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번째는 '플라스틱 피플'이었습니다. 헤이리에서 본 이후로 처음이네요. 새로 나온 집과 지난 앨범, EP 들의 수록곡, 그리고 커버곡을 들려주었는데 여러 곡이었지만 곡들이 거의 짧아서 공연은 길지 않았습니다.
라이브로 듣는 '사거리의 연가'는 역시 좋았습니다.
세번째는 얼마전 앨범을 발표한, 가야금 연주자 '정민아'의 순서였습니다. 알고보니 수 많은 관객은 대부분 '정민아'를 보러 온 듯했습니다. 바로 전날, '화제집중'이라는 프로그램에 소개되었다고 하네요.
기대에 부응이라도 한 것인지, 세 명의 세션과 함께 등장했습니다. 세션과 함께 하는 모습은 처음인데, 해금에는 그녀의 친구이자 바다비에서 몇 번 보았던 '공경진'이었습니다.
그녀를 보기위해 온 관객들이 서운하지 않은 풍성한 공연이 약 40분간 이어졌습니다. 같은 전통 악기인 해금뿐만 아니라, 베이스나 퍼커션과 함께하는 '퓨전 국악'의 발견이라고 할까요? '정민아'가 바다비 부흥의 원동력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미국의 역사학자이자 미래학자인 'W. 워런 와거(Walter Warren Wager)'의 저서 '인류의 미래사'. 부제는 '21세기 파국과 인간의 전진'이고 원제는 'A Short History of the Future'. 원제를 직역하면 '미래의 짧은 역사'가 된다. '미래의 역사'라니. '역사(history)'는 원래 '과거의 기록'이 아니었나. 미래(future)와 역사(history)가 같이 쓰여있는 제목이 좀 어색하다.
미래학 저서라고 할 수있는 책이지만, 따분하지 않고 오히려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미래에 관한 장황한 설명을 하는 책이기는 하지만 이야기를 전개하는 방식은, 22세기에 할아버지가 손녀에게 20세기 말부터 현재(22세기 말)까지의 역사를 들려주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그리고 각 장 사이사이마다 편지, 일기, 서신 등의 그럴싸한 글들을 수록하여 각 시기에 살던 소시민의 삶도 조명하고 있다. 마치 범지구적인 '심시티(Simcity)'를 하면서 중간중간 '심즈(Sims)'의 삶을 들여다본다고 할까?
작가의 예상 혹은 예언이 맞냐 틀리냐를 떠나서 단순히 사회학적인 시각 뿐만아니라, 인문학, 과학, 철학 등 다양한 방면에서 미래의 삶을 조명하고 있다는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닌가한다. 나처럼 잡학다식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구미를 땡길 만한 구성이다. 그래서 400쪽이 넘는 만만하지 않은 양임에도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 책이 쓰여진 때가 1989년 이후에 두번의 개정이 있었다는데, 2007년인 지금과 비교해보면 맞다 싶은 점도 있고 아닌 점도 있다. 전체적으로 작가의 예상보다 세계는 느리게 변화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뭐, 그 변화는 시간이 더 지나야 제대로 판단할 수 있겠지만.
작가가 보여주는 미래세계는 분명히 매혹적이다. 공상하기 좋아하는 나같은 사람들이 꿈꾸었을 법한 일들이 이 책에도 많이 등장한다. 과학의 발전에 힘 입어, 인류는 노동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좀 더 자유로워진다. 자유, 그 날이 내가 살아있는 동안 찾아왔으면 좋겠지만, 아직은 너무나 먼 이야기다.
제 3차 세계대전을 치룬 뒤, 등장하는 '세계 국가'와 세계 국가의 붕괴 후 등장하는 '자유의 시대'. '통합과 분열', 세계는 이 두 단어 사이를 왕복하고 있는게 아닌가한다. 현재는 아직 분열의 시대지만 UN, EU, NATO 등 국경을 초월한 단체들이 등장하여 통합을 꿈꾸고 있다. 과거에 칭기스칸이나 알렉산더 같은 대제국을 꿈꾼 이들이 있었지만 결국 오래 못가 와해되고 말았다. 인간의 변덕이란 알 수가 없다.
