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내 운명 - 2005.10.2.

모든 관객의 눈물을 쏙 빼논 영화. '신파'라는 비판을 피할 수는 없겠지만, 신파의 당연한(?) 결말을 보여주지는 않은 점은 신선하다고 할 수 있겠다. 순박한 시골 노총각을 열연한 황정민의 연기 정말 좋았다. 전도연도 괜찮았고 조연들도 너무 튀지않고 무난했다. AIDS가 걸리면 얼마 못가 죽는다는 편견을 심어주지 않은 점도 좋았다.

마지막에 이런 대반전이 있었으면 어땠을까? 은하의 HIV 검사 결과는 위양성(사실 음성인데 양성으로 잘못 나온 것)이었다!! 정말 결정적인 '올해의 반전'이 될 만하지 않았을까? 별은 3.5개.
2005/10/09 18:56 2005/10/09 18:56

외출 - 2005.9.18.



오랜만에 영화관을 찾아 '외출'을 보았습니다. 이 영화에 대한 평은 상당히 좋지 않았지만 저는 괜찮게 보았습니다.

영화는 허진호 감독의 작품답게 매우 잔잔하게 진행됩니다. 혹여 드라마틱한 요소를 바라고 보신 분이 있다며, 정말 허진호 감독을 모르는 사람이겠죠.

허진호 감독 영화 특유의 공기의 흐름마져 잡아낼 듯한 건조한 음향과 화려하지는 않지만 아름다운 영상은 외출에도 그대로 나타납니다. 두드러지지 않는 배용준씨와 손예진씨의 연기도 괜찮았구요. 하지만 상당한 수위(?)의 노출은 좀 아쉽네요.

배경음악은 이병우 음악감독답게 역시 좋습니다. 하지만 영화의 흐름을 깨는 '러브홀릭'과 '클래지콰이'의 콘서트 장면도 흠이라면 흠이겠죠. 대신 클래식이나 뉴에이지 아티스트의 공연이 들어갔다면 좋았을텐데, 아무래도 음반사의 입김이 들어가지 않았나하는 생각입니다.

허진호 감독의 작품다운 작품인데, 이거 왠지 무척이나 아쉽습니다. 전작 '봄날은 간다'의 마지막 장면처럼 영화의 주제를 딱 한 장면으로 함축시키는, 그만큼의 인상적인 장면을 바랬다면 무리였을까요? 허진호 감독의 의지보다는 제작사와 투자사들의 의지가 더 많이 들어가버린 작품이 되어버린 느낌입니다. 별점은 3.5개입니다.

'봄날은 간다' DVD를 할인판매하고 있더군요. DVD는 역시 할인판매할 때 까지 기다렸다 사는 것이 정답인가봅니다. 이번 기회에 구입해서 다시 보아야겠네요.
2005/09/18 12:40 2005/09/18 12:40

웰컴 투 동막골 - 2005.8.14.

어제 가족 단위의 웰컴 투 동막골 관람으로 내년 VIP가 영화 한 편으로 다가왔습니다. 어제까지 올해 적립 포인트가 14000점이더군요.

'웰컴 투 동막골', 한마디로 '만화적 상상력을 실사로 재현한 영화'라고 하고 싶네요. 특히 팝콘이 비처럼 내리는 장면과 멧돼지를 잡는 장면은 정말 애니메이션에서나 볼 만한, 재치있고 유쾌한 장면들이었습니다. 상황이나 인물들의 연기도 딱 그랬구요.

영화는 심각한 남북의 전쟁 상황을, 백치 '여일'을 비롯한 세상물정 모르는 천진한 동막골 사람들을 등장시켜 재치와 여유로 풀어나갑니다. 영화 곳곳에 등장인물들에게는 심각한 상황이지만, 관객들은 결국 웃게되는 장면들이 숨어있더군요.

여일의 죽음 이후 무겁게 진행되는 후반부는 감동을 주기에 충분합니다만 여일의 죽음은 너무 급작스럽고 어이없이 흘러가, 눈물샘을 쥐어짤 만한 극적 효과가 좀 부족하게 느껴지더군요.

