곡 세 곡 포함)은 loveholic.net에 올릴게요.

2009/06/21 01:27 2009/06/21 01:27

인디루트페스타 in 6월 6일 클럽 빵

'10년 클럽 10년 밴드'라는 모토로 진행 중인 '인디루트페스타(Indie Root Festa)', 6월 6일 홍대 '빵'에서 있었던 공연에 다녀왔습니다. 이날은 총 5팀의 공연이 예정되어있었는데, 홈페이지에서 시간을 잘못 확인하고 가는 바람에 첫 번째 순서였던 '아톰북'의 공연은 놓치고 두 번째 '흐른'부터 볼 수 있었습니다.

드디어 데뷔앨범을 발표하고 활동 중인 '흐른'은 소속사인 '튠테이블무브먼트(TuneTableMovement)'의 단골 세션맨들인 '로로스' 삼인방(베이스 ; 석, 드럼 ; 재명, 기타 ; 종민)과 함께였습니다. 1집 발매 후 활발히 활동 중인 그녀의 모습은 참 오랜만이었습니다. 완전한 밴드 사운드는 기타 연주와 함께하던 그녀의 목소리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저는 아직은 예전 달랑 기타와 노래하던 모습이 더 좋은데, 다른 사람들의 느낌도 궁금하네요. 1집 수록곡들 중 가장 인상적인 두 곡, 강한 메시지의 'Global citizen'과 공감되는 가사의 '그렇습니다'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세 번째는 바로 '페퍼톤스'의 마스코트였던 '뎁(deb)'이었습니다. '페퍼톤스'의 EP나 1집과는 다르게 2집에서 그녀의 비중은 많이 줄어들어서 페퍼톤스라는 수식어는 부적절해졌지만, 아직도 뎁과 페퍼톤스는 때어놓을 수 없는 이미지입니다. 역시 작년에 발매된 그녀의 1집 수록곡 위주로 들려주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Golden night'도 들을 수 있었고 커버곡(?)으로 '페퍼톤스'의 'Ready, Get set, Go!'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녀가 솔로 공연에서 페퍼톤스의 곡을 부르는 일은 처음이었나봅니다.

네 번째는 '올드피쉬'였습니다. 너무나 오랜만이었는데, 예전 모습과는 상당히 다른 분위기였습니다. 바로 밴드의 모습으로 등장한 것이었습니다. 기타 세션맨이 있음에도 'Soda' 역시 기타를 연주하는 락 밴드 분위기의 공연이었습니다. 3집 발매 직후 여행을 다녀와서, 이번이 3집 발매 후 두 번째 공연이랍니다. 공연을 많이 안해서 앨범이 잘 안나갔다나요. 면과 전혀 관계 없는 신곡 '누들'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다큐멘터리를 보고 만든 곡이라네요.

마지막은 '에브리싱글데이(Every single day)'였습니다. 1997년에 결성하여 1999년에 첫 앨범을 냈다고하니, 오늘 공연한 밴드들 중 '인디루트페스타'의 모토에 부합하는 유일한 밴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관록이 느껴지는 무대와 더불어 멘트도 재미있었습니다. 원래 기타리스트가 있었지만 생계문제로 2년전에 나가서 지금은 가수 '지선'의 세션맨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번 공연은 '피아'의 기타리스트 '헐랭'이 도와주었습니다. 밴드하고 10년이 지나면 세상이 달라지듯 많이 달라질 것으로 알았는데 하나도 달라진게 없다고 하네요. 밴드들도 그렇고 빵도 그렇구요. 재미있게 말했지만 그 속에 뼈가 담겨있는 말들이었습니다.

한국 인디씬 현실의 풍자라고 할까요? 저는 인디밴드들의 공연을 보기 시작한지 5년 정도 되어가는데 주변인으로서 보기에도 인디밴드들의 앨범이 좀 더 많이 나오는 점을 빼면, 홍대 클럽이나 인디밴드들의 처우는 크게 달라진 점이 없어보입니다.

새로운 디카 '삼성 VLUU WB1000'과 함께하는 첫 홍대 나들이였지만, 결과물들은 만족스럽지 못했습니다. 물론 아직 제가 새로운 디카에 익숙하지 않아서 그렇겠지만 이 새로운 '눈'의 성능에 조금은 의구심이 드네요. 좀 더 지켜봐야겠습니다. 빵 입구에서 임진모씨를 비롯한 평론가로 보이는 사람들을 여럿보았다는 점은 이번 공연의 또 다른 수확이라고 하겠네요.

사진과 동영상은 http://loveholic.net에 올릴게요.

2009/06/07 02:17 2009/06/07 02:17

한희정 in 5월 31일 상상마당

5월의 마지막 날, 홍대 '상상마당'에서 있었던 '한희정'의 'EP 앨범 <끈> 발매 쇼케이스 라이브'.

공연은 6시 30분부터 시작이었고 티켓팅은 5시부터였습니다. 티켓팅 순서대로 입장순서가 배정되기 때문에, 저는 5시보다 10분정도 일찍 갔습니다. 상당히 일찍 도착했다고 생각했지만 입장번호는 무려 '46번'이었고, 입장은 6시부터였기에 간단하게 저녁식사를 하고 입장을 기다렸습니다.

6시부터 입장을 시작하여 6시 30분이 조금 지나자, 오프닝 게스트의 축하 공연 없이 오늘의 주인공 '한희정'이 등장하였습니다. 검은색의 화사한(?) 의상을 입고 EP의 첫 곡 'Acoustic breath'로 공연을 시작하였습니다. 어쿠스틱의 상쾌한 느낌은 역시 공연의 첫 곡으로 손색이 없었습니다.

이어서 미모의 첼리스트가 등장했고 바로 '러브레터'와 '솜사탕 손에 핀 아이'를 들려주었습니다. '끈'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커버곡으로 유명한 'Good bye to romance', 그리고 무려 손담비의 '토요일 밤에'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한담비 탄생!?) 모두 싱얼롱 할 수 있는, 1집 수록곡으로는 '휴가가 필요해', '우리처음 만난 날', '브로콜리의 위험한 고백', '나무' 등 주옥같은 곡들을 들려주었습니다. 마지막 곡은 제목 그대로 EP의 마지막 곡인 '끝'이었습니다.

바로 이어지는 앵콜로 제목을 알 수 없는 외국곡과, '드라마', '멜로디로 남아' 등을 들려주어 예상보다 긴 앵콜이었지만 아쉬움을 달래기에는 부족했습니다.

사인회에 참여하고 싶었지만 온라인으로 주문해놓은 CD가 발매 연기되면서 아쉬움을 뒤로 하고 집으로 향했습니다. 공연장에서 판매중이었는데 괜히 예약주문했네요.

더 많은 사진은 http://loveholic.net에 올릴게요.

2009/06/01 22:56 2009/06/01 22: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