21세기와 22세기에 등장하는 유토피아(Utopia)에 가까운 모습들. 과연 지금의 인류가 그렇게나 빨리 그 유토피아를 만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특히 '세계의 변화'와 '인류의 진화'를 이끄는 인류의 가장 '핵심 도구'라고 할 수 있는 과학기술의 발달은 작가가 예상하는 것처럼 빨라 보이지는 않는다. 물론 지금도 엄청나게 빠른 변화 속에 살고있지만, 책 속에서처럼 정말 '혁명적인' 발전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인류에게는 멸망이 먼처 찾아올 듯도하다.
멸망보다는 발전과 진화를 선택한 인류의 모습을 보여주지만, 그렇다고 인류의 실패와 위험을 완전히 배재하지는 않는다. 그 점에 대해 아주 작은 복선(?)을 깔아 두었는데 453쪽 "엄마......죽음......복제......안 돼."라는 미지의 외계에서 온 (해독된) 신호를 들려준다. 텅빈 공간에서 왔다고 하는데, 어쩌면 그것은 미래에서 온 경고일지도 모른다. ('엄마'는 지구, 즉 'gaia'를 복제는 인간 복제와 그로 인한 혼란을 의미할 수도 있겠다.)
분명한 것은, 환경오염이나 화석연료의 고갈, 국제 분쟁 등으로 인류에게 운명의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아 보인다는 점이다. 지속적으로 진화하느냐 혹은 멸망하느냐. 과연 인류는 그 운명의 기로를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을까? 현 상황으로만 봐서는 후자에 가까워보인다는 점이 안타까울 뿐이다.
이 책에 대한 옮고 그름의 판단은, 100년 후에 혹은 200년 후에나 이루어 질 것이다. 과연 그 때 이 책이 '위대한 예견'으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헛된 몽상'으로 남을 것인가? 전자로 남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이 글을 마친다.
12월 24일에 '중천'을 보았었지만 리뷰를 미루다미루다 결국 못썼군요.. '김태희'도 나오고'중천' 나쁘지는 않은 영화였는데 망해서 좀 아쉽네요.
정말 오랜만에 조조영화를 보았습니다. '안성기'가 등장하는 중국영화 '묵공'.
사실 한국 배우 '안성기'와 '최시원'이 중국어 연기를 어떻게 하는지가 가장 궁금했는데, 목소리를 들어보니 '안성기'는 직접했네요. '최시원'은 목소리를 모르니 알 수 없지만 왠지 성우 더빙 같기도 했어요.
'유덕화'는 나이가 들어도 아니, 나이가 들 수록 매력이 더 해가네요. 광고에서는 '항엄중'으로 등장하는 '안성기'와 함께 그가 연기한 '혁리'가 주연인 듯했지만, 사실 '유덕화' 혼자 주연이네요. 그의 여자가 될 뻔했던 '일열'을 연기한 '범빙빙'은 영화에 하도 미인이 등장하지 않아서 그런지 이쁘네요.
전쟁 장면은 그럭저럭입니다. '반지의 제왕', '알렉산더' 등의 헐리우드 영화에 비하면 박진감은 떨어지지만, 빠지는 점은 없기에 좀 더 사실적이라고도 할까요?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는, 작년에 보았던 영화 '킹덤 오브 헤븐'이 좀 떠오르기도 하더군요. '묵가'의 사상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지만 '킹덤 오브 헤븐'의 주인공들이 세우려했던 '이상주의'와 비슷하다고 할까요? 물론 다른 점도 있어보입니다만.
전쟁에서 누가 이기든 결국 약한 백성들은 희생될 뿐입니다. 백성을 위하는 길이란 전쟁을 하는 것도, 전쟁을 안하는 것도 아닙니다. 위정자들이 모두 사라지고 아무도 통치하는 않는 것이 백성을 괴롭히지 않는 길입니다. 영화에서 보여지는 '묵가'는 왜곡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도가'와 닮아있는 느낌이네요.
모두를 사랑하는 것은 아무도 사랑하지 않는 것이랍니다. 모두를 구하려했던 '혁리'는 자신을 사랑하는 여인조차도 구하지 못했죠. 이상주의는 목표가 될수 있을 뿐, 방법은 될 수가 없나봅니다. 별점은 4개입니다.
크레딧을 보니 원작이 일본의 만화인가보네요. 한중일 합작 영화였나요?