초반의 전투 장면은 '라이언 일병 구하기' 이후 많은 전쟁영화들에서 판에 박힌 듯 볼 수 있는 핸드핼드 기법으로 짧고 깔끔했고, 마지막 전투 장면도 괜찮게 그려냈습니다.' 리수화'와 '표현철'이 마지막에 서로를 바라보며 웃는 장면을 정말 이 영화 최고의 감동이더군요. 마지막에 살아나면 미군 장교 '스미스'의 회상으로 끝나지 않을까 했는데 그건 아니었구요.

영화를 보면 배경음악도 상당히 부각되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배경음악의 분위기가 상당히 익숙하더군요. 스케일이 일본 애니메이션 '월령공주'급이라고 할까요? 생각해보니 음악을 '히사이시 조'가 맡았더군요. '히사이시 조'는 일본 애니메이션의 대표 감독,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작품들의 음악을 담당한 영화음악의 거장이라고 할 만한 사람이죠.

백치 연기를 능청스럽게 해낸 강혜정의 연기를 비롯 정재영, 신하균 모두 좋았습니다. 임하룡씨는 이제 연기자라는 이름이 어색하지 않네요. 예고보다 '여일'의 비중이 크지 않다는 점이 조금 아쉽더군요.

볼거리 많고,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주는, 우리나라 관객들이 딱 좋아할 만한 스타일의 영화입니다. 각본과 제작만을 담당한 장진 감독이 직접 감독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올해 최고의 가족용 영화 '웰컴 투 동막골' 별점은 4.5개입니다.

이념과 대립이 없는 낙원같은 마을 '동막골', 그런 피안(彼岸)은 우리에게 어제쯤 찾아올까요?
2005/08/15 14:08 2005/08/15 14:08

친절한 금자씨 - 2005.7.31.

요즘 너무 바빠서 오늘 새벽 0시 55분 마지막 심야 상영으로 '드디어' '친절한 금자씨'를 만났습니다. 늦은 시간이고 마지막 상영인데도 주말이기 때문인지 매진이 되더군요. 심야할인도 한 몫을 했겠죠. 원래 보려고 했던 0시 상영도 매진이었고 아마도 토요일 오후 상영들은 다들 매진이었을 듯합니다. CGV에서 흔하지 않게 티켓 구입부터 입장까지 철저하게 신분증 검사를 하더군요. 아직 18세가 안되는 많이 얼쩡 거렸나 봅니다.

역시 박찬욱 감독과 친절한 금자씨는 대단했습니다. '올드보이'가 시종일관 계속되는 긴장감으로 관객을 한시도 놓아주지 않았다면, '친절한 금자씨'는 영화 중간중간 과장과 유머로 관객에게 쉴 틈을 주고 있습니다만 역시 마지막까지 긴장을 놓지 못하게 합니다.

영화 초반 말로 설명하기 힘든 '슬픔과 분노'가 느껴지면서 저도 모르게 눈시울이 뜨거워지더군요. 영화에서 느낀 것인지 아니면 드디어 '친절한 금자씨'를 두 눈으로 볼 수 있게 되었다는 기쁨 때문인지...

솔직히 결말은 개봉 전부터 언론을 통해 공개된 터라 그다지 중요하지는 않았습니다. 정말 중요한 것은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 나가나' 또 '어떻게 그 상황을 보여주느냐'였고 역시 실망시키지 않았습니다.

'올드보이' 오대수가 15년간 갖혀있던 사설 감옥만큼이나 금자씨가 사용하게 되는 방은 박찬욱 영화의 뛰어난 미술을 느낄 수 있게 합니다. 금자씨의 화장, 의상 그리고 총까지도 마찬가지구요. 화면의 각도 역시 긴장감을 불러오기에 충분합니다. 상당히 빠른 전개 속에 불필요한 장면없이 빡빡하게 채워지면서도 부족하다는 느낌도 들지 않았습니다.

13년간 치밀하게 복수를 준비해온 금자 그리고 어렵게 않게 잡은 백선생, 이제 마지막으로 그녀의 뜨거운 복수가 나올 법도 하지만 역시 박찬욱 감독은 관객에게 조금은 불친절합니다.

희생된 아이들의 가족과 그들의 다양한 반응은 사실, 개개인의 차이라기 보다는 한 인간 안에서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반응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것은 인간 내면에 겉잡을 수 없이 소용돌이치는 '슬픔과 분노'라고 표현하고 싶네요.

이 슬픔과 분노의 소용돌이는 복수를 마친 금자의 표정, 영화 내내 거의 표정 변화를 보이지 않았던 그녀의 표정이 길게 보여지며 형용할 수 없이 변화하는 부분에서는 최고조를 이룹니다.

언론과 종교에 대한 조소 뿐만 아니라 가족에 의미에 대해서도 유머를 놓치지 않는 박찬욱 감독이지만, 역시 가족의 소중함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복수를 했지만 만족을 얻을 수 없었던 금자, 금자가 속죄를 얻을 수 있는 것은 백선생에 대한 복수가 아닌, 자신이 희생시킨 원모와 자신이 지켜주지 못한 딸의 용서이니까요.

영화음악을 담당한 조영욱 음악감독과 그의 팀도 역시 대단합니다. '올드보이'와 마찬가지로, 오케스트라(MoHo Barogue Ensmble)에 의해 연주되는 배경음악은 박찬욱 감독의 영화에 감동을 더해 줍니다. 어제 주문했던 OST를 받아 들어보았는데 그 자체만으로도 손색이 없더군요.

말할 것 없이 별점은 5개입니다. 떠오르는 한국 영화계의 '새로운 거장'이라고 할 만한 '박찬욱 감독'의 영화를 동시대에 살아가며 보고 즐기는 우리들은 행운아들이라고 한다면 미친 소리일까요?

정사씬이 그냥 넘어가 불평하는 소리도 있던데, 오히려 그런 장면이 더 자세히 들어갔다면 금자씨의 차가운 이미지에 금이 가면서 이상해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마지막 가족들이 모인 자리에서 케익은, 박찬욱 감독은 의도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피로 만들지 않았을까하는 오해를 갖게 하기에 충분했습니다. 케익을 먹어본 가족들의 반응은 기대하지 않았던 어울리지 않는 맛 때문이었을까요? 아니면 피의 맛 때문이었을까요?
2005/07/31 12:32 2005/07/31 12:32

아일랜드(the Island) - 2005.7.21.

'친절한 금자씨'의 개봉이 1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묘한 긴장감을 갖고 조조영화를 보고 왔습니다. 오늘 개봉한 따끈한 '아일랜드(the Island)'를 보았습니다.

이 영화의 주제를 이야기하자면 영화 '매트릭스(the Matrix)', '여섯번째 날(the 6tht Day)' 등 이야기가 한 없이 길어질 것 같습니다. 아쉽게도 이전에 개봉 전에 공개된 예고편과 각종 매체를 통해, 이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크게 했지만 한편으로는, 눈치있는 관객이라면 대략적인 줄거리는 쉽게 간파했을 겁니다.

처음으로 제작자 '스티븐 스필버그'와 손잡고 DreamWorks를 통해 영화를 내놓은 '마이클 베이' 감독은 역시 전작들에 빠지지 않는 스케일의 영화를 보여줍니다. 거기에다 인간복제라는 민감한 소재를 첨가해 겉만 뻔지르르한 영화에서 생각할 거리가 있는 영화를 시도했구요.

이 영화 PPL의 집대성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짜증날 정도는 아니지만, 곳곳에 작게 등장하는 로고들(PUMA, Apple, MSN, X-box, Calvin Klein, 그 외 명품들)로 어찌 보면 광고를 보고 있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실제로 장면들이 광고에 딱 어울릴만한 것들도 많이 있구요. 제가 찾지 못한 로고들이 있으면 더 알려주세요.

초반의 우주선 내부라고 해도 좋은 미래적인 스타일의 의상과 인테리어는 2000년 부터 시작되었던 스필버그 감독의 SF 영화들(A.I나 Minority Report)의 맥을 잇는 듯합니다. 하지만 초반을 지나면 역시 마이클 베이 감독다운 아메리칸 스타일의 영화가 됩니다. 그의 전작들, 더 록(the Rock)이나 아마겟돈(Armageddon)에 등장하는 끝없이 펼쳐진 USA표 황무지와 그 한 가운데에 있는 싸구려 바(Bar)와 폭주족들...아마도 카우보이 시절을 그리워하는 전형적인 아메리칸 드림(?)을 보여줍니다. 근미래에도 역시 변함없나 봅니다.

차세대 액션스타 이완 맥그리거, 근육질 스타들에 비해 중량감은 떨어지지만 뛰어난 연기력으로 커버하고 있습니다. 스타워즈 에피소드1 때부터 그의 액션 영화 등장에는 조금 의문이 있었지만 이제는 액션스타로서도 손색이 없네요. 스칼렛 요한슨, 영화가 진행될 수록 매력에 빠져들게 되네요. 정말 이쁩니다. 근미래적인 분위기에도 딱 어울리구요. 그리고 위에 언급한 베이 감독의' 아마겟돈'에서도 비중있는 조연이었던 그 사람, 스티브 부세미 역시 비중있는 좀 방탕하지만 양심있는 조연으로 등장합니다. 베이 감독이 엄청 좋아하는 배우인가 봅니다. 아니면 전형적인 아메리칸 스타일의 삶에 어울리는 배우인가요? 최근 조연으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우리의 보로미르, 션 빈도 역시(?) 악역으로 등장하네요.

아일랜드, 모두가 가길 바라는 신비에 섬. 지금 우리 모두에게도 모두가 바라는 그런 존재가 있지 않을까요? '지금의 삶이 힘들지만 언젠가 좋은 날이 올 것이다'라는 희망으로 많은 사람들이 살아갑니다. 하지만 그 '좋은 날'은 누군가가 우리에게 심어놓은 헛된 환상이 아닐까요? 화려한 스케일과 근미래적 스타일을 즐기는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별점은 4개입니다.
2005/07/22 00:28 2005/07/22 00:28

방금 'KBS 토요 영화탐험'에서

방금 'KBS 토요 영화탐험'에서 '친절한 금자씨'에 대해 나오더군요. '친절한 금자씨'와 박찬욱 감독의 세 가지 '출사표'라나요.

이영애의 연기변신, 그녀의 복수, 그리고 이영애와 최민식의 연기대결...

예고편이나 방송을 통해 너무 많이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생깁니다. 그래도 저 만큼이나 공개했다는 건, 박찬욱 감독이 그 만큼 자신있다는 이야기겠죠. 지금까지 공개된 장면과 미술, 대사, 음악까지 모두 제 마음에 쏙 드는군요.

아무튼 그녀의 마음 속이 궁금해 미치겠습니다. 이제 2주 남았습니다. 지금 제 메신저 대화명은 '너나 잘 하세요'.
2005/07/16 11:56 2005/07/16 11:56

여고괴담4 : 목소리 - 2005.7.15.

오늘로 올해 적립한 CGV 포인트가 10000점이 되었네요. 내년 VIP까지는 아직 많은 포인트가 남았지만 내년에도 VIP회원을 유지할 수 있을 듯합니다. 평일이라서 역시 20여명 정도 입장한 상영관에서 보게 되었어요.

여고괴담 시리즈의 세번째 '여우계단'은 보지 못했지만, '여고괴담'이 여고 공포물로서 상당히 괜찮았고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는 사실 공포 영화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었지만 그 오묘한 심리 묘사로 개인적으로, 얼마전에 발매되었던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 UE DVD'를 소장하고 있을 정도로, 열광하는 작품입니다. 그래서 이번 4편에도 약간의 기대가 있었죠.

네번째 '목소리'를 보고난 느낌은 '20% 아쉽다'입니다. 특히 결말이 너무 아쉽네요. 공포 영화라지만 그렇게 억지로 결말을 만들 필요가 있었을까 생각하게 되네요.

여고괴담 시리즈답게 역시 여고생들의 학교 생활을 재밌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괴담이 있을 만한 학교답게 학교 건물의 모습도 평범하지 않구요. 부러울 만큼 학교가 상당히 좋더군요.

영언의 죽음 그리고 영원의 목소리를 듣는 단짝 친구, 선민 사이에 영혼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초아를 등장시켜 삼각관계 비슷하게 엮어나갑니다. 트릭들로 결말을 예측할 수 없게 관객들을 속이지만, 초아의 한마디로 대충 예상이 가능해집니다. '영혼은 자기가 기억하고 싶은 것만 기억하니까.'

'추악한 친구의 진실'과 '내가 친구로 보이니?', 뭐 이렇다고나 할까요? 이쁜 출연진 때문에 별점은 3개입니다.
2005/07/15 13:19 2005/07/15 13:19

씬 시티 (Sin City) - 2005.7.11.

토요일, 일요일에 이어 오늘도 조조영화를 보았습니다. 오늘의 선택은 화려한 케스팅의 '씬 시티(Sin City)'이구요. 평일이기 때문인지 극장이 진짜 한산하더군요. 어제 그제의 매진은 정말 거짓말처럼 티켓박스에서 기다리는 관객이 100명이 채 되지 않아 보였습니다. 더구나 '씬 시티'는 18세 이상 관람가라 상영관에 입장한 사람은 20명이 조금 안되는 듯했구요.

'씬 시티',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화려한 케스팅과 과장된 액션 외에는 별 매력이 없는 영화라고 하고 싶네요. 2시간이 조금 넘는 상영시간을 갖는 이 영화는 어둠과 범죄의 도시 씬 시티를 배경으로 세 이야기를 옴니버스처럼 보여주고 있습니다. 각각 세 이야기는 별개의 내용을 갖고 있지만 주인공들을 제외한 등장 인물들이나 장소는 중복되기도 합니다.

화면은 대부분 흑백으로 영화의 어두인 이미지를 그려내고 있고 빨강, 노랑, 초록 등 몇몇 원색으로 칠해진 신체 일부나 소품들이 강렬한 이미지를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화려한 케스팅과 액션을 지루하지 않게 보았지만, 내용에는 큰 감흥은 일지 않더군요. 아마도 원작 코믹스에 대한 내용을 전혀 모르기 때문이겠죠. 정말 볼 영화가 없지 않는 이상 추천하고 싶지 않네요. 별점은 2.5개입니다.
2005/07/11 14:03 2005/07/11 14:03

분홍신 - 2005.7.10.

어제와 마찬가지로 주말이라 조조 1회인데도 상영관이 꽉 차더군요. 어제 우주전쟁은 12세, 오늘 '분홍신'은 15세 이상 관람가라 그런가 봅니다. '분홍신' 시작 전 예고편으로 '친절한 금자씨'가 나오더군요. 중학생이나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아이들이 재밌겠다고 하던데 '친절한 금자씨'는 18세 이상 관람가라 좀 여유있게 볼 수 있으려나요?

사실 우리나라 공포영화 재밌게 본 작품이 거의 없는데 '분홍신' 상당히 볼 만합니다. 상당히 스타일리쉬한 미술과 색감 보여주었던 '달콤한 인생'처럼 공포영화 '분홍신'도 미술과 색감에 상당히 신경을 썼네요. 창백한 얼굴과 검은색 의상의 대비만으로도 묘한 공포을 불러일으키고, 분홍신의 화려함이 더해지면서 긴장감을 조성합니다.

영화는 이야기 속에 또 이야기가 있는 구조라고 할 수 있겠네요. 영화 중간중간에 큰 의미 없이 지나가는 짧은 컷들이 영화 결말의 실마리가 되고 있네요. 영화를 보면서는 그냥 짧게 지나가서 알아채지 못했지만 다 보고나니 알겠더라구요.

유혈낭자한 공포가 아니라 순간순간 놀라게 하는 방법을 사용하여, 긴장감에 사로잡힌 관객들을 놀라게 하구요. 섬뜩한 장면과 더불어 적절한 음향효과는 공포를 극대화합니다. 공포물에 내성이 있는 저 조차도 정말 소리도 못지르게 깜짝 놀라버렸을 정도로 공포영화 본연에는 충실합니다. 하지만 끝에 가까워 지면서 좀 남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만, 국산 공포영화치고 이 정도면 상당한 수준이라고 하고 싶네요.

김혜수는 좀 나이가 들면서 연기에 물이 오르는지 상당히 좋은 연기를 보여줍니다. 김혜수의 딸로 등장하는 박연아도 좋았구요. 음악은 영화음악의 대가라고 할 수 있는 이병우 음악감독이 맡았고 역시 멋들어진 선율을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메인 테마의 기타 버전은 역시 이병우 음악감독의 음악적 기본은 기타에 있다고 느낄 수 있었습니다.

상당히 퀼리티의 공포영화 '분홍신', 별점은 4개입니다.
2005/07/10 13:00 2005/07/10 13:00

우주전쟁(War of the Worlds) - 2005.7.9.

'스티븐 스필버그'와 '톰 크루즈'가 뭉쳤다는 점만으로도 엄청난 관심을 일으킨 영화 '우주전쟁(War of the Worlds)'을 보았습니다. 그런데 이미 두 사람이 '마이너리티 리포트(Minority Report)'에서 손발을 맞춘 적이 있었지요.

또 국내 영화계는 '스타워즈 에피소드 3'의 광풍과 한국 영화의 부진 그리고 떠오르는 희망 '친절한 금자씨'때문에 '우주전쟁'은 사람들의 관심에서 많이 뒷전에 있었구요. 사실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가 90년대 만 못해졌고 톰 크루즈의 출연작들도 지지부진하기는 마찬가지여서 두 사람이 뭉쳤다고 대단한 기대를 한 사람은 극소수였을 거라고 생각되네요.

영화 전개는 상당히 빠르게 진행되고 볼거리 역시 상당합니다. CG는 ILM이 담당한 만큼 확실하네요. 시원시원한 파괴와 살육의 장면들은 여름용 블록버스터로 손색이 없습니다. 마치 살충 스프레이로 벌레 죽이듯 인간을 학살하는 장면은 매우 흥미진진하더군요.

'허버트 조지 웰스'의 원작은 1897년에 발표되었으니 100년이 넘는 시간차를 두고 영화화가 되었지만 나름대로 외계 침공을 촌스럽지않게 그려내었습니다. 외계인의 식량 혹은 연료와 이상한 배출물들을 보면, 작가 웰스는 아마도 화성의 붉은 색을 보고 영감을 었었다고 생각이 되네요.

'톰 크루즈'의 연기는 괜찮았고, 깜짝 등장한 '팀 로빈스'의 이미지는 '미스틱 리버'에 연장선 위에 있는 느낌입니다. 톰 크루즈의 전 부인은 '반지의 제왕' 시리즈로 유명해진 '에오윈' '미란다 오토'더군요. 왜 그렇게 인기가 많은지 모를 '다코다 패닝'은 시끄럽게 소리 빽빽질러대고 버릇없고 히스테릭한, 짜증나는 연기를 보여주네요.

사실 이 영화는 SF나 액션이라기 보다는 그냥 한 편의 '재난영화'라고 생각하고 보시면 딱 좋을 듯합니다. 지난해 '투모로우(The Day After Tomorrow)'에 이어 미국이 쑥대밭되는 스펙터클을 즐기시면 되겠습니다.

빠르게 시작되어 숨가쁘게 진행되던 영화는 마지막 몇 분에 순식간에 영화 속 모든 갈등이 해결됩니다. 조금은 허무하지만 과학적으로 납득할 만한 결말이구요. "혹시 이 영화도 비슷한 소재의 '인디펜던스 데이(Independence Day)'같은 미국식 영웅물이려나?"하는 우려가 있었지만 그렇지 않군요. 시원시원한 볼거리와 유치한 미국식 영웅물이 되지 않은 점, 두 가지만으로도 상당히 괜찮은 영화네요. 별점은 4개입니다.

우리나라 개봉 제목 '우주전쟁'은 정말 너무하는군요. 차라리 StarWars를 '우주전쟁'이라고 하는 것이 더 어울릴 듯합니다.
2005/07/09 14:36 2005/07/09 14: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